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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1장 - 푸른 불길은 머무를 곳 없이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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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3, 2016 00:41에 작성됨.

- 많은 사람들이 목말라하고 식물들도 말라버릴 무렵, 영주의 아이는 하늘에 소원을 빌었습니다.

 

- 사람들이 배고프고 목마르지 않게, 식물들도 시들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했습니다.

 

- 그렇게 불의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 기도를 계속하자 신령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너의 사람들과 너의 땅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았단다. 아파하지 않고 배고프지 않게 해주겠다고 신령님은 말했습니다.

 

- 신령님은 정말로 마을사람들과 식물들이 목마르지 않고 배고프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 신령님은 아름답게 빛나는 자태로 너와 네 백성들이 배고플 때 다시 오겠다고 말하며 저 땅 너머로 사라져갔습니다.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이 나긋나긋한 말솜씨로 한 편의 짧은 설화를 마친 그녀는 고개를 조금 숙이면서 얼굴을 붉혔다,

 

 

" 죄송해요, 재미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죠 ? "

" 아뇨아뇨 . . ! 그 신령님에 대한 감사가 뭍어나오는 것 같아서 정말 푸근해지는 느낌입니다. "

 

 

코토카가 손을 다시금 가지런하게 모으면서 방긋 미소지었다. 오렌지 꿀차가 식어가며 두번째 향취를 풍겨낼 무렵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어느정도 이어져 갈 무렵, 이번에 말을 꺼내는것은 시부야 린쪽이었다. 그녀는 영지 내를 오면서 줄곧 생각하고있던 사소한 감상을 풀어놔도 그다지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린은 적당하게 식은 차를 한모금 목구멍으로 넘긴 뒤 화제는 꺼낸다.

 

 

" 이제 겨우 석 달 정도 지났는데, 이렇게 빠르게 영지를 복구하시다니.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정도네요. "

 

" 아, 그런가요 ? "

 

" 안내를 받아 들어오면서 도시와 농장들을 둘러보면서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의기를 투합하고 필사적이게 된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걸요. "

 

" 그렇죠 . . 사람은, 강하죠. "

 

 

자연스레 고개를 기웃거리지만 느껴지는 미묘한 위화감을. 시부야 린은 그녀답지 않게 가볍게 끄덕이면서 넘긴다.

코토카의 얼굴 어딘가가 뭔가 살짝 쓸씁해보이기도 했다. 고생이 많았던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실이 있는것인가 . . .

마시던 차를 테이블 위에 얌전히 올려놓고서 코토카는 다시금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제서야 코토카의 속마음에 대해 고민하던 그녀의 얼굴이 항층 펴졌다. 잘못해서 민감한 면을 건든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 단장님. 듣자하니 니노미야 아스카 라고 하는 사람을 쫓고 있다고 그러셨죠 ? "

 

" 아 네. 범죄자인 . . . "

 

" 탈주자의 처리 잘 됬으면 좋겠네요. "

 

 

 

" 네 . . ? 그걸 어떻 . . ."

 

 

이후에 뭔가 말을 더 하려고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에 뭔가가 걸린 감각과 동시에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온 몸을 떨기 시작하는 린. 뱃속에서 메슥거리고 쿡쿡 찌르는 뭔가가 타고 올라오는 것 같다.

불현듯 아파하는 린의 자태를 보고, 이상하게도 코토카는 아무런 액션도 없다. 그저 미소로 일관하고 있었다.

 

 

 

 

" 웁 . . ! "

 

 

 

 

" 그 사람은 지금 한창 불판위에 화제가 되고있으니까요. 물론 . . . "

 

 

 

 

배 안에서 울렁거리던것이 시도를 따라 입 밖으로 주체 할 수 없이 쏟아져나온다. 시뻘겋다 못해 보랏빛이 나는 선지가 객실 바닥을 흉지게 적셨다.

동시에, 양쪽 귀와 코로부터도 뭔가가 흘러나옴을 느낀 시부야 린은 코토카를 올려다봤다.

 

 

 

 

 

" '저희 쪽' 에서도요. "

 

 

 

 

 

다시금 본 두 눈은 아까 전과 같은 순수함과 고결함따윈 일체 남아있지 않은 채, 붉은 나무뿌리같은 줄기들이 타고 올라와 새빨갛게 물들어 검은자위가 수축된 삼백안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미소는 광소로 뒤틀려보였다.

마치 바람이 광기를 실어다 준 것 같은 격변에 린의 눈은 매서운 감을 되살렸다.

 

 

 

" 커억 . . ! "

 

 

 

한 웅큼 토혈을 더 뱉어내자마자, 힘에 부치는지 린은 의자에서 떨어져 엎어질 뻔 하다가 간신히 무릎으로 버티고 선다.

 

 

" 그녀에게는 많은 비밀이 담겨져있죠. 우리들조차 알지 못하는 사도의 기억. "

 

" . . . 크, 으윽 . . ! "

 

" 후후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이것'은 '푸른 힘'에게는 안통하는군요. 얘들아. "

 

 

코토카가 살짝쿵 손뼉을 마주치자 그 즉시 객실 문이 열리며 아까의 메이드시종 두 명이 들어왔다. 다만 아까 전에 테이블을 세팅할 때와는 명백하게 창백하고 메말라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윤기도 혈색도 없고 두 눈동자는 탁하고 무감정했다. 차갑게 식은 두 쌍의 손에는 각각 예리한 단도가 한자루씩 쥐어져 있었다.

 

 

" 손님을 배웅하렴. "

" . . . . . "

 

 

응답 대신 그들은 뛰어올라 린의 목덜미를 향해 칼끝을 내리찍는다. 토혈하며 목을 잡고있던 팔이 반사적으로 칼끝을 붙잡고 목에 가까워져가는 칼날들의 진로를 막았다. 메이드 두명이 멀리서 보면 손님을 덮치는 것 같은 구도가 되자 코토카는 번뜩이며 붉게 빛나는 두 눈동자 그대로, 입가가 찢어지도록 웃음과 함께 문 밖으로 유유히 걸어나갔다.

 

 

 

" 제. . 기랄 . . ! 떨어져 ! "

 

 

 

퍼억 !

 

양 발로 발 하다 당 한명씩 멀찍이 밀어내고 린이 몸을 일으킨다. 더 이상 보라색 선지피는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는 칼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칼은 커녕 갑옷도 그곳안에 있을 리가 없었다. 오던 길을 떠올려보면, 애초에 이 영지는 ' 대장간이 없었다. '

소녀의 형상을 한 그것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탓에 주의깊게 보고 염두해두지 않은 자신의 불찰이었다고, 그녀는 속으로 후회했다.

 

 

" 그어어어 . . "

" 으아어어 . . "

 

 

서글프게 우는 소리를 내며 두 메이드가 자리에서 힘없이 일어선다. 시부야 린은 일어나고 있는 때를 놓치지 않고 목 뒤로 다가가 힘껏 조른다. 장난꾸러기 미오에게 종종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힘껏 꾸욱 눌렀다.

그러나, 기도가 막혀서 기절하기에 충분한 힘임에도 메이드는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은 커녕 그저 팔을 뜯어낼 기세로 쥐어잡고있는것이 전부였다. 마치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이.

 

 

" 이 녀석들 . . ? ! "

 

 

맞은편의 메이드가 단검을 들고 달려들자 그녀는 조르고있던 메이드를 힘껏 밀친다. 밀쳐지는 가운데에 '푸슉' 하는 보편적인 참살의 상징적인 소리와 함께 단검이 밀쳐진 메이드의 목덜이 깊숙이 박혀들어갔다. 이번에야 말로 한명을 처치하지는 못해도 행동불능으로 만들 수는 있다고 생각한 시부야 린의 예측은, 거기에서도 말끔하게 빗나갔다.

 

칼이 쑤셔졌던 상흔을 그대로 단 채 메이드는 칼을 집어들고 다시 자기에게로 다가오고있는것이 아닌가.

거기에 더해 찔린것은 꽤 깊었음에도 피 한방울 흘러나오지 않는다는것 역시 부조화스러운 상황에 일조했다.

시부야 린이 난생 처음 보는 형태의 예외사태였다.

 

 

그렇다면 당장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선지를 밟아 붉은 발자국을 남기면서 욕실쪽으로 몇 발짝 뒷걸음치고, 직후에 질주한다. 가드를 올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몸으로 몰아붙이는 육탄 돌진. 비록 짧은 거리지만 반격이 들어오면 그것을 이용해 능력껏 처리 할 각오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짧은 신음소리들과 함께 좀비 둘은 충돌에 밀려 창문을 부수고 테라스 아래로 떨어졌다. 끝에는 작게 물에 빠지는 소리가 그 사실을 거듭 확신시켰다.

 

 

시부야 린은 고개를 뒤흔들고 생각을 정리한다. 트라프리 대원들을 모아서 코토카를 색적해내는 일이 우선이었다.

잠겨버려있던 객실문을 그대로 박차고 뛰쳐나와 복도로 나오자마자 예상대로 하인차림을 한 무수한 숫자의 얼빠진 얼굴들이 빽빽이 차서 맞이해준다.

 

 

" 저리 비켜 ! "

 

펄럭이는 소매를 찢어내고, 린의 달음박질이 얼굴들을 짓밟으며 아득한 무리들 위를 건넌다.

 

.

.

.

 

 

" 젠장, 뭐야 . . ! 분명히 손목을 부러뜨렸는데 아무렇지 않냐고 ! "

 

나오가 침대 위로 올라가 뒷걸음친다. 침대쪽으로 서서이 다가오는, 손목을 징글벨처럼 흔드는 시종들의 뒤편으로, 열린 객실문으로 점점 많은 숫자의 창백한 피부의 이들이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체액을 입에서 늘이며 얼빠진 소리를 흘리며 오고있는 그들을 나오의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이토록 살아있다는 느낌이 없는 이들을 보는건 처음이었다.

 

침대로 가장 가까이 다가온 집사에게 힘껏 발길질을 가하고, 발바닥이 얼굴을 밀치다 못해 돌아가지 못할 방향으로 뿌드득 소리와 함께 비틀었다.

그러나 걸음은 잠시 멈칫 할 뿐, 이윽고 분명 부러졌을 손으로 멀쩡하게 나오의 발을 붙잡는다. 발을 도로 빼려고 이리저리 틀어본다.

 

 

" 뭐, 뭐야 ! 이사람들, 힘이 . . ?! "

 

 

자신은 정신계 능력을 지니긴 했지만 분명 '아이돌' 로서 일반적인 인간보다 강화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 발을 붙들고있는 이들의 완력은 나오의 것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붙들려있는 상황에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당황하는 사이에 발, 다리를 붙든 손은 삽시간만에 몇 명이 되어, 나오의 버티는 힘을 웃돌며 서서히 그녀를 들어오고 있는 무리들 쪽으로 끌고가고 있었다.

 

 

" 놔 ! 놓으라고 . .! 이익 . . ! 끌려간. . . "

 

 

 

 

" 나오 - ! "

 

 

객실문 사이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짖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얼굴 몇개를 짓밟으며 삽시간에 방 안으로 아름다운 흑발이 튀어들어와 나오에게 붙어있는 이들을 힘껏 걷어찼다.

기사단장의 이름값에 걸맞는 킥에, 나오의 것과 다르게 달리 힘껏 후려쳐진 이들이 공중에 붕 떠 뒤편에 들어오는 무리에게 부딪혀 병목현상을 일으키기에 이르렀다.

 

" 린 . . !! "

 

" 다친곳은 ? "

 

나오가 기쁨과 얼떨떨함이 공존하는 상태로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 그래 . . 다행이다. 지금은 싸우는건 좋은 판단이 아냐. 이 사람들, 어째서인지 '죽지 않아.' 분명히 주 급소를 후려갈겼는데 . . ! "

 

 

린의 설명을 뒷받침하듯, 목이 뒤틀려서 돌아가 나자빠져있던 무리들이 목이 엇나간 딸각소리를 흘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침대 위에 서있는 두 사람은 침을 꿀꺽 삼켰다.

 

 

" 린, 나도 알려줘야 할 정보가 . . "

 

" 나중에 ! 지금은 탈출하는게 우선이야. "

 

" 아 . . 그렇지 ! 그런데, 어디ㄹ. . . 우와앗 ?! "

 

 

갑작스레 린의 품 안으로 들어 안겨지자, 얼굴이 새빨개져서 손을 이리저리 휘젓는다.

흔히 말하는 '공주님 안기' 의 그것과 안고있는 사람의 성별을 제외하는 다른것이 하나도 없었다.

 

 

" 뭐, 뭐하는거야 ! "

 

" 나오는 아직 고공점프 잘 못하잖아. 꽉 붙들어 ! "

 

 

" 뭐 . . . 우아아아악 ─ ? ! "

 

챙강 !

 

아까 전에 두 메이드들을 테라스 밖으로 날려버린 것 처럼, 이번엔 시부야 린 스스로가 창문을 깨고 테라스 밖으로 날아올랐다. 하늘을 날아가는 것 처럼 1초 남짓 공중에서 나아가다가, 이윽고 부대장을 안은 몸이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떨어져간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걸쭉한 빠지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몸이 한치의 빗나감 없이 흐르는 물 속에 잠겼다.

 

주변에서는 실없이 흘리는 신음이 가득한 가운데. .

 

 

" 푸하앗 - ! 갑자기 뛰어들어서 놀랐잖아 ! "

 

물에서 솟아오르는 관성으로 난간을 붙잡고 기어올라오는 모습이 영락없이 물 맞은 개꼴이다. 카미야 나오는 예전부터 물속에 빠지는것과 높은곳에서 떨어지는것을 끔찍하게 싫어했는데 오늘은 더블 콤보세트를 맞이하여 텐션은 최저로 떨어졌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귀빈으로서의 여유를 누리고 있었는데, 터무니없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피부가 창백한데다가 힘은 무식하게 쎈 괴물같은것들이 우루루 몰려들고, 삽시간에 아비규환에 빠져서 지금이게 무슨꼴인가 나오는 돌이켜본다.

뒤이어 기어나오는 린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그림자가 가득했다. 눈동자가 날카롭게 서서 도저히 나오가 말해봤자 듣는 척도 안하는 것 같다.

 

" 나오, 아까 말하려던 전해야하는 말이라는게 뭐였어 ? "

" 그게 . . . "

 

 


고작 수십분 전.

 

나오의 머릿속에 사이온지 라는 말을 어디에서 보고 들었는지 떠올랐다. 바로 제국과 전쟁전에 앱솔루트 나인을 포함한 멤버들이 모여있던 곳의 군사지도. 검게 칠해진 . . ' 점령지역 ' 이었다. 당시에 '점령지역' 이라고 하면 말만 '점령' 이었지, 당시 제국의 비공정과 검은 괴조가 날아다니며 폭격하여 모두 무너지거나 불타버린,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 '점령지역' 으로부터 나온 생존자는 손에 꼽았는데, 그 중에서 '영주' 가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 닛타가의 영지와 사이온지가의 영지 . . 전부 전소되버렸다고 하던데, 이대로 수도까지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셈인가보네 . . '


슈코도 그렇게 말했었다. 그렇다 . . 사이온지의 영지는 전부 불타버려서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 .

 

.

.

.


" 그러면, 지금 우리가 있는 여기는 ? 아무것도 남지않고 다 타버린 땅이었다고 해도, 설사 고작 몇달사이에 이렇게 복구가 가능 할리 . . "

 

린은 나오에게 클레임을 넣으려다가 손가락을 튕긴다. 주변에서 동시에 신음소리가 점점 더 잦아지고, 많아졌다.

그녀는 머리를 한번 축 털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니, 그것들을 '사람' 이라고 하긴 힘들었어 . . 그렇다면 . . . "

 

" 죽은사람을 살리는 능력이라도 가지고있던 거였어 ? ! 하지만 왜 우리를 공격하는거야 . . ! "

 

" 되살린게 아니라, 비슷한 뭔가겟지. '아이돌' 은 '섭리' 에 거부할 수 없어. "

 


' . . . 섭리를 주무르는 신들을 적대하는 자들이니까.' 라는 . . 기사단장이 되기위한 교육서에서 본 적 있는 말을 인용해보려다가, 아무래도 부끄러웠는지 뒷부분까지는 말하지 않는 시부야 린이었다. 나오의 시선이 뭔가 그럴듯한 말을 내뱉는 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하게 일어난 이유는 다름아닌 단 한가지. 썩은 발걸음들이 몰려들었다.

생기없고 창백한 피부를 가진 이들이 근육이 녹아버린 슬라임마냥 흐느적거리며 흘러온다.

 

 

" 언제 이렇게 많이 . . .! "

" 우리를 공격하는 이유는 붙잡아서 추궁해보면 알겠지. 빨리 움직여 나오 ! "

 

 

" 대장님 ! "

 

 

" 이 목소리는 . . 키류 ? "

 

주변의 다른이들과는 명백하게 혈색이 (좋은 의미로) 다른 남자가 흐느적거리는 무리들을 베어내고 린 앞에 헐레벌떡 뛰어온다.

무리를 베면서 튄 피들이 그가 얼마나 많은 '적' 을 베어오며 왔는지를 증명하듯이 온 몸의 돌출된 부분마다 뚝뚝 방울이 되어 떨어졌다. 온 몸에 뒤집어 쓴 탁해진 보랏빛을 살피다가 린은 눈앞에 주저앉아버린 그 모습을 보고 놀라며 황급히 다가간다.

아까 전까지 돌파해오면서 힘을 다 쓴 듯 숨소리는 거칠도 몸은 파르르 떨고있었다. 아무래도, 힘을 다 소진한게 이유의 전부가 아닌 것 같았다.

 

 

" 대장님 . . ! 후욱 . . 무사하셨다니, 다행입니다 . . "

 

" . . 이빨자국이랑 긁힌 상처. . 저녀석들에게 당한거야 ?! "

 

" 대장 . . 대원들이 있는 곳에, 젤러시교회에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 "

 

 

기침을 한번 하더니 가래침 뱉듯이 뱉어낸 핏덩이는 뒤집어쓴 것들과는 달리 방금 전까지 생생하게 혈관을 타고 흘렀던 듯 한 선명한 붉은색이다.

키류라는 이름의 그 대원은 숨을 몇번 내쉬며 고르게 다지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눈 앞에 있는 소매가 뜯겨진 파자마 차림에 홀딱 젖은 두 사람을 물끄러미 보더니 그는 눈가의 피를 닦아내고 어이없다는 투로 말을 꺼낸다.

 

" 그런데 . . 두 분 장비는 어디에 버렸습니까 ? "

" 그건 . . . . . . . 녀석들에게 속았어 . . ! 젠장, 의심을 먼저 했어야햇는데 ! "

 

갑자기 상기되는 코토카와의 대화가 떠올라 시부야 린이 분노를 실어 힘자게 발을 구른다. 석재 도보가 발바닥 모양으로 갈라지고 주변에 미미한 균열들이 벌어지는 모습에 옆에 있던 나오가 옆걸음으로 슬금슬금 다가가 남자의 귓전에 속삭였다.

 

" . . . . 라고. "

 

" . . 그렇습니까 ? 대장답지 않았군요. 일단 임시방편이지만 이것들이라도 쓰십쇼. "

 

 

남자가 허리띠에 열맞춰 꽃혀있는 몇개의 단검들을 능숙하게 꺼내어 날 옆면을 잡고 손잡이쪽을 둘에게 향한다. 두 가녀린 손이 각자에게 할당된 단검을 받아들고, 지금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다가오고있는 창백한 이들에게 겨누며 몸을 앞으로 굽힌다.

 

" 시간이 촉박합니다 ! "

 

" 알고있어 ! . . 나오 ! "

 

" 또 내가 먼저 ?! . . 으랴아아아 ! "

 

 

.

.

.

.

사이온지가의 영지 내부. 태양의 젤러시교 교회.

 

오래 전, 아마도 엘프들이 아직 존재하던 시절보다더 오래 전부터 전승되어온 '영광의 태양' 을 신봉하는 '태양의 젤러시교'는 왕국의 국교였다. 물론 신들을 섬기는 목적을 가진 악(惡)한 사교집단을 제외한 다른 종교들도 수용하는 미시로 왕국이지만, 국교인만큼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그것은 오렌지꿀로 유명한 사이온지 가문도 역시 마찬가지였고, 젤러시교의 교회는 영지마다 하나씩 빠짐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태양을 섬기는 어린양들의 안식처 안에서 함성과 비명, 포효가 뒤섞인 끔찍한 찬송곡이 울려퍼지고 있 . . . 었어야 할 터였다.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 . 설마. . ! "

 

 

교회건물 주변에 쭈그려있던 린의 달음박질이 지면을 울린다. 주변에 창백한 자들이 없음은 인지했다.

 

 

박차고 나가 교회의 문을 열자마자 맞이해주는 것은, 린의 바삐 온 걸음에 아무런 보답도 해주지 못했다.

 

 

" 아 . . 아아아아 . . . ! "

 

" 우욱 . . ?!?! "

 

 

어떤 것은 기도를 위한 의자 위에 참회하듯 쭈그려져서 내용물을 쏟아내고, 또 어느것은 내용물이 모두 빠져나와 골격만 남아 덜렁거린다. 각자가 모두 흩어지고 뜯겨진 방법은 다를지라도, 단 하나의 공통점으로서, 응고되지 않은 신선한 피를 무한히 솟아나는 샘처럼 흘려보내고 있었단 것이었다.

 

 

" 으, 아아아아아아 ! 모두드을 . . !  "

 

" 거짓말 . . 거짓말이지 . . ? 전부 . . 전부 . . ! "

 

 

나오는 설마 이렇게 되어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는지 얼빠진 표정으로 린옆에 서 주변을 보다가, 이윽고 누런 위액을 토해낸다.

 

 

" 크으으으. . ! "

 

 

키류의 꽉 쥔 주먹에서 분노서린 피가 흘러나온다. 고작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함께하던 이들이 지금 신을 축복하는 성소에 육편이 되어 널려있는 광경을 보고 제 정신을 유지하는 사람이 비정상일 정도였다. 눈 앞에 대장이 울고있다니, 믿을 수 없다는 놀라움에 가득 찬 얼굴이 하나 데구르르 굴러왔다.

이윽고, 머리가 창백하게 변색되더니 그 뜯겨나가 기능을 잃은 목구멍에서 나오던 피의 색 역시 보랏빛으로 바뀌었다.

 

 

" 어떠신가요 ? 마중 선물은 ? "

 

 

지금 그 순간에야말로 어떤 것 보다 증오스러운 목소리가 그녀를 조롱했다.

트라이어드 프리무스를 조롱했다.

전사들을 조롱했다.

 

 

절규를 연료로 삼아 푸른 불길이 그녀의 몸을 타고 불타올랐다.

목구멍에 차오른 분노가 윽박이 되어 대원들을 고통받게하고 우롱한 자의 이름을 내질렀다.

 

 

 

" 사이온지 . . !! 코토카아아아 ─── !!!!!!! "

 

 

 

달빛이 스테인드 글라스 너머로 단상을 비추며, 그곳에 다소곳이 있던 두 붉은 눈이 그녀의 푸른 화염을 비웃듯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그토록 분노하는것은 . . 미오가 절벽아래로 추락하여 사라졌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 그분께서는 당신이 살아있는걸 원치 않으세요. "

 

 

코토카가 한 손을 번쩍 올리자, 주변에 늘어져있던 시체들이 이끌리듯이 하늘로 올라가며 핏방울과 살점들을 흩뿌린다. 위로 올린 손아귀를 굳게 쥐는 시늉을 함과 동시에 내장과 두개골들이 서로 맞부딪혀 뭉게지면서 허공의 한 지점에 뭉쳐갔다. 교회에 널부러져있던 104 명의 트라이어드 프리무스의 몸뚱이가 모두 뭉쳐지고 나자 . . 그것은 마치 팔다리가 달린 골렘과 같은 형상이 되어있었다.

인간으로 치면 손 부분과 다리부분, 머리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육편 덩어리가 스스로 사고를 하는 것 처럼 양 팔끝으로 바닥을 딛고 서서히 일어나기에 이르렀다.

 

코토카는 교만한 미소를 짓는다.

 

 

 

" 걱정마세요. 일격에 대원들 곁으로 보내줄테ㄴ . . . "

 

 

 

 

화르륵 . 불에 지져지는 소리.

육편 덩어리가, 백여구가 넘는 사체로 뭉쳐진 골렘이 단 한순간에 . . 푸른 불길에 휩싸여 잿더미가 되어 무너져내려간다.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혼란에 빠져있던 그녀는 말하던 입을 차마 닫지못하고 어벙벙한 표정이었다.

 

 

" 어 ? 이럴리가 없는데 ? "

 

 

 

" 아아아아아아 - !! "

 

 

이성을 잃은 포효에 응해, 불길이 타오른다. 소녀의 몸을 타고 오르면서 그녀에게 일말의 상처도 주지않고 감싸안으며 점점 불의 세기를 키워, 화염을 교회 안쪽으로 안쪽으로 더욱 퍼트려간다. 겉보기에는 산발적으로 온 사방을 불사르는 것 같아보였으나, 불길은 서서히 . . 그리고 확실하게 단상을 향해 불길을 좁혀가고 있었다.

 

 

" 하지만, 아직 . . ! "

 

 

치켜올리던 손을 내리고, 이번에는 양 손을 위로 올리다 못해 뒤쪽으로 젖히는 행동을 취한다. 그러자 코토카의 뒤편 스테인드 글라스가 부서지면서 거대한 손길이 교회 안으로 침범해 들어오며 전방의 화염들을 바닥타일과, 잔해들과 함께 밀쳐낸다.

손은 뼈와 살로 . . 이루어져 있는 것까지는 다른 손과 차이점이 없었지만 이것은 발과 코와 눈이 그 구성물에 포함되어 있어 미관상으로도 끔찍했다.

 

손이 ' 그어어어 '우는 소리를 내면서 코토카와 린의 사이를 가로막지만, 타오르는 불길은 밀려온 잔해를 타고 파도처럼 손아귀로 다가가 기어올라 역시나 흔적없이 불살라 없애며 그녀의 진로를 열어준다. 불타버린 잔해의 뒤편에 코토카의 모습이 없음을 알고 그녀는 로켓처럼 불꽃을 분사하여 깨져있던 스테인드 글라스를 완전히 박살내며 튀어나갔다.

 

 

 

" 사이온지 . . 코토카아아 . . . !!! "

 

" 히익 . . ! 영지민여러분 ! 저를 . . 저를 지켜주세요 ! "

 

 

 

푸른 궤적을 허공에 새기며, 동시에 창백한 이들을 푸른 불길로 불사르며 그녀는 착실하게 증오의 대상에게 나아간다. 눈 앞에 무수히 많은 . . 아마도 사이온지 영지의 모든 이들이 빽빽하게 몰아쳐 가로막고있었지만 소각로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실없이 타버릴 뿐이었다. 푸른 안광이 무리들 사이로 미묘하게 뚤린 길로 도망치는 그녀의 얼굴을 시야에 잡았다.

 

 

" 이럴 순 없어 . . ! 이번일만 처리하면, 다 잘될 터 였는데 . . ! 어째서 ! "

 

 

숨이 차오르게 달리면서 날숨과 함께 분통을 토해내는 귀족의 얼굴은 이미 아까 전 단상에서의 여유는 비슷한 것 한조각도 남아있지 않았다.

뒤편에서 동시에,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부러진 힐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돌아보는 순간 머리채를 잡혀 산채로 불탈 것만같은 상상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푸른 불빛과 열기가 더 가까이 다가오고있었다.

 

 

" 아 ? ! 꺄아아 - ! "

 

천을 따라 내려가는 비탈길 도중 사이온지 코토카가 달리던 가속 그대로 바닥에 힘껏 미끄러지고 뒹군다. 한참을 뒹굴다가, 비탈길과 평평한 땅의 경계선즈음에서 멈춰 부들거리는 앞에, 도보 블럭을 부수며 증오로 찬 화염이 내려와 불길을 뿜어냈다. 시부야 린의 두 눈은 하늘의 달빛보다 더 밝은 푸른 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처형의 불빛이 한걸음 다가오기 무섭게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뒤로 기어간다.

 

 

" 싫어 - ! 오, 오지마 . . ! 모두들 . . 저를 . . "

 

 

골목에서 튀어나온 이들이 소녀의 힘찬 손짓 한번에 재가되어 부서진다. 뿐만 아니라, 불길은 주변의 길이란 길을 모조리 타고 퍼져나갔다.

일대가 완전히 푸른 불로 휩싸이자,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으로 벙 쪄있다가 입을 열었다.

 

 

" 히이이익 . . ! 나, 나는 그저 영지민들을 지키고 싶었을 뿐 이었다고 . . 이번 일만 잘 하면 모두를 제대로 된 사람으로서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단말이야 . . !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 . ! "

 

 

" 으으으으으 . . . !! "

 

 

" 나는 내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을 뿐인데 !! 아직, 아직 죽고싶지 않아 ! 죽고싶지 않다구 ! 싫어어 . . 아무나 . . ! "

 

 

 

 

" 린 - ! " " 대장님 ! "

 

저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불길이 사그라들어 린의 몸가에 남은 것 말고는 모두 꺼져들었다. 그녀의 빛나는 눈동자는 나오와 키류의 방향을 응시한 채로 아무 말이 없었다.

나오의 달음박질이 린에게로 다가와 멈춰선다.

 

 

" 멈춰 ! 안돼, 죽이면 안돼 . . ! "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는 린에게 양 손을 내민다. 손아귀의 불길은 나오의 팔을 타고 뒤덮어버릴 기세로 타오르다가, 거짓말 같이 손과 손이 맞잡자마자 꺼져들어간다. 나오는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든다.

 

 

" 으윽 . . 크으으 . . . ! "

 

" 참아내야 돼 . . 린 ! "

" 대장님, 자제하셔야합니다 ! "

 

옆에 도착한 키류도 거들어서 그녀를 만류한다.

눈동자의 빛이 점점 작게 사그라들면서 . . 바득바득 갈고있는 이빨도 딱 다물어졌다. 숨을 고르게 쉬며 그녀는 스스로 올라온 욱한 감정을 가라앉힌다.

 

 

" 후우 . . .후우 . . "

" 하아, 다행이다. 돌아와서 . . 그러면 . . "

 

 

카미야 나오의 시선은 온 몸에 바닥에 미끄러지며 생긴 생체기로 가득한 귀족아가씨에게로 향했다. 린과 맞잡고있던 손을 천천히 놓은 뒤, 걸음도 눈길을 따라갔다. 키류의 피가 잔뜩 뭍은 칼 끝 역시 나오의 시선과 같은 뱡향으로 겨눠진다.

 

 

" 읏 . . ! "

 

" 우리 대원들을 생각하면, 나도 린이랑 같은 심정이지만 . . !! "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곧 푼다. 다만 눈매에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분노가 서려있었다.

 

 

" 키류 ! 포박용 밧줄 남아있지 ? "

" 네. "

 

그의 손이 뒷춤에 걸려있는 밧줄고리를 끄집어낸다.

 

" 포박해서 수도로 데려가야겠어. 무슨 연유로 이렇게 장대하게 계획했는지 전말을 조사해야지. 분통을 푸는것은 그 이후로 해도 늦지 않아. "

 

도로 몸을 돌려 린에게 향하면서, 고개만은 사이온지 코토카를 향해 흘겨 내리며 그녀는 그렇게 결정하였다.

곧 고개도 다시 린을 보고 끄덕이면서 확인을 구한다.

 

 

" 그치 ? "

" . . . . . "

" 린 ? "

 

 

시부야 린의 두 눈동자는 허공을 보면서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 채, 나오가 재차 답을 구하고서야 힘없이 끄덕인다.

긴 흑발이 불타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터와 함께 천천히 흔들렸다.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가끔씩 코토카가 묶이면서 아픔을 흘리는것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시선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찰나.

 

 

『 이번에도, 너는 소중한것을 빼앗겻는데도 침묵하고있는거야 ? 』

 

" . . . ! "

 

공허한 눈이 일순간 경직하며 부르르 떨었다. 허무함 속을 공포와 압박감이 채워들어왔다.

 

 

『 아야세 에리 때도 똑같아. 그녀를 죽이지 않았지. 그 결과는 뭐였지 ?  』

 

 

"  . . . 으 . . 으으 . . ! "

 

 

그녀의 공포로 찬 눈동자 속에, 혼다 미오가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대제 호노카의 일격에, 눈앞에서 그녀는 갈라진 대지 사이로 추락해간다.

 

 

 

 

『 강함과 약함은 네 '힘' 만을 말하는게 아니야. 알고있잖아 ? 』

 

 

 

 

" . . . . ! 그, 그만 . . 해 . . ! "

 

 

 

 

『 이번에 사이온지 코토카를 죽이지 않으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 』

 

 

 

 

" . . . 멈춰 . . 나한테, 말걸지마 ! "

 

 

 

 

『 너는 등을 돌리고 도망칠 뿐이야. 너는 머무를 곳 없는 새. 너의 동정은 '재해(災害)'를 불러오는 날개짓이고.  』

 

 

 

 

" 아니야 . . ! 아니야 !! "

 

 

 

 

 

 

『 이번에도 잃었듯이, 앞으로도 전부. . 네가 쌓아올린것과 네가 아껴온 모든것이, 전부, 전부 전부 전부 ── !!! 』  

 

 

아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불길은 짐승의 발톱이 되어, 소녀의 형상을 힘껏 휘저었다. 소녀의 형상이 웃으며 스며들어갔다.

 

 

푸른 발톱의 일합에, 피부가, 뼈와 힘줄이, 경악스러움에 가득한 머리와 함께 뜯겨 떨어져나간다.

 

 

 

" . . . . ?! "

" 대장 ?! "

 

 

 

 

' 죽고싶지 . . 않 . . . ' 지면에 굴러떨어진 머리가 삶에 대한 미련을 뻐끔거리다가 완전히 멈춘다. 두 눈동자에 붉은 빛이 목 아래로 철철 흘러나오는 피와 함께 사라져갔다. 머리를 잃은 몸이 중심을 잃고 분수를 뿜으며 꼬구라진다.

 

발톱에 불길이 꺼지지 않은 채, 그녀는 천천히 바르게 서서 발톱에 들러붙어서 까맣게 타들어가는 뼈조각들을 바라봤다.

 

 

 

" 무슨짓이야 . . 대체 뭘한거야 ! "

 

 

 

 

나오는 황당해서 그녀에게 추궁을 터뜨린다. 그러나 린은 대답하지 않는다.

 

 

발톱에 붙은 검게 변한 뼛가루를 흩날리고선, 식은땀을 흘리는 와중에도 . .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이유모르게 입꼬리를 실실 올리고 있었다.

 

 

" 나, 나는 도망치지 . .치지. . 않아 . . . "

 

 

" 린 ? "

 

 

" 나는 . . 머무를 곳 없는 . . 새 . . ? 흐 . . 흐흐 . . 하하하 . . .

 

 

 

 

 

 

광인처럼 그녀는 웃음소리를 흘린다.

 

입가에 지어진것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모순덩어리 미소였다.

 

 

 

.

.

.

.

.

.

 

 

 

" 아 ~ 기껏 도로 살려줬더니만, 멋지게도 실패해버리니까 오히려 존경심까지 들 정도야. "

 

 

녹색의 불길이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 피어오른다. 어디서 온지 모를 비명소리와 원망들이 불길로 빨려들어간다.

 

불덩이가 커지면 커질 수록, 더 많은 비탄과 절규들이 울려오다가 . . 어느 순간에 뚝 그쳤다.

 

 

" ' 죽고싶지 않아 . . ! ' 라니, 애처롭네. "

 

 

피식. 웃음을 흘린다.

이윽고 손가락이 불덩이를 거두고 무릎을 짚는다. 자리에서 일어난 가느다란 몸집은 무용하듯이 빙글빙글 돈다.

 

 

" 뭐, 죽은 사람이 한두명도 아니고 . . 다음에는 누구로 할까나 - ? "

 

 

아홉개의 꼬리가 소용돌이치며 요사스러운 연기와 함께 사라진다.

몰락해버린 절멸구역 속에 사무치는 바람만이 그것이 있던 절벽을 힘차게 때렸다.

 

 

 

 

 

- 제 1장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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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온지 코토카 >

 

성 부터 알 수 있듯이, 사이온지 가문의 핏줄이자 사이온지 가문의 장래가 촉망받는 후계자 . . .였을 터 였다.

제국이 침공 할 당시에 그녀의 부친이자 당시 사이온지 가문의 영주였던 '사이온지 츠무기' 는 제국군이 영지에 피해를 입히는걸 막기위해 요격에 나섰다. 그리고 그 수는 실로 외통수로 작용하여, 그 자신은 전사를 면치 못하고 영주의 승전보만을 기다리고 있던 영지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수한 폭격 뿐이었다.

영지민들은 차마 대피하기도 전에 쏟아지는 불의 비에 고통스럽게 불타 죽어갔고, 사이온지 코토카는 다른 수많은 하인들과 함께 불길속에 잠겨버렸다.

 

그녀는 시체는 커녕 뼈조각도 찾을 수 없어 '실종' 처리 되어있었고, 왕국에서는 전후처리와 복구문제때문에 그녀를 미처 신경쓰지 못하였다.

무너진 잔해 속에서 그녀는 유일하게 살아남아 한달동안을 버텼지만, 구조대는 오지 않았고 . . 그녀의 삶은 다해갔다.

죽음을 직면한 상황에서, 소녀는 누군가의 발치를 보았고 . . 죽어가는 목소리로 빌었다.

 

' 제발, 나와 내 백성들을 구해줄 힘을 . . . '

 

다시 그녀가 눈을 떳을때에, 그 몸에는 별의 은혜가 담겨있었다.

「 푸른 새를 떨어뜨리는 날. 너와 네 백성들은 진짜 삶을 다시 얻으리라. 」 라는 말과 같이.

 

별의 은혜로 얻은 그녀의 능력은 ' 죽은 자들을, 죽지도 살지도 않은 이로 만드는' 힘.

 

 

 

 

< 절멸구역 >

 

제국과의 전쟁 이후 왕국과 제국 측에서 공식적으로 명명한, 일종의 ' 폐허지대 ' . 제국의 전면적인 침략이 막 시작되었을 무렵에, 그들은 고화력의 네이팜을 비공정을 통해 아낌없이 쏟아내어 왕국의 전력과 영토를 괴멸시켰다. 그 독소와 화기(火氣)는 전쟁 이후에도 불의 비가 내린 자리에 남아, 풀 한포기도 자라나지 못하는 잿빛의 땅으로 변질시켜버렸다.

사람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버린 제국의 만행은 끔찍하고 덮어서는 안돼는 일이지만, 왕국역시 제국에 의해 치부가 밝혀져 국제적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받고있는 입장이었기에, 전후처리 당시에 이 절멸구역으로 지정된 영토를 왕국에게 반환하겠다는 의사에 거부하지 못했다.

 

국제 환경보호자의 말에 따르면, 이 절멸구역이 다시 생물이 살 수 있는 땅이 되려면 적어도 2세기 정도는 지나야 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사쿠라이 가문의 영지 등이 있다.

 

 

< 제국과의 전쟁 당시 전황도 >

 

 

 

 

 

+ < 보너스 >

 

[ 신데판 세계관 지도<왕국 기준> ]

 

 

※ 제국과의 전쟁 이후 지도 상황입니다.

 

※ 왕국 기준의 지도이기때문에 지도의 동 · 서쪽 끝으로 땅과 국가가 더 존재하지만 표기되어있지 않다는 설정입니다.

 

※ 초안입니다. 여러분의 피드백으로 언제든지 수정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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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을 펑펑 울게 만들려고 했는데 제가 마음이 약해서 평범하게 끝냈습니다.

뭐, 앞으로도 많이 굴릴거니까요.

 

여기까지 봐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신데렐라 판타지는 여러분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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