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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에 대처하는 765프로의 자세 - 승(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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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2, 2016 12:49에 작성됨.

 

보랏빛 불꽃들이 하늘 위로 치솟고, 수많은 건물들을 뚫고는 땅으로 처박히며,하늘로 치솟으며 사라진다.

 

구름을 가리우며, 지옥의 묵시록을 이루어내듯 수많은 헬기들이 보랏빛 불길에 휩싸여 추락한다.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 ㄷ...

 

순간 불어오는 돌풍에,눈 앞이 새까매진다.

 

 

"....치....."

 

"여기로 옮...."

 

"...이 어디였었지?"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

 

 

"....치하야!!!"

 

 

수신상태가 안 좋은 무전 같은 대화가 몇 번 들리더니,불이 환하게 눈 안으로 들어온다.

 

여기는...

 

"치하야, 일어났어?"

 

자료를 손에 가득 든 마코토가,입에 손전등을 물고 자료를 정리하는 오토나시 씨 옆에 앉으며 나를 바라본다.

 

...내가 사는 집이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하루카가 내가 누운 침대 위에 걸터앉아 나를 바라보고,하기와라 씨는 오토나시 씨 뒤에서 삽을 꽉 쥐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왼쪽에는 언제나 날 향해 웃어주는 유우와,

 

언제나 보던 모습이 아닌,지옥으로 변화한 도쿄의 모습이 창문 너머에 함께 보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유우.

 

"쓰러져서 걱정했어,치하야."

"사무소는....상황이 안 좋아졌고,그렇다고 인근 도시까지 가자니 도로는 꽉 막혀서,인도로 너희 집까지 왔단다.집이 좀 어수선해진 건 이해해 주렴."

"...."

 

바닥은 사무소에서 가져온 자료들과,엎어진 TV,깨진 유리 조각들과 막 꺼낸 듯한 음료들로 가득하다.

 

"....미안해.멋대로 털...었네?"

"괜찮아.별로 마실 것도 없는데."

 

말은 이렇게 꺼냈지만.

이 느낌은 뭘까.

 

 

깨진 창문 너머 멀리서 타는 냄새가 풍겨온다.

 

종이 타는 냄새.

플라스틱 타는 냄새.

쇠가 그을리는 냄새.

 

그리고 고기가 타는 냄새.

 

 

이 느낌은.

분명 살아남았다는 착잡함이겠지.

 

수많은 절망의 소리를 어렴풋이 들으며,절망의 땅에 등을 대고,어찌할 바를 모른 채 다른 이들을 남겨둔 채로 잠에 빠져든다.

 

눈이 막 감기려는 때,

다른 동료들이 눈에 밟힌다.

 

 

다들,

 

괜찮은 걸까.

 

 

 

 

----------------

 

 

 

 

"나,참.왜 계속 기다려야 하는 거야,허니?"

 

 

 

고지라 방사능열선 방출 1시간 30분 전.

 

시부야.

 

 

 

"어쩔 수가 없잖아,346프로덕션에서 오기로 한 인원들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하니까."

 

"그 미시코(345)인지 미시로(346)인지,너무 늦는다고.진짜."

 

미키가 머리에 붙인 장식을 만지작거리다 갑자기화가 난 모양인지,팔짱을 끼곤 고개를 휙 돌린다.

 

오늘은 미키,히비키,타카네 셋으로 이루어진 765프로덕션의 신규 그룹,'프로젝트 페어리'의 첫 데뷔일.

 

첫 등장을 녹화 음악방송에서 하는 터라, 같이 나오기로 한 346프로덕션이 오면 그때 녹화를 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는데....

 

"저기,프로듀서.너무 늦으면 이누미 또 벽 긁을텐데..."

히비키가 '귀가시간이 늦으면 가족이 굶을 거에요'표정으로 햄조를 쓰다듬으며 날 바라본다.

윽.미키에 이어 히비키,너까지냐?

참자,참아.

 

"히비키,인내의 시간이 길수록 결과가 좋은 법입니다."

 

그래도 타카네는 내 편...

 

"그래도 프로듀서,이러다간 예약해둔 라면집이 문을 닫을 듯 합니다."

 

...인 줄 알았는데 이러기냐.

 

"그럼,한번 알아보고 올게."

라는 말로 자리를 빠져나왔다.

 

말이 프로듀서지, 어째 나한테선 동네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니깐.

 

"수고하십니다,저ㄱ...."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조연출로 보이는 사람을 잔혹하게 갈구고 있는 연출에게 말을 걸려던 순간,

 

'♪♬♪♪-'

 

핸드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 내용은 간단했지만 심각했다.

일반적인 심각함의 정도를 넘어선 심각함.

 

---

[대피경보]

 

거대 미확인 생명체

금일 5시 기점 에도가와 구 진입

도쿄 서부 지역[신주쿠,시부야 등지]

시민은 지하실,지하철로 대피할 것.

 

도쿄도 소방청

---

 

 

....뭐야,이거??

 

 

========

 

 

"TV 틀어봐!!"

"방송자재 다 옮기고!!화물 엘리베이터는 아직 멀었냐!!!"

"녹화자료는 어떡할까요?"

"그딴 거 신경쓸 떼냐!!!빨랑 카메라나 옮겨,너보다 더 비싼 몸들이니까!!"

 

갑자기 스튜디오가 부산해졌다.

 

"저기,저기.뭔가 이상한 것 같지 않아?"

"미키는 잘 모르겠는 걸.저기저기,타카네...씨는 어떤 것 같아?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확실히 전보다 어수선해진 것은 확실하군요."

 

근데...다들 우리는 신경도 안 쓰나봐..?

 

"미키!히비키!타카네!"

"허니! 기다렸어! 지금 여기 왜 이러.."

"설명할 시간 없어! 빨리 따라와!"

 

허니가 내 손목을 잡고는 비상계단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자,잠깐만,허니!"

"프로듀서!무슨 일인지 설명해달라니깐?"

 

비상계단은 이미 인산인해.

삽시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들어,아래로 도망치고 있었다.

 

"미키,히비키,타카네.내 말 잘 들어.못 믿겠지만,도쿄에 뭔가가 나타났어.대피령도 내려진 상태고.지하철이나 지하실로 숨으라고 했으니까 일단 이 빌딩 지하실..."

 

순간,

어느새 흐려진 하늘을 통해 음울한 소리가 들려온다.

영화관에서나 들어볼 법 한,마치 첼로를 장갑으로 문지르는 소리.

 

소리에 주문이라도 걸려있었던지,

자재를 옮기던 스태프도,뉴스를 준비하던 아나운서도,도망치던 시민들도,모두 그 자리에 멈춰선다.

 

그리고 그 소리의 공백을 거대한 비행기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메꾸기 시작한다.

 

"비행기같은 거 볼 시간 없어,내려가!!"

 

허니가 내 등을 자꾸 떠미는 통에,자빠질 뻔 하면서도 어찌저찌 지하 1층까지는 내려왔다.

 

'♬♪♬♬-'

 

잠시 벽에 기대 한숨 돌리려는 때,휴대폰이 울린다.리츠코...씨네?

 

"여보세요?"

[미키니?너 지금 어디야?]

"어....시부야인데..."

 

폭탄이 구름과 안개 속에 떨어지는 소리에,그 다음 리츠코..씨가 말한 것을 잘 듣지는 못했다.

 

어,꺼졌네.

 

----

 

 

미키네는 지하 1층까지 간 것 같다.다행이다.

 

'♬♪♬♬-'

 

또 핸드폰이 울린다.

 

이번엔 마코토다.

 

 

"여보세요,프로듀서?"

"아,마코토.괜찮아?"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프로듀서.지금 그 괴물인지 뭐시긴지가 치요다 구에 있다고요!!"

 

와,마코토 목소리가 큰 줄은 알고 있었는데,이렇게 클 줄은 몰랐네.

 

"알고 있어,나도.여기서 보이는 걸.폭격기가 떼로 몰려들고 있어.지금 애들이랑 지하실로 대피하는 중이니까,걱정하지..."

 

말을 마치려던 순간,

하늘 위의 미군 전투기가 안개 속의 어딘가에 폭탄을 대거 투하하기 시작한다.

 

"지,지금 근처에 폭탄이 떨어졌어!!"

 

피,로 추정되는 엄청난 양의 액체가 흩뿌려지는 것이 멀리서도 보일 지경이다.

 

전투기가 폭격을 한 것이,내가 막 1층으로 들어선 무렵이었다.

 

 

그 때 하늘에서,

땅에서.

 

영화에서나 들어볼 법한 울음소리가 울려오기 시작한다.

 

"프로듀서?저 소리 들었어요?"

 

"......"

 

울음소리에 안개가 살짝 걷히며,그 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사포에 한참 간 듯한 거친 피부.

작고 무표정한 눈.

그리고 피투성이 등.

 

분명 멀리에 서 있었지만,놈은 괴생명체나,괴수 영화에 나올 법한 괴수가 아니었다.

 

'괴물',이었다.

 

그 놈의 몸에서 서서히 보랏빛 광채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프로듀....서??"

 

"턱이....열리고 있어...."

 

말 그대로다.

 

거대한 턱이,

 

양갈래로 열린다.

 

전화기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화자가 바뀐다.

 

"도망쳐요,프로듀서!!!!빨리!!!!"

"치,치하야니?"

"영화에서 본 거랑 똑같아요.어제 하루카랑 본 영화요.고지라!! 고지라의 턱이 열리고 도쿄가 불바다가 됐어요!!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셔도 좋으니까,어디든 좋으니까, 그냥 빨리 도망치세..."

 

....불바다라고?

 

불바다,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뒤돌아 다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등 뒤로 비명소리,차량소리,건물이 부서지는 소리와 녀석의 울음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계단을 내려가,

지하 1층 문 앞에서 멍하니 서있는 미키네를 잡아채고는 곧바로 지하 2층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그 순간,저 머나먼 곳에서.

 

빛이 있었다.

 

"계속 뛰어!!!!!"

"프로듀서! 지하 2층이야!"

 

먼저 가 있던 히비키가 이쪽이라며 문을 가리킨다.

 

문이 플라스틱이다.안돼,저걸론!

 

"히비키!철문! 철문을 찾아!!"

 

머리 위에서 유리창이 연속해서 깨지는 소리가 비명소리와 어우러져,극한의 열기와 함께 몰려온다.

 

"프로듀서,지하 3층입니다! 철문이고요!"

땡큐,타카네!

"먼저 들어가!!"

 

미키의 등을 힘껏 밀어 문 안으로 보낸 후 머리 위쪽을 확인한다.

 

비상계단을 타고 내려오던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구워지고 있었다.

 

"프로듀서!!""허니!!"

 

그래,일단 살고 보자!

 

셋이 열어놓은 문으로 힘껏 점프한 뒤 바로 몸을 돌려 문을 막는다.

 

"힘껏 밀어!!!!"

 

거센 불길이 문 뒤로 밀려오기 시작한다.

 

문을 막은 지 얼마나 지난 걸까.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난 후,

뜨겁던 문이 서서히 식어간다.

 

조심스레 문을 놓는다.

다행히도 문이 열리며 넷이 선 채로 그을음을 남기며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문의 걸쇠를 단단히 하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공간이 협소하지만 옷장이나 장롱이 많은 걸로 보아 이 방은 창고로 쓰이는 듯 하다.

 

"프로듀서...위에서 뭔 일 있었어??"

 

히비키에게 제대로 답하면....충격 먹으려나.

 

지금은 말해주지 말자.

그게 최선일 거야.

 

"프로듀서."

 

타카네가 장롱에서 매트를 끌고 왔다.

 

타카네에게서 매트를 받아 방바닥에 깔고,옷장에서 덮을만한 긴 옷들을 찾아 가져올 때까지, 다들-심지어 햄조마저-무표정한 얼굴로 벽에 기대있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지내고,내일 나갈 방법을 찾아보자.그래.그게 최선일 거야."

 

"....응."

 

미키가 짧게 답하더니 매트에 먼저 눕는다.

 

"잘자,허니."

"프로듀서,우리 괜찮은 걸까?"

"괜찮을 거야,히비키.일단 살아있잖아."

 

애써 웃어보였지만, 그닥 효과는 없네.

 

히비키도 옷가지 몇 벌을 들고는 미키 옆에 따라 눕는다.

 

"프로듀서도,좀 쉬시는 게 좋으실 듯 합니다."

 

타카네가 매트 위에 앉더니 내 팔을 잡아 내린다.

 

"....내일은 괜찮은 걸까요?"

 

다들 자는 걸 확인하고서,타카네가 묻는다.

 

"....사실은....모르겠어."

 

정말로 모르겠다.

 

내가 본 그 거대한 괴물은 분명 어릴 적에 영화에서나 볼 법한,가상의 생명체였는데.

어째서 그런 게 여기에 있는 거지?

 

"...그렇다면,이번에는 신이란 존재가 존재하여,우리를 구원하기를 기원하는 수 밖에는 없겠군요."

 

다다미 6장 남짓한 방에,

적막감이 돈다.

 

"그럼 전 먼저.프로듀서도 일찍 누우시죠."

"응....알았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방 안에는 다시 적막이 감돈다.

 

 

그나저나,다들 괜찮을까.

 

잠시 사무소 인원들의 위치를 정리해본다.

 

우선 류구코마치랑 쌍둥이네는 오사카에.우린 여기에 있고.

하루카,치하야,마코토.유키호,코토리 씨는 사무소에 있지만 여기보단 머니까 괜찮을....

 

순간,

한 명의 존재가 떠올라 소리를 지를 뻔 한다.

 

 

 

 

 

 

 

 

야요이는 어딨지?

 

 

 

 

반 했네요,드디어.

조금 일찍 올립니다.

짧더라도 양해 부탁드려요.

정기적으로 쓸  시간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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