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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인간과 병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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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1, 2016 23:00에 작성됨.

상처가 조금씩 나아가면서, 루미는 몸이 예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오고 있었다.

 

“굉장해... 세달은 앓아야하는 상처인데, 이주일만에...”

 

레이코가 상처를 살펴보며 작게 감탄하자, 루미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우리들은 회복이 빠르니까.”

 

루미가 뚜둑뚜둑 몸을 꺾으면서 말했다. 드러난 그녀의 상반신의 등과 배에는, 불과 몇주 전만해도 베여졌다고는 믿기 힘들만큼 빠르게 아물어진 상처가 드러나있었다.

 

“그래서... 언제쯤 왕국에서 나갈 생각이야?”

“...일주일 후에, 나는 왕국에서 완전히 나갈 예정이다.”

“그래... 그때까지 푹 쉬어둬.”

“...아니. 푹 쉴수는 없다.”

“?”

 

레이코가 ‘무슨 소리냐?’라는 얼굴로 루미를 쳐다보자, 루미가 조용히 대답했다.

 

“놈들은, 나의 계약금을 떼먹었다. 그걸 받고 난 후 떠날것이다.”

“제... 제정신이야!?"

"아아.”

 

레이코가 어이없다는듯, 팔짱을 끼고 루미를 바라보았다.

 

“...얼마를 떼먹었는데?”

“이십만 쥬엘.”

“그놈들. 더럽게 많이 떼먹었네... 하지만 어떻게 그 돈을 받으려는거야? 왕궁에 쳐들어가서 왕에게 떼인 돈을 내놓으라고 말할 셈?”

“흠. 그럴리가.”

“...그나저나 놀랐어. 나는 네가 아이리의 복수를 한다고 할줄 알았거든.”

“아이리...”

 

루미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

 

“...나는, 아이리를... 좋아했지만, 또 싫어하였을지도 몰라. 레이코.”

“그건 무슨말이야?”

 

레이코가 묻자, 루미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앉아 입을 열었다.

 

“아이리. 너무나도 순수했고, 결국엔 윗선에서는 ‘병기’로서의 가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 그렇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인간이었다. 비인간들은 그것을 ‘위선’이라고 구역질을 내며 싫어했지만...”

 

루미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비인간과 인간. 그 사이에 서 있어. 나는 원래 인간이었지만, 수많은 약물을 투입받아 괴물 사냥꾼이 되었지. 나의 몸은 인간이라고는 할수 없어... 가끔 내가 정말 인간인지 궁금한 때가 있어. 눈물이 나와야 할때에도, 나의 마음은 침착하기 그지없고, 분노할때도, 기쁠때도 그렇지.”

 

“...”

“나는 한발짝 떨어져서 많은 것을 볼수 있었지. 애초에 나는 미시로의 헛소리에는 유혹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전쟁에서, 인간은 얼마나 잔혹해질수 있는지, 똑똑히 볼수 있었어. 제발 살려달라고 비는 민간인 엘프의 목에 검을 쑤셔 박고, 피난민들이 모인 집을 걸어잠가 불태우라고 하는 명령은, 평범한 사람이 내릴 명령은 아니었지.”

 

레이코는 근처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루미의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단 한명도, 그 비상식적인 명령에 의문을 갖지 않더군. 그들은 이미 최면에 당해있었으니까. 광기와 선전이라는 최면에.”

 

.

.

.

 

“지금 뭘 하는거야!”

 

루미답지 않은 격앙된 목소리로, 횃불을 들고있는 단원들을 붙잡았다.

 

“핫. 보면 모릅니까! 쓰레기들을 태우고 있는데요!”

“쓰레기...? 지금 이 안엔 군인도 아닌 엘프들이 있다고 했잖아! 네놈은..."

”그-러-니-까. 그게 쓰레기가 아니고 뭡니까?“

“뭐...?”

 

루미의 표정은 곤혹을 넘어 혐오의 표정으로 일그러져갔다.

 

“애초에 당신은 전장에는 간섭할수 없잖아요? 단장님의 호위나 하시죠!”

“...”

 

루미는 지금 당장 검을 뽑고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일은 아이리의 허가를 얻...”

“이미 승인하셨는뎁쇼? 엇-차! 던져라 얘들아!”

"뭣...?“

 

루미가 당황하는 틈을타, 단원들은 집에 횃불을 던졌다. 나무로 만들어진 집은 횃불이 닿자마자 빠르게 타들어갔고...

 

쾅! 쾅!

 

‘살려줘!’

‘뜨거워! 엄마!’

‘죽고싶지 않아! 으아아! 아아아아!’

 

남녀노소, 아비규환이 그 뒤를 따랐고... 최후는

 

와르르르! 쾅쾅!

 

타다 못해 집은 결국 무너져내려버렸다. 무너진 집 서까래 사이로, 참혹하게 타들어간 엘프들의 시체가 보였고, 일부는 아직도 숨이 붙어있는듯,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고있었다.

 

“...”

 

그것을, 루미는 그저 텅빈 눈으로 응시하더니, 이윽고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이리가 있는곳으로.

 

“아이리... 아이리!”

 

단장의 텐트로 난폭하게 들어온 루미를, 아이리는 웃으며 반긴다.

 

“아! 루미! 이거봐! 병사들이 집에서 가져온 쿠키! 루미도 먹...”

 

“너... 혹시 엘프를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어?”

 

루미는 내심, 아이리가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기를 바랬다. 부디. 모르는 사실이라고. 그렇게 말해달라고.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이리는 빙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나저나 이거봐! 건포도도 있고 초콜릿도 있어!”

“...어째서?”

“음?”

“그런 명령을 내린거지?”

“엣. 그야 엘프들은 인간의 적인걸?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버려야하니까?”

“어째서?”

 

루미의 말은, 지극히 차가웠다.

 

“응?”

“엘프가 아이리. 너를 박대한 적이 있어?”

“없어!”

“살면서 지금까지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적은?”

“없어. 하지만 엘프들은 모조리 죽여야한다고 미시로님도 그러셨고, 센카와님도 그러셨는걸?”

“아...”

 

루미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이제야 눈치챘다. 선동. 기만. 거짓은 인간들을 광기로 몰고갔으며, 순수한 소녀였던 아이리 역시 물들었다는 것을.

이들은, ‘왜’ 싸우고 있는지를 전혀 몰랐다. 그저 들은 말로, 엘프가 자신을 핍박하여, 적이니까. 하지만 그들중, 실제로 엘프에게 핍박받은 인간은 손에 꼽을것이다.

동기를 자신이 만든것이 아닌, 미시로가 만든것을 주입당하여 싸우는 ‘병기’들이었다.

검이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싸우던가? 그렇지 않다.

이들은 그들의 도구였으며, 의지를 갖지 않는, 싸우는 인형에 불과했던 것이다. 다뤄지는 그들도 모를만큼 정교한...

 

“자. 루미. 아아~ 초콜릿 쿠키야.”

어느새, 아이리가 다가와 루미에게 쿠키를 내민다.

 

“...”

 

루미가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버린다.

 

“...어라? 속이 안 좋은가?”

 

그걸보고, 아이리는 고개를 갸웃하지만, 그 뿐이었다.

 

“단장! 항복한 엘프들이 있습니다!”

“응. 죽여도 괜찮아~ 참. 쿠키먹을래?”

 

.

.

.

 

“...나는 그 상황에서도 지극히 냉정한 내가 싫더군. 차라리 뺨을 치지않고, 그 상황에서 최적인 행동... 즉. 그냥 그녀의 호위를 계속하는것을 했으니까. 내가 아이리의 뺨을 쳐도 뭐가 달라지지? 단원들의 적의만 쌓일뿐... 대신, 그들 모르게 붙잡힌 엘프들을 풀어주느게 고작이었지.”

“...”

“그 이후로, 나는 아이리에 대해 애증의 감정을 가졌지. 지금도, 그녀를 좋아했는지, 싫어했는지 모르겠어... 복수... 그 말을 떠올릴때마다, 나의 곁에서 살뜰하게 챙겨주는 아이리가 생각나. 하지만 동시에, 피투성이의 모습이된 아이리도 떠오르지.”

 

“...그렇구나.”

“...경멸하지 않나?”

“응? 왜?”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 레이코에게, 루미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한다.

 

“내가 한것은 방관에 지나지 않는다.”

“...네가 할수 있는게 뭐였는데? 거기서?”

“...”

“바보같기는. 내가 왜 아이리의 목을 베지 않았냐고 할줄 알았어? 네가 거기에 없었다면 너로 인해 살아남은 비인간들은 전부 죽은 목숨이 되었을거야.”

“...”

“네가 뭐라 해도 나는 널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아. 난 네가 좋으니까.”

“괴물사냥꾼이라?”

“아니. 네 개인이. 너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체질인것 같아.”

“흠. 무뚝뚝하고 경멸받는 괴물사냥꾼인데도?”

 

레이코가 빙긋 웃으면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 대다수는 너를 경멸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 대륙에서도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잖아?”

“인맥? 무슨?”

“음유시인. 아리우라 칸나라던가.”

“녀석이 일으킨 트러블을 해결해줄뿐이다. 그 이상은 아냐.”

“그래? 그거 못들어봤어? ‘루미와 체인질링과의 사투’. ‘타락의 대지에서의 혈투’ 그리고...”

“제길... 부르지 말라고 했더니...” 빠득.

 “오오! 타락의 목소리가 루미를 감싸안았다네. 루미의 강철과도 같은 표정이 일순간 흔들...”

“그만. 그만. 그만둬.”

“칸나양은 대륙에서도 유명하잖아? 나와 있을땐 틈이 날때마다 너의 이야기를 했어.”

“다음에 만나면 류트를 박살내던가 해야겠군.”

 

루미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뭐, 그 외에도... 유명 공작가의 여식이자 제국의 장군중 한명이라던가.”

“어떻게 알았... 하아. 그래... 알고있는 사람이 있지. 레이코. 너의 정보력은... 정말 굉장하군.”

“나도 인맥이 나름 뛰어나다 자부하니까. 루미. 너는 본질이 정의롭고, 네가 스스로 중립을 지키려 노력하지. 따라서... 네 판단은 대개 옳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나?”

“아아. 네가 마음가는대로 행동해. 복수를 하고싶으면 하고, 싫으면 말아.”

“...하. 그래. 고맙군... 레이코. 모든게.”

“고맙기는.”

“그렇다면... 일단 못 받은 돈부터 받아내도록 할까.”

 

레이코가 루미의 말을 기다렸다는듯, 웃으면서 받아쳤다.

 

“... 혹시 재무장관의 취미를 알고있어?”

“수집.”

 

루미가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 말대로, 재무장관. 센카와 치히로는 취미로 ‘수집’을 하는것을 좋아했다.

 

자신이 쓰려는 것은 아니다. 왕국을 위해 쓰려는것은 더더욱 아니다. 아니, ‘수집품’에 한해, 설령 신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내놓지 않을것이다. 그저 수집을 하고, 대륙 최고의 창고에 보관을 하는것. 그것이 그녀의 취미인것이다.

그 수집의 범위는 다양하여 서적, 무기, 의복, 보석, 희귀동물의 뼈등, 수많은 수집품들이 그녀의 안전한 곳에 보관되어있다.

 

“그런 재무장관님께서, 왕국 제일의 보석상과 같이 VIP룸을 빌렸어.”

“...과연.”

“시간은 오후 다섯시.”

“...충분하군. 다시 한번 감사한다. 레이코.”

“별말씀을. 하지만 VIP룸은 방음이 완벽한데? 괴물사냥꾼의 귀로도 들을수 없을정도로... 하지만, 괴물사냥꾼님이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 옆방에서 도청할수 있도록 도와줄수 있을지도.”

 

레이코의 웃음기 가득한 말에, 루미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후... 받을수밖에 없겠군.”

 

.

.

.

 

왕국의 재무장관. 센카와 치히로는 VIP룸에 들어오자마자 보석상에게 다그치려는것을 억누르고,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자. 어서 근황을 알려주시죠.”

 

보석상이 맞은편에 의자에 앉자마자, 치히로는 내심을 억누르며, 느긋하게 그에게 말했다.

 

“뮤즈의 눈물은 이틀전에 제국의 국경선을 넘어 이곳으로 계속 오고있습니다.”

“제국을 넘었다고요... 그렇다면 한시름 놓았군요.”

 

“네. 왕국 안에 들어오면 8할은 성공한 셈이니.”

 

“몇일 안에 도착할것 같죠?”

“늦어도 사흘 안에는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런가요... 뮤즈의 눈물이 드디어 제 손에... 이걸 손에 넣으려고 얼마나 거대한 공작을 벌였는지. 하지만 눈물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희생할 가치가 있죠. 음.”

 

뮤즈의 눈물. 말 그대로 제국의 ‘뮤즈’가 흘린 눈물이 결정화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올만큼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믿을수 없을정도로 순수한 그 보석은, 제국의 전란을 틈타 실종되었다고 전해지는 것이었다.

 

“운반책이 욕심을 내서 도망갈 가능성은?”

“오.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 운반책은 자신이 운반하는것이 돌덩이라고 알고 있으니까요.”

“무슨 말이죠?”

“예. 실은 그것을 운반책에게 넘기기 직전, 저희는 보석에 흠이 가지 않도록 마법을 걸고, 조심스럽게 그 위에 석회를 부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것은 그저 이상한 돌덩이에 지나지 않지요. 그에겐 그게 그저 어느 고고학적인 간석기로만 알고있습니다. 가치는 전혀 없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갑작스럽게 강도를 당해 죽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거죠?”

“운반책은 입이 무거운 치히로님의 기사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치히로님도 아시다시피, 그는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만약의 만약을 대비해야죠. 황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이. 적지 않고, 삶이란 우연의 연속이니, 계속 그를 감시하세요.”

“물론입니다. 치히로님...”

 

 

.

.

.

 

한편, 재무장관이 쓰고있는 VIP룸의 옆 VIP룸.

루미는 벽에 귀를 대고, 그들의 이야기를 도청하고 있었다.

레이코가 알려주길, 방마다 어느 ‘지점’에는, 옆방의 소리가 들릴만큼 얇게 세팅한 곳이 있다고 하였다. 그것을 알고 있는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 레이코가 말하기를, ‘만약을 위해서’ 라고 한다.

지금 루미는 그곳에 귀를 대고있었기에, 그들의 대화를 전부 들을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레이코가 팔짱을 끼고, 루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

“어때?”

“‘뮤즈의 눈물’ 이라고 하는군.”

왠만한 남자보다 대담한 레이코 역시, 그 이름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 그 전설적인 보석을... 재무장관이?”

“아직은 손에 넣지 않았어. 운반하고 있지.”

“운반...? 뭘로? 마차? 아니면...”

“사람 한명. 치히로의 기사.”

“그런 중요한 물건을 옮기는데 겨우 한명? 이상한데...”

 “치히로는 그걸 노린거야. 대규모의 호위대를 구성하면 불필요하게 제국이나 잔챙이들의 이목을 집중당한다. 이런 흉흉한 시기에는 특히 더 그렇겠지. 치히로로서는 그런 부담을 최대한 억제하고 싶었을거야. 때문에 그녀는 차선책. 그녀의 제일 신뢰할수 있는 부하중 한명만을 보낸거겠지.”

“흐음...”

“뮤즈의 보석... 내가 받지 못한 돈으로서는 제격인 물건이군.”

“이십만 쥬엘이라 했지... 그 백배의 가치가 있는 물건이잖아.”

 “아아.”

 “기사가 어디있는지는 알고있어?”

“흠. 제국의 국경선으로부터 이틀... 도착하기까지 사흘... 걸어서는 닷새가 걸릴수는 없어. 말을 타고 오고있군. 물건을 운반. 그것도 혼자서 움직이는 인물이 몬스터와 위험생물이 있는 숲쪽으로 올리도 없지. 녀석은 말을 타고 가도를 이용하여 수도로 오고있어.”

“그러네. 가도는 가도수비병들도 순찰을 도니까 도적의 염려도 적지.”

“녀석이 경유할만한 마을을 생각해봐야겠군. 흠... 글램. 바스크. 카탈루나...”

“사보이.”

“...사보이라. 좋아. 고맙군. 레이코.”

“별말씀을. ‘보수’는 잊지 않았지?”

“물론... ... 그런데 정말 그걸로 괜찮은건가?”

“응.”

“...그걸로 좋다면야. 그럼 이만. 보석을 가져온다면, 다시 들리지.”

 

루미는 레이코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안녕. 루미.”

 

레이코는 빙긋 웃으며, 언제나와 같이, 위풍당당하지만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어라? 나... 본적이 있어...?’

 

.

.

.

 

“...”

 

이틀 후. 도시. 사보이.

 

탈출은 레이코가 알려준 비밀 루트(하수구)로 빠져나와 어렵지 않았지만, 왕국에서 수배중인 그녀였기에 항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말을 달려 사보이에 도착한 루미는, 도착하자마자 작업의 준비를 착수하였다.

그리고, 기사가 도착할 즈음, 루미는 로브를 뒤집어쓰고 도시 입구의 근처 집의 옥상에서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수도 근처의 도시이다보니 사람은 많이 다니고 있었지만, 루미는 단숨에 그들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말을 탄 사람과 멀찍이서 그를 감시하듯 걷는 무리가 있으니, 파악은 어려운것이 아니었다.

 

‘무리지어 걷지는 않는군. 의심을 사지 않게 위해서니 당연하겠지만.’

 

루미는 옥상에서 내려와, 먼저 그들 세명을 처리하기로 하였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서로의 가시거리를 벗어나서 그들을 감시한다.

먼저, 뒷골목으로 들어간 남자 한명을, 루미는 조심스럽게 뒤따라 들어간다.

 

뚜벅...뚜벅...

 

뚜벅.뚜벅.뚜벅.

 

아마, 더 좋은 관측위치를 찾기 위해서인가.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남자는 근처의 벽을 타고 올라서기위해 담벼락을 붙잡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 루미에게는 절호의 찬스였다.

 

“!!”

 

번개와 같이 달려든 루미는, 무방비인 남자의 목을 단검으로 정확하게 찔렀다.

 

“커억...!”

 

남자는 반항한번 못해본채, 담벼락을 놓고 힘없이 고꾸라진다.

 

“...”

 

루미는 무감정한 표정으로, 남자를 적당한 곳에 버리고, 다음 타겟을 향해 이동한다.

 

‘동료들이 죽어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면 곤란해진다. 서둘러야해.’

 

또 다른 타겟은, 기사가 들어간 여관의 바로 맞은편 건물 사이에서 건물을 감시하고 있었다.

 

‘흠.’

 

루미는 허리춤의 약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단검의 검날에 독을 바른후, 남자를 향하여 로브를 뒤집어쓴채로 천천히 걷기 시작하다.

 

뚜벅...뚜벅...

 

“실례.”

 

남자는 아무말 없이 몸을 움직여, 루미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준다.

 

푹.

 

남자가 입은 갑옷 사이로, 루미의 단검이 살짝 베여진다.

 

“!? 뭐야...?”

 

남자가 얼굴을 찌푸리며 루미를 향해 뒤돌아보자, 루미는 반응을 하지않고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칫. 감시만 아니더라도.”

 

남자는 투덜거리면서 다시 기사가 있는 여관을 주시한다.

그리고 약 10분후.

 

“쿠울...쿨...”

 

남자는 건물사이에 기대, 잠에 곯아떨어져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늘 그렇듯 술에 취했거니 하며 별 신경도 쓰지않고 지나간다.

루미가 검에 바른 독은 ‘페르세포네’라 불리는 강력한 괴물사냥꾼의 수면독이다. 살짝만 베여도 평범한 인간은 잠들어버릴 정도로 매우 강력한 위력을 자랑한다. 해독약이 없으면, 남자는 죽을때까지 잠에 들것이다. 루미는 지체하지 않고 다른 타겟을 향해 이동한다.

 

마지막 타겟은 군중 속에서, 여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흠.’

 

루미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순식간에 타겟을 향해 거리를 좁히면서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헤치면서, 루미는 로브속에서 단검을 꺼내, 타겟의 옆을 지나가며 단검으로 옆구리를 단숨에 찔러넣었다.

 

“!?”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물흐르는듯한 움직임으로 완벽하게 단검에 찔린 그는 믿을수 없다는 눈으로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옆구리에 찔린 단검을 바라본다. 루미는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방금전과 같은 걸음걸이로 앞을 걷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커억! 끄억...”

 

때늦은 비명을 지르지만, 이미 루미는 남자와는 저 멀리 떨어져 있다.

 

“꺄아아아악!”“사람이... 찔렸어!!”

‘꺄아아아!’ ‘살려줘!’ ‘살인이야!’

 

주변사람들이 몰려들며, 저절로 남자에게로의 벽을 형성한다. 구경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도망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루미 역시, 그러한 장소를 빨리 벗어나려는 인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제 그 기사를 만나볼까.’

 

.

.

.

 

기사는 여관의 홀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제법 좋은 여관이었기에, 지금까지 먹었던 더러운 음식보다는 훨씬 나았다.

 

‘내일이면 끝이로군.’

 

기사는 치히로의 수집벽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가 제국에가서 어떠한 ‘물건’을 수령해 오라는 명령을 들었을때엔 귀찮다기 보다는 오히려 영광스럽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떤 물건인가 하면, 선사시대의 간석기...? 라는 물건이라는듯 하였다. 그저 둥그런 주먹만한 돌. 기사로서는 당연히 그런것을 수집하는 치히로를 이해할수는 없었으나, 그녀의 수집벽을 잘 알고있었기에 딱히 그것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돌은 기사의 허리춤의 튼튼한 전대에 겹겹이 보관되어있었으며, 흘리거나 찢어질 염려없이 튼튼하고 질좋은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기사를 귀찮게 하는 존재는 없었고, 임무는 무사히 다음날에 끝날 예정이었다.

 

끼이익.

 

기사가 밥을 먹는 도중, 어느 젊은 청년이 로브를 뒤집어쓴 인간의 등뒤에서 들어와서 소리쳤다.

 

“저... 아저씨! 사람이 죽었대요!”

“쳇. 이바닥에 사람 죽는게 흔한 일이냐?”

“그게 아니고... 대로변에서 칼에 찔려 죽었다니까요?”

“뭣...? 자세히 말해봐.”

 

기사는 일어서서, 문밖을 바라본다. 과연, 문밖의 광장에는 시체를 구경하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그것을 통제하려 진을 쓰는 경비병들이 있었다.

 

‘뭐 내가 신경쓸일은 아니지만.’

 

소란스럽건 어쨌건, 자신의 임무와는 별 관련이 없다. 자신의 최우선 임무는 물건을 재무장관에게 전달하는 것일뿐. 쓸데없는 사건에 휘말리는것은 사양이었다.

기사는 고개를 돌려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기사의 테이블 옆에 후드를 쓴 사람이 서있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는 않았다. 애초에 등을 돌리고 있었던데다, 이 테이블이 카운터와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맥주 한잔 주시죠.”

 

후드를 벗자, 붉은 머리카락의 날카로운 인상의 남성이 드러나며,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주인에게 맥주를 주문 한다.

 

“오. 오우. 여깄소.”

 

주인은 맥주를 대충 건네주고, 다시 청년과의 이야기에 열중한다.

 

“...”

 

기사는 다시 고개를 돌려,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빨리 밥을 먹고 난 다음,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해야 할것이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 위해서는... 그런데... 조금... 졸려... 뭔가 이상해...

 

털썩!

 

.

.

.

 

풀썩!

 

“...?”

 

기사가 로브를 쓴 남성에게로 풀썩 쓰러지자, 남성은 귀찮다는듯이 기사를 앞으로 안으면서 받혔다.

 

“...술에 취한건가?”

“엥... 손님. 왜그러슈?”

“...”

 

붉은 머리 남성이 기사를 스윽 훑어본 다음 말했다.

 

“모르겠군요. 갑자기 저에게 쓰러졌습니다만.”

 

“쳇. 또 술에 취한건... 아니. 저 기사분은 술을 안마셨는데?”

“피곤해서 그런거 아니우? 종종 그런사람들 있잖아요?”

 

청년이 말하자, 주인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 뭐, 평소라면 밖으로 던져버렸지만... 기사분은 팁도 후하게주고 방까지 예약했다는 말씀.”

“...설마, 저보고 그를 옮기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허. 그럴 리가. 내가 옮기겠네. 자. 이리로 주게나.”

“...여기있습니다.”

 

남자가 주인에게 기사를 넘겨주자, 주인은 능숙하게 기사를 들쳐메었다.

 

“뭐, 똥밟았다고 치라고.”

“하아... 뭐, 몸도 데웠으니,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오우. 그래그래. 잘가라고.”

 

남자는 다시 로브를 뒤집어쓰고, 술집을 나갔다.

 

기사가 다시 깨어난것은 그 다음날 새벽이었다. 기사는 급하게 자신의 물건들(돌멩이까지)을 확인했지만, 그 어느것도 잃어버린것은 없었다. ‘너무 피곤해서 였나?’ 라고 중얼거리며, 기사는 다시 말을 타고 수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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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사보이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 루미가 마련한 캠프.

 

루미가 약을 마시자, 남성적이었던 얼굴이 좀더 여성스러워졌으며, 붉었던 머리카락도 검게 돌아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 남자는 루미였다. 그녀가 마신 약은 특정한 사람으로 얼굴을 변하게 하는 약. 그녀의 동료중 한명의 얼굴이었다. 괴물사냥꾼들은, 대개 급할때를 대비하여 그들중 한명의 모습으로 변할수 있는 약을 항시 구비하고 다니고 있었다.

 

“...”

 

루미가 품속의 돌멩이를 꺼냈다. 그것은 뮤즈의 눈물이 담겨져 있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 바로 그 돌멩이였다.

 

그녀가 그 기사에게서 그것을 훔친것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물론 기사가 고개를 돌린 틈을 타 수면제를 음식에 탄것은 그녀가 한 일이었다.

그리고, 기사가 쓰러지는것을 재빨리 받아낸후, 스윽 훑어볼때 어디에 그것을 담아두었는지 살펴보았다.

신중한 성격의 기사라면, 그것을 항시 확인할수 있는곳... 즉, 앞에다가 보관할것이다. 그 루미의 추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기사의 허리춤에는 전대가 달려있었고,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전대안으로 손을 집어넣은후, 비슷한 크기의 돌을 루미가 담아두었던 석회 덩어리에서 찾아내 바꿔치기 하였다. 그 모든 것이 찰나의 순간이었다. 설령 돌멩이가 다른것이라 눈치챌지라도, 루미는 이미 멀리 도망쳐왔기에, 상관없었다. 약간 다른 의미로, 들키지 않았다면 더 ‘재미있겠지만’

 

“그럼. 확인해볼까.”

 

루미가 작은 못과 망치를 꺼내, 석회를 조심스럽게 두드리기 시작한다.

 

톡. 톡. 톡.

 

마법으로 보호되어있다고는 하지만, 보석은 보석이다. 루미도 함부로 다룰수는 없는 노릇.

루미는 조심스럽게, 겉에서부터 살금살금 벗겨내었다.

 

톡. 톡. 톡.

 

삼십분쯤 석회를 벗겨내자, 이윽고 찬란한 빛이 칙칙한 석회사이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루미는 당황하지 않고 석회를 계속 벗겨낸다.

 

“아아...”

 

삼십분을 더 투자하여 석회를 완전히 벗겨낸 뮤즈의 눈물을 들어올리자, 루미는 작은 감탄성을 냈다. 루미 역시 많은 보석을 봐왔다 자부하지만, 이만큼이나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공되고 빛나는 보석은 처음이었다.

그것을 이제 떠오르는 태야에 비추자, 빛이 보석을 통과하여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이것이 왜 ‘뮤즈의 눈물’이라 불리는지 알수 있을정도로, 아름다운 보석이었다.

 

“...이제, 가볼까.”

 

루미는 씨익 미소짓고, 보석을 안주머니에 잘 넣고 수도로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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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쨍그랑!

 

“고... 고정하십시오! 치히로님!”

 

“고저어어어어어어엉? 너 지금 내가 고정하게 생겼어어!?”

 

와장창!

 

재상의 집무실.

평소의 침착하고도 냉정한 치히로였지만, 과연 이 상황은 이성을 붙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치히로는 지금 집무실의 모든 물건을 집어던지고, 박살내고 있었다.

기사가 기껏 가져온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석회덩어리였다. 무엇보다도, 석회안에는 작은 돌조각이 있었는데, 그 안에 새겨져있는 글자는 치히로를 더욱 격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의뢰금은 이것으로 대신한다. 향후에는 이러한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와쿠이 루미-

 

“이걸 사느라 천문학적인 돈을 써버렸다고! 너. 너. 너 뭐라그랬어? 안전? 그런데 와쿠이 루미가 그걸 빼앗아게 냅둬?”

“그.... 그건...”

“너... 너는 극형이야. 기사새끼도 같이! 경비병... 경비병!”

 

“치...치히로님...!”경비병이 들어오자, 치히로는 분노에 가득찬 표정으로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놈.... 극형... 제일 고통스러운걸로 사형시켜. 그리고 돌멩이 가져온 기사도 같이. 응? 빌어먹을 카에데가 발명한거라도 상관없어. 빨리 이자식을 고통스럽게 죽이라고오오오!”

경비병이 우물쭈물거리자, 치히로가 이죽거렸다.

 

“뭐해? 너희도 그렇게 죽고싶어?”

“아...아닙니다!”

 

경비병들이 서둘러 남자를 끌고가자, 남자가 울부짖는다.

 

“치히로님! 치히로님! 억울합니다!”

 

남자의 울부짖음이 복도를 너머로 사라지자, 치히로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억누르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돌멩이를 바라본다.

 

“의뢰금...? 너... 너에게는 한푼도 못줘... 네 역할은 그저 아이리의 살인범이라고... 얌전히 잡혀 뒈졌으면 고통없이 끝났을텐데... 넌 죽었어... 히히... 이히히... 잡히면 죽지도 못하게 고문할거야... 하하... 아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치히로가 의자에 털썩 걸터앉으며, 그야말로 미친사람처럼 웃어재끼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치히로의 분노어린 광소는, 그날 하루종일 이어져, 왕궁의 모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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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후, 루미는 비밀루트를 통해 다시 레이코의 창관으로 돌아와있었다.

 

레이코는 반가워하며 일이 잘풀렸나 물었지만, 루미는 조용히 보석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대단해... 이게... 뮤즈의 눈물.”

 

레이코가 보석을 조심스럽게 들고, 감탄하고 있었다.

 

“...그 뮤즈의 이름을 달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응. 동감이야.”

 

레이코가 보석을 루미에게 넘겨주자, 루미는 그것을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그 보석은 어쩔꺼야? 아마도 재무장관이 미친듯이 찾아다닐텐데. 파는것도 힘들거야.”“내 수명은 길다. 언젠가 팔때가 올거야. 그때까지 이 보석은 믿을수 있는 곳에 안전하게 보관될거고.”“그렇구나... 그럼 다행이야.”

 

“...그나저나, 대가는 정말 그걸로 괜찮은건가?”

“?”

“그... 내가 너와... 제국의 만찬회장에 간다는것.”

“아아.”

“나는 범죄자다만.”“‘미시로 왕국’에서만 이겠지. 제국에서는 아이리가 죽은것 따윈 신경도 안쓸거야.”

“으음...”

“제국에 아는사람도 있잖아? 제국 기병사단장. 하라다양이라던가.”

“하라다는 그런곳... 제길. 공작가의 여식이었지. 나오겠군.”

 

“그리고... 제일 중요한... 드레스.”

“그건... 그건 정말 봐주면 안되겠나?”

“어머. 정말 잘 어울릴거라 생각해? 루미는 슬랜더하고 이쁘니까.”

 “...”

 

레이코는 빙글빙글 웃으며, 루미를 조롱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하아. 그래. 세달후의 수도에서... 보도록 하지.”

“응.”

“...그래. 그렇다면 레이코, 그동안 고마웠다.”

“별말을. 너같은 친구를 만나 정말 즐거웠어.”

“친구인가.”

 

루미가 잠깐 그말을 곱씹으며 생각하다, 결정하듯 입을 열었다.

 

“용을 친구로 얻어, 정말 영광이군.”

 

“...”

 

일순간의 정적. 그 정적을 깨뜨린것은 레이코였다.

 

“...어떻게 안거야?”

“흠?”

 

레이코가 일순간, 진지한 표정이 되며 루미를 바라본다.

 

“나에게서 흘러나오는 용의 기운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 세상 어떤 마법으로도, 장비로도 내가 용이란걸 알아챌수 없을만큼 정교하게 나를 보호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알아챈거야?”

“...내 기묘한 상처를 치료했으니까. 그것은 수준높은 종족이 아닌이상 불가능한것이다.”

 “엘프도 할수 있었을텐데...? 부족해.”

“...그리고, 나는... 네가 도움받은 남자의 제자이니까.”

“...!”

 

레이코가 입을 가리면서,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네... 네가... 그 분의...?”

“네가 한 이야기... 스승님이 술에 마셨을때 내가 해줬던 이야기와 거의 일치하더군. 달랐던 점은... 구해줬던 존재가 용이었다는것. 그리고 그 용이 인간으로 변신하여, 자신과 하룻밤을 보냈다는것.”

“아...”

 

그제서야 레이코는 루미에게서의 위화감을 깨달을수 있었다. 그녀의 걷는 방법은, 분명 스승이 걷던 그 것이었다.

 

“...루미. 이것만 알려줘.”

“그래.”

“그 분은... 괴물 사냥꾼으로서 죽었어?”

“...”

 

루미는 레이코를 바라보았다.

 

“아니.”

“...!”

“영웅으로서 돌아가셨다. 나와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바쳐 적들을 막아내셨지.”

“...아아. 그랬...구나...”

 

레이코가 고개를 숙였다.

 

“...아아. 그래. 루미... 이제 가야지...?”

“...그래. 다시 만날 그날까지. 레이코.”

“응. 안녕.”

 

루미는 레이코가 애써 참으려고 한 눈물 한방울을 못 본듯, 고개를 돌려 걸음을 재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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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가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치히로의 명령아래, 대폭적인 루미의 수색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수많은 수색에도 불구하고, 루미는 결코 잡히지 않았다. 이 소식에 치히로는 격노하였다고 한다. 민족의 영웅의 살인범을 잡지 못했다는 그 분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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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하시 레이코.

 

미시로의 수도의 창관 ‘장미정원’의 오너이자 마담. 뛰어난 지식 및 매너, 아름다움과 기술로 대륙의 수많은 남성과 커넥션이 있으며, 또 이를 적절히 이용할줄 아는 여자. 창관은 대륙에서도 알아주는 것이며, 이 창관은 본래의 목적뿐만 아니라 고위층과의 비밀 접선장소로도 인기가 대단히 좋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외모를 유지하여 ‘마법장비나 마법을 이용해 젊음을 유지한다.’라는 소문도 있지만, 사실 용이기에 그런것.

인간세계를 좋아하여 스스로 내려온 별종. 자신이 용이라는것은 철저히 숨기고 있으며, 마법적인 장비및 스캔에도 걸리지 않을정도로 철저하게 숨기고 있다. 인간세계를 좋아한 별종으로 한때는 죽을 뻔한적도 있지만 어느 괴물사냥꾼이 구해줬다. 

 

 본 그림은 커미션입니다. 제가 그린게 아닙니다.

 

치히로가 분노하는 장면을 너무나도 쓰고 싶었습니다. 나쁜 녀석에겐 이런 사소한 복수라도 해야죠!

넘 오래걸렸네요. 이게 다 귀차니즘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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