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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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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6, 2016 01:04에 작성됨.

"미안하네"

회색빛의 사무실안, 사무실과 같은 회색빛 목소리가 아무런 감정도 품지 않은체 조용히 퍼져나갔다.

"조금만 쉬다오게, 내가 보기에 자네는 지금 너무 힘들어하는것 같아. 이젠 조금 쉴때도 되지않았나. 어디 조용한 곳에서 쉬다오게."

걱정으로 포장한 이 느닷없는 축객령은 나의 전신을 강타했다. 

"그렇습니까....그럼 아이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구차한 변명이었다.

"걱정말게. 이미 내 알아서 다 처리했네. 자네는 그저...."

말꼬리를 흐린다. 마치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나의 모습같아 불안했다. 그런 불안함 때문일까 더더욱 포기하기 싫었다.

"저...."

"미안하네"

그 한마디로 나의 모든것은 좌절되었다. 그렇게 나는 십수년을 쏟아부은 회사에서 쫓겨났다.

끝나지 않을것 같던 무더위도 제 풀에 지쳐 스멀스멀 기어들어가고 선선한 바람이 그 자리를 매웠다. 그 더위가 마치 나의 모습같아 지긋지긋하던 더위에 동정심또한 생기는듯 했다.

"하아...."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의 사무실...이었던곳은 이미 정리되어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보통 드라마같은거보면 적어도 한두명은 배웅해주던데....."

씁쓸한 웃음만이 입을 맴돌았다. 조용히 짐을 들고 회사를 나왔다. 터벅터벅 걷고 있자니 매일같이 걷던길도 새롭게 보였다. 마치 전혀다른 새로운 도시에 온것 같았다.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 집에 도착했을때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 조용히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언제나 이맘때즈음이면 일이든 뭐든 항상 바삐 울려대던 휴대폰이 오늘따라 왜이리 조용한지 모르겠다. 그때는 이러길 바랬었던것 같은데. 14년 자그마치 14년이었다. 되도않는, 밑바닥에 꼴아박혀있는 회사에 나의 모든것을 쏟아부었고 지금은 저 번쩍이는 쇼윈도든 저 빌어처먹을 tv든 어디서든 내가 일궈낸 회사의 애들이 나온다. 그런데 그런나를 이리도 무참히 짓밟아버렸다. 억울했다. 억울하고 또 억울하고 누구든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흑....흐극....흑...."

그 억울함을 대변하듯 눈물만이 쏟아져나왔다. 애써 울지않으려는 듯 입만은 불안하게 닫혀있었다. 마치 나의 인생같이 어둡고 차가운 방은 복잡한 감정들만이 알수없는 소리로 채워갔다.

다음날 아침. 나는 습관적으로 나의 휴대폰을 보았다.

[From.타카가키 카에데]

메일 한통이 와있었다. 타카가키 카에데. 다 망해가는 회사가 그나마 버티게 해주었던것도 그녀였으며, 내가 힘들때마다 미소 하나로 미래를 그릴수 있게 해준 그녀였다. 지쳐 스러져가는 마치 재가되어 그대로 사자져버릴것 같던 나를 지탱해준 그녀였다. 그래도 내가 완전히 버려진건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일말의 희망이 나를 채워갔다. 마음같아서는 당장에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이왕 볼거 좀더 제대로 된 상태에서 확인하자는 알수없는 사고방식에 나는 순응하며 밤새 울어제끼는 바람에 도저히 사람몰골이라 할수 없는 모습을 의식했다.

-쏴아아아....

시원한 샤워기소리에 머리마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일까 왠지 이번이 끝이 아니라고, 다시 새로운 도전이 있을거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샤워가 끝나고 옷장을 열어제꼈다. 어느때보다 맑아진 기분때문인지 행동에 거칠것이 없어진듯 하였다. 옷장안에는 그저 흰 티셔츠와 흰색 와이셔츠, 넥타이, 그리곤 정장뿐이었다. 다시금 씁쓸함이 몰려왔지만, 씁쓸함마저 지금의 나에겐 달콤하게 다가오는듯하다. 

"뭐 별수 없나....대충 입지 뭐"

그렇게 조용히 입이 혼자 움직이게 내버려둔후 나의 손은 움직였다. 대충 입고난후 나는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이거다. 그녀의 미소와 같이 이번에도 그녀는 나를 구원해 줄것이다. 어느새 나는 희망을 넘어서 집착하는듯했다. 그리곤 조용히 메일을 열었다. 

 

나의 눈동자는 조용히 훑어내려갔다. 뇌는 빠르게 회전했고 마음은 글자 하나하나 담아두려는듯 굳게 닫혀있는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나 곧 눈은 굳어버렸고, 뇌는 급정거한듯 크게 흔들렸다. 마음은 곧바로 문을 닫아버렸다. 읽히지가 않았다. 메일에는 글자가 없었다. 그저 하나의 가식만이 있을뿐이었다. 그리고 가식속에 숨실생각도 없는듯이 귀찬음이 비참하게 묻어나왔다. 그랬다. 그건 읽으라는 용도의 그런 글자가 아니었다. 그저 가식과 귀찬음 만이 형식속에 담겨있을 뿐이었다. 

'아니다.....지금은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거다.....이럴리가 없다....모든것은 지금 내가 힘들어서 그렇다. 내가 잘못한 것이다. 내가.....내가....'

끊임없는 자기위로만이 이어졌다. 자기위로의 꼬리를 물고 분노가 쏟아져나왔다. 단 한번의 휴식도 없이 그저 숨기고 버텨오며 참아오기만 했던 나였다. 그 누구도 나에게 이렇게 할수 없다. 그 누구도. 누가 그녀를 키웠는가. 누가 무대에 세우고 그 수많은 팬들과 함성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것이라고 생각하는것인가. 저 빌어쳐먹을 회사도 마찬가지다. 동네 뒷골목에서 변변찮게 자리만 차지하던 곰팡내나는 그 회사를 누가 도시한복판에서 위세를 떨치게 만들어 주었단 말인가. 모두 나다. 나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 마치 단물빠진 껌마냥 하수구에,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무시당한다. 비참했다. 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다 자부할수있는 그런 인생을 살아왔다. 누가 뭐라든 나는 그리 살아왔다. 비참하고 억울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무엇을 그렇게 죄지었길레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인가. 이때까지 쌓이고 쌓여왔던 분노들이 머리를 채웠다. 쌓이고 또 쌓여와 억눌려있던 분노들은 더이상 차갑지 않았다. 꽉채워져 있으나 공허했으며, 무엇보다 차가웠다. 머리가 비어져갔다. 단 한마디만이 그 공허한 공간의 중심에서 외치고 있었다.

'죽고 싶다.'

모두 부질없다. 내가 지금 회사에 달려간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내가 지금 그녀에게 전화하여 역정을 낸들 구차하게 빌어본들 무엇하랴. 모두가 부질없는 짓이었고, 나 또한 그걸 아주 잘 알고있었다. 그리곤 조용히 아주 조용히 구석에 틀어박혔다. 머릿속은 이미 수만가지 죽는방법만을 내놓고 있었다. 그 수만가지의 생각중 단 한마디도 '살고 싶다'라는 생각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맨날 쓰잘데기 없는글만 종종 올리다가 이런글을 올리려다 보니 심히 부담스럽네요. 막상 쓰고나니 글이 잡스러워 보이고....분위기는 되도록 어둡게 잡을 생각입니다. 너무 어둡게 가지 않을정도로 조절은 하고싶지만서도...아마 첫글이라 심히 불편하실거라 생각합니다. 부디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아이마스 글이지만서도 아이돌보다는 되려 프로듀서의 이야기가 더 많을듯 싶습니다. 중간 중간 나오기도 하겠지만서도....시원한 복수글이 될까요 아니면 성장일기가 될까요 글 자체에 많은 가능성을 두고픈 첫글이네요...그저 부담스럽니다 ㅠㅜ 부족한 필력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카에데씨의 메일은 어떻게 쓸지 감이 안잡혀서 생략한건 안비밀입니다(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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