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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나의 얀데렐라-(01) 《사랑하며 꿈꾸는 소녀》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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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0, 2016 11:42에 작성됨.

사치코 다음은 같은 프로덕션에서 소속사만 다른 아이돌인 25살 타카가키 카에데. 한창 어린 나이의 아이돌도 많은 와중에 제법 고령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는 나이이지만 특유의 동안과 은연중에 사람을 홀리는 매력, 출중한 노래 실력. 그리고...

"여자들이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는 이유는 '화장실'이니까에요. 후후..."

"그, 그렇군요..."

'선배, 제발...'

"남편이 왜 남편인지 아세요?"

"그, 글쎄요..."

"남편은 문제가 생기면 아내보다는 '남' 편이 되니까에요. 후훗..."

"하, 하하...하하하..."

"자연은 정말 대단해요...특히 나무요! 뿌리로 땅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고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죠...정말 '나무'랄 곳이 없네요. 후후후..."

"하하하하..."

아저씨들이 좋아할 것 같은 하이 개그. 카에데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장기이자 개인기이다. 흔히 삼촌팬이라고 불리는 연령층의 사람들과 아저씨 팬들에게는 절호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먹히지만 젊은층의 팬들에게는 아무래도 코드가 잘 맞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어느새 하나의 개성이자 색깔로 자리를 잡았기에 이미 늦은 것이다.

"그건 그렇고 프로듀서가 늦네요. 뭔가 안좋은 일을 겪고 있는 걸까요..."

"확실히 늦네요..."

'카에데 씨 개그 때문인 것 같은데 말이죠...'

"...프로듀서가 나쁜 일을 겪고 있다면..."

"..."

"그런 프로듀서를 도울 수 있는 건 '나 뿐'일지도..."

"...!"

정말로 방심할 틈을 주지 않고 아예 없는 타이밍을 직접 만들어내서 하이 개그를 시전한다. 이쯤 되면 병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수준이다. 개인의 취향이나 사상에 대해서는 딱히 뭐라고 지적하고 싶은 생각이 없던 타네기도 심각하게 말릴 것을 고민할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고통을 넘어 고문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다가 간신히 늦게 돌아온 프로듀서와 함께 둘은 일정을 위해 출발했다.
카에데를 뒷좌석에 앉히고 조수석에 앉은 타네기는 자신과 카에데만 남겨둬 괜히 어색한 시간을 보내게 한 선배에게, 저도 모르게 살짝 언성을 높였다.

"왜 이렇게 늦은 거에요, 선배!"

"미안, 급하게 스케줄 조정이 좀 있었거든."

"스케줄 조정이요?"

"그래. 이번에 타카가키 씨가 웨딩 컨셉으로 홍보 영상이랑 같이 잡지에 실을 화보도 찍어야 하는데, 그 촬영이 갑자기 합동 촬영으로 바뀌었거든"

"그럴 수가 있나요?"

"글쎄, 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말이야...듣기로는 같이 촬영할 모델이 직접 찾아와서 부탁했다는 것 같아. 금액은 적게 받아도 좋고 보조로 뒤에 나오는 것도 좋으니 합동 촬영을 하고 싶다고."

"으음...자기 홍보인가...?"

"절박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고...단순히 웨딩 촬영을 하고 싶었던 걸 수도 있겠지. 뭐, 내 생각엔 후자 같지만"

"왜요?"

"생각을 해봐. 홍보가 필요한 업체에서 우리랑 별다른 상의도 없이 급하게 합동 촬영으로 일정을 바꾼 거라면 상대 측이 그렇게 해서라도 잡을 정도로 나름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라는 거잖아. 그런 인물이 절박해서 그러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오오...대단하네요."

"감탄하기는, 너도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할 수 있어야 돼."

"네!"

선배의 말에 기운 넘치게 대답을 한 타네기.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뒷좌석에서 잠시 지켜보던 카에데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불길한 미소를 짓고 입을 열었다.

"두 분은 사이가 좋아 보이시네요."

"네? 아, 네..."

"..."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뉴스에서 봤는데, 요즘 사이..."

"타카가키 씨, 오늘이라면 일정이 끝나고 함께 술을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 술이요? 저야 좋지만 그래도 괜찮나요? 아이돌이니까 술집은 안된다고..."

"타카가키 씨는 무심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마시니까요. 그러니 이번엔 특별히 동행해 드리는 겁니다."

"네, 프로듀서."

기분이 좋아진 것일까, 미소를 짓는 그녀의 녹색과 청록색의 오드 아이가 빛을 내고 있는 것이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타네기에게 마저 느껴진다. 카에데의 특징 중 하나는 그녀가 연예계에 소문난 주당이라는 것. 술을 좋아하는 컨셉의 아이돌도 있고 실제로 술을 좋아하는 아이돌도 있지만, 카에데는 그 중에서도 술을 무척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
실제로도 이전에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이상한 남자에게 끌려갈 뻔 한 것을 도움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술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덕분에 그 이후로는 술에 대한 제재를 강하게 받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이런 사소한 기쁨에도 금새 기분이 좋아져 아저씨 개그에 대한 생각을 날린 듯 하다.

'감사합니다, 선배.'

'뭘, 그나저나 조심해라. 타카가키 씨는 최근 수요가 크니까 나한테 다른 신인 아이돌들을 맡길 생각인 것 같다. 그러면 타카가키 씨는 같은 프로덕션에서 다른 소속사에 있는 프로듀서한테 갈지도 몰라'

'그러면 기회가 균등하게 나눠지는 거 아닌가요?'

'그 프로듀서는 친해진다는 명목 아래에 저 고차원 유머를 하루 종일 듣고 있어야 할 수도 있어'

'...!!'

뒤늦은 깨달음. 그렇다, 카에데가 풀려나는 날 그녀의 개그 감각에 대해 아는 이들 모두가 걱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녀 정도의 거물급 아이돌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 그녀와 같이 딸려오는 그녀의 개그 감각은...

'누구도 타카가키 씨의 개그를 계속해서 들을 순 없을 거에요.'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아.'

'...!'

생각을 해보면 지금 타네기의 옆에 있는 선배도 처음 카에데를 맡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법 오래 알고 지냈을 텐데도 익숙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배, 좀 더 타카가키 씨를 위해 노력해주세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래, 힘이 가는 곳까지 해봐야지."

"어머, 저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노력해준다니...저녁에는 술도 사주신다고 하고. 오늘의 프로듀서는 뭔가 상냥하네요. 후배 분 덕분일까요?"

"뭐, 그런 셈이지."

"후배 씨? 괜찮다면 자주 찾아 와주세요. 후후"

"아, 예..."

어색하게나마 대답을 하며 차량으로 이동을 계속한 끝에 촬영 스튜디오에 도착한 세 사람.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작다고 할 수도 없는 정도의 크기를 가진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니 어느새 촬영 준비가 끝난 듯 결혼식장처럼 꾸며 놓은 실내 인테리어가 시선을 빼앗았다.

"와아...결혼식장인가..."

"그러고보니 결혼도 안올린 여성이 웨딩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으면 혼인이 늦어진다는 말도 있었지?"

"혼인이 늦어지는 건가요...그러면 혼(魂)인(姻)이라도 해야하는 걸까요. 후후후..."

"...와아, 결혼식장인가..."

"어서 들어가죠."

"후후후후..."

만족스럽게 웃는 카에데와 같이 들어가니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들에 의해 카에데는 메이크 업을 위해 갔고 그 동안 여유가 생긴 타네기와 선배는 관계자들을 위해 마련해둔 음료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다.

"선배도 큰일이겠네요. 타카가키 씨의 개그를 들어야하니..."

"그래도 나름 개성이라고 생각하면 꼭 곤란한 것만은 아니야."

"대단하네요."

"이 아이돌은 내가 빛내야 하는 아이돌이다, 라고 생각하면 말이지. 그 아이의 단점도 마저도 사랑스럽게 보일 때가 있어. 지금은 이런 말 해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 거다"

"네."

심오함을 넘어서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선배의 조언에 타네기는 나름 깊은 생각의 시간을 가지며 그것을 곱씹어가고 있었다. 그 소녀가 나타나기 전까지.

"어머,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마유?"

"어머나, 당신은 이전에 만났었던..."

하얀 순백의 웨딩 드레스와 특유의 잘 어울리는 주홍색 리본 장식들. 그리고 손에 든 화려한 꽃들의 부케로 자신의 매력을 살린 소녀는 다름 아닌 바로 어제 만났던 모델 소녀. 사쿠마 마유였다.

"우연이네요, 이런 곳에서 다 만나다니..."

"그러게. 마유도 촬영 때문에 온 거야?"

"네. 타네기 씨도 촬영 때문에...?"

"아, 응. 이번엔 다른 선배에 다른 아이돌이지만."

"그렇군요..."

"마유는 이미 촬영 끝난 거야?"

"아니요, 지금부터 촬영이에요..."

"응? 지금부터 촬영이라면 카에데 씨랑 같이...설마."

"왜 그러시나요?"

"혹시 오늘 합동 촬영이 있는 모델이라는 게...마유 너...?"

"어머나, 먼저 일정이 잡혀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타네기 씨가 있는 프로덕션의 아이돌이었군요...이런 우연이..."

"..."

왼손으로 스스로의 뺨을 감싸 어루만지는 소녀의 모습은 분명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타네기는 이상하게 한기를 느꼈다.

"우연이 두 번...인연인 걸까요, 우리..."

"어? 아, 그...그렇네..."

'분명...'

"그런데 마유, 듣기로는 합동 촬영이라도 괜찮으니까 꼭 오늘 지금 찍고 싶다고 말했다던데..."

"그건...오늘 웨딩 드레스가 입고 싶어서였어요...웨딩 드레스는 소녀들의 꿈이지만...결혼할 때가 아니면 입지 못하니까요...스케줄도 지금이 아니면 안되고..."

"그, 그렇구나..."

'그래,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거겠지'

"슬슬 촬영 시간이 된 것 같은데, 난 화장실에 가봐야겠어"

"아, 네..."

"촬영 힘내"

"네...!"

타네기는 어색함이 없지 않아 느껴지는 모습으로 자리를 떠났고 상황을 지켜보던 선배 프로듀서는 제법 흥미로운 상황을 즐기는 듯 했다. 타네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마유는 그와 같이 있던 프로듀서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이내 자신의 대기실로 돌아와 거울을 보았다.

"웨딩 드레스를 입은 제 모습...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아름다우셨나요...?"

텅 빈 대기실에서 홀로 거울을 보며 중얼거리던 그녀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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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년 쯤 전에 쓴 거라서 조금 손을 봐서 올리려고 합니다. 앞으로 130화 정도 남았네요.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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