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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Story -6- side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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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2, 2013 01:37에 작성됨.

다음 날 아침. 지난밤에 자기 전과 미묘한 위화감을 느낀 채 일어났다.

P:으하아아암...

기지개를 하려고 팔을 들려고 했는데...

P:으아아하아...응?

치하야가 내 손과 팔을 꼭 잡고서 자고 있었다.

P:하여튼...

난 치하야를 살살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선 밥을 차려놓고 거기에 메모를 하나 남겨둔 채 치하야 몰래 빠져나갈 준비를 했다. 

P:오늘은 알아보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아 참...

가방 안에서 놔두는 걸 깜빡 잊은 감기약을 꺼내 식탁위에 올려놨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문을 살살 열고 빠져나갔다.

알아보고 싶었던 건 며칠 전에 들었던 961프로에 관한 거였다.

P:일단 찝찝하지만 사무소로 향해야겠다...

샤워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몸이 찝찝했지만 일단 대충 옷을 입고 나왔다.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거리를 혼자 걸어가며 사무소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윽고 사무소에 도착하고 문을 열며 인사를 했다.

P:좋은 아침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지 조용하기만 할 뿐이었다.

P:이상하네...오토나시 씨도 없는 건가...? 사장님은 또...어디로 가신거지?

그 때였다. 소파에 노란색 물체가 움찔움찔하고 있었다. 난 이상해서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그 순간.

데구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P:뭐,뭐얏?! 갑자기 굴렀어?!

나를 향해 굴러오며 급 진격을 해왔다. 난 피할 새도 없이 그 물체와 부딪쳤다.

P:아야야앗...으 머리가...일단은 이것부터 치워야...

물렁.

P:뭐,뭐야...이 미묘한 감촉은...

그 때였다. 갑자기 노란색 물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허...니...거긴 아직 안 돼...음냐..음냐...주먹밥 한개만 더 줘!

난 그 노란색 물체를 치워내고 아까 부딪친 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중얼거렸다.

P:으으...머리야...이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야...

그 녀석은 나랑 부딪쳤는지 어쨌는지도 모르는지 태평하게 자고만 있었다.

P:일단은 저대로 내버려두자...

아침을 안 먹고 나왔더니 배가 고팠다.

P:그러고 보니...밥을 안 먹고 왔었구나.. 일단은 밥부터 먹으면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해봐야겠다...

배를 문지르며 밖으로 나갔다. 사무소 밑에 있는 타루키 정은 닫혀있었고 다른 식당도 매한가지였다.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우메보시 주먹밥과 생수를 한 개씩 사서 사무소로 돌아갔다.

P:으으..추워라...나중에 낮 시간대 쯤에 치하야를 불러서 같이 뭐라도 먹으러 가야겠다. 그 때쯤이면 알아볼 것도 다 끝날 테니까 말이야.

자리에 앉고서 주먹밥의 포장을 뜯는 그 순간이었다. 아까 그 노란색 물체가 어느 샌가 내 앞에 서있었다.

??:아앙~

P:뭐야...이 녀석 깨어있었던 건가...그건 그렇고 이건 못 줘. 내 아침밥이란 말이야.

그러자 노란색 물체는 실망한 듯이 볼을 부풀리며 나에게 말했다.

??:미키, 정말 실망이야. 치하야 씨 프로듀서라고 하길래 치하야 씨만큼 훌륭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뿌뿌!

P:미,미키라고?!

며칠 전 히비키와의 대화를 하면서 프로젝트 페어리 중에 유일하게 몰랐던 멤버. 호시이 미키. 난 순간 놀라면서 미키에게 되물었다.

P:네가 호시이 미키야?

미키:미키는 미키야. 그나저나...미키 배가 너무 고파서 잠들어 버릴 것만 같은 거야...아후우...

난 황급히 주먹밥을 반으로 갈라 미키에게 주었다. 미키는 히죽히죽 웃으며 주먹밥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P:저기...히비키한테 들었는데 말이야. 너 원래 961프로 소속이었다고 하던데...

미키:응, 그랬었어. 하지만 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 거기서는 잠도 제대로 못 잤으니...아후우.

P:거기가 그렇게나 힘든 곳이야?

미키:다른 모두가 끈질기게 날 돌아오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아직까지도 자만에 빠져 살았을지도 모르겠는 거야...아후우.

자만에 빠져...?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 거지? 난 더 깊게 파고 들어가기로 했다.

P:혹시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사람이 있었어?

미키:치하야 씨야. 나도 데뷔를 못했을 때 자기도 데뷔를 못하고 있었으면서도 언제나 나한테 따끔한 충고나 노래의 기본 같은 것도 조금씩이지만 알려줬었어. 미키가 데뷔를 못해서 961프로로 빠져나가 데뷔를 했을 때에도. 전화로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돌아오라고 말해주었었어.

P:치하야...꽤나 지극정성이었구나.

미키:아후우, 응. 치하야 씨는 노래도 엄청 잘하니까 미키 말야 언제나 치하야 씨를 존경하고 있어.

P:존경까지 할 정도라...아참, 알아봐야 될 게...

미키:알아볼 게 뭔데?

P:네가 전에 있었던 데. 알겠지?

미키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에게 물어봤다.

미키:그걸 지금 알 필요가 있는 거야?

P:뭐라고 해야 되나...여하튼, 적을 아는 편이 좀 더 나을 것 같아서 말이야.

미키:그렇구나, 이 프로듀서는 굉장히 열심이구나.

P:당연한 말씀을. 그나저나 히비키가 전에 말했었어.

컴퓨터를 치며 미키에게 말했다.

P:히비키하고 타카네 두 사람 다 네 덕분에 여기 올 수 있었다면서?

미키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키:응! 미키가 사무소를 나와 할 일이 없는 히비키와 타카네에게 좋은 사무소가 있으니 거기로 돌아가자고 했었어.

P:어째보면 대단하구나, 너...

검색엔진에 961프로를 치니 기사가 잔뜩 떴다. 대부분의 기사는 이번에 데뷔할 쥬피터에 관한 기사였다. 나는 그 기사 중 하나를 선택해서 확인했다. 

기사에 뜬 사진에는 쥬피터 이외에도 다른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나는 그 사진에 적혀있는 이름을 읽어보았다.

P:세이메이...?

세이메이, 961프로에서 쥬피터의 담당 프로듀서였다. 얼굴은 좀 험악하게 생겼지만 꽤나 잘 생긴 편이었다.

그 때였다, 사무소 문이 열리고 누군가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히비키:하이사이! 어라, 미키하고 너밖에 없는 거야?

타카네:좋은 아침입니다. 두 사람 다 정말 보기 좋군요.

히비키의 말은 평범하기에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타카네의 말에 당황해서 난 아니라고 소리를 쳤다. 타카네는 웃으면서 농담이라고 말했다.

히비키:그나저나, 이런 이른 아침부터 뭐하는 거야?

히비키가 내 자리까지 다가와서 컴퓨터 화면에 떠있는 기사에 실려 있는 사진을 보고서 흠칫 놀랐다.

P:왜 그래?

히비키:오빠...

P:오빠? 참 희한하네. 전혀 안 닮았는 것 같은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다. 아니면 사진의 영향이 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사진을 가리키며 물어봤다.

P:이게 내가 어릴 때 한 방 세게 친 그 녀석이란 말이지? 뭣 때문에 프로듀서 같은 걸 하고 있는 거야?

히비키는 경악을 감추지 못한 채 나에게 말했다.

히비키:으응, 네가 어릴 때 날 구해줬을 때, 너한테 맞았던 사람이 지금 이 사진에 있는 사람이야...그건 그렇고 프로듀서로 취직했다니...나도 몰랐었어.

P:그렇군. 뭐 나도 그다지 궁금하진 않았지만 호기심에 찾아봤는데 이거 또 흥미로울지도 모르겠어.

타카네와 미키에게 시선을 돌리니 날 수상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P:어릴 때, 친구였었거든...뭐, 실제로 만난 건 두 번밖에 없지만.

미키:그렇구나, 난 프로듀서가 엄청나게 어릴 때부터 작업을 건 줄 안거야.

타카네:수상한 언동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난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두 사람을 말리고 다시 컴퓨터 화면을 보며 히비키에게 질문했다.

P:그나저나 오빠라면 이름 정도는 알 거 아냐? 궁금한데 가르쳐 줄 수 있겠어?

세이메이라 물론 가명이겠지. 난 히비키에게 본명을 물어봤다.

히비키:가나하 세이온이야.

P:세이온...맑을 청(淸)자에다가 소리 음(音)자야?

히비키:응, 그 한자가 맞아. 내 이름도 울릴 향(響)자인 것도 부모님께서 우리 남매의 이름을 지을 때 소리에 관련된 한자를 넣고 싶어 하셔서 그랬었던 거야. 둘 다 맑은 소리를 내며 보다 더 넓게 울려 퍼지라는 의미를 가지고서 지으셨지. 뭐 지금은 별 상관없지만.

P:세이온...이라.

뚜르르르르

나한테 전화가 온 줄 알고 폰을 꺼냈다. 하지만 내 휴대폰은 아니었고 정작 전화를 받은 건 미키였다.

미키:아 리츠코...씨. 무슨 일인 거야?

한동안 미키는 휴대전화를 붙들고 통화를 했다. 통화를 마친 후 미키는 무서운 표정을 하며 날 쳐다봤다.

미키:리츠코...씨가 여기 온대...!

P:리츠코가 누구길래 그리도 벌벌 떠는 거야?

미키는 아까보다 더 무서운 얼굴을 하고서 날 잡아먹을 듯이 말했다.

미키:리츠코...씨는 말이야 전설 속에 나오는 괴...

그 때였다. 문이 열리며 하늘을 찢을 듯한 고성이 들려왔다.

??:누가 전설 속에 나오는 괴물이란 거야?
 
미키:우와아아아앗!!!리츠코...씨!

미키는 나한테 딱 들러붙었다. 당황한 미키를 떼어내고 문에 서있는 사람을 봤더니 안경을 쓰고 양복을 입은 여자가 서있었다.

??:그나저나, 미키 옆에 붙어있는 사람. 당신은 누구죠?

갑작스런 질문에 난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P:아, 저는 얼마...전..부터 치,치하야의 프로..

??:아, 그 분이셨구나! 료가 말했던 그 프로듀서란 게.

료라...그러고보니 만나자고 했었는데 못 만났었지...저 여자한테 잡혔다는 건가?

??:자기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아키즈키 리츠코. 얼마 전 만난 료와는 사촌지간이에요.

아까와는 정 반대로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나도 웃으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P:저,저는 오오시마 미나토. 온지는 얼마 안됐지만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리츠코는 각자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자리로 돌아가서 물건을 챙기려고 했다. 난 리츠코를 잠깐 불러 세운 뒤 컴퓨터 기사를 보여줬다.

리츠코:이 사람...전에 봤었어요.

리츠코가 안다고?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리츠코:이 사람 전에 우리 프로덕션에서 치하야의 담당프로듀서였었어요!

리츠코가 놀란 듯이 고성을 지르는 바람에 귀가 얼얼했지만 난 억지로 웃으면서 리츠코에게 물어봤다.

P:진짜입니까? 이 사람이 진짜 치하야의 전 프로듀서였다는 게?

리츠코:저는 거짓말 같은 거 안 해요. 이 사람이 당신이 오기 전에 치하야를 맡았었던 사람이에요.

P:제가 오기 전에 말인가요? 그렇단 말은...

리츠코:이 사람, 아주 성질이 뒤틀린 사람이었죠. 툭 하면 방송 관계자에게 시비를 걸어서 765프로 아이돌들이 제대로 일거리를 잡지 못하던 때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이 기사에서는...

리츠코는 잠시 생각한 뒤 냉정하게 말했다.

리츠코:961프로...

P:어떻게 보면 변절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잠깐만요 치하야한테 전화를...

내가 전화를 하려고 꺼낸 휴대전화를 리츠코는 빠르게 잡아채며 고함을 쳤다.

리츠코:치하야는 사소한 거에도 상처 받는 타입이니 이런 건 아직 알려주면 안돼요! 그나저나 아까 프로듀서가 말한 대로의 변절자가 아니라 이건 지능적으로 활동한 스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리츠코의 마지막 말을 듣고 히비키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난 히비키를 보며 속닥거렸다.

P:스파이라고 해도 지금은 별 상관없잖아?

히비키:하, 하지만, 치하야에게도 그런 짓을 했단 게 내 오빠라니...난 정말 속고만 살았구나...

고개를 숙인 히비키를 보며 미키는 화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키:미키 왠지 모르게 짜증나. 아무리 히비키의 오빠라 해도 인간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짓을 한 건 맞잖아?
 
그러고선 히비키의 양 팔을 붙잡고서 화를 내며 말했다.

미키:더군다나 치하야 씨를 엄청나게 괴롭힌 것도 히비키의 오빠고 말이야! 지금은 지나간 과거지만 지금 저 사무소에 있단 거 자체가 문제인거야!

타카네가 격앙한 미키를 말렸다.

타카네:미키, 감정에 휘둘리면 그 때부터 지는 겁니다. 감정을 가라앉히세요.

미키:그,그래도!

타카네:진정하세요!

타카네가 단호히 말하자 미키는 말문이 막힌 건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리츠코:그나저나 히비키의 친오빠란 거야? 그래도 뭐, 생긴 건 비슷하게 생겼지만 성격은 천지차이군...그나저나 미키, 너 그렇게 화내는 거 처음 보는걸. 놀랐어...

미키:그야...

난 컴퓨터를 끄고 미키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P:그럼 그 놈의 961프로란 데 어디 한 번 구경이라도 해보자고!

다들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이내 웃으면서 내 의견에 따라주었다. 나는 다른 한편으로는 치하야를 안 불러냈다는 게 조금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 나중에 말해주겠다 라는 결심을 다지며 모두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P:그나저나, 너희 3명이라면 961프로가 어디 있는지 알겠지?

내 말을 듣자 세 명은 큰 소리로 안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961프로 원정대(...)가 탄생했다. 리츠코는 아쉽게도 다음 일 때문에 먼저 자리를 비웠다.

3명의 안내를 받아 30분쯤 걷다 보니 이 근방에서 보지 못했었던 거대한 빌딩이 한 채 서있었다. 거대한 빌딩 옆에 있는 건물들은 전부 밝은 색인데 반면에 그 빌딩만 유독 새까맣게 탄 것처럼 검정색 일색이었다. 심지어 창문까지도. 우리들은 두 팀으로 나누어 활동하기로 했다.

제1팀:나,히비키

제2팀:타카네,미키

이렇게 결정됐다. 각자 빌딩 옆에 있는 벽과 전신주 사이에 숨어서 안에서 누가 나오는지를 감시했다. 슬슬 지쳐갈 때쯤 됐을 때, 누군가 크게 웃으면서 나왔다. 음성을 들어보니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와 그와 비슷한 톤을 가진 남자 목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난 히비키를 잠시 뒤로 빼고 전신주 사이에서 고개를 더욱 빼서 몰래 살펴봤다. 거기엔 아까 사진에서 봤던 히비키의 오빠와 엄청나게 수상하게 생긴 양복 입은 남자 한 명이 서있었다. 대화 내용을 조금 엿들어보니.

히비키의 오빠:아하핫! 갸들이 무신 짓을 하드라도 우리 961프로는 절대로 못 이길검다. 하하핫!

수상한 남자:기분이 좋나 보군. 흐음. 그나저나 기분 좋을 때 사투리 쓰는 버릇 좀 고칠 수 없겠나?

수상한 남자가 고함을 지르자 히비키의 오빠는 한 번 크게 웃고 뒷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히비키의 오빠:아니, 어,어릴 때는 안 그,그랬는데 어,어느 때인가부터 이,이렇게 쓰,써지더라고요.

대화를 다 듣고 전신주에 다시 숨어서 히비키에게 조용히 말했다.

P:조용히 있어. 내가 신호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나오지 마! 다른 두 사람한테도 메일이나 전화를 해서 이 사실을 알려줘.

난 전신주를 빠져나와 유유히 두 사람의 앞을 지나갔다. 두 사람은 이상한 개를 쳐다보듯 날 쳐다봤다.

P:아, 죄송한데. 가는길을 잠시만 물어볼 수 있을까요?

히비키의 오빠:무신 일이고? 내는 바빠서 그딴 거 가르쳐줄 여유 같은 건 없다!

수상한 남자:하하하핫! 거 참 한심하기 짝이 없군 그래. 길이라면 네 앞에 펼쳐져 있는 게 길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대놓고 무시한다. 그것도 사람 속을 박박 긁으면서 말이다. 난 화난 척을 하며 휴대전화를 꺼내 뒤돌아보고서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히비키의 오빠:야 이 놈 보소. 고작 몇 마디 했다고 쫄아서 빌빌 기나? 참 내, 참말로 꼴사나워서 못봐주긋다!

뒤에서 뭐라 하던 신경 쓰지 않고 끝까지 메일을 써서 전송한 그 순간.

골목길에서 차례대로 숨어있던 애들이 한 사람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두 남자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P:흐흣, 어떠신가?

그러나 히비키의 오빠는 그런 나를 비웃으며 나에게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히비키:누가 손대게 놔둘까 보냐!

히비키가 재빠르게 달려와서 휘두른 주먹을 보기 좋게 막았다. 히비키는 사투리를 쓰며 오빠에게 물어봤다.

히비키:오빠야는 참말로 아무것도 모르나?

히비키의 오빠:아이고, 이게 누꼬?

히비키는 화난 표정으로 오빠를 노려보았고 옆에 있던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수상한 남자:오이, 우리 귀염둥이 페어리들은 왜 여기 오셨나, 그래?

미키:쿠로이 사장!

타카네: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저 수상한 남자가 쿠로이 타카오. 쿠로이 사장이란건가. 인상이 영 안 좋은 사람이군...

히비키의 오빠:뭐꼬, 이 촌시럽게 생긴 두 놈은. 으이구, 머릿결이 완전 성게처럼 삐죽삐죽 허네 그냥. 하하핫!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P:당신네들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는 대충 알겠는데 말이죠. 당신이 치하야를 그렇게나 상처 입혔습니까?

히비키의 오빠는 나를 비웃으며 대답했다.

히비키의 오빠:참내, 그딴 시답잖은 가정사 같꼬 드럽게 징징대는데 으디 할 맛이 나긋냐 이 말이야, 앙? 내 살다살다 그리 지저분한 녀석은 처음 봤다 안카나.

머리에 혈압이 올라서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P:하...아? 시답잖은 가정사? 더럽게 징징댄다고? 지저분하다...이 말이야?! 치하야의 상처는 알기나 하고 지껄이는 거야?!

히비키의 오빠:그럼 뭐 어떡할기고, 그 외에는 설명 할 방법이 없는데 말이다.

더욱 열 받게 하는군...난 더욱 더 깊게 파고들며 따졌다.

P:한번이라도 치하야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나 있어?

히비키의 오빠:아이고 참말로 미안하다. 미안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딴 시시한 얘기를 들으라카면 내 머리가 폭발해버릴기다. 아,아 깜빡하고 대답을 안해삣네. 솔직히 말하자면 한 번도 안들어줬다. 왜 불만이라도 있나?

P:이 자식...!

쿠로이 사장:오이,오이 세이메이. 그 쯤 해두라고. 어차피 타카기의 떨거지들이니 말이야. 이런 데서 성질 부려봤자 오히려 너만 손해라고? 내가 사설 경비원들을 부를 테니 넌 손대지 말고 기다리고나 있으라고.

히비키의 오빠:그라도, 이 자식들 나를 열 받게 해삣다고!

쿠로이 사장:참으라고 했잖아! 오이, 우리 가여운 페어리들 타카기의 밑에서 일하는 건 즐겁나 몰라?

쿠로이 사장의 도발성이 짙은 질문에 세 명은 일갈을 하며 대답했다.

히비키:당신 같은 사람을 만난 게 내 인생 평생의 후회로 남을 정도야!

미키:미키도 마찬가지야!

타카네:저도 그렇습니다.

쿠로이 사장:그래? 어이구, 이거 유감이구만. 아 참, 이제 슬슬 도착할 시간이군. 잘 가라, 타카기의 떨거지들아!

P: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아앗!

어느 샌가 우리 일행 주위에 검은 차들이 잔뜩 깔려있었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근육질의 거구들이었다. 난 정신을 가다듬고 이를 꽉 문채 모두에게 말했다. 그 사이에 쿠로이 사장과 히비키의 오빠는 유유히 차를 타고 갔다. 

P:도망쳐! 당장!

히비키:하지만, 넌?!

P:상관없으니까, 나중에 치하야를 혹시라도 만나면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해줘! 다른 두 사람도 마찬가지고!

내가 그 사람들과 치고 박고 싸우는 동안 히비키 일행은 그럭저럭 무사히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물론 나는...

퍽! 퍽!

P:으허어...억!

1대 1이라면 상대할 수 있었겠지만 역시 사람 수가 너무나도 많았기에 실컷 두들겨 맞았다. 전부 다 떠나고 마지막으로 한 거구가 쓰러져 있는 나에게 침을 뱉으며 말했다.

거구:다음에 한 번 더 나대면 그 땐 진짜로 죽는다, 알겠냐?

거구는 차를 타고 돌아갔다. 난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 한참이 지난 뒤 일어났다. 사실상 피투성이가 되기 일보직전까지 얻어맞은 듯 하다. 난 겨우겨우 상처가 아픈 걸 참고 일어났다. 머리에 손을 대보니 새빨간 액체가 묻어나왔다.

P:이런...치하야가 보면 또 걱정하겠는걸...하핫...히비키도 마찬가지겠고...하핫...으윽...!

아무래도 복부 쪽을 심하게 얻어맞은 듯 하다. 물론 몸을 어느 정도 단련시켜놨기 때문에 복근이 꽤 있는 상태라서 다행이었다. 난 히비키에게 메일을 보냈다.

[저기, 나 좀 데리고 와줄 수 있겠어?]

전송중... 전송완료!

난 휴대전화를 닫고 벽에 기댔다. 한숨을 한 번 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절해 있는 사이에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남색 빛으로 물든 하늘이 있었다. 10분 후, 히비키가 나를 데리러 왔다. 

히비키:너...얼마나 얻어맞은 거야!

내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었는지 히비키는 울기 일보 직전까지 얼굴이 일그러졌다.

P:하하핫...너무 무리해버렸나...하핫...

히비키: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병원부터 가야 될 정도라고!

화를 내고 있는 히비키에게 힘 빠진 목소리로 질문했다.

P:치하야....만났어?

히비키:응...일단은 비밀로 해뒀지만 말이야.

P:다행이...다...

의식이 다시 흐려져 갔다. 마지막으로 히비키의 비통에 찬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잡설=공간====

오늘은 치하야가 메인이 아닌 프로듀서 편입니다.
뭐 원래라면 해피엔딩으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말이죠...
원래 구상으로는 히비키가 궁지에 몰린 프로듀서와 함께 동물친구들을 불러내서
싸운다는 얘기로 생각했었는데 말이죠...어떻게 하다 보니 배드엔딩이 되버렸군요.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프로젝트 페어리를 가장한 히비키.
친구이니만큼 우정 하나도 돈독하게 할 생각입니다.
최소한 이 소설 내에서 뿐이지만요.

961프로가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아직 쥬피터는 멀었지만요.
원작에서의 이미지인 악역 이미지를 배는 강화해놓은 형태이려나요...?

히비키의 오빠는 어릴 때에는 표준어를 썼었지만 자라다보니 칸사이벤을 쓰게 됐단 설정입니다.
뭐 적당히 제가 살고 있는 부산경남 사투리로 바꿔봤는데 자연스러울까 모르겠네요.
워낙 경상도 남자들은 한 번 말할 때마다 거침이 없는지라...ㅎㄷㄷ;합니다.

원래는 리츠코도 탐색 조에 넣을 생각이었지만 그냥 공기가 될 것 같아서 그냥 뺐습니다.
사실상 접점도 없고 말이죠....하핫;
그냥 출연한 것만 해도 기적이라 해야 할까...

그나저나 쓰는 동안 즐거웠습니다...하핫!
분량이 적고 짧아서 그런 건지 몰라도 마음이 편안하게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치하야하고 빨리 헤어진 건 치하야가 붙으면 더 이상 얘기가 집 안에서 외에는 진행이 안 되니까요 ㅎㅎ;
치하야에게 보낸 메모의 내용과 프로듀서의 앞으로의 행보는 치하야 편에서 이어집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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