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신데렐라 판타지] 프롤로그 - 환희 속에서 (2)

댓글: 11 / 조회: 835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08-31, 2016 00:07에 작성됨.

 

본디 미시로 왕국의 북동부는 꽃과 농작물들을 기르기에 가장 비옥한 땅이었다. 허나 요새를 싣고 나타난 거대한 겟민숭달팽이에 의해, 그 땅을 관리하던 자들은 그들의 저택과 함께 녹아버리고, 독늪으로부터 흘러나온 기운은 인근 대지를 오염시키고 변질시켜 동식물들이 살아갈 수 없는 황폐한 땅으로 바꿔버렸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제국 측에서 영토의 반환이라는 듣기는 좋은 말로서 이 가혹한 영토를 왕국에게 돌려줘버린다. 이후 본 영토의 원래 주인이었던 사쿠라이 가문에게 관리권이 돌아갔다. 이후에 반 즈음 방치되는 실정이었다.

 

 

" 으에 . . 저기 거무죽죽한 호수 주변좀 보세여. "

" 저기가 예전에 보고받았던 그 독늪이다냥. 주변 땅도 다 비쩍 말라서 회색인거 보이지냥 ? "

 

인어와 괴물고양이가 저 너머에서 아직까지도 무언가를 융해시키며 어두운 보라색 연기가 나는 방향을 보며 떠든다.

독늪지역은 전쟁 중 발생되고서 제국군도 왕국군도 가까이 간 적이 없었던 곳이다. 사쿠라이 가문의 마지막 핏줄. 사쿠라이 모모카의 구출을 위해서 단 한번 . . 그 하늘에 비공정이 띄워진 적이 있긴 했지만.

 

 

" 모모카는 협정하러 가있다고 했었지냥. "

 

 

미쿠가 골똘히 눈을 굴린다. 그 시야는 독 늪 너머로 미미하게 보이는 수평선을 흘겼다.

서북부에 위치하는 . . 미시로 왕국 영토 전체로 치면 조금 북쪽에 있는 호수구역은 도쿠가와 변경백령. 그곳에 앱솔루트 나인의 남은 셋 중 둘과 모모카가 협정의 사절을 위해 도달해있을 것이다. 그 둘이라면 어떤 돌발상황이라도 충분히 커버해낼 수 있으리라고 . . 과거 제국군을 종횡무진 누비며 아수라의 화신처럼 날뛰던 타쿠미의 모습을 회상하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 임무 끝나면 비행선을 얻어타볼까냥. "

" 외교목적으로 운행하는건데 우리를 태워 줄 리가 없잖아 ? "

 

나오의 일침에 미쿠는 '칫' 하며 혀를 차고 도로 고개를 가는 방향으로 돌린다.

카미야 나오 . . 그녀는 그래뵈도 뉴제네레이션 기사단장 시부야 린의 지휘하에 있는 산하부대 '트라이어드 프리무스' 의 부대장이다. 그녀는 린을 따라 전장을 전전하면서 정신적으로도, 전투적인 면에서도 큰 향상을 이루어 최근 왕국 내에서 발언력이 좀 높아져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전과 비교해서일 뿐, 왕실과 긴밀한 친위대장인 안즈에 비하면 발톱의 때 만큼도 안됐다.

 

" 아, 여기에도 삼각형 마크가 있어여. "

 

나나미가 가던 도중 쭈그려앉아 옆에 놓여있는 그녀만한 바위를 가리켰다. 적갈색의 뭔가로 서툴게 칠해진 끝이 마모된 것 같이 생긴 삼각형.

그 문양이 그어진 궤적위에는 시커멓게 변색된 축축한 조각들이 늘러붙에 파리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 에 . . 이건 멀까여 ? "

" 사람의 살점이다냐 . . . "

 

" 에, 살 . . ."

 

" 그 광신도들 확실 한 것 같네. . "

 

마에카와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걸음이 바위를 향해, 거칠고 빨라진다.

 

바위의 문양에 붙어있던 파리들이 날아오르자, 그 뒤편에서도 한 무리의 파리들이 일제히 자리를 떠 공중을 배회한다. 미쿠가 나나미의 어깨를 잡고 뒤로 당기며 나아가 바위의 뒤로 향한다. 코를 찌르는 구린내가 풀과 나무의 은닉을 깨고 피어올랐다.

 

 

바위 뒤에는 일찍이 사람이었던 것들을 경단처럼 뭉쳐서 쌓아놓은 하나의 덩어리가 악취와 더불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역겨운 냄새와 참담한 광경에 얼굴을 찌푸리는 그녀의 뒤에서 구역질하는 소리가 반복된다. 아사리 나나미는 군인이었지만, 전후처리가 모두 끝난 뒤에 군에 자원했었기에, 전쟁을 겪은 적이 . . 직접적으로 사람의 죽음을 목격 한 적이 없었다.

평범한 군인이라도 참지 못했을 광경을 본 나나미의 입에서 오늘 걸어오면서 먹은 수분이 위산과 섞여 옅은 갈색이 되어 역류한다.

 

나오의 손이 아무 말 없이 토하는 등을 토닥인다. 미쿠가 아까 전의 것과는 달리 강하게 혀를 차며, 도로 나나미 앞에 선다.

 

 

 

" 부패 정도를 보면 생긴지 사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냥. 분명 이 부근에 뭔가가 있다냥. "

 

" 우, 우우욱 . . .허억 . . 미쿠대장니임 . . "

" 서라냥 ! 고향사람들을 위해 여기까지 온거잖냥 ! "

" 어이 마에카와. "

 

 

나나미의 곁에 쭈그려 미쿠를 올려다보는 그 눈빛은, 과도한 태도에 대한 반발심을 내고있다. 미쿠는 목을 가다듬는 시늉을 한다.

 

 

" 나름 각오를 했을텐데. 내가 말이 심했다냥. 하지만 하나만 기억해. 뭔가의 죽음은 웅장한것이 아니야.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고 목격되는거야. 적어도, 지금은 . . "

 

" 대장니임 . . . "

 

" 사람의 죽음이 당연한 세계가 아니게 하기 위해 우리들이 이렇게 힘쓰고 있는거잖냥 ? "

 

" . . 그렇네여 ! 끙 - 차. "

 

나나미는 입가에 묻은 갈색의 잔류액체를 털어내고 무릎을 딛고 일어선다. 미쿠가 뻗으려던 손이 무색하게.

나오가 나나미의 한걸음 뒤에서 피식 웃자 미쿠는 얼굴이 새빨개져 건넬 곳 없는 손과 함께 고개를 마구 흔든다.

그걸 중간에 있는 사람은 알 리가 만무.

 

 

" 에 ? 무슨 일 있나여 ? "

 

" 아, 아니다냥 . . ! 자, 어서 가자냥 ! "

 

 

약 2시간 후.

숲의 더 안쪽으로 들어간 어느 장소 앞에 세 명은 멈춰서있었다. 눈앞에 있는 허름하고 반즈음 무너져내린 한 때 흰색이었을 터인 콘크리트소재로 만들어진 두부하우스. 그것은 숲 한가운데에 있다는것과, 주변에 세겨진 무수히 많은 삼각형을 근거로서 예의 수상쩍은 장소임이 확실히 각인된 것 같았다.

 

앞에 미쿠, 뒤에 나오의 사이에 선 아사리 나나미의 가파른 숨은 고르기를 통해 이내에 진정되고, 가슴에는 각오를 다진다.

마에카와 미쿠가 뒤돌아본 얼굴 중에는 두려워하는 기색 어느 하나 없었다 . . 는 것은 거짓말이고,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있음에도 나아가겠다는 마음만이 보였다.

 

 

" 좋아. 들어가볼까냥. "

" 주, 준비됬어여 - ! "

" 으, 으흠 . . "

 

 

어둠이 건물 안을 가득 뒤덮고, 그들의 갈 길을 짙게 내리깐다. 건물 안에 들어오자마자 놀랍도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자 미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햇빛은 중천이었으며 빈 건물에는 창이 있었으나, 안으로 비춰지는 햇볕같은것은 한줄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 미미한 밤눈시야 사이로 아래로 내려가는 듯 한 계단이 띄자, 그녀는 나나미의 손을 콱 붙잡는다. 나나미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대강 안 듯이 나오의 손을 턱 붙잡았다.

나오의 짧은 비명이 좁고 어두운 건물 안에 퍼진다. 순간적인 큰 소리에 미쿠는 감짝 놀라 뒤돌아보고는 손가락을 입가에 붙였다.

 

 

' 계단이 있는거 보니, 이 아래에 뭔가 있을 거 같다냥. '

 

 

소근대는 목소리에 둘은 고개를 끄덕인다. 발소리가 들리는것도 주의하듯이 세심하게 그들은 맞잡은 더욱 굳게 쥐고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 십보를 걸음에도 계단이 끝이 없는 것 같이 계속되고 주변에는 일절의 빛조차 없어 셋의 긴장감은 유령의 집 같은것과는 차원이 다를정도로 부풀어올랐다. 그 누구도 한마디도 꺼내지못하고 그대로 계속, 계속해서 내려갈 따름이다.

 

그렇게 한도 끝도 없이 내려가는 길 일변도중. 마에카와 미쿠가 내려가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로 어둠 속에서 입을 연다.

 

 

' 저기, 작은 빛이 보인다냥. '

' 진짜여 ? '

' 그래 . . 더 가면서 . . '

 

 

갑작스레, 마에카와 미쿠의 말이 뚝 끊긴다. 함께 걸음도 멈추고 발걸음소리조차 없이 정적이 어둠속을 떠돈다. 마에카와 미쿠의 두 눈동자가 주변을 둘러보며 뭔가의 이변을 느낀듯이 샅샅들여 어둠속임에도 모든것을 살핀다.

 

뭔가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 . 위로부터 들려왔다.

 

 

쩌 - 억 하고.

 

 

 

 

" 달려 - ! "

 

 

" 에에에 ?! "

 

어둠 속에서 그렇게 외치고 마에카와 미쿠는 계단을 거의 도약하듯이 뛰쳐내려간다. 이윽고, 뒤쪽 . . 계단의 위편으로부터 돌이 굴러떨어지는 소리와 같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나오는 어리버리하는 앞의 소녀를 안아들고 미쿠의 발에 맞춰 황급히 뛰쳐내리기 시작했다. 아래에 보이는 희미한 빛을 향해 뛰어가는 두 명과, 안겨서 뒤에서 다가오는 뭔가의 괴성에 공포를 실감하는 한명이 있었다.

계속해서 쉬지 않고 점프하듯이 내려가던 미쿠는 아래의 희미하게 점으로 보이는 빛이 도무지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소리친다.

 

 

" 내 손 꽉 잡아라냥 ! "

 

" 이 상황에서 잡으라니 ! 너 설마 . . ! "

 

" 시끄럽고 잡아라냥 ! "

 

 

뒤에서는 그 순간에도 끔직한 괴성이 계단을 처부수면서 내려오고있었다. 나나미를 한 손으로 안은 채 다른 한 손은 미쿠의 뻗은 팔을 꽉 붙들었다.

순간, 마에카와 미쿠의 몸에서 벛꽃과 같아보이는 조각들이 스멀스멀 흘러나오며 짐승같은 신음이 그 목청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이어서, 세 명은 말 그대로 '사라졌다. '

 

 

 

 

 

 

 

 

 

 

??? 계단과 이어져있던 장소 ???

 

 

카미야 나오가 꾹 감았던 눈을 뜬다. 한 손에 들린 나나미는 어안이 벙벙해져 초점을 흐트린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미쿠는 뒤를 슬며시 돌아본다.

 

" 다들 무사하냥. "

" 대, 대장님? 에 ? 여긴 어디 ? "

" 잠깐 미쿠 . . ! 그런거 함부로 막 쓰면 위험하잖아 ! "

" 보이지도 않는 뭔가에 먹히는것보단 낫다냐. 그렇게 따지고드는거 보니 둘 다 건강하구냥. "

 

 

마에카와 미쿠는 본디 수인계열의 아이돌(능력자)로서 고양이과의 수인으로 변하는 힘을 천부적으로 지니고있다. 그런 그녀는 몇달 전, 제국과의 전쟁에서 ' 반요태(反妖態) ' 라는 한단계 더 나아가는 길을 깨달았다. '동물' 이 아닌, 어쩌면 아이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괴물' 이 되는 힘. 그녀의 힘은 '체셔 고양이' 라 불리우는 것이었다.

 

그 '체셔고양이' . 축약해서 '체셔캣' 이 지닌 고유의 전승으로 말미암아 그녀들은 그곳에 '나타난' 것이다.

 

허나 큰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 . 

 

" 여긴 대체 어디냥 ? 분명 아까 그 계단 끝에있던 공간이긴 한데 . . "

" 우리도 모르는데 물어보면 어떻게해 ! . . . 일단 둘러보자. "

" 그, 괴물 ? 괴물같은게 아직도 따라오고 있으면 어떡해여 . . ! 선배님, 대장님. 빨리 가여 . . ! 네? "

" 발소리같은건 안들리니, 그건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냥. "

 

 

불안과 긴장을 안고, 세명은 다시 천천히 걷는다. 여태까지 보아왔던 환경이나 구조물과는 매우 다른 양식들에 셋은 사방을 둘러보며 시선을 때지 못한다. 천장과 벽, 심지어 바닥까지도 새하얗게 되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런 바닥에 닿을때마다 '지직' 하는 전류가 작게 흐르는 소리가 리듬처럼 귓속으로 들어왔다.

 

백색의 복도를 따라 향하는 끝에는, 사람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 갈 수록, 점점 순백의 복도는 빨간 얼룩들에 더럽혀져가고 있었다. 마침내, 사람의 형상이 완전히 다 보일 때 즈음에서야. 세 명은 멈춰섰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너머의 형상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맞은 편의 이는, 시선을 느낀건지 그들을 향해 게슴츠레 눈을 굴리고 능청스럽게 미소짓는다.

그리고 능청스럽게 인삿말을 건넨다.

 

 

 

 

 

 

 

" 오랜만이네 ? "

 

 

 

 

 

 

그것은 '그녀' 다. '그녀' 였다. . 제국과의 전쟁에서도 함께 전선에 섯던 '앱솔루트 나인' 이자, 왕실에서 아마도 안즈와 키라리 다음으로 가장 가까웠을 터였던 사람. 마에카와 미쿠의 얼굴은 당황에서 화로 찼다. 바닥에 늘러붙은것들이, 그녀와 관계없을리 없기 때문이었다. 둥근 돔처럼 높은 천장에는 끝이 깎인 기묘한 삼각형의 문양이 세겨져있었다.

 

그녀는 여유롭게 인사하는 얼굴을 노려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 시키냥. 어째서 여기있는거냥 . . "

 

" 그건 내가 물어보고 싶은건데 ? "

 

" 지, 진짜 이치노세양이야 ?! 전쟁이 끝나고 실종됬다고 들었는데 . . ! "

" 이, 이거 . . 바닥에 늘어져있는 이것들 . . 대체 뭐에여 . . ?! "

 

바닥 지천에 납작하게 바닥에 붙어있는 육편 비스무리한것들을 보고 나나미의 몸이 떨린다. 본능적으로 그것들이 좋지않은 것의 산물이라는걸 알아버린 것 같았다. 그 질문에 대답을 대신하듯이 시키는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것들 중 하나를 집어들고 그대로 질질 끌며 다가간다. 마에카와 미쿠의 손톱이 뼈소리를 내며 날카롭게 선다.

 

 

" 그 이상 가까이 오지 말아라냥 . . ! "

 

" 흐응 ? 왜 ? "

 

문답에 응하면서도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마치 재밌는걸 발견했다는 눈으로, 순진 무구한 눈으로 점점 걸어오는 모습에서는 뭔가의 압력이 느껴지기까지 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몇 미터 앞에서, 시키는 뚣 멈춰선다.

손에 쥐고있던 것을 아무렇지 않게 정확히 미쿠의 한 발자국 앞에 던졌다.

 

 

" 웁 . . ! "

" 뭐냥 . . 이건 . . ! "

" 왕국 병사잖아 . . 어떻게 된 . . "

 

 

 

텅 - !

 

 

나오가 질문을 하려는 찰나, 육중하고 웅장한 소리와 함께 미쿠의 바로 앞이 새카맣게 변한다. 하지만, 어둠 같은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하고 다듬어진 금속의 덩어리였다. 이윽고 쇳덩이가 천장까지 이어진 굵은 금속봉에 이끌러 도로 천장으로 빨려들어간다.

아래 내려다본 곳에는 병사의 온전한 육신은 온데간데 없이, 뼈가 납작하게 으스러져 조각이 되어, 쥐포처럼 납작하게 깔려 튀어나온것들에 얹혀져 수놓인 모습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치노세 시키는 얼굴에 튄 피를 혀로 가볍게 핥으며 싱글벙글 웃었다.

 

 

" 이런 원리로 만들어진 것들 이지롱 ~ "

 

" . . . . 우, 우웁 . . 우웨엑 . . ! "

 

 

아사리 나나미가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반소화물질을 쏟아냈다. 그러나 토사물들조차 바닥에 늘어져있는 광졍에 비하면 애들 장난처럼 귀여워보일 수준이었다. 반면 시키쪽은 코를 훔치며 고개를 돌린다.

 

 

" 에이~ 실험실 바닥에 토하다니, 더럽네 더러워. "

 

" 실험 ? 뭔 소리냥. 대답해 ! "

 

 

손톱 끝이 이치노세 시키의 목젖을 가볍게 건든다. 얇은 핏줄기가 목적의 정점을 따라 목 아래로 흘러떨어졌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밀어넣으면, 목이 통째로 꿰뚫릴 기세였다.

 

 

" 시키냥이 지금 왕국에서 만행을 저지르고있는 사람들을 전부 거느리고 있다는거냥 ! "

" 그러고보니 . . 천장에 삼각형. 이, '시체?' 들 . . 이치노세 . . ! "

 

나오가 격양하며 허리춤에서 적당한 길이의 브로드소드를 뽑아든다.

위협하는 인원이 하나에서 둘로 늘었지만, 별 게이치 않듯이 미소로 일관하며 그녀는 고양이입을 움직인다.

 

 

" 정답을 맞췄냐 하면 절반. 일까나 ? "

 

 

이치노세 시키가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더 키웠다.

 

 

" 이제 어쩔꺼야 ? 죽일거야 ? 죽이는거야 ~ ? "

 

 

 

마치 남일이라는 듯 신나게 웃는 얼굴은 침을 뱉고싶을 정도였지만, 미쿠의 태도는 격변하지 않는다. 다만 꾹꾹 눌러놓은 응어리를 손톱끝을 통해 점점 좁혀들어갈 뿐이다. 나오의 칼끝도 미쿠의 손톱처럼 시키의 목에 가까워져갔다.

 


" 사람들을 . . 이렇게 만들어놓고 . . ! 그러고노 네가 . . ! "

 

" 웃을 수 있냐고 . . 라고 물어보려 했지 ? "

 

" . . . ! "

 

 

고양이처럼 되어있던 입가가 점점 올라가서, 더 이상 고양이입이 아니게 될 정도로 씨익 웃으며, 이치노세 시키는 답했다. 나오가 움찔하며 칼끝을 떤다. 게슴츠레하던 시키의 눈동자가 부릅뜨고 응시하자, 나오가 입술을 꽉 깨문다. 내면에서 쿵쾅거리는 의구심과 두려움이, 당장 칼을 치우라고 신호하는것에 저항한다.

 

 

이치노세 시키의 발걸음이 서서이 뒤로 향하자, 미쿠와 나오가 각자 겨눈 무기의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가고, 그 뒤를 나나미가 얼떨떨거리며 걷는다. 한번 거센 압력에 뭉게진 살점과 뼛조각들을 밟는 느낌은, 마치 쿠션같았지만 . . 그것이 원래 살아있던 것이라고 인식하자마자 그런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은 죄다 날아가버렸다. 어느정도 벽에 몰리자, 시키의 표정이 이죽거린다. 

뭔가 그렇게 기쁜것인지 한치도 알 수 없는 채로, 미쿠의 손톱끝은 여전히 바짝 가까운 그대로였다.

 

 

" 내 자격을 물어본다면. 너희들은 무슨 자격으로 이곳에 있고 . . 무슨 자격으로 나를 심판하려는거지 ? "

" 갑자기 무슨 소리냥. "

" 너희도 사람들을 죽였지? 제국 사람들이긴 하지만. 물론 카에데씨를 감싼 사람들도 ? "

" 그건 전쟁이었다냥 ! 제국은 우리를 정복하고 압제하려고 . . . "

" 그런 근거가 어디있지 ? 우리 여왕님이 판단한 결과 아니야 ? "

" . . 무슨 소리를 . . ! "

" 전쟁 탓으로 돌리고, 실은 기뻐했잖아 ? 다시 날뛸 수 있다고. . . 나는 거기서 저언 - 부 봤으니까. "

 

 

이치노세 시키의 눈이 빛난다. 미쿠와 나오의 표정에, 당혹감이 감돈다.

 

 

" 나오쨩도 . . 말은 그럴듯하게 하면서, 사실은 카렌 외엔 아무런 신경도 안쓰고, 가차 없으면서. 사람들을 위해서라느니 뭐라느니 . . "

 

" 뭐? 카렌 . . 네가 카렌을 어떻게 . . ! "

 

 

 

 

" 물론, 음 . . . . '만나봤으니까' ? "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발언에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동시에 칼끝도 그 흔들림을 더해갔다.

곧장이라도 목구멍으로 칼끝을 밀어넣을 기세로.

 

 

 

" 카렌은 . . 카렌은 어딨어 ! "

 

 

" 흥, 글쎄 . . 어딨을까나 ? "

 

 

흥분한 칼끝이 점점 더 떨리며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분을 못이겨 눈물까지 찔끔 세어나올 지경이었다.

 

 

" 당장 대답해 ! 그렇지 않으면 . . . "

" 나오냥 ! 진정해 ! "

" 카렌을. . 카렌을. . ! ! "

" 칼 내려놓으라냥 ! "

" 나, 나오선배님. . . "

 

 

 

 

" 카렌은 어디있냐고오 - ! ! "

 

 

 

칼 끝이 시키의 목을 향한 채로 그대로 밀려들어간다. 칼날이 . . 

 

 

 

 

 

 

목에 닿기 무섭게 부러졌다. 그리고 나오의 목으로부터, 빨간색 분수가 솟구쳤다. 허공을 뿌연 안개로 수놓으며. . 

 

 

" 어 . . ? "

 

 

 

철퍽.

곤죽 위에 넘어진다. 안개를 흩뿌리면서.

 

 

 

" 선배애 - ! ! "

 

" 나오냥 ? ! 너 . . ! "

 

 

손톱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미쿠의 예민한 청각은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매끄러운 발걸음이 어디에 착지했는지 잡아냈다.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모습은, '이치노세 시키' 와, 그녀에게 섞여오르는 '무언가' 였다. 청명하고 뿌옇던 눈동자는 새빨갛게 물들어 눈 주변으로 일그러져 올라온 빛나는 힘줄들과 조화를 이루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하반신의 뒤쪽에서 긴 파충류의 것과 같은 꼬리가 돋아나와 있었고, 그녀의 왼쪽 팔은 뒤틀리고 비틀려 이미 '팔' 이라고 명명하기 여러운 상태까지 변이되어있는지 오래였다.

 

 

 

 

" 역시 너희는 재미없어. 너무, 뻔해. "

 

 

 

아까까지의 웃음기 넘치던 튀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다른사람인 마냥 차갑고 냉소적인 얼굴로 . . 소름 끼칠정도의 무감정한 표정으로 그들을 응시했다.

 

 

 

" 무가치한 그 모습 그대로 . . 이곳에서 죽어라. "

 

 

 

바닥의 곤죽들을 처부수며, 뾰족하게 솟은 머리카락처럼 뛰어올랐다.

 

 

 

카미야 나오의 피가 곤죽들의 위를 적시고, 그녀 본인도 그 곤죽의 위에 쓰러져 끅끅거리는 애처로운 모습에, 나나미는 울며불며 응급키트를 꺼내어 지혈한다. 그러나, 피가 나오는 속도만 다소 늦어질 뿐 . .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뛰어올라, 강습해오는 모습에 마에카와 미쿠는 옷소매에서 뭔가를 꺼내어 나나미에게 던져준다.

 

 

" 그걸 베인 상처에 뿌려라냥. 오토하씨한테서 얻어온 비약이니까 도움은 될거니까. "

" 히끅, 대장님 . . 선배가아 . . 흐으윽 . .  "

 

 

" 괜찮아. 나오냥도 살고, 나나미도, 같이 돌아가는거야. "

 

 

 

 

말이 끝난 직후, 미쿠의 몸에서 빛나는 벛꽃 . . 이라고 불러도 될 법한 조각들이 뿜어지며 말 그대로 미쿠의 모습이 '사라진다'. 

사라진 미쿠의 모습은, 곧 나나미쪽으로 강습하던 시키의 옆구리를 쳐서 날려버리며 다시 드러났다.

하지만 이내에 다시 모습을 감추고 다시 나타난것든 벽에 박힌 시키를 퍼올리는 팔과 함께.

 

 

 

짐승 '들' 의 울음소리가, 밀폐되고 역겨운 공간 안에 울려퍼지며 금속이 부러지는 소리, 석재가 부서지는 소리가 쉴 새 없다.

 

 

나나미의 시야 안에 벌어지고 있는것은 하나의 '전투' 라고 봐도 무방했다.

 

 

 

- 계속.

 

-----------------------------------------------------------------------------------

 

< 아사리 나나미 >

 

[ 나나미는 물이 없으면 안대여 . . 말라버려여 . . ]

미시로 왕국의 아이돌[능력자] 병사. 그녀는 큰 사건과는 거리가 먼 왕국 서부 끄트머리 해안가 마을의 출신으로, 부모가 어업을 하여 어렸을 적 부터 생선이나 바다와 접촉이 잦았다. 그렇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가진 능력은 ' 수분 ' 한정으로 염동력처럼 조종 할 수 있는 힘. 능력을 깨우친것은 그녀가 아직 10살을 넘기지 않았을 무렵 여름이었다. 파도가 심하게 일어 나나미가 가족과 함께 탄 배가 격하게 흔들렸다. 곧장이라도 침몰할 기세로 격동하던 배가 . . 그 어린 나나미가 간절히 빌기 무섭게 차분해졌던 것이다. 처음에는 뭔가가 나나미의 기도를 들어준 것이라 생각했으나, 머지않아 마시려다가 흘린 물이 그녀가 '안됀다' 라고 생각하자마자 체공하는것을 보고 자신의 능력이 무엇임을 깨달았다.

 

이 후, 세월이 흘러 마을 안에서만 활약하던 나나미는 제국과의 전쟁이 끝났다는 이야기를 전해듣자마자, 전쟁중에서는 나가선 안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지킨 보상으로, 수도로 가 군에 입대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싶다는 뜻을 밝힌다. 부모는 그녀의 성품에 다시 감복하며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그 길로 수도로 향해 군에 입대하여 아이돌 병사로서 구호활동에 힘쓰고있다. 

 

수분이 주된 수단이기 때문에 항상 물을 챙기고 다니고, 능력의 리스크인지 본인도 알 수 없으나, 자주 목이 마르기에 하루에 10 리터가 넘는 수분을 섭취하는게 일상이다. 

 

 

 

< 카미야 나오 >

 

[ 카렌, 제발 무사해야해 . . ! ]

미시로 왕국 ' 뉴제네레이션 기사단 산하 부대 - 트라이어드 프리무스' 의 부대장 이자, 왕국 내에서 극소수로 꼽히는 기억재생능력자.

사용 원리는 물체나 사람에게 접촉하여 그 사물이나 닿은 사람의 기억을 읽어내는 것. 다만 '맨 손' 으로 만진 것만 읽어낼 수 있기때문에 나오는 항상 특수처리 된 면 장갑을 양 손에 끼고다닌다. 프리무스의 대장을 포함한 3인의 멤버 중에서는 가장 연장자이지만 언제나 장난감 취급을 받으면서도 은근 그것을 즐겼다. 

 

그러나 타카가키 카에데의 국가전복음모를 막는 일련의 사건도중에 마찬가지로 부대장인 '호죠 카렌' 이 실종되자, 이 후엔 카렌을 찾기위해서 사방팔방을 쏘다녔다. 카렌, 린과는 한날 동시에 눈을 뜨고 눈뜨기 이전의 기억을 잃은 '동병상련'의 처지였으며 언제나 서로를 의지했기에, 돌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카렌의 출처를 찾기위해 그녀는 밤낮 쉴새없이 시간이 날 때마다 돌아다녔다. 가장 유력했던 용의자인 '타카가키 카에데' 는 카렌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거니와, '푸른 힘' 때문에 그녀로부터 기억을 읽은 것 역시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녀는 어딘가에서 가능성을 찾기위해 분투했다.

 

그러던 중, 오토노키자카 제국과의 전쟁 와중에, 나오는 '옛 미시로 왕국의 실험' 에 대한 사실을 알게되고 자기 눈으로 찾아낸 몇몇개의 실험시설들을 돌아다녔다. 어딘가에 카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은 채로. 그러던 중 북동부의 영지에서 수상한 인물들을 찾아냈다는 목격정보를 받아들고, 그녀는 자신이 알아냈던 연구소들 중 위치가 유사한 한 곳을 찾아냈고 . . 거기서 카렌의 단서를 찾기 위해 탐사대에 자원했다.

 

 

 

 

 

----------------------------------------------------------------

 

이치노세의 등! 장! 입니다. 그리고 나오가 퇴장위기. . . !

 

네? 란코살해관련 떡밥은요 ? 아, 아마도 다음편에 . . (먼 눈)

 

 

제 글이나 그림을 봐주시는 여러분 항상 고맙습니다 ! 여러분 덕분에 힘이 납니다.

 

 

 

신데렐라 판타지는 여러분의 참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