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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마스터 - Project Wonder Walk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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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2, 2016 00:47에 작성됨.

“미시로 프로덕션에 어서오세요. 무슨 일로 방문하셨나요?”
“저……. 이걸…….”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이 적었던지라 조금 어색하게 말하면서 후미카는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을 받은 안내원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명함을 뒤집으면서 펜을 내밀었다.
“여기에 서명해주시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에.”
명함의 빈 칸, 금빛으로 한 중간을 가로지르는 줄. 그곳에 후미카는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예쁘게 적은 글씨는 이내 황금빛 띠 사이로 아름답게 반짝거렸다. 참 신기한 명함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원리는 알 수 없었다. 혹시 있다면 이능력으로 만들어진 물건일까.
“네. 스펠러씨 손님입니다. 네. 네네. 네? 아, 네네. 아뇨. 이치노세씨는 이쪽으로 지나가지 않았는데요? 또 도망쳤나요?”
흠칫, 후미카는 자신이 들은 말을 의심했다. 도망? 도망을 쳤다고? 일단 적어도 동물에게 존대는 안 할 터다. 그 동물이 매우 특별하지 않은 이상 ‘이치노세씨’라는 식으로 부르진 않을 터다. 이게 생각보다 좀 위험한 방향으로 이어졌다.
지금 눈앞의 형광초록빛 옷을 입은 사무원이 연락한 곳은 누군가가 도망칠 그런 장소란 말이 아닌가!
“오히려 어째서 매번 그렇게 놓치는지가 더 신기하네요. 아, 네 30층으로 안내해드리면 되죠?”
“저, 저기…….”
도망칠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늦어버렸다. 차라리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도망쳤어야 했다. 이미 명함을 받아든 눈앞의 여자는 밝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네. 서명- 어머, 글씨 예쁘시네요. 부러워라.”
“감사합니다……. 그런데 방금……. 그, 도망쳤다고…….”
“아- 네. 아직 데뷔 못한 아이가 있는데 툭하면 도망쳐서……. 아마 지금 가보시면 바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저- 그……. 위험하진 않겠……죠?”
“호호호. 걱정 마세요. 그 애가 특이한 거니까요.”
부디 그러기를, 확실히 이 안에는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좀전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오가는게 신경쓰였다. 개중에는 분명 TV에서 자주 보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얼핏. 아쉽게도 쫓아가질 못했지만 유명한 독서 평론가도 보였떤 것 같다. 싸인 받고 싶었는데.
‘30층이었죠.’
엘리베이터를 타고 30층을 누르는 순간, 저쪽에서 누군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딱히, 문을 닫을 생각은 없었지만 확실히 저 거리라면 조금 힘들려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가까이 오고서야 후미카는 서두르던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 아이, 분명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시부야 린이었죠?’
“고마워. 덕분에 기다릴 필요를 덜었어.”
“아뇨. 별 말씀을…….”
“당신, 신입? 이쪽 일에 대해서 설명은 들었어?”
“이제 들으러 가는 길인데요.”
“그래……. 뭐, 상관없나……. 개인적으로는 안 하는 걸 추천하겠지만.”
도망, 비추천- 두 단어가 융합하면서 생기는 에너지는 제법 강력해서, 다시 한 번 후미카가 고민하게 만들었다. 여기 정말로 괜찮은 걸까? 혹시 말로만 듣던 블랙기업이란 걸까?’
“선택은 본인이 하는 거니까. 이 이상은 말하지 않을게. 나 때문에 괜히 선입견만 생기면 곤란하니까.”
“아뇨. 신경써주셔서 고마워요.”
“……. 만일 이게 평범한 아이돌 일이었다면, 나라도 당신을 스카우트 했을 것 같아. 목소리가 예쁘네.”
“저도, 시부야씨의 노랫소리는 정말 예쁘다고 생각해요.”
“뭐야, 알고 있었어?”
“네. TV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좋은 노래라서 듣고 있거든요.”
노래 자체가 그녀의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그걸 부를 때 잠시나마 들렸던 시부야 린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즐겁게 들려서. 아마 더 인상에 남았을 것이다. 자신은- 저렇게 즐겁게 뭔가를 할 수 있을까?
아니- 하고 있긴 했다. 독서는 즐거웠고, 숙부의 가게를 대신 보는 것도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그 가게를 물려받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다만- 대학에 들어가서 잠시 그런 고민이 들었던 적은 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흐응……. 음- 저기.”
“아, 사기사와 후미카라고 합니다. 실례죠. 저만 이름을 알고 있으면.”
“응. 저기, 그……. 사기사와도 나쁘지 않은 목소리니까. 자신감 가지고 하면 될 것 같아.”
“그런가요.”
어렴풋이 그녀가 칭찬에 부끄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딱딱하고 건방진 말투를 쓰고 있었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상냥함이 후미카에게도 전해졌다. 그 따뜻함을 받은 후미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역시, 앞으로 자주 보지 않는 편이이 좋겠지만, 보게 된다면 인사정도는 해도 괜찮지?”
“안 보는 편이 좋은 건가요?”
“그야……. 나는 이미 늦었지만, 가능하면 사기사와는 진짜로 아이돌을 하면 좋겠다 싶어서.”
“……. 그러니까- 여긴 진짜로 아이돌을 하는 곳은 아니란 뜻이군요.”
“굳이 말하자면-”
띵-! 30층에 도착했다며 엘리베이터가 두 사람의 말을 끊어버렸다. 아니 일부러 린이 끊은 것도 있었다. 타이밍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타이밍이 좋으면 별 거 아닌 허세도 멋있게 보이니 말이다.
“아이돌은 겸업이지. 먼저 가볼게.”
“네.”
스으윽, 문이 닫혔다. 본래라면 그녀도 여기서 내려야 했지만, 그녀의 상냥함이, 여기서 내리면 안 된다고 귓가에 속삭여줬다.
‘그야- 저렇게 한껏 폼 잡으면서 내려버리면 말이죠……. 제가 같이 내렸다가 얼마나 부끄러워할까요.’
그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살짝 들긴 했으나 초대면이 아닌가. 가능하면 좋은 이미지로 서로 주고받는 편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결국 후미카는 31층에서 계단으로 한 층을 내려가게 되었다.
‘그러니까 직원분의 설명대로라면, 여기서 문 한가운데에 크게 W가 그려진 방으로 들어가면 된다는 뜻인데……. 그거 아무리 봐도 어느 배관공의 자칭 라이벌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문을 찾았을 때 그 기분은 한층 더 강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W는- 여기까지만 하자. 이 이상 말했다가는 여러모로 위험하니까. 다만- 이 디자인을 한 사람은 겁이 없는게 아닐까 싶었다. 정말로.
“실례합니다.”
“아. 어서오세요. 지금 정신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뭐, 크게 문제될 건 없으니까요.”
“듣기로는 누가 도망쳤다고…….”
“아, 들었습니까? ……. 아이돌 연습생인데……. 음, 실력이 너무 좋아도 문제네요. 자, 앉으세요. 마실 건 차로 드릴까요? 아니면 커피? 아, 저쪽에 분홍 쿠션은 무시해도 괜찮아요. 아직은.”
‘아직은……인가요.’
사실상 그걸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전체적으로 이 방 구조가 이상했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가장 먼저, 방 한구석에 있는 분홍 토끼쿠션. 저건 확실하게 말해서, 이 사무실에서 담당하는 아이돌이 쓰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다음, 한쪽 책상에 놓은 과학실험 도구들. 그녀의 지식이 올바르다면 주로 화학실험도구가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벽 하나를 가득 채운 책장과 책들-
“저기, 저-”
“네, 뭐든 말하세요.”
“……. 여기 인테리어는 대체 누가…….”
문 앞에서부터 여기까지. 그야말로 혼돈이 만들어서 정신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망각하고 싶어지는 구조. 이런 악마적인 디자인을 도대체 누가 한 것일지 심히 궁금해졌다.
“사무실은 가능하면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서요.”
“그래도……. 이건 좀 심한 것 같은데요.”
“뭐,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자,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죠. 먼저, 전부 기억해내셨는지에 대해서 물어봐야겠네요.”
“네. 그 날, 거대한 늑대가 나온 것도, 숙부님의 가게가 날아간 것도, 그리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도요. 그건-”
“이능력이죠.”
미소를 지으며 남자는 책을 내밀었다. 불그스름한 가죽색이 눈에 확 들어오는 양장본. 꽤 오래된 책인지 헌책 특유의 냄새가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시로 엔터테인먼트는, 네. 아이돌 부문뿐만이 아니라 각종 방송매체에서 활동하는 미시로 계열의 방송인들은 대부분이 이능력자랍니다.”
“……꽤, 규모가 크네요.”
“그만큼 이능력자들이 많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그런 괴물들을 잡고 다니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또 이상한 점이 있었다. 굳이 왜 ‘미시로 엔터테인먼트’라는 형태를 취한 걸까.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어제의 그 괴물은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겁니다. 그것도 주로 능력자에게서.”
“네?”
“우리는 그걸 그림자라고 부르죠. 누군가가 빛날수록 그에 따른 그림자는 짙어진다. 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빛을 끌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만물은 빛과 어둠이 조화를 이뤄서 자리를 잡고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이들은 택한 것이다. 미시로 엔터테인먼트라는 집단을, 누구나가 빛날 수 있는 공간을, 그리고 그것에 책임질 사람들이 모일 장소를.
“능력자들은 어느 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그림자가 생기지 않습니다. 조화의 궁극에 도달해서 빛과 어둠이 섞여 모든 것을 자기 자신으로 받아들였기에 가능한 일……. 이라고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정확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그걸 이뤄주기 위해서 여기 모인 겁니다.”
“……그러면, 다음 질문을…….”
그것은, 그녀 자신에 대한 것.
왜 자신은 여기로 초대받았는지에 대한 것.
거기에 남자는 흔쾌히 답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가능성이 높아서 그렇습니다.”
“제가, 말인가요?”
“네. 능력이 언제 발현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능력자라고 제가 판단했습니다.”
“……근거는 있나요?”
“……곤란하군요. 이건 순수한 감각이라서. 느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감각을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거기에 그 감각이 상대방이 전혀 느껴보지 못한 것이라면? 떫은맛이란 것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그 감각을 백날 설명해줘도 이해하기 힘들다. 직접 먹어보고서야 힘껏 입에 넣은 덜 익은 과일을 뱉어내면서 이해하는 법.
마찬가지다. 이능력자를 판별하는 그의 감각에 대해서 이능력자를 판별할 일이 없었던 그녀에게 설명한다고 알아들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하지만, 보시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책이 빛을 내뿜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함이 샘솟는 마법의 분수대처럼 책이 빛을 쏟아냈다.
덜컥!!
“냐하하핫- 이거 재밌는데?”
“마침 잡아왔군.”
“시키쨩 잡혀버렸습니다~”
“저-”
“저기 실험대의 주인입니다. 시키. 손님도 있으니까 얌전히 굴어. 도망친 건 넘어갈 테니까.”
“네이~.”
고양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파고든 소녀. 딱히 그 소녀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 아주 지극히- 활기차보이고, 살짝 어딘가 능구렁이 같은 면모가 있는 평범한 소녀.
그녀의 발이 허공에 떠있지만 않았더라면 정말 평범한 소녀라고 느껴졌을 것이다.
“이건…….”
“제 이능력의 일부입니다. 아마 지금은 안 보이겠지만 언젠가 저 아이를 들고 오는게 뭔지 보이겠죠.”
“……. 제가 여기서 일하겠다고 하면, 저는 뭘 하면 되는 건가요?”
“아, 관심이 생겼나요?”
“아뇨. 그렇지만 아무것도 듣지 않고……. 멋대로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니까요.”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흐응- 저기 스펠치-”
“안 돼. 기다려.”
“히잉~ 내 말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 상황에서 네가 할 말 정도는 아주 간단하게 예상할 수 있으니까 조용히 있어줄래? 제발. 최소한 이분께서 정식적으로 일하겠다고 할 때까지만이라도? 물론 정식적으로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일을 저지르겠다면, 나도 조용히 끝내진 않을 계획이고.”
“……. 그런 의미에서 누군지 모를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 부탁이니까 제발 여기서 일해주라! 시키쨩은 당신한테서 나는 좋은 냄새를 맡아보고 분석하고 싶단 말야!”
“……. 미리 말해두는 거지만 말입니다. 제가 이런 애들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지. 딱히 이곳에서 일하는 애들이 다 이런 건 아닙니다.”
“네, 네에…….”
마음속으로 그에게 애도는 표하겠지만, 그 말을 믿기엔 조금 여러모로 증거자료가 불충분하다고. 미소에 슬금슬금 안쓰러움이 배였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먼저, TV에 나오는 아이돌로 활동하기 위한 연습을 할 겁니다. 체력단련부터, 댄스 연습, 보컬 연습까지. 어느 정도 틀이 잡힌다면, 이능력에 대한 간단한 연구를 실시할 겁니다.”
“……. 잠시만요. 제가 방금 뭔가를 잘못들은 것 같은데…….”
“어느 부분을 말씀인가요?”
“아이돌……활동을……. 한다고…….”
“아, 네. 잘 들으셨습니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당황해 살짝 손을 들었다. 평소 습관대로 눈을 가리는 앞머리를 살짝 만지려고 들어 올린 손은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내려갔다. 그저 허공에 잠깐 올라왔다 내려간 손-
아마, 그건 그녀의 본능이 만들어낸 보호 반응일 것이다. 당황했다는 것을 들키지 마라.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그마한 빈틈을 노리고 정확하게 화살을 박아버리는 명궁이니까 조심하라고-
그러나 늦었다.
좀만 더 빨라서, 그녀의 손이 아예 들썩이지도 않았다면 남자는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고, 무기를 들고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을 것이다. 고작 잠깐 손을 들었다 내린 것, 그것만으로도 눈앞의 남자는 그녀가 지금 하는 생각에 대해서 전부 파악했다.
“당황스러우신 모양이군요.”
“네……. 조금.”
“어느 부분을 걱정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자질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목소리도 아름답고, 외견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아뇨. 충분하단 말은 조금 실례군요. 오히려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
입에 발린 칭찬일까. 아니면 진심일까. 그걸 알기엔 남자가 가진 깊이가 격이 달랐다. 눈앞의 남자가 마치 깊은 우물에 쓰인 벽돌이 얼마나 되는지 세기 위해 뛰어들곤 같이 해보자 손짓하는 악귀 같이 느껴졌다. 그녀는, 우물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못하고 있는데.
자신이라는 이름의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두려워하는데, 이 남자는 거침이 없었다. 언제나 그 우물의 주인은 자신이었을 텐데. 우물을 만들던 사람은 자신이었을 텐데. 어느새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깊이가 되어버린 이 우물-
“이건- 프로듀서라는 직함을 걸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당신을 띄우지 못하는 프로듀서라면 명함 찢고 나가서 구걸을 하는 편이 더 많이 벌 겁니다.”
“……. 굳이, 아이돌이어야 할 필요가 있나요?”
그녀라고- 아이돌을 꿈꿔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분명, 그 누구도 새로운 모험을 상상하지 않은 적은 없을 것이다. 자신이 새로운 뭔가를 하는 모습, 잠깐이라도 스치듯 생각해볼 것이다. 그녀도 만찬가지다. 스치듯 아이돌을 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안다.
그건 한 여름밤의 꿈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안다.
“TV에서 아이돌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보신 적 있으십니까?”
“예. 그야 당연히…….”
“정말로, 보셨습니까? 그 아이들이 빛나는 것을?”
우물 깊이 들어간 악귀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 눈으로 직접 이 안쪽을 본적이 있느냐고. 자신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돌아본 적은 있느냐고. 그것은 커다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이윽고 몸을 지배한다. 그렇다. 거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겁을 먹고, 나약해져서, 두려움에 떨기 싫어-
여기서, 후미카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피가 나지 않지만 약간의 통각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 남자와 대화 하고 있으면 주도권을 뺏겨버린다. 이야기라는 것은 언제나 치열한 주도권 다툼 속에서 이뤄지는 법. 의도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그것이 반드시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파 정도는 항상 끼친다.
그것이 일으킨 여파는 후미카에게 잠시지만 과거를 생각하게 했다. 이렇게 자신에게 압박감을 주는 사람이 있었던가? 있었다.
분명히 말하건데 있었다. 어떤 사람이. 기억 속에서 살아났다.
‘하아. 그래. 네 의견은 잘 알겠다만, 그래선 점수가 안 나온다니까?’
‘현실을 직시하라고, 현실은 책이 아냐. 책은 결말이 정해져있고, 보통 높은 확률로 그건 해피엔딩이지. 근데- 현실은 반대라고.’
‘현실은 결말이 정해져있지 않고, 보통 배드엔딩을 준비해두고 있지.’
‘그게 현실이야.’
‘네가 찬양하는 이야기 속의 세계는 전부 환상에 불과하다고!’
‘적어도-’
‘적어도, 현실을 살아가야지 않겠니? 이제?’
“저기- 괜찮으세요?”
“아- 네. 저기-”
“안색이 굉장히 나쁘신데, 좀 쉬실래요?”
“……. 괜찮습니다.”
“……. 시키. 혹시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향수 있니? 부탁이니까 그 외에 특이한 중독반응이나 이상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걸로.”
“으응- 재고가 없는데 잠깐만 기다려주면 바로 만들게!”
“그럼 부탁할게. 어차피 잠깐 쓸 거니까 많이 만들 필요도 없어.”
“라져~”
방금 무슨 얘기가 오갔더라. 물어보려는 찰나 그는 그녀에게 웃으면서 잠시 쉬라는 듯이 손짓했다.
“보시다시피 저 녀석은 후각이 매우 뛰어나고……. 음, 화학쪽에서는 제법 이름을 날린 모양이더군요. 일종의 천재라고 보시면 되요.”
“대단하네요…….”
“그러다가 어째선지 이쪽으로 휙 날아와버렸지만.”
“휘, 휙…….”
확실히 어림짐작해도 고등학생 정도밖에 안 되어보였다. 그런 소녀가 저런 약품을 함부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여기는 혼란스러운 장소였다. 뭐, 어떤가.
‘즐거워 보이네요.’
정말로 즐겁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이런저런 약품을 섞는 모습이 즐거워보였다. 아니 거기서 방독면만 쓰지 않았다면 정말로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방독면? 어째서? 그렇게 위험한가요?! 라고 생각했지만 문득 후각이 굉장히 좋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 방독면은, 냄새를 막을 수 있던가요?’
뭐, 진실여부는 넘어가자. 어째선지 그녀라면 냄새를 막을 수 있으며 후각을 보호하는 특수한 방독면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 같으니까.
다만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 사기사와 후미카는 이곳에 대한 어떤 평가를 내렸다.
‘여긴 정말 이상한 곳이네요.’
뭐, 그게 별로 좋은 평가가 아닌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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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서두른다고 서두르고 있지만 속도가 안 나네요...

어떻게든 꾸역꾸역 쓰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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