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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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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4, 2013 20:08에 작성됨.


 언제나와 같은 765 프로덕션의 사무실. 다른 사무소의 사무실이라면 고층 빌딩에 자리잡고 있거나 심지어는 빌딩 하나 전체를 사무소가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으나 765 프로덕션의 사무실은 조금 낡은, 평범한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

 765 프로덕션이 그렇게 안 팔리는 프로덕션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예전의 약소 프로덕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나름의 인기를 얻으며 성장했지만 사무실만큼만은 그대로인 것이다. 불의의 사건이 일어난다던가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인원 수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딱히 반드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작은 사무실의 가족같은 분위기도 다들 사무실을 옮기는 것에 알게 모르게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프로듀서!"

 그런 조금은 낡은 사무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온 건 키사라기 치하야, 765 프로덕션의 소속 아이돌이었다. 가벼운 옷차림인 것 같지만 신경쓴 듯한 옷차림. 예전의 치하야라면 노래를 부르는 것 만을 생각하며 옷차림같은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곤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이돌이라는 자각이 생긴건지 몰라도 신경을 쓰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네, 그쪽 일은 저희가… 치하야? 자, 잠깐만. 아뇨, 이쪽의 이야깁니다."

 한편 나는 전화와 씨름하고 있었는데 문을 박차고 들어와 큰 소리로 부른다는 치하야답지 않은 행동에 적지 않게 놀랐다. 전화로 일에 관한 상담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치하야는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업무를 방해할 수는 없었으니 딱히 어떤 말은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17일까지는 저희 쪽도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그럼 19일에…."

 요즘은 스케줄이 꽉찬 나머지 항상 이렇게 나중으로 미뤄지는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일들은 고스란히 쌓여 또 스케줄 표를 가득 채우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또 한 건을 처리한 나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땀을 닦으며 한숨을 쉬었다. 갑작스럽게 코토리 씨가 개인적인 일으로 이틀간 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선 '저만 믿으세요.' 라고 자신에 넘치는 말을 했었지만 솔직히 벅찬 정도였다. 아이돌 들도 이제는 익숙해져 자신의 일은 어느정도 혼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하나하나 따라다녀야 해서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정도는 아니지만 두 명 분의 일도 한 사람에게는 충분히 벅찬 법이었다.

 "아, 미안. 기다리게 했구나."
 
 한 숨 돌리고 시간이 나자 용건을 말해보라는 뜻으로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내일부터 출장이라는게 정말인가요?"
 "응. 아마 이틀, 사흘쯤 걸리지 않으려나. 걱정 마.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오키나와면 멀리 가는건가?"
 
 출장이라는 건 얼마 후에 열릴 765 프로덕션의 공연 쪽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번 라이브는 전국 투어 형식으로 열리게 되었는데 모든 아이돌들이 전국을 움직이면서 모든 공연을 소화하는 건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었고 스케쥴 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에 모든 인원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나눠서 가는 형식으로 열리게 되었다.
 '765 PRO ALLSTARS' 라는 이름처럼 나를 포함해 이런 기획에 반대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이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도쿄라던가 그런 곳의 공연은 모두가 모여서 한다는 것으로 다들 납득해 주어서 이런 공연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오키나와에서는 765 프로덕션으로는 처음으로 라이브가 열리는 것이기도 해서 많은 신경이 쓰이는 곳이었다. 오키나와로 가는 건 그곳이 고향인 히비키, 하루카, 미키, 타카네, 마코토의 여섯명. 다른 멤버나 치하야도 다른 지역쪽의 공연의 준비로 매일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꼭 직접 가셔야 하나요? …그, 그럴 필요는 굳이…"

 잠시 망설이던 치하야는 그렇게 말했다. 냉정하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억지였다. 아이돌 쪽에서 프로듀서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것도 별로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고 일에 엄격한 평소의 치하야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치하야는 어딘가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치하야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도 예전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나는 그저 인기를 얻고 점점 톱 아이돌로 성장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런 것은 아닌 듯 싶고 뭔가 다들 모종의 이유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이유는 짐작하기 힘들었다. 몇몇은 아주 알기 쉬운 방법으로 그 이유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으음…. 치하야가 그렇게 말하면."
 "큿. 아, 아니에요. 일이니까 어쩔 수 없죠."

 일에는 확실한 치하야가 말하는 것이니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 라는 생각을 하며 잠시 고민한 후에 입을 열자 치하야는 급하게 얼버무렸다. 오키나와에 가게 된 것도 다른 쪽의 부탁이었으니까 치하야가 그렇게 말한다면 일정을 조금 줄인다던가 하지 못할 것도 없는데.

 "아니에요. 저는 괜찮으니까! 실례했습니다!"

 하려던 말도 하지 않고 역시 평소답지 않게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굳은 얼굴로 도망가듯 뛰쳐나가는 치하야의 뒷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

 나는 사무소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방을 얻어 혼자 살고 있었다. 누구에게 자랑할 것도 못되는 평범한 맨션에서 혼자 일에 치이며 살다보면 가족들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앞을 바라보는 것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주변에서 보면 워커홀릭이라고 말할 정도였지만 내가 힘든 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프로듀스하는 아이돌들의 웃음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몸이 움직인다고 해야하나. 그런 즐거움으로 일하는 것을 보면 워커홀릭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런 내가 지금 하고있는 건 퇴근한 후에도 바쁘게 아이돌들의 스케쥴을 조정이었다. 길어봐야 사흘이지만 사무실을 떠나 있는 사이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기에 최대한 검토하고 또 검토헤서 문제가 가능하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문제였다.

 띵동ㅡ

 "응? 누구지? 이 시간에 신문 권유?"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노트에 적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혼자 상경해 사는 사람 집으로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은 없을텐데..

 "치하야?"

 문 밖을 살펴보니 치하야의 모습이 있었다. 눈에 띄는 건 손에 들고있는 커다란 비닐봉지와 지금껏 입은걸 본 적이 없던 옷, 그러니까 새로 사거나 평소에 입지 않았던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귀여워보이는 스웨터에 보기 드문 미니스커트를 입은 치하야는 '뭐야 할 수 있잖아'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치하야의 모습을 확인하고 문을 열자 그녀가 인사를 해왔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연락도 없이."
 "그, 그게… 실수로 집 열쇠를 잃어버려서… 저…"

 치하야도 나처럼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살고 있었기에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했다면 곤란한 상황일 것이다. 오늘도 녹화가 있었을 텐데 열쇠가 없어진 걸 보고 차가 끊기기 전에 이쪽으로 온 모양이다.

 "그, 그래? 일단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집에 들어오는 치하야를 언뜻 보니 들고있던 비닐봉지에는 이것저것 음식 재료들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이거요?"

 딱히 묻지는 않았지만 시선을 느낀 것인지 치하야가 말했다.

 "그래도 빈 손으로 무작정 찾아가는 건 너무 실례하는 것 같아서 요리라도 해 드릴까 해서.. 연습도 많이 했고. 프로듀서, 분명 편의점 도시락 같은 거 드시려고 했죠?"

 치하야의 말대로 식탁 위에는 집에 오면서 편의점에 들러서 사온 간편 도시락이 놓여 있었다. 혼자 사는 남자는 어쩔 수 없다고 변명을 할 수 밖에 없다. 사는 사람의 수가 적으면 요리를 하면 오히려 돈이 더 나가는 법이니까.

 "안돼요. 제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런 것만 먹으면 정말로 언젠가 쓰러질 지도 몰라요?"
 "으응…."

 그렇게 말하며 웃는 치하야를 보며 얼떨결에 대답해버렸다. 확실히 건강에도 좋지 않은 건 알고 있기 때문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대답해버렸으니 이제 와서 그렇게 수고스러운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거절하기도 뭐했다.
 
 "대신에 욕실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뭐?!"

 놀란 나의 반응에 치하야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또 이상한 생각 하시고 계시는거죠!"
 "아, 아냐. 너무 갑작스러워서."
 "걱정 마세요. 피곤해서 세수를 하려는 것 뿐이니까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마 이런 곳까지 파파라치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보다 파파라치가 있다면 치하야가 우리 집에 들어오는 걸 들킨 순간에 끝이다.

 "설마 훔쳐보려는 건 아니겠죠?"
 "세수 하는걸 훔쳐봐서 뭐 해.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테니 다녀와."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혼자 남겨진 나는 평소에 항상 지내는 자신의 집인데도 낯선 기분이 들었다. 시계의 초침 소리 하나하나가 들리는 듯 했고 입이 자꾸 말라오는 듯 했다. 이런 기분으로는 어려운 때에 의지가 되었다고 마냥 기뻐하기도 뭐한 사안이었다.

 "치하야도 무슨 생각인거야.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욕실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았지만 물소리라던가도 들리지 않고 조용한 것이 정말로 그런 일은 없는 모양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왠지 초조하게 기다리던 내 앞에 나타난 치하야의 표정은 홀가분한 것 처럼 보였다.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아까도 말했잖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며 돌아온 치하야는 주방 앞에서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자, 그럼."
 
 손을 펼치며 그렇게 말한 치하야의 다음 말은 '뭘 만들어 드릴까요?' 같은 말을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내 기대에서 한참을 벗어난 말이었다.

 "누구에요?"
 "응?"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시선과 치하야의 말투는 싸늘히 식어있었다.

 "프로듀서에게 오키나와로 같이 가자고 꼬드긴게 누구냐고 말했어요."
 "치, 치하야…?"

 분명 사실이었지만 치하야가 알 리 없는 일이었는데. 치하야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니 등 뒤에 식은 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프로듀서는 지금까지 사무실 이외에선 외박을 한 적이 없어요. '다음 날의 스케줄이 있으니까' 라면서 항상 늦은 시간에라도 돌아가곤 하셨죠. 아닌가요?"
 "으, 응? 아마도 맞을거야…."

 되짚어 생각해보니 치하야의 말이 맞았다. 나 자신도 그런 일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억을 하나하나 돌려보면 확실히 사무실에서 야근을 한다던가 했던 걸 제외하면 항상 날을 넘기는 일은 없었다.

 "그런 프로듀서를 꼬드겨서 일부러 오랫동안 같이 있으려고 한 게 누구냐고 물었어요."
 "당치도 않아. 일은 일일 뿐이니까."
 
 분명 그런 부탁을 받고 하루만에 갔다올 수 있는 일을 이틀이나 사흘로 늘린 것이었다. 그렇기에 여기서는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밖에 없다.

 "거짓말."

 모든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그 한마디는 마치 칼날같았다.

 "누군지 맞춰볼까요?"
 "누구라니, 그런…"

 당황한 내 앞으로 휙 하며 치하야가 던진 물건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탁자에 떨어졌다.
 반지였다.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을 하실 수 있나요?"
 "아, 아냐 이건. 나는 분명히 거절했다고. 지금 이런 걸 받을 순 없다고 하니까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좋으니 가지고만 있어달…"
 "미키죠?"

 변명의 말을 늘어놓았지만 치하야가 말한 이름에 내 말문은 막혀버렸다.

 "오키나와에서 공연하기로 한 여섯사람. 그 중에 이런 일을 할 만한건 미키 뿐이겠죠."
 "……."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에게 치하야의 말이 이어졌다.

 "프로듀서는 눈치가 빠르니 아실 거에요. 다들 프로듀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이돌의 프로듀서라는 사람, 그것도 이런 약소 프로덕션의 아이돌을 인기 아이돌로 만들 정도의 프로듀서라면 비범할 정도로 눈치가 좋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사람이 둔감이라니, 말도 안돼요."

 사실이었다. 미키를 시작으로 해서 다른 아이돌들의 감정이 신뢰나 의지를 넘어선 무언가로 바뀌어간다는 건 나 자신도 이미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모르는 척 해왔던 것이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런 상황이 되어있던 것이다.

 "그래요. 전 그래도 참을 수 있었어요."

 손을 뒤로 숨긴채로 한 걸음씩 다가오는 치하야는 이상할 정도로 위압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의자에서 일어나 뒷걸음칠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프로듀서를 좋아한다면, 프로듀서가 모두를 좋아한다면. 프로듀서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면."

 뒷걸음치다 벽에 부딪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지만 치하야는 그저 조용히 한 걸음 한 걸음씩 서서히 다가올 뿐이었다.

 "프로듀서는 제가 싫은가요?"

 서로의 거리는 한 걸음. 여러모로 심장이 고동치는 거리였다.

 "그럴리가 없잖아? 치하야는 내가 프로듀스하는 아이돌이고…"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요!"

 갑작스런 치하야의 고함에 움찔했다. 아마 벽이 아니라 베란다 같은 곳이었으면 놀라서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역시 미키가 좋으신 거군요?"
 "아, 아냐. 반지도 거절한걸 억지로 받았을 뿐이라니까! 싫…진 않지만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건 아냐!"

 싫지는 않다고 말할 때에 치하야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올라올 것만 같아서 말을 더듬었지만 그래도 내 말을 듣고 약간은 진정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저를 받아주실거죠?"
 "그런… 아, 알았어."
 "뭘 알았다는거죠?"

 어떻게든 얼버무리려고 해봤지만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보였다.

 "치하야를 좋아해. 다른 아이들보다 더, 치하야를 좋아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치하야는 잠시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인가요? 프로듀서?"
 
 어떻게던 이 상황을 모면해보자 치하야에게 맞춰주었지만 왠지 죄책감때문에 사실확인을 하는 그녀에게 대답을 쉬이 할 수 없었다.

 "…그런 말을 믿을 것 같나요? 거짓말쟁이."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거야!?"
 "알아요. 프로듀서는 아직 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걸. 그러니까…"

 치하야가 등 뒤에 숨겼던 걸 꺼내놓았다. 자그마한 보이스 레코더였다.
 
 "방금 프로듀서가 한 말을 녹음해 둔거에요."

 확인이라도 해보라는 듯 치하야가 재생 버튼을 누르자 그곳에선 나의 거짓 고백이 흘러나왔다.

 "이걸 잡지사한테라도 가져가는 날엔 제 아이돌 생활도 끝이겠지요?"
 "치하야?!"
 "프로듀서는 자신을 희생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끝장낼 수 있을 리 없어요. 프로듀서는 상냥하니까."

 그말대로였다. 나 혼자의 문제라면 괜찮았겠지만 내 행동때문에 다른 사람의 꿈을 좌절시키다니,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라는거야?"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일이 말 한마디로 될 리 없잖아요? 기다릴게요. 프로듀서를 돌아보게 만들 자신이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인지 밝은 표정으로 돌아온 치하야였지만 순간 얼어붙더니

 "다른 여자를 바라보는 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치하야의 얼굴은 무척이나 두근거려서 약속 같은 건 없던 셈 치더라도 상관 없을 것만 같았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프로듀서, 오늘부터 여기서 살아도 괜찮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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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데레를 정의하면 뭐가 나올까요. 일단 애정이 가장 먼저 나오겠죠.
그 다음은 감금, 칼빵......이 아니라 질투, 집착, 독점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765 아이돌들 중에 얀이 어울리는건 하루카, 미키, 치하야, 그리고 유키호... 정도려나요.
그래서 하루카는 집착, 미키는 독점, 치하야는 질투라는 주제로 세 편의 글을 써봤습니다.
소프트 하게 가자고 단순히 칼빵이나 놓는다고 다가 아니라고! 하는 마음에 그런 걸 일부러 피하다보니 좀 미묘한 부분도 있었네요. 이미 죽어버린 하루카의 P는 그렇다 치고[..]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새 옷을 입고 세수한다면서 방을 뒤지는 나쁜 사람이 되지 맙시다[?] 
글 쓰는 것 보다 제목을 정하는게 오래걸린, 마지막 부분을 쓰다가 졸려서 대충 날려버린 그런 글이었습니다. 식칼이 보이스레코더로 바뀌어버려서 갑자기 밝아져 버렸습니다.
다음 번에는 진짜로 밝은 이야기로 찾아뵈.....었으면 좋겠네요.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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