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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Story -7- sid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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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5, 2013 15:21에 작성됨.

병실에 와서 눈물로 밤을 지낸 후의 다음 날.

P:젠장!

엎드려있는 내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눈이 떠졌다. 난 하품을 한번 작게 한 뒤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어제 너무 많이 운 탓인지 눈두덩이 무거웠다. 

치하야:프로듀서...? 

흐릿한 시야 가운데로 복부를 잡고 쓰러져있는 프로듀서를 보고 놀라서 물어봤다. 프로듀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P:그, 그나저나 어제 맹세에 대한 것 말인데...오늘 말해줄게...

나와 프로듀서 사이의 맹세. 각각 나는 프로듀서와 연...하우...프로듀서는 나와 자기 사이에서 아무 것도 감추지 말자는 맹세를 했었다. 오디션에 합격했으니...그 맹세는 서로서로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치하야:다행이에요...정말로...

난 안심이 돼서 부어있는 눈을 억지로 웃게 만든 뒤 말했다.

P:치하야...그럼 잠깐만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 

그렇게 말하고서 프로듀서는 간호사를 호출해 휠체어를 빌려 거기에 앉았다.

P:그럼...치하야가 밀어주지 않을래...?

난 고개를 끄덕이며 휴게실까지 프로듀서를 휠체어에 태우고 갔다. 휴게실에 도착하자 프로듀서는 한숨을 한번 쉰 후 나에게 말했다.

P: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조금 멍청하고 어리석은 남자의 이야기야...그, 그래도...비웃지 말고 잘 들어줬으면 좋겠어...

프로듀서는 눈을 감고서 말하기 시작했다.

P:어릴 때 나는 친구들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했었어...그 때문에 학교도 자주 안 나갔고, 친구들을 사귈 이유도 없다고 생각이 들게 되었어...가난한 탓이 컸었어. 태어나기도 판잣집에서 태어났고 말이야...

프로듀서는 말하기가 괴로운지 조금 숨을 가파르게 쉬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P:뭐...치하야도 알다시피 내가 히비키를 알고 있다는 거 알고 있지? 뭐...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야. 학교를 땡땡이치고 놀이터에 놀러갔었을 때였어.

프로듀서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P:한 남자아이가 머리를 뒤로 넘겨 묶은...지금의 단어로 말하자면 포니테일...이려나? 그런 머리스타일을 한 여자아이...즉, 히비키를 거기서 처음 보게 되었어. 솔직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것 같았어. 하지만 난 용기를 내서 그 아이에게 큰 소리로 소리쳤어. 그 아이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이야. 

프로듀서는 그 말을 한 뒤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참 이상하지? 만날 친구들한테 괴롭힘이나 당하는 겁쟁이가 그 때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다른 녀석한테 싸움을 걸었다는 게.

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치하야:아뇨...이상하지 않아요...

프로듀서는 가볍게 웃은 뒤 말을 이어갔다.

P:실컷 얻어터지고...내가 엉망진창이 되었을 때였어. 나는 있는 힘껏 그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지. 그 아이는 울면서 도망갔어. 나는 감사인사를 하는 그 여자아이를...보면서 말했었지.

프로듀서는 한템포 쉬고 말을 이어갔다.

P:별 거 아니라고...그와 더불어 이름도 물어봤었고...하핫...그 때 히비키를 처음 알게 된 거야. 참 우연도 그런 우연일 줄이야...설마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거든.

프로듀서는 얘기를 하며 조금 씁쓸한 듯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P:처음으로 사귄 친구는 그 이후로 1번 만나고 지금 이 사무소에 들어오기 전까지 더 이상 만나지 못했어. 매우 아쉬웠지...그 후, 나는 학교를 대충대충 다니나 마나 하는 상태로 다녔고...고등학교 때는 강제로 학교에 입학했었지...결국...

프로듀서는 씁쓸한 표정으로 창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P:나도 부모님과 다투고 그 후 치하야랑 똑같은 나이에 도쿄로 올라왔어. 배낭 하나에 과자와 먹을 식량들만 넣어둔 채 말이야. 그 후 막노동을 전전하며 돈을 벌었고...막노동 이외에도 여러 가지를 해봤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건 힘쓰는 일 뿐이었어. 뭐...결국 집이라도 하나 장만했으니 잘 됐다면 잘된거긴 하지만...하핫...

프로듀서는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P:집을 구하고, 삶의 여유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놓았던 공부를 다시 잡았어. 그 후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그 후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무소에 이력서를 넣었었어. 그 중 하나가...

프로듀서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P:바로 치하야가 있는 765프로였어. 뭐...이 정도면 내 과거 이야기는 모두 종료이려나...? 하지만...치하야.

프로듀서가 날 쳐다보며 말했다.

P:치하야가 꼭 말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말하고 싶으면 나에게 말해줘. 지금은 내 얘기로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맹세는 언제나 지켜져야 하는 법이니까. 아 참 그리고...

프로듀서는 그 말 이후에 한숨을 한번 쉬고 말을 이어갔다.

P:내 과거에 너무 신경 쓰지 말아줬으면 해. 각자의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난 거기에 되도록 얽매이지 않고 싶긴 하니깐...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참 서글픈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야...아 참...

프로듀서는 그 말 이후에 며칠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난 프로듀서의 과거와 며칠 전에 있었던 그 일이 정말로 마음에 깊게 와 닿았다. 난 슬픔을 삼키며 눈물을 겨우 참고서 말했다.

치하야:왜 그런 걸 지금에야 말씀해주시는 거에요...! 전 항상 프로듀서에게 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아니 어쩌면 안됐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 때였다.

P: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런 소리 하지 마, 치하야는 이미 나에게 있어서 살아가는 이유...뭐 그런 비슷한 존재니까 말이야. 치하야는 언제나 나를 걱정해 주었잖아? 며칠 전에도 말했다 시피 난 이 일을 하는 게 정말로 즐거워. 처음에야 물론 이런 사무소가 다 있나 싶었지만...치하야를 처음 만나고 화를 내고 그 뒤에 내가 사과했을 때...

프로듀서는 내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그 후 눈가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P:난 조금이나마 성장한 걸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었어...치하야에게 사과하고 치하야와 조금씩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프로듀서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P:나...도 누군가에게...도움이 되는구나...란 감정을 처음 알게 되었었어...

어릴 때의 불우함...처음 사귄 친구의 배신...그리고 이때동안 누구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 게 나뿐만이 아니라 프로듀서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을...또한 약한 나를 도와주며 성장했다고 느낀 프로듀서에게 나는 너무나도 약한 존재라는 걸 실감했다...

치하야:......

난 그 사실에 그저 고개만 숙인 채 울 수밖에 없었다.

프로듀서는 눈물을 닦고서 마찬가지로 내 눈에 있는 눈물도 닦아주면서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P:들었었어...오디션...합격 했다며...? 이틀 후에 리허설 및 본방이니까 열심히 힘내줘...알겠지?

치하야:...흐윽...네...

난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얼굴을 팔로 쓱쓱 문지르면서 대답했다.

P:그리고...한 가지만 더 말할게...히비키를 만나면 절대로 화를 내지 말아줬음 해...히비키에겐 잘못이 없으니까 말이야...그저 우연이었고 거기에 어떻게 하다 보니 내가 이런 꼴이 돼버렸으니까...히비키를 만나더라도 웃으면서 인사를 해줬으면 좋겠어. 부탁할게.

그 말을 듣자 난 울분에 복받쳐 프로듀서에게 소리를 질렀다.

치하야:그런 거...납득할 수 없어요...! 히비키에게 어째서 잘못이 없는 거죠? 히비키의 오빠가 저지른 일이라면서요! 

프로듀서는 나의 대답에 씁쓸한 듯이 웃으며 말했다.

P:어릴 적에도 그 녀석은 성격이 뒤틀려 있었다고 들었었어. 히비키에게 들은 거니 정확한 거겠지. 내가 처음 봤을 때에도 히비키를 괴롭히고 있었고 말이야.

난 그 대답을 듣고 주저앉아 울었다. 

치하야:(어째서...그렇게 감싸주기만...하는 건가요...)

내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프로듀서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울음을 조금씩 그쳐갈 때쯤 프로듀서가 주저앉아있는 나를 보고 눈을 감고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P:치하야...내가 한 가지만 약속할게...대신에...

그렇게 말하고서 내가 고개를 들자 프로듀서는 말을 이어갔다. 

P:치하야도 나랑 한 가지만 약속해줘.

치하야:약...속이요?

나는 의아한 듯이 물었다. 갑자기 약속이라니...

P:반드시 리허설 및 본방에는 간다! 란 약속이야. 어때 간단하지? 그럼 치하야는...

나를 보며 프로듀서가 손가락을 내민 채 웃으며 말했다. 마치 내가 말을 하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말이다. 나는 프로듀서에게 손가락을 내밀며 울먹이면서 말했다.

치하야:프로듀서도 빨리 나아서 꼭 제 데뷔 무대를 구경해주시는 거에요...

P:응!

프로듀서의 힘찬 대답과 함께 새끼손가락을 서로 걸고서 약속의 말을 했다.

치하야,P: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안 지키면 바늘 10000개 삼키기!

그 행동이 끝나자 프로듀서는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크게 웃었다.

P:하하핫...이렇게 꼬맹이 같은 약속 방법은 어릴 때에도 자주 못했었는데...그나저나 치하야.

치하야:...네?...

갑작스럽게 나를 불러서 나는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P:약속 반드시 지킬게. 걱정 말고 돌아가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려줘. 알겠지? 그리고!

프로듀서는 다시 한 번 나와의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한다는 말을 한 뒤 내 볼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P:자꾸 울면 울보귀신이 치하야를 확 잡아먹어 버릴 거라고? 그러니까 울지 말고 웃어! 언제라도 힘들 때에도 괴로울 때에도 웃으면 어떻게든 극복해 나갈 수 있어.

치하야:정말요...?

프로듀서의 넘치는 자신감에 의문을 표했다. 그 의문에 대해 프로듀서는 또 다시 웃으며 말했다.

P:바로 그 산 증인이 나라고! 하핫...! 힘든 막노동 가운데 계속 인상이 찌푸려져 있으면 기분도 덩달아 다운되더라고. 그러니! 울지 말고 웃어! 활짝!

프로듀서의 말을 듣고...나는 조금씩이지만 웃어보기로 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확실히 기뻐서 웃었던 적이 적었던 것 같긴 하다...내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프로듀서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살짝 부끄러워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P:돌아가기 전에...한 가지만 부탁해도 괜찮을까?

내가 말하기도 전에 프로듀서는 말을 이어갔다.

P:치하야를...다르게 불러도 괜찮을까 싶어서...말이야...하하핫...

그렇게 말하고서 아까와 마찬가지로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는 손사래를 치며 부저으이 표시를 보내며 말을 이어갔다.

P:그,그러니까...나중에 치하야랑 한 맹세를 지키기 위해선...그, 그게...

망설이는 프로듀서가 귀여워서 난 웃으면서 프로듀서를 보며 말했다.

치하야:프로듀서가 정 그러고 싶다면 그러는 것도 괜찮겠지요...

프로듀서는 내 말을 듣자마자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P:치-쨩...괜찮으려....나?

치-쨩이라 괜찮은 별명 같다. 나는 좋은 별명을 지어준 프로듀서에게 보답도 할 겸 웃으면서 되받아쳤다.

치하야:그럼 저는 프로듀서 대신 미나토라 불러도 괜찮을까요?

언젠가 한번은 꼭 불러보고 싶었기에...나는 진심 반 거짓 반을 섞어 말했다.

P:우우우우오아아아앗!!!

프로듀서는 얼굴이 빨개져서 얼굴을 가리며 다급한 듯 말했다.

P:여, 역시 이런 거 그만 둘래...!

난 그런 프로듀서의 반응에 장난기가 발동해서 무릎을 꿇고 손을 잡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치하야:미나토는...정말로 귀여워...

P:우....아아아아아앗!!!

프로듀서는 순간 뒤로 넘어갈 뻔 했다. 나는 프로듀서를 잡아서 균형을 맞췄다. 그 후 프로듀서가 헛기침을 한번 하고 체념하듯 나에게 말했다.

P:역시 그만둘래.

나는 포기할 수 없었기에 계속 장난을 쳐보기로 했다.

치하야:미나토...나랑...

P:....!

치하야:미나토가 있어서 난 정말...행복해.

P:으....!

치하야:미나토, 정말이지...난 언제나...

그 때였다. 프로듀서는 당황한 듯 울먹이며 나에게 소리쳤다.

P:역시...그만 둘래!!!

난 장난을 그만두고 웃으면서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역시 다쳐도 미나토...가 아니라 프로듀서는 힘이 넘치시네요..하핫...제가 프로듀서에게 있어서 삶의 버팀목이 된다면 프로듀서도 저에게...

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을 이어갔다.

치하야:삶의 증거가 돼줬으면 좋겠어요...하핫...저에게 있어서 다양한 감정이란 새로운 걸 찾아내줬으니까요...

프로듀서는 살짝 삐진 듯 오기를 부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P:그래, 그래주지. 나도 치하야가 없는 건 지금에 와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니까. 나도 치하야에게 삶의 증거가 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겠지.

난 그 표정이 귀여워서 눈을 감고 미소를 지은 채 프로듀서에게 살며시 말했다.

치하야:언젠가는 반드시...프로듀서에게 있어서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요...그게 반복돼서...

난 한 템포 쉬고 말을 이어갔다.

치하야:연인이 되고...언젠가는...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프로듀서가 내 말을 받아쳤다.

P:결호....

난 받아친 프로듀서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치하야:역시 그만 둘래요!!!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는 뒤로 돌아서서 가슴에 손을 댄 후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치하야:아무리 그래도 저보다 더 나은 여자도 많을 테니까...가,가슴도 그렇고...

프로듀서는 그런 내 말을 듣고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P:난 솔직히 여자를 사귀어 본적이 없어서 그렇지만...난 가족 같은 사람이 정말 좋아. 얼마 전에 오디션 회장에서도 난 치하야에게 우리 엄마보다 더 엄마 같단 생각도 들었거든. 그리고 가슴 같은 건 어차피...

프로듀서도 나와 마찬가지로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인 채 잠깐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말을 이어나갔다.

P:어차피 가슴 같은 건...

내가 뒤를 돌아보자 프로듀서는 한 템포 쉰 뒤 눈을 질끈 감고 큰소리로 외쳤다.

P:빈유는 스테이터스다! 희소가치다아아아아아아아!!!!!

난 순간 당황했다.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나와 프로듀서에게로 집중되었다. 프로듀서는 그 말을 하고 난 뒤 쳐다보는 시선들을 향해 능글능글한 웃음으로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프로듀서의 그 말이 다시 떠올라서 얼굴이 화끈해졌다. 나는 주저앉아서 앉아있는 프로듀서에게 들러붙은 뒤 꼬옥 안았다.

약 10분 정도 지난 뒤 사람들이 조금씩 빠져나가서 나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조금 멋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치하야:역시 프로듀서는 용감해요...저도 그런 용기를 가지고 있으면 좋을 텐데...하핫...그, 그리고 아까 껴안아서 죄송해요...아팠지 않았어요?

프로듀서는 아팠냐는 질문에 고개를 젓고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P:으응....아니 전혀 안 아팠어. 오히려 치하야가 더 가까이 있었단 사실이 정말 기뻤어. 근데 이, 이런 말하면 내가 꼭 선수 같이 보이려나...?

솔직히 선수 같지는 않다...그냥 연애에 서툰 아이 같기만 하다..하핫...하지만 난 조금 짓궂게 말해보았다.

치하야:하핫...그.래.요!

프로듀서는 내 장난이 진심인 줄 알았는지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부정의 표시를 나에게 보냈다. 난 그런 프로듀서를 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치하야:프로듀서도...힘들 때는 언제나 저에게 먼저 말해주세요. 감추지 말고요!

언제 그랬냐는 듯 프로듀서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하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뒤돌아서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이틀 후. 드디어 나의 첫 데뷔무대가 열리는 날이다. 긴장된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다. 한편 또 다른 마음으로는 프로듀서가 오늘 나의 무대를 보러 올까...라는 불안감과 기대를 갖고 있었다.

치하야:후우...준비는 다 끝났고...이제 회장에 가기만 하면 되는구나.

짐을 챙기고 택시를 잡아 지방 방송국까지 갔다. 안으로 들어서니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치하야:진짜 방송국이긴 하구나...여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가 오늘 나갈 방송국의 대기실을 찾아갔다. 이윽고 나의 대기실을 찾아다닐 때, 누군가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여기야, 키사라기 양!

치하야:저 사람은...도대체 누구지?

난 그 사람한테 가까이 다가갔다. 그 사람은 뭔가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메고서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이야, 첫 무대라니! 축하해! 난 코토리와 가까운 친구인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나카무라 아사미야. 코토리한테서는 765프로에 대해서 꽤나 익히 들었다고? 그 중에서도 데뷔를 못했다는 애가 있다길래 내가 단박에 하겠다고 말했지! 아 참, 말이 길어졌네. 난 그냥 아사밍이라고 불러. 하핫!

치하야:아...하...하...

난 순간 그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엄청난 텐션에 압도되고 말았다...

아사미:자, 자! 대기실로 들어가서 메이크업, 메이크업! 들어가자고!

등을 떠밀려 들어간 대기실은 상당히 넓었다. 생수나 기타 필요한 물품도 안에 전부 구비되어 있었기에 나는 그것에 놀랐다.

아사미:어때? 방송국에 온 소감은?

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치하야:넓네요...거기다 필요한 것도 거의 다 있고...

아사미 씨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사미:그렇지? 나도 처음에 왔을 때는 엄청 쫄았었다구! 하지만 몇 번 들리다 보면 자연스레 익숙해질 거야!

아사미 씨는 헛기침을 한번 한 뒤 말을 이어갔다.

아사미:오늘 코토리가 온다면 말이지...나는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거거든. 평소에 인터넷으로 친해진 친구라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 어색하잖아? 알겠지? 둘만의 비밀이다!

그렇게 말하고서 아사미 씨는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나를 거울 앞에 있는 의자에 앉힌 뒤 가방 속에서 화장품 세트를 꺼내 나에게 자랑하며 말했다.

아사미:이거 내 돈으로 직접 산거야! 얼마나 고생했는지...처음에 내가 견습생으로 들어갔을 때는 애들이 쓰는 화장품이나 만지면서 옆에서 도와주기만 했었는데...이렇게 내 돈으로 화장품을 사고 혼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뻤는지...하하.

아사미 씨는 나한테 볼터치를 해주면서 웃었다.

아사미:이렇게 누군가가 다른 사람처럼 바뀐다는 게 마냥 신기하지 않아? 나도 그 점에 끌려서 이 직업을 선택한 거지만 하핫!

나도 가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치하야:그렇네요. 그럼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사미:오늘 하루라니 섭섭한 걸? 앞으로도 함께야! 팍팍 가자고!

가볍게 하는 화장이 끝나고 아사미 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사미:본격적으로 하는 메이크업은 리허설이 끝나고 와서 하는 게 좋아. 그럼 나도 으으으으!!!

아사미 씨는 기지개를 한번 하고 말을 이어갔다.

아사미:곧 있으면 시작이니까 긴장하지 말고 잘 해보라구!

아사미 씨가 내 등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 나도 기합이 들어가서 양 주먹을 꼭 쥐고 대답했다. 

치하야:네! 열심히 해볼게요.

그리고 10분 뒤 리허설 준비를 하라는 스태프의 말과 함께 리허설 현장으로 갔다.

스태프:뭔가 부족한 거 없으신가요?

가는 도중에 스태프가 웃으면서 나에게 물어보았다.

치하야:그다지...없는 것 같기도 하다만...

스태프:그러면 다행입니다. 저희 스태프들한테는 연예인과 관련 인물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치하야:고맙습니다.

그리고 기나긴 통로를 빠져나와 드디어 무대에 서게 되었다. 아직 리허설이라 몇 명 빼고는 관객석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나는 다시 한 번 심기일전 하고 리허설을 시작했다.

리허설 도중 곡을 멈추고 음향 담당이 말을 걸어왔다.

음향 담당:목소리는...저기 어떠세요? 너무 큰가요? 아니면...

나는 인이어 마이크를 바로잡으며 말했다.

치하야:괜찮아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그럼 계속 진행해주세요.

그렇게 리허설이 끝나고 무대에 내려왔을 때 아사미 씨가 백 스테이지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사미:좋았어, 무사히 끝냈구나. 그나저나 그 곡 뭔가 이상하지 않았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치하야:아뇨,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곡이라면 1년에 5번까지는 바꿀 수 있으니까요.

아사미:그래...그럼 돌아가자.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 되니까.

대기실에 돌아가서 땀으로 벗겨진 화장품을 다시 칠하고 아까보다 더 많은 화장품을 내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

아사미:본격적인 메이크업은 상당히 고된 작업 중 하나야. 기초 메이크업보다 훨씬 더 많은 화장품의 종류를 외워서 화장을 받는 사람의 피부상태나 기타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되니깐. 하지만 하다보면 재미있다는 게 또 다른 매력이려나?

화장을 받고 있는 도중에 대기실 바깥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사미 씨는 나에게 얼굴을 갖다 댄  후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아사미:비~밀! 알고 있지?

치하야:네. 물론이죠.

이윽고 문이 열리고 오토나시 씨와 프로듀서가 들어왔다. 프로듀서는 손을 흔들며 나를 보고서 웃으면서 말했다.

P:좋은 아침이야, 치하야.

프로듀서 정말로 와줬구나...난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잠시 억누르고 침착하게 말했다.

치하야:저,정말로 와주시다니...생각도 못했어요...

코토리:며칠 새 상태가 호전돼서 말이야...다행이지...정말.

오토나시 씨의 말을 듣고 며칠 전에 억지를 부렸던 게 생각났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서 오토나시 씨한테 말했다.

치하야:오토나시 씨...며칠 전에 제가 했던 행동 용서해주실 건가요...?

코토리:물론, 치하야의 그 때 상태가 어땠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전 먼저 돌아가 볼게요. 아직 일이 남아있어서...

오토나시 씨는 내 사과를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주었다. 이윽고 오토나시 씨는 대기실을 나갔다.

치하야,P:그럼 먼저 돌아가세요!

인사를 한 뒤 나는 우물쭈물 거리며 프로듀서를 보고 물어봤다. 화장을 처음 했는데 잘 어울리려나...라는 불안감이 있었기에...

치하야:어,어때요...제 모습?
 
P:최고야! 오늘 그럼 열심히 하고 와!

그런 불안을 프로듀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강하게 긍정하는 걸로 바꿔주었다. 난 정말로 기뻐서 프로듀서에게 크게 외쳤다.

치하야:네! 열심히 하고 올게요!

프로듀서와 인사를 한 뒤 다시 기나긴 통로를 빠져나가서 무대에 올라선 그 때.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가 무대를 감싸고 있었다. 밝은 조명이 모두 꺼지고 나는 그 속에서 심호흡을 한번 했다.

치하야:잘해야 돼...후우...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는 긴장감을 감추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 사람들의 표정은 웃기는 듯 서로서로 웅성거리기 바빴다. 나는 그 속에서 결국 끝까지 노래를 불렀다.

인사를 하고...무대를 빠져나와 대기실에 돌아왔다. 프로듀서는 나를 보자마자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나에게 물어봤다.

P:수고했어. 그나저나 그 곡...내가 잘 못 준 거려나...?

나는 태연하게 프로듀서의 질문에 대답했다.

치하야:어차피 곡을 받은 이상 무슨 곡을 받더라도 연습은 제대로 해둬야 하는 게 기본이니까요. 잘못 줬더라도 별로 신경은 쓰지 않아요. 그나저나 제 노래 어땠어요...?

솔직히 궁금했다. 과연 어떨지...

P:훌륭했어. 최고의 무대였어. 

하지만 표정은 꽤나 굳어있었다. 나는 손날로 미나토의 머리를 가볍게 내리치며 말했다.

치하야:에...프로...가 아니라 미나토! 거짓말 하면 못 써!

그러자 프로듀서는 놀란 듯이 나를 보며 되물어왔다.

P:아얏! 어떻게 파악한 거야?!

치하야:그야, 반응을 보고 알 수 있었죠. 아무래도 영 이상하더라고요.

프로듀서는 놀라면서 나에게 되물어왔다.

P:무대의 반응만 보고도 무대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는 거야? 대단해...

치하야:가수로써 무대의 반응을 읽지 못하면 그 가수는 자격미달이라 해도 되려나요...? 어찌됐건 무대의 반응을 읽지 못하면 자신을 향한 호응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니까요.

나는 놀란 프로듀서의 얼굴을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 프로듀서도 내 대답을 듣고 공감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치하야:그나저나 오늘 밤이 기대되네요...하핫. 

P:오늘 밤?

난 답답해서 한숨을 쉰 후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전에 말했던 아이돌 랭크 말이에요...벌써 잊어버린 거에요?

P:아, 그게 밤에 발표하는 거였어?

치하야:네,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면...아이돌 랭크가 올라가는 거죠. 그리고...

난 눈을 감고 한 템포 쉰 뒤 말을 이어갔다.

치하야:모든 아이돌들이 노리는 건 단 한 가지에요. A랭크가 되어 IU(아이돌 얼티메이트) 본선에 진출하여 톱 아이돌이 되는 것이죠. 저같이 아직 데뷔도 하지 않았던 아이돌들은 데뷔 오디션 하나만 따도 F랭크로 올라갈 수 있다지만...나머지 랭크를 올리기 위해선 IU의 예선전을 뚫고 올라가야 된다고 들었어요.

P:....복잡해...!

프로듀서는 내 말이 어려운지 머리를 긁은 후에 나를 보며 말했다.

P:한마디로 다른 애들을 안 밟으면 올라갈 수 없단 소리지?

치하야:네, 그렇단 소리죠. 그리고 오직 한 사람만이 IU의 정점에 오르는 거죠.

P:그럼 IU인가 뭔가 하는 것만 1등을 하면...

치하야:외국에도 참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단 거겠죠.

P:그래...? 갑자기 후끈 달아오르는데!

프로듀서는 그 사실이 기쁜지 주먹을 불끈 쥐고서 나를 보며 외쳤다.

P:그럼 앞으로의 일정을 위해 그리고 오디션 합격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내가 맛있는 거 쏠게!

맛있는 거라...뭘 사줄까...란 기대를 가지고 나는 프로듀서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치하야:정말요? 고마워요!

프로듀서는 가방을 챙긴 뒤 대기실에서 나갔다. 나는 아사미 씨한테 슬쩍 귓속말을 전했다.

치하야:죄송해요...데리고 가지 못해서. 다음에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그리고 오늘 하루 수고하셨어요.

아사미 씨는 손사래를 치면서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아사미:아냐, 아냐! 헤헷...그럼 둘만의 오붓한 시간 잘 보내라구!

치하야:오, 오붓하게라뇨! 우,아아앗...저와 프로듀서는 아직까지 그런 관계가...

난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진 채 말했다. 아사미 씨는 내가 귀여운지 나를 보며 말했다.

아사미:뭐 어때? 내가 보조로 일할 때도 프로듀서와 맺어진 아이돌을 한명 봤다고? 그래, 결혼까지 했었다던가...소문으로는 딸을 낳아서 그 딸도 아이돌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물론 신인이라고 하긴 하지만.

치하야:그런...소리 하지 말아요...부끄러워서...우우...

아사미 씨는 가방을 재차 정리하고 그걸 멘 뒤 나에게 말했다.

아사미:그럼 먼저 실례할게. 밖에서 남친이 기다리고 있다고? 빨리 가보는 게 좋을 거야. 후후훗...

음흉하게 웃으며 아사미 씨는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나도 짐을 정리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프로듀서를 만나러 갔다.

P:그럼 가볼까?

프로듀서의 손을 잡고 사무소로 향했다. 사무소에서는 사장님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우릴 맞아주었다.

타카기:아, 오늘 하루 수고 많았네. 자네들의 활약은 TV에서 잘 봤다네. 그럼...으흠! 아이돌 랭크 발표시간이라네. 어디보자...F랭크! F랭크로 상승했다네. 축하하네.

치하야,P:고맙습니다!

아이돌 랭크가 드디어 올랐다...! 타카기 사장님은 기뻐하는 우릴 보면서 말했다.

타카기:그럼 오늘 하루 푹 쉬도록 하게. 피로는 건강의 주적이니 말일세.

프로듀서는 사장님에게 인사를 한 뒤 사무소를 나와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갔다. 나는 가는 도중에 프로듀서에게 물어봤다.

치하야:그나저나 어디 가는 거에요?

P:글세...? 가보면 알지.

이윽고 도착한 데는 고깃집이었다. 프로듀서는 돼지갈비와 맥주를 시키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P:여기 내가 자랑할 만한 고깃집이야! 돈은 그럭저럭 있으니 먹고 싶은 만큼 실컷 먹어도 돼!

치하야:고마워요...헤헷...

이윽고 프로듀서가 시킨 돼지갈비와 맥주가 나왔다. 프로듀서는 맥주 캔의 뚜껑을 따며 말했다.

P:그나저나 맥주라...오랜만에 먹는 것 같네. 하핫...

치하야:그나저나 다친 사람이 술 같은 걸 마셔도 괜찮은 거에요?

나의 걱정 섞인 질문에 프로듀서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P:괜찮아, 괜찮아! 한 캔 정도야...뭐 어떻게든 되겠지...하핫...!

순간 생각했다. 프로듀서에게 술을 마시게 해선 안 된다고...

난 맥주 캔을 바라보며 프로듀서에게 물어봤다.

치하야:그나저나 맥주란 건...보리로 만든 술 맞죠?

P:응, 시원해서 엄청 맛있어. 물론 치하야는 아직 안 돼.

역시 안 되려나...난 살짝 머리를 써서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저도 한 모금만 마셔 봐도 돼요?  

P:아서라...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술을 마시면 목 다 상한다고?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갔다. 난 허공을 가리키며 프로듀서에게 다급한 듯이 말했다.

치하야:알겠어요...근데 프로듀서 저기 누군가 오는데요...

P:누구?

프로듀서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 때다! 난 재빨리 상위에 올려놓은 맥주 캔을 뺏어서 그 속에 들어있는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안 프로듀서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P:우아아아앗!!! 뭐, 뭐하는 거야?!

프로듀서는 당황해서 내 손에 있는 맥주 캔을 빼앗았다.

P:안 돼! 크으...벌써 반이나 마셨잖아?!

그 때였다...내 몸이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정말로 기분이 좋아져서...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로...난 프로듀서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프로듀서는 머리에 손을 대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P:으...벌써 취한 건가...

치하야:하핫....

의식이 끊겼다.

그리고 눈을 다시 떴을 때, 머리가 어지럽고 앞은 휘청거려 제대로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불빛이 있는 곳을 향해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걸어간 뒤 또 다시 문이 있기에 열고 들어갔다.

치하야:여기가...화장실이구나...

난 바지와 팬티를 내리려고 했다. 그러자 살색에다 밑에는 하얀 무언가를 걸친 물체가 내 바지를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치하야:(뭐...야 이 이상한 건....)

난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바지를 내리려고 했다. 그러자 그 물체는 계속해서 바지를 올리려고 했다.

치하야:(거 참...신경 쓰이게 하네...이걸 확...!)

발차기를 하려고 다리를 든 순간 내려가 있는 바짓단이 밟혀서 난 살색 물체와 함께 앞으로 넘어졌다. 그리고 시원한 액체가 내 몸을 적셔주었다. 난 그 살색 물체가 빠져나가려 하기에 살색 물체의 어떤 부분을 강하게 잡았다. 그러자 살색 물체는 빠져나가려고 용을 써댔다. 이윽고 흰색 물체가 내 손에 잡히고 살색 물체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치하야:....으으...

아까 액체 탓인지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쓰러진 채 계속 누워있었다. 이윽고 프로듀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P:치하야 이러다간 감기 걸리겠는걸...

프로듀서는 내 모습을 보고 부끄러운지 얼굴을 가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내 옷을 한 겹 한 겹 벗기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 시원한 액체는 바구니에 받아놓은 물이었던 모양이다...옷을 다 벗기고 욕실의 행거에 걸어놓은 뒤 프로듀서는 젖은 몸이 된 나를 닦아준 뒤 팔에 안고서 바깥으로 나갔다. 

치하야:(....)

난 부끄러워서 그냥 엎드려 있었다. 이윽고 프로듀서가 티셔츠와 반바지를 들고 와서 나에게 입히기 시작했다.

P:우우...정말이지...이런 건...난 감당할 수 없어...!

왠지 모를 절규에 가득 찬 프로듀서의 비명을 들으며 옷을 다 갈아입혔다. 프로듀서는 그 후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P:아휴...그러게 술은 왜 마셔서...

그리고 날 침대에 눕히고 자기도 이부자리에 누워서 말을 했다.

P:하지만...이런 시끌벅적한 생활도 나쁘지는 않겠다...하핫...

프로듀서가 눈을 감고 난 뒤 난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프로듀서의 집 같았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에 벗겨져 있던 옷들은 방 한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난 침대에서 내려와 잠든 프로듀서의 뺨을 찌르며 웃었다.

치하야:죄송해요...다음에는 절대로 술...안 마시...후으...

난 얼굴이 화끈거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치하야:어쩌면 마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여, 역시 그냥 잠이나 자야지...!

난 프로듀서가 갈아입혀준 티셔츠에 적혀있는 글귀를 보고 웃으면서 잠들었다.

[허나 거절한다. 일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잡설공간====

심의돌파 치-쨩라간!(...)

쓰다 보니 코토리 씨가 자꾸 저한테 들러붙어서 쿨럭;
뭐 여하튼...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이름 모티브는 누군지 아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그리고 은근슬쩍 묻어가는 세계관 교체의 공신.
누군지 아시겠죠...?

이번 편은 프로듀서 편보다 치하야 편을 더 즐겁게(...) 썼습니다.
뭐 다음 편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업 시작!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쨩 무서운 아이!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덧붙여서 프로듀서가 입고 있던 티셔츠는 누구 거랑 똑같은 티셔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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