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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1장 - 푸른 불길은 머무를 곳 없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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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9, 2016 23:56에 작성됨.

미시로 왕국 서부 분지 인근.

수도에서는 비공정을 타고 족히 하루를 가야하는 거리에 위치한, 한 때 전쟁의 불길이 타오르던 땅.

그 인근 지역의 역참에서, 트라이어드 프리무스는 일시적인 휴식을 가지기로 했다. 그야 족히 36시간을 쉬지않고 이동해왔는데 지치지 않는것이 이상한 것이었다.  저물어서 다시금 달이 별들과 함께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물론, 역참에 머무르는 이유는 단순한 휴식뿐이 아니기도 했지만.

 

 

 

" 마지막으로 아스카가 목격된 장소가, 이곳 . . "

 

 

안즈에게 들은것을 그녀는 중얼였다. 곧이어 검을 빼내들고 마음속으로 푸른 불길이 치솟는 이미지를 그려낸다. 아름답고 장렬하게 이글거리는 불꽃.

칼 끝으로부터 미세한 아지랑이와 함께 작은 불이 일렁이며 올라왔다. 칼의 끄트머리를 횃불로 삼아 뭔가 짚이는게 있는 듯 이리저리 휘저으며 앞으로 걸어가본다.

 

 

" 린. 너도 물 좀 마실 . . "

 

 

파지직 !

 

 

칼에 붙은 불길이, 일순간 크게 타오르며 스파크를 터뜨린다. 마치 뭔가에 반응하듯이.

그저 린이 뭘 하고있는지 궁금해서 설렁설렁 걸어나왔을 뿐인 나오는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는 스파크 폭발음에 깜짝놀라 뒤로 나자빠지며 수통을 엎지르고 만다. 나오의 놀래미 소리에 도끼눈매로 일관하던 린은 예민함을 느슨하게 풀었다.

 

 

" 으와 . . 간떨어지는 줄 알았네. . "

 

" 나오? . .본의 아니게 놀라게 해버렸네. "

 

" 휴휴휴. . 방금 그거 뭐야 ? 엄청 번쩍거렸는데. "

 

" 아스카의 흔적. "

 

" 흔적 ? "

 

" 자. 여기부터 저기까지 주욱 이어져있는 거. "

 

 

이미 불길은 거뒀지만, 칼 끝으로 방금전까지 스파크가 튀어올랐던 지점 쪽을 가리킨다. 미미한 청색의 불씨들이 뭔가를 따라 일직선으로 바닥에 궤적을 남기며 흩날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미한 전류가 이따금씩 튀어오르고, 허공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그 모습은 나오로서는 본 적이 없는 형태의 뭔가였다.

 

 

" 이게 . . "

" 아스카라면 분명, 공간압축으로 움직일테니까. 그리고 공간압축은 일직선으로밖에 할 수 없어. "

 

 

다크 일루미네이트의 서브리더, 니노미야 아스카의 상징과도 같은 능력. 먼 거리를 한 걸음으로 줄여버리고 걸음을 나아감과 동시에 접었던 공간을 다시 펼침으로서 최적의 기동력을 발휘한다 . . 라고 아스카 본인으로부터 직접 들었던 말이다. 이런 아스카의 편리하고 용이한 힘 덕분에 그녀는 역적의 오명을 쓰고 쫓겨다닐 적이나 혁명세력과 함께 왕국을 되찾는 싸움을 할 때 힘든 순간을 수월하게 넘겨왔었다.

 

그런 도움을 받을 적에는 정말 편리하다고 느꼈었지만, 막상 그런 편리한 능력으로 도주했다고 생각하니 시부야 린의 마음 한켠은 갑갑할 따름이었다.

 

일단, 능력을 사용한 흔적을 불길로서 표시하는것은 가능하지만 그 불씨의 궤적이 몇 킬로미터나 될지는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작정 따라는 것 밖에, 현재로선 딱히 그것 외에 방법이 없다. 궤적의 끝에 도달했을때는 아까처럼 능력을 사용한 흔적에 닿을때까지 불을 퍼뜨려야 한다는것도 또 하나의 큰 문제였다.

그것도 그나마, '능력을 무력화 시키고 지우는' 푸른 불을 지닌 자신 이었기에 가능한 방법이었지. 이전까지 파견되던 다른 수색대들이 갈피도 못잡고 헤메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했다. 시부야 린이 여왕의 부름을 받은것은 어찌보면 순차적으로 당연한 것이었다.

 

 

" 이제 흔적은 찾았네. 대원들을 깨워줘. "

 

" 으엑 ? 이제 겨우 한시간이라고. 나도 이제 잠 좀 자려고 했는데 . . "

 

" 이렇게 스파크가 강하게 일어났다면 . . 아스카는 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있었단 소리야. 서두르지 않으면 . . "

 

 

" 끙 . . . "

 

나오가 뜸을 들이다가 머리를 긁적인다. 역참에 갓 도착했을 무렵 부대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이곳에서 아침까지 쉬고 출발이다' 라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휴식 분위기를 부술 때의 순간적인 싸늘한 공기는 부대장인 나오로서도 감안하기 힘들었다.

애초에 정규 군인도 아니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왕국영토에 들렀을 때 린과 마주쳐 결투하고 부하가 된 이들이었던지라 기본적인 예의나 법도같은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런 곰 같은 부대원들의 사적인 태도에 대해선 일절 터치하지 않았다는 것.

 

 

말이라도 자주 주고받으면 또 모르겠지만, 명령에 대한 응답이나 질문에 대답하는 것 말고는 묵묵히 행동만 취하는 사람들이었기에 그 무서운 분위기는 1년이 넘는 지금도 도무지 적응이 안됐다.

 

" 아, 저기 . . 여러분 ? "

 

 

역참 휴게소에 단체로 우루루 몰려있 일부는 떠들고 일부는 잠들어있던 병사들의 관심이, 일제히 나오에게로 향했다. 잡담소리도 뚝 끊겨서 정적만이 흐르고 시선은 집중. . . 심지어 자고있는 사람들은 나오의 목소리에 깨어났다. 

나오는 이런 분위기가 싫었던 것이다.

 

 

" 대장이 슬슬 가자고 하는데 . . . 채비 해, 줄래 . . ? "

 

 

" 네, 그러죠. "

 

 

나오랑 가장 가깝고, 지저분한 가죽을 등받이로 기대고 있던 남자가 커다란 칼집을 집어든다.

명백하게 불만에 차있는 목소리지만, 그것이 그들의 평소의 말투다 . . 라는걸 나오는 인지하고있다. 그럼에도 기분이 언짢은건 어쩔 수 없는것이다.

이른바 개인 차 라는게 있는것이기도 하고 실제로 린이 그들에게 엄한 태도가 구는것이, 그대로 병사들에게 전염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각자의 개인장비들을 챙겨들고, 잠들지 않은 대원들이 옆에 아직도 자고있는 대원을 깨우고 순식간에 짐을 정리했다.

 

하품과 꿍얼거리는 소리가 조금 들려오긴 했지만, 대부분이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걸어나와 나오를 따라 린의 앞에 열을 맞춰 섰다.

 

 

" 휴식중에 불러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범죄자인 니노미야 아스카의 흔적을 찾았기 때문이야. "

 

 

린은 나오에게 보여주었던 것 처럼 칼 끝을 스파크와 파란색 불씨가 부유하는 궤적에 가리켰다.

그제서야 병사들은 뭔가 이해했다는 듯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꿍얼거리는 소리도 점차 잦아들었다.

 

 

" 그런고로 조금 더 고생하도록하자 . . . . 알았나 !! "

 

 - 네 ! 대장님 !

 

시부야 린의 갑작스런 호통에 무리 속에 졸고있던 일부가 눈을 퍼뜩 뜨고 주변을 살펴봤다. 분위기를 짐작했을 때, 이미 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그들을 요주시하고 있었다. 강렬한 시선을 느끼던 대원들은 자발적으로 반성의 의미로 외친다.

 

 

" 죄송합니다 대장님 ! "

"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 "

 

 

" 그래. 피곤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안돼. "

 

 

10여분 후.

시부야 린과 트라이어드 프리무스가 대열을 맞춰 역참을 떠나 궤적을 따라 질주한다.

 

일변도로 주욱 뻗어있는 파란 불씨들을 따라 백마를 타고 나아가는 린의 등 뒤를 누군가가 톡톡 두드렸다. 이러한 경우는 주로 나오의 불평불만이 이어졌다. 린은 반즈음 미소를 머금은 채 뒤돌아봤다.

 


" 야호. "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나오가 아니었다. 목소리가 달랐다.

 

 

『 말했잖아? 내가 원하면 넌 나랑 언제든지 볼 수 있다고. 』

 

 

동공이 떨리고, 침이 바짝바짝 마른다. 분명히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는 음성이 . . 질주하고 있는 말들의 무리 가운데에서 명료하게 머리 속으로부터 울려퍼져나왔다. 입이 움직이는것과 머리속에서 울려퍼져나오는 목소리가 반박자 듣게 들려나오는 것도 똑같았다...

가슴 깊은곳에서부터 전해져 나오는 원초적인 공포감을 꾹꾹 참아가면서, 뒤에 말을 타고 함께 달리고 있는, 소녀의 형상을 한 그것을 뚜렷이 응시했다.

 

 

" 이번에는 대체 . . 뭐야 . . ! "

 

『 니노미야 아스카를 찾아서고 있나보네. 신을 잃은 불쌍한 피조물을. 』

 

" 요점만 . . 요점만, 말해 . . ! "

 

 

가슴에 벌렁거리며 요동치는 격한 감정에 말 한마디 한마디를 꺼내기 힘들지만, 애써 강경한 말로써 밀어붙여보려고 했다. 그러나, 통할 리 없다는걸 그녀의 마음 한켠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듯이, 소녀의 형상을 한 그것은 말 위에 직립으로 서서 내려다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키워갈 뿐이었다.

 

 

『 여전히 센 척 하는걸 보니까, 아직도 내 말에 납득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말야. 』

 

 

" . . . ! "

 

 

『 뭐, 시간이 모든걸 깨닫게 해주겠지. 후후후 . .  하하하하하하 !! 

 

 

 

 

 

머릿속을 쩌렁쩌렁 울리며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린이 고삐를 놓고 양귀를 틀어막고싶을 정도로 끔찍하게 변조된 괴성의 폭소가 머리를 어지럽혔다. 떨리는 두 눈이 자극하며 조롱하는 웃음을 떨쳐내듯이 고개를 휘저었다. 동시에 고압적이라기보단 공포에 질려 소스라치는 목소리로 파르르 떨면서 그녀는 소리지른다. 부디 물러나달라는 깊은 마음 속 소망과 함께.

 

 

 

 

 

" 집어치워 - !!! "

 

 

 

 

 

 

 

 

" 리, 린 . . ?! 갑자기 무슨 . . . "

 

 

" . . . 어 ?! "

 

 

시부야 린은 갑작스레 머리를 휘젓던 웃음소리가 사라짐을 느낀다. 동시에, 나오가 쇼크먹어서 멍한 눈으로 자기를 응시하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알아차렸다. 얼굴에 그늘이 깊어지면서,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도로 정면으로 향했다. ' 아무것도 아니야. ' 라고 형식상의 변명으로 얼버무리며.

카미야 나오를 포함한 모든 트라프리 부대원들은 처음 보는 그녀의 당혹감에 가득 찬 태도를 목격하고 이후 30여분을 벙 쪄있었다.

 

.

.

.

.

.

.

 

 

4 시간 후.

 

 

" 린. 좀 진정됬어 ? "

 

" . . . 으, 응. "

 

전혀 괜찮지 않다. 진정되어기는 커녕 목소리의 떨림이 한결같이 불안정하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나오의 얼굴에 걱정만 차올랐다.  질주하던 말들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천천히 걸어가고있었다. 파란 불씨들이 흩날리는 길을 따라 종일 달려온 그 길의 끄트머리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제법 큰 건물들도 즐비한것이, 아마도 영지였다.

나오는 옆구리의 커다란 통에서 말린 종이에 그려진 왕국지도 (개정판) 을 펼쳐본다.

 

 

" 으응 ? 지도가 잘못됬었나 ? 저렇게 큰 영지가 전쟁 후에도 남아있었다니. . "

 

" 지도가 거짓말하는거 한두번 겪어봤습니까 ? "

 

" 응 ? 아, 그렇 . . 지 ? "

 

 

난생 처음으로, 비록 딴죽거는 말투였지만 대원이 말을 걸어옴에 나오가 당황하여 혀가 꼬여 어정쩡하게 회답했다. 더 이상 말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 . 나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걸 계기로, 다음에는 자기가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보기로 하자 라고 하는 다짐.

트라이어드 프리무스가 도시의 성벽 울타리 주변에 다다르자, 친숙한 왕국 정규군 전투복 차림의 병사들이 총구를 높이 세우고 앞으로 마중나온다.

 

" 환영합니다 . . 그 휘장은, 트라이어드 프리무스 여러분이시군요. "

 

병사들 중 가운데에 장교복을 입은 남자가 뒷짐을 풀며 걸어나왔다. 그는 허리를 깊게 숙이며 예를 표한뒤 빙그레 웃었다.

 

" 영주님께서 귀띔한 귀한 손님이라는것이 여러분이셨군요. 어서 들어오시죠. "

 

"  . . . . "

' 어이, 린 . . ! '

 

유령을 보듯이 허공, 지평선 너머를 응시하던 눈이 옆구리를 찌르자 화들짝 놀란다.

 

" 아 ! 그, 그렇네. . . "

" 뭐가 그렇다는거야 ..  "

" 사이온지가의 영지는 여러분을 환영하고있습니다. "

 

 

" 사이온지 ? 사이온지라면 . . . "

 

.

.

.

 

" 환영합니다. 트라이어드 프리무스 여러분. 사이온지의 땅이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저는 미숙하오나 영주의 자리에 있는 코토카라고 합니다. "

 

양 치맛자락을 잡고 슬쩍 올리며 귀족 고유의 예식인사를 표한다. 주변에는 향기로운 벌꿀향같은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서 피로한 그들의 몸을 녹여주는 것 같다. 인사를 건네는 여인은 고풍스럽지만 화려함을 절제된 드레스와 아름답게 쇄골을 타고 흘러내린 핑크빛 머리카락은 흠없는 귀족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트라이어드 프리무스는 지금 사이온지 가문의 영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인공 천 위에 지어진 저택 앞 도개교에 있다.

저택이 세워진 터를 둘러서 흐르는 천을 경계로 영지의 한가운데에 우뚝 선 5층 저택은 전화(戰火) 속에서도 가문의 영향력이 굳건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 비록 가지고있는것은 많지 않으나, 부디 머무르시는 동안 편히 쉬신다면 기쁘기 그지없겠습니다. "

" 영주라고 하는것이, 코토카씨 였군요. " 린은 말끝을 흐렸다.

 

" 네. 아버님은 제국이 침공해올 때 사병들을 거느리고 영지를 지키기 위해 맞서셨지만 결국 . . "

 

" 선대 영주님의 싸움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용기와 결단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이었죠. "

 

 

시부야 린은 검끝을 지면으로 향한 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뒤에 있는 나오를 비롯한 부대원들 역시, 대장을 따라 왕국을 위해 싸운이에 대한 조의를 표한다. 앱솔루트 나인으로서 전선으로 나아갈 무렵에, 멀리서 뛰어오던 눈물 콧물로 가득한 병졸 한명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울먹이면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한 손에는 눈물과 피로 젖은 서찰을 건네주었다.

 

거기에는 '사이온지 츠무기' - 지금 그녀의 앞에 서있는 코토카의 부모이자 선대 영주였던 이의 현 전황과 제국의 군 배치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결정적인 비중은 아니었으나, 그의 활약은 제국의 진격을 정체시키는데에 기여했던 것이었다.

 

 

 

" 아, 이런 음울한 이야기 . . 안돼겠죠. 손님들을 세워두는것도 실례이고. 어서 안으로 드시길, 휘하의 여러분들도 제 하인들이 최선을 다해 대접해드리겠습니다. "

 

 

트라프리 대원들이 코토카의 뒤에서 열을 맞춰 나온 메이드들을 따라 저택의 옆으로 우회해서 돌아간다.

사이온지와 몇몇 높은 하인들의 맞은 편에 이제 린과 나오만이 남았다. 사이온지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오른손을 위로 올리자, 도개교가 내려오고 벌꿀향에 둘러쌓인 여인의 눈웃음이 기사단장에게 기쁨을 표한다.

 

 

" 자, 시부야 단장님과 뒤쪽의 부대장님. 제가 직접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잠시 후. .

 

 

족히 40시간에 가까운 강행군의 피로가 낯선 욕조에 몸을 담구자마자 소스라치며 몸을 괴롭힌다.

 

" 봉사해드리겠습니다. 기사단장님. "

 

메이드 두명이 탈의한 채 욕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 괜찮아. 씻을때 혼자 즐기는 주의라. "

 

 . . 라고 미오가 예전에 변명하라고 했었다. 무작정 봉사를 거절하는것은 그 하인의 주인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을 비롯한 생활에 대한 토막지식도 궁성에서 세명과 함께다니면서 처음 들었던 사실이다. 메이드들이 알겠다는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조아리면서 그대로 뒷걸음으로 되돌아나가 욕심 문을 닫았다.

 

우즈키가 선물해준 것 과는 다른 짙은 오렌지향 거품이 그녀의 먼지붙은 몸을 덮어 깨끗이 씻어내는 느낌이 든다.

더불어서 머릿속을 울렸던 끔찍한 목소리와 그에 동반되어 그녀를 괴롭히던 불안감도 같이 ─ .

 

 

 

 

 

 

『 잊었다가 떠올릴 수록 더 아플텐데. 』

 

 

 

 

 

 

" . . . !! "

 

 

작은 물보라가 일으며 그녀의 경악한 감정을 표현하듯이 거칠게 욕실 바닥을 내리친다. 황급하게 뒤돌아본 욕실 벽 부분에는 선명하고 깨끗한 타일 0벽 뿐이었다. 본능적으로 손길에 푸른 불길이 일렁이고 있음을 자각한 그녀는 격양된 기분을 가라앉힌다. 불길이 사그라들고 다시금 몸을 담근 욕조는, 불기운 때문이었는지 약간 더 뜨거움을 품은 것 같이 느껴졌다.

 

몸에 긴 타올을 두른 차림으로 욕실문을 열자마자, 석양이 그녀의 몸을 감싼다.

적당히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빛이 조화를 이루어 극상의 만족감을 펼쳤다. 원정을 떠나기 전에 했던 목욕은 급하게 끝냈었기에 차마 이러한 것을 누릴 겨룰이 없었기에, 무척이나 오랜만에 느끼는 상쾌한 감각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음을 느낀다.

 

" 실례하겠습니다 . . 어머. "

 

메이드 두명을 거동하고 객식 문을 열고 나타난 사이온지는 얼굴을 붉이면서 고개를 돌린다.

린은 무슨 용무냐고 물어보려다가 자기가 타올 한장뿐인 차림이라는걸 깨닫고 황급히 옷을 찾았다.

 

 

" 장비라면 저희 영지의 장인들이 손보겠다며 가져갔습니다. 혹여 함부로 손대면 안되는 것이었다면 . . "

 

" 괜찮습니다. 안그래도 저번 전쟁 이후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곤란하던 차 였는데. "

 

 

" 후훗, 그러시군요. 얘들아. "

" 네, 주인님. "

 

 

두 명의 메이드가 노련한 솜씨로 객실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테이블 위에 눈 깜짝하는 찰나에 호화스러운 티세트가 차려진다.

린이 침대 위에 놓여있던 귀빈용 잠옷을 차려입은 뒤에 사이온지와 서로 눈길을 주고받다가 거의 동시에 테이블 좌우의 의자에 앉는다.

 

연주의 손짓에 두 메이드가 방 문을 닫고 나가고 잠시동안 산들바람 소리만이 방 안에 미미하게 들려온다.

코토카가 미소로 일관하며 찻주전자를 든다.

 

 

" 여타 귀족들과는 다른 느낌이 드네요. 영주님은. "

" 그런가요 ? 저는 어렸을 적 부터 직접 하지 않으면 성이 풀리지 않는 성격이었던지라, 귀족의 품격에 대해 수업을 들을 때에도 항상 졸곤 했죠. "

 

 

지방의 영주가 손수 기사단장의 앞에 놓인 찻잔에 탐스러운 주홍빛을 따른다.

그 빛깔이 마치 눈앞에 코토카처럼 절제되고 깊은 아름다움을 품은 듯 하여 차마 마시기가 아깝다고 여기며, 린은 한 찬잔을 들었다.

 

 

"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적 부터 아버님과 손님들께 차를 따라드렸으니, 벌써 10년이 되어가네요. "

 

 

이어서 코토카의 손에 들린 찻주전자가 자기 앞에 놓인 잔 안에 반절 정도를 빛깔로 물들였다. 차로부터 흘러나오는 달콤한 향기가 그녀의 코를 자극한다. 코토카는 뜸을 들이는 린을 보고 나긋한 미소를 짓고, 눈치를 보던 그녀는 찻잔의 끄트머리에 입술을 살짝 붙이고 홀짝인다.

너무 달지도, 너무 쓰지도 않은 . . 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린이 느끼기에도 고급스러운 풍미가 입 안을 멤돌았다.

 

뒤이어, 코토카도 그 모습에 만족한듯 마찬가지로 찻잔을 천천히 올려들고 한 홉.

 

 

" 저희 영지의 특산물인 오렌지 꿀은 아주 맛이 좋답니다. 아직은 영지 복구문제 때문에 상납이 지체되고있지만, 두어달 후면 수도로도 납품될거에요.

" 오오 . . "

 

 

' 우즈키에게 병문안으로 선물해야겠다. '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동시에, 우즈키가 아직 건강했을 적에도 종종 자기에게 버릇삼아 하던 말이 떠올랐다.

 

[ 저는 린이 선물해주는거라면 뭐든지 좋아요 ~! ]

 

 

그 말을 처음 들었던 해의 그녀의 생일 선물은 트라프리 멤버초빙 때문에 결국 유야무야 되버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생일이 며칠이나 지나서 고작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밖에 가져오지 못한 그녀에게 시마무라 우즈키는 밝은 미소로 진심으로 기뻐했었다.

 

 

" 좋은 미소네요. 뭔가 좋은 기억이라도 떠올리셨나요 ? "

 

" 아. "

 

 

어느센가 우즈키의 미소를 떠올리며 자기도 스마일을 하고있었다는 것에 갑작스레 얼굴을 붉히며 홍차를 한번 들이킨다.

미소는 미소를 불러온다고 했던가 ? 사이온지는 아까전까지 짓고있던 엷은 웃음을 환한 미소로 확장시켜가고 있었다.

 

 

" 얼마나 머무를 예정이신가요 ? "

 

사이온지 코토카가 화제를 돌렸다.

그제서야 부끄러워 하던 얼굴을 들고 찻잔을 내려놓는다.

 

 

" 오늘 이른 저녁, 시각으로 치면 대략 6시 즈음에 다시 떠나려고 합니다. 하루를 종일 보낼정도로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닌지라. "

 

" 그러 . . 시군요. "

 

 

코토카는 살짝 말끝을 딱딱하게 굳힌다. 자신들이 이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것에 대한 아쉬움인가.

린은 여러 가정으로 추리를 해보지만 이렇게 손수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의 의중을 엿보려고 하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고 여기고 있던 그녀의 뇌내필터는 그 추리를 즉시 멈추었다.

의심따위 할 필요 없다고, 그렇게 여겨졌다.

 

 

" 아, 그렇다면 이야기를 하나 들어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 "

 

" 이야기 . . ? "

 

" 저도 어렸을 적 어머니께 들었던 것입니다만, 옛날 저희 가문이 큰 기근에 들었을 무렵에 저희를 도와주었던 신령님에 대한 것이에요."

 

" 헤에 - . 동화인가요 ? "

 

 

린의 반응을 보고 코토카는 방긋 웃으면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다.

코토카의 미소를 바라보면 볼수록 린의 얼굴에도 덩달아 화색이 들고, 새벽에 부대원들을 다그치던 엄한 분위기는 이미 날아간지 오래였다.

 

 

 

 

 

" 후아~ 살것 같다 ~! "

 

거칠게 타올로 몸을 털어내며 걸어나오는 곱슬머리가 뒤죽박죽 꼬여서 덤불처럼 무성하게 보인다. 평소에는 그런걸 끔찍하게 싫어함에도 오늘따라 유달리 머리에는 신경쓰지 않은 채 텐션이 높다.

 

그야, 귀빈으로서 모셔지는것은 카미야 나오 인생에서 처음이었기에 무리도 아니었다.

 

 

" 내가 귀빈이라 . . . 흐흐흐흐 . . . "

 

조금 얼빠진 웃음을 흘리면서 그녀는 침대 앞에 놓인 잠옷을 차려입었다. 사이즈도 딱 맞고 옷의 폭이 커서 움직이기도 용이했다.

 

" 오오~ 이것이 귀빈잠옷인가 ~ 린녀석 맨날 이런거 입는단 말이지 ? 조금 부러워지기 시작했어 . . 크으으 . . ! "

 

 

말끗에 이를 악물면서 쾌감을 표하는 나오의 상태는 역대급이었다 . . 라고 추측됬다.

개인 장비들은 손보기 위해 영지 장인들이 가져가도 되겠냐는 물음에도 흔쾌히 Yes 를 표했다.

 

 

" 응 ? "

 

나오는 침대 및에 굴러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자신의 문서 보관통을 발견하고 집어올린다. 아마도 개인물품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흘렸으리라.

통 뚜껑을 열고 그녀는 안에 말아넣었던 지도를 단박에 꺼내어 펼친다.

 

 

" 흠 . . 왕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수정 요청을 해야겠지 ? 흠- . 뭐 됬나 . . ? 이런 오류 발견해서 보고하는게 나뿐만은 아닐테고 . . . "

 

 

그 순간, 펼친 손을 느슨하게 잡자 순간적으로 종이가 아래로 길게 늘어나는 듯 하더니 절반이 툭 떨어진다.

뭔가 하여 집어올린 그것은 다소 오래된 듯 누런 빛을 바래고 있었다.

 

 

" 전쟁 전 지도인가 ? 이런거 이제와서 . . . "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찰나, 나오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 어?! 잠깐만 있어봐 . . ! "

 

 

두 지도를 객실 바닥에 펼치고서 일어나서 보자, 그 차이점은 확연하게 들어왔다.

 

 

 

 

 

 

 

 

 

" 설마 ?!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 . ! "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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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설명이 본편중에 되었기때문에 이번에는 따로 부연 뒷설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 소녀의 형상으로 린을 괴롭히는 녀석은 아마도 작품 전반에 걸쳐서 계속해서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인공은 모쪼록 굴러야 하지 않겠어요 ?

 

아무튼, 여기까지 봐주신 여러분들 정말 감사하고 또 고맙습니다 ! 다음 화에 뵙도록 하겟습니다.

 

 

 

 

신데렐라 판타지는 여러분의 참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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