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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핑크체크 & 딜리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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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9, 2016 03:00에 작성됨.

고대로부터 전해진 파멸의 노래

짐승이 될때 떨어져나와 빼앗긴 바늘의 음률

 

윤회의 사람이 되어

 

사도와 날아오르는 어둠

 

원망이 어두운 성으로부터 찾아와 달콤한 기록 전하며 속삭이네.

 

검은 꽃, 그 목소리가 부서진 눈에 있는 그대로 . .

 

검은 꽃, 저 노래가 만들어져 있는 채 . .

 

 

고대의 얼음과 노래가 악몽과 춤추는 슬픔을

 

무와 끊어낸 죽음이 찾아오네 붉은 숲으로부터.

 

금기의 더러움을 품고서, 희미한 그 기억이 벗겨지네.

 

검은 꽃, 그 목소리가 기도의 피를 머금은 채

 

검은 꽃, 저 노래가 참회의 날을 간직한 채 사라졌네.

 

 

재앙이 내리네

 

무너져버린 시간, 사람과 꿈.

 

거듭 헤어져가네.

 

용서받지 못한 소리의 꽃이 . . 상실 속에서

 

.

.

.

.

.

.

 

 

시마무라 우즈키는 흥얼이는 노랫소리에 눈을 뜬다. 해가 아직 산등성이에 걸쳐 어수룩한 빛을 갓 내고있을 무렵의 새벽녘에, 새들이 지저귄다. 그러나 우즈키를 깨운 노랫소리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 누군가의 노래부르는 육성이었다. 그녀는 그 소리가 아직도 들리고 있는 반향을 바라봤다.

갈색의 긴 생머리 . . 흡사 자기와 비슷한 모습을 한 뒤통수가 창문 너머 발코니에 두 팔을 올리고 경치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본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자, 꺄꺄거리며 머리카락의 주인은 도로 발코니 안으로 걸어들어온다. 웃음기를 여전히 머금은, 두 눈이 야광물질마냥 선명한 금빛으로 빛나는 신비한 여성이었다.

 

보기에는 굉장한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겸비한 여성이었으나, 그 모습을 보고있는 우즈키의 얼굴에서 영 언짢다는게 비쳐진다. 우즈키가 담요를 돌돌돌 말아서 발치 아래쪽에 놔두고서 다리를 침대 옆 바닥으로 내려 앉는다.

 

『 잘 잤니 ? 』

 

여성의 입이 움직이고 . . 조금 늦게 우즈키는 머릿속으로부터 목소리가 울려나오는 감각을 느낀다.

침대로 서서히 다가오는 발걸음에 그녀는 떳떳이 여성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 잘 지내시는지 궁금해서 찾아왔어. 』

 

" 마음은 고맙지만 . . 별로 찾아와주지 않았으면 해요. "

 

『 아~ 너무하네 정말. 』

 

 

여성은 가볍게 키득거리며 다시 거리를 벌려 뒷로 몇걸음 물러난 뒤 선다. 여성은 하의실종이 연상될 정도로 짧고 시커먼 원피스의 치마를 아슬아슬한 높이까지 펄럭이며 먼지를 털었다. 마치 우즈키에게 보여주듯이. 이후 방금전까지 풍경을 감상하던 창쪽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내걸었다.

 

『 바람 쌀쌀하니 ? 창문 닫아줄까 ? 』

 

" 아뇨 괜찮으니까 . . 쿨럭 . . ! 콜록콜록. . "

 

말을 더 하려는 찰나 센 기침을 반복한다. 자세히 보면 눈가에 다크서클이 가득하고, 볼살도 갸름해진것이 기운이 없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시마무라 우즈키가 몇번을 기침하고서, 숨을 고르고 나서야 이야기는 다시 이어진다.

물론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올 말은 단호했다.

 

" . . . 돌아가주세요. "

 

 

『 그래, 돌아가줄게. 마침 네 보호자되는 사람이 오는 것 같으니까. 』

 

 

거기에 대답하는 쪽도 명쾌하다. 오히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신나게 웃어보였다.

 

 

 

 

" 우즈키, 오늘도 왔 . . 어, 일어나 있었어 ? "

좌측을 창가로 둔 침대의 반대편 나무 문이 열리며, 그녀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에 건 플라스틱 재질 명패에는 [뉴제네레이션 산하부대 핑크 체크스쿨 부대장 - 코히나타 미호] , 라 쓰여있다. 우즈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군에 종사하기 시작하면서 우즈키와 연이 닿아 친해지게 된 전우이자 일상생활에서도 절친한 사이다.

미호가 함께 가져온 짐의 무게를 주체하지 못하고 넘어질 뻔 하다 가까스로 균형을 잡는다. 황토지 장바구니 안에서 풀줄기와 붉은 과실이 들썩인다.


" 미호, 어서오세요. "

" 응, 오늘은 몸에 좋은 야채죽 레시피를 얻어왔어. 사과 잘라주고 바로 요리해줄테니까 . .  "

 

미호가 침대 옆 나무식탁 위에 재료들을 잔뜩 늘어놓은 뒤, 목재 벽 식기걸이에 걸려있던 짧은 과도를 집어들었다.

능숙하게 사과껍질이 술술술 끊김없이 뱀처럼 늘어나는 광경을 보며 우즈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하게 본다.

 

" 우와아 - 이렇게 사과 잘 깎는 사람은 처음봐 . . ! 연습한건가요 ? "

" 응. 궁정 메이드씨들에게 시간이 될때마다 조금씩. 덕분에 . . 짜잔 ~ "

 

미호는 주욱 늘어져서 길이 30cm는 될법한 사과껍질의 선을 양 손으로 좍 펼쳐보이는 순간, 툭 . 하며 가운데에 엷게 되어있던 부분이 중력에 이끌려 끊어져버린다. 기껏 자랑하려고 펼치자마자 계획이 무산되어버리니, 얼굴에 시무룩해지며 얌전히 사과를 깎기 시작하는 미호.

 

" 괘, 괜찮아요 . . ! 다음에는 더 잘 될거에요. "

 

 

" 자, 아 - 앙. "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능숙하게 사과의 속살을 거의 같은 비율로 조각조각 갈라 그 중 하나를 포크에 찍어 입으로 건넨다. 자기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다고 거부하는 과정 없이 그대로 아이같은 느낌으로 그녀는 미호가 건네주는 단과의 일각을 입안에 넣었다. 씹자마자 달콤한 즙이 입 안을 휘감는다.

 

" 이 근방 시장에서 좋아보이는 것으로만 골라서 사왔어. 어때 ? "

 

대답 대신 기쁜 신음에 찬 응소리가 대신하자, 둘에게 미소가 가득찬다. 밖에는 산새가 지저귀고 간간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둘을 덮어주고있었다.

우즈키의 얼굴에서 미소가 영원히 계속 될 것 같이 이어지다가, 어느순간에 그녀의 표정에 도로 그림자라 드리운다. 머리위에 물음표를 띄우며 대장의 얼굴을 빤히 보는 부대장의 얼굴엔 궁금증 반 걱정 반이었다. 

 

사과를 꼭꼭씹어 목 너머로 넘기고서, 시마무라 우즈키는 몇번 입을 뻐끔인 다음 마침내 말을 꺼낸다.

 

" 미호, 언제나 찾아와주고 돌봐줘서 고마워요 . . 이렇게 아무런 도움도 못된 체 산속에 있을뿐인 저를 . . "

" 그런 말 하지 마 ! "

 

즉시 언성이 높아지며 반론했다. 코히나타 미호의 눈쌀이 살짝 찌푸려지지만 그것은 화가나서 찌푸려진게 아녔다. 답답함 때문이었다.

 

시마무라 우즈키는, 뉴제네레이션 기사단장 중 한 명이자 산하부대 핑크체크스쿨 부대의 대장으로서 왕국과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 일해왔던 명예로운 아이돌이었다. 허나, 제국과의 전쟁 직후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이 이상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여왕의 명에 따라 전후처리를 마치고서 일선에서 물러나 - 지금과 같이 요양하고 있는 상태다.

그녀가 있는 산과 숲으로 둘라싸인 지역은 우사밍 왕가가 집권하고서, 왕가 대대로 이어지는 자연을 복구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미시로 국립 공원' 의 안쪽에 있는 ' 접근 금지구역 Ⅳ ' 의 오두막이다. 본래 이 오두막은, 접근 금지구역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제지하는 관리가 거주하며 근무하기위해 만들어진 조악한 건물이었지만, 현재는 왕국의 극비명령으로 우즈키가 요양 할 수 있는 시설로 개조된 상태였다.

' 왕국의 평화와 수호의 상징 ' 격인 뉴제네레이션 기사단장 중 한명이기에, 왕실에서는 우즈키의 건강악화를 조속히 해결해주기 위해 온갖 약과 의학을 동원해 진단하고 치료과정을 거쳤다.

 

그렇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 주, 몇 달이 지나도록 우즈키의 건강은 호전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되어가기만 할 따름이었다. 속수무책. 어떤 치료법도, 어떤 해독도 그녀의 몸에는 듣지 않았다.

 

 

 

" 희망을 가져 우즈키. 우즈키는 밝게 빛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모두가 너를 기다리잖아. "

 

 

갓 요양을 시작했을 시절과는 눈에 띄도록 창백해지고 헬쓱해진 두 손을 붙잡고 마주본다. 미호의 강렬한 눈동자와 달리 우즈키의 두 눈에는 다소 빛이 옅었다. 서로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 이윽고 우즈키쪽에서 엷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에게 이렇게 헌신해주는 미호에게 고맙고 미안해서 약한 말을 했지만, 역시나 시마무라 우즈키는 좌절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좌절하지 않을것이라고 마음먹는다. 자기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기위해,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부흥하기 위해서.

우즈키의 미소에서 뭔갈 발견한 듯 미호가 찌푸린 눈을 풀며 우즈키랑 같이 입고리를 올린다. 

 

 

" 자, 여기 사과 하나 더 깎고 . . . 이거 먹으면서 기다려줘. 곧바로 만들어 줄 테니까. "

 

 

잠깐 눈 깜빡인 찰나에, 사과들을 행과 열을 맞춰 도자기 그릇위에 올려 우즈키에게 건네준 뒤, 앞치마를 허리에 둘러 묶었다. 

 

 

 

 

 

 

 

해가 중천에서 산등성이 -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가며 황혼을 자아해낸다. 저물어가는 주홍색 햇빛이 닫힌 창가를 투과해 잠에 빠진 여자아이의 턱 아래에 걸친다. 침대 옆 목재 탁자에는 작은 사발 바닥에 야채죽이 식어서 말라붙어있고, 그 옆의 도자기 그릇 위에 사과 한 조각이 남아 갈색으로 변색됨으로 존재감을 내비쳤다.

 

마루 바닥위로 쏟아지는 햇빛을 걸음이 가린다. 걸음위에 뻗어있는 다리는 목 아래로 간신히 내려오는 단발의 소녀의 의지대로 걸어 잠들어있는 모습 옆으로 다가갔다. 탁자 아래에 가려졌던 나무의자를 이끌어내어 그녀는 앉는다. 한 손은 변색된 사과조각을 집어들고 입으로 가져간다.

 

새들이 울지않는 황혼녘을 등지고 코히나타 미호는 우즈키의 앞에 그렇게 우수에 잠겨있을 따름이다.

 

 

 

 

 

" 나는 네가 싫어. "

 

 

 

 

 

조용히, 코히나타 미호는 말했다.

 

 

 

 

 

" 나는 네가 정말로 싫어. "

 

 

 

 

 

코히나타 미호는 강조했다.

 

 

 

 

 

 

" 너는 희망이야. 모두에게 비춰지는 희망의 빛. 숲에 힘을 나눠주는 태양. "

 

 

 

 

 

 

코히나타 미호는 고개를 숙인다.

 

 

 

 

 

 

" 하지만, 상냥함과 따뜻함 이라는, 그저 빛 만으로 세계는 구해질 수 없잖아. 응 ? 대답해봐. 우즈키 . .  "

 

 

 

 

 

코히나타 미호는 떤다.

 

 

 

 

 

" 하늘에서 불 비가 쏟아질 때, 죽은 친구의 종이를 가져온 슬픈 아이를 기억해 ? 그 아이도 말했어. '선' 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다고. "

 

 

 

 

 

 

코히나타 미호의 언성이 높아져간다. 두 손아귀가 굳게 쥐인다.

 

 

 

 

 

" 너의 말 뿐인 희망은, 너의 상냥함뿐인 빛은 아무것도 구해주지 못했잖아 . . 그치 ? 대답해 . . 대답해 ! "

 

 

 

 

 

코히나타 미호는 절규했다. 

 

 

 

 

 

" 아무것도 ! 아무것도 ! 어째서 ?! 어째서 우리 부모님은 죽어야 했던거야 ? 어째서 쿄코짱은 죽어야 했던거야 ?! "

 

 

 

 

 

그럼에도 잠자는 공주는 깨어나지 않는다.

 

 

 

 

 

" 너의 희망이 쿄코를 사지로 몰고 간거야 ! 네 말이, 위선이 . . 엄마와 아빠를 죽인거야 ! 네가 ! 네가 - ! "

 

 

 

 

 

코히나타 미호의 비명과 같은 목소리와 동조하듯 바람이 불었다.

 

 

 

 

 

 

 

" 그런데 어째서 ? 어째서 너는 살아있는거야 ? 응 ? 어째서 . . . "

 

 

 

코히나타 미호는 두 눈동자에 눈물을 맺힌 채 조용히 말한다.

 

 

 

 

" 미오도, 쿄코도, 다른 사람들도 다 죽어버렸는데 . . 어째서 너는 . . . "

 

" 차라리, 그 날. 호노카 대제가 온 날, 태양이 꺼져버렸으면 좋았을텐데 . . 희망의 빛이 사라져버렸다면 좋았을텐데 . . "

 

 

 

코히나타 미호는 울먹이며 고개를 수그린다.

 

 

 

" 저기 있잖아 우즈키. 그거 알아 ? "

 

 

코히나타 미호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든다.

 

 

" 나는 슬슬 한계야. 너에 대한것도 . . 사람을 지킨다는 것도 . . "

 

 

 

 

코히나타 미호는 달관한다. 이윽고 허리츰에서 뭔가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둔다.

 

 

 

" 점점 버티기 힘들어져 . . 핑크 체크 스쿨의 부대장으로서도, 네 친구로서도 . . "

 

 

 

코히나타 미호가 놓은 병에는 ' 임상용 수면제 '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한숨을 크게 내쉰다. 숨과 함께 화기도 날려버린 듯 달관한 표정을 짓는다.

 

 

 

" 모두 . .변명일 뿐이겠지 ? 그렇지 ? "

 

 

코히나타 미호는 잠자는 우즈키를 슬픈 눈으로 처다보았다.

 

 

 

 

 

 

 

 

「 매일같이, 아픔에 시달리는구나. 」

 

 

 

 

 

 

순간, 그녀는 주변을 돌아본다. 코히나타 미호도, 시마무라 우즈키도 아닌 목소리가 귀의 안쪽에서부터 타고 나왔다.

타고나온 목소리가 그녀의 몸을 두르고 올라온다. 오두막 전체가, 깊고 무거운 뭔가로 짓눌리는 듯 했다.

 

 

코히나타 미호는 몸을 타고 올라오는 소스라치는 기운에 온 몸이 굳어버린다.

 



「 너의 슬픔을 동정하노라. 불쌍한 아이야. . .

절친한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옥죄여오는구나. 」

 



눈동자 하나 제대로 자기 의지로 움직일 수 없게 경직된 그녀의 귓가에 속삭임이 들려왔다.

공포스럽고 몸서리쳐 떨쳐내고 싶은 끔찍한 울림, 그러나 몸은 . . 의지와 관계없이 별빛의 속삭임에 다가갔다.

 

 

아무도 그녀의 고통을 알아주지 못한다. 의지한 사람은 모두 죽고 쇄약해졌다. 아무도 그녀의 아픔에 대해 진정으로 대해준 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 만은 달랐다. 나의 아픔을, 나의 고뇌를 . . 받아주고 포용하려고 한다. 속삭임은 무척이나 달콤하고, 상냥하게 미호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보듬아주었다. 목소리의 부름에 코히나타 미호의 공포는 누그러지고, 얼굴은 평온해져간다.

 

 

칠흑같은 어둠은, 이윽고 영롱하게 빛나는 별이 되었다.

 

 

" 너무, 싫었어 . . 싫었어어 . . .흐으윽 . . "

 

어린 아이처럼 우는 미호에게 속삭임은 다가와 다시 한번 끌어안았다.

 

「 그래. 네 아픔에 나의 가슴도 쥐어짜지는 것과 같이 아프구나. 가여운 아이. 이제 내가 너와 함께 할테니 . . 안심하렴. 」

 

" 함 . . 께 . . ? "

 

「 네 아픔은 너의 책임이 아니란다. 허영된 희망과 잡을 수 없는 소망으로 너를 꾀어내는구나. 」

 

「 거짓된 태양이 네 눈을 가리고,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일궈내었지. 」

 

 

찬란한 빛이 그녀를 어루만진다.

 

 

「 다른 누군가가, 너와 네가 소중히 여기는 이들을 위한 태양이 되어줘야만 해. 」

 

 

빛에 감싸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임에, 빛이 한층 더 찬란하게 뒤덮는다.

 

 

「 '아픔'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위선' 과 '거짓' 이 얼마나 위험한 것임을 잘 알고있는 네가, 너야말로 태양의 그릇으로서 적합하겠지. 」

 

" 내가 . . 태양 ? "

 

「 '거짓된 태양' 은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만을 모두에게 강요해왔을 뿐이지만, 너라면 달라. 이미 한 번 '거짓' 으로 씻을 수 없는 고통을 겪은 너만이 '진짜 희망' 을 모두에게 퍼뜨릴 수 있으리라. 」

 

" 내가 . . 희망 . . ! "

 

「 자, 내 손을 잡아. 이 왕국과 백성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것은 바로 '너' 야. 」

 

'너' 라는 말에 마치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어지러움을 일으킨다. 세상이 도는 가운데에 내밀어진 빛의 손길만이 미호의 의식에 뚜렷이 인식되어 들어온다. 미호는 망설임 없이 . .  손을 붙든다. 안으로 무언가가 들어오는것과 같은 감각과 함께 . . 코히나타 미호의 의식은 새로운 바다에 빠져갔다.

 

 

 

 

 

 

 

 

 

어깨가 떨린다. 숨이 가파져간다. 온 몸이 진동하는 감각속에서 그녀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뜬다. 얼굴의 옆면으로부터, 붉은 빛으로 발광하는 선들이 뿌리처럼 뻗어나와 그녀의 안구에 닿자, 눈동자도 뿌리의 색 마냥 붉게 물들어간다. 그럴수록 호흡은 더욱 거칠어져갔다.

황혼이 완전히 떨어지고 어두운 밤이 올 무렵에 그녀의 두 눈은 피와 같은 시뻘건 색으로 물들어 본연의 빛을 잃어가고있었다.

 

" 크으 . . 크으으 . . . "

 

짐승과 같이 숨을 내몰아쉬는 귓가에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 자, 네 할 일을 이행해라. 」

 

" 흐흐 . . 내가 희망, 모두의 . . 히 . . 히히히 . . . "

 

입고리가 찢어질듯한 미소를 담은 채, 단검의 선 날이 서서이 잠든 얼굴로 다가간다. 몸도 마음도 뭔가에 붙들린 것 같은 억센 감각이 그녀의 한 축에 남아있었지만 그런건 이미 아무래도 상관없이, 그저 눈 앞에 거짓과 위선으로 모두에게 아픔만을 가져다준 잠자는 공주의 빛을 빼앗는 것 만이 그녀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퍼뜨려져있던 지 오래였다.

 

" 내가 되는거야 . .내가 . . 내가, 흐 . . 후히히히 . . 내가 . . ! "

 

 

「 너야말로. 」 

 

 

 

별빛은 그녀에게 확신시킨다.

 

 

 

 

「 희망이다. 」

 

 

 

그녀야 말로 구원의 태양. 왕국의 희망이라고. 확신이 강해면 강해질수록, 칼끝은 자고있는 얼굴로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순간, 칼날이 코앞까지 다가간 순간, 빛 속에서 '또 다른 빛' 이 다가왔다.

 

 

빛은 찬란히 빛나는 별 속에서 혼신을 다해 외친다.

 

 

 

-  . . 안돼요 ! 미호 . . !  -

 

 

 

 

" 어 ? 어어 ? "

 

 

미호의 떨리던 몸이 뚝 멎는다. 별의 따스한 속삭임이 멀어짐을 느낀다. 구원의 빛이 멀어져간다. 그 사실에 미호의 흰자위가 혈관으로 가득 차올랐다. 억제 할 수 없는 분노가 몸 안에서부터 솟아올라 붉어진 눈동자를 더 붉게 물들인다.

 

 

- 스스로를 버리지 말아요 ! -

 

 

 

혼신을 다하는 빛의 외침에, 화가 멎는다.

다만, 아직 칼을 뻗은 팔에만은 뺄 수 없는 힘이 쥐어져 남아있는 분노를 대신하는 듯 떨려오고 있었다.

 

자신을 뒤덮고있던 따스한 빛이 도로 어둠으로 돌아온다. 눈의 붉은기가 다소 옅어지며, 떨리는 목소리가 한 이름을 부른다.

 

" 우즈 . . 키 . . . "

 

 

 

- 어떤 길을 걸어가던, 또 어떤 생각을 하고있던지. 저는 미호를 믿어요. 그러니까 제발 . . 부탁해요 . . -

 

 

 

 

" 아, 으 . . 아아 . . ! "

 

 

코히나타 미호가 칼끝을 뻗은 채 경련하며 몸을 발광한다.

 

들썩이던 미호를 . . 다시 한번 간절한 외침이 부르고, 멈춰세운다.

 

 

 

- 자신을 . . 내던지지 말아줘요. -

 

 

 

" . . . ! ! "

 

어둠과 별빛이 뒤섞인 무언가가 생물처럼 비명같은것을 내지르며 미호의 주변에서 거세게 멤돈다. 붉은 혈관 두 무리 중 한 쪽이 광기에 가득찬 눈으로부터 뿌리를 거두고, 진홍빛으로 젖어있던 눈동자가 본연의 갈색으로 회귀해간다.

 

그것과는 별개로, 아직 붉은 핏발이 남아있는 쪽, 칼을 쥐고있는 팔이 격동했다.

 

뿌득거리면서 비틀리는 소리를 내면서 뼈가 살점을 뚫고 튀어나오고 힘줄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올라 풍선처럼 되었다. 별빛이었던 끔찍한 기운이 하늘에서 쏟아지듯 울려퍼지며 미호의 머릿속을 뒤섞으며 곧장이라도 터뜨려버릴 듯이 옥죄었다.

 

 

 

「 자만으로 빚어진 세계 위에 안주하려고 할 수록, 고통만 늘어갈 뿐이다 - . 」

 

 

" 으 . . 으그읍 . . ! "

 

 

입술을 악문다. 눈동자의 좌 우가 각자 두개의 의지를 가진 채 부풀어올라 잠자는 소녀에게 다가가는 팔을 부릅뜨고 노려보다가, 왼쪽 팔이 반대쪽의, 아직 부풀어오르지 않은 손등부위를 힘껏 내리쳤다. 아니 . . 정확히는 내리 찔렀다. 그 증거로, 굳게 쥔 주먹 안쪽에서 세 갈래의 뾰족한 포크끝이 핏방울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푹, 푹, 푹 . . ! 

 

 

멈추지 않고 찌른다. 찌를 때 마다 붉은 눈동자 쪽에서 '뿌리' 들이 들썩거리며 몸 반쪽 전체가 경련을 일으킨다.

입술에 잇자국이 남도록 깨물고, 아픔에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져도 멈추지 않는다. 핏방울이 침대 시트와 바닥에 빗발치고 핏줄기가 흘러 이불을 적신다.

 

" 으으으 ! 으으으윽 . .  ! ! "

 

 

 

「 너의 나약함. 」

 

 

 

 

" 크으아 . . ! ! "

 

 

 

 

「 너의 무가치함. 」

 

 

 

 

 

" 으아아아아 . . ! ! ! "

 

 

 

 

「 모든것이, 거짓된 세계의 이기를 증명하고있다. 」

 

 

 

 

" 떨어져! 떨어져 ! ! "

 

 

 

 

 

 

 

「 발악해라. 꿈의 끝이 다가올테니. 」

 

 

 

 

 

 

 ─── 떨어져ㅓㅓ - ! ! 

 

 

 

 

 

 

밤 새 저물어있던 햇살이 도로 빠져나와 지평선에서 솟아나와 하늘을 비춘다. 노을이 올라오는 새벽녘 무렵에 시마무라 우즈키는 이불을 적시는 축축한 감각에 눈을 떴다. 분명 미호가 준 야채스프를 먹고 몰려오는 춘기때문에 잠에들긴 했는데 . . 몸이 꽤나 뻐근하고 빡빡했고, 머리가 조금씩 울리는것은 덤이었다. 머리를 부둥켜잡으며 허리를 일으키던 우즈키는 일순간 행동을 정지하고 얼어붙었다.

이불을 적시는 축축함의 근원 . . 응고된것과 응고되지 않은것이 뒤섞여서 . . 새하얫던 이불은, 장엄한 하나의 추상화를 휘갈겨놓은 것 마냥 선혈로 수놓여있었다. 그리하야 경악을 금치 못하고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소녀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말을 건다.

 

" 일어 . . 났 . . 어 ? "

 

목소리에 힘이 없고, 김빠진 탄산같이 맥없는 느낌, 하지만 목소리 자체는 많이 들은 것이었다. 우즈키가 흔들리는 동공을 싵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마자, 설마했던 진실이 그녀를 덮쳤다. 힘줄이 몸 군데군데 부풀어오르고, 곳곳에서 냇물처럼 피를 흘려보내는 작은 구멍들, 특히나 한쪽 손은 이미 손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을정도로 뒤틀리고 뭉게져있었다.

 

그런 자기 모습은 아랗곳 않은 채, 코히나타 미호의 얼굴은 시종일관 미소였다.

 

" 미호 ? ! 어떻게 된거에요 ? 제가 잠든 사이에 대체 . . . "

 

" 나. 우즈키가 . . 역시, 좋았던 거. . 였 . . "

 

" 에 ? "

 

 

 

털썩.

 

고개가 옆으로 휘청이며 의자와 함께 쓰러진다. 그리고 침묵.

 

" 미호 ── ! ! "

" . . . . "

 

" 정신차려요 미호 ! 죽으면 안돼요 ! 대체, 대체 무슨일이 . . 뭐 때문에 . . ! "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는것도 아랑곳 않고 소녀, 우즈키는 옆으로 고꾸라진 친구에게 다가간다. 목덜에 손을 얹고 우즈키는 식은땀을 한방울 떨어뜨렸다. 손가락 끝으로부터 전해지는 감각이, 너무나도 옅었다.

 

 

 

" 맥박이 가늘어 . . 어떻게, 어떻게해야 . . ! "

 

이곳은 분명히 주거하며 살아갈 수 있는 오두막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 자체의 심각성이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마루바닥과 이불을 가득 적신 피바다는 눈앞에 쓰러져 눈뜨지 못하는 소녀가 곧 있으면 삼도천을 건너리라는걸 확정시켜가고 있었다. 고작 구급용 상비약품 몇 개로 처치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시마무라 우즈키는 . . 머릿속에 떠오른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을 떠올린다.

 

절대로 해서는 안돼고, 하면 안됀다고 . . 린도 , 란코도, 우사밍 여왕도 언급했던 그 방법.

 

그것 뿐이다. 눈앞에 죽어가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소녀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각오를 다진다.

 

 

곧바로 양 팔을 앞으로 뻗자 일어난 것은 . . . 평범한 아이돌이라면 경악과 혐오에 가득찰 그것.

 

 

 

그녀의 양 팔에서, 검은 화염이 솟구친다.

 

화염의 일부가 문양처럼 우즈키의 피부속으로 스며들어가 표피를 타고 어깨와 쇄골을 지나 목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순간, 올라오던 화염의 문양이 멈추자 . . 주변의 공기 역시 멈췄다.

 

 

 

지저귀던 새도 멈추고, 불던 바람도 뚝 끊기면서 오직 하나, 발걸음만이 그 정적 속을 가로질러 우즈키의 앞에 나타나 춤춘다.

 

 

 

긴 생머리가 휘날리는, 아름다운 여인이 빛나는 금안으로 빛이 바래져가는 두 눈을 응시한다.

 

 

 

 

 

 

『 오랜만이네 ? 하루만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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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히나타 미호 ]

 

미시로 왕국에 소속된 아이돌(능력자)이자 동시에 '뉴제네레이션 기사단' 의 산하부대인 '핑크 체크 스쿨' 의 부대장을 맡고있는 인물.

시마무라 우즈키와는 같은 나이또래로 우즈키가 타케우치 프로듀서에게 발탁되어 뉴제네레이션 기사단이 되기위한 교육을 받을 시절부터 교류가 잦았으며, 종전 후 시점에선 고인이 된 '이가라시 쿄코' 와 더불어 셋이, 뉴제네레이션 셋과 별개로 각별한 사이다.

하지만, 오토노키자카 제국과의 전쟁중에 뮤즈의 일원인 '니시키노 마키' 에게 세뇌당한 주민들의 집단자살을 막으려다가, 미호 본인도 세뇌에 걸릴것을 우려한 우즈키의 제지로 앞에 나서지 못하고, 직후 시민들 사이에 섞인 부모의 죽음을 목격해버리게 된다. 거기에 이어 날아온 이가라시 쿄코의 사망소식까지 더해져 멘탈은 조각조각. 이후 종전까지 수도방위 명목으로 전선에서 이탈하였다.

전쟁이 끝난 직후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된 우즈키가 일선에서 더 이상 활동 할 수 없는 탓에 요양을 가게되는 사실을 여왕으로부터 전해듣고, 이 때에 어느정도 정신줄을 부여잡은 미호는 스스로 보호자를 자청했다. 여왕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고 그녀는 우즈키의 요양장소를 아는 얼마 안돼는 중요인물이 되었다.

 

아이돌로서 가진 능력은 '네이키드 로맨스' 로, 사물의 투시가 자유자재로 가능하다. 능력스위치를 자기 의지대로 온/오프가 가능하며 온갖 생물, 비생물을 막론하고 내부를 투과하여 볼 수 있지만, 적당량의 빛이 매개가 되지 않으면 투시하는데에 애로사항이 꽃핀다.

 

미호 曰 ' 밤눈이 안좋아서 . . ' 라고.

 

 

[ 미시로 왕국 국립공원 ]

 

먼 옛날 미시로왕가를 몰아내고 집권한 우사밍 왕가에서 여태까지 무차별적으로 파괴해온 자연을 복구한다는 일념하에 왕가 대대로 연이어 이을 장기프로젝트로서 가꾸어진 인공 산림. 본래는 황량한 흙산이었지만 왕실 3 대를 연이은 작업과 꾸준한 캠페인을 동원해 점점 그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는 실정. 최근 오토노키자카와의 전쟁에서, 수도의 동부에 인접해있던 덧분에 서쪽에서 밀려오는 제국군으로부터 초토화당하지 않고 청정 그린벨트로서의 가치를 보존하고있다.

종전 후 복구작업에도 국립공원의 목재는 일절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으로부터, 왕실에서 얼마나 이 산림에 신경쓰는지 알 수 있다.

국립공원은 평일에는 오후 8시까지 열려있으며, 공원 내에는 절대로 가서는 안돼며 눈으로만 구경하라고 못박아진 다섯 곳의 '접근 금지구역' 이 존재한다.

 

얼핏 규모로 보면 '이름없는 큰 숲'에 맞먹지만. 기이하게도 생태계는 거의 없다시피 한 탓에 관광객은 좀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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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슴미다. 단편입니다.

 

나는 이 시간까지 뭐하고있는거지 . . 분명 더워서 잠이 안오고있는 건 확실합니다만 . . 

 

핑크 체크 스쿨관련 설정을 풀어보려고 썻다가 기승전 자해Show . . . . 

미호는 과연 살 것인가 ? 그건 추후에 쓰게 될 본편에서 밝혀집니다 !

 

 

 

혹시라도 설정 관련으로 구체적인 궁금한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쪽지로 문의해주세용~

신데렐라 판타지는 여러분의 참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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