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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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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4, 2016 20:18에 작성됨.


기분좋게 낮잠을 자고 일어난 치하야는 눈을 부비적거렸다. 지금이 몇시일까. 아직 낮의 햇살이 길게 창을 통해 들어오는 걸 보면, 밤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치하야는 잠시 이불 안에서 뒤척이다가 요람에서 기어나왔다.
요람에서 기어나와 주변을 둘러보던 치하야의 눈이 책상에 앉아있는 '엄마'에 멎었다. 엄마─ 그러니까 하루카를 본 치하야의 표정이 환해졌다. 하루카에게 다가가기 위해 날개를 파닥거리자 그 소리에 서류에서 시선을 돌린 하루카가 미소지었다

 

 

 

 

"일어났니, 치하야쨩?"


그 말에 피잇, 하고 답하며 재빠르게 날아선 높게 쌓인 서류 위에 앉는다.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은 하루카는 치하야를 붙잡아 서류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러나 내려놓자마자 다시 서류 위로 날아 올라가는 치하야에, 하루카는 한숨을 내쉬곤 다시 손을 뻗었다.


"그렇게 서류 위에 앉아있으면 안돼요~"


그렇게 말하며 치하야를 붙잡아 다시 내려놓자, 다시 날아오른다. 이번에도 서류 위인가, 라고 생각하던 하루카는 치하야가 서류 위가 아니라 자신의 머리 위에 앉는 것에 위를 바라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치하야쨩─"


그렇게 중얼거리며 치하야를 올려다보려고 애쓴다. 겨우 눈이 마주치자, 갈색 눈동자가 생긋 웃었다.


...졌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카는 한숨을 내쉬곤 깃펜을 잉크에 담갔다. 며칠 전, 잉크로 장난을 친 바람에 하루카에게 단단히 혼난 치하야는 그 이후로 잉크에 강한 호기심을 보이긴 해도 접근하진 않았다. 건드리면 또 혼날 것 같은 예감에 단지 눈동자를 반짝이며 잉크병을 바라보기만 하던 치하야는, 문득 하루카의 손에서 낯설은 물건을 발견했다.


"치하야쨩?"


갑자기 치하야가 머리 위에서 날아올라 책상 위로 가는 것에 서류에 사인을 하려던 하루카는 의아해하며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치하야는 호기심으로 가득찬 눈동자로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뭔가 또 발견한건가, 라고 생각하려는 순간 치하야가 하루카의 손가락을 붙잡았다.


아니, 정확힌 하루카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붙잡았다.


금색의 평범하고 굵은 링이었다. 치하야는 처음보는 그 동그란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물건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잡아당겨보지만, 쉽게 빠지나 싶었던 그 것은 마디부분에서 걸려서 빠지지 않았다. 꼭 맞는 것 뿐만이 아니라 치하야의 힘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그것이 궁금해서 온 힘을 다해서 낑낑 잡아당기는 치하야를 보고 있던 하루카는 한숨을 섞어 웃었다. 아예 몸을 거의 뒤로 젖히다시피 하면서 반지를 잡아당기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그냥 빼서 줄까, 라고 하루카가 생각하던 때였다.


"삣!"
"치, 치하야쨩!"


갑자기 쑥, 하고 반지가 마디에서 빠져나오면서, 자신의 힘에 의해 치하야가 뒤로 굴러갔다. 얼마나 힘을 주고 있었던 것인지, 저항이 없어지자마자 뒤로 데굴 굴러선 책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치하야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하루카가 손을 뻗었지만 그보단 치하야가 책상 아래로 떨어지는 게 먼저였다. 책상 너머로 사라지는 치하야의 모습에 당황한 하루카는 벌떡 일어나 책상 너머를 바라보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아래가 푹신하게 카펫트가 깔려있다고 해도 떨어지면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치하야는 떨어지기 전에 날개를 펼쳤다. 작게 한숨을 내쉬는 치하야를 본 하루카도 치하야를 따라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하잖니, 치하야쨩."


날아선 다시 책상 위로 올라온 치하야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 두드리며 하루카가 그렇게 말했다. 혼나는 줄 알았던 것인지 눈을 꼭 감았던 치하야는 다만 가볍게 머리를 건드릴 뿐, 하루카가 혼내지 않는 것에 안도하곤 손에 쥔 반지로 시선을 돌렸다.
신기한 듯 반지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하루카가 끼고 있던 것이 생각났는지 반지 안에 팔을 넣어본다. 어깨까지 쑥 들어갔다. 자신에겐 반지인 것이 치하야에게는 어깨 장식이 되는 모습에 쿡, 하고 하루카가 웃자 하루카를 올려다보았던 치하야는 반지에서 팔을 뺐다.

어떻게 갖고 노는지 계속 보고 싶지만, 이 서류를 처리하지 않으면 오늘은 정말로 마코토한테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서류로 시선을 돌렸던 하루카는 생각을 고쳤다. 이건 무역부 관련 서류니까, 이걸 처리하지 않으면 이오리한테 죽겠구나.
중요한건 어느 쪽이든 무섭다는 거지만.


"삐─"


하루카가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때에도 치하야는 손목에 반지를 걸어보았다가, 반지가 손목에서 빠져나와 굴러가는 것에 반지를 쫓아 책상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힐끗 본 하루카는 작게 웃고선 덧붙였다.


"잃어버리지 마, 치하야쨩─"


잃어버린다고 해도 자신은 별 상관 없지만.
굴러가는 반지를 겨우 붙잡은 치하야는 낑낑대며 들고와 하루카의 손 옆에 앉았다. 가만히 하루카의 왼손을 바라보던 치하야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하루카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척 얹어보았다. 한 손 위에 올라올 수 있는 크기의 치하야니까, 손은 당연히 하루카의 커다란 손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작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치하야는 이번엔 손가락 위에 자신의 손을 턱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손이 작은 것에 가만히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다가 두 손으로 반지를 집어든다. 부드럽고 작은 손의 감촉이 사라지는 감각에 치하야를 돌아보았던 하루카는 순간 풋, 하고 웃어버렸다.


"...잘 어울리네, 치하야쨩?"
"삐?"


반지를 대체 어떻게 쓰는 걸까 고민하던 치하야가 반지를 들어 자신의 머리 위에 척 하니 얹어놓았던 것이다.
마치 금빛의 왕관이 올려진 듯한 그 모습에, 만면에 미소를 띈 채 치하야를 바라보자 치하야도 그 방법은 마음에 들었는지 팔을 뻗어 낑낑대며 조금 더 반지를 바르게 놓았다. 그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하루카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루카가 웃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치하야도, 환하게 웃었다.

 

 

 

 

 

 

 

 


"그래서, 잘도 그 반지를 잃어버리셨겠다?"


마코토의 날카로운 말에 하루카는 식은땀을 흘렸다.
치하야가 잘 갖고 놀던 것은 기억한다. 종종 반지가 굴러가서 쫓아가고 그러다가 치하야는 책상 위에서 반지 위에 엎드린 채 잠들어버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다가 치하야를 다시 치하야 전용 요람에 데려다 놓은 채 일을 했다. 거기까진 반지가 분명히 책상 위에 있었는데.


"...방을 뒤져봐도 나오지 않아서... 그... 마코토..."
"......그게 약혼 반지라는 자각은 있었어? 어떻게 약혼 한 지 하루 만에 잃어 버리냐!!! 겨우 성사시켜놨더니!!!"
"꺄악, 미안, 미안해!!!"


황급히 고개를 숙이지만, 반지가 없어졌다는 사실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 그 사실에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누르던 마코토는 하루카가 조심스레 그녀의 눈치를 살피다 한 말에 쓰러질 뻔 했다.


"그... 그리고, 역시 약혼은 ...파혼하면..."
"......"


대체 이유가 뭐야.

그렇게 묻고 싶은 마음조차 나지 않았다. 하아아, 하고 빠져나오는 한숨에, 하루카가 움찔 했다가 조심스레 마코토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역시 하루카씨는 별로... 아직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잃어버린 거야?"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만약 일부러 잃어버렸다고 했다면 마코토는 아마 그 자리에서 하루카를 구워버렸을 것이다.
하루카에게 들으라고 한숨을 팍팍 내쉰 마코토는,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상대는 공작의 아들이다.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 파혼 이유- 약혼 반지를 잃어 버려서? 말이 되나?


"상대에겐 알아서 설명해. 난 몰라."
"으, 응!"


사고를 진행하다가 마코토는 결국 포기하곤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마코토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하루카는, 마코토가 한숨을 푹 내쉬는 것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그 뒤에는, 한 손에도 들어올 작은 아이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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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토하다가 마코토 등장 전까지 대사가

치하야쨩으로 도배되어 있는 걸 보고 쓴 사람이 당황(...)

오늘의 날씨....는 딱히 이후 전개 생각을 안하고 쓰고 있어서 

짧을 땐 엄청 짧을 것 같아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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