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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노트 - 네가 내 사촌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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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4, 2016 01:07에 작성됨.

 

나는 거대한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멍하게 하늘을 봤다. 하얀색 뭉게구름이 유유히 떠다닌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거대한 나무의 가지들은 바람에 의해서 흔들리면서 소리를 냈다. 고요한 분위기에서 작은 소음... 나쁘지 않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낮잠 자기 딱 좋은 장소이다. 날씨가 덥지만... 그늘 밑이기도 하고 바람이 잘 불어오기 때문에 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오빠-! 오빠아-!"

 고요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이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 나는 꿈쩍하지 않았다. 소리가 멎고 나의 시야에서 한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검은색 단발머리를 가지고 있는 소녀는 초록색의 큰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봤다. 우리들은 서로의 눈동자를 조용히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집에 아무도 없어? 소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그렇게 부르던 그녀는 내 앞에만 오면 바로 말문이 닫혀버린다. 뭐, 이건 꽤나 익숙한 광경이다. 방학 때가 되면 부모님이 날 이쪽으로 보내버리니까... 외갓집이 있는 이 시골에... 처음에 왔을 때는 따분했었지만 지내고 보니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게 계속 쳐다보지 말고 옆에 앉지그래...?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앉았다. 소녀의 이름은 시부야 린. 어머니인 시부야 사토코의 오빠. 외삼촌의 딸이다.

 "오빠."

 린은 속삭이듯이 나를 불렀다. 응...? 왜? 나는 계속 시선을 하늘로 고정한 채 말했다.

 "다음에는 언제 와?"

 어... 하늘에서 눈이 내릴 때 오려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헤에...? 눈 오면 오빠가 오는 거야?"

 그 시기에 방학이 시작하니까... 그때 올 거라고 생각해. 이렇게 말해도 나는 린에게 크게 해준 것이 없다. 그냥 방학이 시작되면 부모님에게 떠밀려 시골로 와서 외갓집 식구들이 없을 때 내가 어린 린을 봐주는 생활을 했을 뿐이다. 봐줬다고 해도 이 녀석이 엉뚱한 짓을 하고 다니지 않아서 내가 하는 것이 진짜 없다.

 아... 생각해보니까. 린. 너도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겠구나. 나는 얼굴을 돌려서 린을 봤다.

 "학교가 뭐야...?"

 린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음... 귀찮... 아니지. 공부하는 곳이야. 친구들이랑 만나서 같이 공부하는 곳.

 "친구...?"

 어... 친구. 친구들과 만나면 굉장히 재미있어. 오빠가 놀아주는 것보다도 더 재미있을 거야. 린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야. 린은... 오빠랑 노는 게 재미있는걸...

 나는 윗몸을 일으켰다. 린은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방학 때마다 놀러 오겠지만... 내가 없을 때는 따분하잖아? 친구들하고 많이 친해지내. 그러면 나를 기다리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지 않을까?

 "으... 응! 린...! 친구 많이 사귈게! 헤헷...!"

 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야... 착하네. 시부야 린... 아키라 오빠는 정말 안심이야. 나는 실실 웃었다. 이렇게 웃으면서도 마음의 한구석은 불편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 방학 때도 공부를 하겠지.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그리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겠지. 평소뿐만이 아니라 방학 때도...

  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런 곳에서 들릴 소리가 아닌데...? 벨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도대체 어디에서 들려오는 거야...?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에엑!? 지진이야!? 우리를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지켜주던 나무는 요란하게 흔들린다. 나는 린을 쳐다봤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린...?

내 귀 옆에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와 진동이 나를 깨웠다. 윽... 뭐야. 꿈이었나...?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폰을 집어 들었다. 아니... 오늘 분명히 주말인데 어째서 벨이 울리는 거냐...? 휴대폰 속에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고 있었다. 아니... 주말에 안 쉬냐!? 너희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보세요...? 장난 전화시면 끊습니다?

 -아, 여보세요...!?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 목소리를 들어보아서는 내가 관리하는 아이돌 중에는 없는 목소리이다. 그렇다고 센카와씨의 목소리도 아니다.  누구세요...?

 -야마모토 아키라씨의 휴대폰인가요...?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예... 제가 야마모토 아키라입니다. 누구십니까? 여자는 나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누구시냐고요...?

 -으... 오... 오빠?

 음...? 오빠? 나를 오빠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있었던가? 죄송하지만 성함 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린이야... 시부야 린.

 어... 어? 순간 머릿속의 사고가 멈춰버렸다.

 -오빠...?

 네가 린이라고...? 시부야 린?

 -응... 린이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내가 중학생이 된 이후에는 빠른 입시 준비로 시골로 내려가지 않았으니까. 뿐만 아니라... 너무 바빠서 외갓집 여동생인 린의 존재도 서서히 잊혀 갔었다. 그런데 린이 내게 전화를 걸었다...? 번호는 어떻게 알아낸 거지? 나는 헛기침했다. 어... 어! 린. 목소리가 굉장히 몰라보게 청순해졌네...? 잘 지냈어?

 -아... 응! 오빠... 그런데, 문 좀 열어줄래?

 음...? 문? 너 어딘데...?

  -그야 오빠네 집 문 앞이지.

 하...?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방에서 나갔다. 방에서 나와 나는 현관 쪽으로 걸어나갔다. 네가 어떻게 내 집을 알아...?

 -그야, 물어봤으니까...

 나는 바로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나와 비슷한 키를 가진 여자가 서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긴 흑발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귀에 갖다 댔었던 휴대폰을 내렸다. 린...? 여자는 초록색 눈동자로 나를 쳐다봤다. 애깃살이 있었던 어렸을 때와는 다르게 그녀의 얼굴은 굉장히 갸름했다.

 - 아키라 오빠...!

 여자는 내게 달려와서 안겼다. 으와아앗!? 린!? 린...!

 -보고 싶었어...

 나는 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만이야. 린... 린은 나를 놓아줬다. 자, 들어가자. 그나저나 지금 몇 시지? 나는 휴대폰을 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현재 시각 오전 9시. 나는 린을 봤다. 밥은 먹었어? 먼 길 오려면 일찍 일어났겠는걸?

 "응? 괘... 괜찮은데... 원래 주말 아침은 잘 안 먹는데..."

 린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안돼! 건강에 좋지 않아! 잘 먹어야지...! 앉아있어. 밥 차려줄 테니까. 나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의 사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볶음밥은 해줄 수 있겠네... 나는 필요한 재료들을 꺼내어 싱크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도마를 꺼냈다.

 몇 안되는 재료들을 손질한다. 당근, 양파, 감자... 그 이상은 없다. 손질 후에는 프라이팬을 꺼내고 그 위에 기름을 두른다. 나는 느긋하게 조리를 시작했다.

 "오빠... 능숙하네..."

  린은 감탄해하면서 말했다. 음... 2년 정도 혼자 지내다 보면 이렇게 돼. 다만, 맛은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고개를 돌려 린을 잠깐 보고 다시 원위치했다.

 "혼자...? 이 집에서?"

 어... 나 이쪽 지역으로 취직하면서 부모님께서 집 마련해주셨어.

 "혼자선 안 외로워?"

 뭐... 외롭긴 하지만 대부분은 바쁘고 늦은 밤에 돌아오니. 외로울 틈이 있을진 모르겠어. 주변에 직장 동료들 몇몇이 살고 있으니까. 괜찮기도 하고... 동료들이 집으로 자주 놀러 오거든.

 "헤에- 무슨 일하는데?

 음... 프로듀서를 하고 있어. 아이돌들을 관리하고 각종 이벤트 같은 거 기획하지. 그 외에는 그냥 일반 회사원.

 "헤에- TV에서 나오거나 대학교 축제 때 섭외되는 여자들이나 남자들...?"

 응. 그런 사람들을 저희 프로듀서가 관리한답니다. 그나저나 린은 어디 대학교 다녀? 나는 약간 흥얼거리면서 야채와 밥을 볶았다.

"DG대학."

 어... 어? 뭐라고? 나는 하는 행동을 멈추고 린을 봤다. 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방금했던 말을 반복했다. 어... 엄청나잖아! DG대학이라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다시 시선을 원위치했다. 대단하다. 시부야 린!

 "그... 그리 대단한 건가...?

 나는 완성된 볶음밥을 개인용 그릇에 담았다. 물론이지! 남들도 다 가고 싶은 곳이잖아? 경쟁률 엄청나고... 성적 커트라인도 높고... 자, 완성됐습니다. 별것 없지만... 나는 볶음밥이 담긴 그릇과 숟가락을 린 앞에 내려놓았다.

 "오오..."

 린은 눈을 반짝이면서 볶음밥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마... 정말 별거 안 들어있으니까. 린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었다. 나는 그녀를 마주 보고 앉았다. 이렇게 같이 식사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어렸을 때는 방학 때마다 놀러 가서 같이 밥 먹었었는데...

 '다음에는 언제 와?

 문득 떠오르는 린의 한마디. 이런 말을 했었던 린이 이번에는 나를 찾아온 것이다. 여러모로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미안하게 생각이 든다.

 "응. 그러네... 오랜만이네. 이 볶음밥 맛있다."

 린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의 얼굴을 보아하니 부모는 아니지만 괜히 뿌듯하게 느껴졌다. 잘 컸구나. 잘 컸어...! 아름다운 숙녀로 자라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뭐... 그렇다고... 특별한 감정은 없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실실 웃었다. 고마워. 많이 먹어.

 우리들은 이후 조용하게 식사했다. 순수한 그때의 시절같이...

 식사를 마치고 나는 그릇들을 수거했다.

 "내가 설거지..."

 린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안돼. 손님을 시킬 수는 없지. 게다가 오랜만에 보는 동생이니 더더욱...! 앉아있어. 오빠가 다 할 테니까.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린을 봤다.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자리에 앉았다. 나는 느긋하게 설거지를 시작했다.

"생활력있네... 대단해."

나는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뭐... 아까도 말했지만 2년 정도 혼자 살아보면 이 정도는 가뿐하지. 나는 흥얼거렸다.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일반 평범한 클래식 노래. 이 전화는... 아이돌을 관리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특정 아이돌의 벨을 그 아이돌의 대표곡으로 설정하게 되었다. 물론, 대표곡이 없는 아이돌은 클래식 노래로 대체하지만... 그 외의 사무원이나 관계진은 설정하지 않았다. 이 전화는 내가 얼마 전에 스카우트한 '마츠모토 사리나'의 전화이다. 나는 설거지를 중단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키라? 뭐 해?

 휴대폰 건너편에서 약간 장난기가 섞여있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방금 밥 먹고 설거지 중이었어.

 -아, 그래? 혹시 시간 있어? 심심한데 놀러 가자!

 나는 고개를 돌려서 린을 봤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시선을 원위치했다. 중요한 손님이 와있어서 안돼.

 -에-? 알았어. 그럼... 나중에 봐-

사리나와의 통화를 끝냈다. 나는 휴대폰을 다시 넣고 설거지를 이어서 했다.

 "누구...? 여자친구?"

 아니? 그냥 고교시절 친구야. 하... 여자친구. 없어. 오빠에겐 없습니다-! 나는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의자에 앉았다.

 "헤에- 여자친구. 없구나..."

 린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나저나 집은 언제 가? 학교생활 꽤나 빠듯하잖아?

 "어? 음... 그렇게 빠듯하진 않은데...? 더군다나 난 지금 방학 중이고 말이야?"

 응? 방학...? 모처럼의 방학인데 여기에 와도 돼? 친구들하고 놀러 가거나... 여행 가거나... 그래도 되잖아?

 "모처럼... 오랜만에 보고 싶어서 왔어. 한동안 못 봤으니까. 오늘 보니까...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인 것 같아."

 린은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 오빠 걱정을 다해주고... 착하네. 린... 나는 실실 웃으면서 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히... 히힛..."

 오늘 돌아가겠지? 방학이라고는 하지만 너 할 건 해야 하니까.

 "응...? 아니? 좀 오래 있다가 갈 건데?

 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응...? 얼마나 있다가 가려고...?

 "일주일...?"

 일주일씩이나...? 길어!

 "어째서...? 어렸을 땐 방학 내내 우리 집에 있다가 갔잖아?"

 그때는... 음... 응! 어렸을 때잖아? 그때의 나는 너를 보호자 역할로 보내진 거잖아? 너 혼자 집에 남겨질 시간이 많으니까! 안 그래? 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 나이로는 이제 그런 것은 의미가 없고 말이지. 평일에는 내가 일하러 나가니까. 집에 없어요. 기껏 와줬는데 미안하잖아?

 "응? 괜찮아...!"

 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에엑...? 괘... 괜찮다고? 린의 눈에서 빛나고 있다. 아... 알았어. 네가 괜찮다면야... 그래도 언제든지 돌아가도 돼. 돌아갈 때는 연락해주고... 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실실 웃었다.

 나는 린을 데리고 내 방으로 왔다. 여기가 오늘부터 네가 잘 방이야. 물론, 내 방이지만... 따로 재워줄 곳이 여기 밖에 없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응...? 오빠는?"

 린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어... 거실에 있는 소파.

 "에-? 아니야. 내가 거실에 있는 소파에..."

 에이... 어떻게 그렇게 하냐? 여동생을 바깥으로 몰아내는 오빠가 어디 있나? 그러니... 넌 여기에서 자도록...! 알았지?

 "흐응- 바닥에서 자는 방법도 있는데...?"

 린은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성인남녀가 같은 방에서 잠을 자는 것은 좀 그렇지 않을까?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어렸을 때는 줄곧 한 이불 속에서 같이 잤잖아...?"

 그때는 그때... 지금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잖아? 이유는 너도 성인이니까. 잘 알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안 그래?

 "헤-? 무슨 이유인데...? 잘 모르겠는데-?"

 린은 장난기로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모르는 척하는 거 전부 다 알고 있습니다. DG대학생님...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동안 너는 여기에서 자고 난 거실에서 잡니다. 알겠습니까? 시부야 린씨...? 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오빠는 린을 굉장히 싫어하는구나...? 어렸을 때는 옆에 있어도 뭐라고 안 했는데... 이젠 다 커서같이 있기도 싫은 거구나...? 그렇구나... 오빠는 '로리콘'이구나...?"

 린은 어깨를 쭉 늘어뜨리고 침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것에 걸터앉았다. 윽... 널 싫어하지는 않지만 '로리콘'은 아니야... 애초에 그 나이대에는 로리콘을 따질 나이가 아니었잖니!? 린은 박장대소했다.

 "그냥 장난쳐봤어!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래-?"

 린은 윙크하면서 말했다. 그야... 네 표정이 굉장히 어두웠으니까. 그리고 나도 여러모로 미안한 거 많았고... 나는 린의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응...? 미안한 거...?"

 뭐... 연락 같은 거 없었다는 점...? 나 어느 순간부터 너희 집에 안 갔었잖아? 린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에-? 아아... 뭐 그거야... 오빠가 바빴으니까. 처음에는 서운했었는데... 시간 지나니까. 이해가 되더라고... 그나저나 그게 미안했었던 거야? 히-"

 린은 일어나서 내게 다가왔다.

 "다행이다. 오빠가 변하지 않아서... 여전히 다정해. 다만... 키 차이는... 변했네? 어렸을 때는 나보다 컸었는데..."

 린은 나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훑으면서 말했다. 윽... 그 이야기 안 나오나 했다. 내가 안 크고 싶어서 안 큰 거 아니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린은 내게 다가와 안겼다.

 "비록 '키가 작아도' 오빠는 오빠니까."

 나는 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키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좋은데 말이지. 린은 내 품에서 실실 웃었다.

 그런데... 막상 네가 왔는데 말이지. 뭐 하지? 나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린은 따라와서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리모컨을 집어서 TV를 작동시켰다.

 "아직 오전이니까. 딱히 활동할 필요는 없잖아?"

 오... 나랑 같은 생각이군. 잠깐만...? 정말 그래도 되는 거야?

 "응. 나도 오전에는 굳이 활동하고 싶진 않아서 말이야. 아침에 약해."

 린은 TV채널을 돌리면서 말했다. 이야... 나랑 완전 똑같잖아? 설마 주말 하루 종일 집에서 늘어져있다거나...?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친구는 사귀고 있어? 린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에엥? 왜? 굉장히 인기를 누리고 있을 것 같은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달까... 뭐랄까..."

 린은 나를 봤다. 그녀의 볼이 약간 붉게 달아올랐다. 응?

 "으... 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

 린은 TV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오빠는...?"

 린은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나야... 뭐. 일에 집중하고 싶기도 하고... 워낙 바쁘니까. 여자를 만날 여유가 없지. 너처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 말이지...

 "아이돌들 많이 보잖아? 마음에 드는 아이돌이라든지. 있어?"

 아, 아이돌들...? 글쎄다. 난 그 친구들에게는 연애 감정을 지웠는데... 걔들은 연애금지이고 프로듀서 입장에서 아이돌과 연애하면 난리 나버리니까... 서로 곤란해지는 것은 싫어.

 "헤... 그렇구나. 고백 같은 건 받아봤어?"

 린은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고백? 나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내게 처음 고백했었던 것이...

미나미... 얜 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진행형이었고... 다음은...

타쿠미... 엄청난 직구였고... 마지막 고백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카가키씨... 그런데, 이건 이야기하면 입장이 곤란해질 터. 거짓말을 하자.

 나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없어. 나 인기 없거든. 린은 의심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네게 거짓말해서 득 볼 것이 있을까? 안 그래? 린은 표정을 풀었다.

 "그럼... 모태솔로?"

 린은 안쓰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윽... 가슴이 아파. 너무 제대로 정곡을 찔렀어. 맞아. 나 모태솔로야.

 "그... 그렇구나. 다행이다."

 린은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에엑? 오빠가 모태솔로라는데 왜 다행이야!? 평생을 홀로 외로이...

 "괜찮아... 그땐..."

 린은 내 손을 잡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린...? 린은 얼마 안 있어 손을 놓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다녀올게. 화장실 어디야?"

 어, 저쪽... 나는 화장실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린은 그대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나, 나중에 커서 오빠랑 결혼할래!"

 린이 틀고 간 TV 드라마에서 소녀가 소년에게 말했다. 그는 실실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럼 나중에 커서 하자."

 유명한 드라마로 잘은 안 보지만 들은 것은 있어서 어느 정도 스토리는 알고 있다. 어이... 너희들 남매잖아. 피로 이어져 있다고... 나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아, 이 장면이네."

 린은 돌아와서 내 옆에 앉았다. 너도 이거 보나 보네? 꽤 막장 드라마로 유명하잖아. 이거...

 "오빠도 봐?"

 아니. 난 안 봐. 내가 관리하는 아이돌들이 보는데 그걸 내게 이야기해줘.

 "헤... 그렇구나."

 우리들은 그대로 드라마에 집중했다. 연속 방송이라서 우리들의 오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점심. 집에는 마땅히 먹을 것이 없어서 바깥으로 나갔다.

점심 먹고... 적당히 시간 때우다가 장보고 돌아가자.

 "응..."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오빠가 사줄 테니까.

 "음. 글쎄...? 햄버거?"

 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햄버거? 그걸로 괜찮은 거야?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네가 괜찮다면야...

 "오빠가 싫다면 다른 거 먹을게..."

 린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싫기는 왜 싫어? 나도 햄버거 좋아해! 먹으러 가자.

 우리들은 햄버거 가게로 왔다. 주말이라서 그런 것일까? 손님이 적어서 우리들은 바로 햄버거를 주문할 수 있었다.

 "감자튀김 많이-"

 린은 메뉴판에 있는 감자튀김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점원에게 주문했다. 자기 취향에 맞는 세트메뉴에 감자튀김 추가로 시켰다. 우리들은 진동벨을 받고 적당한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나저나 감자튀김 많이 좋아하나 봐?

 "응. 바삭하고 짭짤한 것이 맛있어."

 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렇구나-

 "응? 린 아니야?"

 우리들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어...? 나오잖아?"

  엥...? 카미야양? 나와 린은 동시에 말했다.

 "에엑-? 야마모토 프로듀서."

 갈색의 한 묶음 머리. 그 묶음 머리는 일반적인 한 묶음 머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굉장히 풍성한 스타일이다. 그런 풍성한 머리를 가진 여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와 린을 번갈아가며 봤다. 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봤다.

 "응? 나오랑 아는 사이야?"

 어... 우리 회사 소속 아이돌. 물론, 내 담당은 아니야-

 "헤에- 그렇구나. 너도 같이 합석할래?"

 린은 카미야양을 보면서 말했다. 카미야양은 당황한 표정을 유지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쪽 지역에는 무슨 일이가? 아니제... 그것보다는 야마모토 프로듀서와 무슨 관계?"

 카미야양은 나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 제가 지은 죄라도 있나요...? 나는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했다. 탁자에 올려놓은 진동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나는 벨을 집고 일어섰다. 카미야양은 뭐 드실 건가요?

 "에... 에?"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드시죠.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아... 아! 음... 해피밀 세트로..."

 네. 알겠습니다. 바로 주문하고 오겠습니다. 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카운터로 넘어갔다.

 먼저 주문했었던 메뉴를 받고 추가 주문을 한다. 점원은 고개를 숙여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응...? 뭐 사은품이라도 있는 건가요? 점원은 내게 피규어 하나를 건네줬다. 응...? 이건 뭡니까?

 "해피밀 세트에 붙어있는 사은품입니다. 벨은 그대로 가져가셔서 울리면 다시 오세요."

 아, 예...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피규어를 쟁반에 담고 자리로 돌아갔다. 카미야양? 점원이 제게 이걸 줬습니다. 나는 점원에게 받은 피규어를 카미야양에게 건네줬다. 그녀는 눈을 빛내면서 그것을 받아들였다.

 "오오... 아직 물량이 남았네-"

 "헤에- 다행이잖아?"

 린은 카미야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두 사람은 친구 사이? 나는 자리에 앉으면서 린에게 말했다.

 "응- 대학교 동기."

 헤에- 그렇구나.

 "아... 그런데 두 사람... 별로 안 닮았네? 남매 아니야?"

 카미야양은 피규어를 내려놓고 나와 린을 번갈아가며 봤다. 아, 그거라면... 저희 둘은 친남매가 아니라서 말이죠. 린은 외가 쪽 동생입니다. 애초에 친남매여도 닮기가 힘들지도...

 "린... 왜 외가 쪽인 것은 빼먹은 거야?"

 "뭐 어찌 되었건 동생인 건 맞잖아?"

 틀린 말은 아니네요.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처음에 놀랐잖아? 린이 남자와 함께 있길래... 그런데 그 남자가 야마모토 프로듀서라니... 음...?"

 카미야양은 나를 유심히 봤다. 음...? 왜 그러시죠? 카미야양?

 "아니... 어째 린이 평소에 말하던 남자와 묘사가 비슷한데... 우읍!?"

 평소에 말하던 남자? 무슨 말씀... 린!? 린은 빠르게 카미야양의 입을 막았다.

 "아하하! 아니 그냥. 여자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린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카미야양과 고개를 돌렸다. 저기... 어서 먹지 않으면 식는데...? 나는 빨대를 콜라에 꽂으면서 말했다. 린과 카미야양은 고개를 원위치했다.

 "아무튼... 의외였어! 린이 여기에서 보는 것도... 야마모토 프로듀서를 여기에서 만나는 것도..."

 린은 헛기침을 했고, 카미야양은 어색하게 웃었다.

 "일단, 메뉴가 나오기 전에 감자튀김 먹고 있어. 많이 시켰거든."

 린은 감자튀김을 집어먹으면서 말했다. 카미야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자튀김을 집었다. 뭐, 일단은 린의 친구라니. 저희 린이 많이 신세를 졌습니다. 카미야양. 나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아- 으... 아니야! 오히려 린이 나한테 여러모로 도움을 줬어. 응...!"

 카미야양은 바통이라도 터치하듯이 린에게 시선을 던졌다. 린은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린과 친하게 지내주세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카미야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카미야양의 해피밀 세트도 나왔다. 나는 묵묵히 햄버거를 먹었고 내 앞에 있는 두 사람은 수다를 떨면서 햄버거를 먹었다. 여자들은 이렇게 수다를 떨면서 밥을 먹는구나. 생각해보니까... 타카가키씨와 술을 마실 때도 수다를 굉장히 많이 떠셨었지. 물론, 술이 좀 들어가서 주사가 약간 있다만... 그런데... 타쿠미는 뭐지? 걔는 수다 없이 계속 먹기만 하던데... 뭐, 모든 여자가 똑같다는 법은 없으니까...

 "잘 먹었습니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내 앞에 두 사람은 콜라를 시원하게 빨아들인 후, 동시에 말했다. 감자튀김이 생각보다 많았군요. 배가 부르네요.

 "린은 이후에 뭐 해?

 카미야양은 린에게 질문했다. 린은 나를 쳐다봤다.

 "오빠랑 장 보러 가는데?"

 "아, 저녁까지 먹고 돌아가는 거야?"

 린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무슨 소리? 나 오빠네 집에 머물다가 가는데?"

 "에...? 자고 가는 거야?"

 카미야양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와 린을 번갈아가며 봤다. 음...?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미야양을 봤다. 그녀는 나를 보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 생각해보니 두 사람 남매라고 했었지... 응.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카미야양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어째서인지 그녀의 볼은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감기십니까? 볼이 빨갛습니다. 카미야양은 또다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자, 그럼 다 먹었으니. 나가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내 앞에 있는 두 사람도 나를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들은 그대로 가게에서 나갔다.

 "오늘 햄버거... 고마웠어. 프로듀서. 나중에 커피 한 잔이라도 사들고 갈게. 린은 나중에 연락하고...?"

 카미야양은 우리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뭐, 괜찮습니다. 동생의 친구에게 사준 거니... 크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응. 잘 가. 나오-"

 린은 카미야양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카미야양에게 가벼운 목례했다.

 "자, 우리도 이제 가자?"

 린은 싱긋 웃으면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와 함께 차량으로 이동했다.

 우리들은 이후에 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정말로 적당하게 시간을 때우다가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별로 한 것은 없는데 린은 어째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저녁식사는 따듯한 전골요리를 해 먹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춥지는 않은데 나나 린이나 따듯한 국물이 당겼기 때문에 전골요리를 선택했다.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 후에 우리들은 멍하게 TV를 시청했다. 내가 딱히 보고 싶은 채널이 없기 때문에 채널 선택권은 린에게로 넘어갔다.

 깊은 밤. 슬슬 잘 시간이다. 원래대로라면, 나는 거실에서 늦게까지 TV를 보다가 자야 하겠지만 린의 고집으로 인해서 내 방에서 같이 잔다. 그녀는 침대, 나는 바닥에서 잔다. 이거 참... 아무리 동생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성인 여자라고... 난감하군. 나는 형광등 버튼 위에 손을 얹었다. 자, 불 끌게. 잘 자. 린. 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누웠다. 방 전체를 밝히던 형광등이 꺼지면서 어두워진다. 어두운 방을 창밖의 달빛이 은은하게 밝혀준다. 너무 밝으면 커튼 쳐도 돼. 나는 자리에서 누우면서 말했다.

 "괜찮아. 이 정도는..."

 나는 푹신푹신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기분이 좋다. 금방이라도 잠이 들것 같았다. 눈이 스르르 감긴다.

 "오빠..."

 린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거의 닫히려는 눈꺼풀을 억지로 열면서 그녀의 목소리에 응답했다. 응... 왜?

 "잘 자..."

 린은 침대 위에서 얼굴을 빼꼼 드러내면서 말했다. 응... 너도 잘 자. 나는 말을 끝내는 동시에 그대로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아, 오랜만입니다. YamamotoAkira 입니다. 음... 요즘 데레스테 피지컬이 엄청나게 망가져버려서 피지컬 복구하느라 게임에 집중한 나머지 망상노트 및 개인적으로 쓰는 소설을 소홀히 해버렸군요. 어휴;;; 여기에 글 올리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은데... 스토리 구상하는 능력이 좀 떨어진 것일지 아니면 쓸 소재가 바닥나서 그러는 건지... 좀 오랫동안 앉아서 썼답니다. 이번 스토리는 시부야 린을 소재로 쓴 글입니다... 허허... 재미있을지는 모르겠군요. 부디...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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