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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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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8, 2016 00:05에 작성됨.

아침 5시, 아직 햇빛이 땅을 채 데우지도 않아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시간이지만 이미 오오하라 베이커리 앞은 훈훈한 공기가 문 앞까지 차있다. 빵을 구우면서 나오는 열기와 고소한 냄새가 문 틈을 타고 밖으로 나온 탓도 있지만 그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아침 5시 즈음부터 빵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은 아니다. 아무리 빵이 맛있어도 이런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일어나 기다리는 사람이 바쁜 직장인은 아니지않겠는가.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인가? 일단, 자신들이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전부 차를 가져왔다.

 

물론 차가 가게 앞에 있지는 않았다. 가게 안의 곡조차 매일 손수 고르고 볼륨마저 세밀하게 조정하는 히이라기가 그걸 허용하지는 않았다. 기계음과 짜증나는 갖가지 냄새가 풍미를 해친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깔끔한 가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본격적으로 개장한 것이다. 손님들이 차분하게 걸어들어갔을 때, 가게에 빵은 진열되있지않았다. 그러나 전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그들은 카운터로 곧장 걸어갔다. 카운터에 앉아있던 히이라기는 손님을 부르며 주문을 확인했다.

 

“사쿠라이 가의 손님, 바게트 15개, 크루와상 5개, 식빵 10덩이 맞으시죠?"

 

"예"

 

간단한 확인절차 후에 히이라기는 카운터 안에서 이미 포장된 빵들을 건네주며 카드를 건네받았다.

 

그런 식으로 확인절차와 카드결제가 몇 번이고 이어졌다. 그리고 그 확인절차 안에서는 사람들이 들으면 제법 알법한 이름들이 언급되고있었다.

 

아침 5시부터 미리 주문한 빵을 사가는 그들은 각자 주인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침이 되기 전, 고급스럽다 못해 까칠하기까지한 주인의 식탁을 위해 여기까지 와서 빵을 사가는 것이었다.

 

라고해봐야 오오하라 베이커리 입장에서는 그냥 빵 사가는 사람이었지만. 사실 제빵과정을 생각하면 제빵사들은 밤에 별 보면서 빵 만들어야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에 사실 히이라기는 그냥 이 손님들 안 받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단순히 제빵보조 겸 가게 관리만 하는 자신도 이런데 제빵을 하시는 분모님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나 그런 생각이나 피로는 곧 가신다. 왜냐?

 

“슬슬 미치루가 일어날 시간이네요.”

 

슬슬 부모님이 제빵실을 비울 즈음이자 미치루가 일어날 시간, 히이라기는 소독제를 휠체어와 온 몸에 뿌리고서 옷을 바꿔입고는 제빵실로 들어간다. 이미 빵 틀 안에서 2차 발효가 끝난 반죽이 히이라기를 기다리고 있다. 개장하기전 이미 준비해두었던 반죽은 빵 틀 안에서 곱게 발효되어 몽글몽글 솟아올라 둥근 형태가 되어있었다. 오븐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뜨끈한 공기가 밀려나온다. 고운 반죽을 담은 빵틀이 오븐 속으로 밀려들어가고서 히이라기는 평소답지 않게 제빵실에서 나왔다.

 

7시, 그 때에 맞춰 집 안 쪽에서 미치루가 아직 졸음이 덜 풀린 얼굴로 다가온다.

 

“후아아아...오빠야...”

 

아직 고소한 빵냄새가 솔솔 피어오르는 오빠 품에 안겨 부비적거리는 미치루. 아직 제빵이 끝나지 않은 히이라기는 본래 타인과의 접촉, 아니 제빵실에서 나오는 것도 하지 않지만 미치루가 일어나 오빠 품에 안겨 아기고양이처럼 부비적거리는 것은 예외. 그것은 하루일과이자 히이라기의 아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일이었다. 늘 이맘때 쯤이면 해가 본격적으로 떠올라 환해지고 있는 순간이었으니까.

 

히이라기에서 풍기는 빵냄새 때문일까, 오빠를 안고 잠꼬대처럼 후고후고거리는 미치루를 히이라기는 일으켜세웠다.

 

“자, 얼른 씻고 와야죠 미치루.”

 

“우우우웅...오늘 빵은 뭐야아아..?”

 

“양파 토스트에요.”

 

“후아아..”

 

오늘의 식단을 듣고서야 미치루는 흔들흔들거리며 씻으러 사라졌다. 그 모습을 마냥 바라보던 히이라기는 식빵을 기다리며 달궈둔 팬에 식용유를 조금 붓고 양파를 볶기 시작했다. 양파를 볶아 갈색 빛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자, 불을 끄고 식빵을 꺼내어 잘라본다. 식빵을 자르자 갈색겉면 속에 가려졌던 흰색 빵이 순수한 처녀의 살결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손으로 속을 잡아보자 반대편의 손가락이 서로 맞닿을 정도로 부드럽게 들어갔다가 손을 떼니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금 되돌아온다. 식빵을 찢어보자 말랑말랑한 속살이 결을 드러내며 주욱 찢어진다. 오늘도 좋은 식빵이다.

 

양파를 식빵위에 얹고 그 위에 저염 치즈와 햄을 살짝 얹어 다시 오븐에 넣는다. 조금씩 치즈가 녹아가며 빵에 녹아들어가고 양파와 햄이 그 위에서 향을 더해 풍성한 느낌을 주고있다.

 

한편, 히이라기는 팬을 한 번 말끔히 닦아내고 다시 깨끗한 식용유를 조금 붓는다. 손에 쥔 달걀을 가볍게 싱크대에 부딪치자 톡톡, 경쾌한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 팬 위에 투명한 흰자 위에 노른자가 흐트러지지않고 노오란 색으로 봉긋 솟아올라 자리잡자마자 소리를 내며 흰자가 하얗게 익어간다. 한 번 뒤집어 마저 익히고나서 아직 노른자가 채 익지않고 진한 노란 액체 상태인 프라이를 오븐에서 꺼낸 빵 위에 얹는다. 평소라면 미리 잘라두겠지만 오늘은 노른자를 머금은 반숙 프라이가 있으니 먹기 직전에 자르는 것이 좋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칼과 포크를 챙겨 식탁에 두면 아직 물기가 조금 남은 미치루가 자리에 앉아있다.

 

“헤에에...잘 먹겠습니다!”

 

빵을 보자마자 기운이 솟는 듯 칼을 집어 빵을 자르는 미치루. 히이라기는 어느새 미치루의 뒤로 돌아가 머리를 다듬고 있다. 칼이 계란을 자르고 빵을 잘라내자 노른자가 새어나와 흰색 빵을 배경으로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그리고 바닥에 닿기도 전해 이미 흰색 빵 속으로 흡수되는 노른자. 그렇게 조금 젖어가는 빵을 감상한 미치루는 조심스럽게 토핑을 흘리지않으며 한 입 넣어본다.

 

“후고...후고...”

 

“괜찮나요?”

 

살짝 걱정스러운 뉘앙스로 물어보는 히이라기. 언제나 정성을 다하지만 늘 소중한 여동생이 좀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헤헤헤헤...”

 

대답대신 한껏 풀어진 미소로 화답하는 미치루를 보면서 히이라기는 안심했다는 듯 미소를 짓고 미치루의 머리를 마저 다듬어 크루와상같은 묶음을 마무리한다.

 

아직 가시지 않은 졸음 속에서 가뜩이나 좋아하는 식사를 맛보고 풀어진 미치루의 얼굴은 마치 기분좋은 꿈이라도 꾸는 소녀의 얼굴. 그런 미치루의 사랑스러운 미소와 동시에 줄어가는 식사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히이라기. 중간에 미치루가 오빠는 안 먹냐며 물어보아도 먹어야지요라는 대답만 남긴채 여전히 미소지은 채 미치루의 식사를 지켜본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다른 식빵을 물고 한 손에는 오빠가 싸준 다른 빵을 든 미치루가 나가는 것까지 배웅해준 히이라기는 미치루가 아예 보이지 않고나서야 아침식사를 조금씩 시작한다.

오오하라 베이커리의 아침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

 

 

이거 보면서 썼습니다

 

여러분 식빵 드세요. 토스트 드세요. 이걸 보시고 아침이나 점심은 햄과 치즈, 계란 프라이를 얹은 따끈한 토스트를 드시고 싶어지시면 좋겠습니다. 이 소설의 목적은 미치루의 귀여움과 빵에 대한 식욕을 전파하는 거니까요.

 

미치루의 귀여운 미소와 잠에서 덜 깬 상태의 포옹과 부비부비를 받은 히이라기가 격하게 부럽습니다. 아아아 이런 동생이 있다면 누구나 히이라기 처럼 시스콘이 될거야.

 

미치루 팬 10만 달성했습니다.

 

참고로 이게 M BJ초기 설정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카페사장에 미시로 가문의 매우 귀여움 받는 막내아들이라는 점이 차이점이지만, 어쨌든 다리를 얻고 인생을 잃은 M BJ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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