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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side story 제국의 공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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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7, 2016 23:20에 작성됨.

따각. 따각. 따각.

 

해가 중천에 떠있을 무렵.

루미는 그녀의 애마. ‘프레인’을 타고 가도를 걷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고있군.”

 

 

가도의 상태를 보며, 루미가 중얼거린다. 제국의 가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수하게 정비되어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제국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어느정도 낡거나 부서진 면도 있기 마련이다. 지금 그녀가 보는 가도는, 매우 정비가 잘 되어있다. 그 말인 즉슨, 수도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척. 척. 척.

 

“음.”

 

제국 근위대가 멋들어진 제복을 입고, 머스킷을 든채 대오를 맞춰가면서 가도를 순찰중이었다.

 

빛나게 손질된 머스킷의 개머리판을 손으로 받치며 총신을 어깨에 기댄채 대오에 맞춰 순찰하는모습은 평범한 병사와는 다른 위압감을 선사한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가.’

 

루미가 그 모습을 보면서, 멍하니 생각하였다.

 

수십년전만 해도, 제국의 주 무기는 할버드와 장창, 그리고 화살이었다. 화약무기도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사석포정도에 불과한것이었다.

자신의 스승 역시 세상이 변한것에 대해 이야기 하였는데, 자신 역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불안정한 화승총은, 어느새 안정적이면서도 뛰어난 군대의 주력 화기가 되어있었다.

 

.

.

.

 

 

 

“자. 봐. 루미. 이게 바로 화승총이라는 거야.”

 

 

“음.”

 

제국의 수도 병영의 사격장.

병사들이 훈련하는 소리가 항상 울려퍼지는 이곳에, 두 여성이 서있었다.

하라다 렌. 제국 굴지의 공작가인 하라다가문의 상속자.

그리고 괴물사냥꾼. 루미.

짧게 자른 검은색 단발과 녹색눈의 아름다운 공녀는, 제국 장교의 제복을 입고, 미소를 지은채 루미에게 화승총을 건네주었다.

 

 

“흠... 어떻게 사용하는지 감이 오지도 않는군.”

 

 

루미가 이리저리 화승총을 둘러보면서 말하자, 렌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뭐... 사석포와 비슷한 원리랄까.”

“사석포?”

 

 

사석포는 제국이 개발한 신병기이다. 불이 붙으면 강력하게 폭발하는 ‘화약’을 이용하여, 둥근 쇠나 돌을 강력하게 쏘아내는 병기였다. 루미도 그것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높은 성벽이 사석포의 집중포화에 무너지는것을 보면, 확실히 강력하기 그지없는 무기였다.

 

 

“쏘는것을 납탄으로 하고, 크기를 줄인 거지. 봐. 사격 원리도 비슷해.”

 

렌이 손가락에 가느다랗게 꼬인 줄을 묶고, 불을 붙였다.

 

“그게 뭐지?”

“화승. 이걸로 화약에 불을 붙여.”

그 후, 렌이 능숙하게 화승총의 접시를 열어 화약을 부은후, 닫았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총구에 화약을 넣고... 납탄을 넣은 다음에... 꼬질대로 총알을 더 깊이 집어넣어.”

 

렌이 허리춤에 있는 화약을 총구에 넣은다음, 탄약통에 있는 납탄을 총구에 넣고 꼬질대로 그것을 집어넣었다.

 

 

“그 다음에는 화승을... 공이에 고정시켜.”

 

 

렌이 화승을 공이에 끼워넣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면 화승이 화약접시로 이동하면서...”

 

 

퍼엉!

 

 

“!”루미도 깜짝 놀랄만큼, 벼락같은 굉음이 일면서 총구에서 화약연기가 뿜어져나왔다.

 

 

“...어때? 이게 제국의 신무기야.”

“...글세. 활보다 나을게 없어보이는데.”

“뭐... 그렇지.”

 

쓴웃음을 짓는 렌에게, 루미가 말한다.

 

 

“화약접시가 물에 젖으면... 비가 오면 어떻게 되지?”

“쓸모 없어지지.”

“화승... 만약 전투도중에 화승의 불이 꺼진다면?”

“큰일나는거지. 전투중에는 후후불어서 불씨를 유지해야해.”

“게다가 명중률이 좋다고 듣지는 못했다.”

“음...”

 

렌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볼을 긁적였다.

 

 

“혹평이네. 루미.”

“...미안하군. 신병기인데.”

“아니... 사실 비슷한 클레임을 부사관들에게 많이 들어서.”

“...그런가.”

“현재로서는 창병과의 연계로서 활용할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나는 이 화승총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해.”

“첫걸음?”

“그래. 언젠가는 거추장스러운 화승도 없어지고, 비가 내려도 사용할수 있고, 명중률도 더 좋아질지 몰라. 총알을 총구가 아닌 뒷부분에 넣는다면 더 좋아질지도. 언젠가는 이 무기가 수많은 총알을 뿌려대는 무기로 진화할지 어떻게 알아? 일분에 스무발을 쏠수있는...”

“...후. 그런 시대가 오면 나의 역할도 불필요해지겠군.”

“그러네. 언젠가 인간이 괴물들을 압도할만한 화력을 갖추게 된다면... 괴물사냥꾼은 없어질지도 몰라... 만약 은퇴할거면 우리 가문으로 와줄래? 내 아이의 검술사범이 되어줘.”

“넌 아이가 없잖느냐.”“뭐. 미래의 이야기니까.”

“혼담도 없고.”

“읏... 나와 격이 맞는 남자가 없을뿐이야!”

“사교파티에 나가는 것보다 제복을 입고 작전회의에 가는것을 좋아하는 여성에게 혼담이 들어올 리가...”

“시끄러워!”

 

그렇게 웃으면서 대화를 하던때가 삼십년 전이다.

렌의 말대로, 화약병기. 제국의 머스킷은 빠른 발전을 보이면서 점점 유용해져갔다.

화승이 필요 없어지고, 그 자리를 부싯돌이 대체하면서 활용성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머스킷 뿐만이 아니다. 대포 역시 더욱 정밀해지고 정교해졌다. 제국의 수많은 전쟁속에서, 포병들은 경험을 얻었고 무기연구가들은 귀중한 실전사례를 얻었다. 단순히 무거운 돌덩이를 쏘는것에서, 이제는 규격화된 대포알을 발사하였으며, 포신은 점차 예리해지고 정밀해져갔다.

 

.

.

.

.

 

 

 

‘언젠가, 괴물사냥꾼이라는 직업이 없어질때도 오겠지.’

 

 

그것은 기쁘기도 하면서, 무언가 쓸쓸하기도한 것이었다. 루미는 이미 평생을 안락히 지낼 돈을 모아두고 있다. 곤궁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녀의 은신처에는 값진 재보들이 몇 개 존재한다. 뮤즈의 눈물도 그 중 하나이다. 그것을 판다면, 그녀는 당장이라도 괴물사냥꾼을 은퇴하여 살아가도 좋을것이다. 루미의 괴물사냥은, 그녀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인류에 해악이 되는 것들을 처치한다는 거창한 사명정도는 없었지만, 루미는 자신이 이 일 말고는 다른 일을 한다는 생각을 가져본적이 거의 없었다.

 

‘은퇴한다면... 칸나의 술집에서 여생을 보내볼까... 아니면 동부의 따스한 바닷가에서 한적하게 살아갈까... ...하. 언젠가, 괴물사냥꾼이 쓸모가 없어지는 때가 올지도 몰라. 하지만 그 때는 지금이 아니다. 내 힘이 다할때까지 나는 괴물사냥꾼으로서 살리라.‘

 

루미가 쓴웃음을 지으며, 프레인을 몰기 시작했다. 제국의 수도가 코앞이였다.

 

.

.

.

.

 

 

제도는 언제나 활기차며, 생기가 넘치는 곳이다.

영원의 지배자. 뮤즈가 통치하는 이곳은 가히 제국의 중심지라 할수있는 곳이었으며, 드높은 성벽안의 사람들은 도적떼나 괴물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칸나는 지금 제국에 없겠지... 그렇다면 술집은 나중에 들러야겠군. 렌이 보여주고 싶은게 있다고 하였지.’

 

 

슬슬 해가 저물어가는 때였기에, 루미는 성문앞에서 말을 내려, 수도의 출입을 관리하는 장교에게 다가갔다. 다행히도 사람은 없어, 한적한 편이었다.

 

 

“...신원은?”

“괴물사냥꾼.”

“증명할것은?”

 

 

루미가 목걸이를 벗어, 장교에게 내밀었다. 장교가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안에 있는 돌중 하나를 꺼내 목걸이에 가져갔다.

 

 

우우우웅

 

“맞군. 들어가도 좋소.”

 

 

루미가 목걸이를 받아 다시 착용한후, 말을 타고 수도로 들어갔다.

제도의 좋은점은, 가도가 확실히 정비되어있다는 점이다. 말이나 마차가 다니는 길이 확실히 포장되어있으며, 사람들이 다니는 길도 깔끔하게 정비되어있다.

하라다 가문은 멀지않은 곳에 있기에 루미는 금방 도착할수 있었다.

 

 

“와쿠이 루미님이시군요.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문앞의 병사는 루미를 알아보았다. 아마 렌이 미리 말해두었을 것이다.

병사들이 공작가의 집을 열자, 사람을 압도할 만큼 거대한 정원과, 그 끝에는 그만큼이 커다란 저택이 보였다.

 

 

“...하아. 제길.”

 

 

루미가 프레인의 고삐를 가볍게 탁 하고 치자, 프레인이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몇번을 와도 이 거대함은 익숙해지지 않는군.’

 

 

.

.

.

.

 

 

하라다 가문은 제국의 공작가문중 하나이다.

하라다 가문의 선조는 본래 작은 귀족이었으나, ‘뮤즈’에 적극 협조하였다고 한다. 이에 뮤즈는 하라다 가문의 전폭적 지원에 감사하며, 건국후 공작에 임명하였다. 그 직후로도 하라다 가문은 제국의 변방지역을 개척하여, 광산을 만들었고, 광산은 막대한 보석과 광물을 뿜어내듯 가져왔으며, 하라다 가문은 공작가문 중에서도 부유한 가문이 되었다고 한다. 제국에서도 황성을 제외하면 가장 큰 저택일 정도이니...

하라다 가문은 딱히 영지를 가지지 않아, 본가가 제국의 수도에 있었다. 제국의 소집령이 내려지면, 하라다 가문은 전쟁에서 가장 필요한것. 자금을 원조한다. 제국이 원활하게 보급품을 받고 싸움에 임하는 것은 하라다 가문의 재정력이 크게 일조하고 있다.

귀족이라기 보다는 상인에 가까운 공작가문이지만, 그중에서도 괴짜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 공작가주. 하라다 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렸을때부터 그녀는 비상한 머리와 관리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의 관심은 다른곳에 있었다. 그녀는 병법과 기마술에 관심이 많아, 상인보다는 군인이 되기를 원했다.

귀족영애가 다니는 학교가 아닌, 사관학교에 입학하여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고 제국에서도 으뜸가는 기마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막 졸업을 했을 시기에 루미를 만났고... 뭐,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친구가 되었다고만 하자.

그녀는 가문의 일을 잇기보다는 기병 장교로서 복무하면서 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탄탄대로의 길을 걸으면서 군공을 세울수 있었다.

...그녀의 가문이 다른 이들에게 좀먹어 가기 전까지는.

부모님이 돌아가면서, 가문을 관리해야할 가주는 그녀가 되었지만, 그녀는 집안에서 서류를 뒤적이기 보다는 휘하 장교들과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고, 광산을 시찰하기보다는 휘하 기병의 병사들을 돌보는것을 좋아했다.

그녀가 서른이 될 때쯤. 그녀는 가문의 현실을 직시할수 있었다.

막대한 그녀의 재산들은 계속되는 전쟁으로 빠르게 줄어가고 있었으며, 부모가 죽은 이후로 중간의 관리자들은 착복하면서 가문이 가져갈 수입을 먹어버렸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제대하여, 가문의 관리에 손을 대었다.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지금은 죽은 남편의 도움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여, 십년만에 다시 가문을 세우는것에 성공하였다.

비록 가문을 다시 일으키는데엔 성공했지만, 그녀의 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이번에는 단순한 전비를 지원하는것이 아닌, 새로운 병기를 만드는것에 관심을 두었고, 이제는 더 이상 전비를 지원하지 않고 다른 귀족처럼 병력을 제공하게 되었다.

또한, 하라다 렌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아들은 하라다 가문의 상속인이며, 그녀의 어머니와는 정반대의 기질을 가지고 있어, 가문을 잇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딸은 그녀의 어린 시절과 쏙 빼닮아, 말을 타는것을 좋아했고 역시 사관학교를 졸업하여, 기병장교로 복무하고 있어서 렌을 자랑스럽게 하였다. 자신을 닮은 딸을 자랑스러워 하였다.

루미는 첫 인연도 인연이거니와, 가문을 다시 부흥시킬때 그녀에게 수많은 도움을 주었다. 하라다 가문의 사람들은 루미의 도움을 잊지 않고, 언제나 그녀를 귀빈으로 맞이하여 주었다. 루미 역시, 제도에 들릴때면 한번은 들려서 묵고갔다. 그렇지 않으면 렌이 삐졌기 때문에...

 

 

다가닥. 다가닥.

 

 

넓은 정원을 말로 달리면서 가로질러, 저택의 앞으로 향하자, 집사도, 하녀도 아닌 렌 자신이 문 앞에서 미소를 띄우면서 자식들과 함께 서있었다.

 

 

“아아. 루미. 오랜만이야. 육개월만이네.”

 

 

공작가의 주인. 렌이 팔을 활짝 벌리면서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루미를 반겼다.

평범한 인간인 렌에게는 세월의 흐름을 이길수 없는듯, 여기저기에 주름과 흰머리가 나있었음에도, 젊은 시절의 미모와 건강을 아직도 전부 잃지는 않고 있었다. 이제 오십대가 되었음에도, 젊었을 시절의 활발한 성격이 있음을, 루미는 느낄수 있었다.

 

 

“루미님. 오래간만입니다.”

 

 

그녀의 오른쪽에 서있는 그의 아들은 하라다 토시. 안경을 착용하고, 약간 유약한 인상을 풍기는 청년이지만, 루미는 그가 가문의 거대한 사업을 이어갈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있었다. 꼼꼼함과 대담함을 동시에 갖춘, 흔치않은 성격이었다. 토시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루미를 환영한다.

 

 

“루미씨! 정말 오랜만이예요!”

 

 

그녀의 왼쪽에 서있는 그의 딸은 하라다 미요. 기병장교복을 입고있으며 오른팔에 기병모인 자크파를 끼고 있는, 전형적인 젊은 하급장교의 복식을 하고있었다. 젊은 시절의 렌과 쏙 빼닮은 그녀는 비취와도 같은 녹색눈으로 루미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렌. 저번에 말했던 나르빅의 채굴광산건은 어떻게 되었지?”

“잘 해결했지. 토시가 잘 이야기해주었어. 그렇지?”

“아... 아뇨. 전 그저 협상을 했을 뿐입니다.”

 

“그렇군... 미요는 어떻지? 미시로 왕국의 전쟁에서 종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훈장을 받았어요! 제가 에스탈 전투에서 조그만 공을 세웠거든요... 그리고 또..”

 “으흠. 미요. 루미를 밖에 오래두는것도 좀 그럴듯 하네요."

 “아...차차. 그러네요. 루미씨도 먼길을 오시느라 피곤하실테니.”

“루미.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어. 그 다음에 식당으로 와줘.

 “아아... 고맙군.”

 

루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미가 저택으로 들어선 순간, 메이드 두명이 그림자와 같이 루미의 뒤를 따랐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 싶었지만, 메이드들이 시중을 든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가면 되지?”

“3층의 오른쪽에서 세 번째의 방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렌은 항상 그녀에게 그 방을 배정해 주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 방에는 괴물사냥꾼을 위한 여러 가지 비품들이 있는, 그녀 전용 방이었으니까. 방에 들어선 그 다음은, 루미가 제일 불편해하는 시간이었다.

메이드들의 시중.

 

 

“실례하겠습니다. 갑옷을 벗는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아아...”

 

 

이 순간만큼은, 루미는 결코 익숙해질수 없었다. 옷을 다른 사람이 벗겨준다니? 잠자리를 가지는 것도 아닌, 매일 그렇다니. 이해할수 없었다.

물론 루미 역시 자신의 몸을 다른 남자에게 안겨본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이에게 갑옷을 벗겨진다는 말은, 그녀같은 자들에게 있어서 무장해제를 강요받는다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것은 아니다. 그녀의 가문이 어느정도 부흥한 후에 찾아갔을때부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기겁을 하면서, 메이드들을 내쫒았다. 그리고, 렌이 루미를 찾아와 한소리 하였다.

 

 

‘메이드들이 지금 공포에 떨고있어. 루미. 너에게 결례를 범한게 아닐까. 하고. 너는 나에게 있어 특별한 손님이니까 더욱 그렇겠지.’

‘그... 그녀들이 결례를 범한것은 아니다. 다만... 익숙치 않아서...’

‘익숙해져. 메이드들은 너에게 적의를 가지지 않았어. 가질 이유도 없고.“

‘아... 나는 괜찮다. 렌. 그러니까 나에게는 메이드를 붙이지 않아도 괜찮...’

‘아니. 너는 나의 특별한 존재야. 너는 나의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의무가 있어.’

‘...그래도 나는 그다지.’

 

렌이 한숨을 쉬면서, 루미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흐음... 정 그렇다면 루미. 이번 한번만 그녀들의 시중을 들어봐. 정말 편할테니까. 매일이 험한 삶인 너이기에 더욱 달콤한 휴식일테니까.’

‘...’

 

루미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부탁을 하는것도 있거니와, 싫으면 다음 부터는 그만두라고 하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

 

정말 분하게도, 그녀들의 시중은 정중하면서도 뛰어난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 후로도 그녀들을 거부하지 않았던 것이다.

방에 딸려있는 욕실에 옷을 벗고 들어가자, 메이드들 역시 옷을 벗고 들어와, 욕탕에 몸을 담그는 루미의 뒤에 조심스레 앉는다.

그녀들은 몇 번 루미의 시중을 들어봤기에, 루미의 기분을 방해하지 않고 그저 무릎꿇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다. 루미가 시선에도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후우...”

 

루미는 온몸 구석구석 느껴지는 뜨거운 물의 감촉에, 무심코 달콤한 한숨을 흘린다.

쏴아...

루미가 물을 손바닥에 담아, 그것을 쏟아본다. 좋은 향기가 나며, 보통 물과는 다른 미끈함이 느껴진다. 분명 목욕할 때 쓰는 입욕제...라고 하는것을 뿌린것이겠지. 라며 루미가 생각한다.

 

“으음...” 

 

루미는 늘 그렇듯, 목욕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달콤한 냄새와 온 몸을 구석구석 뜨겁게 해주는 뜨거운 물이 너무나도 그녀의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뜨거운 물에 잠겨 달콤한 향기를 맡는 이 순간만큼은 경계의 눈빛도,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 순간이 마음에 들었다. 나태를 경계하는 그녀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것이니까. 이 순간만큼은 복잡한 감정은 모두 꺼지고, 그저 이 때를 즐기고 싶은 마음만이 들 뿐이었다.

 

 

“들어오거라.”

  

눈을 감고 루미가 말하자, 메이드들이 눈을 뜨고, 천천히 루미의 양 옆으로 들어온다. 눈을 뜨자, 메이드들이 미소를 지으면서 손에 비누를 들고온다.

  

“실례하겠습니다.”

“음.”

 

 

메이드들이 루미의 팔을 들고, 비누를 적신 손으로 서서히 그녀의 피부를 비누칠하기 시작했다. 비누칠은 섬세하고 구석구석 행해진다.

처음에 루미는 자신의 피부를 다른 이에게 만지게 하는것은 남자와 잠을 잘 때 뿐이라 생각하였지만, 이러한 봉사는 그녀도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확실히, 루미의 거친 손보다는 메이드들의 부드러운 손이 훨씬 나았으니까.

 

 

“걸터 앉아주시겠습니까?” 

“...그러지.”

 

욕탕의 모서리에 앉자, 메이드 역시 옆에 따라 앉아 루미의 몸을 구석구석 비누칠하기 시작한다. 목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와, 허벅지와 배... 다리. 발가락까지.

 

 

“루미님. 머리를 감겨드리겠습니다.”

 

“부탁한다.”

 

메이드가 루미의 머리를 비누를 듬뿍 발라 감겨주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부드러운 손가락이 머리를 감겨주는것은 부끄럽기도 했지만, 기분 좋은 것이기도 하였다.

사락사락. 루미는 눈을 감고, 메이드들의 손길을 즐긴다. 성적인 느낌이 아닌, 정말 그대로의 즐거움을 느낄수있다.

  

“하아...” 

 

메이드들이 물을 뿌리고, 몸을 다시 닦아준 다음에서야 목욕은 끝이난다. 메이드들이 수건으로 루미의 몸을 닦은다음, 갈아입을 옷을 가져온다. 깨끗하고 편안한 옷이다.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메이드들에게 감사인사를 한 다음 식당으로 향한다.

거의 하나의 커다란 침대만한 테이블에는 렌과 토시, 미요가 앉아있었다.

테이블에는 공작가의 식사라고 할수있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음식들이 잔뜩 놓여있었다.

 

 

“자. 먹어볼까?”

 

렌이 미소지으면서 권하자, 루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은 맛있었고, 언제나 그랬듯 먹는 사람에 비해 지나치게 양이 많았다. 물론 이 걱정은, 나중에 남은 음식들을 사용인들이 나눠먹는다는것을 알고 그다지 뭐라하지는 않았다. 루미가 평소에 먹는 싸구려 음식과는 전혀 다른 맛. 가니슈카에서 수입한 향신료들. 후추같은것이 들어가 있어, 혀를 상당히 자극시키는 맛이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요리 솜씨가 뛰어난것도 있지만. 토시와 미요는 루미와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토시와 미요가 나이가 들었음에도, 루미가 해주는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었다. 렌도 마찬가지였고.

식사가 끝나고, 네명은 응접실로 간다. 응접실의 테이블에는 홍차와 다과가 올려져있다. 네명은 익숙한듯, 그 자리에 둘러앉아 차를 마신다.

 

“...후우.”

  

루미가 홍차를 한모금 들이키고, 미소지었다.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루미씨의 이야기라면 아무거나 좋아요!”

 

“아. 루미님. 혹시 그 이야기를 아시나요?”

 

“?”

“저희 어머니가 광산에 관련하여 뮤즈님들중 한명과 담판이 있었다는데, 혹시 아십니까?”

 

렌이 콜록! 하고 사례들린듯 기침한다. 루미는 그것을 힐끗보며 말한다.

 

“아... 그 이야기 말인가. 그때 렌 옆에는 내가 있어서 아주 잘 알지. 그렇지. 렌?”

“음... 뭐. 그렇지.” 

“그 이야기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

“해봤습니다만, ‘자애로운 뮤즈전하께서 광산의 부싯돌을 높은 가격에 사셨을 뿐이야.’ 라고 하실뿐입니다.” 

“...아주 많은 축약을 한 이야기군. 렌. 아주 많이.” 

“...그다지 떳떳하게 번 돈은 아니니까... 사실, 그 시절에는 우리 가문을 부흥시키기 위해서 더러운 짓도 마다하지 않았어.”

“어머님...?” 

“뭐, 살인정도는 아니였어. 다만... ‘정보의 유리함’ 이었다고나 해야할까.”

“...?”

“...내가 이야기 해주마. 대신, 조건이 있다.”

“네.” 

“네.” 

“너희 둘도, 나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거라.” 

“음...! 제가 훈장을 받았던 전투에 대해 이야기 할게요!” 

“저는... 흠. 미시로 왕국에서 어느 귀족 아가씨를 만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 

 

렌은 미소지으며, 차를 홀짝였다. 

 

“렌. 괜찮겠느냐?” 

“상관없어. 이야기해도 괜찮아.” 

“그렇다면... 흠...”

 

 

.

.

.

.

 

담판

 

 

너희 가문이 안정기가 되었을때의 이야기다.

이제 과거의 부를 대부분 되찾고, 새로운 부를 물색하던 시기였지.

당시 나는 불미스러운 누명... 무슨 말인지 알게다. 아무튼 그 명목으로 잠깐 이 저택에 식객으로 지내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렌은 나에게 말했다.

 

 

“루미. ‘브라이트 스톤’에 대해 알고있어?”

 

브라이트 스톤은 흔치 않은 돌이지. 하지만 그 돌의 희소성에 비해 가치는 그다지 높지 못했다. 그 돌은 ‘부싯돌’밖에 안되는 돌이었으니.

 

 

“알고 있지. 부싯돌로 자주 쓰이는돌. 나도 가지고 있으니까.” 

“흐음... 그거. 어디서 구했어?”

“...구입한것은 제국이다만.” 

“아니아니. 그게 아니지... 흠. 혹시 그 브라이트 스톤이 나오는 광산. 어디인지 알고있어?”

“...제국에는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산출지는 두캇 공화국의 이라클리온 섬... 가니슈카의 바그다그...”

“그래! 이라클리온! 고마워 루미!”

 

그렇게 말하고, 렌은 또 쏜살같이 어디론가로 달려갔지.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출장을 가버렸다더군. 행선지는 물론 이라클리온이었고. 그리고 세달후. 렌은 돌아왔다. 권리 증명서와 같이.

 

“짠! 이걸로 이라클리온의 브라이트 스톤 광산은 우리의 것입니다!”

“...왜 갑자기?”

 

나는 궁금증이 들었다. 렌의 광산은 귀금속에 한정되있었으니까. 그것도 철도 아닌 단지 부싯돌 광산이라니. 이해할수 없었지.

 

“얼마지?” 

“오천만 쥬엘.” 

“그... 그거... 왠만한 은광산 값이잖아!”

 

절대로 브라이트 스톤의 값어치와는 비교될수없었지. 나는 렌이 미쳤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지. 안정기에 들었다 하더라도 오천만 쥬엘은 엄청난 거금이니까.

 

“어쩔수 없어. 절차의 ‘간편함’ 을 위해 뇌물을 좀 먹이고, 이 광산의 브라이트 스톤의 향후 산출량도 조사하다 보니 많이 깨질수밖에.” 

“도대체... 왜?” 

“...후후. 루미. 보여줄게 있어.” 

“...?”

 

렌은 나를 저택 뒤편의 뜰로 이끌었다. 그곳에는 머스킷이 하나 놓여있었지.

 

“...?” 

“몇주전에 나의 옛 동기가 준거야. 새로운 머스킷이지.” 

“...흠.”

 

그 머스킷은 좀 다르게 생겼었지. 화승을 끼우던 부분이 사라지고,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이 추가되었으니까.

 

“화승이 필요없어.” 

“...? 무슨 소리지? 머스킷이 발사되려면, 불씨가 필요하잖아?” 

 

렌이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지.

 

“응. 하지만 이 머스킷은 화승식에 비해 그렇게 큰 개조가 된건 아니지만 훨씬 간편해졌지. 자 봐. 이걸 해머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 ‘부싯돌’을 끼우는거야. 그리고 화약접시를 닿은 다음에 방아쇠를 당기면, 부싯돌이 내려오면서 불꽃이 일고...!” 

“발사된다. 그 말이군.” 

“...친구는 거기까지 말해줬지. 하지만 나는 그 부분에서 엄청난 사업을 예감했어. ‘브라이트 스톤’ 바로 그거야. 별 쓸모는 없는데 부싯돌로서는 엄청 좋은 돌. 심지어는 젖어도 불씨가 일 정도라니! 가공하기도 편하고...” 

“...과연.” 

“멍청이들은, 아무 부싯돌이나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아니야. 이건 브라이트 스톤이 아니면 안돼. 곧 있으면 군수품과 관련해서 납품할 곳을 선정할거야.” 

“브라이트 스톤... 네가 독점할수는 없을텐데.” 

“독점할거야. 음.” 

“...?”

“일단 봐봐.”

 

렌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선정하는날, 보란듯이 렌은 그곳에서 떨어졌지. 비웃음을 잔뜩 들은채.

 

‘쳇. 부싯돌 하나에 참 비싸게 구네!’ 

‘팔 생각이 있는건가?’

 

렌은 이 선정에 실패하여 엄청난 손실을 봤으니까. 나도 어이가 없어서 말했지.

 

“렌... 자신만만하더니.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기다려야지.” 

“뭐?” 

“기다려봐. 멍청이들. 맑은 날에 깨끗한 머스킷을 가지고 실험하니 그 모양이지... 예상했어. 나는.” 

“...?”

“반년 정도만 있으면, 나에게 물건을 팔아달라고 바짓가랑이를 잡을테니. 기다려.” 

“...”

 

무슨 자신감인지... 하지만, 반년도 가지 않고 4개월후에, 렌이 납품하기를 원한다는 서신이 도착했지.

 

“!?”

 

모두가 놀랐지. 나조차도 놀란 기색을 숨길수 없었어. 렌은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지.

 

 

“평범한 부싯돌로는 이미 실험해봤어. 맑고 깨끗한 날. 손질이 잘된 때엔 평범한 머스킷도 불이 잘 붙지. 하지만 전장. 그곳은 달라. 어떤때는 습기가 가득차있고, 어떤때엔 비도 내리고, 어떤때엔 머스킷이 더러워져. 그런 상태에서 평범한 부싯돌로는 어림도 없지. 불발될 뿐이야. 전장에서 새로 보급된 ‘플린트락’ 머스킷이 너무나도 불발률이 심하다고 난리야. 차라리 다시 화승식을 보급해달라고 할 정도니까.”

  

“...” 

 

렌이 전장에 나가지 않았다면 결코 알수 없는 사실들. 그것이 바로 혜안의 열쇠였지. 그리고 그 후로는 렌의 턴이었지.

 

 

“일톤당 30만 쥬엘!? 저번에 비해 가격이 10만 쥬엘이나 오르지 않았소?” 

“네.”

“크읏... 당신 말고 브라이트 스톤을 파는 곳이 없을줄 아시오?”

“아...네. 바그다그요. 그곳에 있는 광산은 산지더군요. 그걸 여기까지 끌고오면, 비용이 장난 아니게 들테죠. 음. 또다른 광산으로는 북부의 ‘용의 산맥’ 설마 거기까지 가시지는 않겠죠? 하지만 저희는, 이라클리온. 브라이트 스톤을 배에 싣고 이틀만 항해하면 바로 제국의 항구인 마리엔부르크로 오죠. 훨씬 싸게 들테죠?” 

“으으...”

 

렌은 정말 철저히 조사했었어. 그녀의 말대로, 그나마 가장 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할수 있는 곳은, 하라다 가문의 광산 뿐이었지.

하. 그 값은 강철 일톤을 살 가격이야. 얼마나 바가지였는지... 요지부동이었지. 렌은. 아무리 호소해도, 협박해도, 렌은 꿈쩍도 안했어. 자신도 대공작이었으니까. 그러니까... 결국 움직인거지. 대공작을 조종할수 있는 사람이.

 

뚜벅. 뚜벅.

 

뮤즈. 코사카 호노카가.

 

그녀는 화려한 옷을 입은 소녀였다. 하지만 그 위압. 거대한 거인 앞에 놓인 생쥐가 된 느낌을 받았었다. 고용인들은 숨조차 제대로 못쉬고, 달아날 정도였지.

 

뮤즈를 제외한 모든 것을 무릎꿇리게 할 그 위용을 가진채로, 갑자기 렌의 집무실로 쳐들어왔었지.

 

“...하라다 렌.”

 

권위적이고, 오만한 말투였지. 하지만 너무나도 어울렸었다. 렌은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무릎을 꿇고 말했어.

 

“미천한 하인이 뮤즈. 코사카 호노카님을 뵙나이다.” 

“...읏.” 

 

나도, 엉겁결에 무릎을 꿇어버렸지.

 

“...일어나라. 렌.”

“네.”

 

렌은 그 압도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은듯 빙긋 웃었지만, 뮤즈는 진지했다.

 

“대공작 하라다 렌. 너는 지금 병사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있다.”

“장난. 이라니. 소인은 그 말을 이해할수 없사옵니다.”

“브라이트 스톤. 훌륭한 부싯돌임은 짐도 알고있다. 비록 심사 과정에서 그대의 브라이트 스톤이 과소평가 된것을 사죄한다. 하지만 톤당 삼십만 쥬엘은 지나치다. 독점을 이용한 그대의 건방진 작태를 나는 용납할수 없다. 당장 광산의 권리서를 내놓아라.” 

“...” 

 

그 말엔 위협과 협박이 서려있었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고개를 저었겠지. 하지만...

 

“그럴수. 없사옵니다.”

 

“...뭐라?”

“이 광산은 최근에 오천만 쥬엘로서 사들인것. 전하께서도 저희 가문이 장사꾼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광산을 아무 대가도 없이 내놓는다니요?” 

 

맞는 말이었다. 봉신과 주군은 계약의 관계. 그것은 뮤즈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만일 주군이 봉신과의 예의를 깨뜨렸을때, 주군은 봉신들의 질타를 받는다. 강제로 무언가를 빼앗는것은, 봉신이 먼저 계약관계를 파기했을때가 아니면 불가능하지. 

 

“폐하. 어째서 이 거래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거래는 저와 제국. 모두의 이득인 것입니다.” 

“...호. 설명해 보아라.”

 

호노카가 미소지으면서 말하자, 렌이 답했다.

 

“브라이트 스톤을 안정적으로 공급할수 있는 책은, 이라클리온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국이 이라클리온의 광산을 원한다면? 두캇 공화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파는것을 거부하겠지요. 그리고 제가 제시한 가격의 두배의 가격으로 브라이트 스톤을 팔것입니다.” 

“...” 

“그 이후로는 두캇 공화국에게 끌려가는 대로지요. 그쪽이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 받아들일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요즘에 쇠락하고 있는 그들로는 더욱 그러고 싶겠죠. 하지만 그럴수 없습니다. 그들의 법률상, 그들의 광산, 토지등은 외국인의 매매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늦었지요. 지금 와서 그것을 바꾸려 할지라도, 칼자루는 저희에게 있습니다. 정당성도 저희에게 있고요.” 

“...” 

“하지만 저는... 폐하의 이름으로 약속하건데, 비합리적인 가격인상, 갑작스러운 거래 중단같은 일이 없을것입니다. 저도 제국의 녹을 받아먹고 사는 몸입니다. 그런 짓은 할수 없지요.” 

“그렇다 할지라도 그대의 가격은 지나치게 비싸다. 원래대로의 이십만 쥬엘이라면 충분히 이득을 볼수 있을터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의 ‘꿈’을 이루고 싶어서. 라고 말할수밖에 없습니다.” 

“꿈?”

“네. 저는 전장을 직접 봐왔습니다. 전하처럼 아득히 위에서가 아닌, 맨 아래에서요. 그들은 창과 얇은 갑옷만을 걸쳐입고 불안하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돌의 능력 한번에 가루가 되었지요. 하지만 저는 화약의 발명에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아이돌이 아닌, 일반인들의 전쟁을.” 

“...” 

“화약은 강력합니다. 훈련받지 못해도, 강철갑옷을 뚫고, 성벽을 박살내지요. 저는 무궁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앞으로의 전쟁은 머스킷을 든 수많은 병사들이 해낼것입니다. 전쟁의 주역은, 비능력자.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호오.” 

“그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무기를 개발하고, 개량하는것.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요. 전하. 죄송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렵습니다.” 

“...내가 부탁하는데도?” 

“그렇습니다.” 

“...”

 

일순간, 그녀의 위압이 거둬졌다.

 

“좋다. 그 계약. 받아들이도록 하지.”

 

뮤즈는,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계약서를 가져오라. 뮤즈의 이름아래, 이 계약은 즉시 이행될 것이니. 브라이트 스톤이 언제쯤 가져와지지?”

“이미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틀이면, 병기창에 브라이트 스톤이 배달되 있을 것입니다.” 

“...약은 자로다.”

 

뮤즈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계약서에 자신의 인장을 찍었어.

...계약이 성립된거지.

 

...이걸로, 이야기는 끝이다. 이 후는 너희도 알다시피, 제국의 모든 머스킷이 우수한 플린트락으로 바뀌었지. 기병을 위한 권총도 생겼고. 안정도도 높아진. 그리고 너희 가문은 떼돈을 벌기 시작했고.

 

.

.

.

 

 

“아아. 그때는 진짜 죽는줄 알았지. 말은 그렇게 해도, 갑자기 목이 뎅겅 잘리지 않나 노심초사했다고.” 

“...대담하십니다. 어머니.” 

“후... 장사는 배짱이라는것을,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물론입니다. 어머니.” 

“그럼, 다음 이야기는 누가 하겠느냐?”

“제가 하겠습니다. 유미님.”

 

 

토시가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

 

‘하라다 가문’

 

“제국에서 제일 돈 많은 사람? 뮤즈님이지. 아. 뮤즈님 말고? 하라다 렌님이지. 당연히.”

-제국의 어느 상인.

 

제국의 대공작 가문중 한 가문. 다른 대공작과는 다르게 영지는 거의 없는 대신 아주 부유하다. 부유함의 원천은 브라이트 스톤과 각종 귀금속. 광산들은 제국뿐만 아닌 다른 국가 곳곳에 있으며, 하라다 가문의 자금의 원천이기도 하다.

현 가주인 하라다 렌은 뛰어난 장사 안목을 가지고 있어, 한때 몰락할 뻔했던 공작가문을 다시 일으켰다. 그녀 자신은 제국의 병기창에 상당한 지원금을 투자하고 있으며, 제국의 발달된 무기기술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녀의 아들인 하라다 토시는 경영이 뛰어나며 향후 공작가를 이을 후계자이며, 딸인 미요는 군사부문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젊은 장교이다. 호부호자라는 것일까.

 

 

 

 

이번 이야기는 루미의 친구.(저번에 살짝 뿌린) 하라다 가문의 영애입니다.

물론 그 시점은 과거이고, 이 시점은 현재입니다. 왕국쪽으로 천천히 가면서 친구의 집에 들른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덤으로 제가 좋아하는 무기 이야기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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