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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X후미] 교차점

댓글: 4 / 조회: 1283 /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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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3, 2016 01:13에 작성됨.

※이 글은 타케우치X후미카 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if 스토리입니다. 실제 스토리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재밌게 감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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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기사와 후미카는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조용하게 구석에서 책만 읽기에 눈에 띄지 않는 아이.

대학에 입학한 뒤, 숙부님의 집에서 하숙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보던 중, 한 남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숙부님과 꽤나 친해 보였습니다. 그는 무서운 용모를 하고 있었고, 과묵한 남성이었습니다.

저와 하는 대화라곤 책을 구입할 때의 형식적인 대화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숙부님께서 저에게 그 분을 소개시켜주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저를 그분께 소개해 준것입니다.

숙부님이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346프로덕션의 프로듀서인데, 지금 담당 아이돌이 없어서 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러면서 저에게 이 사람과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리곤 숙부님은 프로듀서라는 남성분께도 저의 장점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숙부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 남성분은 목덜미를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아마 곤란해 하는 것이겠지요. 당연하죠. 저처럼 평범한 아이를 어떻게 아이돌로 만들겠어요.

숙부님은 갑자기 저의 앞머리를 들춰 올렸습니다. 평소 머리칼에 가려지던 빛이 조금 강해져 눈부셨습니다.

그러면서 이 눈동자 정말 예쁘지 않으며 설레발을 치셨습니다.

저는 숙부님의 손을 떼어내려고 노력하면서 넌지시 프로듀서 분의 반응을 살펴보았습니다. 

프로듀서 분은 앞머리를 넘긴 저의 맨얼굴을 보고도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어색한 분위기와 부끄러움에 저는 그만 숙부님을 밀쳐내고 안쪽의 방으로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프로듀서 분이 가셨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저는 겨우 방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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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카운터에서 책을 읽던 중, 어제 프로듀서라는 분은 저를 찾아왔습니다.

어제 숙부님께서 치신 장난을 사과드리려 하자, 저에게 명함을 건네며 아이돌에 관심이 없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당황했습니다. 어째서 저 같은 것을?

프로듀서 분은 잠시 머뭇거리다 미소라고 답했습니다.

그의 앞에선 웃어본 적도 없어서 너무 억지스러운 대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입밖으로 내진 않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스카우트에 제가 당황하자 그는 무리할 필요는 없다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내일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가 돌아가고, 저는 숙부님과, 부모님과 상담을 해보았습니다.

숙부님은 당연히 찬성이시고, 부모님도 수상한 일이 아니면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음날, 프로듀서 분은 언제나와 같은 시간에 와서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숙부님도, 부모님도 찬성하는 분위기라 받아들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며, 다른 이들이 아닌, 저 자신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제 자신의 생각? 솔직히 말하면 불안합니다. 저는 속임없이 저의 생각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저같이 평범한 아이가 어떻게 아이돌이 될지. 설령 된다 해도, 그런 부끄러운 일들을 제가 해낼 수 있을지. 전부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저의 양손을 감싸듯이 붙잡았습니다. 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며 반사적으로 손을 빼버렸습니다.

약간 무안하셨는지 목덜미를 쓰담으시면서, 너무 두려우시다면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하지만 만약 받아들이신다면, 본인이 전력으로 저를 프로듀싱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런 불안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도록.

누군가에겐 가식적이게 들릴지도 모를 이 말은, 저에게 용기를 복돋아 주었습니다. 저는 결국 아이돌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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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되기로 마음먹은 뒤로, 저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프로듀서 씨의 사무실에서 지냈습니다.

처음엔 막연히 아이돌이 된다고 해도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프로듀서 씨께선 저에게 일단 데뷔를 하기전에 어느정도 레슨이 필요하다 말하셨습니다.

오랫동안 책만 읽다보니 몸이 둔해져서 레슨을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특히 같이 하는 다른 아이돌들과 비교할수록 우울해졌습니다.

그런 저를 지탱해주는 것은, 아주 조금씩이지만 늘어나는 실력.

그리고, 레슨이 끝날때마다 에너지 드링크와 수건을 들고 저를 찾아오는 프로듀서 씨였습니다.

레슨을 반복하던 어느 날, 프로듀서 씨께서 일이 들어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이란 화보 촬영이었습니다. 그라비아 비슷한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평상복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비슷한 촬영이 있었지만, 다행히 얌전한 옷들이었습니다.

 

동기 아이돌들 중에서는 늦게 데뷔한 편에 속했습니다. 여러 동기들의 데뷔를 마냥 바라보다가, 『 Bright Blue』라는 곡으로 데뷔하였습니다.

반응이 매우 호평이었다고 프로듀서 씨께서 기뻐하셨습니다.

정식으로 데뷔한 이후로, 더 바빠졌습니다. 다른 아이돌이랑 그룹을 짜 활동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광고모델도 해보고.

그러던 어느 날, 프로듀서 씨께서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저에게 무언가를 내밀었습니다.

받아들어보니 그것은 다른 아이돌들과 공동으로 하는 수영복 화보촬영이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지급된다는 수영복을 받아들어보니 열이 확 오르는 듯 했습니다. 수영복. 게다가 비키니.

저는 필사적으로 프로듀서 씨에게 무리라며 말도 못하고 필사적으로 고개만 가로저었습니다.

하지만, 프로듀서 씨는 그저 결정된 사항이라며 한 마디 하시고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프로듀서 씨의 태도에 깊은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배신감은 최악의 결과로 향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잠수. 촬영 전날에, 다른 아이돌들은 모두 이동했지만, 저는 연락을 끊고 숙부님의 집에 숨어들었습니다.

프로듀서 씨는 숙부님의 집에까지 찾아왔었지만, 없는 척 했습니다.

프로듀서 씨가 가고나서 숙부님이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전에 없던 화가 많이 나신 얼굴을 하고.

숙부님은 저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라했고, 저는 모두 말해주었습니다. 수영복 화보와 제가 느낌 배신감까지.

프로실격!이라는 고함을 들을 거라는 각오를 했지만, 숙부님은 머리에 손을 얹히고 잠시 말이 없으셨습니다.

그리곤 저에게 그의 사무실에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의 책상을 뒤져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거부 했지만 하숙을 시작한 뒤로 처음으로 화를 내는 숙부님을 보자. 결국 따르기로 했습니다.

 

저는 사무실에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프로듀서 씨는 없었습니다.

조금 양심에 가책을 느꼈지만, 숙부님의 말씀대로 프로듀서 씨의 책상을 뒤졌습니다.

무언가 나왔습니다. 퇴짜...기획? 광고?

서랍 하나에 가득히 들어 있는 서류들은 모두 조금... 몇개는 많이 부끄러운 복장의 화보들이었습니다.

데뷔 이전에 보내진 것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하던 여러 일들은, 프로듀서 씨가 저의 성격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고른 일들이란 걸.

알려지는 속도가 조금 늦더라도, 데뷔가 조금 늦춰지더라도, 프로듀서 씨는 그런 선택을 해왔던 겁니다.

꺼두었던 폰의 전원을 켰습니다. 부재중 전화만 거의 50통. 문자도 10통이나 와 있었습니다. 모두 프로듀서 씨.

저는 그의 번호를 누르고 기다렸습니다. 첫번째 음이 울리자마자 프로듀서 씨께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디냐고 제게 묻자 사무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로듀서 씨는 전화를 바로 끊었고,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프로듀서 씨는 완전히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구두는 흙으로 더럽혀져있고, 정장의 외투는 불편한 것인지 더워서 인지 입지 않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어디서 싸움이라도 했는지 얼굴에 상처가 나있었습니다.

 

비난도, 설교도 모두 각오했습니다. 전부 제 잘못이니까요. 눈을 감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비난과 설교의 말은 없었고, 대신 감싸지는 포근함이 느껴졌습니다.

눈을 떠보니 프로듀서 씨가 저를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걱정했다고. 아는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없다 했고,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도 읽음이 뜨지 않아서. 정말로 걱정했다고.

행여나 무슨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너무 걱정했다고. 그리고... 무사해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옷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건 눈물. 저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한결같이 저를 생각해준, 저를 걱정해준, 그리고 지금까지 저를 배려해와주었던 프로듀서 씨께 마음속 깊이 감사 드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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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프로듀서 씨의 재량으로 어찌저찌 저를 빼고 촬영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프로가 된 이상 더 이상 무조건 부끄럽다 회피하지 않겠다고 프로듀서 씨께 선언했습니다.

저의 각오를 들은 프로듀서 씨는 서서히 내성을 만들어 가자며, 조금 덜 부끄러운 복장부터 차근차근 소화해 나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완전하지는 않지만, 꽤 내성이 생긴 듯 했습니다.

신부복도 입어보고, 오프숄더 복장도 해보고, ...소악마 복장도 해보고.

프로듀서 씨는 그때마다 너무 무리하지는 않으셔도 된다며 저를 배려해 주었습니다. 그래도 전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은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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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46프로덕션 소속의 프로듀서 입니다. 입사한 이후로, 커뮤 능력은 다소 부족하나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일사천리로 나아갔습니다.

최근 생긴 아이돌 부서에 인재가 부족하다 하여, 자진해서 그쪽을 맡기로 했습니다.

오디션을 보고 뽑기도 했지만, 아직 부족하니 스스로 아이돌 씨앗들을 발굴하는 일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스카우트를 위해 거리를 해매던 중, 저는 한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그녀를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그녀는 살짝 당황해 하면서 명함을 받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스카웃에 응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처음으로 아이돌을 담당하여 일하였습니다.

그녀에게 도움이 될 여러 일들을 찾아가며 누구보다 빠르게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데뷔를 얼마 앞두고 그녀는 갑자기 저에게 은퇴를 선언한다고 했습니다.

당황한 저는 그녀에게 해명을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저에게 정말 모르냐면서 쏘아붙이듯 말했습니다.

 

"당신은 저같은 것은 전혀 배려를 해주지 않아요! 당신과의 대화는 하면 할수록 더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같고! 대체 왜 그렇죠? 제가 그저 당신의 출세를 위한 도구일 뿐이기에 그런건가요? 그렇다면 싫어요! 더이상은! 아이돌같은건 이제 그만둘래요!"

 

담당 아이돌이 화내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그녀의 말은 제 가슴에 가시처럼 박혔고, 저는 그 상처에 고통스러워 하며 그녀가 떠나는 것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떠난 이후로 동료들은 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자네의 잘못이 아냐. 어쩔 수 없는 일인걸."

 

하지만, 저에게 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뒤로 계속 자책감에 빠져들었습니다.

전부 내 잘못이다. 그녀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끔 몰고간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 뒤로 저는 새로운 아이돌을 배정받아 일을 계속했지만, 전의 그 아이가 박아두고 간 가시는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제 어두운 분위기에 불안해진 아이돌은 프로듀서 변경을 요청했고, 저는 받아들여주었습니다.

계속 힘들어하는 저에게 부장님께서 한 마디 하셨습니다.

 

"정, 힘들면 잠시 프로듀서 업무보다는 보조를 하며 마음을 다스리게."

 

저는 그대로 따랐습니다. 다른 프로듀서들이 업무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그것들을 대신 받아 처리해주었습니다.

처음엔 그저그랬지만, 시간이 가자 이 상황에도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아예 다시 상부에 요청해서 인사발령을 할까도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고자 저는 과거 자주 들리던 옛 책방을 찾았습니다.

책방의 주인어른과는 자주 들릴때 알고 지낸 사이라 고민도 털어놓고 그랬습니다.

책을 사가고 나가려 했는데 못 보던 아이가 카운터에 있었습니다.

상당히 조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아이였습니다. 말은 나누지 못했지만.

 

"우리 후미카랑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

 

어느날 저를 불러, 카운터에 앉아 있던 소녀와 함께 삼자대면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이돌을 프로듀싱한다. 저에겐 과거의 트라우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곤란한 마음에 목덜미를 손으로 쓰다듬었습니다. 이게 제 버릇입니다. 당황하거나 하면 목덜미를 쓰다듬는.

그러다가 주인어른께서 소녀의 코위를 가리고 있던 앞머리를 확 들어올렸습니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습니다. 그녀의 눈동자를 본 바로 그 순간에.

사파이어, 아니 이 세상의 어떤 보석을 가져와도 그 눈동자의 빛보다 못한다.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마치 매료라도 된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눈은 곧 그녀가 방안으로 숨어들어가며 더이상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돌아오고 나서도 계속 그녀의 눈동자가 생각났습니다. 아이돌 트라우마 같은 건 순식간에 날려버렸습니다.

그녀를 스카우트하고, 그녀를 프로듀싱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눈이 알려지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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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저는 그녀를 스카웃 하러 갔습니다.

스카웃의 이유를 묻는 그녀에게 도저히 '가장 아름다운 보석같은 눈동자.'라고 솔직히 말할 수 없던 저는 미소라고 얼버무렸습니다.

그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바로 거절당하느니, 시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그녀는 주위에 물어보니 찬동이라도 아이돌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뻤지만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은 쉽게 무너집니다. 그녀 자신이 아이돌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한.

아니다 다를까, 그녀는 두려워 했습니다. 아이돌이 된다는 것에.

저는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커뮤능력을 어떻게든 끌어내 말했고, 그녀는 결국 받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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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와 씨가 아이돌이 된 이후로, 저는 업무를 처리하며 그녀를 계속 지켜보았습니다.

몸의 움직임이 둔한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레슨을 포기하지 않고 따라갔습니다.

저는 그저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사비로 산 드링크와 수건을 준비하는 것 밖에.

그러던 중, 일을 받아냈습니다.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옷들의 모델이었습니다.

그 매장이 취급하는 옷을 면밀하게 조사한 뒤에, 사기사와 씨가 부끄러워할 옷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 그녀에게 전달했습니다.

상당히 호평이었는지, 그뒤로 이런저런 제의가 들어왔습니다만. 다수가 부끄러운 복장이나, 수영복의 그라비아였습니다.

이런걸 사기사와 씨에게 부탁할 순 없기때문에, 최대한 고르고, 정 없으면 발로 뛰어서 일을 찾아다녔습니다.

일을 상당히 가린 탓에 인상이 안 좋아 조금 데뷔가 늦춰지긴 했지만, 저는 차라리 그녀에겐 이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올게 와버렸습니다. 아이돌 공동 수영복 화보 촬영.

이건 어느 특정한 곳의 의뢰가 아닌 346프로덕션 자체의 일이기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백방으로 노력하며 상부에 직접가서 건의까지 했지만, 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기사와 씨에게 가져다주니, 그녀의 반응은 예상대로였습니다. 격렬한 거부.

저는 아무말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과거의 제 잘못된 대화로 인해 파탄난 적도 있으니, 저는 입을 다물기로 했습니다.

제가 입을 다물자 그녀는 더이상 고개도 젓지 않았습니다. 대신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저에게는 시선하나 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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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전 날, 촬영장소가 바다이니만큼, 하루 먼저 가서 조금은 즐기고, 다음 날 촬영하기로 계획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모여도 사기사와 씨는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모두에게 먼저 출발하시고, 사기사와 씨는 제가 찾아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차가 출발하고, 먼저 전화를 걸었습니다.

들려오는 답은 자동응답. 전화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잠수의 기본은 연락끊기니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대신 문자를 넣었습니다.

프로덕션을 다시 한 번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물어서 오늘 사기사와 씨를 보았는지 묻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끔씩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원이 꺼져있다고만 왔지만.

 

결국 저는 시가시와 씨가 있을 최후의 장소로 사기사와 씨의 숙부님께서 운영하시는 바로 그 옛 책방으로 갔습니다.

이곳에 사기사와 씨가 있냐는 질문에, 주인 어른께선 아침 일찍 나갔다고 답하셨습니다. 덧붙여 어디갔는지는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나며 저는 몇 번이고 되물었지만, 그렇게 의심가면 뒤져보라고까지 말씀하시자, 저는 믿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아침일찍 나가서 여태까지 연락이 없다?

혹시나 사고라도 당한 것은 아닐지, 아니면 안 좋은 일에 휩쓸렸다던지.

치안이 좋기로 유명한 이 부근이었지만, 한 번 불안해지기 시작한 제 상상력에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습니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주인 어른께는 경찰에 연락해달라고 부탁했고,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미친듯이 거리를 헤매었습니다.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뒷골목이라는 곳에도 들어가보고.

 

뒷골목에는 소위 불량배라는 녀석들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급박한 상황인데 제 앞길을 막자, 저는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몇 놈은 아예 때려눕히고 아직 정신이 온전한 놈들에겐 사기사와 양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사람 본적 없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여기서 낭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보충하고자, 그의 멱살을 잡고 협박했습니다.

인맥 다 동원해서 사기사와 씨를 본 인물이 있다면 너를 통해 나에게 연락하라고. 안그러면 저기 누워있는 네 친구꼴 날거라고.

그는 벌벌떨면서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전화번호를 주고, 일을 끝낸 저는 다시 그녀를 찾기 위해 달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착신음이 들렸습니다. 바로 전화기를 꺼내들어 사기사와 씨인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지금 제 사무실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바로 발길을 프로덕션으로 돌렸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아랑곳 않고 달렸습니다.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걸 기다릴 시간도 부족해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마침내 도착해 사무실의 문을 열자, 안에 사기사와 씨가 있었습니다.

책상이 조금 더러워진 듯 했지만, 그런 것을 신경쓸 여유는 없었습니다. 바로 다가가 그녀를 껴안았습니다.

눈물은 주체할 수 없게 흘러나왔고, 머릿속에는 그녀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사기사와 씨도 제 품에서 나오려고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서로 얼굴이 빨개지며 떨어지기 전까지, 저는 그녀를 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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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와 씨가 그렇게 싫어하는 걸 알았으니, 상부에는 못 찾았다는 연락을 넣어 촬영을 빼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사기사와 씨께서 저에게 말하셨습니다. 프로가 된 이상 더 이상 무조건 부끄럽다 회피하지 않겠다고.

그녀의 성장에 한 번더 기뻐졌습니다.

그 후로, 그녀는 옛날엔 생각도 못할 복장도 입었습니다. 그때마다 무리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그녀는 눈 웃음을 지으며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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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재투성이 서점에서 책을 읽던 소녀를 발견해 마법을 걸어주신 마법사가 있습니다.

저에게 화려한 의상의 마법을 걸어주었고, 무도회로 가는 마차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무도회장에 도착하고도 올라가기 위한 걸음을 때지 못한 저의 손을 마법사는 부드럽게 잡아주었습니다.

어느샌가 무도회장에 도착했을때, 제 손을 잡아준 마법사는 왕자님으로 변해있었습니다.

 

프로듀서 씨. 당신은 저를 언제나 아껴주시고 위해주셨으니까요.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요. 프로듀서 따라갈게요. 그러니  절 데려가 주세요. 원하시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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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으로 겪은 시련이라는 저주에 좌절하고 주저앉았습니다.

제 앞에 나타난 푸른 눈의 소녀는 저의 저주를 깨주었습니다.

그녀의 미소는 저를 복돋아 주었고, 그녀의 눈동자는 언제나 저를 기운차게 해주었습니다.

어느샌가 그녀는 정말로 아름다고 진실된 공주가 되어 있었습니다.

 

사... 후미카 양. 당신이 저를 구원해주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후미카 양. 저는 뒤에서 항상 당신을 서포트하겠습니다. 그러니 가 주세요. 원하시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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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라도.""

 

 

 

 

.

.

.

"아, 그래도 수영복은 아직 좀 부끄러워요...."

"...선처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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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R 후미카 얻은 뒤에 늘 쓰려고 마음만 먹다가 이제야 쓰네요.

요즘 창댓이랑 fateX신데마스가 잘 안써지네요. 예전엔 컴퓨터 앞이면 그냥 자동으로 써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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