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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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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1, 2016 01:28에 작성됨.

점심이 조금 지나고 오오하라 베이커리도 한산해졌을 무렵, 문의 벨이 울렸다. 이맘때라면 별로 올 사람은 없기에 히이라기는 궁금증을 가지고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전에 그는 강렬한 포옹을 받아내며 코로는 기묘한 향기를 감지했다.

 

“뭡니까? 이치노세 양?”

 

“습하...습하... 오늘은...보자보자, 식빵에 양파, 달걀, 베이컨.....토스트구나! 게다가 동생 머리도 다듬어 줬지!”

 

“잘 맞추셨네요. 그러니까 이제 좀 떨어져 주실래요?”

 

“에엥~거절! 너는 늘 다른 냄새가 나니까.”

 

“죄송하지만 저희 가게에 ‘히이라기’라는 메뉴는 없습니다.”

 

“치사해~ 그거알아? 요리하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야한데.”

 

“지금 저한테 음식을 주문하시면 따뜻하게 대접해드리죠.”

 

“오옷! 허를 찔렀구나!”

 

“바게트로 진짜 찔리기 전에 주문하시죠.”

 

“강매?!”

 

“강타도 가능합니다. 쉽비스켓 강타”

 

“우우...”

 

시키는 마지못해 떨어져나와 빵집을 한 바퀴 둘러보기 시작했다.

 

“흥흥, 역시 여기는 늘 다른 냄새가 난단 말이지.”

 

한가한 시간에 시키가 이곳으로 도망쳐오는 것은 꽤 오래된 일이었다. 심지어 데뷔 전부터 여기서 있었으니까. 이상하게도 데뷔 전이나 후나 방문 빈도는 전혀 줄지 않은 게 의아했지만, 어차피 상대가 상대니까 히이라기도 이미 초탈한 부분이었다. 그저 방금전에 우려낸 허브차의 로즈마리 향이나 즐기며 곧 들어올 예측불능의 주문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입에 한 번 머금은 물이 가슴으로 내려가 온기를 전하고 입 안에 남은 향이 서서히 옅어질 무렵, 시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의 빵! 드로!”

 

“....크림빵인가요...”

 

히이라기는 휠체어를 돌려 주방에 들어갔다. 강력분, 이스트, 물과 기타 재료를 볼에 전부 넣고 반죽을 시작한다. 어차피 소규모 생산이니까 이런 방식으로 해도 별 상관은 없다. 침묵을 지키며 한 껏 진지한 얼굴로 히이라기는 반죽을 했다. 쫄깃한 빵은 반죽에서 결정된다. 때문에 반죽에 온 힘을 다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걸 대신 말하듯 히이라기의 팔을 이미 핏줄과 근육이 한껏 팽팽해져 있었고 손가락은 이미 나이에 맞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으로 만들어지는 반죽도 사뭇 다르다. 반죽을 밀었다가 접었다가 다시 돌려서 밀고 접고 돌리고...이런 방식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그렇게 몇 번을 반죽하다가 히이라기가 일부를 떼어서 반죽을 펴보자 종이처럼 얇게 늘어난 반죽은 매끈하게 빛나며 천장의 불빛을 투과시킬 정도였다.

 

그렇게 반죽을 완성하고서 그는 다시 반죽을 발효기에 넣었다. 기기의 문을 닫는 순간, 그 충격이 팔과 손에 짜릿하게 전해져와 그는 살짝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신음을 내뱉었다. 약간 경련하듯 휠체어에 몸을 기댄 그는 이내 얼굴을 가다듬고 주방을 나섰다. 손님이 계시는데 조리의 고통은 내비치는 것이 아니다. 아이돌이 팬에게 그 고통올 토로하지 않듯, 조리사는 그 고통올 요리에 담아서도 안되고 가게 그 어디서도 내보이면 안 되는 법이니까.

 

그리고는 냉장고에서 생크림을 꺼내어 얼음물에 뜬 볼에 붓고는 심호흡을 했다.

 

"스읍-"

 

그리고는 그의 팔에 들린 휘퍼가 거세게 돌기 시작한다. 경쾌한 소리가 금속 볼과 휘퍼가 만나면서 주방에 울려퍼지고 볼 안에서는 흰 색 소용돌이가 조그맣게 휘몰아친다. 그걸 해내고 있는 사람의 얼굴은 태풍이라고 혼자 막아내는 듯한 고통을 표현하고있었다.

 

"크으으으윽...!"

 

팔 근육이 파열될 듯 아파오기 시작하고 흰색 액체가 조금씩 거품을 만들어내며 느려지자 히이라기는 설탕을 조금 넣고 휘핑을 계속한다. 우유와도 같았던 생크림이 서서히 휘핑크림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조금씩 크림이 질어간다. 이윽고 크림이 완성되자 히이라기는 전투라도 치르고 온 듯한 한숨을 내쉬며 얼굴의 땀을 닦아내었다.

 

크림을 다시 냉장고에 넣고서 그는 반죽을 꺼내어 기다랗게 성형을 해나갔다. 그리고 이윽고 온도가 맞춰진 오븐에 빵을 밀어넣고서 조금 숨을 돌리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주방을 나서자 히이라기가 본 것은

 

“할짝..할짝...”

 

방금 전 까지 자신이 마시던 찻잔을 음미(?)하고 있는 이치노세였다.

 

“뭘 하십니까?”

 

“로즈마리에, 히이라기, 그리고 빵 냄새라...나쁘지 않은걸?”

 

시키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히죽이며 감상평을 말하고 있었고 히이라기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다시 차를 내렸다. 주전자에 조금 남은 차가 쓸쓸하게 식어 맛은 영 나지않았지만 커피나 차를 마시는게 버릇인 히이라기는 그저 마시고있었다.

 

그렇게 찻잔을 기울일 무렵, 시키가 히이라기를 주시하던 와중 대뜸 질문했다.

 

"저기, 그 손 괜찮아?"

 

"신약 실험이라면 정중하게 거절할게요."

 

"……그래도 아파보이는데?"

 

"고통없이 얻어지는 건 없어요. 당신의 빛남이 그러하듯."

 

히이라기도 아이돌 동생을 두고있으니 그 고통과 노력에 대해서는 잘 알고있었다. 제빵사, 아이돌. 그 둘에 대해 잘 알고있는 그는 그저 담담하게 인정한 것이다. 고통없는 영광은 없다고. 때문에 드러낼 생각도 없지만 캐묻는 이들에게 굳이 숨기려하지도 않았다.

 

"빵이 다 되었을까요..."

 

그러나 상대가 혼란과 카오스의 결정체인만큼 무슨 일을 벌일지몰라 그는 도망치듯 주방의 오븐 앞으로 돌아섰다.

 

반죽이 고온을 견디고서야 비로소 하나의 빵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찬찬히 지켜보다가 이윽고 빵이 되자 그는 그것을 꺼내어 식히기 시작했다. 약간의 냉장 과정을 거쳐야 빵의 온도로 인해 크림이 녹지않을 터.

 

그리고 약간의 급속 냉장이라면 빵이 쫄깃해지기도 한다.

 

빵이 제 맛을 어느정도 유지할 정도로 서늘해지자 히이라기는 빵을 반으로 자르고 그 안에 크림을 채워넣었다. 그렇다 크림빵. 그 단순한 크림빵을 쟁반에 가지런히 담아 투덜거리고 있는 시키냥의 앞으로 가져다놓았다.

 

"오, 오오오-!"

 

바닥에 누워 '시체 상태입니다아-'를 주장하던 시키는 벌떡 일어나 크림빵을 잡았다.

 

"킁킁, 고소한 빵 사이에 우유 100%...동물성 리얼 크림이 설탕과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섞어서 들어가있어!"

 

"네, 크림빵이죠."

 

살짝 찬 기운이 도는 빵이 입술을 만나자 서늘한 감촉과 함께 찰기가 느껴진다. 이빨로 물자 빵이 눌려 잘리고 동시에 안에 한 가득 머금은 크림이 입 안으로 밀려나와 혀를 감싸안는다. 차가움이 혀끝에서 시작해 전체로 퍼진다.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뻑뻑하지 않은 부드러움이 혀 전체를 감싸며 동시에 은은한 달콤함이 느껴진다. 그 크림에서 오는 우유향이 입안을 가득채워 풍성한 기분을 더해주고 있다. 혀로는 크림을 느끼며 동시에 이로 빵으로 씹자, 찰기넘치는 반죽이 씹는 맛을 더하고 이미 입 안에 든 크림과 부딪쳐 섞이고 있다. 크림이 이제 녹아 흐르기 시작하고 빵이 조각나 크림을 한껏 머금었을 때, 목 뒤로 크림과 빵을 삼켜본다. 빵이 목 뒤로 넘어가며 크림의 달콤함으로 가볍게 시작해서 이내 입 안을 가득 감싼 크림이 일시에 빨려들어가 목구멍 전부를 간질이며 이내 전부 사라진다.

 

“후아아아아...”

 

시키는 녹아내린 크림처럼 한껏 녹아내린 표정으로 하며 달콤한 한숨을 내쉬며 음미의 시간에 빠져있었다.

쫄깃한 빵과 부드러운 크림이 기분좋은 서늘함으로 코팅되어 입 안부터 목 뒤 쪽까지 풍성하게 가득 채우고 동시에 달콤함으로 간지럽히다가 이내 몇 초되지도 않아 사라졌다. 그리고 안타깝다는 듯 가슴에서 입을 통해 나오는 숨결에 다시 입 안은 더운 공기로 가득차고 입 안에는 공허함이 느껴진다. 그러면 다시 한 번 크림빵을 베어물어 그 서늘함과 풍성함을 한 껏 즐긴다. 그러기를 몇 번 하노라면 크림빵은 이내 곧 사라진다. 전부 먹은 것이다.

 

“하아아아.....한 개 더!”

 

“살찔거에요?”

 

시키의 요청에 히이라기는 경고로 답하지만, 이미 만들어둔 크림빵을 치우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키가 빤히 바라보던 히이라기의 바로 앞에 곱게 두었다. 크림빵을 위한 냉장고에 두지도 않고 포장하지도 않고 쟁반에 담아 이렇게 곱게 둔다는 건 말그대로 노골적인 유혹.

 

갈색 빵 사이에서 크림이 하얗고 옅은 황색을 띈 채, 마치 허리띠나 목걸이처럼 하나의 띠가 되어 빛나고 있었다. 게다가 그 빵을 보고있노라면 방금 전까지 자신의 입 속에서 맴돌던 맛이 떠올라 침샘이 절로 자극되고 있었다.

 

“......읏...!”

 

크림이 조금씩 녹아가려고 한다. 곧 크림이 제 맛을 잃을지도 몰라.

 

“저기, 이치노세 양? 안 먹을거면-”

 

“먹을게!”

 

히이라기가 쟁반에 손을 대며 치우려는 제스처를 취하는 순간, 시키는 견디지 못하고 져버렸다. 이미 입에 한 가득 크림을 넣고서 빵을 물어뜯고 있었다.

 

“맛있어어어어~! 완전 대폭발 초작용! 실험실에서도 못 만들 맛이야!”

 

그리고 10분 뒤,

 

“아아아....해버렸어어어....”

 

그녀는 마셔버리듯 흡수한 칼로리에 절망했다. 여자이기 전에 트레이너와 프로듀서가 붙어있는 아이돌이니 돌아가면 지옥훈련과 설교는 확정. 시키는 앞으로 닥쳐올 거대한 시련에 절망해서 테이블에 얼굴을 딱 붙이고 흐물흐물하게 녹아버린 표정을 짓고 말았다.

 

“자와...자와...자와...자와...”

 

“뭐야 그건?”

 

“왠지 이런 효과음이 어울려보여서요.”

 

히이라기는 어느새 쟁반을 치우고 다시 돌아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휠체어 위에 앉아 장미 무늬로 치장된 담요를 덮은 채 미소짓는 히이라기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안심시키고 있었다. 시키에게는 그 미소가 묘하게 장난기넘치는 미소로 보이고 있었지만.

 

“크림빵 10개, 총 2000엔입니다.”

 

“위로해줄 생각없어?!”

 

“없는데요.”

 

히이라기는 미치루의 오빠지 시키의 오빠는 아니었다.

 

=

 

크림빵 드세요. 오늘을 위해 제가 나폴X옹 제과점 본점에 가서 크림빵을 먹었습니다.

 

'자와'는 나무위키 검색하시면 나옵니다만 번역하면 '술렁'정도입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서 멘붕과 절망 또는 울음 직전의 멘탈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효과음인데 특유의 그림체와 연출과 맞물려 하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제과제빵 전문지식이 없으니 힘들군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미치루가 안 나와서 슬픕니다. 제가 썼지만요.

 

히이라기랑 아이코랑 엮고싶지만 나이 차가 강력합니다.

 

혼자서 수제반죽과 수제 크림 만들기를 한다는 점에서 히이라기가 엄청난 깡체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화인 '오오하라 베이커리-아침'이 추천 5개나 받았습니다. 이런 추천은 처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빵이 먹고싶어지는 소설로 답하겠습니다.

 

+프레쨩 첫사랑은 지금 소설로 쓰는 중입니다. 작가가 대한민국의 이세계로 넘어가지 못한 고삼이라 연재가 지지부진합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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