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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M@STER -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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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8, 2013 17:19에 작성됨.

달 하나 홀로 떠 있는 밤하늘.
765 엔젤스 팀이 쓰는 연습구장의 조명은 아직도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치하야쨩, 이제 그만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조금만, 조금만 더 던질게.”

“하, 하지만 내일 선발등판을 위해서 컨디션을 조절해야지. 오늘 이렇게 힘을 뺐다간 내일….”

“난 괜찮으니까.”

하루카의 걱정을 간단히 물리친 치하야는 다시금 던질 자세를 취했다.
내일이 바로 고대하던 토너먼트 첫 경기였기 때문에 구장에는 하루카와 치하야 말고도 몇몇 인원들이 더 있었지만, 누구도 치하야처럼 오랜 시간동안 개인훈련에 매진하지는 않고 있었다.

“난 조금 걱정되는데.”

“저는 키사라기 치하야의 역량을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군요.”

토너먼트 전에 있었던 네 경기 동안 치하야는 두 경기에 선발 등판해 15이닝 동안 5실점을 했다. 물론 충분히 좋은 성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비교 대상이 다름 아닌 17이닝 동안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은 마코토라는 것이 문제였을까. 치하야는 완전히 독이 오른 표정으로 공을 던지고 있었다.

7-2, 4-0, 6-4, 5-1. 765 엔젤스의 지난 4차례의 연습경기 스코어다.
세 사람의 투수가 안정된 피칭을 보여준 것도 주목받을만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타선의 고른 활약이 눈에 띄는 성적이다. 테이블세터인 히비키, 리츠코가 자신의 역할을 100프로 이상으로 해준 것이 주효했다. 물론 클린업과 하위타선도 잘해주었지만.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4경기 22타석에서 단 4안타만을 뽑아낸 4번 타자 유키호였다. 22타수 4안타라면 2할이 채 되지 않는 타율로 야수 중에 가장 낮은 타율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를 섣불리 뺄 수 없는 이유는 그 4안타가 모두 홈런이었기 때문이다.
치면 홈런, 하지만 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유키호는 코토리와 리츠코의 주도 하에 특타 훈련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실시하고 있었다.

“그다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요.”

애초에 연습할 시간이 짧긴 했지만, 유키호의 타격은 처음 특타를 시작할 때부터 토너먼트를 하루 앞둔 지금까지 발전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몸쪽을 두려워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아마 마코토의 무지막지한 공이 그녀에게 트라우마가 된 것 같았다.

“몸쪽을 던질 수 없는 투수도, 몸쪽을 칠 수 없는 타자도 야구에서는 전혀 필요하지 않아.”

이 점에 있어서는 리츠코와 코토리의 생각이 모두 같았지만, 코토리는 그래도 유키호를 믿기로 했다.

“유키호쨩의 재능은 진짜니까.”

그런 이유로 코토리는 연습경기 4경기 모두 유키호를 4번으로 기용했다. 단지 ‘재능 하나만 믿고’라기에는 너무 큰 도박인데도 불구하고, 코토리는 꿋꿋했다.

“물론 토너먼트 전 경기에서도, 후반기 리그가 시작되어서도 유키호쨩은 우리 팀의 4번이야. 유키호가 부상을 당해 빠지지 않는 이상은 계속.”

“그렇게 믿어도 될까요?”

“유키호쨩은 반드시 재능을 꽃피울 수 있어. 이 감독이 보증할게.”

“…감독이 보증한다면 그리 쉽게 신뢰할 수는 없겠는데요.”

“리, 리츠코쨩….”



32강 조별예선 토너먼트. 
32개 팀이 각각 8조로 나뉘어 상위 2팀이 16강에 진출, 그 후는 바로 단기전 토너먼트로 이어지는 대회이다. 
그 중에 765 엔젤스는 A조에 소속되어 이 부근에서는 꽤 이름을 날리는 세 팀과 맞붙게 되었다. 이미 연습경기 4전 4승으로 엔젤스는 충분히 경계 받을만한 팀이 되었기에,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은 연습경기에서 상대했던 팀들 보다는 그녀들의 평가를 올려놓았을 것이 자명하다.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 이점은 있으니까.”

개막전 당일. 코토리는 짐짓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에게 말했다. 

“전에 자료 줬던 걸 봤다면 알 수 있겠지만, 우리를 제외하고 A조에 속한 세 팀 중 오늘 맞붙을 팀의 전력은 두 번째라고 할 수 있어. 뭐니 뭐니 해도 전 대회 우승팀이 속한 A조니까 말이야.”

코토리는 화이트보드를 탕!하고 치며 선수단의 분위기를 환기시켰지만, 팀원들은 대부분 ‘저러면 멋있어 보일 것 같아서 하시는 거겠지.’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오늘 개막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해! 우리 팀의 최종 목표는 2승 1패 진출이야. 행여 우승팀에게 지더라도 나머지 두 팀에게서는 반드시 2승을 따내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반드시 이기도록!”

“잠깐만.”

“응? 왜 그러니, 이오리.”

“야요이가 아직 안 왔잖아.”

“아, 야요이쨩이라면 오늘 엔트리에 등록하지 않았으니까.”

“어째서?”

모두들, 심지어 코토리와 가장 긴밀한 연락망을 구축해놓고 있던 리츠코마저도 이번 일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팀 전원의 놀란 눈빛을 받으며, 코토리는 안심하라는 듯 빙긋 웃었다.

“야요이쨩은 우리 팀의 비밀무기, 우리 팀이 뽑아들 수 있는 최후의 카드야. 백퍼센트가 되기 전까지는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단다. 아마 지금도 한참 연습 중일 테니까.”

“하지만 경기 정도는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아무리 직접 뛰지는 않는다고 해도….”

“이오리쨩, 야요이쨩에 대해서는 일단 내게 맡겨줘. 야요이쨩도 나를 믿어줬으니까.”

항상 진지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코토리의 흔치 않은 모습에, 이오리는 뭐라 더 말하고 싶었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이오리는 그 동안 야요이가 어떻게 야구를 해왔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난으로 인해 학교 야구부는 꿈도 꾸지 못했고, 그래서 자신의 팀으로 거두어들여 주고 싶었지만 키가 작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었다.
그런 야요이에게 손을 내밀어 준 첫 팀. 비록 야요이가 알고 지내던 히비키가 추천해준 곳이었지만, 이오리는 야요이가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는 말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팀을 옮겼다. 
그리고 바로 그 팀에서 야요이를 비밀무기로 쓰겠다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훈련에 매진시키고 있다. 틈틈이 야요이에게 물어본 바로는 힘들긴 하지만 즐겁다고 했다. 그렇게 야구를 하고 싶어 했던 야요이가 즐겁게 웃고 있었다. 

이오리는 조금 더 코토리를 믿어보기로 했다.


1번 가나하 히비키 (2B)
2번 아키즈키 리츠코 (CF)
3번 호시이 미키 (LF)
4번 하기와라 유키호 (1B)
5번 미나세 이오리 (3B)
6번 시죠 타카네 (SS)
7번 미우라 아즈사 (RF)
8번 아마미 하루카 (C)
9번 키사라기 치하야 (P)


야수 선발 라인업은 4경기 동안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선발 역시 치하야가 1선발, 마코토가 2선발로 동일했다.

아무리 아마추어 리그라지만, 꽤 이름이 알려진 토너먼트 대회인데다 개막전이기까지 해서 특별히 지방방송국에서 해설진이 투입됐다. 그래봤자 중계실 비슷한 건 꿈도 못 꾸고 천막 아래에서 마이크를 잡고 하는 것이 다지만.

심판의 플레이볼 사인과 함께 연습경기 때보다 몇 배는 많은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한 걸음 한 걸음, 타석으로 향하는 히비키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선배라는 녀석들은 이런 기분을 느끼며 지금까지 경기해왔던 건가. 그렇다면 아주 조금은 녀석들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런 기분, 한 번 느껴버렸으니 다시는 빼앗기기 싫다구.

타석에 선 히비키는 심호흡을 두 번 한 다음 특유의 몸을 확 낮춘 타격자세를 취했다. 투수 역시 포수와의 사인교환을 마치고 크게 와인드업, 꽤나 구속이 있는 패스트볼을 히비키의 몸쪽을 향해 뿌렸다.
그리고 그것을 정확히 노린 히비키의 배트가 힘차게 돌아나갔다.

[초구 잡아당겼습니다-! 이 타구가 멀리 날아갑니다! 쭉쭉 뻗어나갑니다!!]

캐스터의 목소리가 외야석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메아리쳤다.  
타구를 열심히 따라가던 좌익수는 곧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 멈춰 섰다. 그와 동시에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겨버렸다.
1회 선두타자 초구 홈런. 첫 연습경기 때와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히비키는 씩 웃으며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흐흥, 이걸로 공식전에서도 이 내가 팀 창단 첫 안타에 첫 홈런, 첫 타점, 첫 득점까지 모두 해치웠다구!”

해설자가 히비키의 배트 컨트롤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할 무렵, 덕아웃으로 돌아온 히비키는 태양과도 같은 웃음으로 팀원들의 환대에 응했다.

스코어는 1-0. 히비키의 귀중한 선취득점으로 엔젤스는 근소한 리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후속득점은 불발에 그쳤지만, 팀원들의 사기는 충분히 상승시킬 수 있었다.
뒤이은 1회 말 수비에서는 치하야가 정교한 볼 컨트롤로 삼진 두 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마무리, 그 후 2회에 바로 추가점을 뽑아내 2-0으로 달아나게 되었다.

그 이후 한동안 교착상태로 이어지던 두 팀 간의 대결이 6회 말에 다다랐을 때, 치하야의 오늘 경기 첫 실투를 놓치지 않은 상대 팀 4번의 배트가 무섭게 돌아갔고 타구는 곧 우익수 아즈사를 아득히 넘어 담장 밖으로 날아갔다.
이것으로 2-1. 상대는 엔젤스의 뒤를 바짝 쫓기 시작했다.

하루카는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주었지만, 이후 치하야의 급격한 제구력 난조로 인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두 명의 주자를 내보내게 되었다.

‘치하야는 분명히 좋은 투수야, 하지만 아직 멘탈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는 걸까.’

치하야는 좋은 투수다. 하지만 팀에는 그저 ‘좋은 투수’라고 부를 단계를 넘어선 마코토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코토리가 치하야를 굳이 1선발로 내세우는 이유는, 치하야 본인의 희망도 있었지만 코토리 나름대로 무언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어찌되었든 6회 말 1사 1,2루의 위기, 비록 다음 타자가 하위타선인 8번이긴 하지만 치하야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동점은 물론 역전 위기까지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 여기서 볼넷이 나옵니다. 이것으로 1사에 주자는 풀 베이스! 안타 하나면 역전까지 가능해졌는데요. 엔젤스로서는 오늘 경기 최대 위기가 닥쳤습니다.]

치하야는 잠시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묵묵히 다음 투구를 준비했다.
그러는 와중에 하루카는 벤치에서 교체 사인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코토리 쪽을 슬쩍 바라보았지만, 코토리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투수를 교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코토리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치하야는 연속 볼 두 개로 투 볼 노 스트라이크까지 몰렸다. 설령 여기서 밀어내기 볼넷이라도 내준다고 하면, 그건 동점 이상의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 명백했다.
그래서 하루카는 이 타이밍에 타임을 걸고 마운드로 올라갔다. 자기 자신도 조금 늦었다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더 늦을 수는 없었기에.

“치하야쨩.”

“미안.”

“치하야쨩, 지금….”

“그냥 가운데에 꽂아!”

하루카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치하야의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히, 히비키?”

“가나하 씨?”

“야구는 절대로 혼자 하는 게 아니라구, 치하야. 어디로 치든 우리가 다 막아줄 테니까 걱정 말고 가운데로 꽂아!”

“…가나하 씨.”

“야구에서 1선발이란 곧 팀의 에이스를 뜻한다구. 우리 모두 치하야가 위기를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치하야 너도 우리들을 조금만 더 신뢰하고 던져줬으면 해.”

치하야는 아무 말 없이 히비키를 바라보고는 곧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가나하 씨.”

“미안하다는 말도 필요 없어. 에이스잖아?”

치하야를 향해 히죽 웃어 보이는 히비키를 보며, 하루카는 말로는 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을 느꼈다. 야구부에서도 그다지 교우관계가 좋다고는 할 수 없었던 치하야가, 이 팀에서 드디어 동료애를 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루카는 생각했다. 
하루카가 부디 그렇게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경기는 재개되었다. 치하야가 이번에 던진 공은 복판으로 향하는 슬라이더, 하지만 치하야의 생각보다 약간 더 밋밋하게 휘어지는 공은 상대 타자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고, 치하야는 깜짝 놀라 빨랫줄처럼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가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라인 드라이브 직선타! 2루 주자, 돌아가지 못합니다!]

히비키가 제 자리에서 껑충 뛰어 날아가는 타구를 잡아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곧바로 스타트를 끊었던 2루 주자는 미처 2루 베이스로 귀루 할 생각조차 못하고 공을 잡아낸 히비키의 2루 송구에 잡혀버리고 말았다. 이것으로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두 개가 추가되어 쓰리아웃, 더 이상의 점수를 내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엔젤스의 2루수 가나하 히비키의 말도 안 되는 점프캐치!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멋진 수비였습니다!]

캐스터의 말 그대로 엔젤스 팀원 중에 두 번째로 단신인 히비키가 잡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높이의 타구를 순전히 점프력 하나로 잡아낸 셈이니, 사람들의 놀라움은 상당한 것이었다. 그 멋진 플레이에 관객들 모두가 박수와 환호로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히비키를 맞이해주었다. 

“어때? 믿으라고 했지?”

“고마워, 가나하 씨.”

“흐흥, 그러니까 앞으로도 마음 놓고 던지라구!”

히비키가 치하야를 향해 자신의 글러브낀 손을 내밀자, 치하야 역시 글러브를 툭 맞대며 그에 응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마코토가 좀이 쑤신다며 자신을 등판시켜달라고 했다가 코토리와 리츠코의 단호한 저지에 막힌 것은 덤이었다.

그리고 7회 말.

[세 타자 연속 삼진! 6회 말 위기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 키사라기가 7회를 삼진 세 개로 완벽하게 틀어막습니다!]

“믿어달라고 했더니 아예 서있을 필요조차 없게 만들어버리다니 너무하다구….”

“후훗, 히비키. 이것이 바로 그녀 나름대로의 ‘신뢰의 증명’인 것입니다.”

“드, 듣고 보니 그러네!”

수비를 신뢰한다는 건 곧 자기 자신의 공을 마음껏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정확하게 제구가 되는 패스트볼과, 그녀가 원하는 곳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포크볼은 상대 타자를 여지없이 속여 냈다.

그리하여 완전히 초반의 페이스로 돌아온 엔젤스는 8회 초 히비키의 선두타자 출루와 리츠코의 희생번트에 이은 미키의 적시 3루타, 그리고 유키호의 희생플라이로 4-1까지 달아날 수 있었다. 
 
그리고 승부는 그 시점에서 결정지어졌다.



““수고하셨습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조별예선 1차전을 4-1로 마무리.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귀중한 첫 승이었다.

승리투수는 물론 8이닝 1실점 6피안타 7탈삼진 4볼넷을 기록한 치하야. 그녀는 경기 MVP에 올라 비록 지방방송에 불과했지만 방송사에서 주관하는 MVP 인터뷰까지 하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

“비록 엄청 떨었지만 말이지.”

“내, 내가 떨었다니. 난 냉정을 유지했다고 생각하는데.”

“치하야 씨 저언~혀 냉정하지 않았던 거야.”

“치하야쨩 답지 않게 말도 더듬고.”

“그, 그럴 리가 없어.”

“치하야 언니 지금도 더듬는다.”

“엣?”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부끄러움에 어쩔 줄을 모르는 치하야를 보며 모두가 웃고 있을 때, 히비키가 그녀에게 다가와 오늘 치하야가 몇 번이나 보았던 환한 웃음을 지었다.

“어때? 믿을만 하지?”

“다시 한 번 고마워, 가나하 씨. 사실 MVP도 가나하 씨가 받아야 했을지도.”

치하야의 말은 빈말이 전혀 아니었다.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 솔로포에, 위기 상황에서 분위기를 다시 엔젤스 쪽으로 끌어오는 멋진 수비, 그리고 출루할 때마다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좋은 주루센스까지 보여주며 다방면으로 활약했었으니까.

“뭐, 나 정도 되면 MVP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호오~? 그 말은 곧 치하야 언니는 이번 경기 아니면 다시는 MVP를 할 수 없다는 뉘앙스로 들리는데, 히비킹?”

“무슨 소리야, 저리 가라구!”

“우아우아-! 히비킹이 자기 포지션 경쟁자를 제거하려고 나를!”

아미가 과장된 동작으로 그녀를 피해 도망치자, 히비키는 곧 피식 웃으며 그런 아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치하야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 꽤나 좋은 팀 같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물론 내가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거지만!”

“후훗,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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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신이지만 귀신 같은 배트컨트롤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능히 두 자릿 수 홈런을 칠 만한 장타력에 수비능력이 뛰어남. 특히 초구를 좋아함.
2루수 히비키의 모티브는 바로 SK 와이번스의 정근우 선수입니다. 

둘이 꽤나 닮았다고 생각해요. 키가 작은 것도 그렇고 승부근성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높은 것도 그렇고, 신체능력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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