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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P 시리즈] 클라리스 「작전명!」, 토키코 「박하!!」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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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0, 2016 19:14에 작성됨.

[작가의 말]

P 「죄송하지만 사직하겠습니다.」 미시로 「......」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카렌P 시리즈이므로 P 「죄송하지만 사직하겠습니다.」 미시로 「......」 시리즈를 꼭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이하 연재된 카렌P 시리즈 -

[카렌P 시리즈] P 「예비군 통지서가 왔다고요?」 

[카렌P 시리즈] 카렌 「이 사진은 뭐야?!」

[카렌P 시리즈] P 「사이온지 그룹?」 - 상 - 

[카렌P 시리즈] P 「사이온지 그룹?」 - 하 -

[카렌P 시리즈] 카렌 「우리!」, 치히로 「동네!!」 - 상 -

[카렌P 시리즈] 카렌 「우리!」, 치히로 「동네!!」 - 하 -

[카렌P 시리즈] 토키코 「너희들, 정말 끈기도 없는 애들이구나.」

 

위의 카렌P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어주셔야 내용이 이해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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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하느님이 주신~♪ 시간은 흘러넘쳐~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일요일, 오후 1시.

카렌은 시부야에 위치한 유명 음반 스튜디오의 방음실 내에서 앨범에 들어갈 노래를 녹음하고 있었다. 그리고 P도 유리벽 너머의 녹음실에서 팔짱을 끼며 스텝들과 같이 카렌의 녹음현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업계의 관례대로라면 음반 작업을 할 때는 작업에 필요한 스텝들만이 녹음실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P는 바깥의 휴게실에서 녹음실 상황이 보이는 모니터를 지켜보려고 했지만, 아까 전에 작곡가가 직접 녹음실로 들어오라고 했다는 담당 스텝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녹음실 안에 있는 것이다.

 

작곡가 「오케이! 자, 5분 쉬었다가 다시 2 파트 녹음 시작합시다. 호죠 양은 방음실에서 대기하면서 쉬세요.」

 

깔끔한 와이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작곡가는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카락을 팔락팔락거리며 뒷목을 식혔다. 그리고 이내 여러가지 음향장비를 이것저것 설정하던 작곡가는 카렌이 방음실 내의 휴게용 의자에 앉는 것을 보자 몸을 빙글 돌려서 P를 바라보았다.

 

작곡가 「이야, 목소리의 간드러짐이 가사의 호소력에 더해져서 정말 좋은 노래가 나올거 같네요.」

P 「감사합니다.」 꾸벅

작곡가 「그나저나 역시 저 아이는 프로네요.」

P 「네?」

 

유리 너머의 방음실.

생수병에 담긴 물을 입술을 통해 작게 한모금 담아 꿀꺽 마시는 카렌의 모습을 보며 작곡가가 웃었다.

 

작곡가 「솔로 앨범 발매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셨죠?」

P 「네.」

작곡가 「보통 솔로로 처음 녹음할 때는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저 아이는 그런게 하나도 없더군요. 그래서 담당 프로듀서 님께 다시 한번 여쭤볼려고 불렀어요. 진짜로 솔로 앨범이 첫 녹음 맞죠?」

P 「네, 맞습니다.」

작곡가 「호오...... 호죠 카렌이라는 아이는 이미 데뷔했죠?」

P 「몇달 전에 '트라이어드 프리무스'라는 그룹으로 데뷔했습니다. 물론 완전한 그룹은 아니지만요.」

작곡가 「아아. 저도 알아요. 이번에 346 프로덕션에서 신경써서 추진했었던 크로네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죠. 근데 완전하지 않다는건 무슨 의미죠?」

P 「애시당초 멤버들이 각자 개별로 활동하다가 필요할때만 다시 그룹으로 모이거나 하는거라서 말입니다.」

작곡가 「보자보자...... 아, 그룹명의로 딱 한 곡을 냈군요.」

P 「네.」

작곡가 「그룹앨범 녹음을 한번 하긴 했지만, 이렇게도 안정적인 목소리라니 참 대단하군요. 듣기로는 체력이 부족한 아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지금보니 엄청난 연습을 한 모양이에요.」

P 「칭찬 감사합니다.」

작곡가 「저야말로 이런 아이돌과 작업을 할 수 있다니 즐거울 따름이에요. 작곡을 해서 다른 이한테 쥐어준다는건, 자식을 떠나보내는 기분이거든요. 저 아이라면, 제 곡을 주기엔 충분한 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어쨌든 갑자기 이렇게 불러서 죄송했어요. 원하시면 앉아서 계속 작업을 지켜보시겠어요?」

P 「아닙니다. 여기 스텝 분들이 집중해서 일하는게 더 중요하니깐요. 전 휴게실에서 지켜보겠습니다.」

작곡가 「알겠습니다.」

 

P는 작곡가에게 인사하고, 이쪽을 바라보는 카렌에게 잘하고 있다고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그러자 카렌은 그를 향해 활짝 웃으면서 자신의 엄지도 치켜세웠다.

 

그렇게 녹음실에서의 대화를 마친 그는 휴게실에서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특이동향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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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나리타 국제공항.

 

해나, 유진, 주니는 각각 기숙사에서 챙긴 짐을 들고 출국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물론 그녀들도 작전의 의미는 이해하고 있기에, 실제로 출국장까지만 가서 시간을 때우고 다시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과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토키코는 여행객들의 인파에 조용히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여름용 투톤 원피스에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썬글라스를 착용한 토키코는 자신의 사이드 포니테일을 상당히 어색해하며 어루만졌다.

 

토키코 「굳이 이렇게까지 옷을 입어야하나......」

 

하늘하늘한 원피스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그 나이대의 여성스러운 모습을 한 그녀는 이런 차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클라리스와 치히로의 강권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입은 것이었다. 그 둘은 완벽한 변장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1시간 이뤄진건 인형 옷갈아입히기 놀이나 다를게 없없다.

 

토키코 「그나저나 가슴 쪽이 좀 끼네......」

 

치히로가 가지고 있던 옷이어서 그런지, 흉부쪽이 맞지 않아 조금 답답함을 느낀 그녀는 옆에 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려고 빨대에 입을 댔다. 그러는 와중에도 친구를 찾는 듯이 이리저리 둘러보는 건 잊지 않은 토키코는-

 

토키코 「풉!」

 

하마터면 마시던 아메리카노가 폐로 들어갈 뻔했다.

 

그 이유는 2층에 위치한 라운지에서 A가 해나 일행들을 빤히 바라보는 것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공항에서 그녀들이 나가는 것을 볼 것이라고 예상한 P에게 '너무 나간거 아니에요?'라고 핀잔을 줬었던 토키코는 지금 A를 찾아내고선 P의 상황판단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토키코 「P 씨에게 알려야겠어.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감시하는 이유가 대체 뭐야......」

 

그녀는 급하게 스마트폰을 조작하면서 P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또한, 해나 일행들에게도 각각 문자를 보내서 현재 감시당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출국장으로 나갈 것을 주문했다.

 

토키코 「어째 점점 흥미진진해지는데?」

 

그녀는 한 모금 남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쭈욱 마시고서, 자신의 임무를 경계에서 A의 미행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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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각, 346 프로덕션의 1과 사무실 앞.

클라리스는 항상 들어가는 사무실의 문을 앞에 두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일상적인 업무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자료를 빼돌린다는 간 큰 짓을 해야하기 때문에 심장이 고동치는건 그녀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오늘은 일요일이기에 사무원들은 출근하지 않았고, 방송에 출연하는 아이돌들의 프로듀서를 제외하고서 이 곳의 사무실은 당직을 서는 프로듀서만 있을 터였다. 게다가 방송 스케쥴로 인해서 거의 모든 프로듀서들이 나가있는 오후 시간대야 말로 클라리스에게 있어선 절호의 기회였다.

 

'똑똑'

 

그녀는 노크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섰다.

 

수십개의 책상이 조별로 모여서 있는 듯한 매우 큰 사무실.

3과는 그냥 작은 사무실 하나를 모두가 같이 쓰지만, 1과 사무실은 큰 사무실 공간에 또 다시 여러개의 파티션으로 공간이 나뉘어져있었다. 그리고 1과 과장은 따로 방이 있는 형태.

 

클라리스 「안녕하세요?」

 

그녀가 사무실을 한번 둘러보며 인사하자, 당직을 서던 남성 프로듀서가 반가운 얼굴로 그녀를 맞이해주었다.

 

당직자 「어? 클라리스, 오늘은 오프 아니었니?」

클라리스 「네, 오프이지만 그냥 한번 놀러와봤어요.」

당직자 「그래? 하지만 어쩌지... 같이 어울려줄 사람이 없구나.」

클라리스 「괜찮아요. 그냥 사무실에 찾아오고 싶었달까...... 그런거니까요!」

당직자 「으..응. 그나저나 담당 프로듀서가 없어도 잘 해내다니 참 대단하구나.」

클라리스 「저 말씀이신가요?」

당직자 「하하, 여기에 너 말고 누가 있다고 그러니?」

 

그 말대로 이 넓직한 사무실에는 그 밖에 없었다.

몇번 더 사무실을 둘러보던 클라리스는 재채기를 하였다.

 

클라리스 「에-췻!!」

당직자 「어... 괜찮니?」

클라리스 「훌쩍...... 네... 괜찮아요.」

당직자 「덥다고 에어컨을 좀 세게 틀긴했는데 좀 조절-」

 

그 때, '똑똑'하는 소리와 함께 한 명의 여성이 들어왔다.

 

치히로 「수고하십니다.」

당직자 「아, 네. 무슨 일이시죠?」

치히로 「2과의 사무원인 센카와 치히로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쪽에서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당직자 「그럼 여기 응접실로 들어가셔서-」

치히로 「여기서는 조금... 그렇네요.」

 

치히로는 자신이 들고있던 서류철을 잠시 근처 책상에 내려놓고선, 클라리스를 보며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직자 「아... 그럼... 클라리스. 미안한데 잠시 전화 좀 받아줄 수 있겠어?」

클라리스 「네, 물론이에요.」

당직자 「여기 복도에 있을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불러줘?」

 

그리고 당직자는 치히로와 함께 복도로 나가며 문을 닫았다.

 

클라리스 「작전 성공이네요~♡」

 

클라리스의 재채기는 치히로를 부르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녀는 서둘러 과장실 앞에 서서 문고리를 돌렸다.

그러나 문은 잠겨있었다.

 

클라리스 「엣?」

 

다시한번 문고리를 돌려봐도 잠겨있었다.

문 옆을 보니 카드를 가져다대는 카드센서기만이 빨간불을 깜박이고 있는 상태.

 

클라리스 「이...이럴수가......」

 

그녀가 일할 때는 항상 열려있었기 때문에 이 문이 잠겨있을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한게 화근이었다.

 

클라리스 「아아... 하느님. 저는 정녕 그른 일을 하고 있는거였나요?」

 

그렇게 절망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녀는 보았다.

치히로가 두고간 서류철을.

 

혹시나싶어 후다닥 서류철이 있는 책상 앞으로 다가간 클라리스.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류철을 열어보자, 투명한 플라스틱에 검은색의 자기장띠만 가진 카드 한 장이 숨겨져있었다.

 

클라리스 「이... 이걸 써야하는걸까요......」

 

그녀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며 과장실의 문 앞에 섰다.

보안이 풀리면 다행이지만, 역으로 보안장치가 작동해서 경고음을 낼 수도 있는 노릇.

 

사무실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카드를 센서기에 가져다 대었다.

 

[삑-! 삑-!! 삑-!!!]

 

갑자기 큰 소리의 전자음이 들리자, 깜짝 놀란 클라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근처의 책상 밑으로 숨어들어갔다.

 

클라리스 「후우- 후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위해 호흡을 고르고 책상 밑에 숨어서 귀를 쫑긋 기울는 클라리스.

그러나 세 번의 큰 전자음 외에는 아무 소리도 울리지 않았고, 당직자가 들어오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휴우'라고 한숨을 쉰 클라리스는 책상 밑에서 나가기위해 몸의 중심을 앞으로 움직였다.

 

그 순간.

 

클라리스 「엣?」

 

옆 책상에서 새하얀 손 하나가 나와 클라리스의 발목을 잡았다.

 

클라리스 「꺄-웁웁!!」

 

너무도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지르려던 그녀였지만, 밖에 있는 당직자를 불러내서 작전명 '박하'를 망칠 수 없기에 필사적으로 입을 양손으로 막았다. 얼마간 버둥거리자 이내 발목이 풀리는 느낌이 든 그녀는 곧장 책상 밖으로 기어나와 책상 아랫쪽을 쳐다보았다.

 

클라리스 「하아... 하아......」

 

가만히 책상 아래를 쳐다보자, 이내 한 명의 소녀가 어둠 속에서 등장했다.

 

클라리스 「사쿠마... 양?」

마유 「네, 저랍니다.」

클라리스 「어, 어째서 그런 곳에 계시는거죠?」

마유 「저의 담당 프로듀서 님의 향기를 맡을 수 있으니깐요.」

클라리스 「네?」

마유 「저도 질문에 답을 해드렸으니, 이제 제 질문에 답해주셔야겠어요. 어째서 과장님의 방에 들어가시려고 하시는건가요?」

클라리스 「......」 꿀꺽

 

의외의 복병이 등장하자 클라리스는 서늘한 기운이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

 

클라리스 「그건 제가 과장님께 부탁을 받았-」

마유 「거짓말.」

클라리스 「에?」

마유 「마유, 알고있어요. 지금 과장님의 방에 들어갈 때 쓴 카드.」

클라리스 「과장님께 받은거에요.」

마유 「아뇨. 그건 마스터키에요. 1과가 위치한 13층의 문을 전부 열 수 있는, 마스터키.」

클라리스 「......」

마유 「클라리스 씨께서 프로덕션 아이돌들의 최고참이라고 하더라도. 어째서 그런 키를 가지고 계실 수 있는걸까요?」

클라리스 「......」

마유 「마유의 눈엔...... 떳떳한 일을 하는걸로는 보이지 않는데 말이에요.」

 

장기로 따지면 장군.

체스로 따지면 체크메이트.

 

클라리스의 변명은 단번에 논파되었고, 막다른 골목에 서게되었다.

마유는 미소를 유지하며 클라리스에게 다가갔다.

 

마유 「이러는 이유를 마유에게...... 가르쳐주세요?」

클라리스 「안돼요. 당신까지 휘말리게 할 순 없어요.」

마유 「마유는. 당신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건가요?」

클라리스 「그게 아니에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휘말리는건 저로 충분해요.」

마유 「...... 그럼 부탁이 있어요.」

클라리스 「부탁?」

마유 「우리 프로듀서 씨를 괴롭히는 사람을 없애주세요.」

클라리스 「뭐라구요?」

 

너무나 황당한 말에 클라리스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클라리스 「어.. 없애달라는건... 그......」

마유 「A 라는 사람... 아시죠?」

 

A라는 말에 클라리스는 일단 잠자코 들어보기로 했다.

 

마유 「매일 제 프로듀서 씨를 괴롭혀요. 그것도 화장실 같은 으쓱한 곳에 몰래 데려가서 때리거나...... 꼴에 평판은 지키고 싶은 녀석이죠.」

클라리스 「......」

마유 「게다가 자기가 할 일을 프로듀서 씨한테 넘겨요. 자료정리라던가. 그래서 자기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넘겨주고 야근까지 시켜요. 나쁜......」

 

마유는 주먹을 꽉 쥐고서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마유 「마음 같아서는 ㅈ... 아니, 조용히 데려다가 설교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 프로듀서 씨한테 폐가 될까봐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클라리스 「그러니까... A 씨에게 당신의 프로듀서 씨가 노예처럼 부려먹히고 있다는거군요?」

마유 「네.」

 

1과는 A를 필두로하는 라인이 승승장구하고 있는터라, A와 관련이 없는 1과의 사람들도 A의 눈밖에 나지 않기위해 마유의 프로듀서가 당하는 일을 모른척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마유는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며 속앓이를 했던 것이다.

 

마유 「아이돌들한테는 그 멋진 얼굴로 유혹하고, 정작 자기 부하직원은 그딴식으로 대하는거...... 전 역겨워요.」

클라리스 「좋아요. 그럼 약속 하나 해드릴게요.」

마유 「약속이요?」

클라리스 「무슨 일때문에 제가 이렇게 하는지는 밝힐 수 없어요. 하지만 저를 도와주신다면, 적어도 A 씨의 콧대를 꺾어드릴게요.」

 

클라리스는 자신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러자 마유는 곧바로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어주었다.

 

마유 「마유, 프로듀서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거에요.」

클라리스 「좋아요. 그럼 부탁이 있어요.」

마유 「무엇인가요?」

클라리스 「A 씨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알고 계신가요?」

마유 「저는 모르지만, 제 프로듀서 씨가 시스템 다이어리의 3번째 장 넷째줄에 비밀번호를 적어놓는걸 봤어요.」

클라리스 「시스템 다이어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시나요?」

마유 「아까 제가 있던 프로듀서 씨의 책상의 두번째 서랍 좌측에 있어요.」

 

컴퓨터마냥 정확하게 위치를 말하고 그대로 서랍에서 시스템 다이어리를 꺼낸 마유는 아까말한 페이지를 펼쳐서 비밀번호를 보여주었다.

 

마유 「이걸로 뭘하면 되나요?」

클라리스 「뭔가 의심이 될만한 서류들을 찾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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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각, 복도에서는 대화를 나누는 치히로와 당직자가 있었다.

 

치히로 「-라고 하셔서요.」

당직자 「아, 그렇군요. 근데 그런 내용들은 그냥 전화로 하셔도 되지 않았나요?」

치히로 「전화로 하면 인상에 남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당직자 「아아. 그 느낌 알죠. 전화로 부탁받은거보다는 직접 찾아와서 부탁받은게 더 신경쓰이고는 하죠.」

치히로 「네, 그런거에요!」

당직자 「어쨌든 내용은 알겠습니다. 이만 돌아가-」

치히로 「그러고보니 요즘 날씨가 참 덥네요. 단추를 조금 풀까......」

 

이미 준비해온 멘트가 다 끝나자 곧장 사무실로 돌아가려는 당직자.

치히로는 침착하게 시간을 끌기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치히로 「하아......」 팔락팔락

 

그녀는 단추 몇개를 풀고서는 자연스럽게 와이셔츠를 팔락거렸다.

그러자 당직자는 그녀가 푼 단추 너머로 보이는 살갗에 무의식적으로 눈빛을 보내고 말았다.

 

당직자 「덥긴 덥죠. 하하......」

치히로 「그러고보니 여름 휴가는 갈 계획이 있으세요?」

미시로 「나도 휴가를 가고 싶군.」

당직자 「?!」 /  치히로 「에?」

 

아이돌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미시로 전무가 여성용 정장을 입고 자신의 큰 키를 바탕으로 그들을 위압적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당직자 「저... 전무님, 안녕하십니까.」

치히로 「아, 안녕하십니까.」

 

두 명은 곧바로 고개를 숙였고, 미시로 전무는 불편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시로 「자네는 그 꼴이 뭔가? 사무원은 항상 단정해야하는 법이다.」

치히로 「ㅇ.. 옛!」

미시로 「그리고 자네는... 1과 소속이군. 오늘 당직자인가?」

당직자 「그, 그렇습니다.」

미시로 「마침 잘 됐군. 지시할 일이 있으니 따라오게. 그리고 센카와 군.」

치히로 「네.」

미시로 「여기에 적힌대로하고 그걸 3과 과장에게 전해주게나.」

 

미시로는 쪽지 하나를 치히로에게 건네주고서는 곧장 당직자와 함께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치히로 「후우... 깜짝 놀랬네요.」

 

안도의 한숨을 쉬던 치히로는 미시로가 건네준 쪽지를 읽어보았다.

 

======================

놀라게 해서 미안하군.

P에게는 이미 사정을 들었다.

당직자는 30분 정도 뒤에 복귀시킬테니 안심하고 찾도록.

참고로 1과로 오는 전화도 이쪽으로 오게 손 써뒀네.

======================

 

치히로는 쪽지를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권위주의에 심취해있는걸로 보이는 그 미시로가.

이런 일에 어울려준다는게 너무나도 신기했기 때문에.

 

치히로 「마스터키도 P씨가 아니라 전무님께서 준비하신거였군요.」

 

자신이 신뢰하는 이에게는 무한한 믿음을 주는 미시로는 P의 얘기만으로 이렇게 모든 것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꿈 속에 나온 전무와 현실의 전무는 동일인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치히로였다.

 

.

.

.

 


당직자 「저기... 1과 사무실에 아이돌 밖에 없어서...」

미시로 「전화는 2과로 돌려뒀고, 무슨 일이 있으면 내게 연락하도록 해뒀네.」

 

계속해서 빌딩을 돌아다니며 사무실을 확인하고 있는 미시로는 1과 당직자를 자신의 수행원으로 쓰고 있었다.

 

미시로 「혹시 나와 일하는게 싫다는건가?」

당직자 「아, 아닙니다.」

 

미시로는 당직자를 매섭게 노려보았고, 당직자는 곧장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미시로 「......」

 

최근, 임원진 회의에서 아이돌부서의 한달 지출이 공개되어 비난을 받은 그녀는 이런 내용이 대체 어디서 흘러나왔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출 자체는 분기별로 종합해서 공개하기에 극비자료는 아니었지만, 임원진들 손에 들린 것은 아이돌이 컵라면을 사먹은 것까지 나와있는 말그대로 '모든 지출내역'이 담긴 보고서였던 것이다.

 

아이돌 부서의 존재자체를 아니꼽게보고 있는 가수, 배우 부서의 임원진들은 이 내용을 토대로 집요하게 공격해댔고, 미시로는 그걸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었다.

 

그리고 얼마전 1과에서 승승장구하는 A가 상무급 이상의 임원들과 몰래 접촉하고 있다는 보고가 그녀의 귀에 들어갔다. 그가 접촉한 임원들은 모두 미시로와 대척점에 선 자들.

 

즉, 이번에 열린 임원진 회의에서 공개된 보고서들이 그를 통해 흘러나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에 분노한 그녀는 내부감사를 벌이려고 했지만, 결국 감사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미리 새나가기 마련이라 어찌해야할지 막막한 그녀였다. 그러던 와중에 A가 담당하는 아이돌 세 명이 의심스럽게 계약해지를 당했다는 P의 얘기를 듣고 미시로는 물심양면으로 그를 돕기로 했다.

 

미시로 「(이런 상황이 아니었어도 도와주긴 했을테지만...... 꿩먹고 알먹기라고 해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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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가의 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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