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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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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4, 2016 00:39에 작성됨.

“퇴근, 퇴근, 퇴근입니다”

 

밤하늘의 별빛 대신 거리의 가로등이 하나 둘 빛을 내고 거리도 이미 퇴근시간이 지나 한산해질 무렵, 오오하라 베이커리는 문 닫을 준비를 시작했다.

 

“...꿀꺽”

 

“조금만 기다려요. 미치루.”

 

오늘도 팔고 남은 빵을 노리는 여동생의 초롱초롱한 보라색 눈빛을 의식하며 히이라기는 정리를 마무리해나갔다. 그러나 그 때, 문의 종소리가 났다.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문을 바라본 히이라기는 곧 익숙한 옆집 이웃의 모습을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센카와 씨”

 

“하아...하아...아직...문 안 닫았지?”

 

“....들어온 사람보고 나가라고 할 수는 없겠죠.”

 

“남은 빵 전부!”

 

“.....” / ‘이 아줌마 근성을 어찌할고...’

 

치히로는 가게가 문을 닫기 직전 들어와 재고떨이를 노린 것이지만, 그 소리에 탁자에 앉아있던 미치루는 순식간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동시에 히이라기의 가슴도 어딘가 쑤시는 것처럼 아파왔다. 하지만 어쩌랴. 장사꾼은 팔아야 사는 것을.

 

“후후후훗, 오늘도 싸게 구했네”

 

마감 떨이로 구매한 빵을 한아름 들고서 치히로는 사라졌고

 

“우우우우우...”

 

빵이 없다. 단 한 조각도.

 

‘도대체 혼자 사는 분이 왜 그렇게 많이 사갈까?’

 

그런 고민도 잠시 폐점 만을 기다리다가 난데 없는 재앙(?)에 눈물을 보이며 실망하는 미치루를 달래야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일단은 미치루를 안아 휠체어 위에 두고서 머리를 쓰다듬어 보지만 15살 중학생에게는 한계가 있다.

 

“저...미치루..?”

 

펑펑 울기에는 좀 그런 이유지만 억울하고 슬픈 일인 건 또 맞는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시울만 붉히고 입술을 삐죽내민 미치루의 눈치를 살피며 히이라기가 말을 걸었다. 그러자 미치루는 물기가 가득찬 목소리로 투정을 부리기시작했다.

 

“빵...”

 

“그래도, 미치루, 오빠가 아침마다 해주잖아요?”

 

“아침에는 먹고싶은대로 안 해주잖아..”

 

히이라기는 혹여나 미치루가 일어나지 얼마되지않은 상태에서 잘 못 먹었다가 탈이 날 것을 염려해 늘 위장에 부담되지 않게 아침빵을 차렸는데 그러다 보니 늘 그 종류가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미치루는 오빠가 손수 해주는 수고를 알고 있었고 빵이 맛있기도 해서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내심 마음 한 쪽에서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오늘은 평소 답지않게 빵이 남았는데도 그걸 또 치히로 씨가 다 사갔으니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으으으음....빵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딱히 빵을 만들기 싫은 게 아니라 빵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은 것이 문제였다.

 

“빠아아앙.....”

 

빵을 먹지 못해 슬픈 미치루 마음만큼이나 히이라기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주방이라도 기웃거린 순간, 히이라기는 밀가루 포대를 보고 한 가지가 떠올랐다.

 

“미치루, 30분..정도라면 괜찮나요?”

 

“에..?”

 

히이라기는 밀가루를 체로 걸려 곱게 내렸다.

 

“오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히이라기를 미치루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쉿. 아빠한테는 비밀이에요. 혼날지도 몰라요.”

 

“엣?”

 

미치루는 놀라서 눈을 크게 띄웠다가 오빠의 말에 입을 손으로 막고서 오빠의 제빵을 마냥 바라보았다. 히이라기는 밀가루를 곱게 걸려 받아낸 볼에 다시 설탕과 계란, 그리고 베이킹 파우더를 넣고 조금 섞기 시작했다. 하얀 가루들이 노란색으로 풀어진 계란에 섞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우유를 붓고 본격적으로 섞자 버터와 같이 부드러운 느낌의 노오란 색으로 변해있었다.

 

거기까지 봤을 때 미치루는 알아챘다. 지금 오빠가 만들고 있는 것을. 그것은

 

‘팬케이크!!’

 

팬케이크는 해주는 것이 문제가 없지만 그 위에 올리는 시럽과 소스의 당분이 걱정되서 몇 번 해주지 않던 것을, 심지어 혼자 해먹는 것도 안 된다고 하던 것을 지금 히이라기가 해주고 있었다. 아빠를 조심하라는 것도 이런 이유겠지.

 

“쉿”

히이라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미치루를 안아올렸다. 앞으로 조금 발효를 기다리면 팬케이크를 구울 수 있다.

 

“오빠야...”

 

눈물은 가시고 기대감을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미치루의 보라색 눈을 보면서 히이라기도 한 번 웃고는 컵에 우유를 붓고는 조금 데웠다. 그리고는 가루를 조금 풀어넣자 달콤한 냄새가 퍼지면서 흰 우유가 갈색으로 변했다. 미치루와 코코아를 한 잔 타먹고 컵이 다 비워졌을 무렵, 볼 안의 반죽이 부푼 것을 확인한 히이라기는 팬에 기름을 둘렀다가 다시 닦아내었다.

 

가스레인지의 불을 줄여 약하게 두고 팬 위에 반죽을 부었다. 기름과 반죽이 만나서 나는 소리같은 건 들리지않았지만, 약불에 서서히 익으면서 반죽은 서서히 달콤한 카라멜 향이 묘하게 살짝 섞인 고소한 냄새를 만들어갔다. 급하게 두지않고 느긋하게 팬 위에 자리하던 반죽이 조금씩 끓듯 반죽이 구멍을 만들며 더운 공기를 밖으로 내놓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히이라기는 팬케이크를 다시 뒤집었다. 그 순간, 팬과 케이크 사이에서 갇혀있던 공기가 풀려나 위로 올라왔다. 이때까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만 했던 케이크의 냄새가 확하고 풀려나 히이라기와 미치루의 얼굴을 덮쳤다.

 

그리고 팬 위에는 팬케이크가 매끄러운 표면 위에 고운 벌꿀의 빛깔을 띄우고 있었다.

 

“하아아...!”

 

기대감에 부풀어 손발을 주체하지 못하는 미치루를 히이라기는 조금 감싸서 안아 진정시키고는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물, 설탕 1;1로 해서 시럽 좀 만들어주세요”

 

“응!”

 

“쉿”

 

오빠의 손짓에 따라 살금살금 움직인 미치루는 냄비에 설탕과 물을 받아 졸이기 시작했다. 설탕물이 졸아가며 서서히 진해져감과 동시에 벌꿀색 케이크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자, 수고했어요.”

 

“.....!”

 

눈동자가 빛나면서 크게 늘어나는 표정이 미치루의 기대감을 조용하게 표현해주고있었다.

 

“자”

 

히이라기가 건넨 칼로 케이크를 살며시 자르는 순간, 칼이 빨려들어가듯 케이크 속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벌꿀 속으로 빠진 것처럼 아무런 저항없이 칼이 케이크 속으로 파고들어 잘랐다. 다만 케이크의 푹시한 감각이 미세하게 칼을 통해 전해졌다. 한 조각을 잘라내고 칼을 떼어내자 케이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처음부터 그 모양이었던 것처럼 눌린 자국없이 되돌아와있었다. 그 단면에는 벌꿀색과 대조되는 샛노란 색이 자리하고있었다.

 

설탕 시럽을 묻혀 미치루가 그 것을 입안에 넣자 설탕의 달콤함이 혀를 자극하고 침을 불렀다. 그리고 그것을 씹자 스폰지같은 케이크 속에 숨어있던 시럽이 밀려나왔다. 그러나 다르다. 케이크가 씹히면서 그 고소함을 같이 내놓은 것이다. 마냥 단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무게함 있는 고소함이 균형을 잡아주고있었다. 그럼에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한 가지 화룡정점이 있었다. 그것은 식감! 그 케이크를 씹으면서 느껴지는 그 푹신한 식감은 마치 부드러운 흙길을 고운 맨발로 사뿐사뿐 걸어다니는 그런 기분이었다.

 

깃털이라든가 솜이라든가 사람들이 흔히 푹신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을 입에 넣고 씹으며 즐기는 기분이란! 반죽의 고소함과 설탕의 달콤함, 그리고 말할 수 없이 푹신한 식감이 그 둘을 절묘하게 한데 엮으면서 입 안에는 경쾌한 하모니가 울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그 쾌감에 미치루는 살짝 몸을 떨며 눈물을 조금 흘렸다.

 

“어라? 미치루? 왜 울어요?”

 

“에? 에에...”

 

히이라기는 아마 그것이 방금전 쌓였던 억울함이 환상적으로 해소되면서 나오는 해방감의 눈물일 것임을 짐작했지만 짐짓 장난을 걸었다.

 

“동생을 울리는 케이크는 오삐가 먹어야겠네요?”

 

“아! 아~아~ 오빠야아~”

 

팔을 버둥거리며 히이라기가 가져간 접시를 잡으려는 미치루를 보며 히이라기는 살짝 웃었다. 빵을 먹는 동생도, 행복해하는 동생도, 버둥거리며 안타까워하는 동생도 마냥 귀여워서 히이라기는 웃었다.

 

남매 둘 만의 달콤한 밤이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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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팬케이크 드세요. 칼로리? 집어쳐!

 

이 일은 치히로 씨로 부터 시작되었으며...

 

히이라기, 나랑 자리 바꾸자

 

이 소설을 쓰면서 느끼는 건데 전 스토리 짜는 건 보다는 장면 묘사를 좀 더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도긴개긴이지만

 

이번 화가 마무리가 좀 엉망인데 이게 밤에 이불 속에서 몰래 써서그런겁니다. 쪄죽는줄

 

이번 캐러벤에 왜 미치루가 없는가...

 

다음엔 무슨 빵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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