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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노트 제 1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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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3, 2016 01:52에 작성됨.

상무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결국 철야를 해버렸다. 이거 참... 고교생때는 이런 건 거뜬히 버텼는데 지금은 많이 약해졌구나. 나는 입이 찢어질 기세로 하품을 했다.

"프로듀서씨 안녕하세요."

 내가 당직근무를 할 때마다 보는 상황이지만 센카와씨는 1등으로 출근한다.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다. 예. 안녕하세요...

 "어머나...? 철야하신 거에요? 팬더처럼 눈 밑이 까만데요?"

 아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됬네요. 아직 1시간 남았군. 퇴근까지...

 "어차피 오늘 당직 저인데 제게 인수인계하고 가실래요?"

 아, 아뇨. 그럴 수는 없죠. 돈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재대로 시간 채워야죠. 그렇다고 당직 수당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리는 안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지난번처럼 과로로 쓰러지시면 큰일 나니까요."

 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기획서 하나 작성하고 있었는데 봐주실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이번에는 누구의 기획서죠?"

 란코의 라이브 공연 기획서입니다. 무대 컨셉이나 의상은 란코와 상의해서 넣을 거고 그외의 것들 봐주세요. 센카와씨는 유심히 나의 기획서를 읽었다.

 "흐음... 이거 말고도 기획서가 3개 더 있지 않나요?"

 센카와씨는 기획서를 넘기면서 말했다. 네. 그것들은 이미 결제 받은 것들 이죠.

 "프로듀서씨도 좀 쉬는게 어때요? 휴가를 아직도 한번도 안 가신 것 같은데요."

 센카와씨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휴가라... 글쎄요. 휴가를 내봤자 갈만한 곳도 없어서 말이죠. 게다가 말씀하신 3개 기획서의 일정이 좀 조밀하게 모여있어서... 하하하...

 "이번 일정들 전부 마무리하면 휴가 갖다오세요."

 센카와씨는 기획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 그렇지만 마에바라씨도 입원하셨는데 제가 쉴 수는...

 "이건 직장 상사로서의 지시에요. 짧은 시간이라도 기분 전환하고 오세요."

 센카와씨는 미소는 유지한 채 눈썹을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무섭네요...

 "음... 휴가갔다가 오시는 동안에는 제가 대신 당신의 아이돌들을 서포트할게요. 이의 없으시죠?"

 예... 이의없습니다.

 "진정한 어둠이 도래했다!(저 왔어요!)"

란코가 사무소에 등장한다. 어라? 이른 아침에 무슨 일이야? 학교는...?

 "처음 어둠의 문이 열리는 날과 일치하는 날이기 때문이지...!(개교기념일이에요!)"

 헤에... 개교기념일? 그렇다고해도 이렇게 빨리 사무소에 올 일이 있는 거야?

 "그대의 불안정한 마력을 느껴서 마력을 나눠주려고 왔느니라.(프로듀서씨가 굉장히 고생한 것 같아서 먹을 거라도 나눠주려고 왔어요.)"

 란코는 양손에 들려있는 봉지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눈가가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센카와씨...?

 "네?"

 저는 정말 인복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네요. 허기지실 텐데 어서 드세요."

 센카와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고맙다...! 잘 먹을게. 나는 소파에 앉았다. 란코는 탁자에 봉지의 내용물을 꺼낸다. 그녀가 들고 온 것은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돈까스 정식 도시락인가... 좋은 한끼가 되겠군. 나는 나무  젓가락을 뜯었다.

 아, 그러고 보니 너는 아침 먹었어?

 "나는 진정한 어둠. 마력이 언제나 넘쳐나기 때문에 보충 필요없다.(안 먹어도 돼요.)"

 에엥...? 안돼. 넌 아직 성장기라고...? 아침부터 그렇게 굶으면 안돼. 같이 먹자. 도시락말고도 다른 것들 많네!

 "이... 이 몸은 마력보충이 필요없다하지 않았느냐!?(저... 저는 안 먹어도 된다니까요!?)"

 시끄럽고 어서 먹어. 너 안 먹으면 더이상 안 먹는다...? 나는 젓가락을 내리면서 말했다. 란코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느... 느으! 마력폭주하면 나는 모른다...! 네가 내 옆에서 없어질지도 모른단 말이다!(제가 먹기 시작하면 프로듀서씨가 먹을 것이 없어져서는 배고파서 쓰러질지도 모른다구요!)"

 괜찮아. 배고파서 쓰러질 정도로 허약했으면 당직근무도 못한다. 자, 어서 먹자. 나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란코는 마지 못해 나무 젓가락을 들었다. 나와 그녀는 사무소에서 처음으로 같이 식사했다.

아침밥 고마웠다. 나는 이제 퇴근해야겠다. 하아으음-

 "으음! 어둠에 삼겨져라!(고생했어요!)"

 란코는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그래 그래. 다음주에 보자. 나는 란코에게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저 퇴근하겠습니다. 센카와씨. 인수인계 사항은 그 기획서가 전부입니다.

 "네! 고생하셨어요. 어서 가셔서 쉬세요."

 네. 고생하세요... 나는 센카와씨에게 인사하고 사무소에서 나왔다. 그나저나... 란코가 아침밥을 다 사오고... 어제 저녁을 같이 못 먹어서 그런 걸까...?

 '란코의 친구.'

 문득 상무와 함께 이야기 중에 나온 힌트가 떠오른다. 기획서에 집중하느라 어떻게 할지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어쩌지...?

 '마에바라.'

 아... 그래. 나는 어째서 이런 쉬운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던 거야? 란코네 프로듀서에게 물어보면 되잖아. 하아... 나는 멍청이군.

 현재 시각 오전 9시. 지금쯤이면 깨어나 있을 시간이겠지. 나는 마에바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아키라씨. 아침부터 무슨 일이세요?"

 네. 마에바라씨. 질문하고 싶은 것이 생겨서요.

 "음...? 아키라씨. 목소리가 굉장히 힘들어 보이시네요? 어제 과음이라도 하셨나요?"

 이 사람이... 날 어떻게 보는 거지?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뇨. 당직근무 끝나고 퇴근하고 있어요.

 "아아! 그렇군요. 네. 질문이 뭐죠?"

 란코와 친해지는 비결이 뭡니까?

 "예?"

 '란코의 친구가 되기.'의 방법이 뭡니까?

 "음? 그건 누구에게 들으신 거죠?"

 상무님께  들었어요. 간단한 면담을 하는 도중에 말이죠.

 "아... 상무님이요? 그보다 당직근무 중에 면담? 꽤나 귀찮으셨겠네요."

 마에바라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뭐... 덕분에 철야했습니다. 허허허... 아무튼... 란코와 친해지는 법을 알고싶습니다.

 "으음... 그건 말이죠. 아주 간단해요. 란코와 어울려주면 됩니다."

 죄송하지만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쉬우면서도 어려운 답안인 것 같아요.

 "음... 란코가 좋아하는 것을 공감해주면 됩니다. 말투도 비슷하게 해주면 좋구요."

 마...  말투요...?

 "뭐 예를 들어서, 진정한 어둠이 도래했다!라고 말해오면 오오...! 어둠이시어. 드디어 도래하셨나이까.라고 말해주거나 어둠에 삼켜져라!라고 하면 당신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겠나이다.라고 대답해주세요."

 마에바라의 말을 듣다가 한가지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군. 밤의 연회는 다음 기회로 하지. 미스 칸자기.'

 이 말을 하자 란코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흐음... 그런가요? 란코와 어울려주면 되는 건가요?

 "네 그렇게 하면 란코가 좋아할겁니다."

 감사합니다. 편히 쉬세요. 나는 마에바라와의 통화를 끝냈다. 흐음... 란코 어록 좀 자세히 봐야겠군.

  주말내내 란코 어록을 읽고 인터넷에 수많은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메모장에 적었다. 이거... 만화에 나오는 대사나 손과 발이 오글거리는 말들 뿐이잖아...

"진정한 어둠이 도래했다!(저 왔어요!)"

 아, 왔는가? 미스 칸자기. 마력연마하고 왔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신사의 인사법으로 란코에게 인사했다.

 "에...?"

 란코는 지난번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지? 미스 칸자기. 자네가 그런 표정을 지을 정도로 내 마력이 강해졌나...? 란코는 표정을 고치고 외쳤다.

 "어허흠! 나의 마력 공급이 너의 마력을 강하게 만들었나보군!(저의 도시락 먹고 힘내주셨군요!)"

 그래. 너의 마력 공급 덕분에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어둠이 깨어났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스 칸자기.

 "오오...! 너도 드디어 어둠의 힘에 눈을 뜬 것인가!?"

 훗... 잘 부탁하지. 미스 칸자기. 나는 란코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는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 마력 추적은 틀리지 않았어. 네가 어둠의 각성을 할 수 있다는 것을...!(제 눈은 틀리지 않았군요!)"

 응? 뭐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의 벗은 너를 굉장히 좋아하더군."

 헤에...? 나를 왜 좋아하는데? 란코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 그게 다정한다든지... 친구같다든지... 오빠같다든지..."

 어...? 이 녀석 웬일로 재대로 된 말을 하고 있어!? 나는 실실 웃었다. 이야. 그거 참 영광이군. 내가 벗들에게 그 만큼 신뢰를 받고 있다는 소리군.

 "이 몸이 자네에게 '친우'라고 불러도 되겠는가?(저... 프로듀서와 친해질 수 있을까요?)"

 무... 물론이지! 나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큰 목소리로 답했다. 주변 직장동료들이 나를 쳐다본다. 아... 하핫! 직장동료들은 그렇게 오지랖이 넓지 않아서 바로 시선을 자신의 모니터로 돌아간다. 후... 아무튼 나는 얼마든지 환영해. 나도 너랑 많이 친해지고 싶었으니까.

 "그... 그렇군."

 아, 맞다. 란코 네 라이브 의상컨셉 정해야 하는데 시간 돼?

 "무... 물론! 오늘은 마력연마하는 날이 아니다.(물론이죠! 오늘은 레슨하는 날이 아니거든요.)"

 그래? 그러면 밖에 나가서 바람이나 쐬면서 정해볼까? 맛있는 거 사줄게. 저번에 사준 것도 있으니까.

 "이 몸은 마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따로 보충하지 않아도 된다...!(괜찮아요...!)"

 미스 칸자기. 사양할 필요없다. 나는 자네에게 받은 마력을 돌려주는 것 뿐이야. 현재 내 그릇은 내 마력만 갖고 있는 것만으로 벅차. 내가 폭주해서 소멸하는 것을 바란다면 사양해도 좋아.

 "으... 으! 소멸은 아니된다! 알았다! 알았다고...! 내 친우를 잃을 순 없지. 마력을 받도록 하지. 하여간... 그릇의 크기 좀 늘리란 말이다. 네가 어둠의 존재라면...(아... 알았어요! 먹으러 갈게요...)"

 란코는 볼을 부풀면서 말했다. 나는 실실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인가!?(뭐... 뭐 하시는 거에요!?)"

 란코는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아... 미안. 무심코 손이 올라가버렸네? 혹시 쓰다듬는 거 안 좋아해? 란코는 말없이 나를 째려봤다. 에엑...? 친구되자마자 미움 받아 버리나?

 "흐흥! 어서 가자!"

 란코는 먼저 사무소에서 나간다. 하아... 버릇된 행동이 나와버렸어. 나는 한숨을 내면서 사무소에서 나갔다.

사무소에 나가서 나와 란코는 정원으로 나왔다. 그녀는 이전에도 봤던 노트와 연필을 꺼냈다. 오... 바로 디자인 들어갈 셈인가? 란코는 노트 속에 작은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십자선을 그었다.

 이번 라이브 말인데... 내가 아이디어를 내도 괜찮을까? 란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의 앨범 전체를 들어봤는데 말이야. 대부분의 것들이 전부 어둡거나 무거운 분위기의 노래밖에 없더라? 란코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연필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서 말이지. 이번에는 밝고 발랄한 느낌의 컨셉은 어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어둠의 존재인 내가 빛을 받아들이라는 건가...? 이유는?(밝고 발랄한 컨셉이요...? 왜요?)"

 란코는 빠르게 그림의 중심축을 그려나간다. 그야... 그 컨셉으로 가면 굉장히 잘 어울리고 귀여울 것 같아서... 나는 란코의 노트를 보면서 말했다. 빠르게 움직이던 연필이 갑자기 멈춘다.

 "귀... 귀여워...!?"

 란코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응. 한창 귀엽게 꾸밀 나이인데, 한번 쯤은 귀엽게 해도 좋잖아? 나중에 나이 먹어서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

 "... 친우여...(프로듀서씨.)"

 란코는 고개를 숙였다. 응? 왜? 혹시 마음에 들지않는 다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나는 그냥 의견만 냈을 뿐이니까. 란코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친우여... 내... 내가 귀여... 운가...?(프로듀서씨... 제... 제가 귀여... 워요...?)"

 어? 응! 란코 귀여워! 나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란코의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녀가 쥐고 있는 연필도 흔들려 그림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라... 란코!? 그... 그림이 망가지고 있어!

 "아... 아! 괜찮다. 나는... 나는..."

 노트의 한 페이지가 까맣게 칠해졌다. 저... 전혀 안 괜찮아 보이거든...!? 어찌되었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겠어. 정신차려... 어이...!

 "아니... 계속 하지. 계속..."

 란코는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그런 눈동자로 말해도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걸...

 어흠...! 미스 칸자기. 지금 너의 마력은 나보다도 더 불안정하다. 이 이상 의식을 계속 치르다간 네가 폭주해버리겠지. 내게는 너의 폭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너의 마력은 한 도시를 날려버릴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네가 폭주해버리면 그 이상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나는 널 봉인하더라도 의식을 막을 것이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란코에게 손을 뻗었다. 자, 내 손을 잡아. 그리고 이 의식을 그만 두는 거다. 미스 칸자기.

 "너의 뜻은 잘 알겠다. 친우여. 의식은 그만두지.(알았어요. 프로듀서씨.)"

 란코는 노트를 덮고 나의 손을 잡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도 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와 란코는 상가에 있는 적당한 가게에 들어왔다. 자, 먹고 싶은 거 골라. 나는 란코에게 메뉴판을 건네줬다.

 "고... 고맙군."

 란코는 메뉴판을 들여다봤다. 그나저나 회사 다른 아이돌들과는 친하게 지내? 나는 멍하게 창밖을 보면서 말했다. 란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란코...? 란코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란코.

 란코는 말없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싱긋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의 곁에는 마에바라씨는 아니지만 내가 있으니까. 마음껏 의지해줘. 알았지...? 란코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네... 프로듀서씨..."

란코와 친구가 된 이후. 그녀는 회사에 있을 때,  레슨시간 때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사무소에서 보냈다. 현재 그녀는 내 옆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열심히 키보드 자판을 두들겼다.

 그나저나 무대랑 의상 컨셉 잡았어? 나는 모니터를 보면서 말했다.

 "좀 난해하다. 친우가 말한 그 성스러운 빛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어렵네요. 프로듀서씨가 말씀하신 컨셉을 제게 어울릴지...)"

 응? 굳이 내가 말한 컨셉을 고집하지 않아도 돼. 나는 그저 아이디어를 내놨을 뿐이니까. 네가 좋아하는 컨셉으로 해도 돼.

 "아... 아니다! 친우의 조언을 무시할 수는..."

 괜찮아! 이 무대는 너의 것이지 나의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네가 빨리 잡아줘야 나도 기획서를 제출하니까 말이야.

 "그... 그렇지만 프로... 듀서씨가 그랬... 잖아요..."

 란코의 목소리가 흔들린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귀... 귀엽다고..."

 란코의 연필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하기 시작한다. 응. 란코는 귀엽지. 나는 실실 웃었다. 란코의 몸이 움찔거린다. 란코...? 괜찮아?

 "프로듀서씨. 상무님께서 찾으세요."

 센카와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상무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소 문 앞에 상무가 서있었다.

"아아. 야마모토군. 일하는 도중에 미안하군. 커피 좀 타줄 수 있나?"

 상무의 등장은 사무소의 분위기를 얼음장으로 만들었다. 예... 블랙 커피시죠? 상무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님 접대용 소파에 앉았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들이 내게로 꽂힌다. 나는 애써 그 시선들을 피해서 커피포트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여기 블랙 커피 나왔습니다. 나는 상무의 앞에 커피를 내려놨다. 그녀는 바로 잔을 들어서 한모금 마신다.

 "음... 역시 맛있군."

 상무는 기계같은 표정을 유지하면서 말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음? 뭐 하나? 앉게."

 상무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 네! 나는 소파에 앉았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탁자를 봤다.

 "음... 저번 말했던 고민은 해결됐나?"

 상무는 커피 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예...? 아! 예. 상무님께서 알려주신 정보가 크게 도움되었습니다.

 "으음. 그거 다행이군. 그래서 저 친구가 요새 사무소에 있는 시간이 늘었군."

 상무는 란코가 있는 내 자리를 흘겨보며 말했다. 아... 그것도 알고계셨습니까?

 "지난번에 말했지 않은가? 나는 이 회사에 있는 모든 일들을 알고 있다고..."

 상무는 다시 잔을 들어서 커피를 마신다. 이렇게 사소한 것 까지 아실 줄은 몰랐습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내 직원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말이지."

 상무는 다른 직원들을 봤다. 나와 그녀를 보고 있었던 직원들은 그녀의 시선에 바로 자신의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다만, 자네처럼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직원들은 없는 것 같네만..."

 아... 그렇습니까? 나는 직원들을 봤다. 하긴 이렇게 높은 사람이 들이대는데 괜히 솔직해졌다가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니 말이야. 그 마음 모를 것 같진 않다.

 "음... 자네가 기획서를 3개를 통과시키고도 또 하나를 통과시키려고 하던데..."

 상무는 들고왔던 서류철을 탁자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아... 그건... 혹시 안 됩니까?

 "음... 안 될건 아니네만... 자네는 휴가 안 가나?"

 에엑... 이거 저번에도 겪어본 상황인데...? 나는 센카와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그게...

 "자네 과로로 한번 쓰러졌었다는 소식을 들어서 말이지. 내가 잘못들은 건가?"

 상무는 한결같은 표정으로 나를 봤다. 뭐... 전부 아시는 것 같으니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예. 쓰러졌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획서에 대해서 통과시키지 않아도 납득할 수 있겠나?"

 아...! 그건! 나는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혔다. 순간 사무소의 분위기가 고요해진다. 죄송합니다.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뭐... 신경 쓰지는 않네만 자네가 그러는 이유를 들어봐야겠는데...?"

 윽... 그건... 나는 두 손을 세게 쥐었다. 솔직히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란코의 새로운 컨셉으로 무대에 세워보고 싶다? 이건 내 생각이고 란코가 그 컨셉으로 나간다고 확정지은 것도 아니잖아. 만약에 기획이 통과해서 라이브를 하게 되어도 란코의 컨셉이 그대로라면, 나는 허위보고한 것이니 징계를 받으리라.

 "이유를 못 말하는군. 그렇다면, 이 기획은 없는 것으로 치겠내."

 상무는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물었다. 아무리 내 몸을 신경써준다고 해줘도... 상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는 잘 마셨네. 그럼 고생하게. 야마모토군."

 상무는 사무소 문 쪽으로 걸어간다. 눈가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나름 기획서를 많이 내보고 빠꾸(?) 당한 적이 많았지만, 이번 것은 너무 분하고 억울했다. 내가 이유를 대지 못해서 기획이 완성되기도 전에 빠꾸 당했으니까.

 "프로듀서씨...? 괜찮으세요?"

 센카와씨가 나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입이 갑자기 자물쇠라도 걸렸는지 열리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란코가 없는 자리였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현재 그녀는 내 자리에서 현상황을 보고 있었을 터... 그녀에게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거지?

 "프로... 듀서... 씨?"

 란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니 억지로 참은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저...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사무소에서 나갔다.

사무소에서 나와서 나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프로듀서는 아이돌을 관리하는 사람. 관리하는 과정에서 일정을 잡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내 탓에 일거리가 날아가버린 것이다. 내 탓에...

 "프... 프로듀서씨!"

 란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돼. 나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빠르게 닦았다. 그리고 목소리를 한번 다듬었다. 아아...! 이 정도면 되겠지. 나의 앞에 란코가 나타난다. 어, 란코. 왔어? 나는 싱긋 웃으면서 란코를 봤다. 미안해. 네 라이브 일정. 통과 못 했어. 이렇게 말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하찮기 짝이 없었다. 상무는 분명히 내게 이렇게 말했는데...

 '다만, 자네처럼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직원들은 없는 것 같네만...'

 그래... 나는 그때 솔직한 마음을 못 털어놨어. 그래서 상무는 나의 기획을 통과시키지 않았지. 내가 멍청한 거다. 내가 그때 마음을 털어놨으면 상무는 내 기획을 통과시켜줬을지도...

 "나는 괜찮다. 친우여."

 란코는 눈을 감으며 말했다.

 "애초에 내가 신성한 빛을 받아들였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겠지. 내 착오다.(제가 컨셉을 확실하게 정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발생한 거니. 제 잘못이에요.)"

 아니야... 이건 내가... 참으려고 애썼던 눈물이 또다시 흘러내린다. 란코는 내게 다가와 나를 안았다.

 "괜찮다고 했잖아요...? 마침 쉬고 싶기도 하고... 저도 첫 휴가나갔을 때가 굉장히 오래 전 이네요."

 란코는 나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후... 나는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노라라고 생각하며 일정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아키라! 고기 먹으러 가자!"

 일정인 끝난 타쿠미는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래! 고생했으니 고기먹고 기운 보충해야지!

  타쿠미의 일정을 해결하고...

"고생했어! 오빠!"

치에리는 약간 힘든 일정이었는지 얼굴에 땀방울이 많았다. 고생했어. 자, 손수건...

"아아! 고마워. 오빠!"

치에리의 일정도 끝내고...

"헤헷... 프로듀서씨 고생하셨어요."

 아니야! 네가 더 고생했지. 나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히나코의 일정도 이렇게 끝나버리는 구나... 휴가 때는 뭐하지? 본가로 내려가야하나? 아니면... 집에서 방콕이나 할까? 아니다... 그렇게 있다가는 타쿠미가 쳐들어 올 것 같으니. 본가로 오랜만에 가자. 그 동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으니... 본가가 있는 동네에 있는 '술집'에 가서 술이나 마셔야겠다.

 "프로듀서씨?"

 히나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말했다. 어! 히나코. 왜?

 "생각에 빠지신 것 같아서요. 저희 이제 안 가나요?"

 아, 미안! 가야지. 응... 나와 히나코는 이동했다.

 히나코의 일정까지 마무리하고... 나는 직장 상사들의 권유(?)로 휴가를 냈다. (휴가 스토리는 따로 쓰겠습니다.)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흘러서 휴가 기간이 끝난다. 꽤나 재미있었던 휴가기간이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사무소에 출근했다.

 "아, 프로듀서씨. 휴가 잘 다녀오셨나요?"

 나를 제일 먼저 맞이해준 것은 센카와씨였다. 예... 잘 쉬었다가 왔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속으로는 술 왕창 마시고 왔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자리로 이동했다.

 "아, 프로듀서씨. 자리에 보시면 기획서가 하나 있으니까. 읽어주세요."

 음...? 그래요? 자리에 도달하니 센카와씨가 말한대로 정말로 서류철이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서류를 읽었다. 이... 이건?

 서류는 라이브 기획서인데... 내가 만들었던 란코의 라이브 기획서이다. 나는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다. 컨셉은...?

 무대 및 의상 컨셉... 발랄하고 밝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센카와씨를 봤다.

 "이상 없으신가요?"

 센카와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센카와씨... 눈가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저는 정말... 인복이 좋은 것 같습니다...

 "후훗...! 그런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나는 센카와씨의 앞에 가서 폴더 인사를 했다.

 "제게 인사하는 것보다는 란코에게 인사하는 것이 나을 거에요. 무엇보다 그 아이가 더 노력했으니까..."

 센카와씨는 눈을 감으며 말했다. 라... 란코는 왜요?

 "그 아이. 프로듀서씨가 휴가 갔다 오는 동안에 상무님께 직접 찾아갔었거든요. 당신의 기획서를 통과시키기 위해서 말이죠."

 란코가요...?

"진정한 어둠이 도래했노라!(저 왔어요!)"

 란코가 사무소에 들어온다. 란코...? 나는 멍하게 란코를 쳐다봤다. 그녀는 나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오오! 친우여. 왔는가?(프로듀서씨! 오셨어요?)"

 란코...! 나는 란코에게 달려가 그녀를 안았다. 고마워... 고마워!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무... 무슨 소리... 신지!?"

 란코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니... 그냥 그냥... 네가 고마워. 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란코에게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 시간이 지나고 란코의 라이브 당일이 되고 그녀의 무대를 봤다. 그녀는 내 생각 이상으로 발랄하고 밝은 분위기를 뿜어냈다.

 "마법소녀...! 칸자기 란코! 너희들에게 나의 마법을 걸어줄게!"

 란코는 장난감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외쳤다. 그녀의 외침을 답하듯이 그녀의 팬들의 환호가 들려온다. 지금의 란코는 지금까지 봐온 그녀의 모습들 중에서 가장 귀여웠다.

그 무대 이후로 란코의 컨셉을 새롭게 잡기로 했다. 일정 주기로 밝은 컨셉과 어두운 컨셉으로 바꾸는 것. 이 효과는 팬들의 반응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나의 성스러운 복음을 들라!"

"진정한 어둠인 나와 대적할 자가 있느냐!"

 라이브가 거쳐가면서 마에바라가 퇴원하고 사무소로 복귀한다. 그는 바뀌어버린 란코의 컨셉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엑? 주기별로 컨셉을 바꾸는 건가요?"

 마에바라는 일정을 체크하면서 말했다. 네... 본인이 그렇게 하겠답니다. 나는 마에바라에게 인수인계했다.

 "그나저나 힘든 거 없었습니까?"

 뭐... 힘든 것은 있었으나. 잘 버텼어요. 주변에서 잘 도와줬거든요. 무엇보다 란코 본인이 가장 힘을 많이 써줘서... 괜찮았습니다.

"이 날개는 어떠하지? 나의 친우여.(이 의상은 어때요? 프로듀서씨?)"

 어...! 잘 어울려! 란코. 나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란코의 의상 디자인 능력이라든지... 자신이 알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의상 고르는 센스도 굉장해서 내가 딱히 해줄 일이라곤 그녀를 평가해주는 것 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크리스탈에 둘러 쌓인 공주의 컨셉. 성숙미가 굉장했다. 섹시하기도 하고... 나이 답지 않은 걸...?

넓은 들판에 나가서 화보촬영.

아름다운 이펙트와 조화를 이루는 불의 축제 컨셉.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오랜만에 어둠 컨셉으로 무대를 나서는데 이전과 다르게 발랄함이 많아져 성숙함보다는 귀여움이 강조되어 의도치 않은 컨셉을 보여주거나...

반반 컨셉을 잡을 때도 있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 인기가 있듯이 이 컨셉도 인기가 좋았다.

웨딩 컨셉 화보 촬영도 찍었다.

 "친우... 여. 내 날개 어떤가?(프로... 듀서씨. 저 잘 어울려요?)"

 너 결혼하냐? 신랑은 누구냐? 나는 장난 삼아서 란코에게 말했다.

 "으그그... 장난치지 마세요."

 란코는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그래! 잘 어울려! 새 신부같다고?

해변에서 화보를 찍는다. 란코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데 이게 과연 14살의 체형인지 굉장히 의문이 갔다. 이 녀석 사실 14살이 아니고 그 이상 나가는 건 아닌지 의심되었다. 나중에 마에바라에게 물어봐야지.

 "하아... 하아..."

 뜨거운 태양에 이곳에서 촬영하는 모두가 힘들어 하는 와중에 란코가 눈에 뛰었다. 라... 란코? 너 굉장히 힘들어 보이는데? 좀 쉬는게 어떠냐?

 "빨리 끝내야 쉬지 않겠... 어요? 느어어..."

 카메라맨씨!? 란코의 상태가 이상한데요!?

 이런 식으로 우열곡절한 일들이 많았다. 당신은 최고의 아이돌을 맡게 되었어요. 마에바라씨. 그녀는 지금 밝게 빛나고 있지만 더욱 빛나게 해줘야 합니다. 그게 저희 프로듀서들의 할일이니까요...

 

안녕하세요. 야마모토 아키라입니다. 여러분들 별똥별은 잘 보셨나요? 저는 일하면서 100개 정도 되는 별똥별들을 봤습니다. '손님'이라고 불리우는 별똥별들을 말이죠? 하아... 하지만 그것들을 보면서 소원을 빌지 못했어요. 소원 빌틈이 없거든요. 그리고 쉴틈도 없었어요. 오늘 너무나도 피곤하네요. 하하하하... 블로그에다가 얀데레 스토리 짜서 올려야 되는데 오늘 별똥별 사건때문에 쓸틈이 없었네요. 너무나 바쁜 것... 편의점 알바가 극한 알바인줄... ㅠㅠ 나도 별똥별 보고 소원 빌고싶었는데...! 빌고 싶었는데!!!!

아무튼 스토리로 돌아와서 란코의 스토리는 마무리 됩니다.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다음 화는 휴가스토리이며 비교적 짧을 겁니다. 여기에 나오는 히로인은... 비밀! 내일 밝혀지겠지만... 그리고... 휴가스토리 끝나면 요청하신 얀얀얀 글을 올려드리겠습니다. 얀얀 스토리를 다뤄보고 또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면 댓글로 요청해주세요. 제가 적절하게 판단해서(?) 써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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