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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나의 얀데렐라-(03)《이름을 알리기 위해》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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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0, 2016 16:02에 작성됨.

 마유와 쇼코가 레슨을 받게 되고 약 한 달여의 시간이 흐르고, 트레이너 네 자매 중 세이와 메이에게 매일 비는 시간 동안 틈틈이 레슨을 받은 결과 두 사람 모두 한 사람의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본래부터 유연한 몸과 나름의 음악적 센스가 있었던 쇼코는 무난한 편이었다. 한 가지 의외가 있긴 했지만.
 
"어라, 쇼코...음악 취향에 헤비메탈이라고 써있는데요?"
 
"아, 응...난 헤비메탈 좋아해...버섯들도 좋아하구...후힛"
 
"그, 그렇군요."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아이 치고는 너무 순박한데...그냥 취향만 헤비메탈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장르는 바꾸도록 설득하는 편이 좋겠지...'
 
 당연한 생각이다. 본인의 음악적 취향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돌인 이상 자신이 잘 부를 수 있는 곡을 선택하는 것이 업계의 일에 있어 이득이다. 도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작부터 도전을 하는 것보다는 무난하게 길을 닦고서 도전하는 것이 좋으리라.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선 한 번 이상 좌절을 맛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경험이라는 것에 타네기는 걱정했다.
 그런데,
 
"헤비메탈이요? 쇼코, 그렇게 안 봤는데 의외로 록의 영혼을 갖고 있구나?"
 
"후히힛..."
 
"그러면 시험 삼아 한 곡 불러보도록 할까? 레슨에서 배웠던 것들을 최대한 써야 해"
 
"네, 네에...후힛"
 
 쇼코는 가창력 트레이너인 메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부를 노래를 정했다. 의외로 정통파의 헤비메탈. 장르가 장르이다보니 어린아이들에게는 아무래도 부적절한 영어들이 여기저기에 섞인 곡을 쇼코가 선택하자 그것을 본 메이는 타네기에게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어, 어떡하죠...저 곡은 쇼코가 부르기엔 좀 무리인 것 같은데..."
 
"일단은 지켜봐야 해요. 프로듀서로서, 이 도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아이돌인 그녀에게 알려줘야 하니까요."
 
"..."
 
 타네기의 각오 섞인 말에 메이도 입을 다물고 쇼코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기 위해 집중했다. 전주가 흐르고, 조금은 긴장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쇼코.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이 괜찮은 것인지 걱정이 되었지만 타네기는 마음을 다잡고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꽤나 폭발적이고 거친 전주가 거의 노래의 시작에 가까워진 순간,
 
두둥-! 두둥-! 찌이이잉-!
 
"귀 바짝 열어라아아아앗-! 꺄아하아아하학!!"
 
흠칫!
 
 아무 것도 비추지 않은 검은 세상! 새벽에 태어난 추악하고도 짐승!
 
 누구도 우리들을 받아주지 않아! 이런 지저분한 세상조차 우릴 버리네!
 
 누가 누굴 버린 것인가! 그들이 우릴 버린 것인가? 아니, 아니! 그렇지 않아-!
 
 우린 태어날 때부터 고독했네, 누구에게도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았네! 하지만,
 
 하지만! 세상은 우릴 배척하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우리가 잘못된 것인가- 우린 본능이 이끄는 자식들 본능에 충실한 우리는
 
 어째서 그들의 말을 따르는가, 그들은 왜 우리에게 복종하라 하는가-! 아아악!
 
 그래, 그래! 그들은 우릴 두려워하네, 우린 두려움 없는 짐승들! 무엇도
 
 우릴 막을 수 없기에 그들은 우릴 두려워하네. 그렇다면 우리가 보여주자.
 
 우린 그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범해라, 범해라! 평화에 잠든 저들의 머릿속을-
 
 위선을 말하는 저들의 입을- 이불 속에 웅크린 저들을 삼켜라, 먹어 치워라!
 
 우린 본능의 자식들, 오로지 쾌락만이 우리를-!
 
"그, 그만!"
 
"후하핫!...아? 한창 좋았는데 뭐야?"
 
'뭐야, 성격까지 바뀐 것 같아...'
 
"쇼코...? 노래를 잘 부르는 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아? 뭐라는 거냐, 이 암퇘지가! 노래라는 건 중간에 분위기가 깨지면 말이야, 그 속에 담긴 영혼까지 식어버린다는 걸 알고 있는 거냐? 아앙~?!"
 
"아, 암퇘지...?"
 
"쇼코! 너무 흥분했습니다. 말이 심했어요!"
 
"아...으응, 친구..."
 
'어, 돌아왔다...'
 
 타네기의 만류에 잠시 그의 얼굴을 쳐다본 쇼코. 처음으로 그녀가 노랠 부를 때의 눈을 본 타네기는 당황하고, 또 놀랐다.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져있다. 헤비메탈에서 흔히 묘사하는 그런 모습 같았다. 게다가 혀는 또 나와서 살짝 입술 위에 겹쳐 있는 것이, 그녀가 얼마나 심취해 있는 것인지 알려주는 듯 보였다. 허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이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조금 전까지의 표정이나 행동, 심지어 그 폭력적인 언행마저 전부 한 순간 얼굴에 썼던 가면이었던 것처럼 거짓말 같이.
 
"죄, 죄송해요. 평소엔 괜찮은데...음악을 부를 때면 흥분하는 성격이라..."
 
"아, 아니야. 덕분에 쇼코의 음악적 성향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았어..."
 
"어때요...?"
 
"그게...일단..."
 
 말하는 것을 망설이고 머뭇거리며 슬쩍 타네기의 눈치를 살피는 메이. 그녀로서는 아무래도 걱정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분명히 전문가가 아닌 타네기가 보기에도 헤비메탈을 부르는 쇼코의 모습은 영혼이 느껴졌다. 가수로서의 재능이나 능력을 떠나서 노래 자체에 대한 깊은 몰입도와 그것을 듣는 이들에게 공감하게 하는 전달력. 그녀가 헤비메탈을 부르는 것에 있어서 모자란 점은 없었다.
 노래의 가사들? 그런 것들은 작사의 과정에서 적당히 순화하되 느낌을 살린다면 해결되는 문제다. 단지 걱정이 되는 것은,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순간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리는 인격이다. 이번에는 타네기가 말렸기에 괜찮았지만 정식 무대나 라이브에서는 혼자 힘으로 자제해야 한다.
 
"..."
 
"...?"
 
"쇼코."
 
"어, 왜? 친구"
 
"쇼코는 노래를 부를 때 어땠습니까? 가슴이 두근거렸습니까?"
 
"어...으응. 왜 그래, 친구야...?"
 
 진지하게 정색을 하고 물어오는 타네기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쇼코는 조금 불안함을 느꼈는지, 걱정을 하는 눈빛과 표정으로 타네기를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타네기는 흔들리지 않고 그녀를 향해 다시 질문을 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습니까?"
 
"으, 응..."
 
"이 세상에 태어나...노래를 부를 수 있어 즐겁다는 생각이 듭니까?"
 
"어어...?"
 
"프로듀서 씨?"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생각지도 못한 질문의 내용에 대상인 쇼코는 물론 옆에서 보고 있던 메이도 놀란 표정으로 타네기를 보았다. 조금은 뜬구름을 잡는 것 같은 질문이기에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타네기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이돌은 모두를 즐겁게 하는 사람이기에...남들에게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선 스스로가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이 그것을 남에게 알리려고 한다면, 그것은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이 시험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됩니다. 특히나 아이돌은 노래를 부르는 순간에 느낀 감정들을 듣는 사람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노래를 부를 때 즐겁다고 느낀다면 노래에 담긴 감정이 전달되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
 
"쇼코."
 
 무릎을 꿇고 몸을 숙여 142cm의 키를 가진 쇼코와 눈높이를 맞춘 타네기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갑작스럽게 가까워지고 똑바르게 자신을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 당황한 쇼코였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그녀도 자연스레 그의 두 눈을 마주 보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당신의 노래는 좋습니다. 음악에 대해 일반인 정도 밖에 안되는 제가 듣기에도 쇼코의 노래는 분명 살아있었습니다. 당신이 부르는 헤비메탈은 분명 듣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치, 친구..."
 
"하지만 이것 만큼은 확인해야만 합니다. 쇼코, 당신은 노래를 부르며 즐거움을 느낍니까?"
 
"나, 나는..."
 
 긴장한 모습의 쇼코. 그도 그럴 것이 아이돌이 되기를 준비하면서 함께 보낸 시간 중에, 타네기가 이렇게 진중하게 나오는 모습은 보지 못했던 그녀다. 언제나 사람이 좋고,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주던 그가. 지금 눈앞에서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 굳은 표정으로. 그렇기에 그녀는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말하고 싶은 답은 분명하게 있지만 그것이 잘 나오지 않는다.
 
텁-
 
"히잇-!?"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쇼코. 만약 내가 프로듀서로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당신의 친구로서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치, 친구로서..."
 
"제가 당신에게 부탁하는 것일 뿐입니다. 아이돌의 일을 즐겨주세요.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노래를 부르는 당신을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로 즐거워 해주시기 바랍니다."
 
"...응, 알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인 쇼코. 그런 그녀의 모습에 타네기는 미소를 지었고 쇼코는 그를 향해 조금은 서툴지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친구, 나...즐겁게 노래할게. 듣는 사람들도...부르는 나도 즐거워 할 노래를!"
 
"고맙습니다, 쇼코!"
 
"...그렇다면 쇼코의 곡 컨셉은 정해졌네요. 헤비메탈...여자 아이돌이 헤비메탈이라..."
 
"괜찮습니다. 전 쇼코가 잘 해낼 거라고 믿으니까요."
 
 미소를 짓는 타네기. 그를 보던 메이는 마주 미소를 지었다.
 
"아이돌들이 부럽네요. 프로듀서 씨 같은 사람들이 곁에서 꿈을 이루는 걸 도와주니까."
 
"그렇습니까?"
 
"네. 저도 아이돌이 되어보고 싶어요...랄까나? 아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이던 메이는 쇼코를 보았다.
 
"수고했어, 쇼코. 오늘은 첫 곡의 컨셉을 잡아야 하니까 불렀던 거라고 했었지? 오늘 나랑 할 일은 끝이야. 가서 쉬도록 하고, 프로듀서 씨는 마유 좀 불러와 주세요."
 
"네"
 
"앗, 네...후히히."
 
 기분이 좋아진 것일까,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나가는 쇼코를 따라 타네기도 레슨실을 나섰고, 잠시 혼자의 시간을 가지게 된 메이는 바닥에 앉아 천장을 올려다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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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어서 한동안 못올리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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