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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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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2, 2016 21:25에 작성됨.

덥지는 않지만 훈훈한 느낌의 공기가 느껴지는 빵집. 그 안에서 바(bar)형태로 이루어진 곳에서 남자 한 명이 가만히 앉아있다가 몸을 움직인다.

 

감겨있는 듯한 실눈과 갈색 머리를 가진 남자가 팔을 움직여 팔걸이를 조작하자 미세한 기계음과 함께 그대로 움직이는 의자. 의자 위에서 남자의 다리를 가리고 있는 담요 탓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남자의 신체가 추측된다.

 

익숙한 듯 움직인 남자는 원두를 담아둔 상자를 열어 손으로 원두를 한 줌 집어 올려 코를 한 번 묻어본다. 나쁘지는 않은지 그대로 그라인더에 넣어 원두를 갈아낸다. 원두가 부서져 가루로 풀려나감에 따라 뭔가 비밀 같은 것이 풀리듯 서서히 커피 향이 그라인더에서 피어올라 가게로 퍼진다.

 

필터에 곱게 담아 뜨거운 물을 조심스럽게 흘려 고운 갈색빛 물을 조금 받아내고 그것을 컵에 담아 입가에 가져다댄다. 따뜻한 물에서 느껴지는 살짝 씁쓸한 맛이 적당히 기분 좋을 만큼 은은하게 맴돌다가 목 뒤로 넘어가 가슴으로 내려앉는다.

 

커피잔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호흡하면서 그 향을 느끼던 찰나, 문에 달린 종이 울린다. 제법 신경써서 달아둔, 소리도 좋은 종이지만 장사치로서 손님이 온다는 소리는 결코 기분좋지않은 법. 남자도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문 쪽으로 돌아봤다.

 

"어서오세요"

 

편안한 음색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게 손님을 맞이했다.

 

"뇨와?"

 

"흐응, 여기가 그 빵집인가?"

 

"대단하네요!"

 

"....."

 

남자의 감긴 듯한 실눈 위로 살짝 주름이 생겼다가 이내 사라졌다.

 

"....빵이 없는데?"

 

미오가 제일 먼저 빵집에 대해 파악하고서 중얼거리자, 그제야 다른 아이들도 그것을 알아챘다.

 

"...미치루."

 

남자는 그 자리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남자는 여전히 미치루에게 말을 걸었다.

 

"미치루, 오빠 화내요?"

 

그제야 키라리의 뒤에서 누군가가 슬금슬금 움직여 나온다. 보라색 맑은 눈, 오오하라 미치루. 평소의 해맑은 얼굴과 달리 뭔가 켕기는 게 있는 얼굴로 쭈볏거리며 앞으로 나선다.

 

"아니아니, 오빠. 이건 사정이-"

 

"보나마나 제가 만든 빵이 세계제일이라고 자랑했겠지요?"

 

"....."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아무 말하지 못하는 미치루가 익숙하다는 듯 남자는 가볍게 자기소개를 한다.

 

"어서오세요. 오오라라 베이커리에. 저는 오오하라 미치루의 오빠 오오하라 히이라기에요."

 

".....멀쩡해?"

 

미오의 감상평이 놀란 모두의 심정을 대변해주었다. 미시로의 먹순이 중 한 명이자. 심지어는 먹을 수 있는 것 외에도 일단 다 물어보는 호기심 넘치는 동물이라는 느낌의 오오하라 미치루! 그녀의 오빠는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은 어른의 느낌이었다.

 

“자주 듣는 소리지만, 제 동생도 멀쩡하답니다?”

 

히이라기는 커피잔을 살짝 기울여 마시고서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빵이 다 팔려서 말이죠. 다시 만들어야해요. 기다리실 생각이라면 만들어 드리겠지만요.”

 

“뭐, 시간은 있으니까.”

 

린이 대답하고 다른 손님도 거기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히이라기는 휠체어를 돌려 주방으로 들어가고 미치루에게 말했다

 

“미치루는 커피라도 타주고 있어요.”

 

“나도 도우면-”

 

“화장품으로 덮인 몸으로 어디서 감히 주방에 들어옵니까?”

 

말그대로 아이돌 활동 이후 바로 온지라 아직 미치루에게는 옅지만 화장품이 남아있었고, 엄격한 제빵사인 히이라기는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미치루도 알고 있었지만 부드러운 평소 언행과 달리 이때만큼은 날카롭게 변하는 오빠의 모습에 살짝 움찔했다.

 

모자와 마스크, 장갑까지 언뜻보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와 같은 복장으로 히이라기는 숙성시켜두었던 반죽을 꺼냈다. 어차피 미치루가 끝나서 올 시점에 맞춰 만든 반죽이니 그냥 구우면 바로 바게트가 될 것이다. 불에 쬐어 말리고 예열한 오븐에서 직접 굽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크루와상이 아닌게 어딘가.

 

‘그럼 내가 죽었겠죠.’

 

미치루와 둘이 있으면 여유롭겠지만 손님이 왔으니 마음이 한층 더 급해졌다. 허나, 불을 섬세하게 다루는 일에서 조급함은 금물. 흔들리지 않는 여유로움과 집중력이 관건이었다. 아니면 눈이 뒤통수에도 달렸든가. 솔직히 주방에서 여유롭게 불구경할 수는 없다. 특히 10명 정도의 소녀와 미치루가 있는 이상. 반죽을 만들다가도 불에 올려둔 반죽을 옮겨 오븐에 넣고 다시 굽는다. 그리고 재빠르게 반죽을 마무리하고 불에 올리고...

 

“아....”

 

휠체어에서 허리를 숙이고 있자니 금새 신음이 새어나왔다. 살짝 허리를 잡았다가 그는 다시 반죽을 다듬었다. 딱히 새로운 고객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제빵사로서 손님이 맛있게 먹고 행복-어쩌구같은 이유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평소에 하지도 않는 제빵을 굳이 해주는 이유는, 동생 때문이었다. 10살 정도 차이가 나는지라 어려서부터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길러왔다. 그 탓인지 미치루가 울거나 실망하는 일이라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아마도 부성애라는 것이겠지. 솔직히 남매치고는 사이가 좋지 않은가.

 

그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히이라기가 사고 이후에 거의 손을 뗀 제빵을 다시금 할 때는 미치루가 먹는다는 이유가 꼭 있었다. 시스콘이라면 그렇게도 보이는 히이라기의 행동이었다. 아버지와는 또다른 방향으로 뛰어난 제빵사가 2년 전부터 손을 떼고 가끔씩만 하는데 그 이유가 미치루 때문이라면, 아마도 단골 손님이 듣는다면 울면서 미치루에게 매달릴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쳐 히이라기가 조금 미소지었을때, 오븐의 타이머가 상념을 깨트렸다. 그는 불 위의 반죽을 새로 오븐에 넣고서 바게트를 곱게 담았다. 트레이에 칼과 치즈, 햄

등 부식품을 들고서 동생에게 나가 한층더 누그러진 목소리로 동생을 불렀다.

 

“미치루”

 

이미 그전에 미치루의 코가 살짝 떨리더니 보라색에 빛이 돌아오면서 반응했다.

 

“바게트다!”

 

“오빠보다 빵이에요?”

 

“아니, 빨리 맛보여 주려고...”

 

“빵이 안나온다면서 생기가 없는 상태로 늘어진 건 미치루 쨩이었잖아요?”

 

“놀랍지도 않네요. 자”

 

히이라기는 우즈키의 증언을 익숙하다는 듯 미소 한 번으로 넘기고는 바게트를 내려놓았다.

 

“잘라서 치즈나, 햄을 얹어 드세요. 크림도 있고요. 껍질 조심하세요.”

 

“바게트라는 거 이렇게 먹는 거구나”

 

“아, 이 잼 맛있네. 사탕같아”

 

“뇨와-”

 

경쾌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게으른 니트도, 쿨해보이는 여중생도, 전부 눈을 크게 뜨며 한 목소리로 말했다.

 

““““““““““““““맛있어!””””””””””””””””/ “후고후고”

 

“당연하죠! 후고후고 오빠가 만든 빵이니까요! 후고후고”

 

빵을 끊임없이 우물거리며 미치루가 겸사겸사 잊지않고 오빠 자랑을 늘여놓았다. 다른 손님은 이미 말없이 바게트 섭취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역시...”

 

“미치루, 왜 미치루가 자랑스러워하나요?”

 

“오빠의 일은 여동생의 일이니까? 후고후고”

 

“오빠는 피곤해요.”

 

“후고후고후고후고”

 

미치루는 모르는 척 바게트를 자르지도 않고 그대로 입에 넣고 있는 미치루를 보며 히이라기는 가볍게 한 마디를 내밀었다.

 

“자꾸 그러면 아버지가 이틀전에 만든 바게트를 먹이겠어요”

 

“잘못했습니다! 후고후고”

 

순식간에 태세전환을 하는 미치루, 덫도 이빨로 잘라 끊는 미치루가 고작 바게트 하나를 무서워하다니. 초유 사태(?)에 아이돌들이 빵을 먹다말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히이라기가 대뜸 물었다.

 

“빵을 자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줄 아시나요?”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나온 히이라기의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돌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양에서 어른을 의미하는 말아닌가요?”

 

“네 맞아요. 잘 아시네요..이름이?”

 

“...사기사와, 후미카입니다.”

 

“예, 사기사와 씨 말대로 빵을 자른다는 건 어른을 의미해요. 옛날에는 빵을 매일 만들어먹는 경우도 없었고 지금보다도 더 딱딱했거든요. 그리고 보통 커요. 그걸 먹으려면 도끼로 내려쳐야하는데 그럴 사람은 건장한 성인 뿐이죠. 그리고 바게트도 하루가 넘어가면 그 정도 강도가 되고요.”

 

“빵이라는 거 무섭네...”

 

미오의 지적에 다른 사람들도 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지금은 맛있는 빵이죠! 후고후고”

 

“그것도 맞네요!”

 

“맛있으면 괜찮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왜 소문나는 걸 싫어하는거야?”

 

일행 중 어린 쪽인 리카가 돌직구로 물어보자, 전부 다른 이들은 움찔했다. 휠체어 위에 놓여 담요로 가려진 허벅지가 꽤나 허전해보였고 거기서 대부분은 심상찮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그거..”

 

감긴 듯한 실눈인지라 가만히 있어도 히이라기는 마치 깊이 생각한는 듯한 모양새가 되어 그 긴장감을 한 층 가중시켰고 이내 히이라기는 입을 열었다.

 

“손님이 많으면 귀찮아요.”

 

“에?”

 

“일하기 싫다고요.”

 

히이라기는 휠체어도 나발이고 그 전에 그냥 사람이었다.

 

“오빠도 은근 게을러. 후고후고”

 

==

 

오오하라 히이라기

 

나이: 24

 

성별: 남자

 

-실눈, 화내거나 진지할 때는 눈을 뜬다는 듯

-약 2년 전에 누구를 구하다가 다리를 잃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주방에서 일하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지라 제빵을 전처럼 자주하지는 않는 듯

-미치루 아침, 미치루 점심, 미치루 저녁, 미치루 생일 케이크 정도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조금 더 만들어서 본인이 먹거나 파는 듯

-제빵 솜씨는 단연 최고. 소문에 의하면 오오하라 베이커리는 개인 빵집 답지 않게 손님이 아주 놀랍다고 한다.

 

 ===

 

요즘 말에 없으면 만들라했습니다. 고로 만듦니다. 미치루우우우-!

 

미치루 스알이 캐러벤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목숨걸고 15성 만들겁니다

 

지금 미치루 팬수: 4만 3천명...

 

그나저나 볼 수록 드는 생각인데

 

미치루 머리의 저 부분

 크루와상 같습니다.

 

본격 빵 먹고싶게하는 글을 지향합니다. 바게트 드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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