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그대는 나의 얀데렐라-(02)《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건》01

댓글: 7 / 조회: 643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8-11, 2016 15:45에 작성됨.

마유를 받아들이는 것을 상부에서 허가 받은 타네기는 하루만에 작은 사무소를 배정 받았다. 프로덕션 본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그에게 있어선 숙식을 해결할 장소의 역할도 병행하는 거주지가 되는 장소로 말이다. 아직 초급 프로듀서인 그에게는 이 정도도 감지덕지 할 사안이지만. 그렇게 배정을 받고, 마유와 보내면서 그녀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던 타네기는 그녀가 조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붙임성이 좋다고 생각했더니, 그녀가 하는 질문에 대답할 때마다 세심하게 노트에 적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하루가 평탄하게 지나갔을 때만 해도 그는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 전의 항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마유가 멋대로 우리 프로덕션으로 온 거라니, 자기들이 먼저 홀대해놓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렇다. 그에게 항의 전화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마유가 이전에 몸담고 있던 전 사무소의 사장이란 사람. 자신을 도둑놈에 인간 말종이라는 듯이 취급하며 호통을 치는 기세가 상당하고, 많이 흥분한 것 같아서 일단은 멋대로 끊어버렸다. 마침 마유가 코코아를 들고 와서 아무일도 아닌 척하기 위해 노력은 했지만 역시 당황스럽다.

"어쩌지...마유가 알게 되면 걱정할게 뻔한데에에~..."

덜컥-

"마유를 찾으셨나요?"

"어? 아아, 아니야..."

"그런가요오..."

끼이익...

"...하아"

혼잣말을 하는 도중에 마유가 들어와서 놀라긴 했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타네기는 그녀가 나가자마자 다시 머리를 부여잡았다. 설마 사무소에서의 일을 시작하고 하루만에 이런 난관에 부딪힐 거라곤 생각도 못한 것이다. 그렇게 그가 어떻게 하면 이 시련을 넘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또다시 사무실의 전화기로 전화가 걸려왔다.

삐리리릭-

"..."

삐리리릭-

"후우...좋아"

삐리릭- 달칵-

"여보세요..."

-왜 멋대로 끊는 거야!

"윽...아무래도 너무 흥분하신 것 같아서 일단 조금 진정하자는 생각에..."

-진정?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대형 프로덕션이면 다냐! 우리 사무소의 아이를 왜 멋대로 데려가는 거냐고!!

"하지만 그건 마유가 원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듣기론 그쪽 사무소에서 먼저 마유에 대한 대우나 그녀에게 일어난 사고에 대한 처사가 옳지 못하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측에선 오히려 그녀를 위해서도 이러는 편이 좋을 것 같단 생각에-"

-무슨 개소리야! 내가 마유한테 얼마나 투자했는지 알아!? 얼마 없는 사정인데도 개인 매니저까지 붙여주려고 내가-

덜컥-!

"헛, 마유...!"

"프로듀서 씨, 잠깐 전화좀 바꿔주시겠어요?"

"아, 하지만..."

-뭐야, 마유 거기 있는 거냐!? 이리 바꿔!

"우후후...괜찮아요, 프로듀서 씨. 마유는 괜찮답니다."

"하지만...난, 너가 상처 받는 걸 원하지 않아."

당연하다. 어느 프로듀서가 자신의 담당 아이돌이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싶어 하겠는가? 더군다나 그에게 있어 마유는 첫 아이돌이고 매우 마음에 들 정도로 상냥하고 좋은 아이다. 그렇기에 그는 최대한 그녀를 배려해서 자신의 선에서 일을 끝내려고 했었는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담담하게 전화를 바꿀 것을 요구한다.
타네기의 대답에 마유는 살짝 놀란 듯 특유의 살짝 처진 눈을 크게 뜨며 놀란 듯이 입을 벌리고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우후후훗...마유는 괜찮아요. 이렇게 마유를 사랑해주는 프로듀서가 곁에 있는 것 만으로 힘이 나는 걸요오..."

"..."

"마유를 믿어주세요."

"..."

-빨리 바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호통과 눈 앞에서 자신을 설득하는 마유에게 떠밀리듯, 결국 그녀에게 수화기를 넘긴 타네기는 걱정과 불안함이 뒤섞인 시선으로 마유를 보았다. 사무실 전화여서 멀리 갈 수 없었기에 그녀는 타네기가 지켜보는 앞에서 통화를 했다.

"네, 사장님...그 얘기라면 전에 말씀드린 걸로 아는데요...네, 네...그 편지 맞아요."

"마유..."

의외로 침착하게 대답하며 대화를 진행해가는 그녀의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여전히 걱정이 되는 타네기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그런데,

"마유는 틀린 말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솔직히 사장님이 생각해도 마유에게 너무하다는 생각 하신 적 없나요오? 언제나 해오는 일에 비해 마유에게 오는 금액은 현저히 적었죠...어머, 그건 핑계라고 하는 거라구요오? 그야 마유가 대표 모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유 스스로도 잘 나가는 모델이었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어요..."

"...?"

"사장님, 솔직히 마유가 번 돈으로 술집에 간 적 있죠? 비싼 마사지 방이라던가...대표 모델인 그 아이에게 몰래 다른 아이들이 번 돈의 일부를 줬다는 얘기도 들었어요...네? 딱히 조사한 건 아니에요. 얼마나 평소 행실이 그러셨으면 사무소에 소문이 퍼져 있었겠어요오..."

'생각보다 더 질이 안 좋은 사무소였던 건가...'

"어머, 날조라뇨? 마유는 사실만 말하고 있는 거랍니다. 그건 그렇고...사장님, 아까부터 마유의 프로듀서 씨가 마유를 협박했네, 약점을 잡았네 하시면서 막 욕하시는데..."

스스슷-

"한 번만 더 그딴식으로 입 놀리면 당신, 죽여버린다...?"

"...어?"

"그럼..."

딸칵-

수화기가 내려져 전화가 끊기고, 싸늘한 정적과 기운이 방 안을 채워나갔다. 순간적으로, 도저히 16살의 소녀가 내뿜은 것이라 생각하기 힘든 살기를 느꼈던 타네기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혼란스러움을 느꼈고, 스스로의 귀를 의심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묻기 위해 그는 힘겹게 입을 연다.

"저기...마유?"

"...우후후, 이걸로 괜찮은 것 같아요."

"조금 전에 말한 건..."

"아, 이전 사무소에 떠돌던 말들 말인가요? 그야 루머도 몇 개 있겠지만...전부 거짓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그...아니야"

'그래, 괜히 묻지 않는 게 좋겠지...잘못 들은 걸로 괜한 오해를 한 걸지도 모르고...'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괜히 그녀를 추궁하듯 질문을 한다면 자신 역시 좋은 프로듀서가 되지 못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자신이 설득해서 이적시킨 아이에게 그런 평가를 받아버린다면 다른 사람들의 반응 이전에, 스스로 실망해서 이 길을 그만두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이적 건에 대한 이번 일은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볼게...걱정시켜서 미안해."

"아니에요. 마유가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네요오...우후훗"

옅게 미소를 띄우며 손으로 입가를 가리는 동작마저 사랑스러운 그녀. 타네기는 자신을 배려해주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 ♡ ♡

"레슨...인가요?"

"응"

결국, 마유의 전 사무소와 적당한 선에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합의를 끝낸 타네기는 사흘 뒤, 상부에서 내려온 사안들을 보고 그녀를 위한 일정을 준비했다. 그건 바로 마유의 데뷔. 이미 모델로 활동하면서 어느 정도 유명세를 가진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춤과 노래를 통해 내보일 아이돌로서의 자질! 그러기 위해 타네기는 그녀를 본사의 건물로 데려가 트레이너들과 상담 및 레슨을 받도록 했다.

"이쪽은 트레이너 씨"

"반가워, 난 가창력 레슨을 담당하는 트레이너란다. 잘 부탁해"

"잘 부탁드려요..."

흑발의 긴 생머리, 부드럽다기 보다는 조금 거친 듯 하면서도 청순하다는 느낌을 주는 특이한 인상을 내보이는 여성 트레이너. 밝게 인사를 하며 자신에게 손을 내민 모습을 잠깐 주시한 마유는 이내 손을 마주 잡고 인사를 했다.

"난 마유가 마실 음료수 좀 사올게, 그 동안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 잘부탁합니다."

"마유, 프로듀서 씨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할게요오...!"

"프로듀서 씨랑 사이가 좋은가 보네. 그러면 해볼까? 자-"

덜컥-

연습실의 문을 닫고 나온 타네기는 문에 있는 유리창으로 마유가 연습하는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이내 걸음을 옮겼다. 문제가 되었던 이적 사건 이후로 어떻게 될 지 걱정이었지만, 마유도 열심히 해주고 나름 다른 일들도 잘 풀려나가니 한결 기분이 좋아진 그는 스스로 발걸음이 가벼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툭-

"아앗-!"

"어엇!"

텁-!

"후우...뭐야, 화분...?"

"죄, 죄송합니다...화분 때문에 앞이 안 보여서..."

"아, 아니요. 제대로 살피지 않은 저도 잘못입니다...그런데, 학생...?"

갑작스럽게 모퉁이에서 걸어 나오다가 타네기와 부딪힌 사람은 여학생. 살짝 갈색의 느낌이 나는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날카로운 듯 하면서도 그 속에 부드러움이 묻어 나오는, 마치 일본도와 같은 인상을 주는 소녀였다. 어째서 이곳에 여학생이 화분을 옮기고 있는 것인지 의아해하던 타네기는, 그녀가 걸친 앞치마에 새겨진 'Flower Shop SHIBUYA'를 보고 대충 이해했다.

"꽃가게...주문한 화분을 옮기고 계셨나 보군요. 죄송합니다, 일에 방해가 되서..."

"아뇨, 받아주신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다행이, 놀라운 반응 속도로 화분을 든 소녀가 넘어지기 전에 팔로 받쳐주는 것으로 소녀와 화분 모두 지켜낸 그는 소녀의 감사 인사에 어색하게 볼을 긁적였다.

 

=========================

마유 혼자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유감입니다.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