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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가키 카에데 SS.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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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8, 2016 04:18에 작성됨.

카에데씨 SS

 

 

 

... 며칠 전, 한 제의를 받았습니다. 

 

아이돌인 나, 타카가키 카에데에게.

 

아니, 이젠 아이돌이라 부르기도 어려울지도 모르겠군요.

 

하여튼 얼마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타카가키양, 그쪽도 아실테지요?》

 

《올해 9월이 되면, 타카가키양의 계약도 이제 종료가 되게 됩니다》

 

 

제의를 걸어온 상대는 어딘가의 높으신 분.

 

네, 맞아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높으신 분입니다.

 

 

《9월 계약이 종료되면 더 이상 타카가키양은 본사로부터 아이돌로써, 또한 가수로써 어떤 원조도 받을수 없습니다》

 

《당연히, 지급되는 급여도 종료하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본사는 더 이상 당신과 재계약을 할 마음이 없습니다》 

 

 

ㅡ 쓴 소리.

 

말이 쓰다는 것을 그 때 확실히 느꼈습니다. 

 

하지만 어째선가, 마음 한 편에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실테지만 지금의 타카가키양의 인기는 이미 식어버렸지요》

 

《타카가키양도 잘 아실겁니다. 아이돌은 언제나 영원하지는 않는 법이지요》

 

《... 하지만 타카가키양,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높으신 분은, 제게 슬며시 말했습니다. 

 

 

《타카가키양을 찾는 분이, 없는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이 뒤에 이어질 내용을 저는 어렴풋이 직감했습니다.

 

 

《타카가키씨도 한 때는 아이돌, 가수로써 뛰어난 지명도를 널리 알렸었지요》

 

《그런 타카가키씨를, 뵙고자 하는 높으신 분들이 있답니다》

 

 

저와 대화하는 높은 사람보다 높은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멍하게 앉아있었습니다.

 

그 다음부턴 그 사람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 그러니까 타카가키씨는 그 분들과 작은 만남만 가지고 오시면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될 경우, 그 분들이 타카가키씨를 도와주신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와의 재계약도, 고려해보겠습니다》

 

 

그런 높으신 분들과의 만남이, 작은 만남으로만 끝날리가 없겠지요.

 

저도 알수있는, 명백한 그런 내용의 제의였습니다.

 

...

 

보통 사람이라면 화를 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어떤사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저는,

 

 

그 때의 저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 이후의 대답도, 아무런 말도 없이.

 

 

단지 그 자리에 가만히,

 

 

가만히 앉아 있었답니다.

 

 

 

 

 

 

티비에서 소리가 들려 나옵니다.

 

나오는것은 아이돌의 광고, CM.

 

한창 때의 아이돌들이 나와서, 몇마디 대사를 말하고, 포즈를 취하고, 곧 사라집니다.

 

그 후 그 광고가 끝났다 싶으면,

 

또 다른 아이돌이 나와서 광고를 합니다.

 

이번은 음료수 광고이군요, 마시고 싶네요.

 

그렇게 카페에 앉아 티비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습니다.

 

 

탁자에 앉은 저의 앞에는 스케쥴노트가 있습니다.

 

제가 아이돌을 시작하면서, 쓰게된 노트입니다.

 

일을하면서 바쁘게 되어버린 제가, 오늘 해야할 일, 또는 내일 해야할 일을 적어놓았던 노트.

 

분명, 빼곡하게 날짜날짜마다의 일정이 적혀있었던 노트는

 

언젠가부터 점점 군데군데 비어가기 시작하더니,

 

... 어느새 텅 비어버리게 되었답니다.

 

 

TV로의 시선을, 제 앞의 노트로 가져다 갑니다.

 

 

"... ... 휴우."

 

 

작게 한 숨을 쉽니다.

 

그리고는 앞에 놓인 제 스케쥴 노트를 덮었습니다.

 

탁.

 

몇 년동안 썼었던 스케쥴노트.

 

이미 가죽으로 된 바깥은 너덜너덜해졌고, 안은 종이가 이미 바래졌습니다.

 

아직 뒷 부분이 조금 남기는 했지만, 아마도 이제 앞으로는 쓸 일이 없을 것 같네요.

 

 

"... ..."

 

 

제 노트를 바라보면서, 나지막하게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 수고했어, 노트군"

 

 

노트 겉부분인 가죽을 손으로 살짝 쓰다듬었습니다.

 

 

바이바이.

 

 

그렇게 말하며, 저는 제 앞에 놓인 노트를 들어, 탁자 밑에 있는 쓰레기통에 조용히 넣었습니다.

 

수년 간 제 옆에서 아이돌인생과 함께 생활했던 노트를, 이렇게 작별을 고했습니다.

 

 

그 후, 다시 멍하게 저는, TV를 향해서 시선을 돌렸습니다.

 

 

어느샌가 TV에서는 CM이 끝나고, 새로운 프로가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 아마도 개그프로인듯 합니다.

 

저는 리모컨으로 다시 채널을 돌립니다.

 

삑삑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바뀌어 갑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지나자, 방영이 끝나고 다시 광고를 하고있는 화면이 나옵니다.

 

채널을 돌리는 손가락을 멈추고 저는, 또다시 TV의 화면을 멍하게 응시합니다.

 

 

... ... ... ... 

 

 

그렇게 얼마쯤 있었을까, 멍하니 있을때 였습니다.

 

귀에서 자주듣던, 그리고 꽤나 친근했던 소리가 들립니다.

 

 

 

"타카가키씨"

 

 

" ... ... "

 

 

"타카가키씨"

 

 

"... ..."

 

 

"타카가키씨"

 

 

"... ... 카에데씨."

 

 

"... ..."

 

 

어느샌가 제 뒤 쪽에 서있던 남자가, 살짝 머쓱해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그 사람 이겠지요.

 

 

"... ..." 

 

"... 프로듀서, 제가 이제는 이름으로 불러도 된다고 말했잖아요."

 

"아... 죄송합니다, 타카가키씨"

 

"어라, 또 그러신다. 프로듀서"

 

 

그렇게 말하면서 TV로 향하던 시선을 멈추고 뒤를 돌았습니다.

 

그리고는, 아까까지의 멍한 표정을 지우고, 그를 향해 생긋 웃어보입니다.

 

 

"제 이름이 뭐라구요? 프로듀서?"

 

"... ... ... 카에데씨"

 

 

마지못해 제 이름을 부르는 그를 보면서, 다시 생긋 웃었습니다.

 

아까전의 멍한표정과는 생판 다른, 아이돌의 웃음이었습니다.

 

 

"이미 일한지 몇년이나 지났는데 이름으로 안 불러주는 건가요, 프로듀서~ ?"

 

"... 하지만 역시, 성을 부르는 편이 편하군요, 타카가키씨."

 

"또 그러신다! 또! ... 그럼 저도 이제 '프로듀서'를 '프로페서' 라고 부를 꺼라구요?"

 

"아니, 그건 좀... 애초에 그건 이름이랑은 딱히 상관 없는것 같습니다만"

 

 

그에게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안되지만, 그렇게 저희는 서로 몇마디를 주고 받았습니다.

 

별 의미도 없는 대화지만, 누군가 보면 분명 정겹게 보이는 대화였을꺼예요.

 

 

"그래서... 무슨일인가요? 프로듀서?"

 

"아... 그리고보니 깜빡하고 있었군요."

 

 

그가 옆구리에 끼고있던 서류철을 들어서 제게 보입니다.

 

저는 그것을 받아, 그 서류 앞에 적힌 큰 글씨를 읽었습니다.

 

 

"타카가키씨를 위해 라이브를 잡았습니다. 조금 작을지도 모르지만요."

 

"라이브... 말인가요...?"

 

 

의자에 앉은 채로 받은 서류를 몇번 넘기다가, 그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올려다 본 그의 얼굴에는, 작게 미소가 띄어져 있었습니다.

 

 

"네, 라이브말입니다. 라이브."

 

"타카가키씨의 매력을 다시 뽐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 

 

 

정말, 프로듀서는 웃긴 사람입니다.

 

어째서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미소를 지을수 있는 건가요.

 

 

"죄송하지만, 프로듀서."

 

 

작게 미소지으면서 저는 서류철을 덮었습니다.

 

 

"이 라이브 기획, 위에서 허락은 맡았나요?"

 

 

그렇게 물으면서 그를 쳐다봅니다.

 

그의 표정에서 잠시동안, 미소가 내려간 것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그는 작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 아뇨, 아직 맡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위에서 이 정도는 허락해 줄겁니다."

 

"... 그런가요... "

 

 

이번에는 내 쪽에서 미소가 사라졌습니다.

 

뭘 기대하고 있었던걸까, 난.

 

아, 이런. 이럼 안돼.

 

그에게서 잠시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합니다.

 

그리고 다시 미소를 되찾으며 그를 바라보면서 말합니다.

 

 

"그럼, 기대하고 있을께요. 프로듀서"

 

"걱정마세요, 타카가키씨. 이번은 분명 통과될껍니다."

 

 

알고 있어요. 프로듀서.

 

당신이 항상 힘내고 있다는 걸 말이죠.

 

그리고 알고있어요.

 

이번에도 그 기획안은 통과하지 못 할 꺼라는 걸.

 

 

... 하지만 저는, 울상짓는 것은 할 수 없었습니다.

 

프로듀서가, 웃고 있었기에.

 

프로듀서가, 저를 위해 노력해주고 있기때문에.

 

저는 울상을 지어서는 안됩니다.

 

 

"... 그럼 타카가키씨, 이번 기획안 날짜, 기억해두세요. 아마 이 날은 라이브를 꼭 하게 될껍니다."

 

"그런 의미로 스케쥴 노트에 꼭 적어두세요, 타카가키씨."

 

 

아.

 

말이 쓰군요. 

 

분명 좋은 의도인데도 말은 쓸 수도 있군요.

 

 

"... 오늘은 가져오는걸 잊었네요. 집에가서 꼭 적어둘께요, 프로듀서"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 아마 더이상 있다가는 웃는 상태로 있을수는 없을 것 같기에.

 

빠르게 저는 프로듀서에게 인사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어째서인가, 그를 뒤로 하고 나올때의 프로듀서의 표정은 

 

 

웃지 않고 울상을 지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ㅡ 

 

 

 

어느새 저녁이 되어 어두어지기 시작한 거리.

 

저는 항상 찾았던 작은 술집으로 향합니다.

 

 

술.

 

 

술은 정말 신기합니다.

 

어떤사람은 기쁠 때 술을 마십니다.

어떤사람은 슬플 때 술을 마시지요.

 

기쁠때도, 슬플때도 마실수 있는게 술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술집은 항상 신기한 사람들이 있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왜 술을 마시느냐고 인터뷰를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왜 술을 마시나요?"

 

그 대답도 다양합니다.

 

맛있어서 마신다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마신다는 사람도.

 

좋았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마신다는 사람도,

슬펐던 기억을 잊기 위해 마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 수많은 대답들이 있었지만, 저는 이 대답이 가장 기억에 남았네요.

 

 

"솔직해지기 위해서"

 

 

오늘의 제가 또 여기를 찾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분명 마시다보면, 제가 솔직해 질 수 있을까요.

 

몸에 담아두었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낼 수 있을까요.

 

... 제가 짓고 있던 미소도, 울상으로 바뀔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라는 작은 기대 와 불안을 품으면서 저는 술을 마십니다.

 

 

하지만 어째서 일까요, 마셔도 마셔도 저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얼굴이 확 달아오른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표정은 역시 그대로.

 

멍하게 그저 가게의 벽을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몇번 잔을 들이키다, 생각에 잠깁니다.

 

분명, 여기는 프로듀서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곳 이었죠.

 

 

그 때의 일이 아직 새록새록 기억이 납니다.

 

아직은 파릇파릇한 시절. 

 

아직은 모델일을 하고 있었던 시절.

 

저는 여기서, 프로듀서가 스카우트를 했답니다.

 

 

"... 후우... "

 

 

하지만 그것도 이미 지난 이야기입니다. 

 

다시 잔을 들어서 입가에 가져다 대자, 잔이 비어있음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잔을 채우려고 병을 보았을때, 벌써 저는 이미 한병째를 다 비우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잔을 조용히 내려 놓습니다.

 

 

이제야 깨달았는지, 얼굴에 열이 가득하고 머리가 살짝 멍함을 느낍니다.

 

그 어지러움을 참기 힘들어서, 잠시 이마부분을 손으로 잡고 책상에 기댑니다.

 

그러다 문득, 오늘 있었던 프로듀서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프로듀서.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혹시 지금도 저를 위해서 노력하고 계신가요?

 

아직도 저를 위해서 힘쓰시고 계신가요?

 

그 작은 미니라이브 기획을 통과시키겠다고.

 

회사를 이리저리 뛰어다니시는건 아닌가요?

 

 

다시 잔을 들어 입에 가져다대지만, 비어있어서 이미 소용이 없습니다.

 

 

오늘 프로듀서가 주었던 기획이 담겨있는 서류철.

 

그 서류철과 비슷한걸 전 예전에 보았었지요.

 

 

그 때는 좀 더 두껍고, 좀 더 양이 많았었습니다.

 

그리고 미니라이브도, 작은 공연도 아니었지요.

 

이번것보다 큰 글씨로 쓰여져있던 서류 맨 앞부분을, 저는 기억합니다.

 

그 때의 그 두꺼웠던 서류철을 받았을 때를 기억해 냅니다.

 

 

《... 이게 뭔가요? 프로듀서?》

 

《라이브 기획입니다! 타카가키씨! 어마어마하게 큰건 이라구요! 》

 

《무려 솔로로 단독공연입니다! 타카가키씨!》

 

 

그 때, 서로 회사 안에서 기뻐했었던 걸 기억합니다. 프로듀서.

 

마치 당신은 아이처럼 기뻐했었지요. 주위에서 축하도 해주었습니다.

 

전부다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날, 그 큰 서류철을 받았던 날 밤.

 

저와 당신은 여기에서 축하를 하기위해 왔었죠.

 

그 때, 제가 했던 말도 기억하고 있나요? 프로듀서?

 

 

 

 

《프로듀서, 좋아해요》

 

《... 네? 뭐라구요?》

 

《좋아한다구요, 프로듀서.》

 

《타카가키씨, 장난은 적당히 해주세요, 정말》

 

《아뇨, 프로듀서. 장난이 아니에요.》

 

《저, 정말로 프로듀서를 좋아해요》

 

 

 

 

그 때 했었던 말을 기억하나요? 

 

그 때 그리고 제게 무슨 대답을 하셨는지도 기억하시나요?

 

 

 

 

《죄송하지만, 타카가키씨, 저희는 프로듀서와 아이돌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겠지요?》

 

《저는 타카가키씨를 톱아이돌로 만들 의무가 있습니다. 그걸 지금 져버릴수는 없어요》

 

《... 그럼, 제가 톱아이돌이 되면 받아주시는 거죠?》

 

《... 네??》

 

《... 알았어요. 톱아이돌이 될께요. 톱아이돌이 된다면, 대답해주신다고 약속해주세요》

 

《타, 타카가키씨...》

 

《약속, 하신거에요?》

 

 

 

 

 

... ... 죄송해요, 프로듀서.

 

 

그 대답, 못들을 것 같네요.

 

 

죄송해요.

 

 

저는 그 대답을 들을 자격도, 없었네요. 프로듀서.

 

 

죄송해요.

 

 

 

 

조용한 술집 안.

 

별로 소란스럽지 않은 가게안에서,

 

언젠가 부터 저의 두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있었어요.

 

그렇게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내 얼굴 밑의 술잔과 책상을 채우고 있었어요.

 

 

 

그렇게 저는, 어느새인가 ㅡ

 

 

 

울상을 지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아마 얼마나 더 잤는지 모르겠어요.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온 뒤로는 거의 기억이 없네요.

 

시계를 보니 이미 11시 반.

 

 

출근할 시간도 이미 지나버렸네요.

 

 

... 사실, 출근도 이제 할 필요가 없었지만 말이에요.

 

 

"... 오늘은..."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기로 할까..."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대로 향합니다.

 

세면대에서 본 저의 두 눈은 새빨갛고 퉁퉁 부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울 속 제 얼굴을 보았을 때 저는,

 

역시 멍한 얼굴을 짓고 있었습니다.

 

 

멍한 얼굴에 차가운 물은 몇번 끼얹어준 후 옷을 갈아입기 위해 샤워를 합니다.

 

 

... 속이 아파.

 

지근거리는 머리에 못 이겨, 변기에다가 속을 몇번 게워냅니다.

 

 

샤워를 끝내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주방의 티포트를 꺼내 물을 끓입니다.

 

차라도 마셔서 속을 조금 가라앉혀야 겠어요.

 

 

그렇게 물을 끓이는 도중 이었습니다.

 

 

<띵동

 

 

초인종 소리가, 방 안을 울려 퍼집니다.

 

 

 "... 누구지?"

 

 

그렇게 밖을 확인하려고, 가스레인지의 불을 끈 후 현관문을 향합니다.

 

 

그렇게 현관문의 잠금을 풀고 문을 열었습니다.

 

 

<철컥, 달칵

 

 

 

"... 프로듀서씨?!"

 

"타카가키씨, 좋은 아침입니다."

 

 

문을 연 앞에는, 프로듀서가 서있었습니다.

 

 

"여긴... 어쩐일이죠? 회사일은요?"

 

"회사라니... 저는 타카가키씨를 프로듀스하는 사람이라구요."

 

"타카가키 카에데가 있는 곳이, 제 회사입니다."

 

 

프로듀서는 달려온듯 헉헉거리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오늘 여기, 잊은 물건을 돌려주러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민 프로듀서의 손에는,

 

 

 

ㅡ 분명 그 때 버린 제 스케쥴노트가 들려있었습니다.

 

 

"...이... 이건... 어째서?"

 

"그 노트, 제가 프로듀싱하게된 기념으로 사신건데, 잃어버리시면 곤란하죠. 타카가키씨."

 

"말했잖아요. 제가 이번 일은 꼭 성사시키겠다구요."

 

 

스케쥴노트를 펼쳐보이며 그가 손가락을 가리킵니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어제 그가 내어보였던 미니라이브가 일정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전 당신의 아름다움을 알고있어요. 카에데씨."

 

"전 당신이 분명 언젠가는 톱아이돌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카에데씨. 그러니까..."

 

 

 

그 뒤에 프로듀서가 뭐라고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어요.

 

 

그 때 저는 정말, 가슴속에 무언가가 터져나오는 것만 같아서

 

 

정말로, 정말로, 

 

 

 

 

소리내어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프로듀서인 LOVPEACE 입니다. 

 

약 한달 만에 창작글을 쓰는군요. 

이번 SS의 주인공은 또 다시 "타카가키 카에데" 입니다.

 

어쩌다보니 카에데씨로 글을 두번 쓰는군요. 물론, 전 카에데씨 팬이지 절대 안티가 아닙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읽으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요, 바로《아이돌의 잊혀짐》입니다. 처음에 보면, 대사중에 "영원한 아이돌은 없다" 가 나오지요. 이걸 말하고 싶었던 SS입니다.

 

네, 인기가 영원한 아이돌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담당하는 아이돌들도 언젠간 잊혀질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을 보면서, 누군지도 기억해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세상에서 잊혀지고, 다들 모른다고 말해도, 그들을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거죠. 

그렇게 한명이라도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담으로, 카에데의 楓 는 단풍나무의 '풍' 입니다.

그리고 단풍나무는, 잎이 떨어지기전이 제일 아름답지요.

 

... 그냥 그렇습니다. 최근 여러일도 있고, 그런 감성이 새벽에 터져서 쓰게된 글입니다. 

 

모쪼록 긴 글이고 두서없는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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