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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어둠을 밝히는 자들 - 8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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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5, 2016 19:25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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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노이즈와 모자이크의 안개가 상공을 뒤덮는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도 없다. 달빛이 가려짐에도 복구에 힘쓰는 야간의 노동자들은 쉬지 않는다. 밤하늘을 비추는 조명이 명백히 가려졌음에도 그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듯이 작업에 매진한다. 다만 노동자들을 관리하던 이는 그 이변을 알고 두 눈을 휘등그레 뜬다.

 

" 어 뭐야 ? 구름ㅇ . . . "

 

눈을 휘둥그레 뜬 것 만으로 이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었다 . .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괴기스러운 날붙이들이 사방에서 날아들어 그것을 불규칙적인 도형조각으로 나뉘어 쓸어내린다. 머리와 목, 팔 다리가 관절별로 정확히 또박또박 썰려져 바닥에 흩어지자 . . 날붙이들이 살점에서 흘러나온 피에 녹아들듯이 액체처럼 녹아내리며 사람이었던 조각들도 함께 녹여바닥으로 빨려들어갔다.

 

근방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방금전까지 관리인이 서있던 장소를 바라봤을 때, 그곳에는 날붙이나 피는 커녕 어떠한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 무의식일지라도 그녀의 얼굴을 담은 존재는 이 땅에 남겨질 수 없다. 」

 

모자이크와 노이즈의 안개는 그렇게 중얼이며 거리로 내려와 대부분의 사람이 잠든 대지를 훑어간다. 안개가 스스로 의지를 가진 것 처럼 큰 덩어리로부터 부분부분 떨어져나와 몇몇 안식처에 흘러들어간다. 그리고 짦은 시간이 흐르면 도로 빠져나와 큰 무리에 돌아온다. 그것을 반복하며, 주거단지를 지나, 아무도 목격하지 못할 거대한 죽음을 품은 기운이 서서히 궁성으로 흘러들어간다.

 

성에 들어오고있는 안개를 목도한 두 보초병은 서로를 깨우며 경계를 다졌지만 아무짝에 쓸모없이, 쇳덩이와 함께 조각나 모자이크의 바다에 삼켜질 따름이다. 안개는 내성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삽시간만에 사방으로 흩어져 커다란 안개의 무리가 있던 장소에는 자색의 눈동자를 지닌 본래의 모습만이 남는다. 그녀는 이전에도 이것과 같은 방식으로 성 안에 흘러들어왔었다.

그 때에는 기억과 사명을 잊고 인과의 굴레에 들어가버린 가련한 소녀의 배제를 목표로 했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그 소녀의 모습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그녀를 일말만큼이라도 기억하는 모든 이들을 삭제해버리는게 그녀의 새로운 사명이자, 소망이다.

 

흩어진 안개처럼 노이즈로 지직이는 단검을 양 손에 쥐고, 소녀는 영웅 '신데렐라 걸' 이 머무는 별실로 발을 옮기 . . . 려는 때, 그녀의 뻗어나간 발걸음 바로 앞에 짙은 은색을 띈 볼트가 박힌다. 밤하늘 아래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자안이, 별실의 지붕 위를 올려다본다.

 

" . . . 무슨 용무지. "

 

무감정하고 딱딱한 표정이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내비친다. 말조차도 마치 한 발의 화살과도 같이 느껴질정도로 무기질적이고 매섭다. 그러나 자안의 소녀는 일절 입을 열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던진 쪽과 같이 일관적으로 무표정하고 무감정한 태도로 맞받아치고선, 자기가 가는 길을 방해하는 자를 향해 품고있는 어둠을 뿜어냈다.

 

어둠은 검은 연기와 같은 것이 되어 사방으로 뻗어나가 별관 일대를 완전히 뒤덮으며 격의 차이를 보여주려는 듯 지붕에 올라서있는 여성의 주변을 타고 돈다. 여인이 솟아나온 악에 소스라치며 본능적으로 뒷걸음친다. 여태까지 온갖 괴물이나 아이돌을 처리해온 괴물사냥꾼이라 불리우는 그녀, '와쿠이 루미' 였지만 올려다보며 아우라를 푹푹 내뿜고있는 가공할 '무언가' 는 격이 다르다는걸 직감하고 있었다.

 

 

" 여태 많은 괴물을 잡아봤지만, 이런건 처음인데 . . "

 

 

무표정에서 식은땀이 한방울 흘러, 턱에 맺힐 즈음 . . 자색의 눈동자는 그녀의 눈 앞에 있었다.

 

 

" ! ! ! "

 

순간 루미가 몸을 한계까지 뒤로 숙이기 무섭게, 전파가 파직이는 소리와 같이 수 미터 뒤에 있던 굴뚝이 단정하게 도려내어져 경사를 타고 떨어진졌다.

어지간한 인간은 엄두도 못낼 루미의 반사신경이, 뒤쪽 굴뚝과 같이 허리까지 잘려나갈뻔한 그녀를 구했지만, 상대는 일말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횡으로 휘두른 단검을 종으로 내리찍음으로서 그녀를 확실하게 끝장낼 기세를 내뿜는다.

 

'캉!' 하는, 다소 소란스러운 마찰음과 함께, 뽑아든 직검으로 노이즈가 낀 칼날을 막아서지만, 곧이어 사도쪽을 향해 상황은 기울었다.

 

' 무슨 힘이 . . ! '

 

상황은 거기에서도 멈추지 않고, 사도의 뒤편 지붕의 끄트머리로부터 안개가 솟아나와 슬금슬금 기어올라오기에 이르렀다. 모자이크와 노이즈의 안개가 파직거리는 짜증을 유발하는 소리가 루미에게로 점점 선명하게 다가오면서 그녀의 죽음을 앞당겨왔다. 루미의 시선이 자신이 아니라 뒤에 있는 안개로 바뀌었음을 인지한건지, 자색의 눈동자가 자기에게 둘러진 노이즈의 장막을 거두며, 본 모습인 소녀의 얼굴로 조소한다.

 

" 저것이 보인다는건, 너 역시 . . 사라져야 할 존재. "

" . . . ! "

 

.

.

.

 

같은 시각.

 

위에서 지금 사력을 다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줄도 모르고, 구국의 영웅은 오늘도 여지없이 수심에 잠겨있다. 토토키 아이리가 엘프들을 학살한것도, 그들의 나라를 멸망시킨것도, 돌연 나타난 용에게 무작정 덤벼들어 무찌른것도, 형식상으로는 국민과 나라의 안위를 위해서라고 내세웠었지만 실제로 그녀를 그렇게 만든 원동력도 . . 그녀가 이렇게 매일같이 밤마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고민하는것도 오직 하나다.

 

 

" 언제 즈음이면 . . . "

 

보기만 해도 부드럽고 푸근한 느낌을 줄 것 같은 청아한 하늘빛 파자마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어떠한 다른 의미에서 곡선으로서 부드럽고 푸근해보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풍요로은 몸과 달리 머릿속은 걱정 . . 그리고 죄책감만이 가득하다. 수 많은 인간과 아이돌들을 포괄하면 고작 한 명의 인간일지라도 그녀에게는 천금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러운 존재를 찾기위해 그녀는 매일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나름대로 수를 써서 조사해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 미시로왕. . 그 사람이 이 일에 분명 연관되있어. "

 

' 그녀는 변방수비를 위해 발령되었다. 문제있나 ? ' 라고 답변하였다. 하지만 그의 말은 거짓이었다. 미시로 왕의 말대로 변방의 수비를 맞겼다면 도쿠가와 변경백령에 요청한 파견병사들 목록에 란코 병장이라는 글자가 빠져있을 리가 없다. 어떠한 이유인지, 무엇이 목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미시로 왕은 분명히 아이리에게 감추고 있는 것이 있다는걸 깨닫는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근들어 미시로 왕을 포함해 그를 위시하는 일부 영주들이 자기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걸 자각하고있다. 특히, 드래곤을 무찔럿던 최근에는 더욱 심했다. 하지만 그만큼 자기에게 동조하고 가까워지려고 하는 영주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것은 확실히 좋은 것이다. 미시로 왕의 권위에 대항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아이리와 가까워지려 하는 영주들의 특징도 역시, 군수품이나 물자관련으로 권한을 가진 이들이 많았기에, 병력을 운용하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금상첨화나 다름없었다.

모든것이 갖추어졌으나, 단 하나가 부족했다. 여차하면 최악의 결과가 일어날 수 있기때문에 그녀는 기회를 노리고 있을 따름이다.

 

" 당장은 그에게 거역 할 수 없어 . . 란코가, 혹시라도 란코가 잘못된다면 . . ! "

 

머리를 부여잡고 후에에에 하는 귀여운 소리를 내며 그녀는 침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란코, 미시로왕, 그리고 영주들.

너무도 많은 것들이 아이리를 감싸고 돈다. 그렇다고 마음껏 행동 할 수도 없는 입장, 그녀는 구국의 영웅이기에 경거망동해서는 안됀다는 고정관념이 그녀를 괴롭히고있었다. 지금 토토키 아이리에게 필요한것은 휴식이었다.

 

하지만, 침실로부터 느껴지는 기묘한 느낌은 . . 그녀가 긴장의 끈을 놓는것을 허용치 않는다.

 

분명히 닫았을 터인 창문이 열려있고, 달빛이 창아래로 불꺼진 침소를 비춘다. 그녀는 침실과 거실을 잇는 문 옆에 놓인 거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이윽고 칼날이 침소로 깊숙히 들어오면서 아이리의 시선이 미묘하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인기적을 향해 공격태세를 취하는 순간 . .

 

 

" . . . ! "

 

토토키 아이리는 귀신을 본 것 마냥 스스로 칼을 떨어뜨리고 벙 찐 얼굴로 어둠에 가려진 윤곽을 바라봤다. 검은 형체는 그런 그녀를 보고 서서이 걸어나온다. 이윽고 달빛에 자기를 드러냈다. 아이리의 이름을 부르며.

 

" 아이리 언니 . . "

" 란, 코 . . ? "

 

어딘가 슬픈 눈을 한 그녀가, 아이리가 그토록 찾아해매이던 그녀가 자기 앞에 나타났다는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다가, 곧이어 아이리는 추억들을 떠올리며 울상으로 바뀐다. 닭똥같은 눈물이 아이리의 뺨을 타고 떨어지고 떨어지다가 줄기를 이르는 모습에 맞은편의 소녀는 입고리를 가벼이 올린다.

 

 

" 다녀왔어요 . . 언니 . . "

 

" 란코. . . 정말, 란코니 ? 란코 - ! "

 

 

망설임 없이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는다. 눈물이 란코의 쇄골을 적시며 로리타풍 드레스를 염분으로 적셔가며 말로는 이루어 표현 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표현했다. 토토키 아이리가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항상 소식을 기다려왔던 소중한 이와의 상봉에 눈물을 아낌없이 쏟아내는 모습에, 란코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10분가량 지날 무렵.

아이리가 별실 거실에 높인 티테이블 앞에 란코와 나란히 마주앉아있다. 여태까지와 다소 다른게 있었다면, 항상 란코가 하던 차타기를 아이리가 손수 하고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손수 탄 다즐링을 한모금 홀짝이고는 란코가 살짝 미간을 찌푸릴 뻔 하다가 이내에 참는다. 아직 요령이 많이 부족한가보다.

 

" 궁정 메이드씨한테서 배웠는데, 어떠니 ? "

" 아 . . 맛있어요. "

" 정말로 ? ! 그러면 다행이야~ "

 

두 손을 모으며 눈웃음을 짓는 그녀에게서, 란코가 나타나기 전까지 수심에 가득했던 비탄의 여인은 더이상 없었다.

그녀는 란코의 얼굴을 볼때마다 짓고있는 미소를 점점 키워갈 뿐이다.

헌데 그러던 도중, 갑작스레 아이리가 볼을 풍선처럼 부풀리며 란코의 볼을 콕콕 찌른다.

 

 

" 히웃 . . ? ! "

" 도대체 어디있었니이 - . 언니가, 언니가아 . . 얼마나 걱정했었는데 . . ! "

 

" 아 . . . 미안해요 . . "

 

" 으응. 아니야 . . 이렇게 돌아와준것만으로 이렇게 눈 앞에 있어준것 만으로, 언니는 . . ! "

 

미시로 왕이 음모를 꾸몃던 어쨋던 오직 란코가 돌아와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모든것을 포용한다. 어디에서 지냈는데, 어떻게 된 경위인지조차 물어보지 않는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지만, 정작 아이리 본인은 아무런 의구심을 가지지 않는 듯 했다. 그렇지만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뿐, 다음에 나오는 아이리의 말은 란코가 애써 마시던 차를 더 마시지 않아도 되게 할 만한 적절한 충격을 내포하고있었다.

 

 

" 이제 안심하고, 미시로왕을 타도 할 수 있겠어. "

" 엣. "

 

아이리가 자기 가슴에 주먹을 얹으며 두 눈을 번쩍 뜬다. 그리고 이어지는 도야가오에, 란코는 침을 삼킨다.

 

" 미시로 왕님이 너에게 저지른 나쁜짓 ! 뭔지는 모르지만 . . 아무튼, 미시로 왕님이 너에게 저질렀던 일을 언니는 알아버렸어 ! "

 

구체적으로는 모른다, 이 사람은 정확히 알고있지 않다 . . 라고 란코는 마음속으로 속삭였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미시로 왕이 분명 연관되어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것이며, 또 란코가 제지한다고 한번 세운 결심을 꺾을 사람도 아니라는걸 알기에.

 

" 착한 왕님은 그런 일 하면 안돼잖아 ? 그래서, 언니가 착한 뜻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랑 함께 나쁜 미시로왕님을 쫓아내려고 생각했었어. 다만 . . "

 

" 다만 . . ? "

 

" 란코가 혹시라도 볼모로 잡혀있다거나 했을까봐, 움직이지 못했어. 하지만 이제 괜찮아 ! 란코가 여기 이렇게 멀쩡히 있다는걸 알았으니까 망설이지 않아 ! "

 

아이리가 말 끝에 그녀의 두 손을 붙들고 도야가오로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자, 시선을 받는 본인은 부끄러운지 눈길을 좌우로 돌리며 필사적으로 피해본다. 하지만 결국 두 눈이 맞아, 란코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다가 곧바로 그녀는 또 하나를 깨닫고 만다.

 

 

 

토토키 아이리는 미시로 왕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킬 작정이라는 것.

 

 

 

나라를 세우고 민중을 이끈 지도자이자 수완자인 미시로 왕을 물리치고, 구국의 영웅인 자기가 왕의 자리에 앉을 심산이었다. 물론 순수한 그녀에게 있어선 단순히 잘못된 일을 하고있는 폭군을 몰아내고 새로운 통치를 하겠다는 말이었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터 였다. 지도자가 한번 바뀌는 것으로 끝날 리 없다 . . 아이리가 미시로 왕을 몰아내면,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수도 없이 생겨날것임이 틀림없다. 또한, 아이리에게는 그것을 사전에 차단할만한 배후가 존재치 않는다.

인간과 아이돌의 땅에서,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비극이 일어나고 말것이라는것까지 . . 사도로서 본연을 찾기 전의 란코였다면 거기까지 도출해내지 못했을 것을, 그녀는 아이리의 위의 말 하나만으로 모두 연관지어 알아버렸다.

 

 

. . 그녀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며 외친다.

 

 

" 안돼 ! "

 

 

" 어 ? 란코, 왜그러니 ? "

 

 

" 안돼요 언니 . . ! 확실히 미시로 국왕이 지금 하고있는것이 나쁜짓이라고 해도, 힘으로 해결해서는 안돼요. "

 

 

" 힘으로 . . ? 아니야 란코야. 이건 . . "

 

 

" 힘으로 바뀐 권세는 더 많은 폭력을 부르고, 그 불러들여온 폭력의 바다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을거에요. 그게 계속될거구요. . ! 특히나 인간도 아닌 아이돌이 그러한 짓을 한다면, 아이돌과 인간사이에서도 갈등이 일어날버려요 ! 그러니까 . . . "

 

한번 침을 삼키고, 그녀는 말한다.

 

 

" 같이, 멀리 떠나요. 더 이상 폭력은, 싫어요 . . ! "

 

 

란코에게 있어서는 최후통첩, 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목청을 높여 말해봤자 들을 리 없다. 들어도 납득해줄 리 없다. 상냥하지만 자기의견에 강한 자신을 가지는 그녀에게는 어떠한 설득도 소용없다. 오히려 아이리가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란코의 두 어깨를 붙들면서 진지한 얼굴을 내비친다.

 

란코의 눈가에 슬픔이 맺힌다.

 

" 란코가 . . 란코같이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란코와 같은 일을 겪지 않기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야. 언니를 믿어줘. "

 

 

아이리는 직후 입술을 악물다가, 눈을 살짝 아래로 흘기며 ' 언제나처럼 ' 이라고 덧붙인다.

 

 

" 아이리 . . 언니 . . "

 

그녀의 눈에, 더웃 짙은 슬픔이 맺힌다. . 아이리가 어깨를 놓으며 숨을 고르쉬고 도로 자리에 앉아 서글픈 미소를 내비친다.

 

 

" 미안해. 어깨, 아프지 않니 ? "

 

저도 모르게 힘을 주고 어깨를 쥐었다는걸 자각한 그녀의 사과말에 란코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다가 마치못해 '괜찮아요.' 라고 중얼인다. 그녀는, 사도로서의 기억을 되찾으면서 덩달아 힘도 다시 얻게되며 . . 토토키 아이리가 자신의 양 어깨를 그렇게 세게 쥐고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렇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란코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진다.

아이리가 미안하다는 표정 한가득인 채로 스스로 탄 홍차를 홀짝인다. 이윽고 기침과 함께, 혀를 낼름 내밀며 부채질한다.

 

 

" 맛이 이상해 . . ! 켈록켈록 . . 정말 맛있었니 ? "

" . . . . "

 

 

" 하아 . . 괜찮아. 언니는 차 못탄다는 소리 듣고 화내는 그런 사람 아니니까. 응? 아 참, 이번에 미시로 왕님을 몰아내고나면 언니한테 차 맛있게 타는 법좀 알려주라~ 그러면 언니가 란코에게 예쁜 장식품 고르는 요령같은것도 알려줄게. 저번에 먹었던 맛나는 스튜 조리법도 루미랑 같이 과외식으로 . . "

 

 

" . . . . "

 

 

 

이것이 그녀의 장점이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이 닥쳐도 금세 밝고 긍정적인 화제나 행동을 통해 사람들의 내부로부터 '밝음'을 이끌어내는 . . 천부적인 재능. 그녀가 가진 아이돌로서의 괴력도, 뭐든지 베어버리는 고유의 힘도 그러한 밝음을 꾸려내는 점에 따라오지 못하리라고 그녀가 생각하더니, 절로 입가에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동시에 눈가는 슬픔만이 가득 들어선다. 어째서인가.

 

하지만 지금 그녀가 내일부터 저지르려고 하는것은 더욱 큰 혼란을, 인과율의 수레바퀴를 더욱 비껴나가는 행위다. 그녀는 소녀가 아닌 사도 - 칸자키 란코로서 그것을 두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그녀를 설득하는 것 조차 불가능했다.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속삭인다.

 

 

 

「 하나뿐이잖아 ? 방법은. 」

 

 

 

그녀의 손아귀에 펼쳐지는 책이, 어느 페이지를 가리킨다.

 

 

 

" 그리고 그리고~ 남쪽에 남아있는 울창한 숲에서 야영도 하는거야. 분명 재밌는 일이 잔뜩 있겠지 ? 그리고 또 . . 콜록. "

 

 

 

 

소녀 란코가 미소를 거둔다.

 

 

 

 

" 콜록 콜록 . . 아이 참, 목이 칼칼하네. 낮에 연설 예행연습 때문에 그런가 ? "

" . . . . . "

 

 

란코가 눈에 품은 슬픔이, 그 무게를 더해간다.

 

 

 

" 콜록 . . 쿨럭쿨럭 ! 미안해 란코야. 잠깐 기침 . . 쿨럭 . . ! "

 

 

 

자리에서 일어나는 영웅의 모습을 보고, 그녀의 두 눈은 의지를 확고히 다진다.

 

 

 

" 어, 뭐야 이거 . . 피 ? 엣 ? "

 

 

 

사도가, 소녀였던 사도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영웅은 다리에 힘이 풀려 후들거리며 의자를 붙든다.

 

 

 

" 머리가 . . 아파 . . 이건 . . "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소중한 아이를 먼저 걱정한다.

순수하게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에 본능적으로 그녀의 안위가 우선된다.

 

 

 


" 란코 , 위험 . . 해 . . . "

 

 

 

 

" . . 미안해요. "

 

 

" . . . 어 ? "

 

 

 

 

허나 걱정하는 말에 날아온 사과의 응답.

아이리의 몽롱한 정신 속에서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스쳐지나간다.

 

그와 함께 눈 앞에 아른거리는 형상은 이미 소녀로서의 굴레를 벗어나버린, 신의 종복.

의자를 밀치며 반동으로 몸을 일으켜보지만, 휘청거리며 중심을 이리저리 주체하지 못한다. 한 줌 이었을 터였던 피가, 입과 코와 귀에서 물줄기처럼 흘러나올 무렵에, 토토키 아이리에게는 검을 쥘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 란코 . . 거짓 . . 말 .. 이지 . . . ? "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 아, 으으 . . 아아 . . "

 

 

풀썩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앞으로 꼬구라진다. 바닥을 충분히 적실만큼 남은 출혈에 하늘색 파자마가 붉고 불규칙적인 얼룩을 수놓아 개성을 갖추어간다. 고개를 들고 나오지 않는 힘을 짜내어 엉금엉금 테이블의 맞은편, 란코가 서있는 방향으로 기어간다.

 

 

" 쿨럭 . . ! 란 . . 코. . . "

" . . . ! "

 

 

흐릿한 시야너머의 타일바닥에, 물방울이 톡톡 떨어진다. 검은 레깅스와 시커먼 구두를 신은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며, 스스로 지닌 죄를 고백한다.

 

 

 

" . . 미안해요 . . 미안해요 . . "

 

 

 


" . . . 괴 . . . "

 

 

 

 

 


. . 모든 비난을 받을 각오가 되어있었다. 사도로서의 기억을 잃었을 때에 섞여 들어가버린 인연의 굴레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부터, 그 모든 욕과 원망을 들을 각오는 충분히 되어있다 . . 고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닥쳐오는 상황을 그녀는 받아드리는게 쉽지가 않다. 어떤 말이 나와도 그녀의 뇌리에 평생의 상처를 줄 것만 같았다. 그래, '어떤 말' 을 듣더라도.

 

 

그리고 다음으로 나온 말은, 란코의 표정을 무너뜨리기에 이르렀다.

 

 

 

 

 

 

 

 

 

 

" . . 괜 . . 찮아 . . "

 

 

 

 

 

 

 

 

" . . . ! ! "

 

 

 


털썩.

 

 

마지막으로 짓는 희미한 미소를 끝으로 고개가 바닥에 떨어지고, 사도를 향해 뻗었던 손도 같이 떨어진다.

추락한다. 의식이, 생명의 불꽃이.

 

그걸로 일순간의 정적이 찾아왔다가 . . 곧장 깨진다.

 

 

 

" 아, 아아아아아 . . . "

 

 

 

소녀가 엎어져 움직이지 않는 그녀를 뒤짚어서 끌어 안는다. 귀와 코와 입에서 흘러나오던 피도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울먹이며 생명의 반응을 찾아보지만 찾을 수 있을 리 없다. 찾는게 가능할 리 없다. 그제서야 칸자키 란코는 . .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러버렸는지 깨닫고 동공을 떤다. 이윽고, 소녀의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싸늘하게 식어가는 여인의 유체를 붙잡고 오열한다.

 

 

" . . 미안합니다아 . . 미안합니디아 미안합니다 . . 미안합니다아 . . 미안합니다아 . . ! "

 

 

시신을 부여잡고 눈물을 떨어뜨리며 사죄를 빈다. 그러나 이미 당사자는 들을 수 없다.

재촉해도 이미 그녀는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다. 자신을 향해 웃어 줄 수 없다. 인과율 -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신'의 어명에 의해서 소녀는 영웅을 죽여버렸다. 하지만 남는 것은 후회와 절규 뿐이다.

란코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복받치는 슬픔이 홍수처럼 쏟아져내린다. 울고있는 사도와,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자고있는 것 같은 토토키 아이리의 유해는 아이러니하게도 피투성이가 된 타일 위에 핀 한떨기의 꽃과 같이 아름다움을 자아해내고 있었다. 

 

 

.

.

.

.

.

 

건물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리며 사람의 형상 하나가 처박힌다.

신데렐라 걸의 방으로 향하는 복도 창가를 뚫고 반대편 벽에 처박힌 여성은, 이마 아래로 떨어지는 핏방울이 시야를 가리기 무섭게 닦아내면서 돌가루들을 털어낸 뒤 몸을 일으킨다. 창문이 있었던 구멍 건너편 허공에, 노이즈의 안개를 발판삼아 서있는 또 다른 사도의 모습에 웃음기가 아른거린다.

 

" 인간 치고는 꽤 대단했어. 칭찬해줄게. "

 

" . . . . 사양하지. "

 

핏덩이를 복도 바닥에 내뱉고서 부러진 검을 내던지고, 다시 크로스보우를 눈앞에 괴물같은 그것에게 조준한다. 잠깐의 시간동안 싸웠을 뿐인데, 이미 와쿠이 루미의 몸은 성치 못했다. 양 팔의 근육이 파열됨이 뜨겁게 올라오는 열기의 감각으로 전해지고, 가슴을 쿡쿡 찌르는듯한 격통은 갈비뼈가 부러졌음을 경고하였다.

 

" 자, 이번에도 살아남을지 시험 해 볼 . . . "

 

노이즈와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칼날이, 점점 길어져 복도의 천장까지 닿을 거리가 된다. 와쿠이 루미가 도약하여 상하좌우로 뛰어오를 모든 거리를 커버 할 만큼 길이까지 길어진 칼날이 귀에 거슬리는 전파음을 내면서 곧장이라도 상대를 갈기갈기 짖어발길 기세를 띈다.

 

" . . 음 ! "

" . . . ? "

 

마음의 각오를 다잡았던 루미를 앞에 두고, 돌연 사도 - 니노미야 아스카가 눈동자를 꿈뻑이며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거린다. 입으로부터 나온 '음' 소리는 마치 뭔가 예상 외의 일때문에 당황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루미의 눈에 그렇게 비춰진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고, 루미의 마음의 소리가 외치는 그 순간 . . 볼트가 크로스보우를 떠나 아스카에게 쏘아졌다.

 

볼트는 빠른 속도로 지근거리를 날아 . .

 

딱딱한 무기질에 박히는 소리를 냈다.

루미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언제나 무표정인 그녀에게 있어서 얼마 드러나지 않는 극도로 희귀한, '놀라움'의 얼굴이었다. 아스카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반대편을 게슴츠레 바라보며, 길게 늘였던 노이즈단검을 도로 거둔다. 그와 동시에 솟아나오던 살기와 긴장감도 한바탕의 돌풍이 지나간 후 마냥 흔적도 남지 않고 없어진다.

 

" . . 통과, 했어 . . ? "

" 흥. "

 

아스카가 코웃음쳤다. 그리고 루미가 벽에 바짝 밀착해 선다.

돌이켜보면 아스카와 싸우며 와쿠이 루미는 단 한번도 유효타를 먹인적이 없었었다. 모두 일반적인 회피, 일방적인 방어였을 뿐이다.

 

" . . 내가 졌다. "

 

바짝 선채로, 그녀는 크로스보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승산은, 없었다. 아이돌도 아닌 그녀가 물리적인 타격을 줄 수 없는 상대에게 이길 수 있는 어떤 경우도 상정이 되지 못했다. 독이나 수면가스도 통하지 않는다는게 이미 검증이 되어있었기에. 루미의 판단은 너무나 냉철하고 빨랐다.

 

" 단념이 빠르군. 아니면 똑똑한건가 ? "

" 어서 죽여라. 죽어야 한다는 목숨이라 했다면 . . "

" 하아 . . . "

 

아스카가 다시 짦아진 칼날을 루미의 목덜미 코앞까지 들이민다. 예전에도 몇번씩 이러한 상황을 겪어본건지 능숙하게, 어설프게 찔러들어가지 않고 정확히 칼끝이 살짝 닿아 조금의 생체기가 나올 정도로만 다가와있는 칼날에 루미가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나고서도 칼날은 전혀 가까이 오지 않는다. 이어서 불평에 가득한 목소리가 또 한번 긴장을 깨부순다.

 

" 아 - 아. 재미없군 재미없어. 마음이 바뀌었다. "

 

칼날은 도로 거두어져, 완전히 그녀의 손아귀로부터 자취를 감춘다.

 

 

" 너를 살려주지. "

" 뭐 ? "

" 인간 치고는 아이돌을 상대하는법도 빠삭한 것 같고, 네 대진운이 나빳을 뿐이니까 . . 살려두면 나중의 즐거움이 될테지. "

" 암살자가 무슨 소리를 . . ! "

" 암살? 뭐, 암살이라면 암살이군. "

 

양 팔을 받치듯 올리고 고개를 가로젓고선 아스카가 말을 이어간다.

 

" 유감이지만 타겟이 이미 죽었다는 연락을 받아서 말이야. 더 이상 볼일이 없어졌어. "

 

" . . . ? ! "

 

루미가 흠칫하며 복도 끝에있는 문을 응시했다. 언제나의 푸근한 아우라가, 오늘은 콥빼기도 감지되지 않자, 한 발자국 반사적으로 그곳으로 내딛었다.

 

" 아이리 . . ! "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약해 문으로 달려나간다. 뒤에 방금전까지 사력을 다해 맞서던 상대가 있었던 말던 거리낌 없이 아이리에게 가는 괴물 사냥꾼의 뒤통수를 응시하며 사도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지어진다. 동시에, 노이즈와 모자이크의 안개를 입고 그것은 밤 하늘로 사라졌다.

손잡이를 잡을 겨를도 없이 발로 박차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광경은 . . 와쿠이 루미가 여긴 최악의 상황, 그 자체였다.

 

피로 물든 타일바닥 한가운데에 잠자는 공주처럼 양 손을 배 위에 놓이고 반듯이 누워있는 그 모습은, 흡사 잠들어있는 것과 같아보였으나, 무엇보다도 어색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아니냐 다를까, 검지와 중지가 누워있는 목덜미에 손을 대어봤지만, 맥박은 일절 느껴지지 않는다. 목으로부터 손을 때고 . . 수 초간의 정적이후, 돌연 루미가 피웅덩이를 주먹으로 힘껏 내리친다.

 

" 제길 . . ! 대체 누가 이런 . . . "

 

 

' 틀림없어. 봐봐, 아이리님의 별실 건물이 부서져내렸잖아. '

' 어이, 빨리 들어가보자고 . . ! '

 

바깥에서 들려오는 사람소리에 루미는 흔히 볼수 없는 격양된 얼굴을 도로 거두고 고개를 황급히 창 밖으로 향했다. 건물 밖에, 족히 한 소대즈음은 되어보이는 인원들이 횃불과 무장을 챙기고 문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모습이 띄였다.

 

 

" 거기 누구냐 ! 거기서 뭐하는거냐 ! "

 

" . . ! 이미 들어온 병사가 있었나 . . ? "

 

" 아이리님 ?! 아이리님께 무슨짓을 ! "

 

" 아니야. 이건 . . ! "

" 암살자다 ! ! ! "

 

병사는 루미와 아래에 뉘인 아이리를 보자마자 즉시 바깥을 향해 외친다. 무너져내린 구멍과 열린 창을 통해 바깥으로 통해져 내려오는 외침에 대기하고있던 인원이 일제히 일심동체가 된 것 처럼 문을 박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몇 번의 칼부림, 쇠가 부딪히는 소리 . . 이윽고 깨지는 유리와 함께 뛰어내리는 날렵한 형상.

 

 

 

 

 

모든것을, 성벽에서 지켜보고있는 두 사도의 표정은 모두 한없이 '무'에 가까웠다.

 

"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란코 . . 네가 직접 그 일을 할 줄이야. "

" 고고한 영웅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의 천부적인 권능이 . . 그녀를 . . . 심 . . "

 

따갑고 딱딱할 것 같은 무표정이 점점 풀어지면서,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자, 아스카가 그녀의 얼굴을 살핀다. 애써 얼굴을 보이려 하지 않는 그녀의 머리를 양 팔로 붙들고 강제로 자신과 눈맞춘다. 그녀의 붉은 두 눈동자를 응시하는 아스카의 얼굴은 '혐오' 가 아닌 '동정' 이었다.

 

" 심판 . . 했 . . 는데 . . !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아픈거야 ? 어째서 ? 알려줘, 아스카짱 . . 이게 옳았던거야 ?  "

 

" 란코 . . . "

 

" 이제 모르겠어 . . ! 뭐가 '옳은건지' 뭐가 '잘못된건지' 하나도 모르겠다구 ! 안 어떻게 해야되 ?! 있잖아 ! 대답해줘 ! ! "

 

 

「 아~ 정말 슬프네. 눈물나올 뻔 했어. 조금. 」

 

하얀 고딕드레스의 소녀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둘의 슬픔을 축하해주는 화환을 건네면서, 미려한 모습을 내보인다.

 

「 '옳다' 와 '그르다' 를 정하는것은 너희가 아니야. 다만 나의 바램대로, 토토키 아이리는 죽고 인간의 왕국이 이어지겠지. 너희들은 주어진 역할을 완전하게 수행해냈어. 범인은 영웅을 감싸던 괴물사냥꾼으로 몰리면서, 인간과 아이돌은 영웅의 죽음에 슬퍼하겠지만, 굳건한 단결력을 얻어 부국강성하게 될것이고 . . 왕국은 더 이상 영웅이 나타나지 않겠지. 그럴 필요가 없으니. 」

 

소녀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면서 짧게 한번 박수치고, 입고리가 찢어질듯 커다란 미소를 짓는다.

그것은 아름답기보다면, 끔찍했다.

 

 

「 각본대로 착착 진행되는건, 너무나 기분 좋은일이야. 안그렇니 ? 」

 

" 각본 ?  "

 

「 그래. 모든것이 나의 원대한 계획. '인간'과 '아이돌'이 공존하는 . . '인간' 의 왕국을 만드는 것. 나의 종복 칸자키 란코여. 너는 기억을 잃었던게 아니야. 내가 기억을 날려버렸다가, 돌려준거지. 」

 

" 뭐 . . 라고 . . ! "

 

「 토토키 아이리, 공화국의 멸망과 그들 종족의 멸종, 미시로 왕의 그림자. 드래곤도 . .  모두, 나의 손아귀 안에서 놀았을 뿐이야. 」

「 너는 아이리가 부활한 용을 잡고 더욱 뛰어난 영웅이 되어 미시로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랬겠지만.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크게 생각하기에 이르렀지. 넌 이대로는 비극만이 피어날 것이라는걸 직감했고, 설득했지만 실패. 그리하여 그녀는 죽었다. 가장 절친처럼 여기던 소녀의 손에. 라는 단막극이지. 」

 

" 내가 언니를 . . 죽이고 만게 . . "

「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생각대로 잘 움직여줬어. 아주 훌룡하게. 」

 

" 거, 거짓말이야 . . 거짓말 . . ! 나는. .  나느으은 . . ! ! "

 

신이 손을 흔든다.

 

「 이제 너희들은 필요없다. 고생했어. 」

 

 

" 큭 ?! "

 

" 아 , 아아악 ! 몸이 . . 무거워 . . ! "

 

소녀의 형상을 한 신이 양산을 돌리면서 조소한다. 웃으며 뻗어보이는 팔로부터 무겁고 응축된 시커먼 무언가가 자체적으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주변의 모든것을 빨아들여가기 시작한다. 란코와 아스카가, 노이즈와 모자이크를 몸으로부터 흐뜨러뜨리며 조각조각 분해되어 블랙홀 안으로 빨려들어가고있었다. 아무리 몸을 움직이려고 해도 손가락 하나 움직여지지 않고, 남아있는 보루는 아무것도 없다.

두 사도는 더 이상의 역할을 얻지 못한 두 사도는 어두운 구덩이 속으로 흡수되어간다.

 

" 란 . . ㅋ . . ! "

 

 

" 아스카 . . !  . . 언ㄴ . . !  "

 

경악스러운 소용돌이가 두 명을 모두 빨아들이기 무섭게 사라지고, 소녀의 손 위에는 검고 굵은 책 만이 한 권 떨어진다. 소녀가 책을 펼치지 않고 그대로 양산을 쥐지 안은 손에 들고선 유유히 성벽 바깥쪽 하늘을 산보하듯이 걸어나선다.

허공을 발판으로 유유히 걸으며, 신이라 불리우는 그것은 가벼운 조소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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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신데렐라 걸 토토키 아이리의 죽음이 공표되었다. 그녀를 죽인 살인범은 '괴물사냥꾼' 중 한명인 '와쿠이 루미' 라고 알려짐과 동시에, 왕국 전토에 수배령이 내려졌다. 또한, 미시로 왕의 부하 센카와는 아이리의 죽음덕에 목숨을 부지하고 이후 왕으로부터 다시 신임을 얻어 어두운 루트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 왕국 전국적으로 가족이나 이웃이 행방불명되는 괴기스러운 사건이 발생했었으나, 곧 토토키 아이리의 장례준비때문에 곧장 사람들의 화제에서 잊혀져버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종신고는 없던 일처럼 뚝 끊기게 된다.

 

이치노세 박사의 후계인 아들은 뒤를 이어 연구와 기술개발을 계속하다가 원인불명의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다가 자살했다. 미시로 왕의 명에 따라 후계는 또 다시 이치노세 가의 일원이 이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미시로 왕국의 지하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실험은 더욱 잔혹하고 냉혹해져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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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기약

 

 

 

오랜 시간이 지난 후. . .

 

북방의 눈덮힌 산맥과 능선을 맞댄 무미건조한 바위협곡을 뒤흔드는 지진이 일어났다가, 몇 초 지나지 않아 뚝 멎는다.

지진의 근원지로 추정되는 지표면은, 마치 운석이라도 얻어맞은 달표면 마냥 크레이터가 사방에 뚫려 진풍경을 야기하며, 짐새들이 근처에 먹이를 찾으러 날아다닐 뿐이다. 심지어, 그 먹이를 찾아나선 짐새도 뭔가 알 수 없는 형상에 타들어가 숯검댕이가 되어 하늘에서 흩어져버린다.

 

새를 불태우는 검은 날개가, 타지않고 남은 깃털파편을 집어들고 골똘이 고민한다.

 

 

" 쓸 수 있지 않을까나 ? "

 

검은 날개는 낭랑항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들으라는 듯 의문문으로 말을 던져본다. 그러나 응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날개가 펄럭이다가, 짐새들이 겁을 먹고 둥지로 돌아가는걸 본 후에 도로 아래로 천천히 내려오며 다시한번 입을 연다.

 

" 어떻게 생각해 ? "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다. 그저 저리 치우라고 손짓만 할 뿐.

냉랭한 태도에 힘입에 검은 날개를 접고, 그녀의 표정이 뾰루퉁해지마 재촉한다. 어서 대답해달라고. 반응을 보이라고.

그제서야, 건너편의 인물은 . . 흑과 백이 뒤섞인 액체같아보이는 덩어리를 떨궈놓고서 단호하게 자른다.

 

" 쓰지마. "

" 에에, 하지만 . . "

" 성가셔지니까 안돼. "

" 네- 에. . "

 

" 이걸로, 오늘 토벌작전은 끝이냥 ? "

 

낭랑하고 의도된 것 같은 고냥이어체를 쓰는 활기찬 목소리가 딱딱한 대답을 했던 이에게 뭍는다. 그러나 대답은 다시금 검은 날개를 펼친 쪽에서 들려온다.

 

" 응. 고생했어 린. "

" 린은 부족원들이 생일잔치 해준대서 들떠있었는데 갑자기 불려왔다냐. 저기저기, 린의 생일파티 해주지 않을래 ? "

" 우웅~ "

 

" 수다떨지마. "

 

단칼에 검은 날개의 질문을 잘라버리듯, 둘의 회화도 잘라버리고서 흑과 백의 덩어리로의 안으로 손가락을 힘껏 꽃아넣는다. 액체들이, 생명과 의지를 가진듯이 사방팔방으로 늘어나 흩어지려고 하다가 자석이라도 내장된 듯이 그 인물의 팔에 눌러붙어 팔을 타고, 옷을 타고 올라가 턱과 목 사이로 빨려들어간다.

곧이어, 액체들이 더 이상 빨려들어가지 않을 무렵, 그 손가락의 끝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무언가' 를 빨아들이고 개운하다는 듯 좌우 어깨를 푼다.

 

" 이번 '신' 은 어때 ? "

" 음 . . . 이번에는 당첨이네. "

" 정말 ? ! 호노카, 나 정말 감격스럽. . ! "

 

" 정신사나워. "

" 앗, 미안 . . "

 

한쪽에 땋은 머리, 우주를 담은 것 같이 선명한 눈빛과 카리스마를 가진 제국의 지도자, 코우사카 호노카의 일갈에 코토리는 시무룩해져 입을 다물었다.

제왕의 시선은 축 쳐져있는 그녀를 흘겨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듯 콧방귀를 차고, 이어서 한쪽 주먹을 불끈 쥐어 내비친다.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어디선가 다른이의 말이 반박자 더 빨리 튀어나왔다.

 

" 저거, 책이냥 ? "

" 헤 -에. 태워버릴까 ? "

" . . . . . . "

 

검은 날개가 당장이라도 흙먼지로 범벅이 된 크레이터 속 검은색 책을 태워버릴 기세를 내비치자, 제왕은 고개를 돌려 그것을 응시했다. 그리고 몇 초 시간이 지나자 . . 입을 뗀다.

 

" 그대로 놔둬. "

" 정말로 ? "

 

그녀가 반문한 그 순간, 주변이 무거워 진 것 마냥 나무가 스스로의 무게에 짓뭉게져 쓰러지고 크레이터들 속에있던 바위가 더욱 깊이 파여들어간다. 코토리도 급작스레 눌려오는 가공할 압박감과 중력에 몸을 숙였다가 힘껏 다시 세운다. 제왕은 타오르는 백개의 태양에 버금가는 불타는 눈동자로 날개 한 쌍을 의식하고 다시금 통보했다.

 

 

" . . 두번 말하게 하지 마라. 코토리. "

" .으, 응 . . ! 명심할게. 진짜로 . .  "

 

 

" 휴우 -. 정말이지 코토리는 왜그렇게 마음대로 하려는거냥 ? 좀 마키나 노조미를 본받았으면 한다냐. "

" 돌아간다. "

" 앗, 알겠습니다냐 대제전하. "

 

검은 불로 휩싸인 괴조가 영원한 지배자들의 왕과 그 동료를 태우고 하늘로 너머로 날아간다. 크레이터의 더미에 남은 검은 책이 갑작스레 불어오는 바람에, 쌓인 먼지와 돌가루들을 털어낸다. 회색의 협곡 안에서 책은 바람에 날려 크레이터를 벗어난다. 마치 책이 스스로 갈 길을 찾아가는 것 처럼.

 

 

 

대기의 흐름에 따라 책은 솜털처럼 가볍게 날아가 협곡을 벗어나 황무지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날아가고 날아가 마침내 다다른 곳은 . . 황량한 바위협곡의 풍경과는 정 반대로 푸르른 숲이 논밭과 어우러진 풀밭의 속. . .

 

 

 

 

" 으갹 ! "

 

풀밭에 한적하게 누워서 저 너머 농지를 풍경화삼아 자연을 느끼고있던 청년의 머리 위로 냉큼 떨어져 그의 코를 공격한다.

예기치 못한 습격에 그는 고개를 훌훌 털어내며 황급히 일어난다. 그리고 자기 얼굴에 떨어졌던게 책이란걸 알고서야, 한숨을 내쉬며 코를 메만진다.

 

" 살다살다 책도 나를 암살하려 하는구나 . . 넌 누가 시켜서 왔니 ? "

 

그러나 책이 대답 할 리 없다.

 

" . . 나도 참, 뭐하는거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도 이상해진건가 ? "

 

청년은 두 손을 모으고 갑자기 몸을 구부린다.

 

" 사람들은 폭정에 휘둘리고 아이돌은 무기취급받으며 이용만되는 이 실정에 . . 나만 이렇게 한량처럼 앉아있다니. "

 

 

그는 모은 손을 부들부들 떤다.

 

" 제길, 지식은 많아봐야 아무것도 해낼 수 없어 ! 나한테 힘만 . . 질서를 바로잡을 충분한 힘만 있었어도 . . ! "

 

그러자, 책이 펼쳐진다. 청년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경계하는데, 차마 살펴볼 겨를 도 없이 책으로부터 흑과 백의 연기같은 무언가가 한가득 솟아오른다. 솟아오르며 함께 나오는 풍압에 그가 양 팔로 얼굴을 가리고 엉덩이걸음으로 조금씩 물러섰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있는건지 영문을 알지못하고 바람으로부터 얼굴을 가리다가, 세기가 점점 약해지더니 이윽고 완전히 멎은걸 알고 팔을 얄고 감고있던 눈을 천천히 뜬다.

 

 

 

 

 

 

 

 

 

 

 

 

 

 

 

" 나의 이름은 칸자키 란코. 그대의 부름에 답해 이 땅에 권능으로서 강림하였노라. "

 

" . . . 언제나 한결같은 등장대사로군. "

 

 

 

.

.

.

.

.

.

.

어둠을 걷는 자들은 결코 기억되지 않지만, 모든것을 기억한다.

 

그 끝없는 묵흑(墨黑)의 길을 걸으며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을.

 

그렇기에, 더욱 캄캄한 어둠으로 들어가며 도표에 선 자들을 위한 길을 열어줄 수 있는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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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사밍 가문 ] 

 

현 미시로 왕국을 통치하는 가문이자, 이전에는 미시로 왕국의 신하영주가문이었던 집안 중 한 곳. 우사밍 가문은 자연친화적인 농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높은 품질의 농산물들을 수도로 상납하며 그 댓가로 영지의 안전을 보장받으며 살아왔었는데, 어느 날 우사밍가의 14대 가주는 부부동반으로 수도의 중요회의에 불려가던 도중 도적에게 살해당한다. 가주가 살해당하고 남아있던것은 고작 16세 전후의 젊은 청년. 그가 바로 15대 가주로서 임명받은 직후, 우사밍가의 영지는 잦은 도적들의 습격을 받기 시작했고 그는 상황에 의문을 품는다.

그렇게 의구심을 키워가던 중, 어떠한 계기를 통해 그는 도적때들의 습격과 부모의 죽음이 미시로 왕가에서 용인하여 극비리에 계속되어온 비인도적인 실험에 의한 결과라는걸 알게된다.

 

이후 수 많은 역경과 위협, 고난을 거쳐 그는 미시로 왕에게 반하는 세력을 한대 규합하여 마침내 미시로 여왕을 비롯한 왕족들을 모조리 몰아내고 우사밍 왕가로서 서 왕국 150년 평화의 시대를 열었다.

 

 

현 국왕은 이 우사밍 가문의 17대이자 초대 우사밍 왕의 손녀인 나나 드 우사밍 17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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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의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바톤터치 라는 느낌으로 마무리를 지어보려고 노력 했는데, 아직 쓴 입장에서도 찝찝한 면이 살짝 있긴합니다만 . . 

 

다음에는 이런 찝찝함이 남지 않도록 잘 써보도록 하겟습니다 !

 

란코가 주역인 이야기는 이후 따로 없을 예정입니다 !

 

아스카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될지는 . . 여러분에게 달려있지요.(권유)

 

그러면 어둠을 밝히는 자들을 봐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

 

신데판 프로젝트의 모든 작품을 사랑해주시고, 다음 시리즈에서 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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