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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4, 2013 08:47에 작성됨.


* 이번에도 예전 글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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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765 프로덕션의 사무원인 오토나시 코토리는 여느 때와 같이 사무실에 남아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왁자지껄했던 사무실이 아이돌들의 일이 늘면서 조용해진 것을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왠지 외로움을 타는 것 같아 슬퍼해야 할 지 모를 그녀였다.

 그녀가 하고 있던 일은 팬레터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인기를 얻자 모두들에게 오는 팬레터의 수도 상당히 늘어 버거울 정도였다. 어느 때는 도저히 정리할 수 없는 양의 편지가 와서 곤란한 적도 있었지만 코토리 자신도, 그리고 아이돌 모두들도 귀찮아한다거나 하는 일 없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읽고 확인해 보고 있었다.

 코토리는 보통 한가득 온 팬레터를 각자에게 온 것들을 나누어 모아두는 일을 했다. 모두들 나름의 이미지 컬러가 있었고, 팬들도 그에 맞춰서 팬레터를 보내주기 때문에 누구에게 온 편지인지 분류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코토리가 하는 일은 편지를 색깔 별로 분류한 다음 가끔 섞여있는 다른 아이돌의 편지를 골라내는 정도의 일이었다.

 코토리가 평소와 같이 팬레터들을 정리하려고 하니 가장 위에 눈에 띄는 편지가 있었다. 분홍색 편지지였지만 적혀있는 이름은 프로듀서의 것이었다.

 "…프로듀서?"

 사무원일 뿐인 그녀였지만, 현장에 나가서 일을 돕기도 하고 라이브의 사회같은 일을 보기도 해서 가끔이지만 코토리 그녀에게 팬레터가 온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예전의 감상에 젖는 일도 종종 있지만 그렇다곤 해도 프로듀서에게 편지가 온 것은 처음이었다.

 "오토나시 씨?"
 "아, 치하야 왔구나."

 코토리는 편지에 대한 생각 때문인지 치하야가 들어오는 소리도 듣지 못한 것인지 치하야가 들어와 먼저 인사를 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거, 팬레터들인가요?"
 "응, 정리해서 모두에게 나눠줘야지."
 "그래도 이제는 팬레터도 정말 많아져서 큰일이네요."

 치하야는 수북히 쌓여있는 편지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컴퓨터 하나도 가뿐히 들어갈 것 같은 커다란 상자 안에 색색이 쌓인 편지들은 그 수를 세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사람들이 너희를 지켜봐주고 있다는 거 아니겠니?"
 "그렇군요. 앞으로 더 분발하지 않으면…"

 치하야와 얘기를 나누면서 코토리는 프로듀서에게 온 편지를 그냥 프로듀서의 자리에 놓아두었다.

-

 "다녀왔습니다-!"
 "하루룽!"

 촬영을 다녀와서 문을 열고 인사하는 하루카를 반갑게 맞아준 것은 아미와 마미였다. 사무실에 들어온 하루카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급히 달려온 것인지 땀까지 흐를 정도였다.

 "하루룽, 무슨 급한 일 있어?"
 "에?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과 달리 하루카는 서둘러 들어오자마자 허둥지둥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보였다. 흔히 있는 일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지기까지 하는 하루카의 모습은 두 사람이 보기에는 사건의 냄새가 풀풀 풍겼다.

 "응훗훗, 이건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네요-"
 "그렇지요, 이건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같네요-"

 장난기 가득한 아미와 마미의 말에 하루카는 움찔했다. 작게 흠칫한 정도였지만 그 작은 움직임도 이런 분야에는 도가 트인 아미와 마미는 놓치지 않았다.

 "아, 아니, 딱히 데이트 같은 걸 준비하는 건 아니고…"
 ""데이트!!!!""

 궁지에 몰린 하루카가 실수로 흘린 한 마디에 아미와 마미는 더더욱 달라붙었다. 하루카는 자신의 입을 탓했지만 쏟아버린 물 처럼 말 또한 다시 주울 수 없는 것이었다.

 "하루룽, 상대는 누구?!"
 "혹시 오빠랑…"

 언제부터였을까, 하루카는 프로듀서를 그저 단순한 프로듀서로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확실히 배려심 있고 성실한 그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아이돌로써의 자신의 입장과 주변의 시선도 문제였고, 그런 이야기를 쉽사리 프로듀서에게 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드디어 지난주에 기회를 잡아 용기를 내어 프로듀서에게 같이 식사를 하자는 말을 꺼냈고,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프로듀서는 별 문제 없다는 듯이 알았다고 했지만 하루카는 한 주 동안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시간이 지나는 줄도 모르고 한 주를 보냈고 어느새 약속의 날이 다가온 것이었다.

 "마미, 오빠는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간다고 했잖아?"
 "에?"

 오가는 쌍둥이의 말에 하루카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확실히 데이트라고 말하기는 부끄럽긴 하지만 곤란해 하는 프로듀서에게 용기를 내서 조른 끝에 얻어낸 쾌거였다. 프로듀서와 약속한 날은 오늘이었고, 약속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프로듀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프로듀서가 나갔다니?

 "프로듀서 씨가 나갔다니, 무슨 말이야 아미?"
 "오빠는 방금 전에 편지를 읽더니 전화를 받고 급하게 나가 버렸는걸."

 프로듀서의 책상 위에는 편지가 꺼내어져 있었다. 읽다 말고 나간 것인지 펼쳐져 있는 채로 책상 한편에 놓여 있었다.

 "…저렇게까지 무방비라면 몰래 봐도 괜찮겠지?"
 "보고 나서 모른 척 하면 되는 거라니까?"
 "아니, 프로듀서 씨의 편지를 훔쳐보면 안…"

 하루카가 말릴 새도 없이 음흉한 표정의 두 사람은 재빨리 프로듀서의 책상으로 다가가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네요. 그렇게 등을 돌려 가버린 후로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났네요. 그 날 이후로 정말 많이 생각해 봤고 내린 결론이 이거에요. 21일,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라니 이거 뭐야, 러브레터?!"
 "뭐어?!"

 말리던 하루카였지만 편지의 내용을 듣고 나서는 아미에게서 순식간에 편지를 가로채 읽었다. 짧은 편지였지만 분홍색 편지지에 담긴 글은 아미가 읽은 그대로였고 하루카가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내용이었다.

 "21일이면 오늘이지?"
 "이 편지 누가 쓴 걸까?"

 아미와 마미 두 사람이 편지의 진위나 출처를 놓고 여러 가지 가설을 제시하면서 즐겁게 웃고 있었지만 하루카의 표정은 어두워질 뿐이었다.
 
 "…역시 그렇게 생각한 건 저 뿐이었군요, 프로듀서 씨."

 프로듀서를 좋아한다고 깨달은 그 날부터 혼자서 속앓이를 하고 고민하다가 드디어 잡은 기회였다. 그냥 같이 저녁을 먹을 뿐인 일일지도 모르지만 용기를 내서 내딛은 첫걸음이었다. 하루카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지만 닦아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직접 만나서 거절당한 것도 아니고 아예 뒷전으로 밀려난 것처럼 느껴져서 머릿속이 새카맣게 변하는 것 같았다.

 "다들 안녕인거야! …하루카?"
 "하루룽! 어디가!"

 문을 열고 미키가 들어왔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이 미키를 지나치며 하루카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미도 마미도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뒤따라갈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무슨 일인거야?"

 의상도 촬영할 때 입고 있던 의상을 그대로 입고 있던 미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묻자 아미가 편지를 집어 미키에게 건네주었다.

 "미키미키, 이거 읽어 봐."

 두 사람이 건네주는 편지를 미키는 심각한 표정으로 읽었다.

 "…허니의 책상에 이게 있었다는 거야?"
 "응응, 프로듀서가 편지를 읽다가 전화를 받더니 급하게 나갔다니까."
 "하루룽이랑 약속이 있던 것 같던데…"

 미키의 심각한 얼굴에서는 평소의 느긋하고 나른한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편지를 다 읽고 그것을 접어서 다시 프로듀서의 책상 위에 둔 미키는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미키미키, 어디 가는 거야?"
 "하루카는 내가 따라 가볼게."

-

 다음날, 스케줄을 정리하고 있던 프로듀서를 찾아온 건 치하야와 마코토였다.

 "프로듀서, 할 이야기가 있는데요."
 "무슨 일인데?"

 프로듀서는 몸을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평소 늘 밝은 얼굴이던 마코토의 표정은 어두웠고 치하야도 무표정이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눈에 띌 정도로 좋지 않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둘 다 무슨 일 있는 거야?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프로듀서의 그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잠시 후 치하야가 마음을 굳힌 듯 입을 열었다.

 "어제, 하루카를 버려뒀다는 게 정말인가요?"
 "뭐?"

 프로듀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크게 놀랐다. 하루카를 버리다니?

 "어제 하루카와 저녁 먹기로 했다면서요?"

 그제야 프로듀서는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약속을 기억해냈다. 분명 지난주에 하루카에게 같이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했었던 일이 있었다. 어제 갑작스럽게 현장으로 불려간 일 때문에 잊고 있던 일이다.

 "…내 잘못이야. 하루카에게 사과해야겠어. 아무리 갑자기 일이 생겼다지만 한 마디 말도 없이…"
 "일이요?!"

 치하야가 격양된 어조로 프로듀서의 말을 끊자 같이 있던 마코토까지 놀랄 정도였다. 평소에 그리 밝은 분위기는 아닌 치하야지만 그녀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765 프로덕션에 치하야가 들어온 이후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일 핑계를 대면서 넘어갈 생각인가요? 그런 거짓말로 하루카를 더 상처 입히려는 건가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까지 흘리며 소리치는 치하야를 보며 프로듀서는 당황했다.

 "아, 아니. 치하야. 약속을 깬 건 내 잘못이지만 어제는 현장에서 아이돌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해서 급히…"
 "지금도 거기 있는 그 편지 말이에요!"

 치하야는 프로듀서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분홍색 편지를 가리켰다. 어제 있던 것과는 다른 것인지 아직 뜯지도 않은 채였다.

 "치, 치하야!"

 마코토가 말리려 했지만 치하야는 그대로 그 편지를 집어 들었고, 뜯어서 읽기 시작했다.

 "어제는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다시 이렇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라고요? 고작 이런 것 때문인가요!"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에 마코토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치하야가 그 편지를 찢어버리고 있었다. 평소의 조용한 편인 치하야였기에 편지를 찢어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더욱 마코토를 놀라게 했다.

 "프, 프로듀서도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뭔가 오해가 있는 거죠?!"

 원래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 뛰쳐나가려던 마코토를 진정시키고 같이 가자고 한 것이 치하야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반대로 화를 내는 치하야를 마코토가 말리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러니까, 어제는 아이돌이 현장에서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고 나간 거고 나는 이 편지를 누가 썼는지도 몰라."
 "아직까지도 그렇게 저희를 속일 생각이신가요!"

 프로듀서는 당황하면서도 설명을 했지만 치하야는 좀처럼 믿지 못하는지 납득하지 않았다.

 "치하야, 잠깐 내 말을 들…"
 "됐어요. 당신 같은 사람을 믿고 의지했던 제가 한심해질 정도군요."

 치하야가 프로듀서의 말을 끊고 돌아섰다. 마코토는 어찌해야할 지 모르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상황은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프로듀서!!"

 치하야가 마코토를 데리고 나가려고 할 때, 리츠코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리츠코답지 않게 허둥지둥하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았다.

 "프로듀서, 미키가 촬영 중에 무대에서 떨어졌다고……"
 "뭐, 정말이야, 그게?!"

 프로듀서는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치하야와 마코토의 이야기도 어떻게 할 지 난감했지만 미키가 크게 다치기라도 했다면 정말로 큰일이었다.

 "미키가요?!"

 마코토가 놀라서 되물었고 방금 전까지 화를 내던 치하야도 놀란 표정이었다.

 "치하야, 마코토. 미안하지만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

 프로듀서는 급하게 옷을 챙겨 입었다. 잠시간 고민해봤지만 미키에게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던 것이다.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프로듀서에게 두 사람은 무슨 말이라도 더 하려 했지만 미키가 무대에서 떨어져 다쳤다는 걸 듣고 찾아가보려는 프로듀서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

 미키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서 당분간 활동을 쉬기로 했다. 무대가 그렇게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발을 잘못 디뎌 떨어져 다쳤다는 게 의사선생님의 진단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거의 괜찮아졌는지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는 모양이었다. 미키도 다친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고 별 지장 없이 다시 아이돌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프로듀서와 다른 아이돌들의 관계는 멀어져만 갔다. 프로듀서는 그녀들에게서 미묘하고 어색한 감정만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각자 프로듀서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다들 점점 어색해져만 갔고, 치하야는 프로듀서에게 꼭 필요할 경우에만 사무적으로 대할 뿐이었고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 같은 것은 완전히 끊겼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루카는 그 날 이후로 단 한번 사무실에 들려 일을 잠시 쉬겠다고 말한 뒤 돌아갔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른 아이돌들과의 관계도 멀어져만 갔고 프로듀서를 보는 미묘한 시선은 더해져만 갔다.

 프로듀서는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지만 이미 오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틀어져 버렸다. 그렇게 2주 동안의 시간이 흐르면서 해명을 하던 프로듀서도 지쳐갔다. 그녀들을 프로듀스 앞으로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며 자신감도 사라져갔고, 밝았던 사무실의 분위기는 우울해져만 갔다.

 "허니, 왔어?"
 "응,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니 다행이네."

 프로듀서는 미키의 병문안을 와 있었다. 사무실의 미묘한 분위기가 불편했었는지 프로듀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미키의 병문안을 오곤 했다.

 "허니."
 "응?"

 대답을 하고 미키를 바라본 프로듀서였지만 미키는 아무 말도 없이 프로듀서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감추려고 했지만 미키는 프로듀서에게서 힘없고 지친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왜, 미키?"
 "미키는 믿어. 그러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거야."

 미키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자 프로듀서의 표정은 오히려 어두워졌다.

 "나 때문이야. 어디서 잘못된 건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나 때문에 모두들…"
 "허니는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거, 미키는 절대로 믿어."

 프로듀서가 고개를 들어 바라본 미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도 확신에 가득차고 자신감 있는 눈빛이었다.

 "그러니까 미키를 위해 힘내달라는 거야."
 "미키…"
 "허니는 나만을 위한 프로듀서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야만 미키가 빛날 수 있어. 미키가 톱 아이돌이 되어서 허니를 빛나게 해 줄 거야."

 미키는 곁에 앉아있던 프로듀서를 끌어안으며 계속 말했다. 멍하니 앉아 있던 프로듀서는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했지만 미키는 놔주지 않고 프로듀서를 더 세게 안았다.

 "허니가 미키랑 함께 해 준다면 괴로워 할 일도 없는걸! 분명 매일매일 즐거울 거야!"

 미키의 말에 프로듀서는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다른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불신의 감정을 내비치고 있었고, 하루하루 괴로운 생활에 지쳐가고 있던 프로듀서였다. 하지만 미키는 그를 절대로 믿는다고 말했다. 함께 톱 아이돌이 되는 길을 걸어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리츠코…씨도 있고, 다른 프로듀서가 올 수도 있는걸. 미키가 보기에는 지금도 허니는 무리하는 것 같은걸. 혼자서 아홉 명이나 프로듀스하고 있잖아?"

 미키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이야 프로듀서도, 아이돌들도 나름 익숙해져서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펑크를 낸 적도 있고, 일이 뒤바뀌기도 하고, 매일매일이 위험의 연속이었다. 프로듀서 자신도 한 명, 한 명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도 생각했었다. 모두를 프로듀스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한 명만을 프로듀스 할 수 있다면 더욱 실수 없고 좋은 프로듀스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다른 모두들은 허니를 믿어주지 않잖아?"

 프로듀서는 어색해진 모두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고민이었다. 프로듀서가 해명을 해보려고 해도 쉽사리 이해해 주지 않았고 나날이 어색해져가는 관계를 되돌려놓을 좋은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아이돌을 프로듀스 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길 것은 당연했다.

 "미키라면 할 수 있어. 허니가 미키만을 위해 있어 준다면 톱 아이돌도, 은하의 요정이라도 해낼 수 있는 거야!"

 미키의 밝은 웃음과 말에 프로듀서는 자신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녀와 함께라면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이런 나로도 괜찮은거야?"
 "허니가 아니면 안 되는걸!"

 그렇게 말하며 미키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잠시 망설이던 프로듀서가 새끼손가락을 걸치자 미키는 이어진 손을 맞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

 "미키, 아직 안 자니?"
 "엄마?"

 늦은 밤, 아직 미키의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오늘 병원에서 퇴원한 미키는 오늘까지만 쉬고 내일부터는 다시 활동을 하기로 했다. 프로듀서의 만류로 인터뷰나 라디오 방송 같이 큰 움직임이 없는 일들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친 데는 괜찮은 거고?"

 방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미키의 엄마였다. 평소 제멋대로 행동하는 일이 많은 미키였지만 그렇게 크게 다친 적은 전에 없었기에 걱정하는 표정이 가득이었다.

 "이제 괜찮은 거야!"
 "그럼 다행이구나…. 그런데 무슨 일 있니? 아직도 자지 않고."

 보통 이 시간이면 미키는 이미 자고있을 시간이었다. 얼마 전에는 무슨 일이 있는지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있었던 적이 있다.

 "또 편지라도 쓰는 거니?"

 미키가 편지를 쓰는 모습은 처음 본 것이었지만 편지를 쓴다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간 적이 있었다.

 "아니, 이제 그 일은 다 끝난 거야. 편지도 더 이상 안 써도 되고."
 "그러니? 잘 되었으면 좋은 거지만…"

 미키는 적당히 하고 자라는 말을 남기며 방을 나가는 엄마에게 덧붙였다.

 "아, 곧 허…프로듀서도 집에 한 번 초대할 테니까 준비해줬으면 하는 거야!"

 방 안에 혼자 남은 미키는 웃음 지었다. 그는 이제 자신만을 바라봐 줄 것이다. 다른 모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미키에게는 그것보다 그가 더 중요했다. 같은 프로덕션의 아이돌 동료지만 정점에 서는 건 단 한 명, 그와 이어지는 것도 단 한 명이었다. 요컨대, 경쟁상대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미키는 다른 누군가 때문에 늦어버리기 전에 손을 쓰기로 했다.

 미키는 그 날 촬영장으로 다시 바로 돌아갔고, 그 다음날 무대에서 다쳤기 때문에 하루카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번에 미키가 그녀를 볼 때는 이미 프로듀서는 미키의 옆에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카는 아마 프로듀서에 대한 정이 떨어졌을 것이다. 프로듀서가 미키만을 전속 담당한다는 말을 들어도 크게 따지지 않을 것이다.

 "엄마 아빠한테도 허니를 소개시켜 드려야지. 그리고…"

 미키는 책상을 열어 자그마한 상자를 꺼냈다. 보통의 소녀라면 쉽게 살 수 없는 물건이었지만 아이돌 활동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된 미키는 다이아가 박힌 반지라도 사는 데에 큰 문제가 없었다. 이것이 그녀가 준비한 계획의 마지막 단계였다.

 "허니랑 함께 행복하게 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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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을 덧붙여 쓰다 보니 예전에 접어두었던 단편 세 편을 써보자 하는 생각이 떠올라서 다른 사이트에 올려둔 이것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예전 단편제때 '편지'를 주제로 쓴 글입니다.

미키쨩 대승리!
이번에도 하루카는.. 뭐, 치하야랑 둘이 잘 지내지 않을까요[?]
그래도 나중에 밝은 이야기를 쓰게 되면 거기서라도 하루카에게 사죄를 구하고 잘 대해줘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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