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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프레] mignonne mademoiselle [미뇬느 마드모아젤] # 1

댓글: 14 / 조회: 661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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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6, 2016 23:30에 작성됨.

 

"흐음……"

 

책상 위에 잔뜩 쌓여있는 서류들. 그리고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는 물건들.

중구난방 난장판이 된 책상 위에 팔을 올린 채 한 남자가 표정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그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아… 일이 너무 많아…"

"와오... 힘들어서 어떡해 프로듀서?"

"응?!"

 

그 순간, 불현듯 나타난 한 여자의 말에 놀란 남자가 흠칫하며 옆을 바라보았다.

그의 옆엔 금발의 외국인 여성이 웅크리고 앉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제서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곤 한숨을 푹 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프레데리카였구나... 놀랐잖아.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야?"

"방금 프로듀서가 흐음... 하고 무서운 표정 짓고 있었을 때부터!"

"뭐야... 아무런 소리도 안 들렸는데... 그 사이에 내 옆에 온 거였어?!"

"흐흥- 한눈 팔면 프-레이드(raid)-리카가 습격한다구?"

"이름으로 말장난이냐..."

 

프로듀서가 힘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도 내심 그녀가 반가웠는지, 피식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똘망똘망한 눈을 하면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남자가 약간 부끄러워졌는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흐흠... 나 바쁘니까 일단 소파에 앉아 있어줄래? 일이 많이 남아서 끝내려면 시간이 걸리거든."

"음? 일이 많다구? 프로듀서 요즘 바빠 보이던데...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아이돌 미야모토 프레데리카와 관련된 업무들이지..."

"와오-! 맞다! 나 아이돌이었었지?!"

"하이고..."

 

약간 황당하다는 듯, 한숨을 쉰 프로듀서를 보며 프레데리카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금발의 미소녀 인형과 같은 얼굴로 티없이 순수한 미소를 짓는 그녀.

그녀의 미소를 본 프로듀서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는지, 재빨리 시선을 모니터로 옮기고는 일부러 약간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 여튼...! 바쁘니까 장난은 이제 그만 치라고."

"미안-! 프로듀서. 그럼 프로듀서가 일이 끝날 때까지 얌~전히 소파에 앉아있을게!"

"그... 그래. 좀 쉬고 있어."

 

프로듀서의 말을 들은 프레데리카가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책상 위에 두고는, 촐싹대며 소파 위에 눕더니 기지개를 폈다.

 

"?"

 

프로듀서는 프레데리카가 두고 간 것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두고 간 것은 다름 아닌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프로듀서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프레데리카에게 물었다.

 

"왠 아이스커피야?"

"아! 그거? 프로듀서 요즘 고생이 많은 것 같아서, 프로듀서 주려고 사온거야!"

"……!"

 

프레데리카의 말을 들은 프로듀서가 살짝 놀랐는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조용히 소파에 누워있던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프로듀서의 시선을 느꼈는지, 기지개를 펴다 말고 바로 프로듀서의 얼굴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

 

"프로듀서 요즘 많이 힘들지? 스케줄이 많이 늘어나서 눈이 핑 돌아가던데!"

"그… 그렇지. 그야 그렇긴 한데…"

 

고개를 빼꼼히 내밀다가 그녀에게 걸린 프로듀서가 무안해졌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리곤 조심스레 얼굴을 모니터 뒷편으로 다시 숨겼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프레데리카가 조용히 웃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열심히 일하는 프로듀서 덕분에 프레데리카, 힘내서 아이돌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고마워 프로듀서!"

"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 뭐... 고… 고맙다."

 

프로듀서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에 프레데리카는 모니터 너머에서 새빨갛게 달아올랐을 프로듀서의 얼굴을 상상하며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프로듀서가 들으라는 듯,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했다.

 

"프로듀서는 역시 일할 때가 제일 멋져 보이는 것 같아!"

"……"

 

프레데리카의 예상대로, 프로듀서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애써 괜찮은 척, 조용히 일을 하는 시늉을 했지만 사실은 일이 전혀 손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에겐 그럴 이유가 있었다.

그는 그녀를… 아이돌 프레데리카를 좋아하고 있었다.

 

"크… 크흠!"

 

프로듀서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다시 일에 집중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고 있었고, 머리는 띵한 상태였다.

거기에 며칠 동안 했던 야근으로 인해 쌓였던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온 상황.

그는 억지로 일을 하고 싶어도 도저히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얼굴이 너무 화끈거렸는지,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이마에 갖다 대었다.

손에서 약간의 열기가 느껴지자, 그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하… 나란 놈은 왜 이렇게 쉬운 놈인지…'

 

미야모토 프레데리카라고 하는 프랑스 혼혈인 아이돌의 담당 프로듀서.

그가 그녀에게 반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견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그가 프레데리카와 처음 만났을 때.

흔히 말하는 얼굴값을 못하는 그녀의 엉뚱함을 보고 프로듀서는 다듬어지지 않았던 그녀를 아름답게, 예쁘게 만드는 것에 모든 정성을 다 쏟겠다고 다짐했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아름다움에 감사해하며, 어머니를 자신의 아이돌로 여기며 자신도 어머니처럼 되고 싶다고 한 프레데리카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프로듀서는 그녀와 함께 많은 난관을 해쳐왔다.

수많은 난관을 해쳐오던 사이, 프로듀서는 그녀가 가진 순수한 매력과 착한 마음씨를 알게 되고 아이돌 프레데리카가 아닌 한 사람의 여자로서의 프레데리카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데뷔 당일, 그녀에게서 진심이 담긴 감사의 말을 들었을 때. 프로듀서는 그녀에게 반하게 되었다.

 

감사의 말 한 마디에 그녀에게 반한 그는 그 이후 스스로를 '쉬운 남자'로 여기며 자책하고 있었다. 단지 감사의 말이었을 뿐이었는데 자기 자신이 그 말에 담긴 의미를 너무 확대해석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애초에 아이돌을 사랑하게 된 프로듀서라니.

자신이 그녀에게 반했음에도, 그는 자신이 정말 그녀를 좋아하게 된 건지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속으로 의심을 하다가도, 막상 그녀가 자신에게 하는 행동을 보고 괜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그는 정말 자신이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 사이에 신인 아이돌 미야모토 프레데리카는 예능계의 블루칩이 되어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임에도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자신의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자연스레 프로듀서의 업무량이 늘어나게 되었고, 프로듀서는 자신의 마음, 감정을 정리하기도 바쁜 상황에 물밀듯이 밀려오는 업무들로 인해 심신이 많이 피로해진 상황이었다.

 

"……"

 

그에게 있어서 많은 업무, 야근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돌, 프레데리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으니.

 

정작 그를 힘들게 하고 괴롭히던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프레데리카를 짝사랑하고 있는 자기 자신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분명 자신이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이 맞음에도 이를 부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도 자신이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기 스스로가 사랑에 쉽게 빠지는 '금사빠' 기질이 있는 쉬운 남자라고 자책하고 있었다.

또한 프레데리카의 행동을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면서도,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여 괜한 기대감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한심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는 사랑에 빠진 자기 자신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후우…"

 

그는 속이 타들어갔는지, 프레데리카가 놔두고 간 아이스커피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빨대를 입술에 갖다대고는 얼음이 둥둥 떠 있던 커피를 힘껏 들이켰다.

 

"크하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시원함이 목을 타고 들어오자, 프로듀서가 짜릿한 그 느낌에 몸서리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의 반응을 쭉 지켜보던 프레데리카가 그의 반응이 웃겼는지 웃으며 말했다.

 

"와오! 프로듀서, 방금 되게 아저씨 같았어!"

"아… 아저씨…?"

"응! 온천에 들어가서 몸 녹이는 아저씨 같았다니까? 완전 올드했다구!"

"아저씨라니… 실례라고."

"흐흥~ 프로듀서~ 아저씨래요~"

"윽…"

 

프레데리카의 장난에 프로듀서가 일부러 져주면서 다시 한 번 커피를 들이키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가 무언가를 봤는지 흠칫 하고 멈춰 섰다.

 

"……?"

 

그는 빨대의 끝부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흰색 빨대 끝부분에 빨간 얼룩이 묻어있었다.

프로듀서가 조심스럽게 얼룩을 손으로 문지르자 빨간 얼룩이 손가락에 묻어 나왔다.

 

"……?"

 

그는 손가락에 묻은 빨간 얼룩을 보면서 조용히 생각했다.

빨대와 입술이 맞닿는 부분에 묻어있던 빨간 얼룩.

그는 얼룩이 묻은 손가락에 코를 갖다 대곤 조심스레 냄새를 맡았다.

코 끝으로 스며드는 향기는 화장품의 그것과 비슷했다.

 

"……!"

 

그는 순간 뭔가 떠오른 듯, 조용히 고개를 돌려 프레데리카의 입술을 바라봤다.

살짝 다문 두 입술엔 립스틱이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색깔은 빨대에 묻어있던 얼룩과 똑같았다.

프로듀서는 화들짝 놀라 설마 하는 마음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을 느낀 프레데리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응? 프레데리카 얼굴에 뭐 묻었어? 아까부터 지긋-이 쳐다보는 것 같은데?"

"프레데리카… 혹시 이 커피…"

"응? 커피가 왜?"

"너가 마셨던 거야?"

"아! 들켰다!"

"얌마!!"

 

그 순간 프로듀서가 얼굴을 붉히며 버럭 화를 냈다.

그러자 프레데리카가 혀를 살짝 내밀며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헤헤… 목이 좀 말라서 딱 한 모금이면 괜찮겠지- 하고 마셔버렸지 뭐야! 막 이래~"

"아니…! 그럴 거면 하나 더 사서 마셨어야지!"

"그렇다고 한 잔 더 사기엔 아까운 그런 기분이 들었거든. 프레데리카는 알뜰한 아이라서 과소비는 몰라서~"

"아니 과소비고 자시고 이건…"

"에이~ 그래도 프로듀서, 방금 나랑 간접키스 한거네?!"

"…뭣…!"

 

간접키스라는 단어에 프로듀서가 화들짝 놀랐다.

그가 왜 얼굴을 붉히며 버럭 화를 냈는지에 대한 이유.

그 이유를 그녀에게 들킨 것 같아서였다.

 

그는 빨대에 묻어 있던 립스틱 자국을 보면서 짧은 순간 동안 생각했었다.

설마… 자신이 프레데리카와 간접키스를 한 것이 아닌가 하고.

그리고 그것을 그녀에게 들키지 않으려 과장된 반응을 보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프레데리카는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프로듀서를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다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듯, 그녀는 말없이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프로듀서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의 귀까지 붉게 물들었다.

 

"……읏…!"

"흐흥~ 프로듀서~ 아까 생각했었지? 이거 간.접.키.스 아닐까나~ 하고! 맞지? 그치?"

"ㄴ… 너…!"

 

프로듀서가 크게 당황했는지, 말을 버벅였다.

그는 어떻게든 따지려고 했지만, 그녀에게 이미 정곡을 깊숙이 찔린 터라 정신을 못 차린 채 무방비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프레데리카가 씨익 웃더니 쏜살같이 그의 앞으로 달려왔다.

그녀가 그의 앞에 도착하기 까지 3초도 채 걸리지 않았을 무렵.

프레데리카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프로듀서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놀란 프로듀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뭐야…!"

"흐흥… 프로듀서~"

"ㅇ… 왜…!"

 

약간 겁에 질린 듯한 프로듀서의 얼굴을 본 그녀는 묘하게 야릇한 눈빛을 하며 나지막이 속삭이듯,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간접키스… 싫었어?"

"ㅁ… 뭐… 뭐라는 거야…! 어… 얼굴 가깝다고…!"

"간접키스가 싫다면…"

"……!"

 

프레데리카의 따뜻한 숨결을 느낀 프로듀서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직접 츄~ 해줄까?"

"!!!!!!"

 

프레데리카가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짧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프로듀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뭐야뭐야뭐야뭐야! 뭐냐고!'

 

프로듀서는 속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신 무슨 일이냐고 외치고 있었다.

물론 시선은 프레데리카의 두 눈에 고정시킨 채.

그녀의 농염한 시선에 매료된 그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말없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프로듀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호흡이 거칠어져 있었다.

 

정말로 프레데리카가 자신에게 키스를 해줄까.

이렇게 간단하게 키스를 하는 걸까.

나는 잘 할 수 있을까.

 

찰나의 순간, 키스에 대한 수많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굳게 다물고 있던 프레데리카의 붉은 입술이 기다렸다는 듯, 수줍게 열렸다.

프로듀서는 긴장했는지, 다시 한 번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마침내, 프레데리카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막.이.래… 후후"

"……!!!!!!"

 

그와 동시에, 프레데리카가 참고 있었던 웃음을 폭발시켰다.

 

"아하하하하하하~~! 프로듀서~ 방금 표정 엄청 웃겼다구~~~!"

"……?!"

 

어안이 벙벙해진 프로듀서가 두 눈을 멀뚱멀뚱하게 뜨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에게 완전히 속았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인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은 것인지

그는 말없이 어찌된 영문이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표정을 본 프레데리카는 몸을 들썩거리며 웃었다.

 

"아하하하하~ 프로듀서~ 그 표정 뭐야~~ 너무 귀엽다구~~!"

"……어…?"

"어…? 가 아니라! 이거 내가 장난이 너무 심했나? 괜히 프로듀서한테 미안해지는데…"

"……!"

 

그제서야 그녀의 장난에 자신이 속았단 것을 깨달은 프로듀서가 뒤늦게 화를 냈다.

 

"프레데리카 너…!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

"미안데리카~ 요즘 프로듀서… 너무 힘들어보여서 긴장 좀 풀어주려고 했는데… 좀 심했나~?"

"아니… 넌 그냥 항상 장난만 치잖아…!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미안미안~ 미안해 프로듀서~ 화 풀어~ 으응~?"

"내가… 내가 요즘 심정이 어떤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힘들어."

"프로듀서…?"

 

프로듀서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프레데리카의 장난기 넘치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그녀가 그제서야 장난을 멈추자, 프로듀서는 그녀에게 털어놓듯 말을 이었다.

 

"사실 일이 많아서 힘든 건 참을 수 있어. 버틸 수 있다고. 젊으니까.

하지만… 심적으로 힘든 건 참기가 너무 힘들어. 요즘… 마음이 복잡하다고."

"프로듀서… 무슨 일… 있어?"

"…… 말할 수는 없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

"다른 장난은 참아도…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 치는 건… 좀 아니라고 봐."

"!"

 

프로듀서는 자신의 진심을 돌려서 표현했다.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아직 눈치채진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진심을 에둘러서 그녀에게 전했다.

 

프레데리카는 말없이 프로듀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에게서 '마음이 복잡하다'라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도 짜증을 내긴 하지만,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나던 그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마음이 복잡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해서 그랬을까.

그녀는 마음 한 구석이 조금 무거워진 듯 했다.

 

"후우…"

 

프로듀서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마음을 추스리면서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애환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화내서 미안하고. 여튼… 앞으로 힘내자고."

 

그의 말을 들은 프레데리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약간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프로듀서."

"응…?"

"프레데… 아니, 나. 평소에 립스틱 안 바르는 거 알고 있어?"

"…...아. 그랬었지… 그런ㄷ…!"

 

갑자기 무언가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갔는지, 프로듀서가 흠칫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프레데리카는 지긋이 프로듀서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고는 뒤돌아 섰다.

 

"!"

 

아주 잠깐이었지만, 처음으로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본 프로듀서는 살짝 놀랐다.

그를 등지고 선 프레데리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평소대로의 활기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흐흥~ 프레데리카, 요즘 스타일을 바꿔볼까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

"원래 초미인인 프레데리카지만, 좀 더 나를 가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서 립스틱을 발라봤어! 뭐… 나도 그걸 깜빡하고 있었긴 했는데 말이지만."

"……"

"여튼! 프레데리카, 오늘 카나데랑 슈코랑 만나기로 해서 이만 가볼께! 힘내! 프로듀서!"

"응.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내일… 보자."

"알았엉! 그럼 내일 봐!"

 

작별 인사를 한 프레데리카는 평소 답지 않게 후다닥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쏜살같이 사라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 본 프로듀서는 조용히 생각했다.

 

"프레데… 아니, 나. 평소에 립스틱 안 바르는 거 알고 있어?"

'방금 그 말… 뭐였지.'

 

그녀가 남긴 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던 프로듀서는 다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고는, 두 손으로 힘껏 뺨을 때렸다.

 

"야, 정신차려. 일 해라. 일."

 

그는 다시 일에 집중하고자 기지개를 펴고는, 피로를 달래기 위해 그녀가 남기고 간 아이스커피를 들었다. 그의 두 눈에 빨대에 묻어있던 그녀의 립스틱 자국이 들어왔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빨대에 입을 갖다 대고는 커피를 힘껏 들이켰다.

 

씁쓸해야 할 아메리카노에서 왠지 모를 달달함을 느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양 손을 키보드에 올려놓았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안에서, 요란한 키보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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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와 프레데리카를 주연으로 한 팬픽입니다.

숙맥인 프로듀서와, 약간 발칙하고도 수줍음이 많은 프레데리카의 이야기를 쓰면 어떨까 해서 써봤습니다.

신데마스 팬픽으론 이번이 두 번째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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