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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프롤로그 - 환희 속에서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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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5, 2016 20:45에 작성됨.

 

 

 

 

" 어째서지 ? "

 

이리 튀어다니고 저리 튀어다니면서도, 결코 거리를 늘리지 않는 신묘하면서도 팽팽한 상황 속에서 괴물은 질문을 던진다.

 

 

 

" 저렇게 무가치하고 존재 할 의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것들과 함께하는 이유가 뭐야 ? "

" 쟤네들이 무가치해보인다면, 그건 네가 잘못됬기 때문이다냥 ! "

 

 

 

말 끝과 손톱끝이 함께 힘을 싣고 질문한 이의 몸과 마음을 강타한다.

 

맞상대하는 괴물의 일합에 괴물은 다시금 바닥에 처박혔다.

그러나 일어난다. 온 몸에 가득 늘어난 생체기들도 있었냐는 듯 몇 초 만에 도로 아물었다. 싸움의 양상은 마에카와 미쿠가 전적으로 앞서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도중에 난입자가 있었고 목격했다면 이치노세 시키가 과연 밀리고 있었나 ? 라는 의문이 들 경이적인 재생력은, 여태까지 처박히고 내리꽃혀 파인 흔적들을 무색하게했다.

 

 

얼굴과 머리카락에 들러붙은 살점들과 석재들을 털어내지도 않은 채로, 괴물은 무표정한 얼굴로 미쿠를 응시하며 질문 할 따름이다.

 

 

" 내가 잘못됐다는 판단의 근거는 뭐지 ? "

" 아아아 ! 시끄럽다냥 ! "

 

 

진절머리가 난건지, 이를 히죽 드러내고 뿌득뿌득 갈면서, 벽에서 튀어올라 시키를 내리찍는다.

. . . 그리고 처박힌다, 라는 시나리오가 될 터였다. 시키의 팔위치에 있는 괴이한 기관이 미쿠의 뻗은 손을 붙잡기 전까지는.

 

 

" 똑같아. "

" . . . 윽 ! 놔ㄹ. . ! "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괴물의 기관이 뿌리친다. 너무나 순식간에 움직인 탓에 제대로 팔이 움직힌 잔상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눈 깜빡한 순간, 벽에 박혀있던 입장의 위치가 역전되어있었다. 자기가 뭐에 당했는지도 모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박혀있던 그녀는, 이윽고 찾아오는 농축된 통각에 입에서 피를 쏟았다.

왕국 내에서 손에 꼽을정도라고 자부하던 반사신경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쇼크를 먹은것도 있는 듯, 어안이 벙벙한채로 입가에서 계속해서 피를 흘릴 따름이다.

 

 

" 너도 나에대해 진심으로 알려고 하지 않아. "

 

 

그 다음 괴물은 위치에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날 때 즈음, 미쿠는 '뻥!' 하는 벽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박혀있는 벽에서 더 깊이 뚫고 들어가 있었다.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그대로, 소름끼칠 정도의 무표정 · 무감정인 얼굴로, 괴물은 뻗었던 다리를 거두어갔다. 족히 약 3미터 정도 깊이의 인공 구덩이안에서 쿨럭이며 불규칙적으로 숨을 헐떡이는 소리만이 작게 전해졌다.

 

보이지 않는 속도로 순식간에 시작되었다가 순식간에 대장의 패배로 끝난 승부를 보고있던 소녀. 아사리 나나미는 차가운 눈동자가 다시금 자기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쿠가 준 병에서 나온 꿀과 같아보이는 끈적한 액체가, 깊게 베여 속이 드러난 틈새에 들어가 출혈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그것 뿐이었다. 그 이상은 시간이 더 필요했다.

 

 

카미야 나오는 의식이 오락가락하는지 눈을 가늘게 떳다가 감았다를 반복할 따름이고, 마침내 눈동자를 따라 걸음도 자신을 향하고있음에 그녀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아사리 나나미가 이치노세 시키와 유사한 괴물을 보면서 느껴지는것은 냉혹하고 무거운 중압감과 공포였다.

 

 

" 너희들의 무가치는 용납될 수 없어. "

 

 

얼음장 같은 한 마디가 바라보는 희생양의 다리를 천근같이 무겁게 했다. 사신이라는게 정말로 존재한다면 이러한 느낌구나, 라고 나나미는 소름과 압박감에 젖어 쪼그라든 사고안에서 그렇게 상상했다. 입에서는 언제부턴가 저도 모르게 '살려주세요' 라는 말만 반복해서 쏟아져나오고 있었고, 양 다리는 위축되어 움직여주지 않았다.

 

이틀 뒤에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다.

선물은 사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앞으로도 사주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하다고, 공포에 젖은 와중에도 그녀는 속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한다. 곤죽들을 짓밟는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져갔다. 심장의 쿵쾅거리는 소리가 온 세상을 덮을 듯 몸 속에서 크게 울려퍼진다.

 

 

그러던 중 발걸음과 엇박을 맞추는 심장소리와 질끈 감아 검어진 시야 안에서, 나나미는 불현듯 . . 뭔가가 떠올랐음을 직감한다.

이어서 공포에 떨고있던 나나미의 눈빛이 바뀌었다. 생각은 즉시 행동이 되고, 허리춤에 있던 물병을 꺼내들어 갑작스레 시키에게 내던졌다. 무감정한 얼굴은 대수롭지 않게 수통을 쳐냄과 동시에 조각조각내고 안에 있던 내용물들이 모두 바닥에 쏟아진다.

 

마침내, 시키의 걸음이 나나미의 두 발짝 앞으로 다가 온 순간.

 

 

" 『 사기타 마기카. 세리에스 - 아쿠아 ! 』 "

 

 

뜻 모를 흡사 주문과 같은 말이 나나미의 입에서 전해져 나오자마자, 시키의 등으로부터 가슴팍까지 뭔가가 꿰뚫고 올라왔다. 그녀의 몸에 박혀있는것은, 다른것도 아닌 연홍색의 투명한 액체. 액체는 마치 뾰족한 틀 안에 가득 차있는 것 처럼 뾰족한 형상을 유지 한채로 괴물의 몸을 뚫고 정체되어있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하나도 바뀌지 않고, 물의 창을 몸에 꽃은 그대로 다시 시선을 나나미로 향했다.

아까 전까지 살려주세요 라고 번복만 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있는것은 오직, 자리에서 일어나 선배의 앞을 지키고 선 아이돌 뿐이었다.

 

 

" 나, 나나미도, 싸울거에여 - ! "

" . . . "

 

 

아무런 응답도 않고, 반응도 않은채로 그녀는 가슴에 거대한 악세사리마냥 박힌 물의 창을 도로 빤히 바라봤다. 텅 비어있는 듯한 두 눈동자는 몸 앞뒤로 삐죽하게 튀어나와있는것을 번갈아 보더니, 곧이어 괴물의 것인 팔 비슷무리한 기관을 창에 가까이 댔다.

잠시 후 창이 형체를 잃고 본래 형태로 돌아가는 듯 작아지면서 이윽고, 사라졌다. 아니 . . 정확히는 그 기관에 빨려들어갔다는 표현이 맞았다.

가슴에 난 바람구멍이, 부글거리는 살점이 끓어서 차오르는 소리와 함께 복원된다. 지근거리에서 리얼하게 현상을 목격한 나나미의 얼굴색이 또다시 파래졌다.

 

 

"  . . 너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하는건가 ? "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나미는 그 말에 응답하지 않은 채, 다시 뭔가를 외쳤다.

 

다시 물의 화살이 짓물러진 곤죽들 사이에서 튀어나와 시키의 몸을 꿰뚫어 벌집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살짝 몸을 떨 뿐, 그녀의 얼굴에는 고통을 비롯한 어떤 감정이나 자극도 내비쳐지지 않았다. 무감정하게 아까와 같이 물들을 빨아들이려고 괴물의 기관을 가까이 댔다.

 

그 순간, 나나미가 두 눈을 부릅뜬다. 

 

" 『 사기타 마기카. 운데트라긴타 아쿠아 ! 』 "

 

 

살점을 뚫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리며, 붉고 투명한 칼날들이 시키의 몸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흡수하려는 팔에서도, 무감정한 두 눈동자가 있던 자리에서도 꿰뚫고 튀어나와 마치 고슴도치가 경계하는 것과 같은 형상이 되어있었다.

 

 

" 흡수한 물이랑, 방금 더 넣은 물에서 잔뜩 튀어나온거에여 ! 우웁 . . 끔찍하지만, 이걸로 . . "

 

 

 

"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 . . . . "

" 에 . . ?! "

 

 

 

온 몸에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끔직한 액체가시 덩어리가 부르르 떨며 입술을 움직인다.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숲에 서식하는 거대한 바하무트라도 내장이 모두 산산조각나서 죽었어야 할 상황임에도 입은 계속해서 입술을 씰룩거리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던 것이었다. 쉰 것처럼 작은 소리는 곧 원래 그것의 목소리로 돌아오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가시들은 흐트러지며 뚫고 나온 구멍으로부터 빠져나와 도로 바닥으로 흘러내려갔다.

 

" . . . . 5028841971693993751058209749445923078164062862089986280348253421170679821480865132823066

47093844609550582231725359408128481117450284102701938521105559644622948954930381 . . . "


" 마, 말도안돼여 . . 진짜로 . . 이건 . . . "

 

 

 

 

각오를 다지고 때려넣은 공격마저 통하지 않자. . 그녀는 모든걸 상실 한 것 같은 허탈함 속에서 오로지 위압감의 공포만 남겨놓은 채 눈물을 흘린다.

정말로, 눈앞에 재생되어가고있는 그것의 모습을 보고 남아있는것은 두려움 뿐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더 이상 싸우는것도 . . 무의미하는것을 알아버렸다. 애써 용기를 내어 물을 다뤄보려고 하지만 . . 듣지 않았다. 물조차도 뜯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키의 수신호에 따라 시뻘건 핏방울이 되어 지면에서 천천히 떠오를 따름이었다.

 

" 너는 이 상황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했어. 그렇지만, 그 가능성이 나를 막는다 라는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은 하염없이 0에 수령하는것 조차 아닌 확실한 '0' 이었다. 그것만으로 너의 존재가치는 모두 증명되었다. 오답뿐인 문제에서 선택지를 줄인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것은 불가능하다. 답이 쓰여진 보기를 새로이 도출해내는 수 밖에 없어. 그런고로 너는 역시 . . "

 

괴물의 팔이 들어올려진다. 뚤린 구멍들이 모두 메워지면서, 더욱 기괴하고 뾰족하게 변한 기관이 날을 바짝 세웠다.

 

" . . 무가ㅊ . . "

 

펑 !~

 

 

이대로 꼼짝없이 죽고마는구나 하며 두 눈을 질끈 감고있던 나나미의 귀에, 커다란 충격음이 전해진다. 이것은 분명히 벽에 처박힐 때 나던 그 소리였다. 나나미는 감동에 겨워 눈을 뜨면서 흐느꼈다.

 

" 대장니이임 . . ! "

 

 

넓은 소매부분이 전부 찢어져 드러난 맨살에는 긁히고 패이고, 멍든 흔적들이 만연했지만, 석재가루 투성이의 귀와 꼬리는 쫑긋 서며 그녀의 부름에 반응했다.

 

" 잘 버텨냈다냥. "

 

" 흐어어엉 . . ! 돌아가신줄 알구우우 . . 흐엉 . . ! "

" 그러니까 그만 울어라냥. . 이제, ' 전력으로 ' 싸울 테니까, 여기서 나오 간호하면서 잘 지켜봐라냥. "

 

 

고양이 발 모양의 건틀렛을 좌 우 모두 벗어던지고 맨손바닥으로 바닥을 짚는다. 손톱이 점점 인간의 것이 아니게 뾰족하고 단단하게 솟아오르고 바닥을 긁는다. 짓무른 시체들의 한복판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은 신음을 흘리며 뭔가를 준비하듯 엎드린 자세를 유지한다. 마에카와 미쿠의 두 눈이 선명한 자주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시키가 다시 박혔던 벽에 또 박혀있었다는것에 자극을 받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일관된 무표정으로 한번 들썩이더니 그대로 이끌려나오듯 튕겨나와 그대로 미쿠의 방향으로 강습해왔다.

 

 

"  . . 크르르 - ! "

 

미쿠 본연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흔적만이 남은 듯 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그녀의 목구멍으로부터 뿜어져나왔다. 동시에 미쿠는 모습을 감췄다. 아까처럼 훅 하며 미세한 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지는것도 아니라 . . 자주색의 입자처럼 몸이 분해되는 것 처럼 일순 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는 나나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완벽하게, 자신의 대장이 어디서 사라지고 어디서 나오는 '목격이 불가능했다.'

그저 강습해오던 시키가 뭔가에 박히자마자 처올려지고, 다시 땅에 박히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계속되고 있었을 따름이다.

 

이리저리 튕겨나가며 피격자는 이리저리 눈을 굴려봤지만 목격되지 않는다. 있다고 추정하는곳으로 눈을 돌리는 시점에서 이미 그녀는 다른 방향에서 그어지는 격렬한 참격에 정상인적인 팔 부분을 뜯기면서 뒤이어 뜯겨나가는 관성에 끌려 다른 어딘가에 처박히기 일쑤였다. 석재가루들이 안개가 되어 흩날리고 짓무른 시체들은 더 잘게 흩어져 이곳저곳에서 쏟아져나오는 참격의 제물이 되었다.

 

허공에 처올려져 어느정도 위치까지 올려진 직후, 수직으로 내리꽃혀 바닥에 잠기는걸 끝으로,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다.

 

자주빛 입자가 나나미의 눈 앞에서 어른거렸다. 이윽고, 주변에서 입자가 더 생겨 모이는 듯 싶더니 순식간에 미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 후욱 . . 후욱 . . "

 

마에카와 미쿠는 거친 숨을 내쉰다. 몸의 힘듦이 원인이 아니라, 뭔가에 대한 '긴장감' 때문에, 그녀는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관자놀이를 타고 내려오는 것 역시 초조함과 긴장감에 아우러져 나오는 식은땀이었다. 

 

 

" 대장님, 괜찮으세여 . . ? "

"  . . 어. . 아, 응. 괜찮다냐. "

 

 

뭔가에 홀릿듯 탁하던 눈동자가 부하의 말에 번뜻 빛이 돌아오고, 동시에 눈서 세어나오던 자주색의 기운은 사그라들어갔다.

마에카와 미쿠는 침을 한번 삼키고, 천천히 마지막 일격을 내리꼽았던 위치로 걸어간다.

아니냐 다를까, 바닥에 박혀있는 그것은 . . 레고블럭마냥 사지가 뚝뚝 떨어져나가 옴짝달싹 못하고 숨 대신 피를 토하고 있는 모습을 영락없이 내비치고 있었다. 뜯겨나간 면에서 살점들이 붙으려고 혹은, 돋아나려고 바둥거리며 미미한 경련을 이어갔다. 유일하게, 괴물처럼 변해있는 팔 부분만이 겉 비늘부분만 살짝 이어져 완전히 잘렸다는 표현의 대상에서는 벗어나있었다.

 

피를 토하던 그녀는 힘껏 고개를 들어올려본다.

그러나 의지대로 몸은 따라주지 못하고 도로 바닥에 뒤통수를 찧었다.

 

" 아아 . . 역시 안돼나 . . "

 

언제부터인지 괴물의 팔로 변이되기 전의 감정가득한 얼굴과, 톡톡튀는 말투로 되바껴있었다는 사실에 미쿠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는 시키의 시야 안에 한 축에 멈춰섰다.

 

 

" . . 단순한 '빠름'이 아닌 현실간섭을 통한 차원이탈 이후 좌표 강제이동. . 이라 . . 쿨럭 . . "

" 입에서 피가 잔뜩 나오는 주제에 뭘 또 중얼거리고 있는거냥. "

" 흐흐흐 . . 역시 강하네. ' 내 힘으로는' 이길 수 없는게 당연한가 . . "

 

 

코와 입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면서도 이치노세 시키의 한결같이 웃었다. 미쿠는 입을 연다. 이치노세 시키의 몸이 더 이상 재생되지 않는것을 보니, 그녀에게는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 . . 내가 조금 심했다냥. 그건 사과하겠다냥. "

 

" 적에게 동정이라 . . 후후, 미쿠냥은 상냥하네. "

" 적이라니 . . 그렇게 딱 잘라 배신자 선언 굳히기냥 ? "

" 배신 . . 이라, 애초에 난 너희들에게 진심으로 대한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 . "

 

 

뒤이어 '흐흐흐' 거리며 웃음을 흘리다가 이내에 다시 한줌의 피를 입에서 토해냈다. 고개를 돌릴 힘도 없는지 그대로 턱선을 따라 핏덩이를 흘려내보내면서 시키쪽에서 미쿠에게 물었다.

 

 

" 그정도의 불확정 요소를 지니고 있으면서, 어째서 너는 세계를 크게 바꾸려고 하지 않는거야 ? "

" 불확정 요소라니, 내 '능력' 에 대한 거냥. . 그거라면 . . ! "

"  . . 후후후 . . 그래, '두려워' 하고 있는거지 ? 스스로 주체할 수 없게 될 까봐 무서운거지 ? "

 

시키의 입에 모든 생기가 있어있는 듯 그녀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능청스럽게 미쿠를 대했다.

 

 

" 왕국, 아니 제국 . . 혹은 전 세계를 개벽시킬 수 있을 정도의 요소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소시민적인 개념에 집착하는 이유 . . 는 이제 관계 없나 ? 이제 알아내는것도 질렸고. 그리고, 살아있는것도 . . "

 

" 머리 복잡하게 하지 마라냥 . . ! 그것보다 대답해. 무슨 이유때문에 이런짓을 한건지 ! "

 

 

미쿠가 매섭게 그녀를 내려다본다.

시키는 의외라는 듯 두 눈 크게 뜨다가 . . 곧이어 피가 잔뜩뭍은 치아를 그대로 환하게 드러내고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위해서. "

" 뭐 ? "

 

 

 

그리고 여태까지 본 적 없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 대신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했다.

 

" 잘 있어. " 라고.

 

 

 

 

 

텅 !

 

천장이 열리고 검은 쇠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두꺼운 금속막대가 이어져 있지 않았다.

검고 넓고 두터운 금동원통은 그대로 낙하해서 마에카와 미쿠의 코 앞, 그리고 이치노세 시키의 전신을 거의 완벽하게 뒤덮으며 깔아뭉개버렸다.

깔리지 않은 괴물팔의 손가락 일부가 본래 길이보다 조금 돌출되 튀어나오며 움찔거리다가 . . 그 미미한 운동마저 완전히 멎고만다.

 

 

미쿠는 잠시동안 멍 하니 시야에 초점을 흐리다가 . . 이윽고 아래로 세어나오는 핏줄기가 발에 닿자 금속덩이를 맨주먹으로 후려쳤다.

 

 

"  . . 뭐가 '잘 있어' 야 . . ! 끝까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녀석이다냥 . . ! "

" 대장니임 . . 대체 이건 . . "

" 아아, 아무래도 수틀리면 이렇게 할 심산이었던 거 같다냥. "

 

 

" 으으 . . "

 

 

" 아, 나오선배니임 - ! "

" 으윽. . . 으와아앗 ?! 뭐, 뭐야. . ! 여긴 ? ! 내 목 ? ! 이치노세는 ? ! "

 

갑자기 달려와 끌어안는 나나미의 행동에 당황하면서, 동시에 자기도 스스로가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살아있었다는 사실에 겹으로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미쿠는 긴장을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의 표정도 풀려 헤실거리며 웃고있었다. 마치, 이치노세 시키의 마지막 순간처럼.

 

" 정말 끝까지 덜렁이냥. "

 

 

 

 

 

18시간 후.

미시로 왕국 궁성 알현실.

 

 

" . . 이상이 제가 실험실에서 읽었던 이치노세 시키의 실험의 전말입니다. 여왕폐하. "

 

 

나오가 나나와 맞잡은 손을 서서이 떼어내며 물러나 미쿠의 옆에 도로선다.

 

 

" 이럴수가 . . 이 슬픔들 . . 이 고통들 . . 사람들 한명 한명의 아픔이 . . ! "

 

여왕은 그들의 고통과 절규의 기억에 동조하다가 자연스레 눈물이 쏟고야 만다. 나오도 이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읽었을 때 몇번이고 토했었지만 의외의 반응이라고 나오는 살짝 눈을 크게 떴다. 

 

 

"  . . 자자, 여왕님. 눈물 뚝. "

 

 

옃에 우두커니 서있던 안즈의 손길이 손수건으로 그녀의 눈물을 흘겨준다.

안구의 습기가 처리되자 여왕은 숨을 가다듬고서 차분한 말투로 뭔가 말을 꺼내려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 그런데 . . 이 기억들 중에 시키짱 . . 아니, 이치노세 시키의 기억에 대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 . "

" 에, 아 그건 . . 저도 읽지 못해서. "

 

 

" 에에, 시키가 일일이 다 만졌을텐데 그걸 기억하지 못했. . 읍읍. "

 

 

안즈는 옆에서 태클을 걸지만, 곧바로 여왕에게 저지되었다. 안즈를 저지한 손길은 그대로 턱을 받쳤다.

 

" 나오양이 제게 거짓말을 할 리는 없어요. "

" 저도 여태까지 기억을 못 읽었던 적은 없었던지라 . .이런 경우에 대한 대처는 . . 죄송합니다.  "

 

여왕이 자기 이마를 살짝 톡톡 때리면서 왕좌 뒤로 머리를 기대다가, 몇 초 후 다시 고개를 들었다.

 

 

" 아무튼간에 근 3일동안 고생이 많으셨어요. 이후 개별 통보가 있기 전까지는 편하게 계셔도 될 것 같아요. "

 

엄숙하게 서있던 미쿠의 표정이 갑자기 풀린다. 얼떨떨한 얼굴은 곧, 기쁨에 찬 표정으로 바뀌었다.

노동자가 휴가를 받을 때 만큼은 그 기쁨을 주체 할 수 없다고 했던가, 그것은 왕국의 관리도 마찬가지였다. 마에카와 미쿠의 마음속은 이미 날아다녔다. 일주일에 하루 . . 그것도 몇 시간 밖에 만나지 못했던 절친을 볼 시간이 늘었으니 당연했다.

마음속으로 두 주먹을 쥐고 파이팅 포즈를 취하던 그녀는, 여왕의 부름에 깜짝 놀라 시선을 그녀에게로 향했다.

어느센가 마음을 따라 몸도 '예쓰 ! ' 라고 부르짖으며 기쁨을 포효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들지 못한다.

 

 

" 언제나 전후처리 복구활동에서 활약하는것은 고맙게 생각해요. 마에카와양, 그러니 이번 휴가는 제 감사의 표현이기도 해요. "

 

" 고, 고맙습니다 여왕님 . . ! "

 

" 자 그러면, 여러분들 모두 이만 . . . "

 

 

.

.

.

.

 

" 여왕님 ! 여왕니임 - ! "

 

마무리 분위기를 깨부수고 알현실 문을 박차면서, 군사장교 한명이 허겁지겁 뛰쳐온다.

뛰어온 그는 여왕앞에 서서 숨을 고르다가, 대뜸 무릎을 꿇었다. 모두가 시선을 집중하는 가운데에 장교는 대뜸 한마디 소리쳤다.

 

 

 

" 실종됬습니다 ! "

 

 

 

이어서 숨을 빠르게 한번 쉰 뒤, 한마디 더 붙였다.

 

 

 

 

 

" 니노미야 아스카님이 ! "

 

 

 

 

 

 

 

 

 

" 네 ? ", " 뭐? ", " 뭐라고냥 ? ! "

 

 

 

 

- - - - - 

 

다크 일루미네이트의 서브리더. 니노미야 아스카가 모습을 감추었다.

 

돌연 피투성이로 나타나 '칸자키 란코의 죽음' 이라는 비보를 전하고 쓰러졌던 그녀는, 궁성사람들에게도 거의 알려져있지 않은 별실에서 치료를 받고있었지만, 어느 날 치료를 위해 의사가 방문 했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버렸었다고 전했다.

 

왕국은 비보의 사실여부 이외에 많은것을 알고있을것으로 추정되는 그녀를 찾기 위해 비밀리에 수색대를 파견했지만, 일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니노미야 아스카의 흔적은 일절 찾아 볼 수 없었다.

 

동시에, 왕국 각지에서 광신자들의 급증과 더불어 비정상적인 역병의 창궐과 광신에 따르는 대량 참살 현상이 점점 불어났고, 이 현상은 왕국의 국경을 넘어 사방의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 . 

 

- - - -

 

 

 

 

 

??? 시간 후.

미쿠와 시키가 일전을 벌였던 실험터.

 

굵고 울리는 짐승의 것과 유사한 울음소리가 공간을 메운다. 계단을 부수고, 철벅거리는 발소리가 짓뭉게져 말라버린 시체들의 밭으로 들어간다.

꾸물렁거리는 거대한 아가리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전원이 끊겨 포르말린 용기를 비추는 미미한 빛만에 있는 공동 안에서 이끌리듯 발걸음을 옮긴다.

 

이윽고 그것은 새까만 금속 기둥 앞에 멈춰섰다. 마치 박제가 된 것 마냥 우뚝 멈춘 모습 앞에서 . . 기둥이 점점 커져가는 것 처럼 보였다.

아니, 실제로 기둥은 커지고있었다. 기둥은 커지더니 이내에 작은 가루가 되어 산산히 흩어진다.

그리고 쉴 새 없이 가루들이 자기의지를 가진 것 처럼 모여들었다.

 

가루가 만들어낸 작은 돌풍이 포르말린 용기들을 깨뜨리고 . . 억압된 조명을 좀 더 밝게함과 동시에 어느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 결국엔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있었단거야 ? "

 

 

방금 전 까지 원통형 금속덩어리가 있던 자리에는 . . 비정상이리만치 뽀얀 피부를 하고 검은 레오타드 복장을 한 여성이 금속 힐을 신은 채 뻔뻔하다는 눈으로 자기 아래에 뭉게진것을 내려보고 있었다. 그나마 형태가 남아있는 입가 부분으로 추정되는 곳은 미소를 지은 채 짖이겨져 있었다.

 

마치 환희 속에 잠겨있는 어린아이같은 짓뭉게진 웃음에 시선을 집중하면서 여인은 숨을 내쉰다.

 

 

 

" 대단한건지 아니면 막가파인건지 . . 난 완전 이해 못하겠단 말이지. . . 그쵸~ ? "

 

여인의 시선이 천장을 잠깐 향했고,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듯 했지만, 돌아오는건 아가리 괴물의 으르렁거림 뿐이다.

 

 

 

" 흐-음, 뭐 됬나. 슬슬 회수 해볼까 ? "

 

 

 

 

 

 

 

 

- 본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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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노세 시키>

 

미시로 왕국의 수석 과학자이자 왕립연구원의 원장.

타인과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사고방식과 행동원리를 지니고있기 때문에 그녀의 패턴을 꿰려고 한다는것은 별을 따오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왕국 지하에서 ' 나노 금속 ' 이라던가 하는 타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신비하고 기이한 것들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괴짜이미지가 짙으며, 뭐든지 금방 흥미를 가졌다가 또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는 등 기호가 들쑥날쑥 하기때문에 그에 맞춰주는 친분이 깊은 사람이 없다.

 

카에데의 왕국 전복때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무 탈 없이 무사했으며, 이후 뉴제네레이션 기사단에 협력하여 카에데를 무찌르는데에 공헌했다.

이후 몇개월 정도 지나 제국이 대대적으로 침공해오자, 그녀는 안즈의 천거로 앱솔루트 나인의 일원으로서 전선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갈 무렵 . . 제국에서 배치한 '노 브랜드 열차거포' 의 결함을 알아냄으로서 승기의 전환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서 돌연 그녀는 모습을 감췄다.

연구원장의 자리도, 앱솔루트 나인의 자리도 박차고 . . 모든것을 원래 있던 자리에 놓아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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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종료 ~

전개가 너무 재빠르게 흘러가버린 것 같다구요 ?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 왠지는 나중에 . . . (시키 느낌으로)

 

흠, 스카웃티켓으로 프레짱 데려오는 만화도 그려야하는데, 바쁘네요 바빠 - . 

신데판 드디어 이번주중에 1편 개시입니다 !

신데판 본편은 하나의 편에 여러 화로 나뉘어진 구조로 할 예정입니다.

' 1편 제목(1), 1편 제목(2) . . .등등. ' 이라는 느낌으로 말이죠.  

 

 

신데렐라 프로젝트는 여러분의 참여를 적극 환영합니다.

 

추후에 일이 안정되면 설정정리 소설도 쓰거나 근성치가 되면 그려올릴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

 

여러분의 관심이 언제나 제게 힘을 줍니다 !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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