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그대는 나의 얀데렐라-(01) 《사랑하며 꿈꾸는 소녀》01

댓글: 5 / 조회: 1062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08-10, 2016 09:58에 작성됨.

"프로듀서 씨, 여기 프로듀서 씨가 좋아하는 코코아에요"

"아, 으응...고마워"

"우후훗"

코코아가 담긴 머그컵을 건네준 소녀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감사를 하는 사내의 모습을 지켜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갈색의 어깨를 살짝 덮을 정도의 세미롱 헤어를 한 작은 체구의 소녀. 목에 찬 하트 장식의 목걸이와 머리에 쓴 붉은 리본 머리띠가 묘하게 잘 어울려 조금은 강하게 인상을 각인 시키는 매력을 가진 소녀. 보통의 경우 이런 소녀가 곁에서 이렇게 대접을 해주고 미소를 지어준다면 어떤 남자라도 행복할 것이 분명하다.
'보통'의 경우라면 말이다.

"마유, 딱히 다른 일은 없는 거야?"

"에?"

"아니, 그게..."

살짝 놀란듯 흠칫하며 크게 뜬 두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마유라는 소녀의 눈빛에 사내는 위축된 듯 어깨를 조금 움츠리며 마유의 눈치를 보았다.

"마유는 이제 아이돌이니까, 노래나 춤이라던가 연습하는 게..."

"그런 얘기였군요! 마유도 참, 프로듀서 씨가 순간 마유를 귀찮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어요오..."

"..."

소녀의 진심어린 걱정이 묻어나오는 말에 사내는 입을 열지 않는다. 무언은 긍정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소녀는 밝은 웃음을 지으며 사내에게 허리를 꾸벅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그러면 마유는 노래 연습을 하고 있을게요. 프로듀서 씨, 마유가 필요하면 언제라도 불러주세요..."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서 뒤로 돌아 방을 나가는 소녀의 뒷모습은 밝아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무룩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덜컥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을 때, 그제서야 프로듀서라 불린 사내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으아...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야..."

때는 그의 나이 20대. 바야흐로 수많은 소녀들이 꿈을 쫓아 아이돌이 되는 현대에서 소녀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것이야말로, 소녀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천직이고 운명이다! 라는 생각이 절정에 달했던 당시. 다양한 업종에 손을 뻗어나가는 기업, 346의 마케팅 업무에서 종사하던 그가 346프로덕션 아이돌 프로듀스 업무로 이적해서, 선배 프로듀서를 따라 현장 견학 및 실습을 나섰을 때였다.

♡ ♡ ♡

"흐흥~귀여운 전 역시 모델 촬영도 가뿐하네요!"

"잘했어, 사치코"

"...아, 정말 훌륭했습니다. 사치코 양"

"흐응~좀 더 칭찬해도 괜찮다구요?"

코시미즈 사치코. 고작 14살이라는 나이에 아이돌로 데뷔해서 나름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녀. 넘치는 자신감과 자신의 귀여움이라는 무기를 조금 부족하게나마 다룰 줄 아는 미래가 밝은 소녀 아이돌. 천직이 아이돌인 것일까, 본방인 촬영에서도 전혀 떨지 않고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말 대단했어요. 그다지 연습을 할 시간도 없었을 텐데 이렇게 완벽하게 해내다니!"

"우읏..."

"...사치코 양?"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래요, 전 본방에 강한 거에요! 별로 뒤에서 연습 같은 걸 하지 않아도 말이죠!"

"아, 네..."

'타네기 군. 그다지 신경 쓰지 마. 사치코 녀석 사실은 뒤에서 엄청 노력하거든'

'아...!'

"두 분? 저를 빼고 뭘 그렇게 속삭이는 건가요?"

"응? 아아, 사치코는 귀여운데다 일도 잘하니 정말 대단한 아이라고 말하고 있었어"

"흐, 흐흥! 그런 당연한 건 공공연히 칭찬해도 된다구요~"

팔짱을 끼며 조금 우월감에 젖은 듯한 미소를 짓는 소녀의 뺨은 태도와 다르게 쑥스러운 것인지 달아오른 것이 눈에 띄었다. 자신이 맡은 아이돌을 자연스럽게 달래는 선배의 솜씨게 그가 감탄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세 사람이 있는 곳으로 한 여성이 달려왔다. 땀을 잔뜩 흘리며 숨을 거칠게 고르는 여성의 목에는 'staff'가 적인 종이를 끼운 목걸이가 이리저리 흔들린 듯 걸어져 있었다.

"하아...하아..."

"무, 무슨 일입니까?"

"그, 그게...혹시 운전 가능하신 분 계신가요...!"

"예?"

"이, 일단 진정하시고 말하는게..."

"하아...하아...실은..."

어렵게 사정을 설명하는 여성. 듣자하니 사치코의 촬영 이후 급하게 촬영 스케쥴이 잡힌 모델이 오던 도중 교통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다행이 모델은 무사하지만 매니저가 다쳤는데 당 소속사에서는 스케쥴을 진행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원래는 지금 촬영하는 사치코 씨를 끝으로 오늘 일정은 없어서 필요한 인력만 남고 모두 퇴근하는 바람에...소속사 측에서도 인력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고, 혹시 두 분 중에 차량 운행이 가능하신 분 계신가요...!"

이야기가 다시 처음 부분으로 돌아오고, 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한 선배 프로듀서는 타네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타네기 군, 아무래도 네가 가줘야 할 것 같아"

"네? 제가요?"

"어쩔 수 없어. 나도 사치코 옆에 있어줘야 하는 입장이고 이왕이면 다른 소속사 아이돌이라고 해도 좋은 이미지를 남겨두면 좋을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이런 돌발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업무야"

"그런...!"

억지 같은 말에도 결국 사람이 좋기 때문인지 타네기는 등 떠밀리듯 휴대폰에 문자로 모델이 현재 있는 위치의 주소를 받아 그곳으로 향했다. 스태프 차량이기는 하지만 제법 능숙하게 운전을 하여 전달 받은 주소에 도착했을 때, 그는 그곳에서 몇몇 사람들에게 둘러 싸인 소녀를 볼 수 있었다. 갈색 머리카락, 그 위에 쓴 리본 머리띠, 목에 걸은 하트 장식 목걸이.
동화 속에 나오는 소녀처럼 레이스 달린 분홍색과 흰색의 원피스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그 소녀는 현재 모델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사쿠마 마유'라는 아이이다. 사치코보다 2살 연상에 그녀처럼 자신의 매력을 잘 어필하는 소녀이지만 작은 소속사의 독자 모델이기 때문인지 크게 두각을 드러내는 일은 없는, 이른바 '원석'이라고 불리는 소녀다.

"오늘 스케쥴이 잡혀 있었다는 모델이 사쿠마 양이었구나!"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이대로라면 사고가 일어날 것이란 생각에 재빨리 차에서 뛰어내린 타네기는 인파를 뚫고서 마유에게 다가갔다. 독자 모델이어도 그 인기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인지, 모여있는 사람들이 제법 되어 힘들긴 했지만 뚫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기에 그는 간신히 마유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쿠마 양, 사쿠마 마유 양!"

"..."

"사쿠마 양!"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 때문에 타네기의 부름이 잘 들리지 않은 것인지 소녀는 난처한 표정으로 이도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타네기는 살면서 몇 번 해보지 않았던 '전력으로 외치기'를 시도했다.

"사쿠마! 마유! 양-!!"

"에...?"

"..."

그의 시도가 성공한 것인지 주위는 얼음울을 끼얹은 것 마냥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마유도 마침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비록 주위의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쓸데 없이 모으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스튜디오에서 왔습니다! 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죠!!"

"에...아, 네!"

어리둥절하게 있다가 뒤늦게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마유는 재빨리 타네기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그대로 손을 강하게 붙잡은 그는 마유를 이끌고 인파를 헤쳐 간신히 차량에 태웠다. 갑작스러운 상황의 전개에 당황한 사람들은 뒤늦게 마유와 타네기가 탄 차량을 향해 모여들었고 덕분에 문제가 생길뻔 했지만, 다행히 간발의 차로 출발에 성공해서 탈출할 수 있었다.

"후우...괜찮아요? 어디 다친 곳은 없나요?"

"에?"

"아, 전 타네기. 야마다 타네기라고 합니다. 346 프로덕션에서 일하고 있고 현재 연수를 하고 있는 견습 프로듀서죠"

"그렇군요...전 사쿠마 마유에요오..."

"사쿠마 양, 몸은 괜찮아요?"

"네, 마유는 괜찮지만 매니저 씨가 크게 다쳤어요..."

"큰일이네요...무사하셔야 할텐데..."

"..."

"사쿠마 양도 큰일이겠네요. 사고를 당하고 홀로 고립되었는데도 스케쥴을 진행해야 하다니..."

"..."

"사쿠마 양?"

"..."

말이 없이 뒷자석에서 자신을 주시하는 마유. 그 모습을 백미러를 통해 본 타네기는 그저 단순히 그녀가 사고와 혼란스러운 일이 겹쳐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때, 조용히 있던 마유가 돌연 입을 열었다.

"...유요..."

"네?"

"마유요...편하게, 마유라고 불러주세요오..."

"아, 네..."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에? 아, 으..으응..."

'의외로 붙임성이 좋은 아이구나...'

대화할 때의 억양이나 어투로 보아선 아닐 것 같은데 의외로 다가오는 모습에 호감을 느낀 타네기는 미소를 지었고 그런 그를 보고 마유도 뺨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쯤, 사치코는 어느새 마지막 촬영을 하고 있었고 때마침 도착한 마유를 스태프들이 데리고 갔다.

"휴우...늦지 않았네요..."

텁-

"여어, 수고했어!"

"선배님!"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도 대처할 줄 알아야 일류 프로듀서가 되는 거다!"

"아, 네!"

"그건 그렇고 설마 저 애가 오는 거였을 줄이야. 요즘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아이인데"

"그러게요. 그래서 불쌍해요. 그렇게 인기가 있는 아이를 소속사에서는 사고를 당했는데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스케쥴을 이행하게 하다니..."

"...그게 당연한 시대야"

"네?"

"할 수 있을 때 일하지 않으면 아이돌은 물론 모든 연예인은 금방 다른 경쟁자들에게 밀려 묻혀버려. 그러니까 소속사들도 무리하게 일을 시키려고 하는 거야. 그게 연예계지"

"..."

"좋은 일만 겪을 수 없는게 세상 사는 거 아니겠어? 뭐, 너무 침울해하지는 마라"

"네..."

새삼 깨달은 현실에 조금 기운이 없어졌지만 선배의 격려를 받은 타네기는 촬영이 끝나고 다음 스케쥴로 향할 준비를 하는 사치코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막 출발하기 전, 촬영 준비를 끝낸 마유가 다가왔다.

"저기..."

"에?"

"혹시, 운명이란 걸 믿으시나요오...?"

"운명?"

"네...우연이 한 번 겹치면 인연이고, 세 번 겹치면 운명이라고..."

"아, 으응...뭐 믿는 편이긴 한데..."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렇네..."

타네기는 마유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마유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인연이 되면 또 보자."

"네...!"

손을 놓고서 떠나가는 타네기를 주시하던 마유는 그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악수를 했던 손바닥을 빤히 쳐다보고 뺨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금방...다시 볼 수 있을 거에요..."

 

===========================

여기다 올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지인 분이 여기다 올리는 걸 추천해서 우선 올려봅니다.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