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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 담당 프로듀서는 죽을 만큼 후회했다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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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2, 2016 23:57에 작성됨.

원작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A-1 Pictures

가면라이더 오즈 풍으로 알아보는, 지금까지 ‘안즈 담당 프로듀서는 죽을 만큼 후회했다’에서 일어난 세 가지 사건!

하나! 의욕을 잃은 천재 후타바 안즈는 마찬가지로 의욕을 잃은 아이돌 프로듀서와 만나 아이돌이 된다!

둘! 안즈는 프로듀서의 과거에 얽혀 프로듀서의 예전 담당 아이돌 오오츠키 유이와 대결하게 되었다!

셋! 안즈는 마지막 대결에서 투혼을 발휘! 유이를 이기지 못했으나 유이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안즈와 프로듀서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이를 돈독하게 굳혔다!
그리고 이제…….

9월 7일

안즈는 오다이바 페스의 피로를 풀기 위해 어제까지 통으로 쉬었다. 쉬었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틀어박힌 건 아니다. 안즈는 그렇게 하고 싶었으나 3일에는 C5의 뒤풀이 파티에 참가하고, 나머지 날은 드문드문 출근해서 몸이 굳지 않게 가벼운 레슨을 받았다.

안즈는 베이스가 니트지만 남이 준비한 파티나 놀러갈 만한 곳에 누가 데려다주기만 하면 나름 재밌게 노는 아이다. 어느 누가 밥과 디저트는 각각 다른 배에 들어간다고 주장하면 안즈는 일하는 에너지와 노는 에너지는 각각 다르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주장한 적은 없지만. 아무튼 그런 아이다.

그래서 2일에 프로듀서와 함께 놀러 다닌 것과 3일에 C5 뒤풀이 파티(사내 카페를 통째로 빌려서 제법 성대하게 벌였다)는 후회 없이 보냈다.

저번 주를 그렇게 보내고 오늘은 오랜만에 등교. 안즈는 등교하기 전에 마음을 굳게 먹었다.

C5 발표 후에 등교했을 땐 안즈를 보는 주변의 시선이 엄청나게 따가웠다. 직접 말을 거는 아이들은 없었지만 대신 안즈를 보고 수군거리는 게 평소보다 더 심했다. 그때만 해도 그랬는데 오다이바 페스에서 눈에 띄게 날뛴 후인 지금은 어떨까…….

결과부터 말하면 무지막지하게 주목받게 되었다. 교사들이 대놓고 지목하는 것과, 같은 반 아이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건 전과 같다. 단지……. 후자의 정도가 굉장히 심해졌을 뿐이다.

안즈는 메탈 기어 시리즈에서 엄폐물 하나를 두고 적병에게 둘러싸였는데, 적병들이 스네이크(플레이어)를 발견하지 못하고 주변만 맴도는, 그런 조마조마하면서 짜증이 일어나는 상황을 연상했다. 게임에선 조명탄이나 연막탄을 쏘고 도망치면 되지만, 아쉽게도 현실에선 그럴 수 없다.

시선의 화살이 안즈의 피부를 사정없이 긁어댄다. 피부는 아프지 않지만 마음속이 쓰라리다. 고된 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왔다. 교사가 나가고 아이들이 제각기 도시락이며 빵이며 준비한 점심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안즈도 미리 가져온 빵을 들고 옥상으로 피난을 가려고 했는데…….

안즈를 보는 시선이 빼곡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 반 아이들이 제각기 식사를 준비하면서 안즈를 본다. 아주 대놓고 보는 아이들도 상당수. 안즈는 재빨리 빠져나갈 루트를 궁리했다. 우선 출구를 확인하려고 앞문과 뒷문을 보았으나…….

반 아이들이 꾸물꾸물 움직이고 있어 적당한 길이 안 보인다. 최대한 접촉 없이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 교실 분위기가 점점 심상치 않아진다. 안즈 혼자 포위된 것 같은 숨 막히는 분위기. 이런 분위기를 헤치고 나가야 한다.

움직이려는 안즈와 그런 안즈를 감시하는 시선 무리. 긴장감이 안즈와 아이들 사이에 흐른다. 그 누구도 섣불리 깨지 못하는 비장한 기운이 교실에 감돈다. 여기에 눈치 없이 끼어들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안즈 쨩! 점심 같이 먹어요!”
물론 안즈가 알기로는 한 명 있다. 아카네가 도시락을 싸 들고 안즈에게 다가왔다. 순간 교실 이곳저곳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안즈가 그걸 신경 쓰느라 표정이 심각해지자 아카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라? 왜 그러세요? 아하…….”
그리고 무언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네는 곧바로 한 손으로 안즈를 낚아채 옆구리에 끼었다.
“옥상까지 가기 귀찮아서 그런 거죠? 이러면 같이 갈 수 있어요!”
“어? 잠깐, 잠깐! 지금 무슨…….”
“봄버!”
아카네는 순식간에 교실을 빠져나왔다.

옥상에 도착하고 나서야 안즈는 바닥에 겨우겨우 발을 내디뎠다. 바닥을 짚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안즈는 비틀거리면서 대충 난간에 기대어 앉았다.

“오늘도 날씨가 좋네요!”
아카네는 손 그늘로 태양 빛을 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동작 하나하나, 목소리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기운이 넘친다. 아카네가 내뿜는 기운에 밀려 쪼그라들었는지 안즈는 다리를 오므렸다.

빵이나 먹자. 안즈는 멜론빵을 입에 쑤셔 넣었다. 아카네도 옆에 앉아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우물우물 오물오물 씹는 안즈와 와구와구 쩝쩝 으적으적 씹는 아카네. 식사가 끝나자 아카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그리곤 두 팔을 쭉 뻗어 지금 충전한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했다. 안즈는 그저 에너지를 축적. 아카네가 당돌하게 말을 걸기 전까진 축 늘어졌다.

“안즈 쨩! 저 감격했어요!”
반찬이 맛있었나? 안즈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안즈 쨩의 무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아카네가 감격에 겨운 눈빛을 뿌리며 두 손을 가슴에 꼭 끌어모았다. 안즈는 아카네의 눈빛을 한몸에 받고 움찔거렸다. 깜짝 놀랐기에.

“아, 그쪽이었구나.”
아카네는 안즈가 선물한 티켓으로 오다이바 페스 공연을 관람했다. 안즈는 아카네에게 건네준 표에 적힌 좌석 번호를 아직도 기억한다. 안즈가 무대에 섰을 땐 공연에 집중하느라 아카네 자리를 주의 깊게 살피진 않았지만, 공연 중간중간 아카네의 얼굴 같은 게 스쳐 지나간 어렴풋한 기억이 남아있다.

안즈 기억 속의 아카네는 다른 관객들처럼 열광하고 있었다.

“엄청 뜨거웠어요! 마치 관객석이 홰가 되고, 관객 모두가 횃불이 된 것처럼요. 에너지가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카네가 뜨겁게 불타오른다. 보는 안즈가 다 땀이 난다. 안즈는 손으로 목 주변에 바람을 부쳤다.

“그래서 저도 정했습니다!”
아카네가 갑자기 안즈에게 달려들 듯이 얼굴을 들이댔다. 안즈는 깜짝 놀라 난간에 등을 밀었다. 아카네가 눈동자를 불태우면서 말한다.
“저도 아이돌이 될 거예요!”
낮이므로 태양이 한창 머리 위에 떠 있다. 아카네는 안즈의 머리 위. 아카네가 태양을 등지고 빛난다. 안즈는 순간 그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안즈 쨩?”
“어……. 아, 잠깐 멍했어.”
안즈는 이마를 짚었다. 순간적으로 아카네가 너무나도 눈부시게 보였다. 태양 탓인가 아니면 기분 탓인가……. 아카네가 품은 활기가 그대로 시각효과로 드러난 것 같았다. 안즈는 이마를 짚었던 손으로 그대로 뺨을 긁적였다.

아카네가 아이돌에 관심이 있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냥 관심만 있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럭비부 매니저를 그만둘까 고민하고 있던 것도. 아카네의 고민에 안즈의 무대가 종지부를 찍었나 보다. 안즈는 그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얼굴에 열기가 몰리는 걸 느꼈다.

“어? 안즈 쨩? 어디 아파요? 혹시 전에 무대에서 쓰러진 게 아직도…….”
“아니, 그때 그건 다 나았어.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안즈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강 얼버무렸다.

“아이돌 하고 싶으면 내가 사무소에 소개해줄까? 일단 안즈 담당 프로듀서한테 말해보면…….”
안즈는 혜성처럼 나타나 오다이바 페스에서 두각을 드러낸 신인 아이돌. 그리고 안즈의 담당 프로듀서는 346 프로덕션 아이돌 부서에서 입지가 큰 위치. 자리를 하나 만들어주는 것까진 몰라도(이건 아카네의 재능 나름), 기회를 주는 것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카네는 정중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제 힘으로 하고 싶어요!”
여전히 기운 넘치면서, 믿음직스럽고, 긍정적인 대답. 여기에 안즈가 답할 말은…….
“그래, 잘해봐.”
조금 쑥스러운 기색이 담긴 응원의 말.
“감사합니다!”
아카네는 안즈의 말을 감사히 받았다.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의 끝자락. 둘은 슬슬 교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도 지금 돌아가긴 좀 그런데……. 오늘 하루 버틸 수 있을까…….”
“무슨 일 있었어요?”
계단을 내려가면서 안즈가 중얼거리던 걸 아카네가 캐치. 안즈는 오늘 교실에서 느낀 분위기를 아카네에게 이야기했다. 아카네는 안즈의 이야기를 듣곤 턱을 긁적였다.

“아마, 안즈 쨩한테 말 걸고 싶어서 우물쭈물했던 게 아닐까요?”
“나 참 이제 와서라고…….”
안즈가 아이돌이 된 지도, C5 결성 소식이 흐른 지도 몇 달이 흘렀다. 여태 말 한마디 안 걸고 수군거리기만 하던 아이들이…….

“그래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것 같아요.”
아카네가 너무 긍정적으로만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안즈 입장에선 영 미심쩍었다.

“여태 말 한마디 안 걸던 애들이 이제 와서 친한 척하는 거……. 별로 달갑진 않아. 애초에 친해지고 싶은 생각 같은 것도 없었지만.”
“글쎄요? 그냥 쑥스러워서 그랬던 거일 걸요?”
“당하는 입장에선 쑥스러워서 그런 것이든 뭐든 알 바 아니야. 만약 말을 거는 애들이 있으면 적당히 넘길 거야.”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그러나 안즈가 불편한 것과는 별개로 시간은 무정히 흘러간다. 둘은 교실에 도착했고 둘이 교실에 들어서자 반 아이들의 시선이 안즈에게 쏠렸다.

안즈는 속으로 질색했다. 것 봐. 또 이러지…….
안즈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시선을 창가에 고정. 아이들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저기, 후타바!”
안즈의 등 뒤로, 기억에 남아있지도 않은 생소한 목소리가 안즈를 불렀다. 안즈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렸다. 반 아이들 몇 명이 안즈 자리에 몰려와 있었다. 그중 한가운데 있는 아이가 대표처럼 말한다.

“너 정말 대단하더라! 방송 봤어!”
그 아이는 눈을 빛내면서, 흥분을 실어 말했다. 안즈 머릿속에 누가 떠오른다. 조금 전에 안즈와 함께 옥상에서 밥을 먹은 사람. 그 아이는 아카네처럼 감격에 젖은 눈동자에 안즈를 꼭 담았다.

“어……. 그래.”
이제 적당한 말로 쳐내야…….
“나도 봤어! 정말 끝내줬어! 너 노래 진짜 잘하던데?!”
갑자기 다른 아이가 끼어들었다. 마찬가지로 눈을 반짝이면서.
“야, 나도 좀 이야기하자!”
다른 아이가 또 끼어든다.
일이 복잡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슬슬 적당한 말로 쳐내야…….
“아, 맞다. 후타바 씨! 괜찮아요? 쓰러졌잖아요. 저 그때 관객석에서 보고 놀랐는데 다 나았어요?”
“어, 다 나았어. 쌩쌩해.”
쳐내야 하는데…….
“후타바! 부탁이 있는데 하나만 들어줄래? 내 일생일대의 부탁이야!”
“뭔데?”
왜 쳐낼 수 없을까?

한가운데 있던 아이가 안즈에게 자기 공책을 내밀었다.
“사인해줘!”
그 아이는 고개와 허리를 반듯이 숙여 안즈에게 간절하게 부탁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연이어 안즈에게 새하얀 종이를 내밀기 시작했다.

일이 복잡해지기만 했을까. 귀찮게 흘러간다. 정말이지, 이제 와서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여태 시선만 따갑게 보내다가 안즈가 좀 뜨니까 우르르 몰려와선……. 안즈를 귀찮게 한다.

귀찮은 건 질색이다. 이렇게 몰려드는 건 안즈 기준으로 민폐의 범주다. 어차피 학교 친구는 아카네만 있어도 충분하고 다른 친구를 사귈 생각은 없다. 차라리 여태 하던 대로 시선만 따갑게 보내는 게 안즈 입장에선 더 낫다.

“미안하지만, 사무소 방침이 있어서 아무한테나 사인해줄 순 없어.”
쳐낼 거면 지금이다. 아이돌 이미지가 있으니 쌀쌀맞게 굴 순 없지만, 벽을 만들어서 밀어낼 기회는 지금이다. 지금이 적기다. 앞으로 학교생활을 조용히 보내려면 다음에 한 마디. 딱 한 마디로 반 아이들과 안즈 자신의 거리를 확 벌려야 한다.

하지만 안즈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사진 찍는 건 괜찮을 거야. 아마도.”
안즈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관심을 그렇게 불편해했는데.

안즈가 이런 말을 하고,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린 이유는 하나. 정말 이상하게도 지금은 불편한 기분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즈는 아카네를 흘끔 쳐다보았다. 아카네는 안즈에게 엄지를 보였다. 안즈는 어깨를 으쓱이며 회답.
안즈는 결국 오늘 쉬는 시간마다 반 아이들 전원과 사진을 찍었다. 정말 귀찮은 작업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상쾌했다.

안즈가 이런 상쾌함을 느끼고 있을 때, 다른 어느 곳에선 타오르는 불쾌감을 못 이겨 이를 가는 이가 있었다. 그 현장은 안즈가 평소에 드나드는 곳과 같은 건물이었는데, 바로 346 프로덕션 사옥이었다. 그러나 안즈가 한 번도 발길을 옮긴 적이 없는 공간이기도 했다.

가수 부서의 어느 부장실. 그곳에서 중년 남자가 모니터를 노려보면서 예능 기사를 읽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아이돌 부서의, 후타바 안즈 담당 프로듀서에게 받은 치욕을 곱씹으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오다이바 페스에서 경이로운 신인이 이름을 떨치다
-C5의 후타바 안즈가 보여준 투혼이 화제
-쓰러지기 직전까지 무대에 선 아이돌
-니트는 컨셉?
-C5 재결성을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

부장석 자리의 주인인 중년 남자……. 가수 부서 부장은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모니터에 다른 프로그램이 켜져 있지 않은데도 어떤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안즈 담당 프로듀서가 웹 사이트의 예능 기사를 등에 지고 가수 부서 부장을 건방지게 노려본다.
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하지 않았는데도 생생하게 재생된다.

-네에, 확실히 성에는 성에 걸맞은 사람이 거주해야 합니다. 창고를 갉아먹는 쥐새끼 말고요.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입니다. 다행히도 전 이 계좌가 누구의 소유인지, 무엇에 쓰였는지는 모릅니다. 아마 앞으로도 알 바 아니겠죠.
-전 일이 이 이상 귀찮아지는 건 사양입니다. 그러니까……. 질 나쁜 장난은 그만 걸었으면 좋겠네요.

가수 부서 부장의 이마에 굵직한 핏줄이 솟았다. 얼굴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당장에라도 입과 코로 증기를 뿜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가수 부서 부장은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분을 못 이겨 마우스를 던졌다. 마우스가 날아가다 자기를 묶은 팽팽한 꼬리에 잡혀 책상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졌다. 케이스가 깨져 마우스 기판이 볼품없이 드러난다. 심장이 발딱발딱 뛰는 것처럼 붉은 LED가 정신없이 점멸한다.

그는 그거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어서 자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세게 문질렀다. 그러길 몇 차례. 겨우 진정했는지 큰 한숨과 함께 얼굴에서 손을 떼었다.

진정했지만 불씨는 아직 속에 남은 상태. 속이 타들어 가는 건 여전하므로 가수 부서 부장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때 밖에서 누가 노크를 했다. 방의 주인인 가수 부서 부장이 들어오라고 하자 다른 중년 남자가 부장실에 들어왔다.
부장실에 들어온 인물은 다름 아닌 예능 부서 부장. 가수 부서 부장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여긴 무슨 일이지요?”
“이야,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요즘 그 이야기로 346가 들썩이더군요.”
정황으로 따지면 후타바 안즈에 관한 이야기겠지. 가수 부서 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수 부서 부장의 반응을 보고 예능 부서 부장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후후후, 역시 들으셨군요. 후타바 안즈……였지요? 오다이바 페스에서 두각을 드러낸 신인.”
“그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다른 부서 이야기입니다. 우린 관계없습니다.”
가수 부서 부장은 혀를 차며 쌀쌀맞게 굴었다. 하지만 예능 부서 부장은 불쾌해하지 않고 오히려 가수 부서 부장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알고 있습니다. 그 기분 저도 알아요. 수준 낮은 아이돌 나부랭이들이나 참가하는 가요제……. 후후, 가요제라니 웃기지요. 가수도 연기자도 아닌 어중간한 오합지졸들이 모여 떠드는 학예회 보고 가요제라니……. 그리고 그런 가요제에서 쇼 좀 했다고 떠받드는 꼴들이란……. 정말 웃기고 역겹지요.”
예능 부서 부장은 책상에 손을 얹고 허리를 숙여 가수 부서 부장과 눈을 맞췄다. 예능 부서 부장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그렇게 분수도 모르고 설치는 꼴을 보면……. 끌어내리고 싶어지죠. 안 그렇습니까?”
가수 부서 부장은 예능 부서 부장의 눈을 피하고, 긍정이나 부정의 뜻을 보이지 않은 채로 그저 헛기침만 했다.

“아이돌 부서가 생겼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346 프로덕션을 보세요. 346 프로덕션을 누가 키웠습니까? 바로 우리 예능 부서와 그쪽 가수 부서지요. 예능 부서와 가수 부서가 없었으면 지금의 346 프로덕션은 없었을 겁니다. 근데 아이돌 부서는 어떻습니까? 우리가 뼈 빠지게 일군 밭에 무단으로 들어와서 우리가 맺은 달콤한 열매에 멋대로 빨대를 꽂았습니다. 그리고 자기 분수도 모르고 우리 몫까지 챙기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정말 통탄할 따름입니다.”
“거 빙빙 돌리지 말고 용건부터 말하세요! 전 바쁜 사람이란 말입니다.”
예능 부서 부장의 이야기를 듣고 가수 부서 부장의 화가 돋우어진 모양이다. 예능 부서 부장은 가수 부서 부장의 신경질을 태연히 받아넘기며 말을 이었다.

“후타바 안즈네 집안이 어느 집안인지 알고 계시지요?”
“후타바를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네네, 그 후타바지요. 아무리 우리라도 잘못 건드리면 감당할 수 없는 그 후바타 말입니다.”
“그래서? 뭐죠? 그 잘못 건드리면 감당할 수 없는 후타바에 뭐라도 있습니까? 안 그래도 그 후타바라서 더 머리가 아픈데 말입니다.”
“예, 있고말고요.”
예능 부서 부장은 싱글벙글 웃었다.

“거기에 연줄이 조금 있어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지 뭡니까?”
가수 부서 부장이 미간을 움찔거렸다. 흥미가 돋았단 신호다. 신호를 감지한 예능 부서 부장이 흥에 겨워 이야기한다.

“후타바에서도 소수만 아는 이야기인데……. 아이돌 부서의 후타바 안즈의 계약이 이중으로 되어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놀랐는지 가수 부서 부장의 미간이 크게 들썩였다.

“그리고 여기에 당연히 그 후바타 안즈 담당 프로듀서가 얽혀있단 것까지도요. 어떻습니까? 재밌는 이야기죠?”
예능 부서 부장의 물음에 가수 부서 부장이 코웃음을 쳤다. 예능 부서 부장을 비웃으려고 웃은 게 아니라 통쾌함에 내뱉은 무의식적인 표현. 그는 지금 느낀 기분을 말로 표현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군요.”
“제가 요즘 346에서 눈여겨본 친구들이 있어요. 젊지만 요즘 보기 드물게 정말 말귀를 잘 알아듣는 친구들이죠. 각각 계약팀과 법무팀에 있는 친구들입니다. 그 친구들한테……. 뭐 마실 거라도 챙겨주면서 부탁 좀 하려고요. 이중계약이라니 346에 가당키나 합니까?”
“하지만, 상대가 그 후타바인데 괜찮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살짝 찌르기만 하고 물러날 거니까요. 어차피 화살은 우리한테 오지 않을 거예요. 화살을 맞는 건…….”
예능 부서 부장은 씨익 웃었다.

“그 애송이 프로듀서겠지요.”

11월 17일.

가을이 지나고 예정된 절차를 밟아 겨울이 왔다. 오바이바 페스 이후 안즈의 인지도는 눈에 띄게 올라갔다. 외출할 때는 변장이 필수여야 할 정도로 안즈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인지도뿐 아니라 인기도 마찬가지. 안즈가 부른 음원은 다운로드 횟수가 빠르게 올라갔고 안즈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도 요즘 같이 시청률이 부진한 때에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금 안즈의 위치를 아이돌 업계 식으로 표현하면 브레이크 아이돌.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 평소 방송으로 보인 자유로운 컨셉과, 오다이바 페스에서 보인 투지 덕분에 할 땐 하는 이미지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이룬 결과다.

그리고 이에 따라 안즈는 자기 스케줄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여겼으나……. 예상이 살짝 빗나갔다.

물론 일은 늘어나고 레슨의 비중이 줄어든 건 맞다. 출연하는 쇼나 가요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진 것도 맞다. 하지만 인기가 늘어나면 휴일이 부족해질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프로듀서가 안즈의 휴일을 보장하여 스케줄을 짰기 때문이다.
언제 안즈가 스케줄에 관해 물어보니 프로듀서가 이렇게 대답했다.
“휴식은 중요하고, 넌 미성년자잖아.”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네 학창시절은 되도록 보장해줄 생각이야.”
결과적으로 안즈는 나름 바쁘지만 적당히 여유롭게 아이돌 활동을 했다.

오늘은 오전에 사무소에 들렀다가 점심을 먹고 광고 촬영을 하러 가는 날. 안즈는 평소처럼 사무실 문을 열고 익숙한 방에 들어섰다. 안즈의 작은 발소리를 알아듣고 프로듀서가 안즈를 맞이한다.

“오, 왔니?”
“안녕.”
안즈는 가방을 소파에 내려놓고, 외투를 벗어 가방 위에 쏟듯이 올려놓았다. 프로듀서는 책상에 앉아 손을 꾸물거리면서 무언가와 씨름 중이었다. 프로듀서가 무얼 하는지 해답을 소리가 싣고 온다. 딱딱거리는 손톱깎이 소리. 프로듀서는 책상에 앉아 손톱을 깎고 있었다.

“직장에서 이래도 돼?”
“어제 자르려고 했는데 깜빡 잊었거든. 손톱이 길면 인상이 안 좋아 보이니까. 여기서라도 잘라야지.”
프로듀서란 직업은 아이돌처럼 카메라에 전면으로 나서는 일은 아니지만, 일거리를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사람과 만나는 직업이다. 단정한 차림새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깔끔함을 유지하는 게 좋다.

안즈는 전용 소파에 묻혀 숨을 깊게 내쉬었다. 한숨은 아니고 그냥 소파가 몸을 기분 좋게 압박해서 내쉬는 숨이다.

“아아, 좋다. 좋아. 역시 이런 시간이 좋단 말이지. 아무것도 안 하고 소파에 잠기는 게…….”
“후후, 조금 이따가 일 있으니까 그때까지 푹 쉬어.”
안즈는 소파에 몸을 더욱 밀착시켰다. 기분이 좋다. 몸은 내려가고 있지만 마음은 하늘을 떠다니는 기분이다. 기분 좋은 고양감. 프로듀서가 손톱을 깎는 소리 외엔 사무실도 고요하다. 휴식을 취하기 정말 좋다.

안즈는 눈을 감아 프로듀서가 손톱을 깎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왠지 모르게 소리를 들을수록 안즈의 기분이 좋아졌다. 손톱깎이 소리가 고요함에 악센트를 준다. 고요만 있었으면 나른함이 피어올랐겠지만 손톱깎이 소리가 나른함을 방지한다.

안즈는 문득 눈을 떠 자기 손을 봤다. 안즈의 손톱도 슬슬 잘라야  할 정도로 자랐다. 손톱깎이 소리가 멎었다. 프로듀서가 손톱깎이를 닦고 케이스에 넣어둘 준비를 한다.

“프로듀서. 안즈 손톱도 많이 자란 것 같아.”
“응? 네 손톱?”
프로듀서가 손톱깎이 케이스를 들고 안즈에게 다가왔다. 안즈가 손을 쭉 펴고 프로듀서가 그걸 살펴본다.
“자를 때가 됐구나. 빌려줄까?”
프로듀서가 손톱깎이 케이스를 내민다. 안즈는 그걸 받으려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내밀었던 손을 내렸다.

“프로듀서가 깎아줘.”
“내가?”
“내가 깎기는 귀찮거든…….”
“그럼 아예 네일 아티스트 쪽에 예약을 넣을까? 아이돌이니까 관리면에선 그게 더…….”
“프로듀서가 깎아줘.”
안즈가 프로듀서를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으음, 남의 손톱을 깎는 건 처음인데…….”
프로듀서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너무 기대하진 마?”
프로듀서는 손톱깎이 케이스를 열었다.

안즈는 테이블에 깔린 티슈 위로 손을 가져갔다. 안즈가 활짝 핀 손을 프로듀서가 조심스럽게 잡는다. 우선 왼손 검지부터. 프로듀서는 안즈의 검지를 잡고 손톱깎이의 입을 조심스레 안즈의 검지 손톱에 물렸다.

프로듀서가 손톱깎이 손잡이를 누르자 안즈의 손톱이 깔끔하게 잘린다. 프로듀서는 조심스레 안즈의 손톱을 다듬었다. 프로듀서의 손이 안즈의 손을 정성스레 잡는다. 온기와 부드러운 압박감이 안즈의 손에 기분 좋게 밀려온다.

손톱 깎는 소리도 기분 좋게 들린다. 마치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를 가만히 듣는 것처럼, 안즈는 포근한 기분을 느꼈다.

“안즈, 얼굴 풀렸어.”
“와, 남이 깎아주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을 줄은 몰랐어.”
“그래?”
“정말 좋다. 이렇게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서 프로듀서가 손톱 깎아주는 걸 보는 게…….”
프로듀서의 손이 검지에서 중지로 넘어왔다. 중지도 무사히 깎고, 약지로 이동. 안즈가 날아갈 듯한 기분을 담아 입을 열었다.

“생일이 한 번 더 온 것 같아.”
“그 정도야? 이게?”
“응, 정말 기분 좋아. 생일 선물을 하나 더 받은 것 같아. 아아, 저번 생일은 정말 재밌었지. 그리고 C5 뒤풀이도 나름 재밌었어.”
“재밌었다니 다행이네. 후후…….”
“저기, 프로듀서. 생일 하니까 말인데, 프로듀서는 생일이 언제야?”
그때, 손톱깎이가 약지 손톱을 자른 채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생일? 내 생일은 왜?”
“프로듀서 생일에도 재밌게 놀아야지. 이번 달? 11월? 12월? 1월? 언제야? 혹시 이미 지났어?”
“어……. 지났나? 안 지났나? 아니, 뭐, 됐어, 내 생일 같은 건 넘겨도 돼. 원래 생일 챙기는 편도 아니고.”
“일 때문에 바빠서 자주 잊어먹는 그런 거? 아니면 어른이니까 생일 안 챙겨?”
“응……. 뭐, 그런 거로 생각해.”
손톱깎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생일이라……. 저기 안즈.”
“왜?”
“생일 좋아?”
“어, 재밌었다고 했잖아.”
“그래, 어떤 느낌으로?”
“어디 보자…….”
안즈는 지난 생일에 느꼈던 즐거운 기분을 말로 풀어 프로듀서에게 설명했다. 카린네 신사에 방문한 것부터 이곳저곳을 프로듀서가 데려다준 것과 쇼핑과 식사 등등등……. 안즈는 정말 즐겁게 이야기했다.

프로듀서는 안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안즈의 손톱을 다듬었다. 안즈의 이야기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어느새 프로듀서가 안즈의 손톱을 전부 깎았다. 안즈의 모든 손톱이 정말 깔끔하고 예쁘게 다듬어졌다.

“자, 끝났다. 이야기 잘 들었어.”
프로듀서가 손톱깎이를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그럼 난 의상 발주서 확인해야 하니까 자리로 갈게.”
프로듀서가 소파에서 일어난다.

안즈는 자기 손가락을 이리저리 관찰했다. 손톱은 잘 깎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기분이 든다. 조금 전까지 프로듀서에게 풀었던 이야기가 재밌어서 프로듀서와 함께 수다를 더 떨고 싶은 기분이다.

손톱은 잘 깎였지만 아쉬운 기분……. 아니, 반대로 손톱이 전부 다 잘 깎여서 아쉬운 기분이다.

프로듀서와 느긋하게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다. 물론 프로듀서의 업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만, 지금 하고 싶었다. 안즈는 자기 다리를 봤다. 정확히는 발톱이 붙어있는 발가락을 보았다. 손톱은 다 깎았지만 아직 발톱이 남았다. 프로듀서한테 발톱을 깎아달라고 하면…….

하지만 문제가 있다. 오늘은 날씨가 제법 추워서 팬티스타킹에 앵글 워커로 무장한 상태. 벗기 번거롭다. 안즈는 조금 고민하다 프로듀서가 자리로 가는 걸 보고 신발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때 사무실 문을 세 번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안즈와 프로듀서를 멈춰 세웠다.
노크 소리 세 번.

“프로듀서, 여기 오고 나서 느낀 건데. 노크 세 번은 안 좋은 사건의 징조인 것 같아.”
미시로 상무의 방문과 유이의 방문을 겪고 난 안즈의 판단.

“뭐어…….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괜찮을 거야.”
프로듀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문밖의 사람에게 들어오라고 말했다.

문이 열린다. 수트를 말끔히 차려입은, 프로듀서와 비슷한 나잇대의 청년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목에 건 출입증을 보아 346 프로덕션의 사원은 아닌 모양이다.

프로듀서는 들어온 사람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안즈는 달랐다. 안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찌푸려지고 불쾌감이 번졌다. 안즈는 저 청년이 누군지 안다. 그 청년은 바로……. 후타바 가에서 일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프로듀서가 커피를 내올 때까지 안즈는 가라앉은 기분을 얼굴 전면에 드러냈다. 안즈는 전용 소파에 틀어박혀 팔짱을 끼곤 청년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프로듀서는 테이블에 커피 세 잔을 내려놓은 뒤에 청년과 명함을 교환했다.

프로듀서는 청년의 명함을 눈으로 읽었다.
“흐음, 이 회사는 확실히 후타바 계열……이었죠?”
“네, 그렇습니다.”
청년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근데 국제 영업부 본부장분께서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거죠? 혹시 콜라보레이션 제안을 하러 오신 건 아닐 테고…….”
“오늘은 그 직함으로 온 게 아니라서요. 부끄럽게도 오늘 방문한 직함은 명함을 파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사장된 직함이라서요.”
청년은 나긋나긋하게 눈웃음을 지었다.

“그럼 어쩐 일로 오셨죠?”
“네에, 오늘은 안즈 아가씨의 교육 담당으로서 방문했습니다.”
안즈의 교육 담당이라고 밝힌 청년이 안즈에게 시선을 주었으나 안즈는 청년을 본 체도 안 했다.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교육 담당은 안즈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드럽게 웃었다. 안즈는 여전히 무반응.

보는 프로듀서가 머리를 긁적이자 교육 담당이 말했다.

“후후, 괜찮습니다. 아가씨가 이러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안즈 아가씨 교육 담당은 많은 이들이 탐내는 자리거든요. 미래의 후타바 가를 짊어질 사람과의 인맥을 확고하게 다질 수 있다……. 출세욕이 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먹음직스러운 자리죠. 저 이전에도 두 명이 더 있었어요. 첫 번째 사람은 가장 긴 기간을 맡았지만 일 처리 방식이 너무 거칠어서 파면되었고, 두 번째 사람은 개인 사정 때문에 그만두었고, 마지막으로 제가 맡았죠. 안즈 아가씨께서 집을 나가셔서 맡은 기간은 짧았지만요.”
“그런가요? 그런 쪽은 잘 몰라서요. 원래 전문 교육자를 배치하는 게 아닙니까?”
“물론 요구 능력은 상당히 높은 편이에요. 근데 그것과는 별개로, 후타바 계열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다양한 능력을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로 발휘하는 사람이라서요.”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는 인재. 이른바 완벽초인.

프로듀서는 국제 영업부 본부장이란 직책과 안즈 교육 담당이란 직책의 연관 없는 조합의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했다.

“후타바가 규모는 크지만 이런 방식은 사실 저도 좋아하는 편은 아니랍니다. 앗, 이 이야기는 사석의 사담으로 묻어주세요. 공적으로 할 말은 아니니까요.”
교육 담당은 여전히 부드러운 투로 차근차근하게 말했다. 프로듀서는 교육 담당의 말투나 행동거지를 보고 기시감을 느꼈다. 교육 담당이 온몸에 걸친 나긋나긋하고 차분한 분위기.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말랑말랑하고 간지러운 어투.

“저, 초면에 실례지만 분위기가 누구 닮았단 소리 들으신 적 있나요?”
“네에, 아이돌하고 많이 닮았다는 소리를 들어요. 제가 연상이만요. 후후……. 이름이 미우라 아즈사였던가요?”
“네, 765 프로덕션의 미우라 아즈사라고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입니다.”
“영광이에요. 인기 아이돌하고 닮았다는 소린 칭찬이니까요.”
보면 볼수록 분위기가 닮았다.

대화를 조금밖에 나누진 않았지만 프로듀서는 눈앞의 청년에게서 안 좋은 인상을 받진 않았다. 안즈는 여전히 뚱해 있지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는 들은 게 없어서 놀랐거든요.”
“어라라? 못 들으셨나요? 346쪽에 미리 통지했습니다만…….”
“네, 들은 게 없어요. 중간에 누락됐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프로듀서는 교육 담당에게 고개를 숙였다.
프로듀서의 사과를 받은 교육 담당이 손을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무사히 만났으니까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교육 담당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고개를 돌려 안즈를 보았다.

“안즈 아가씨의 활약은 후타바에서도 화제가 됐어요. 특히 오다이바 페스에서 보여주신 투혼 말이죠. 몸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쓰러지기 직전까지 노래를 부른 아가씨의 투혼. 안즈 아가씨께서 의욕을 보이셔서 아가씨의 부모님께서도 놀라셨습니다.”
안즈의 고개가 조금 교육 담당을 향했다. 교육 담당이 그걸 확인하고 미소 짓자 안즈는 다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안즈는 홱 돌렸던 고개를, 지금 홱 돌린 것 이상으로 더 세게……. 교육 담당을 향해 돌리게 되었다.

교육 담당의 말 한마디에 의해서.

교육 담당은 여전히 부드러운 투로 담담하게 말했다.

“안즈 아가씨, 아이돌을 그만두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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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입니다. 어쩌다 보니 푹 쉬어버렸네요.
페이즈 3의 시작입니다. 마침 오늘은 안즈의 생일. 오늘 내론 꼭 올리자고 생각해서 아슬아슬한 시간이 올리게 되었네요. 재밌에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안즈!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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