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Blue Story -5- side C

댓글: 4 / 조회: 1486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6-10, 2013 00:02에 작성됨.

오늘도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해가 밝아오자 형식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멍한 머리에 손을 대며 힘들게 일어났다. 이틀 째 잠을 자지 못한 탓인지 몸이 어제보다 더욱 더 무겁게 느껴졌다.

치하야:몸이 어째 좀 무거운 것 같은데...아냐, 아냐.

고개를 몇 번 흔들어 정신을 집중시키고 샤워실로 향했다. 뜨거운 물이 내 마른 몸을 적시는 그 순간 정신이 순간 아득해져왔다. 난 벽에 손을 댄 뒤 머리를 흔들어 다시 한 번 정신을 잃지 않도록 머리를 몇 번 양옆으로 흔들었다.

치하야:역시 이틀은...무리려나...?

난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진한 커피를 한 잔 타서 천천히 마셨다. 진한 커피를 마시고 나니 조금은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난 가방을 챙겨들고 사무소로 향했다.

치하야:오늘은 이런 일정을...해봐야겠다.

사무소로 가는 도중에 가방에서 내일 오디션이 열리는 회장의 약도를 꺼내서 보았다. 난 미소를 지은 뒤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그걸 가방 안에 도로 집어넣고선 사무소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무소에 도착해서 문을 연 그 순간...

P:그렇구나 네가 아마미 하루카구나...

상의를 벗은 프로듀서와 하루카가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난 순간 정신이 아까처럼 아득해질 뻔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물어봤다.

P:아앗!

치하야:지금 무슨 짓을...

내가 매섭게 노려보자 프로듀서는 옷을 황급히 챙겨 상의에 두르다 시피 옷을 걸치고 손사래를 치며 부정의 표시를 보냈다. 내 목소리가 들려오자 하루카는 뒤돌아본 후 웃으면서 나에게 인사를 해주었다.

하루카:아, 치하야! 담당 프로듀서가 허리가 아프다길래 파스를 붙여주고 있던 중이었어.

난 그 말을 듣고 가슴을 한번 쓸어내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치하야:그렇다면 그렇다고 말하시지...왜 오해받을 행동을 해서...

P:미,미안!

내가 그렇게 말하자 프로듀서는 옷을 양손에 든 채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난 그런 프로듀서의 모습이 웃겨서 입을 주먹으로 살짝 가린 채 가볍게 웃었다. 난 웃음을 가까스로 멈추고 말했다.

치하야:괜찮아요, 뭐.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나저나 프로듀서 할 일 없으시면 저랑 같이 나가요.

나의 그 말에 프로듀서는 옷을 다시 입으며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며 물어보았다.

P:응? 어딜 나가려고...?

내가 가방 안에서 약도를 꺼내는 도중에 하루카가 나와 프로듀서를 번갈아 보면서 왠지 모르게 하루카 답지 않은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하루카:프로듀서씨와 치하야가 사이 좋아 보여서 기쁘다. 헤헷.

난 순간 당황해서 프로듀서를 쳐다봤다. 마찬가지로 프로듀서도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P:아,아니...이건...으음...

치하야:자, 프로듀서 가자고요!

난 그렇게 말한 뒤 약도를 황급히 안에 집어넣고 아직 상의를 다 입지 못한 프로듀서의 손을 잡고 강제로 사무소 밖으로 끌고 나갔다. 프로듀서는 밖으로 나간 뒤 옷을 완전히 다 입고 나에게 고개를 숙여 다시 사과했다.

P:미안해, 못 보여줄 꼴을 보여줘서.

나는 숙인 프로듀서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단 생각을 가까스로 참으며 아까 황급히 집어넣은 약도를 다시 꺼내 프로듀서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치하야:괜찮아요. 일단 제가 준비해둔 일정이나 소화할 준비나 해두세요.

프로듀서는 뭔지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일단 프로듀서를 끌고 같이 걸었다. 같이 걸어가는 도중에 프로듀서가 뭔지 모를 표정으로 나에게 질문했다.

P:오늘 어디 가는 거야?

치하야:가보면 알아요.

그렇게 말하고 묵묵히 목적지인 오디션 회장까지 갔다. 프로듀서는 도착하자마자 입을 벌린 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P:여기가 오디션 장인건가...? 크다...

치하야:적을 먼저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데리고 온 거에요.

난 놀란 프로듀서의 말에 기세등등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그 때였다, 프로듀서가 순간 내 모습을 보고 이때 동안 짓지 않은 표정을 순간 지으며 말했다.

P:치하야...

치하야:무슨 일이라도...?

난 프로듀서가 살짝 이상해서 다시 물어봤다. 프로듀서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양옆으로 두 번 흔들고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P:아냐, 아무것도.

치하야:(프로듀서...)

P:자, 회장 구경이나 해보자고! 자 Let's Go!

그렇게 말하고선 한동안 돌아다닌 뒤 프로듀서는 나에게 질문했다.

P:여기에 몇 명이나 모이는 거야?

난 잠시 고민한 뒤 왼손가락을 4개 펴고 오른손가락을 5개 편 후 웃으며 말했다.

치하야:흐음, 대충 40에서 50명 전후일 거 에요.

P:그렇구나...전부 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겠지...그리고 그 아이도...

치하야:그 아이도...라니. 누구 말하시는 거 에요?

P:아키즈키...료...였던가? 오늘 만났거든. 자기도 아이돌이라고 말하던데.

치하야:리츠코의 사촌동생 말하시는 거죠? 그러고 보니 876프로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생 프로덕션이니까요. 리츠코는 아이돌 직에서 물러난 뒤 거기서 협력자이자 프로듀서로써 일하고 있어요. 사실상 사촌동생이 걱정돼서 간 거겠지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프로듀서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P:리츠코란 애, 빨리 만나보고 싶은 걸. 어떤 애일지 궁금한 걸? 하핫.

난 까치발로 서서 프로듀서의 뺨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치하야:말투가 수상해요!

프로듀서는 내가 잡아당긴 뺨이 아픈지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P:하핫, 농담이야. 농담. 

그 후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을 이어갔다.

P:난 프로듀서로써 또한 치하야를 도와주기 위해서라도 절대 치하야를 떠나지 않을 테니 걱정 마.

난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인 뒤 말했다.

치하야:방금 그 말 진짜죠...?

P:아아, 진짜지. 그나저나 좀 더 둘러보자!

프로듀서는 웃은 뒤 내 손을 끌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에게 질문을 하며 나는 그 질문에 웃으면서 대답을 해줬다. 그리고 얼마 후 프로듀서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P:좋아...이걸로 정보 수집은 끝. 고마웠어, 치하야.

치하야:천만에 말씀이에요, 프로듀서. 그나저나 오늘 어떠셨어요?

P:내일을 향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어.

나의 질문에 프로듀서는 자신감이 넘치는 듯이 말했다.

치하야:그렇군요...그럼 내일 저를 잘 부탁드릴게요.

난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프로듀서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P:응!

그 후 프로듀서가 나를 집까지 바래다준 뒤 프로듀서와 헤어진 뒤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머리에 왠지 모를 통증과 함께 쓰러졌다. 난 일어나고 싶었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쌓인 피로와는 반대로 잠은 전혀 오지 않았다. 그저 쓰러져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난 아주 조그마한 힘들을 모아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벌써 사흘째 잠을 자지 못한 탓인지 눈앞은 몽롱해졌고 나는 거의 감에 의지하다시피해서 프로듀서의 집까지 향했다. 프로듀서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난 겨우겨우 힘을 끌어 모아 주먹으로 문을 두 번 쳤다. 

P:치하야인가? 네, 네 나갑니다.   

그러자 프로듀서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치하야:좋은 아침이에요...오늘은 드디어...

난 힘들게 웃으며 말했다. 프로듀서는 나를 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이윽고 프로듀서가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에 갖다 대려고 했다. 난 놀랐지만 움직일 기운도 없었기에 그저 눈을 감고 기다렸다. 아주 잠시간의 정적을 가르고 프로듀서가 말했다.

P:뜨거...워...

프로듀서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놀란 듯이 나를 바라봤다. 

치하야:프로듀서...?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프로듀서는 나의 팔을 붙잡고 나에게 다급히 말했다.

P:치하야, 앞으로 오디션 장까지 얼마까지 가면 안 늦고 오디션을 볼 수 있는지 알려줘, 지금 당장!

치하야:그게...3시가...

나는 프로듀서의 질문에 대답을 하려고 했다. 그 때, 나의 몸은 균형을 잃고 힘없이 쓰러져갔다. 정신이 한없이 아득해지는 걸 순간적으로 느끼며...눈에 힘이 풀리며...몸이 끓어오를 듯한 열기와 함께...말이다.

P:치,치하야? 치하야! 젠장...!

정신을 잃기 전에 프로듀서의 한마디와 함께 나는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P:...는 거야! 젠장!

치하야:프...로...

내 정신이 조금 돌아오기 시작하고 나는 이마 위가 서늘함을 느끼고 눈을 희미하게 뜨면서 프로듀서를 불렀다. 프로듀서는 울어버릴 듯 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고 절규하듯이 외쳤다. 

P:괜, 괜찮아?! 

그렇게 말하는 프로듀서의 눈에서는 어느 샌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서 말했다.

치하야:저는 괜찮지만 프로듀서가...

P:내가 왜...?

치하야:....아무것도 아니에...

프로듀서는 내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 건지 다시 나에게 물어왔다. 난 희미하게나마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프로듀서는 정신이 든 나를 보고 다급히 나를 안고서 말했다.

P:일단 정신이 좀 든 것 같으니 병원에 가자, 당장!

치하야:프로듀서...

나를 안고서 프로듀서는 수화기를 들어 택시를 불러낸 뒤 택시에 타고서 나를 자신의 무릎에 눕히고 병원으로 향해갔다. 병원에 도착한 뒤 프로듀서는 나를 업고 의사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프로듀서는 다급한 표정으로 의사선생님과 몇 번의 말싸움을 하고선 책상을 한번 쾅 친 뒤 진료서만 받아들고 나를 업고 나갔다. 진료서를 받고 나갈 때의 프로듀서의 표정은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노려볼 때의 표정과도 같았다. 한마디로 이때동안 본 적 없는 무서운 얼굴이었다. 

프로듀서는 약을 탄 뒤 약봉투를 외투 안주머니에 넣고서는 급히 택시를 불러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 본 프로듀서의 얼굴은 아까 얼굴과는 다르게 굉장히 초조해보였다. 이윽고 집에 도착하고 프로듀서가 날 소파에 눕히고 자신은 부엌으로 향했다. 난 이내 아까 병원에 가기 전에 먹은 약기운 때문인지 이내 잠에 빠져 들어갔다.

얼마만큼 지났을까, 프로듀서가 날 조심스레 깨웠다.

P:내가 만든 죽인데...조금이라도 먹고 기운을 차려야 되니까...

그렇게 말하고선 입으로 바람을 불어 뜨거운 죽을 일일이 식힌 후 나에게 먹여주었다. 난 온기가 살짝 남아있는 죽을 목구멍으로 넘기고선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프로듀서...고마워요...

내 목소리를 듣고 프로듀서는 안도의 한숨을 쉰 후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P:그나마 다행이야...목소리에는 별 이상이 없어서...자 얼른 먹고 힘내자!

치하야:(프로듀서...많이 초조한 거겠지...역시 내가...)

난 프로듀서에게 조금이라도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먹던 죽을 잠시 내려놓고 말했다.

치하야:나머지 죽은 거기 가서 먹어도 될 것 같...아요.

힘없는 내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은 걸까? 프로듀서는 내 말을 들은 건지 만 건지 계속해서 죽을 불어서 내 입에 떠먹여주었다. 나도 그저 묵묵히 받아먹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말을 하려고 입을 뗀 순간.

P:안 돼! 치하야가 그렇게 말해도 난 치하야가 기운을 차릴 때까지는 밖에 나갈 수 없어.


난 마음속으로 살짝 안심했다. 프로듀서가 단순히 막무가내 식으로 나에게 죽을 떠먹인 게 아니라 날 걱정해줬다는 그 사실이 정말로 기뻤다. 하지만 지금 이런 시간을 계속 쓸 여유는 없었기에 아까 하려던 말을 말했다.

치하야:하지만 이제 곧...

내 말을 다 듣지 않았지만 프로듀서는 그 말을 듣고 내가 하려던 말이 뭔지 알겠다는 눈치로 말했다. 뭔가 모를 여유도 표정 속에 녹아들어있는 것 같았다.

P:좋아, 일단 가자고...치하야의 기운도 돌아온 것 같으니깐.

프로듀서는 자신의 외투와 머플러를 챙긴 뒤 나에게 덮어주며 말했다.

P: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몸은 안 좋지만 최소한 더욱 안 좋아지면 안 되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프로듀서는 안도와 불안의 표정이 동시에 보였다. 프로듀서는 이내 아까 지은 표정은 없다는 듯이 수화기를 들고 택시를 불렀다. 

P:좋아, 이제 앞으로는 타고 가는 일만 남았군...

택시가 오기 전에 잠깐 집에 있을 때에 프로듀서는 아까 병원에 갈 때와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택시가 오자 날 업고 택시에 탄 뒤 다급한 목소리로 오디션 회장까지 가란 말을 기사한테 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디션 회장에 도착했고 프로듀서는 시계를 보며 불안한 듯이 말했다.

P:겨우겨우 지각은 면한건가...치하야, 움직일 수 있겠어?

난 프로듀서를 보며 팔을 들어 몇 번 흔들어 보인 뒤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치하야:네, 아까 감기약 덕분에 열은 많이 내린 것 같아요...

그런 나를 보며 프로듀서는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뭔가 갑자기 생각났는지 갑자기 머리에 손을 댄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P:이 상태론 댄스곡은 무리야...

치하야:....그렇겠죠...

프로듀서는 급한 대로 가방 안에서 곡들을 꺼내 확인했다. 몇 곡을 휙휙 넘긴 뒤 갑자기 프로듀서가 하나의 서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나도 옆에 붙어서 그 곡을 확인했을 때.

파랑새....

난 다급히 프로듀서를 말리며 말했다.

치하야:그 곡만은 절대로...차라리 원래 하려던 곡을 하는 게...

프로듀서는 잠시 동안 고민하더니 곡이 적혀있는 서류를 집어넣고 말했다.

P:역시 이건 아니겠지...? 미안, 치하야. 그럼 원래 하던 곡으로...할 수 있겠어?

치하야:일단은...해 볼게요...

그 말을 들은 후 프로듀서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P:그럼 나는 등록하고 올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줘!

그렇게 말하고서 프로듀서는 뒤도 안돌아보고 등록처로 뛰어갔다. 난 쓰다듬어준 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생각했다.

치하야:(역시...나는 프로듀서에게 민폐만 끼치는 존재인걸까...)

회장 안에 준비된 의자에 앉아서 낙담한 마음을 달래려고 고개를 숙인 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 내 앞에 다가와서 말했다.

??:어라, 치하야 씨!

이어폰을 뚫고 들어올 정도의 목소리라...난 고개를 들고서 그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아이:치하야 씨, 드디어 데뷔한다면서요! 료 씨한테 들었어요! 

치하야:아이구나...좋은 아침이야. 미안하지만 아직 나 데뷔는 안 했는데 말이야...

그런 나의 목소리를 들은 건지 만 건지 아이는 더욱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아이:이야, 엄청나게 기뻐요! 비록 1년 늦었지만 저와 같이 데뷔하신다니...하루카 씨 덕분에 저도 데뷔할 수 있었던 거지만요 하핫!

히다카 아이. 하루카가 이미 데뷔를 마치고 오디션프로그램의 오디션에 특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었을 때,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서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전부 퇴짜를 맞고 실망해서 공원에서 울고 있는 걸 하루카가 발견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위로해줬다고 한다. 그 후 하루카가 사장님을 통해 아이를 876프로덕션에 특별히 넣어달라고 하였고 그 결과 연습생으로써 876프로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치하야:(내가 생각하기엔 저렇게 하다간 두 번 퇴짜 맞을 것 같다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아이는 뒷머리를 만지며 웃은 채 말했다.

아이:만약 저희 둘 다 오디션에 합격해서 똑같은 아이돌 라이벌이 된다면...하루카 씨한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치하야:으,응...그나저나...

아이:그나저나...라뇨?

난 이마에 손을 댄 후 다른 한 손으로 아래로 내리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치하야:목소리...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

아이:아앗, 그렇군요...죄송합니다!

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아이는 목소리를 줄이지 않았다. 아마 천성 자체가 목소리가 큰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 하루 열심히 싸워...싸우는 건 아니고 둘 다 열심히 해봐요!

허리를 90도로 숙인 뒤 아이는 기세 좋게 오디션 대기실로 달려갔다. 난 달려가는 아이를 보며 살짝 웃으며 생각했다.

치하야:(어쩌면 엄청난 아이일지도 모르겠어...아이는.)

그 때였다, 아이가 달려간 반대편에서 프로듀서가 손을 흔들며 나에게 달려왔다.

P:미안해! 늦었지, 치하야?

프로듀서는 헥헥 거리면서 나에게 물어봤다.

P:몸은 어때? 

난 아이의 덕분인지 프로듀서를 본 게 정말로 기뻐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편안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치하야:괜찮아진 듯 해보여요...

프로듀서는 한 숨 돌린 뒤 나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P:알겠어? 오늘이 전부가 아니란 걸...기억해 뒀으면 좋겠어...그게 말이...으음...내 말은 그냥... 

프로듀서가 말을 더듬자 나는 웃으면서 그 생각을 읽은 듯이 말했다.

치하야:너무 무리하진 말란 말이겠죠?

P:아, 그거야, 그거. 무리하지는 마! 조심하고, 그리고...또 그리고...

치하야:(프로듀서, 왠지 모르게 서툴러 보여...)

난 그런 생각을 한 뒤 웃으면서 아까 같이 말을 받아주었다.

치하야:절대 지지 말란 말이죠?

P:으,응! 그 말이야...그리고 언제나 지켜보고 있을게. 맘 편히...

프로듀서의 마지막 말을 끊고 난 일어나며 말했다.

치하야:갖다올게...요...

오디션 회장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프로듀서가 큰 소리로 날 보며 외쳤다.

P:힘내! 치하야! 내가 언제나 지켜보고 있을게!

난 프로듀서가 왠지 모르게 아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난 뒤돌아본 후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치하야:걱정마세요...헤헷... 

치하야:드디어 시작인건가...긴장된다. 더군다나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고...

오디션 회장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을 때, 한 아이가 나오면서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이였다. 아이는 여유롭게 회장을 빠져나갔다. 그 후 20분 뒤.

스태프:자, 마지막 번호인 50번 키사라기 치하야 양! 회장으로 들어와 주세요!

드디어 내 차례구나 그리고 마지막 번호...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3명의 심사위원이 앉아있었다. 모두 다 나를 냉혹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치하야:(지금은 그저 집중해야 돼...)

난 MR이 담겨있는 CD를 담당 스태프에게 건네줬다. CD를 플레이어에 집어넣자 반주만 담겨있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치하야:(몸은 그다지 안 좋지만...일단 해볼 때까지 해봐야해...)

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몸 안에 가득 찬 열과 감기약의 기운이 내 몸을 괴롭혔지만 꾹 참고 음악이 끝날 때까지 열심히 노래했다.

치하야:하아...하아...

심사위원들은 지쳐 보이는 나를 보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종이에 뭔가를 기입해나갔다. 전부 다 적었는지 심사위원들이 나를 보고 물어봤다.

심사위원 1:저기 키사리기 치하야라고 했나요? 오늘 어째 몸이 영 무거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심사위원 2: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목소리도 힘이 없어 보였고 말이죠.

심사위원 3:흐음...아무래도 영...시원찮은걸요.

심사위원 2:뭐 일단 한번만 더 노래 해주시겠습니까?

심사위원 1:저기 스태프, 한번만 더 음악을 틀어주세요.

스태프:넵!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흘러나온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까 춤을 춘 탓인지 온몸에는 아까보다 더욱 더 열이 올랐고 나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더욱 더 노력했다. 그 순간이었다.

치하야:어어...안...돼...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순간 몸이 휘청거렸다. 정신을 잃고서 중심을 잃은 내 몸은 또다시

심사위원들:이봐! 괜찮은 거야?!

털썩.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몸은 오디션 회장 내에 있는 의무실로 옮겨져 있었다. 눈을 뜨자 스태프 중 한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나에게 말했다.

스태프:다행입니다. 갑자기 쓰러져서 얼마나 놀랐다고요. 저기 심사위원 분들 50번이 깨어났습니다!

그 말을 듣고 심사위원들이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심사위원 1:순간 놀랐습니다...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다니...

심사위원 2:이건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듀서의 문제...

그 때였다. 다른 심사위원이 말을 끊고 나에게 말했다.

심사위원 3:아까 제가 영 시원찮다고 말했었지만 아까 일을 보고 하나 깨달았습니다. 

치하야:무슨 말이시죠...?

그러자 심사위원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나에게 말했다.

심사위원 3:당신이 쓰러질 정도로 연습했기에...아니, 뭔가를 꼭 이루고 싶어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록 실력은 몸 상태 때문에 시원찮았지만 그게 이런 이유가 있었다는 걸 알고 나니 조금 더 이해가 가더군요. 열이 나는 가운데에서도 4분가량을 춤을 춘 걸 보면 원래 당신의 실력이 눈에 확 눈에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치하야:그게 정말인건가요...?

심사위원 3:다른 심사위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 아이에게 합격점을 주고 싶군요. 다른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심사위원 두 사람은 수군수군 대다가 나에게 말했다.

심사위원 1:나중에 결과는 프로듀서에게 연락하죠.

심사위원 2:뭐 저도...일단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푹 쉬시길 바랍니다.

심사위원 3: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요. 키사라기 양.

난 심사위원들과 스태프에게 인사를 한 뒤 문을 열고 나왔다. 열 때문인지 내 몸 구석구석에선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때였다.

P:치하야!

프로듀서가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다. 그리고...날 부둥켜안았다. 

P:잘했어...정말로...

나는 갑작스런 프로듀서의 행동에 당황해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치하야:아뇨...저는 너무나도...

못했다...회장 내에서 오디션을 받던 도중에 쓰러졌으니깐...

그런 나를 프로듀서는 날 더욱 더 강하게 껴안고서 말했다. 

P:치하야...네가 못하고 잘하고를 떠나서 오늘 너는 핸디캡을 극복해냈잖아? 그것만으로도 정말 잘했어...

그렇게 말하는 프로듀서의 눈에는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고 그런 프로듀서를 보며 나도 프로듀서를 껴안았다.

P:어라...내가 왜...우는 거지...? 

치하야:프로듀서...걱정 끼쳐서 정말로 죄송해요...

난 프로듀서를 위로했다, 또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기에 사과도 같이 했다.

P:흐흐흑...괜,괜찮아...흐윽...

프로듀서는 그 이후 한동안 나를 껴안고 눈물을 계속 흘렸다. 마치 넘어져서 그 상처가 아파서 엄마에게 달려가는 아이처럼...

치하야:프로듀서...

그런 프로듀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안타깝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P:정말 잘했어...

그 이후 아무 말 없이 계속해서 프로듀서는 울기만 했다. 회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빠져나가고...그런 우리 둘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보며 지나갔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안아주었다. 

P:....흑...

프로듀서가 겨우 진정됐는지 고개를 들었다. 나는 프로듀서를 안은 채 말했다.

치하야:프로듀서...슬슬 돌아갈까요...?

프로듀서는 날 바라보고 울먹이면서 말했다.

P:응...돌아가자...

날 안고 있던 팔을 풀고 프로듀서가 뒤돌아볼 때 난 프로듀서의 손을 잡고서 내 바지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치하야:자, 이걸로 눈물 닦으세요...

프로듀서는 뒤돌아서서 눈물을 닦고 손수건을 쥔 채 고개를 돌린 후 한숨을 한번 쉬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P:오디션에 붙든...혹여나 못 붙든...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나는 눈을 감고서 말했다.

치하야:후회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봐요 저는...

프로듀서는 내 말을 듣고 왠지 모르게 쓸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P:그래...그렇구나. 치하야는...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다행이다... 자 여기서 더 이상 있을 필요는 없겠지...돌아가자. 

돌아가기 전 프로듀서는 내 이마에 손을 잠깐 댄 후 안도의 표정을 짓고 나를 업었다. 나도 묵묵히 프로듀서가 업어주는 대로 업혀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나는 프로듀서의 등에 올라탄 채로 말했다.

치하야: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P:....?

그렇게 말하고서 난 프로듀서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눈을 감은 채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서 말했다.

치하야:이렇게 의지할 사람이 생겼다는 게 전 정말로 행복해요.

나의 말을 듣고 프로듀서는 쓴웃음을 지은 채 말했다.

P:그렇구나...나도 항상 외톨이였으니깐...이렇게 새로운 만남을 하는 게 정말로 기쁘다고 봐야 되려나..하하..사무소에 들어온 게 어떻게 보면 후회할 일은 아닌 것 같아.

치하야:(프로듀서의 과거...아직 자세히 듣지 못했었지...외톨이라, 나와 마찬가지였구나...)

난 신경이 쓰였지만 몸의 피로를 이길 수는 없었던 건지 눈을 감고 하품을 한 번 했다.

치하야:하아...

이내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한동안 걸은 후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들려왔다. 눈을 살짝 떴더니 거긴 내 집 앞이었다.

P:....컨디션 하나도 제대로 체크를 못했다니...정말이지 나란 놈은...

난 그 말을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프로듀서의 말에 부정하는 말투로 말했다.

치하야:순전히 제 잘못이에요...제가 몸 관리를 잘 못했으니까요...프로듀서에겐 잘못이 없어요.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프로듀서의 등에서 내려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집의 문을 열었다. 내가 열쇠를 여는 걸 본 프로듀서는 고개를 숙인 채 나한테 사과했다.

P:그럼, 치하야. 내일 보자. 오늘은 정말 미안했어. 다음부터는 내가 더 신경을 써줘야겠는걸...

치하야:프로듀서...

돌아가려는 프로듀서의 팔소매를 미약하게나마 꽉 잡았다. 프로듀서는 놀란 듯이 날 쳐다봤다. 

P:치하야?

그런 프로듀서에게 나는 수줍어 하며 말했다.

치하야:오늘 하루만 같이 있어주세요...아직 몸도 제대로 안 나았고 하니...

프로듀서는 내 말을 듣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P:흐음...알겠어. 치하야가 꼭 그러고 싶다면야...

집의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갔을 때 프로듀서는 경악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표정을 바꾸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P:이런 곳에 있으니 몸이 상하지 않을래야 상할 수밖에 없겠는걸...

요 며칠 새 청소는 제대로 한 기억이 없었다. 피곤하기도 했었고 또 오디션 준비 때문에 신경을 자꾸 쓴 탓도 있었다. 난 방의 쓰레기를 들춰내며 말했다.

치하야:며칠째 제대로 청소를 하지 못해서...쿨럭! 

P:내가 청소해줄게. 치하야는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어도 상관없어.

프로듀서는 나를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난 몇 번이나 쓰레기를 치우려고 했지만 이내 프로듀서가 날 들어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자기 혼자서 쓰레기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시간 후. 프로듀서는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고서 1시간 동안에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전부 다 집어넣은 후 땀을 닦았다. 그러고 나서 쓰레기봉투를 들고서 말했다.

P:이거 버리고 올게, 치하야. 그리고 먹을 것도 만들려고 하니까 장도 조금 봐올게.

혼자 가려는 프로듀서에게 나도 가겠다는 말을 했지만 거절당하고 프로듀서는 유유히 쓰레기봉투를 들고서 집을 나갔다.

치하야:너무해...!

난 깔끔히 청소 돼있는 방을 보며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실례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하야:약기운 때문인 걸까...졸려...

난 피곤해서 그대로 쓰러져서 잠들고 말았다. 그리고 꿈을 꿨다.

치하야:오늘도 누나가 노래 불러줄게! 히힛...!

어렴풋이 떠오르는 추억...동생...

유우:와아, 누나 노래 불러줘!

언제나 웃으면서 나의 서툰 노래를 기뻐하며 들어주었던 그 나날들...

치하야:랄라랄라~랄라랄라~

유우:누나, 노래 엄청 잘 불러!

노래가사를 몰라 멜로디만 불렀지만 유우는 언제나 기뻐해줬다. 나도 언제나 웃으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언젠가 일어났던 사고 때문에...

쾅....!

행인 1:이봐! 아이가 치였어! 빨리 구급차를 불러!

행인 2:어라, 저 여자아이 아까 치인 아이의 누나 아닌가? 왜 멍하니 서있는 거지?

피범벅이 되 있었던 유우와 찌그러진 차의 앞부분에 묻어있는 살점과 피...난 그저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 순간...배경이 바뀌고 거기엔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내가 서있었다. 꿈속에서라도 성장한 유우를 상상하며 그 아이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치하야:유우...누나가 드디어...데뷔해...

유우:와아, 누나 벌써 데뷔한다는 거야? 헤헷...기쁘다. 지켜보고 있을게!

치하야:으응...

유우:비록 자주 보러 갈 수는 없겠지만...언제나 지켜보고 있을게. 그러니 언제나 맘 편히 있어줬으면 해.

치하야:유우...

그걸 마지막으로 꿈은 모래성 같이 스러지고 새까만 암흑만이 나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리고 어둠속에 휘말려 들어갔다.
 
치하야:으으...안...돼...!

그 악몽에서 얼마나 있었을까 맛있는 냄새가 저 편에서 났고 거기에는 프로듀서가 요리를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프로듀서가 어둠속에 있는 날 꺼내 일으켜 세워줬다. 그 때였다, 누군가의 손길이 나의 몸에 닿았다. 난 잠에서 깨어나 눈을 부비면서 흐린 시야를 밝히며 앞을 쳐다봤다. 거기엔 프로듀서가 날 쳐다보며 안쓰러운 듯이 말했다.

P:치하야, 일어나.

치하야:으음...프로듀서 오셨어요...?

정신이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뭘 봤는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프로듀서는 어째 자신감이 없는 말투로 말했다.

P:밥 먹자...맛있게 해놨으니깐...

난 뒤돌아서서 가는 프로듀서의 뒷모습을 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치하야:네, 감사히 잘 먹을게요.

프로듀서가 차려준 음식은 꿈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펼쳐져 있었다. 나는 배가 고파서 프로듀서가 만들어준 죽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프로듀서는 마음이 불편한지 숟가락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치하야:프...

그 때였다. 프로듀서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P:유우란 애는...

어째서...알고 있는 걸까...난 정신이 순간 혼란스러워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P:동생이지...?

동생...이미 알 건 다 알았구나 라고 생각했다...나는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치하야:제가 어릴 때 죽었어요...유우는...저는 그저 지켜만...흐흑...

나는 정신을 다시 되돌리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정으로 침착하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치하야:유우...흐흐흑...흑...으아아아...으윽흑...

순간 머릿속이 피로 새빨개지고 사고 당시의 때가 내 머릿속에서 영화 필름처럼 재생돼갔다. 난 머리에 손을 싸매 쥔 채 고개를 숙이고서 계속 서럽게 울었다.

한동안 울고 난 뒤 울음을 거의 그친 나에게 프로듀서가 다가와서 내 눈을 마주보고 각오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P:치하야...나와 한 가지만 맹세해줘.

치하야:프로...듀서...

맹세...약속보다는 더욱 더 깊은 의미를 가진 것...프로듀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아까 지었던 각오에 찬 눈빛은 어디가고 부끄러워하는 눈빛으로 나에게 말했다.

P:다름이 아니라 그 맹세란 건...나와 치하야의 사이에서는 감추는 게 없도록 하자는 거야...힘들겠지만 이해해줬으면 하니깐...염치없지만 부탁할게!

난 프로듀서의 그 말을 듣고 한동안 고민한 뒤 말했다.

치하야:그럼, 프로듀서도...저에게 감추는 거 없도록 하자는 건가요...?

P:응, 맹세할게. 이 손가락 아니 프로듀서로써의 긍지를 걸고 말이야.

프로듀서의 모든 걸...알 수 있다...나는 프로듀서의 과거를 자세히 알고 싶어서 프로듀서의 손을 잡고 물어봤다.

치하야:그럼 오늘 밤에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겠어요...?

프로듀서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P:응, 해주고말고...

그러나 내 기대를 저버리듯이 프로듀서는 말을 이어갔다.

P:단 오늘 밤은 안 되겠어...서로 마음을 맞출 수 있게 될 수 있을만한 때. 즉, 이번 오디션에 합격하고 정식적으로 데뷔가 결정 됐을 때, 그 때 말해줄게. 만약 떨어진다면 그 때에는 이미 나는 더 이상 치하야의 프로듀서가 아닐 테니깐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선 아까 내가 잡았던 손을 더욱 더 강하게 쥐었다. 그러고 난 뒤 나에게 조심스레 물어봤다.

P:만약 떨어져서 치하야의 프로듀서가 아니게 된다 하더라도...난 널 만난 걸 후회하지 않을 거야. 치하야는 어떻게 생각해...?

나도 프로듀서와는 헤어지고 싶지 않다...그것이 내 진심이고 다른 프로듀서들에게 수도 없이 버려지며 상처를 받은 내가 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답을 프로듀서에게 들려줬다.

치하야:저도...프로듀서와는 떨어지고 싶지 않기에...오늘 열심히 했었어요...저도 프로듀서와 헤어지게 된다 하더라도 후회...

난 차마 말할 수 없었다...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난 다시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말했다.

치하야:후회 안 할 리가 없잖아요...! 저에게 의지할 만한 사람은 이제 프로듀서 밖에 없는데...헤어진다면 저는 더 이상...

살아갈 의지를 잃어버리기에...삭막하기 짝이 없던 나의 삶을 전적으로 이해해준 프로듀서와는 절대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프로듀서는 나의 손을 잡은 채로 눈을 감은 채 차분히 말했다.

P:치하야가 그렇게 생각해준다니...정말로 기뻐. 실은 말이야, 아까 나도 나 자신에게 한 가지 맹세를 했었어. 너...아니, 치하야를 더욱 더 강하게 지키겠단 맹세를...

프로듀서의 맹세...나를 더욱 더 강하게 지키겠단 맹세...프로듀서는 이 이후로 말을 잇지 못했다가 겨우 말을 이어갔다.

P:맹세를...지킬 거야, 반드시...

그렇게 말하는 프로듀서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이 떨리고 있었고 나도 프로듀서의 마음속의 맹세를 듣고 프로듀서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서 흐느껴 울었다.

프로듀서는 내가 울고 있는 걸 보며 감정을 추스르고 잠시 침묵한 뒤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

P:만약 내가 프로듀서를 그만 두게 된다 해도 치하야에게 있어서 난 그나마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오디션에서 떨어져서 데뷔를 못하게 돼도, 내가 너무나도 괴로워서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해도...

그리고 한번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갔다.

P: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거야. 내가 처음으로 즐겁다고 생각한 일이고, 나랑 비슷한 처지의 치하야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나도 조금은 성장한 것 같으니깐...

난 그 말을 듣고 조금이지만 프로듀서의 모든 걸 알 수 있었단 기분이 들었다. 가라앉았던 슬픔의 눈물은 어느새 기쁨의 눈물로 변해있었다. 난 울면서 프로듀서에게 물어봤다.

치하야:그 말 진심이죠...?

프로듀서는 내 머리를 쓰다듬은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P:응, 진심이야.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거야. 프로듀서로써...그리고...

난 프로듀서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에 울먹이면서 되물어봤다.

치하야:그리고...?

프로듀서는 말하려던 말을 감추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P:아무것도 아냐. 치하야도 이제 울음 뚝 그치고 밥 먹어야지 않겠어?

프로듀서가 하고 싶었던 말...과연 뭐였을까...하지만 프로듀서의 진심을 알 수 있었기에 난 눈물을 흘리면서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

치하야:고마워요...정말.

프로듀서도 나의 감사인사에 보답하듯.

P:나야말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다 식어버린 밥을 천천히 먹고 난 뒤 식탁에서 일어났다. 식사는 울고 있던 나에게 웃음을 되찾아줄 만큼 맛있었고 다 먹은 뒤에 난 프로듀서에게 들러붙은 채로 질문공세를 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도 내가 들러붙는 게 싫지만은 않은지 웃으면서 하나하나 대답해주었다. 

P:이제 슬슬 샤워를...

프로듀서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뒤에 샤워실 안에 들어가 옷을 벗고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10분 쯤 지났을까 난 아직 궁금한 게 남아서 샤워실의 문을 두들긴 뒤 프로듀서에게 물어봤다.

치하야:프로듀서, 저하고도 한 가지 맹세 해주실 수 있겠어요...? 

P:무슨 맹세?

난 부끄러운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나중에 유명해지면 저와...

나는 한 숨 쉬고 말을 이어갔다.

치하야:사귀어주세요....

프로듀서는 못 알아들었는지 나에게 다시 말해달라고 했고 나는 다시 한 번 부끄러움을 억누르고서 아까보다 큰 목소리로 말했다.

치하야:사...귀어 주세...요.

P:방금...뭐라고 한 거야?

프로듀서는 당황한 듯이 되물어왔다.

난 답답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치하야:사귀어달라고요! 제가 유명해지면 저와...

그리고 험한 꼴을 보지 않기 위해서 눈을 꼭 감고 샤워실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아까보다 더 큰소리로 외쳤다.

치하야:연인이 돼주세요!

P:미안하지만 안 돼. 그런 터무니없는 부탁은, 지금은 들어줄 수 없어...

나의 고백을 듣고 프로듀서는 대답을 했다. 프로듀서의 대답은 어조 자체는 담담했지만 살짝 부끄러운지 말끝을 흐렸다. 난 다시 문을 닫고 문 옆에 걸터앉아 살짝 웃으며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역시 그렇겠지요...? 터무니없는 맹세를 하자고 한 거겠죠...하핫...

프로듀서는 상심한 나의 말을 듣고 다시 감정을 추스르고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P:만약, 내가 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치하야 역시 나의 모든 걸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즉, 아까와 마찬가지지만 살짝 다르게 해서...이 나라를 떠날 수 있을만한 실력이 됐을 때, 생각해볼게.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말아줘...

난 확실치는 않지만 프로듀서가 그렇게 말해준 것만 해도 기뻐서 다시 프로듀서에게 물어봤다.

치하야:정말...이에요?

나의 질문에 프로듀서는 여유롭게 대답하며 말했다.

P:아아, 약속할게. 한국이든 중국이든 아니면 미국이 됐든 이 나라를 벗어날 만한 실력이 됐을 때, 치하야와 사귈 생각을 해볼게. 확답은...못하겠지만 말이야.

해외로 나갈만한 실력이 됐을 때라...다른 면으로도 기뻤다. 난 더욱 더 들떠서 말했다.

치하야:그럼 저도 열심히 해야겠네요...알겠어요!

프로듀서가 샤워를 마치고 소파에 앉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P:아까 울던 사람 같지 않은걸...?

치하야:언젠가 외국에 나갈 만한 실력이 될 거라고 상상만 해도 꽤나 기쁘니까요...분명 프로듀서를 보면 유우도 기뻐할 거 에요...

난 웃으면서 대답하다 유우 생각에 말끝을 흐리면서 말했다. 프로듀서는 내 표정을 보고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P:그래, 그렇구나...

난 샤워를 하려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치하야:그럼...저 샤워하고 올게요. 죄송해요, 괜히 그런 얘기를 꺼내서...

P:나한테 사과할 건 아무것도 없어. 그저 치하야만 열심히 해주면 돼...는건 아니고 하핫...나도 열심히 해야겠지.

프로듀서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후 안심하고 나는 샤워실로 들어가 프로듀서가 먼저 덥혀놓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치하야:프로듀서가 아까 샤워실에서 한 맹세...지켜줬으면 좋겠다...헤헷...

난 아까 프로듀서가 자신감 없게 맹세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지켜줄 거라 믿었기에 히죽 웃으며 샤워를 끝마쳤다.

그리고 밤...침대를 놔두고 나는 프로듀서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이불의 감촉이 내 몸에 전해져왔다. 난 누워있는 프로듀서를 바라보며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치하야:오늘 하루도 여러 가지로 신세를 진 것 같네요...항상 고맙고 죄송해요.

P:으응, 아니. 내가 치하야를 좀 더 주의 깊게 봤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

프로듀서...오늘 하루 동안 나 때문에 많이 걱정했구나...

난 프로듀서의 눈을 노려보며 말했다.

치하야:오늘 서로가 한 맹세는 절대로 깨지 않는 거에요...?

P:응, 절대 깨지 않을 거야. 뭐, 일단은 우리 둘의 맹세는 시간이 지나야지 알 수 있겠지만 말이야...하핫...

프로듀서와의 맹세. 오늘 그것만으로도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치하야:오디션 결과 발표일이 기대되네요...3일 후라고 들었어요...만약 거기서 합격한다면...

내가 할 말을 알아챈 건지 내 말을 받아치며 프로듀서는 말을 이어갔다.

P:둘만의 맹세는 그 때부터 시작인거란 거군...3일 후면 나와 치하야가 한 각자의 맹세의 행방이 결정되겠지... 자, 오늘은 너무 늦었는걸. 슬슬 잘까?

난 프로듀서의 대답을 듣고 눈을 보고 말했다.

치하야:네, 저도 오늘과 같은 일이 안 일어나게 하기 위해선 잠을 충분히 자둬야겠네요...

이윽고 프로듀서는 잠에 빠져 들어갔고 나도 잠든 척 하다 깨어난 후 한동안 프로듀서가 자는지 안 자는지 눈치를 살피다 프로듀서의 손을 몰래 양손으로 꼬옥 쥐고서 잠이 들었다.    

이렇게 나한테는 또 하룻밤이 지나갔고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인연이 생겨났다...

====잡설공간====
원래는 어제 끝내려고 했지만 귀찮귀찮...!
은 때문이 아니고...시험 때문에 쿨럭;

그나저나 사이드를 두 개 만들어서 하는 것도 힘드네요. 뭐, 스케줄은 대충 짜놨습니다만...그걸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내는가가 관건이겠네요. 번외편은 어차피 정신을 놓고 써도 별 상관이 없기에 괜찮다만...본편이 ㄷㄷ; 하지만 이렇게 나눠서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하핫; 번외편도 스토리랑 깊은 관련이 있다면 제대로 써야겠지만 말이죠.

그나저나 치하야 사이드에서도 폭주...해버렸습니다...(꾸벅;)
치하야가 아이를 부르는 호칭은 임의로 바꾼겁니다. 말장난 말장난~
아이의 아이같은 점이 정말로 아이다워서 아이답다...뭐 이런 느낌이려나요...하핫;
뭐 치하야가 아이를 부르는 공식호칭이 다르다는 건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ㅎㅎ

다음 편에 미키와 내놓는다 해놓고 깜빡 잊은 치하야의 전 프로듀서를 내놓을까 생각중입니다.
미키는 일단 확정 출연이고...리츠코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다음 편에는 각자 다른 곳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니 오늘처럼 겹치는 것은 별로 없을 듯 하네요. 그럼 번외편까지 잘 부탁드립니다.(꾸벅.) 

p.s 항상 프로듀서 편을 작업해놓고 스크립트를 빌려쓰는 거라서 그런지 한글 작업 후 수정을 메모장에서 하는지라 대사 차이가 조금 있을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릴게요...ㄷ; 저도 적다보면 정신이 없어서 쿨럭;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