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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인간과 병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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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7, 2016 03:28에 작성됨.

와쿠이 루미는 위기상황을 수도없이 겪어왔다.

괴물을 사냥할 때, 의뢰를 받을 때, 그녀의 삶 하루하루가 위기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위기는 그녀가 겪은 것들중 세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위기였다.

 

“저기다! 와쿠이 루미다!”

 

“칫!”

 

루미가 한손으로 검을 뽑아내며, 병사들과 맞선다.

 

푸슉!

 

“크윽!”

 

성공적으로 첫 번째 병사의 배를 뚫은 그녀였지만, 등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격통에 이를 악 문다.

 

그 존재에게서 입은 자상은, 무언가 불가사의한 힘을 담고 있었다.

괴물사냥꾼으로서 강력해진 몸이었지만, 베여진 상처는 포션을 발랐음에도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벌어지는듯 하였다.

지금도, 그것에게 베인 배와 등에는 피가 흥건히 번져나오는 것을 볼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미의 검격은 여전히 치명적이었다.

 

재빠르게 달려들어 병사들의 목을 딴 그녀는, 자상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면서 뒷골목으로 들어간다.

 

“제길...”

 

와쿠이 루미는 수도 어딘가의 뒷골목에서 가쁜 숨을 들이마쉬고 있었다.

 

땡! 땡! 땡!

 

위급함을 알리는 종소리가, 수도 곳곳을 울리면서 잠을 자던 국민들을 깨웠다.

 

“암살자가 도망쳤습니다!”“와쿠이 루미를 보신분은 지금 병사들에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병사들의 외침과, 그에 호응하는 목소리들.

 

“그... 와쿠이 루미가? 호위하는 괴물사냥꾼이었잖아?”“배신한 건가?”“배신자에게 죽음을!”

 

“우우우우우우!”

 

‘안 좋아...’

 

루미는 지금, 완벽하게 아이리의 암살자가 되어있었다.

 

“크윽...”그 정체불명의 것에게 입은 상처에서 나온 피를 억누르며, 루미는 혼미해져가는 정신을 다잡는다.

 

‘나는 아이리를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증거는 나에게 향하도록 조작되겠지... 아니, 재판이라도 가면 다행일걸.’

 

너무나도 완벽한 상황에, 루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리의 ‘의심’이 커져가는 때. 아이리는 죽고 그녀가 친애하던 란코도 사라졌다. 개국공신의 숙청. 그리고 그 주위의 인간들을 제거. 그 능구렁이 같은 남자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이걸로... 돈은 못 받게 되었군... 제길... 쿨럭... 커헉!”

 

루미의 입에서 검은 피가 토해져나왔다. 포션을 마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상이 매우 심각한듯 하였다. 사실, 그 몸으로 왕궁을 빠져나온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부를 상황이었다.

 

‘젠장... 몸이... 안 움직여...’

 

갑옷이 천근과도 같이 무거워지고, 다리의 힘이 풀리기 시작한다. 놈들은 샅샅이 뒤지고 있으니, 이곳도 곧 발견할것이다. 이대로 목을 찌를까. 라고도 생각하지만, 그럴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 분하지만, 그녀로서는 할수있는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제...길...”

 

루미는 골목에 등을 기대앉아, 가쁘게 숨을 내쉰다.

 

“나 역시... 침대에서 죽을 팔자는 아니었나 보군...”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며, 루미는 고개를 떨구었다.

 

.

.

.

 

“뭔 소란이야...”

 

뒷골목. 십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뒷골목을 걷고있었다.

아름다웠지만, 노골적으로 파인 옷은 그녀가 이른바 ‘꽃을 파는’ 아가씨임을 알수 있었다.

그녀는 이른바... 출장 서비스를 하고 난 이후, 고객의 집에서 나와 창관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고객의 집이 외곽이었으므로, 이 소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런 소란에는 엮이지 않는게 상책이지... 마담에게 혼나기전에 얼른 돌아가야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걸음걸이를 빠르게 하려고 했을때,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비쳤다.

 

“...”

 

누군가가 골목 구석에 기대고 앉아있는 모습. 원래대로라면, 그녀는 그런 인간을 무시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보나마나 술에 취해 뻗어있는 사람이니까. 오히려 그런 인간이 갑자기 달려들 경우도 있으니, 더욱 빠르게 지나치는 편이다. 하지만, 그 인간이 차려입은 옷이 평범한 것이 아닌것을 깨닫고, 그녀는 앉아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

 

“에엑! 피... 피!”

앉아서 쓰러져있는 루미를 발견한 소녀는 그대로 얼어붙어버린다.

배와 등부분의 옷은 원래부터 빨간색이었다고 해도 믿을만큼 시뻘개져 있었고, 루미의 얼굴은 점점 새파래지고있다. 아마 용병같은 사람이 강도에게 찔려서 버려져있었겠지. 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아... 아...”

 

소녀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그러나, 소녀는 이내 고개를 붕붕 털고, 쓰러져있는 루미를 부축한다.

 

“앗... 무거...”

 

그녀 자신은 힘이 좋다고 자부하는 편이고, 갑옷이 경갑옷이라고는 해도 갑옷을 입은 여성을 업는것은 힘들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내 중심을 똑바로 잡고,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다행스럽게도 창관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루미를 업고 간지 1분정도 지나...

 

“제길... 뒷골목은 복잡한데...”

 

“? 이거봐! 핏자국이다!”

 

“그래!? 그렇지만 끊겼어... 어디로 간거지? 지붕이라도 탄건가?”

 

병사들이, 정확히 루미가 있던 곳으로 들이닥쳤다.

 

.

.

.

 

마담. 레이코가 운영하는 창관은 도시에서도 제일 큰 창관이다. 수년전에 수도에 나타나 창관을 세운 레이코는 나라에서 제일 가는 고급 창녀이기도 했다. 그녀는 상당히 특이했는데, 자신의 가격책정을 자신의 마음대로 매긴다는 것이었다. 어떤 남자에게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불렀지만, 어떤 남자에게는 밥 한끼값으로 받을때도 있었다. 어떤때이든, 그녀와 만난 남자들은 그녀의 몸뿐만이 아닌 지성, 카리스마, 성품에 매료되었다.

그녀의 창관에서의 절대적인 규칙은, ‘자신을 소중히 하라’라는 것이었다. 어떤때라도 무리한 요구는 거부할 것.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상담할 것등의 지침은 그녀 아래에 있는 꽃들의 의욕을 늘렸으며, 이는 적극적인 매출의 신장을 가져왔다.

꽃 하나하나를 자신의 동생으로 생각하는 레이코는, 출장을 간 한송이의 꽃이 아직 돌아오지 않는것에 약간 초조해하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호위를 한명 붙여야겠어. 호위가 있으면 집중이 안된다니... 그런 말을 들은 내가 바보지...’

 

'늦었잖아! 대체 뭘하다... 아니! 그건 누구냐!?'

 

'비켜요! 마담을 보게 해줘요!'

 

호위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임을 깨닫고, 레이코는 방을 나와 창관의 입구로 향했다.

 

“!! 뒤.... 뒤에 그 사람은...”

 

“모...몰라요! 뒷골목에서 쓰러져 있었어요!

 

“내 방으로 옮겨라! 그리고 넌 빨리 옷을 갈아입고 씻고!”

“하... 하지만...”

“어서!”

 

레이코의 목소리가 엄해지자, 소녀가 움츠린다. 그녀는 레이코가 평상시엔 친절하지만 화가나면 매우 무서운걸 잘 알고있다.

 

“...가자.”

 

호위중 한명이, 소녀의 팔을 부드럽게 잡자, 소녀는 어쩔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발을 돌렸다.

 

그녀를 부축하면서 방으로 들어와서 조심스럽게 루미를 눕힌 레이코는 서둘러 갑옷과 옷을 벗겼다.

 

“!!!!”

 

자상은 이미 흉측하게 벌어져있었고, 그곳에서 피는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일반인이었으면 이미 과다출혈로 죽었을테지만, 루미같이 괴물사냥꾼어서 겨우 버틸정도였다.

 

“...저주에 가까운 상처잖아... 도대체 누가...”

 

레이코가 중얼거렸다.

 

“...어쩔수 없지...”

 

레이코가 그녀의 상처에 손을 대며, 눈을 감았다.

 

“라포스리도느... 베렐... 치리라젠투...”

 

레이코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오더니, 그녀의 손에서 서서히 빛이 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상처에서 뿜어져나오는 검은색의 독기가, 서서히 레이코의 몸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큭... 엄청난 독기야... 도대체 누가...”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끝까지 독기를 뽑아내자, 기묘하게도 피가 멎어들기 시작했다.

 

“자... 이제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볼까...”

 

.

.

.

 

‘이곳은... 어디지...?’

 

루미의 정신이 서서히 부상하였다.

 

분명한것은, 그녀의 몸 자체는 무언가 따뜻하고 푹신한 것에 눕혀져 있다는 것이었다.

 

‘배와 등이 아직도 아프군...’

 

그날의 격통과는 비교도 할수 없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는 레벨의 아픔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눈을 뜨는것이 우선이다.

 

“으읏...!”

 

눈을 뜨자, 천장의 아름다운 무늬가 눈에 뜨인다. 그다음에 느껴지는 것은 후각. 향수같은 냄새. 그 다음에는 촉각. 부드러운 침대와 이불이 느껴졌다. 그 다음에는 청각...

 

“일어났어?”

“!!”

“움직이지마. 아물어가는 상처가 벌어지는걸 보기 싫으면.”

“...”

 

그말대로였기에, 루미는 얌전히 누워 고개만을 돌리자,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자신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 레이코가 보였다.

좋은 나무로 만들어진 책상과 가구들. 호랑이 가죽으로 덮여진 바닥. 푹신하고도 따뜻한 침대는, 그녀가 상당한 부자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와쿠이 루미... 맞나? 영웅. 아이리의 암살범. 응?”

“...그렇다.”

 

‘부정해봐야 쓸데없겠지...’

 

실제로, 밖이 시끄러운 이때에 자신의 몽타주 정도는 나돌것이다. 확인하고, 왕국에 넘겨주려면 진작에 넘겨줄수 있었다.

 

“당신. 아이리를 정말 암살했어?”

“...아니.”

“그래?”

“...그게 끝인가?”

“음? 나로서는 어찌되든 상관 없었어.”

“...무슨 말이지?”

“네가 암살범이 아니면 무고한 자를 치료해주는거고, 암살범이면... ‘통쾌’... 하다는 이야기일까.”

 

‘...비인간인가.’

 

루미는 직감하였다. 처음 봤을때부터 위화감이 있었고, 아이리를 영웅으로 여기지 않는 자들은 현재 ‘비인간’들 뿐이다.

 

“잘 숨어있었군.”

“잘 숨고있지. 비인간이 하루아침에 몰살당하는 때에, 살아서 인간계에 잠입하는건 쉽지않아.”

 “...여긴 어디지?”

“장미정원. 어딘지는 알려나?”

“수도에서 제일 큰 창관.”

“그래. 운이 좋았네. 당신. 내 아이가 발견해서 데려온데다, 만난것도 나였으니까.”

 

“...”

 

루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운. 무엇때문인지 몰라도, 운은 루미의 편이었다.

 

“안심해. 그 아이는 입이 무겁고, 호위도 적절하게 입막음을 시켰으니까.”

“입막음...?”

“응? 별거아냐. 그냥 제국으로 심부름을 보냈을뿐. 자연스러운데다가 호위도 너를 궁금해하지 않아.”

“...그런가.”

“그런것보다, 너의 그 상처... 어디서 난거야?”

“...아이리의 암살자와 싸웠을때 얻은 상처다.”

“실은, 내가 너의 상처를 치료해줄때 상당한 독기를 뽑아냈거든.”

“...독기.”

“그 독. 평범한게 아냐. 일종의 ‘기운’ 그것도 아주 불길한 기운... 도대체 뭐야?”

“...모르겠다. 어떤 물리적인 공격도 통하지 않는, 안개와도 같은 존재. 게다가 나조차도 손을 쓸수없는 놈이었다. 내가 알고있는 존재중 어떤 존재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

 

레이코가 잠깐 생각하듯 눈을 감고 있다가, 잠시후 눈을 팟 뜨며 말했다.

 

“모르겠어.”

 

“역시...”

 

“...아무튼 지금의 너는 회복하는데만 주력해.”

 

“미안하군... 돈은 없지만 나중에...”

“돈? 루미. 나에게 돈은 필요없어. 창관을 운영할 돈과 내가 보전할 돈은 내가 충분히 벌수 있으니까. 그저 낫기만 하면 괜찮아.”

“...고맙다.”

 

루미는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표하자 레이코가 미소짓는다.

 

“...잊을뻔했군. 너의 이름은?”

“나는 타카하시 레이코. 직업은 꽃가게의 주인. 잘 부탁해. 와쿠이 루미.”

 

레이코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인사하자, 루미도 옅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나는 와쿠이 루미. 괴물사냥꾼이다..잘 부탁한다.”

 

.

.

.

 

레이코의 말대로, 루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냈다. 딱히 할수 있는것도 없는데다가 조금이라도 회복을 빠르게 하고싶다면 가만히 있는것이 최선이었다. 괴물사냥꾼의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기에, 이정도라면 일주일 정도라면 회복할수 있을것이라고 루미는 생각했다.

그리고, 레이코의 예상과는 다르게 루미에게는 창관의 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들을수 있었다. 방음이 잘 되었다고 할지라도, 그녀의 민감한 청각은 그녀의 방과 가까운 로비의 대화를 조금이나마 들을수 있었다.

잠에서 깨있을때는, 이 소리에 집중하면서 바깥의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뭐 그러다가 정사소리를 들은적도 한두번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손님들이 꽃을 지명하는 쓰잘데기 없는 소리였지만, 그래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와쿠이 루미가 도망자가 되어 왕국이 그녀의 행방을 샅샅히 뒤지고 있다.’

 

그들로서는 루미를 잡은 후 죄를 물어 신속히 처형하는것이 인기를 얻는 방법일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루미는 그들에게 결코 붙잡혀줄 생각이 없었지만. 하지만 철저하게도, 왕국은 수도의 집이란 집은 샅샅히 뒤져, 루미를 찾아내려고 하였다. 물론, 이곳 역시 수색대상이였지만, 어떻게 알아냈는지 창관이 수색대상임을 알아낸 레이코가 한가지 책략을 냈다.

 

“루미. 너는 침대 밑에 숨어있도록 해.”

“...침대 밑에 숨는걸로는 그들을 속일수 없을텐데.”

“안심해. 그들은 절대로, 침대밑을 볼수도 없을거야.”

“어떻게?”“후훗. 그건 비밀이야.”

 

루미는 더 이상 묻지않고, 얌전히 침대밑으로 들어가 쥐죽은듯이 누워있었다.

 

“...님. 제 방은 어떠신가요?”

 

레이코가 말하자, 그 다음에 늙은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받아쳤다.

 

“오오. 좋군. 레이코양의 방은... 레이코양을 잘 드러낸다고나 할까.”

 

남성의 목소리는, 루미가 알고있는 것이었다. 그는 이 왕국의 유력 귀족중 한명인 자였다.

 

“아뇨. 토오루님의 방보다는 못한걸요.”“으흠. 그런가...? 확실히 나의 방에는 귀중한 전시품이 있지만...”

 

귀족을 띄워주는 말로 시작하는 레이코는, 남자의 말마다 맞장구를 비롯해 귀족의 수준과 맞는 고급스러운 대화를 함으로서, 귀족의 기분을 들뜨게 하였다.

 

‘일급 창녀라는게... 거짓말은 아니었군’

 

“... 토오루님...? 이제 슬슬 토오루님을 침대로 모셔도 괜찮을까요?”

 

뇌쇄적인 레이코의 말에, 귀족은 음흉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 레이코양.”

 

그리고 난 후, 루미가 밑에 누워있는 바로 그 침대위에서, 귀족과 레이코는 격렬한 정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

 

루미가 약간 황당해하면서 가만히 있는 그때...

 

‘안됩니다! 여긴 레이코님의 방...’

 

‘닥쳐라! 어떤 방도 예외는 될수 없다!’

 

‘아니, 그것이...’

 

벌컥!

 

“...?”

“아...?”

“...!”

 

조사원으로 보이는 장교가 맨 처음으로 본것은, 귀족의 배 위에 올라타서 가쁜 숨을 쉬고있는 레이코였다.

 

“꺄아아아아악!”

 

장교가 당황하는 찰나, 레이코가 비명을 지르면서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그러자, 누워있던 귀족의 얼굴이 장교를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아... 저...”

“네놈은 누구냐!"

"저... 저는...“

 

장교 역시, 귀족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왕궁내에서도 높은 직위를 지닌 귀족이었으니까.

 

“저... 저는 와쿠이 루미를 찾으러 수색하는 담당 장교...”

“...네놈의 최고 상관의 이름을 말해라.”

 

귀족의 말은, 그 이상으로 차가워질수 없을 만큼 차갑고 냉혈한 목소리 그 자체였다.

 

“넷!? 저...”

“그 개자식이, 남녀가 있는 방에서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 젖히라 명령했는지 한번 물어봐야겠구나.”

“저... 저...”

 

장교가 패닉에 빠진듯하자, 귀족은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장교에게 선고하듯 말했다.

 

“...아니. 됬다. 내가 직접 그녀석과 만나보지. ...레이코양. 미안하네. 오늘 만남은 이걸로 끝내야겠어. 돈은 내 하인이 오늘 저녁내로 가져다줄것이야.”

“...죄송합니다. 토오루님.”

“내가 더 미안하다네... 모처럼 레이코양이 데이트를 신청해줬는데 말야.”

“그런... 데이트라니...”

 

귀족은 옷을 입고나서, 근엄하게 말했다.

 

“안내해라.”

 

뚜벅... 뚜벅...

 

이윽고 레이코의 방의 문이 닫히고 레이코와 루미만이 남자, 레이코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 됐어.”

“...불쾌한 경험이었다.”

“어머. 어떤게?”

 

레이코가 루미의 손을 잡아 그녀를 일으켜주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로 물었다.

 

“침대 밑에 누워, 위에서 격렬하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

“난 조금 흥분했는데?”

“...아무튼, 훌륭한 계획이었다. 그건 인정할수밖에 없군.”

“아아. 이걸로 내 방은 앞으로도 결코 수색할수 없을거야. 루미.”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지?”“음?”

 

루미가 침대에 앉아, 레이코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그저 괴물사냥꾼이다. 너에게 어떠한 보답도 해줄수가 없어. 그냥 나를 저들에게 넘기는것이 너에게도 안전할텐데.”

“...널 왜 보호해주고, 치료해주느냐. 그게 궁금하다는거지?”

 

레이코가 미소지었다.

 

“난 괴물사냥꾼에게 빚이 있으니까.”

 “...?”

“옛날에, 내가... 음. 위기에 처한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그걸 어느 이름 모를 괴물사냥꾼이 구해주었어. 멋진 남자였지.”

“...”

“실력이 뛰어난 괴물 사냥꾼이었어. 괴물사냥꾼은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나는 그를 상처를 치료해준다고 권유하고 나의 집으로 데려왔지. 그리고... 음. 내가 만난 남자들중에서 제일 훌륭한 사람이었어. 그리고 그 다음날. 내가 잠을 자고 있는 틈을 타서 떠났지. 괴물사냥꾼은 불임이라는게 아쉬울정도였으니까...”

“그런가...”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어... 나중에 내가 자리를 잡고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괴물사냥꾼은 전 대륙을 떠돌아다니니까. 찾는것도 쉽지 않겠지.”

“맞아... 꿈과 같은 밤이었지.”

 

레이코가 그때를 생각하듯, 추억에 젖은 눈동자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상처투성이의 너를 보고 그가 떠올랐어... 괴물사냥꾼들은 한눈에 바로 알수 있으니까.”

“...인연이었군.”

“인연...? 음. 생각해보면 그럴지도.”

“...그래.”

 

루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눕자, 레이코도 자리에 일어섰다.

 

“...그럼 나는 이만. 저 불청객분들이 들쑤시고 난곳을 정리해야할테니.”

“...잠깐. 레이코.”

“음?”

레이코가 돌아보자, 루미는 레이코를 바라보며 분명하게 말했다.

 

“고맙다.”

“뭘.”

 

레이코가 빙긋 미소짓더니, 방을 나가자, 커다란 레이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이리 소란스러워! 자. 집중! 불청객들에게 방해받은 손님은 있어?’

 

“...”

 

루미는 피곤함을 느끼며, 다시 눈을 감았다.

 

“...스승님.”

 

그녀는 작게 중얼거리면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사실 1편 이후의 스토리를 쓰고 있었으나 다리나님의 8편과 여러가지 상충된 설정을 발견. 그냥 폐기하고 루미의 그 후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가독성이 개판이었네요.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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