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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손에,소원을 - 호시이 미키

댓글: 10 / 조회: 1128 /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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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3, 2016 23:58에 작성됨.

"미키, 뭔가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데,류구코마치는 이오리랑 아미,아즈사 씨의 3인 유닛이야.멤버를 늘릴 예정도,줄일 예정도 없어."

 

 

"미키에겐 미키의 프로듀서와 동료 멤버들이 있잖아.지금 팀에서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마음 속에서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감정이 피어오른다.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프로듀서.

 

분명,류구코마치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으면서.

 

거짓말쟁이.

 

"미키?"

 

뒤에서 미키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그딴 거 신경 안 써.

 

 

----------------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는 물고기들이 물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좋겠다.아무 생각 없어서.

 

오늘도 아침부터 멍하게 꼬리를 흔들며 이역만리의 물고기를 바라본다.

이런 지 한 이틀 되었나.

 

아까 전부터 지긋지긋하게 울리던 휴대전화가 막 멈춘다.

 

[착신 전화 7건

 새 메세지 4건]

 

화면을 바라보자마자, 새 전화가 걸려온다.

 

[Call.프로듀서]

 

....또야?

 

...받아볼까,전화.

"미키야."

 

"미,미키?다행이야.지금 어디 있어?"

 

전화 너머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물고기 가게."

"물고기 가게?뭐 사려고?"

"그런 건 미키 맘이야."

 

쉽게 끊어지는 대화.

또다시 돌아온 정적.

 

"왜 연습에 안 나오는 거야?.......류구코마치에 들어갈 수 없어서야?"

 

그것만이 아닌데.

모르나봐,프로듀서는.

 

"프로듀서는 성실하게 노력하면 미키도 류구코마치가 될 수 있다고 했어."

"아니,그건 그러니까...미안했어.그런 의미로 말할 거라곤 생각 못해서...제대로 생각도 못하고 말했었어."

 

...미안하다면 다 되나봐.프로듀서는?

 

거짓말 했으면서.

의도했든 안 했든,날 속였으면서.

 

"이제 됐어.그래서 말인데, 미키는 왠지 이제 할 맘이 없어졌어."

 

"무슨 소리야.라이브까지 이제 며칠 안 남았어.너 혼자만의 문제가 아냐.같이 있는 애들은 어떻게 돼?아무튼 내일은 와야 해."

 

가고싶지 않아.

"가고싶지 않아."

 

"제멋대로인 소리하지 마! 모두에게 폐를 끼칠 셈이야?"

"바이바이."

 

휴대폰의 배터리를 빼버린다.

 

이젠 아이돌도,류구코마치도,프로듀서도.

전부 다 싫어.

 

특히 프로듀서.

 

 

 

 

----------------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하다.

옷을 들고 한껏 웃어보이며 몸에 옷을 맞춰보는 연인,

펀치기계 앞에서 힘껏 힘자랑을 하려다 실수로 나자빠지는 남자.

길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여자.

아이스크림을 한껏 입에 문 채로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

 

 

반짝이는 태양 아래,활기찬 거리에서,

혼자만이 검어진 기분이다.

 

상관없어.

프로듀서만 없는 곳이면 되니까.

 

 

 

발걸음을 따라 걷다보니 거리의 모서리를 돌아 살짝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섰다.

여기는...좀 으스스하네.

 

깨진 채로 눈물을 쏟아내는 파이프,

악취가 쏟아져나오는 하수구,

기왓장이 깨진 채로 방치된 지붕 아래 낡은 점집.

그리고 이런 곳에는 꼭 있기 마련인 검은 애꾸눈 고양이.

 

미키 쪽을 바라보더니 한발 뒤로 물러나서 이빨을 다 드러내고 위협한다.

나가는 게 좋겠어.

 

 

돌아가려던 그 때,

발치에 무언가가 걸린다.

 

 

말라 비틀어진....손?

 

"무언가를 찾나,젊은 아가씨?"

 

손 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보고 있던 와중에,갑자기 옆에 있던 낡은 집 문 앞에서 누군가가 말을 건다.

 

순간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뻔 하다가 겨우겨우 몸을 앞으로 숙여 일어난다.

 

"위험할 뻔 했구만."

"놀랐잖아! 휴.......근데 이게 뭐지..혹시 아는 거야?"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그 손 모양 무언가를 가리키자, 눈만을 온 몸을 칭칭 감은 천 바깥으로 내놓은 그 사람은 눈웃음을 짓는다.

 

"원숭이 손,일세."

"원숭이...손?"

 

그 사람은 원숭이 손이라는 것을 주워,그 옆의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말을 잇는다.

 

"수천년 전,인도 펀자브 지방에서 만들어진 아티팩트(artifact)일세.소문에 따르면..."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인다.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더군."

 

소원?

 

천에 감긴 그 사람은 그 말을 마치고는 손 위에 그걸 올려놓는다.

 

"관심있나?"

 

소원...

 

만약 이게 진짜라면,

빌 소원은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눈을 보아하니,관심 있는 모양이구만."

 

미키의 눈을 유심히 바라봤는지,그 사람은 미키의 손 위에 조각을 슬며시 올려다놓는다.

 

"그럼,그냥 주도록 하겠네."

 

손 위의 조각을 바라본다.

 

평범한,인간과 비슷한,포유류의 손을 묘사한 회색 돌로 만든 조각품.

손바닥에 해골 문양이 양각된 걸 제외하면.

 

"이걸?정말 줘도 되는 거야??"

 

그 사람이 탁자 앞에서 일어나 낡은 집의 문을 연다.

 

"난 이미 소원을 다 빌었네.그러니 내가 가지고 있어봤자 별로 이득일 건 없잖은가?"

 

탁자를 집 안으로 들여놓더니,문을 닫으며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럼,잘 가게나."

 

웃음을 짓는 것 같던 얼굴이 사라지며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힌다.

 

 

이거...진짜인 걸까?

 

 

_-_-_

 

 

 

 

호시이 미키가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들고 다시 밝은 거리로 향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뒤에서 어두운 골목을 지키던 낡은 집.

 

처마에서 기와들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흔들리던 낡은 집이,서서히 기우뚱하더니,

지면 아래로 빨려들어간다.

 

토사가 무심결에 쪽박 친 선수에게 개평 주듯 뱉어낸 기왓장들과 문 앞에 세워두었던 낡은 탁자를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있던 집의 존재는 말소되었다.

 

 

 

 

_-_-_

 

 

 

"다녀왔..."

 

어두운 거실을 보아,오늘도 두 분 다 바쁘신 모양이다.

 

".....어."

 

 

방문을 열고 침대에 빨려들어간다.

아,피곤해.

 

지금쯤 프로ㄷ....덕션에서 엄청 전화하고 있을텐데.

 

왼손에 든,어떤 사람에게 선물받은 손을 바라본다.

소원을 3개 들어준다는 아티팩트,원숭이 손.

들어주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운 물건.

 

만약에 실제로 소원일 들어준다고 해도,

그런 거라면 책에 나와있어야 할텐데,

미키는 그런 책 한번도 본 적 없단 말이야.

...아,미키가 책을 좀 안 읽긴 하지.

 

 

방의 불을 끄고,커튼을 친 다음 침대 위에 다시 올라간다.

보아하니 이것도 오컬트란 거의 일종인 것 같은데,으스스하게 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에 이게 정말 소원을 들어준다면...미키의 소원은..."

 

커튼 뒤에서 살며시 고개를 내미는 햇빛이 손을 비춘다.

 

수많은 소원들이 머리에 스치고 지나간다.

 

고져스 세레브 푸딩 양껏 먹어보기,

어른이 되어보기,

평생의 친구를 만나기,

탑 아이돌이 되기,

실컷 잠 자보...

 

탑 아이돌.

 

"탑 아이돌..."

 

탑 아이돌.

 

분명 얼마 전까지는 원했던 것.

미키는,탑 아이돌이 되고 싶었어.아니,정확히는 류구코마치에 들어가고 싶었어.

 

"미키의 소원은..."

 

정했어.

 

"류구코마치의 멤버가 되는 거야."

 

그래,

미키가 류구코마치가 될 수 없다면,

 

 

될 수 있게 바꾸면 되는 거야.

 

 

 

커튼 뒤에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더니,

돌로 만든 원숭이 손가락 하나를 건드리고 지나간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앞으로 꺾인다.

 

 

 

 

----------------

 

호시이 미키가 소원을 빈 그 시각,

 

 

 

트럭 운전사 쿠로자와 죠지는 도쿄 도 남부 오오타 구의 4차선 도로에서 위험한 운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전날 오랫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들과 함께 사케 5병을 안주도 없이 마셨는데,

그는 자신이 술을 잘 깬다며 걱정말라고 하였지만,

아침이 되자 술기운은 가시질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질 따름이었다.

 

당황한 그는 회사에 반차신청을 하려 했으나,

쥬피터인지 뭔지하는 아이돌 콘서트 장비 운반에 모두 차출되어 자신의 일을 담당할 사람이 없다는 걸 알자 결국 출근한다.

 

아직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물을 억지로 들이키며 위험한 운전을 이어가던 찰나,

 

 

눈 앞이 아주 잠깐 흐려진 그는 차량의 통제력을 잃었고,

 

 

통제자가 사라진 트럭은 도로를 비틀거리며 달리다 타루키정 1층에서 프로듀서의 뒤를 따라 호시이 미키를 찾으러 갈 채비를 하던 키사라기 치하야,를 배웅나간 류구코마치의 멤버,후타미 아미를 밀어버리고,타루키정 입구를 반파시키고 나서야 멈춰섰다.

 

 

 

 

 

 

 

 

 

 

진짜,미키 얘는 어디로 간거야?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또 이래,또.

 

전화기를 아예 꺼버렸다 이거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지만,코토리 씨가 말한 것도 있고 하니,계속 찾아봐야 한다.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물고기 가게에서 그닥 멀리 가진 않았을...

 

'♬♪♩♪-'

 

어,전화네?

 

리츠코 씨가?

 

"여보세요?"

[프로듀서 씨!!!지금..지금...!!]

전화 너머로 전해지는 울음 섞인 목소리에 왠지 모를 다급함이 느껴지고 있다.

 

"왜,왜 그러세요? 무슨 일 난 거에요?혹시 돌아온 거에요?"

[아뇨,그게 아니라...아미가....]

 

 

 

 

 

 

 

 

 

 

[죽었어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리츠코 씨가 천천히 걸어온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사고였어요."

 

 

상황은 단순했다.

 

 

아직 술이 덜 깬 운전자가 트럭을 운전하다가,순간 정신을 잃었고,

트럭은 자기 혼자 질주하다 아미를 밀어버렸....다.

 

 

 

"그래서,지금은 다들 어디에..."

 

리츠코 씨가 손으로 병원 뒤쪽을 가리킨다.

 

[장례식장]이라는 큰 글씨가 상황을 재인식시킨다.

 

"아직...장례식은 치르기 전이에요...2시간도 안 지났으니까..."

 

리츠코 씨는,말을 마치더니 얼굴을 가리고 장례식장 쪽으로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저만치 걸어가기 시작했다.

 

 

장례식장 앞에 배치된 의자에 다들 앉아있는 것이 보인다.

 

"오셨어요,프로듀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치하야를 안은 채로,하루카가 날 바라본다.

 

평소와 다르게 힘 없고 죽은 듯한 무미건조한 목소리는 물론이거니와,하루카의 눈가 밑으로 내려온 그림자는...상황을 인식하는 데 충분했다.

 

"미키 찾으러 가시는 줄 알았는데요."

"....리츠코 씨에게 전화 받고 왔어."

 

조용한 복도에,

바람 한 점 없이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마미.

 

지금은 아즈사 씨에게 안겨 아무 말 않고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아이는,어제까지만 해도 아미와 한 자리에서 자고,함께 프로덕션에 출근하고,함께 퇴근하고,함께 다른 누군가에게 라이더 킥을 날렸을 것이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바퀴 아래로 깔려버린 한낱 일상들을,

이어갔었겠지.

 

 

 

 

 

 

 

몇 시간 후,

우리는 모두 두 평 남짓한 방 안에 모여,아무 말 없이 한 구의 아이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미의 몸은,머리 한쪽이 붕대로 칭칭 감겨있는 것을 제외하면 예상보다 깨끗했다.

 

'아미,자는 거지?'

 

'아미,일어나 봐.'

 

'라이더 킥이든 뭐든 날려봐,그런 거 잘 하잖아,그치??'

 

 

같은 말을 수십번이고 되뇌어도,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작은 몸이,수의에 싸여간다.

 

한겹한겹,

이승과의 연결은 

끊기고 감긴 눈은 저승으로 향한다.

 

 

흐려진 시야에,

눈물바다가 되어가는 방 안이 투과된다.

 

아미와 마미의 부모님도,하루카도,치하야도,타카네도,히비키도,마코토,유키호,야요이,이오리,그리고 아즈사 씨와 리츠코 씨마저.

 

 

 

장례식장이 인파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화환이 입구 양옆을 장식하고,신발장 옆 책상에는 봉투들이 탑처럼 쌓여가고,향로에는 머리부터 조심스레 사그라드는 향들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연기 속에,

이 자리의 주인공이 사진틀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신발장 옆 의자에

걸터앉아,오늘 했었어야 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생각 안나.

 

 

 

"프로듀서.저기."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자정이 되어가는 와중에,검은색 정장으로 갈아입은 마코토가 내 소매를 슬쩍 잡아당기며 어딘가를 가리킨다.

 

 

 

 

미키다.

 

머리카락의 염색을 풀고,머리카락을 짧게 치고,최대한 어두운 복장으로,장례식장에 등장했다.

 

 

 

 

 

 

 

 

'진짜로...죽은 거야....?'

 

눈 앞에 떡하니 보이고 있지만,

믿을 수가 없다.

 

 

코토리 씨가 집으로 전화를 걸었을 땐 믿지 못했다.

 

 

'프로듀서,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라고 넘겨버렸지만,계속해서 걸려오는 전화와, TV에 계속해서 연예면 뉴스에 첫번째로 등장하는,

 

[류구코마치 멤버 후타미 아미 사망]

 

이라는 대문짝만한 헤드라인을 보고 나서야,뒤늦게 깨달아버렸다.

 

단 앞에서 바라본 아미는 예전 모습 그대로 이빨을 잔뜩 드러내며 웃고 있다.

 

 

 

 

일순,

웃고 있는 아미의 사진이 피투성이로 점철되며 미키를 쳐다본다.

 

 

「왜 그랬어,미키미키??」

 

 

사진에 놀라 짧은 비명과 함께 넘어지자,주변의 시선이 미키를 향한다.

 

「저것 봐,지 동료를 죽여놓고 뻔뻔하게도 돌아다니네」

「쓰레기.」

「지 욕심에 사람을 죽여??」

「정말 그런 거라면 정말 최악이다,너?」

「성격파탄자.」

「쓰레기 같은 것.」

「죽어.」

「아이돌 실격이기 전에 인간 실격.」

 

 

 

아무도 미키에게 말하지 않는 이 곳에서,

미키를 향한 허구의 목소리가 미키를 감싼다.

 

대체 무슨 소리야?미키가..아미를......?

 

 

"미키!!"

바닷 속에 들어간 것처럼 고요해지는 소리 속으로 프로듀서와 마코토의 목소리가 스며들다가,사라진다.

 

 

 

 

 

장례식도 내일로 끝이다.

 

7층에서 바라본 1층은, 참 작다.

 

개미같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문을 통해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미키미키."

 

등 뒤에서 들리는 너무 낮고 우울한 목소리.

 

 

마미다.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상복을 입고,음료수 2개와 함께 나타났다.

 

 

"...왜 그렇게 쳐다봐?"

"아..아니..별 거 아닌 거야.."

 

미키 옆으로 다가오더니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바라본다.

 

"......저기,마ㅁ.."

"릿짱이 마미한테 그러더라."

 

미키 쪽을 슬며시 바라본다.

 

"류구코마치,생각 없냐고."

 

미키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말을 이어간다.

 

"이야기를 할 타이밍이 아니긴 하지만,그래도 일단 알아놓고만 있으라고 하더라."

 

 

미키가 아무 말이 없자,

마미는 난간에 기대어 말을 잇는다.

 

 

"마미는 그런 거 할 생각 없어서.....치하야 언니랑 미키미키를 추천했어."

 

"미키랑...치하야 씨?마미가 하는 게 더 낫지 않.."

"아니."

 

음료수를 들고 있는 마미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다.

 

 

"류구코마치에 들어간다 해도...활동하는 한 순간 한 순간마다...아미가 생각날 거야."

 

남은 음료수를 한번에 들이키더니,

캔을 우그러뜨리고는 힘껏 던져버린다.

 

 

"대체 왜 이딴 일이 일어난 건데!!!!!"

 

 

마구잡이로 손에 잡히는 것을 허공으로 던져버리더니 종래에는 힘이 빠졌는지 주저앉는다.

 

"어떤 새끼가...이렇게 만든거야...대체...마미는 류구코마치고 뭐고 그딴 거 필요없어...아미만 있으면 되는데...이젠 아미가 없잖아..."

 

 

 

바람이 병원 벽면을 타고 올라와, 마미의 머리카락을 흔든다.

 

 

"미안해...정말..."

 

 

미키의 말에 마미가 미키 쪽을 슬쩍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미키가 류구코마치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묻지만 않았어도...그런 일만 없었으면...그래서 미키가 도망치지만 않았어도...다들 미키를 찾으러 나오지만 않았었더라면..."

 

"미키미키....."

 

마미가,얼굴을 무릎에 묻고 있던 마미가 미키를 바라본다.

 

"미키미키가 잘못한 거 아냐...사고였잖아..."

 

 

 

하고 싶은 말들이 머릿속으로 올라오지만,입까지 나가지는 못한다.

 

 

 

 

 

 

 

"마미는 여기 조금만 있다 갈게.미키미키는 밑에 내려가봐.아까 프로듀서 오빠가 부르더라."

 

마미가 난간 옆의 벤치에 앉으며 말한다.

프로듀서가?

 

"할 말 있대.뭔가 사과할 게 있다고,빨리 오라고 했어....이제 보니 엄청 늦었네."

절로 살짝 찌푸려지는 얼굴을 눈치챘는지 마미가 말을 덧붙인다.

 

프로듀서가....사과한다고.

 

 

"알았어,마미도 금방 내려와."

 

 

닫혀가는 문틈 사이로 보이는 마미의 모습이 처량해보인다.

 

 

 

 

 

 

 

 

 

 

 

미키미키,내려갔네.

 

병원 옥상은 사무소 옥상보다 넓고 좋구나.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고.

 

 

배터리가 나갔다며,마구잡이로 진동하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자,류구코마치 복장을 한 아미가 화면 속 나와 함께 나를 향해 웃고 있다.

 

 

프로듀서 오빠에게 짧게 메세지를 보낸다.

 

 

[모두 잘 부탁해.특히 미키미키.]

 

 

"마미!"

 

어?

 

"마미,빨리 안 가면 늦어!"

 

아미...?

 

핸드폰 화면의 모습 그대로,

류쿠코마치 의상을 입은 아미가 내 앞에서 손을 내밀고 있다.

 

 

 

 

 

 

"미키!!"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프...로듀서와 마주쳤다.

 

"...오랫만이야,프로듀ㅅ..자,잠깐!!"

 

미키를 바라본 체 만 체 미키를 지나쳐 위쪽으로 올라간다.

 

"프로듀서!!"

"미안,미키!!지금은 말할 타이밍이 아니야!!"

 

대체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말할 건데!?!!

 

겨우 내려온 층계를 프로듀서 뒤꽁무니를 쫓아간다.

 

"지금이 말할 타이밍이 아닌 건 무슨 말인데!!"

"마미가 위험해!!"

"마,마미가?"

 

 

6층을 지나쳐 7층에 나있는 옥상으로 올라간다.

 

프로듀서가 옥상 문을 열어제끼자,

 

 

 

손을 허공으로 뻗으며,

 

 

 

 

철제 난간을 넘어가고 있는 마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미!!!""마미!!!!!!!"

 

 

 

 

무게중심이 앞으로 넘어가며,

 

 

 

마미의 몸이 난간 너머로 고꾸라진다.

 

 

 

마미의 얼굴이 7층 아래로 사라지기 직전,

 

눈과 눈이 마주친다.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후타미 마미는 마지막으로 정체 모를 웃음을 남기고,

 

 

 

사라진다.

 

 

 

 

무너진 다리를 부여잡고 난간으로 나아가니,

 

병원 로비에....마미가....마미가......

 

 

 

대체....이게 무슨...

 

 

 

 

 

 

 

 

 

 

 

화장실을 메우는 세면대의 수돗물 소리가 귓가를 가득 메운다.

 

아무리 토하고 토해도 구역질이 멈춰지질 않는다.

 

"이젠 전부 모르겠어...대체 무슨..."

 

머릿속이 뒤죽박죽,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사고였잖아...사고라고...

근데 왜 이런 거야?

 

미키가 정말 그런 거야??

 

미키가 류구코마치에 너무 들어가고 싶어서,그래서 아미랑 마미를 죽인 거야?

 

그럴 리가...그럴 리 없잖아...

 

소원 하나 빌었다고...사람이 둘이나 죽는다고?

 

대체 미키더러 뭘 믿으라는 거야...

 

 

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

 

 

머릿속에 맴도는 아미와 마미의 모습에 사과를 계속해서 토해내봐도,마음이 밀어내는 구역질은 멈출 수 없었다.

 

 

「꼴 좋다,그치?」

 

 

누구야?!??

 

 

세면대에 달린 거울을 바라보았다.

 

미키는 그대로였다.

짧게 다듬은 갈색 머리카락.

초췌한 눈동자.

위액으로 범벅이 된 입가.

 

 

「눈 다쳤나봐??나 여깄다니깐??」

 

 

거울 속의 '미키'가,

 

 

미키를 보더니 이내 씩 웃는다.

 

 

갈색 짧은 머리카락도 길어지더니 붉은빛이 감도는 노란색이 되었고,

초췌한 눈동자도 무언가에 휩싸여 빛나기 시작한다.

 

「안녕,호시이 미키.」

거울 속의 '미키'가 미키에게 말을 건다.

 

「그래,기분이 어때??」

싱긋 웃어보이더니 깔보는 눈빛으로 한껏 비웃으며 그 다음말을 외친다.

 

 

 

 

「살인자가 된 기분이??」

 

미키가...살인....자?

 

 

"아니야...미키는...미키는...분명 이건....그래,사고..사고라고 그랬단 말야..."

「그리고 그 사고는 그 소원을 빈 후에 일어난 일이지.그래,네 소원 말이야.」

 

미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미키'가 다시 말을 시작한다.

 

「넌,무슨 소원도 들어준다는 전설 속의 아티팩트에 소원을 빌었지.

그 결과가 이거야.

류구코마치가 되고 싶다.근데 류구코마치는 증원도 감원도 없다.

그러니 한 사람이 죽어야지,안 그래??

그리고 그 한 사람은 아미,였던 거고 그 결과 마미마저 죽어버렸어.」

 

「소원이 이뤄지긴 한 셈이지.이제 류구코마치의 신 멤버 후보는 너랑 그 파랑머리니까.소원이 이뤄졌으니,거짓말은 아닌 거고. 」

 

미키의 귀 가까이에서 소름끼치도록 낮은 목소리가 울린다.

 

「이제 본인이 사람을 죽였다는 걸 인지하시지,호시이 미키,류구코마치의 신 멤버 후보 씨.」

 

"미키가...미키가 아냐..분명 그건 사고라고 했단 말야...마미도 그랬어.."

「호시이 미키,중3이야.가슴 크고,」

"아니야...미키가 아니라고..."

「사람도 둘 죽였지.」

"아니라고!!!!!!"

 

손에 집히는 대로 거울에 던져댄다.

거울이 벽돌에,가방에 맞아 산산조각나는 와중에도 거울 안의 '미키'는 미키를 비웃으며 희번덕한 눈으로 미키를 쳐다본다.

「살인자래요-살인자래요-」

"그만해!!!!그만!!!!그만하라고!!!!"

 

거울을 다 깨버렸다고 생각했을 무렵,

바로 옆 거울들에서 '미키'무리들이 나타나 합창을 시작한다.

 

「아이돌 실격.」

「쓰레기.」

「역겨운 것.」

「사람을 둘이나 죽이다니.」

「살인마.」

「살인마.」

「살인마.」

「살인마.」

 

울려퍼지는 웃음 소리는 거울 깨지는 소리에 묻혀 사라진다.

 

"아니야!!!!아니야....미키는....그냥 소원을....소원을 빌었을 뿐이라고..."

 

거울이 모두 산산조각난 세면대 구멍으로 거울 조각들이 흘러 사라진다.

 

반짝이는 비웃음으로 수놓아진 바닥 위에서,

미키의 위는 또다시 내부의 무언가를 바깥으로 밀어낸다.

 

 

"미키가...그런거야...?정말로 그런 거에 소원을...빌었더니...이렇게 된거야...??"

 

대답해 줄 사람은 없다.

 

 

"미안해...정말 미안해...미안...미키 같은 것 때문에..."

 

아무리 이렇게 사과를 한들,

 

그 사과를 받아줄 사람들은, 이미 죽었다.

 

창문 틈새로 비치던 햇빛이,서서히 건물의 그림자로 탈바꿈해간다.

 

 

 

 

 

 

장례식장이 있는 지하1층은 더욱 더 어두워졌다.

 

 

장례식을 치르던 사람의 쌍둥이 자매마저 죽어버렸다.

 

혼란이 당연히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영안실에서는 울부짖는 소리가,

장례식장 뒤편의 방에서도 흐느끼는 소리가.

 

어딜 가나 눈물과 통곡만.

 

 

 

 

 

프로듀서다.

 

벤치에 앉아 머리를 쥐어싸매고 있다.

 

"아...미키."

"....프로듀서."

 

그 옆에 주저앉는다.

 

 

"...괜찮아?"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프로듀서,이야기 할 거 있어."

"응?"

 

 

미키의 '소원'이 진짜 이루어졌다면,

그럼 미키가 그 둘을....죽인 게 된 거야.그러니까...말...해야겠지.

 

 

그래야 더 이상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

 

 

"사실은..."

"프로듀서 씨!!!!!!"

 

 

철근보다 무거운 입을 열어 그간의 일을 말하려 하는 순간,

하루카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프로듀서 앞으로 뛰쳐나온다.

 

"하루..카?"

"치하야가!!!치하야가 죽을 것 같아요!!!"

 

 

 

 

 

 

 

 

"정신 차려보십시오,치하야!"

"치하야?치하야!!눈 좀 떠봐!!"

 

뒤쪽 방에 가까워질수록 타카네와 마코토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계속 자기 때문에 두 사람이 죽은 거라고,어,어,어제도 계속 그런 말을 했는데..분명 그런 건 아니라고 그랬는데...방금 전에 화장실에 들어가니까 욕조에..."

 

 

화장실에 들어서자,

비릿한 냄새가 코로 스며든다.

 

 

비릿한....?

 

 

 

눈에 보이는 것은,

 

사지가 축 처진 채로,

아직도 피를 토해내고 있는 왼쪽 손목.

그리고 피에 물들은 채로 미동하지 않는 굳게 잠긴 눈동자.그리고 파란 머리카락.

 

 

치하야 씨가,욕조에 누운 채로 죽어가고 있다.

 

 

"비켜주세요!!"

 

들것을 들고,의사 몇 명이 방으로 뛰어든다.

 

"언제부터 이랬죠?"

"하..한 10분 전요?"

 

의사들이 서로 몇마디를 주고받더니,치하야 씨를 들것에 옮기고는 자리를 뜬다.

 

통곡하다시피하는 얼굴의 하루카와 마코토,타카네,프로듀서가 그 뒤를 쫓아가자,

 

그 자리에 남은 건 피로 흥건한 욕조와,양손으로 입을 막고 헛구역질을 연신 참아내는 미키뿐이었다.

 

 

 

 

"또야..."

 

 

 

 

피투성이 욕조가 미키에게 말을 건다.

 

 

 

「 이제 만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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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도망쳤다.

 

 

 

이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집 안은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는지 깜깜했다.

 

 

잠긴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허겁지겁 방을 빠져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지러운 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맡긴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미키가 류구코마치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품었던 때부터 잘못된 거였을까?

아니면 그 이상한 물건에 소원을 빌었을 때?

그것도 아니라면...

 

 

 

....소원.

 

 

머릿속에 소원,이라는 글자가 스쳐지나가며,눈은 그 빌어먹을 손을 찾는다.

 

분명 돌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하나가 접힌 채로,

침대 밑에 굴러떨어져있다.

 

 

"분명 소원은 3개 빌 수 있다고 그랬어.그리고 소원은 하나 빌었으니까 남은 소원은 2개인 거야.그러면..."

 

 

 

신중하게 생각하자.

 

 

 

아미와 마미를 살려내달라고 소원을 빌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분명,이 손은 소원을 가장 안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물건이었어.그러니까 지금 아미와 마미가 되살아난다면..."

 

 

 

일반적인 소생이 아니라,좀비같은 괴물이 될 지도 모르는 일.

 

그런 건 더 싫어.

 

 

 

이 상황을 아예 없었던 걸로 해야 해.

 

그런 거라면...답은 하나 뿐인 거야.

 

 

"호시이 미키의 두번째 소원...인거야."

 

 

이게 맞을 지는 몰라.

 

하지만,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미키를 데려다줘."

 

 

두 손으로 손을 잡고,

두 눈을 조용히 감는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꺾이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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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미키!!"

"미키미키!!"

 

 

미키미키?

 

 

익숙한 호칭에 눈이 절로 떠졌다.

 

 

눈을 뜬 바로 앞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어있었던 아미와 마미가 미키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일어났습니까,미키?"

 

타카...네?

 

"나 참,아무리 졸리다고 해도 길거리에서 자면 어떡해,미키?"

 

마코토 군이야....

 

 

"그래도 멀리 안 가서 다행이야,미키."

"그래!퍼스트 라이브 때 빠질까봐 걱정했다고!"

 

치하야 씨랑 하루카.....

 

 

주위를 둘러보니,

프로덕션이다.

 

 

 

미키,돌아온 거야....?

 

 

 

"에?미키미키?지금 우는거야?"

"에?진짜진짜?지금 우는거야?"

 

미키도 모르게 흐릿해진 미키의 눈을 눈치챘는지 아미와 마미가 양쪽에서 딴지를 건다.

 

미키는..

 

"아미..마미..진짜로 미안했어..."

 

 

 

미키도 모르는 사이 둘을 안고 있었다.

 

 

"미..미키미키?!"

"호호호호호혹시 뭐 우리가가아 아니라 우리한테 잘못한 거라도 있는 거야?"

 

 

"잘못한 거 많아,그러니까 정말 미안해.미키가,미키가 잘못했어."

"무슨 소린지는 몰라도,그렇게 미안하면 용서의 값으로 고져스 세레브 푸딩,부탁할게-미키미키-"

"부탁할게-"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에,두 사람이 비쳐보인다.

분명,아미와 마미가 살아있다.

 

 

 

 

 

"미키,깼구나."

 

이 목소리는..프로듀서다.

 

 

머뭇거리며 미키 앞 소파에 앉...지 않고 바닥에 꿇어앉는다.

 

도...도게자?

 

 

"미키! 미안했어. 내가 네 프로듀서로써, 네 말을 좀 더 신경썼어야 했었는데,그러질 못했어.정말 미안해."

 

말을 마치더니,미키를 바라본다.

 

미키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거겠지.

 

 

"....정말 미안해?"

 

"다..당연히...미안하지.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거잖아."

 

 

"....그래도 안 할래."

 

"ㅇ,왜!!"

 

"그거야...류구코마치는 될 수 없잖아.류구코마치처럼 반짝일 수 없고,일도 적잖아."

 

 

프로듀서,머리를 싸매더니 말을 잇는다.

 

"그거야 지금까진 그랬지만,이번 라이브 이후에는 일도 많아질 거고,그리고 류구코마치만큼,아니 그보다 더 빛나게 해줄게.약속할게."

 

 

류구코마치보다 더..

 

 

....믿어...볼까.

 

 

 

"....믿어볼게,그 말."

"저,저저,정말??"

 

"대신 약속은 지켜.꼭이야."

"다,당연하지!!류구코마치보다 몇천배는 더 빛나게 해줄게!!"

 

"어라,프로듀서 오빠~?한번 뱉은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험했으면서 또 그러신다?"

"또 그러신다?"

 

아미와 마미가 프로듀서의 말에 또다시 딴지를 건다.

"아,아니 이건...그러니까...비유적 표현이야!!"

 

 

프로듀서는 아미와 마미를 상대하느라 바쁜 것 같으니,한숨 잠이나 자둘까.

 

 

소파에 누우려는데,

허리 쪽에 맨 가방 속 무언가가 허리를 찌른다.

 

"어??"

 

손을 더듬어 가방 속에 들어 있던 그 무언가를 꺼낸다.

 

 

 

뭐야 이거.

 

 

 

가방에서 나온 것은...

 

 

 

 

 

원숭이 손이었다.

 

이게 왜 여기에....?

 

 

 

원숭이 손에 눈이 팔려있는 와중에,

 

사무소 입구 쪽에서 무언가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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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프로덕션의 사무직원인 오토나시 코토리는 오늘 안 신던 구두를 신고 출근했다.

 

물론 하이힐같은 그런 높은 구두는 아니었지만,어쨌거나 굽 있는 구두는 굽 있는 거니까 말이다.

 

오늘도 별일 없이 일을 하고 퇴근하려나 생각하며,사무소의 종이더미들을 1층으로 옮기던 찰나,

 

 

 

오랫만에 신어본 구두의 굽이 꺾이며,

오토나시 코토리는 계단 위에서 균형을 잃었다.

 

 

안 하던 일을 하면 문제가 생.....기는 정도였으면 좋았었으리라.

 

 

오토나시 코토리는 균형감각이 의외로 좋아서,이정도 넘어짐은 금방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들고 있던 종이더미가 그녀의 균형회복을 방해하였고,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앞으로 고꾸라진 오토나시 코토리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고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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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라이브가 끝난 지도 오늘로 3일째다.

 

 

퍼스트 라이브는 예상외로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기라도 하는 듯,

 

프로덕션의 모두가,프로듀서 말대로 류구코마치보다 몇천배는 더 빛났다.

 

아,류구코마치도 우리 프로덕션 소속이지.

 

 

 

 

 

비록 코토리씨가,그렇게 가버리긴 하셨지만.

 

 

 

 

지금,

미키는 오리 선생님이 사는 호수에 와 있다.

 

저주받을 이 물건과 함께.

 

 

두개의 손가락이 접힌 손은 언제나처럼 그 기괴함을,달빛과 함께 더더욱 만개하고 있었다.

 

 

 

 

마지막 소원을,비는 거야.

 

 

"미키의 마지막 소원."

 

 

심호흡을 하고,

원숭이 손을 호수 위 다리의 난간에 올려놓는다.

 

 

"원숭이 손에 대한 기억만을,

잊게 해 줘."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지막 손가락이 접혔다.

 

그리고 그 움직임과 함께,

원숭이 손은 난간 위에서 비틀거리더니,

 

오리 선생님의 호수 아래로,

빨려들어간다.

 

 

 

 

 

 

 

다시는 누군가를 절망시키지 않기를.

 

 

 

 

호수공원에서 빠져나와,

사무소로 향한다.

 

바빠서 못했던 축하파티를 한다고 한다.

미키는 주먹밥만 많으면 좋은데!

 

 

 

----------------

 

호시이 미키가 소원을 빈 그 시각,

 

 

타루키정에서 한 명의 남자가 술취한 채로 비틀거리며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이름은 히타치 시게루.

 

미나세 기업에 밀리지만,일본 내에서 한 성깔 한다는 대기업인 히타치 가의 3남.

 

 

 

오랫만에 만난,동생을 사무소에 데려다 주던 미나세 가의 2남과 만나 실컷 맥주를 들이마셨고,

친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괜찮다며 술을 마신 채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그러나 그 친구의 말은 적중했으니,

 

 

 

 

그가 오토바이를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765 프로덕션 사무실로 걸어오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호시이 미키를 쳐버렸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호시이 미키는 머리에 외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고,

히타치 시게루는 음주운전 및 살인미수죄로 입건되었다.

 

 

 

 

----------------

 

 

"아-"

 

미키가 입을 열고는 먹여달라는 듯 눈은 감은 채 그대로 있는다.

 

"미키....난 니 하인이 아냐..."

"뭐 어때,허니?여긴 둘밖에 없는데?"

"그,그래도..."

 

문쪽을 바라보니,

아미와 마미가 얼굴을 창문에 찰싹 붙이고는 이쪽을 바라보다가 리츠코와 타카네에게 끌려나간다.

 

 

"근데 말이야,허니."

"프로듀서라고 불러."

"아무튼."

 

미키가 머리에 매인 붕대를 다시 바로잡으며 말을 잇는다.

 

"분명 예전 기억은 그대로인데,

어딘가가 빠진 것 같은...그런 느낌인 거야.몇몇군데가 빈 것 같은...느낌?"

 

 

"머리를 다쳤으니까 그렇지.금방 나을꺼야.단기기억상실이라고 그랬으니깐."

 

미키가 내 뒤쪽을 기웃거리더니 말한다.

 

"....근데 코토리씨는?문 밖에 안 보이네?"

 

 

아.

코토리씨.

 

 

....말.......하지 말자.

지금은.

 

 

나중에,때가 되면.

그 때 말해주자.

 

 

언젠가 기억이 돌아오면.

그래.

 

 

케이크 조각을 살짝 잘라서 포크로 찍었다.

"자,아-해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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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꿈은 원대했으나 끝은 미키X타케P인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에효.

 

 

 

.....여러분,

 

추석 잘 보내세요.

 

 

최대한 빨리,다음 소설을 진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정작 -

 

1.치하루카(Y)

2.유키마코(V)

3.타카히비(S)

 

등등.

 

 

 

여러분.

추석 잘 쇠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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