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그대는 나의 얀데렐라-(03)《이름을 알리기 위해》04

댓글: 3 / 조회: 501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8-26, 2016 01:57에 작성됨.

"얘기요?"
 
 갑작스러운 타네기의 부탁처럼 느껴지는 제안에 린은 당연하게도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고 그에 타네기는 무언가 설명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가슴이 답답해서 그런 것인지, 소녀에게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게.."
 
"...좋아요. 마침 하나코와 산책도 거의 끝났고 조금 쉬다가 들어갈 생각이었으니까, 들어드릴게요."
 
"아...감사합니다!"
 
 타네기가 설명을 하기도 전, 그에게 배려를 해준 것인지 린은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타네기의 다리에 머리를 비비는 하나코를 들어 품에 끌어 안고 공원의 안쪽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이 어딘가 의지가 되는 것 같아, 타네기는 멍하니 그녀의 뒤를 따라 공원에 들어갔다.
 
"여기 앉으세요."
 
"아, 네..."
 
"큰 걱정인가요?"
 
"에...예?"
 
"큰 걱정인가 보네요.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니..."
 
"..."
 
 생각했던 것보다 예리한 눈썰미로 자신을 관찰해 정곡을 찌르는 린의 지적에 타네기는 입을 다물고 다시 생각에 잠겼고, 그 모습을 본 린은 조금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그에게 말을 걸었다.
 
"도움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너무 혼자서 끙끙거리는 건 좋지 않아요."
 
"하지만, 제 고민을 시부야 씨에게 털어 놓아도 괜찮은 건지...괜히 마음의 짐이 되는 건 아닌지..."
 
"괜찮아요. 저번엔 도움을 받기도 했고...안쓰러워 보이기도 하고..."
 
"네?"
 
"아, 아뇨.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그랬어요."
 
"아..."
 
 마지막 말을 작게 중얼거렸기 때문에 타네기는 린의 뒷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고 그의 물음에 린은 저도 모르게 손을 저으며 얼버무렸다. 그에 타네기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 생각하는 동안 린은 스스로에게 이상함을 느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데, 방금 전에 난 왜 얼버무렸던 거지...?'
 
"그러면, 부끄럽지만 시부야 씨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에? 아, 네...제가 먼저 말한 걸요."
 
"실은..."
 
 타네기는 린과의 대화에 편안함을 느낀 것일까, 그녀에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고민들과 지금 부딪힌 시련에 대해서 모두 얘기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만나는 것도 이번이 고작 2번째.
 게다가 자신보다 많이 어려 아직 학교에 다닐 것 같은 소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린에게 모든 고민을 털어낸 뒤였다.
 
"그렇군요...아이돌이라는 것도 생각했던 것처럼 꿈이 가득한 직업은 아니란 거네요."
 
"하지만, 전 어떻게든 그 아이들을 빛나게 해주고 싶습니다. 저의 프로듀스로 빛을 내 줄 아이돌들이기에, 어떤 모자람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
 
 이제서야 왜 타네기가 기운이 없었고, 왜 유감스러운 모습으로 공원의 앞에 나타난 것인지 이해한 린은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최소한, 그가 좌절하지 않을만한 답을 찾아주고 싶었다.
 비록 만난 시간도 짧고 나눈 대화도 별로 없었지만, 그녀가 보기에 타네기에게는 알 수 없는 자석 같은 힘이 있어 사람을 끌어 당기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았다.
 
'...잠깐.'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자신이 아이돌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아이돌에게 관심이 없다. 자신과는 상관 없는 반짝이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애초부터 관심을 끊고 그저 나오는 음악들을 들으며 좋다던가 나쁘다던가 생각하는 정도로만 신경 쓰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자신이 관심을 가지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하다. 혹시 자신은 아이돌이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이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그녀 스스로도 답을 찾기 힘든 질문이었지만, 그녀 스스로도 한 가지는 확신했다.
 
'이 사람의 열정을 보면...아이돌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버려. 이렇게까지 자신들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는 아이돌은 어떤 기분이 드는 걸까...'
 
 타네기의 말을 들으며 아이돌 업계도 그다지 좋은 사정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물론 세상 만사 힘들지 아니한 일은 없겠지만, 보고 듣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그들에게 이런 힘든 사연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아이돌 업계의 사정을 들었기에 당연히 자신에게는 불가능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해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을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은 지금까지 살면서 부모님 이외에는 본 적이 없다. 어쩌다 한 번 관심이 생겨 읽었던 연애 소설의 연인이 이런 느낌일까. 그녀로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궁금하다. 알고 싶다, 느껴보고 싶다!
 
"...죄송합니다. 너무 흥분했던 것 같네요...이런 넋두리를 들어줘서 감사했습니다."
 
"저기."
 
"예?"
 
"그...전에 저한테 한 말 기억해요?"
 
"시부야 씨에게 한 말이라면...아이돌의 제안 말입니까?!"
 
"꺄앗-!"
 
"죄,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 이전에 아이돌의 제안을 했던 얘기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 혹시나 하는 생각에 흥분한 나머지 타네기는 린의 얼굴을 가까이서 마주 봤고,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 때문에 놀란 린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젖혔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진정한 타네기는 고개를 숙이며 황급히 사과했고,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보던 린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풋..."
 
"...?"
 
"죄송해요...이 사람, 정말로 아이돌들을 위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서요."
 
"네에..."
 
"그 제안이 아직 유효하다면, 저라도 아이돌이 되어드릴까요?"
 
"그, 그 말은..."
 
 조금은 예상했지만 설마 정말로 그녀가 이렇듯 시원하게 자신의 제안을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기에 타네기는 조금 멍청한 얼굴로 린을 보았다. 그 표정을 본 린은 저도 모르게 심술궂은 말을 꺼냈다. 아니, 어쩌면 욕심에서 나온 말일지도 모른다.
 
"저 같이 어울리지 않는 애라도 괜찮다면 말이지만요."
 
"어울립니다, 분명 어울릴 거라고 확신합니다!"
 
"...정말로요?'
 
"물론입니다!"
 
"..."
 
 묘하게 흥분해서 말하는 그의 모습이 조금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했지만, 린은 일부러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면 그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이라면...돈인가요?"
 
"네? 아니요, 별로 돈이 필요해서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럴 거였으면 아이돌보다는 안정적인 가게 일을 도왔을 테니까."
 
"그, 그렇군요."
 
 기대하다가도 자신의 말 한마디에 다시 시무룩해지는 연상의 남자의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들었지만, 스스로도 눈치를 채지 못한 린은 이야기를 계속 진행했다.
 
"솔직히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야마다 씨가 너무 안타까워 보여서에요."
 
"윽..."
 
"전에 도와주신 일도 있고, 이렇게 우연이 만난 것도 어떻게 보면 인연이고...야마다 씨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아이돌의 일에 흥미도 생기고 말이죠. 하지만 화분을 한 번 옮겨준 것에 대한 보답은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드린 걸로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어?'
 
 또다시 지어지는 멍한 표정에 린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모르고 미소를 지었다. 쿨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살짝 지은 눈웃음과 미소에서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색기. 허나 지금 그녀를 대하는 타네기도, 그녀 스스로도 그러한 부분을 눈치채지 못했다.
 
"제가 아이돌이 된다면 야마다 씨는 저에게 은혜를 입는 것이 되는 거죠?"
 
"그, 그렇습니다..."
 
'이렇게 계산에 철저한 사람이었던 건가, 시부야 씨는...?'
 
"하지만 저도 어느 정도 자의가 있으니 별다른 보답을 바라지는 않을게요. 제가 바라는 건, 저에게 신경을 써주는 거에요."
 
"시부야 씨에게 신경을...말입니까?"
 
끄덕-
 
"정말 그런 걸로 괜찮습니까?"
 
"네. 전 야마다 씨의 아이돌이 되고 야마다 씨는 저의 프로듀서가 되는 거에요."
 
 그녀가 말하는 것은 무리한 부탁이 아니다. 오히려 간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간단하면서도 조금 어렵다. 그녀를 사무소에 아이돌로 스카우트하면 총 3명의 아이돌을 관리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프로덕션에서 어시스트를 보내주지만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야한다. 성과를 내려면 당연히 모두에게 신경을 써야 하고, 일 때문에 사무소에 들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다. 자신의 꿈을, 아이돌들의 기대를, 마유와 쇼코의 마음을 허무하게 만들어버리는 일은 할 수 없다.
 
'해보는 거야, 아니. 할 수 밖에 없어!'
 
"조...좋습니다. 하지만 시부야 씨의 경우는 부모님의 동의가..."
 
"린."
 
"...예?"
 
"린이라고 불러. 나도 프로듀서라고 부를 거야."
 
"..."
 
 갑작스럽게 말을 놔버린 린. 당황한 타네기는 입을 다물지 못한체 그녀를 보았고 그런 그의 모습을 즐기며 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모님의 동의라면 괜찮아. 두분 다 내가 좀 더 다양한 일을 해보시길 바라고...전에 말을 했을 때에도 괜찮다고 하셨으니까."
 
"...아, 네. 그건 다행이군요."
 
"나도 편하게 말하고 있잖아, 프로듀서도 편하게 말해. 그쪽이 서로에게 편하니까."
 
"아, 그...그래."
 
 너무도 시원스럽게 일을 진행시키는 린. 쿨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기분파였던 것일까. 아니면 기분이 좋아져서 흥분한 탓일까. 그녀는 연신 미소를 지은 얼굴로 타네기를 보고 있었다.
 
====================
 
친해지니까 바로 말 놓는 린성수준...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