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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17-

댓글: 31 / 조회: 2435 / 추천: 0



본문 - 06-08, 2013 05:17에 작성됨.




"모델이 필요하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요. 지금 당장."

예전의 인연이었다 헤어진 이후 최근에 다시 만나 다시 연락을 하고 지내며 자주 내 포장마차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는 스튜디오의 사장님이 다짜고짜 꺼낸 말에 축객령을 내린다.

"본론은 듣지도 않고 너무하잖냐."

"본론이고 자시고 그 말에 모든게 다 포함되있지 않습니까."

그냥 너 모델좀 해라, 라는 말이랑 뭐가 다르다는거야.

모델이라는 단어의 어떤 경우의 수를 따져봐도 나에게 달가운 결과는 찾아볼 수없다.

런웨이를 걷던 사진이나 광고를 찍던 뭐가 되도 얼굴팔리는 일일텐데 연예인도 아닌 내가 대체 왜 그런 얼굴 팔리는 일을 해야하는거야.

"그보다 왜 음악에 한평생 바쳤다고 말한 사장님이 난데없이 모델입니까?"

모델은 패션계에서 통용되는 직업일텐데 아무리봐도 음악계의 인사인 저 사장님이 꺼내들 말은 아니다.

"아니, 나도 부탁받은거라서 말이다."

"모델 구하는 부탁을 말입니까?"

"설명하자면 좀 긴데. 예전부터 알고지내던 프로덕션의 사장이 있거든. 근데 그 프로덕션이 이제 신생에서 갓 벗어난 상태라 기반이 약해. 소속 아이돌들이 제법 실력이 좋은 덕분에 슬슬 이름을 날리고 있다만 워낙 사무소 자체가 소규모에다 조건이 열악하다보니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여력이 안된단 말이지."

사장님은 입이 마르는지 술로 입술을 적신다.

"그런데 요번에 그 사무소에서 어떻게 괜찮은 패션잡지의 모델 건을 건졌는데 말이지 잡지사에서 남녀 한쌍의 모델을 필요로 한다나 뭐라나. 그런데 그 사장의 사무소에는 남자 아이돌은 없거든. 앞서 말했듯이 그 사무소는 상승세긴 하지만 기반이 없기 때문에 그 불붙은 기세가 꺾이면 회복되기 힘들어. 그래서 이런 대형 건수는 반드시 잡아야 하니까 마침 친분이 있던 나에게 방법이 없을까 부탁을 해왔다는 거지. 난 그나마 연예계에선 나름 유명세가 있으니."

사장님의 얼굴은 사뭇 진지하다.

평소의 장난기 섞인 것이 아닌 그 태도에 진심으로 그 부탁받은 프로덕션 사장님을 걱정하는 마음이 전해져 나도 아까처럼 다시 대놓고 거절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역시 싫은데.

혹시나해서 잡지의 이름을 물어보자 평소 관심이 조금만 있어도 이름을 들어봤을법한 메이져한 패션잡지다.

어중간한 수준도 아니고 그정도의 인기좋은 잡지에 모델이 되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꺼려진다.

"게다가 그 잡지사에서 저같은 사람을 써준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저 일반인이라구요."

"그건 괜찮아. 내가 시험삼아 사진하나 보내놨더니 무조건 된단다."

"……제 사진은 또 언제."

찍기는 언제 찍은거고 또 나한테 물어보기도 전에 사진부터 보내놓는건 무슨 막돼먹은 짓거리야.

내 황당하다는 어필에도 사장님은 아랑곳 없이 품에서 사진으로 보이는 종이를 몇장 꺼내든다.

"그런고로 너도 한번 받아봐라. 이건 네 상대역이 될 여자 아이돌이다."

"거참 뭘 당연하다는듯이 상대역이라고 못 박는겁니까."

이미 내가 하는게 확정이라도 됬다는듯한 능청에 한숨 쉬면서도 일단 사진을 받아 얼굴을 확인한다.

"어?"

"TV에서 본적 있냐? 요즘 나름 인기를 끌고 있는건 같긴 하다만."

물론 본적이야 있다.

그뿐이 아니라 친분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시죠우 씨?"

그 사진속의 인물은 은발을 길게 기른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성.

시죠우 씨였으니까.

이름을 말하는 나에게 사장님은 놀라더니 턱을 쓰다듬는다.

"시죠우 씨라니. 단순히 TV에서 본 남에게 쓸만한 호칭은 아닌데."

"그야 알고 지내는 사이니까요. 원래 손님으로 왔었었는데 어떻게 되다보니 연락정도는 하고 지내는 사이가 됬어요."

"이것봐라? 관심없는 척 하더니 조카 뻘의 아이한테 작업을 걸어놔?"

"작업을 걸긴 무슨 작업을 겁니까."

사장님은 짖궃게 웃으며 다시 술을 한잔 넘긴다.

"아이돌 씩이나 되는 여자아이 한테 전화번호를 따냈으면 말 다한거지. 뭐, 그건 나중에 찬찬히 이야기 하도록하고, 마침 알고 있다니 잘됬네. 너도 그 아이를 돕는셈 치고 한번 해보라구."

"하아~."

여러가지 감정이 섞인 한숨이 다시 흘러나온다.

아주 모르는 사이였더라면 거절했겠지만 그 아이들의 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나도 어디까지나 사람이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의 곤란함이라면 돕고싶어지는것이 인지상정.

한참을 고민하는데 메뉴판 구석에 적힌 그 아이들이 남긴 사인에 눈이 닿는다.

그 사인을 보고 결국 마음을 정한다.

그래 눈 딱 감고 이번 한번만 돕도록 하자.

한창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승낙하기로 한다.

그러자 사장님은 한시름 덜었다는듯 핸드폰을 잡는다.

그리고 해결 되었다는 내용의 통화를 나눈다.

아마 부탁받은 프로덕션 사장님과 통화하는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부탁받은게 시죠우 씨가 소속된 사무소의 사장님이라고 했었지.

저 스튜디오 사장님과 그 사무소 사장님이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니 거참 세상 한번 좁네.

"그것보단 네가 워낙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게 많아서 그런거지."

"그런가요."

하기야 나처럼 이것저것 죄다 건들여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니 부정은 못하겠다.

"자 이제 이건 됐고. 다시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자."

"아까 이야기?"

"네가 시죠우 양에게 작업건거."

"글쎄 작업 아니라니까요!"

오늘 안주는 이거다! 라며 히죽대는 스튜디오 사장님.

저 사장님이 내가 그 소속 아이돌들의 연락처를 전부 가지고 있다는걸 알게되면 또 무슨 꼴을 당할지 공포스럽다 공포스러워.



늦은 아침.

이 날은 포장마차의 정기휴일이 아니건만 이미 새벽시장에 나갔어도 진작에 나갔어야 할 시간에  평소와 달리 깔끔하게 몸단장을 한다.

오늘 있을 촬영 때문이다.

포장마차에는 몇 일전 부터 개인 사정으로 인해 금일 휴입이라는 공고를 미리 내붙혀놨으니 손님들의 양해를 구하는것 이외엔 크게 문제 있을건 없다만 마음 한켠이 편치 못하다.

아무렴 내가 낯가리는 일이 적다곤 해도 평범한 범주에서 크게 멀지 않은 감각을 가지고 있으니 잡지촬영 같은 일을 하게 된다면 기분이 뒤숭숭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몇번이고 말했지만 이왕 하기로 한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니까.

마음을 다잡고 거울에 몸을 비춰 다시 한번 상태를 체크하고 집을 나선다.

촬영은 점심 이후 오후로 예정 되있지만 여러가지 준비해야 할 것도 있고 촬영장으로 직접 가는것이 아니라 사무소에서 먼저 만나기로 했으니 점심이 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조금 일찍 움직인다.

굳이 한 덩치 하는 내차를 끌고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착한 765 프로덕션.

몇 번 왔었지만 변함없이 허름하다 못해 초라해보이는 건물안으로 들어가 사무소의 문을 열자 아카바네 씨가 반겨준다.

"어서오세요 점주 씨."

"안녕하세요."

맞인사를 하고 사무소를 한번 훑어보자 눈을 마주친 오토나시 씨가 업무가 바쁜건지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다시 일에 열중한다.

다른 아이들은 저마다 일이 있는건지 휴일인지 보이지 않고 저 쪽 소파에 앉아있던 페어리의 세명이 눈에 띈다.

동시에 그 아이들도 내 등장을 알아채고 관심을 보이고 다가온다.

"점주 오빠가 온거야."

"오오~ 이야긴 들었지만 정말로 왔구나."

"안올줄 알았냐 그럼."

"그치만 그렇잖아? 포장마차에서나 개인적인 일로 만난적은 있지만 아이돌 일로 만날줄은 상상도 못했다구?"

하기야 그건 그렇지.

히비키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 사무소의 사람들과 친해진건 좋지만 그걸 계기로 이런 일을 하게 될줄은 나도 전혀 예상 못했으니까.

"그래도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죠. 그리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뇨,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번 일은 반드시 잡아야 했거든요."

간절함이 잔뜩 묻어나는 얼굴로 감사를 표하는 아카바네 씨의 얼굴을 보니 역시 돕기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연예계는 잘나가다가도 한번 삐끗하면 여지껏 쌓아올린 것이 무너지는건 한순간이라고 했었지 아마.

전에 스튜디오 사장님이 말했던 대로 이 사무소는 뒷받침 되는 힘이 없어 특히 그 정도가 심하니 그만큼 절박했던 모양이다.

내 도움으로 그게 해결된다면 좋은거지.

"하지만 걱정되네요. 온갖 일을 닥치는대로 다 해봤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요. 전문모델도 아닌 제가 잘 할수 있을지……."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점주 씨와 함께라면 분명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것이라고 확신하옵니다."

오늘 나와 함께 촬영을 하기로 한 시죠우 씨가 응원을 해온다.

키도 힐을 신지 않았음에도 내 가슴께에 올만큼 크고 스타일도 좋은데다 특유에 분위기도 있으니, 사진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피사체로는 최고라고 말한들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는 점주 오빠도 비쥬얼은 대단한거야. 키도 크고 잘생겼고."

"나정도면 평범한거 아닌가?"

"점주 오빠는 다른 사람 한테는 섬세하면서 자기 자신한테는 한없이 둔감한거야."

"그런말 어디가서 잘못하면 욕먹는다구?"

"점주 씨는 좀 더 자신의 가치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옵니다."

순서대로 기가막히다는듯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내가 잘못된거냐며 아카바네 씨를 보자 긍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음…생각해보면 예전에 난 미적감각은 나쁘지 않지만 스스로의 외모에 대한 평가는 낮다못해 없는 수준이라는 말도 들었던적이 있는것 같다.

그런가? 난 거울을 봐도 내 얼굴이니까 별 감흥 못느끼겠지만 저 반응들을 봐선 나도 썩 쓸만한 얼굴인듯 하다.

여튼 내 외모에 대한 화제는 거기서 넘어가고 오늘 있을 촬영에 대해 아카바네 씨에게 듣는사이 시간은 어느새 점심때가 다가왔다.

"슬슬 출출한데요."

"그렇네요. 점심은 나가서 먹을까요?"

"여기 사무소에 주방도 있지 않았나요? 재료만 있다면 굳이 나가서 돈 쓸것 없이 만들어 먹을까 하는데요."

"엣! 그거 점주 씨가 만들어 주는거야?"

"와아~ 찬성! 미키는 대찬성인거야!"

"저도! 제것도 만들어 주세요!"

저 멀리서 일하던 오토나시 씨가 벌떡 일어나 외칠정도로 다급하게 쥐죽은듯 일만하는 사이 사라졌던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한다.

폐를 끼치긴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카바네 씨도 내심 기대가 되는 모양이다.

결국 점심을 만들기로 하고 주방에 들어가 재료를 체크하자 간단한 야채볶음정도는 만들 수 있을것 같다.

찾아보니 참치캔과 젓갈도 있길래 잘됬다 싶어 주먹밥으로 메뉴를 정한다.

점심이기도 하고 이제 곧 나와 시죠우 씨는 촬영, 미키와 히비키는 레슨을 가야 한다길래 제대로 차려놓고 먹긴 나쁠테니 잘됬네.

쌀을 씻어 밥을 안친 후 경쾌하게 도마 위에서 식칼을 놀리고 있으려니 슬그머니 시죠우 씨가 다가와 감탄하며 지켜본다.

도마에서 눈이 떠나지 않는 시죠우 씨에게 한마디 한다.

"배고파도 생으로 먹는건 별로 맛 없으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으음! 점주 씨는 절 너무 얕잡아보는것 아니십니까? 아무리 저라도 그정도의 절제력은 있사옵니다!"

그치만 여지껏 보아온 대로라면 그야말로 식욕의 화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시죠우 씨였으니까.

간혹 가게에 식사를 하러 왔었지만 아직까지도 그녀가 배불러 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어떤의미에선 불가사의라고 부를 수도 있겠네.

하여튼 그런 이미지의 시죠우 씨니까 당연히 지금도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요리가 만들어지기 전에 뭐 줏어먹을거 없나 온줄 알았다.

"전 어디까지나 점주 씨의 요리솜씨가 대단하다 여긴것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이것 참 실례."

말하면서도 빠르게 재료를 썰어가는데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겨 물어본다.

"그런데 시죠우 씨는 요리 할줄 모르시는겁니까?"

먹는것과 요리하는건 별개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소양은 있을까 싶어 물어보자 시죠우 씨는 고개를 젓는다.

"전혀 모르옵니다. 기본적인 지식은 있지만 실제 해본 경험이 적으니 할줄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그런가. 차분하고 침착한 성격이니 요리와도 잘 어울릴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하기야 소질이 없는게 아니라 아직 어떤지 모르는거니까.

"그렇다면 나중에 요리를 가르쳐 주시지 않겠사옵니까?"

"제가요?"

"점주 씨라면 분명 좋은 스승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직접 제 손으로 만든 요리를 먹어보고 싶기도 하니."

나도 누군가를 가르치는건 해본적 없는데 말이지.

무슨 근거로 그렇게 신뢰해주는 건진 모르겠다만 여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러겠다는 약속을 하는 사이 요리는 완성 되었다.

만들어진 요리를 기다리며 배고프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앞에 내려놓고 몇개를 접시에 덜어 일하고 있는 오토나시 씨에게 가져간다.

"드시면서 하세요. 바쁘지 않다면 저희와 함께 먹는게 더 낫겠지만."

"우우~ 저도 그러고 싶지만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는 일이라서요. 마음은 정말 고마워요."

오토나시 씨는 방긋 웃으며 주먹밥 하나를 들어 베어물더니 맛있다며 칭찬하곤 다시 일에 열중한다.

힘들겠구나 역시. 혼자서 사무원 일을 하는건.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다음에 포장마차에 오면 서비스라도 해주자 생각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자 어느새 많이 만들어놨다고 생각한 주먹밥이 절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내것도 좀 남겨놔라 이것들아."

"그치만 점주 오빠의 요리는 기회가 있을 때 충전해놓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요즘 자신들 바쁘니까 포장마차에 자주 갈 수 없다구."

니들이 배터리냐 충전하게.

다만 그런 불평할 새 없이 빠르게 사라지는 주먹밥에 나도 질세라 집어들어 입 안으로 우겨넣는다.

그렇게 식사는 금방 끝이나게 되고 잠깐의 휴식시간 후 모두가 나가야할 때가 되었다.

아카바네 씨가 나갈 채비를 하며 레슨을 가기위해 준비하는 둘에게 말한다.

"내가 없어도 레슨 게을리하지 말고 열심히 해야한다?"

"걱정안해도 되는거야!"

"자신, 언제나 노력한다구?"

호기롭게 말하는 미키와 히비키.

"그렇다는건 아카바네 씨는 저희랑 가는겁니까?"

"저도 할 수 만있다면 어느 쪽도 버리지 않고 다 챙겨주고 싶지만 몸이 하나라서요. 굳이 중요도를 따진다면 역시 언제나 있는 레슨보단 촬영 쪽이 더 크니까요."

그러니까 아까 말했지만 오늘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줘. 미안해, 라며 아카바네 씨가 미키와 히비키에게 사과하자 둘은 개의치 않고 다녀오겠다는 기운넘치는 말과 함께 먼저 사무소 밖으로 나간다.

"그럼 저희도 갈까요."

아카바네 씨가 준비가 끝났는지 큼직한 사무용 가방을 들며 말한다. 

사무소에 남아있던 오토나시 씨에게 인사하고 오토나시 씨가 촬영 잘하라며 응원해주는걸 마지막으로 나를 포함한 셋은 사무소를 나섰다.



아카바네 씨의 차량을 타고 대략 삼십여분을 달려 도착한 장소.

촬영세트장이 통째로 들어가 있는건지 상당한 규모의 건물이 위엄을 뿌리고 있다.

새삼 이번 촬영을 하게된 잡지사가 이름 깨나 날리는 곳이라는걸 깨닫고 앞서 들어가는 아카바네 씨를 따라 안으로 향한다.

이 회사는 꼭 패션잡지만 아니라 여러 컨텐츠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안내도에 온갖 업무에 관련된 장소들로 깨알같이 적혀있다.

먼저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약속한 장소를 확인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촬영세트장으로 올라간다.

이윽고 도착한 촬영장.

안으로 얼마 들어가지 않아 인사하며 다가오는 세련된 차림의 한 여성이 눈에 띈다.

"어서와요. 오늘 촬영하기로한 765사무소의 사람들 맞으시죠?"

"네. 처음뵙겠습니다."

프로듀서이니 대표로 아카바네 씨가 먼저 인사하고 뒤따라 나와 시죠우 씨가 인사를 나눈다.

그리곤 나와 시죠우 씨를 마치 스캔하듯 슥 훑어보는 여성.

이 사람이 이번 촬영의 디렉터인걸까?

"맞아요. 그나저나 역시 제 눈이 아직 쓸만한 모양이네요. 사진으로 짐작했지만 실제로 봐도 좋은 소재에요 두분 모두."

칭찬에 겸연쩍게 겸손을 떠는데 그 디렉터인 여성이 나에게 관심을 쏟는다.

"듣기론 일반인이라면서요? 그 스튜디오 사장님이 추천한 인물이라길래 기대하긴 했지만 이건 기대 이상이네요."

"그정도까진 아닙니다."

"아뇨 정말로 보기 드문 인재에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어요."

부담스러울정도로 가까워져선 말하는 디렉터에게 난감한 웃음을 짓는데 문득 생각한다.

저 말은 그 스튜디오 사장님이 이쪽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사람이라는거아냐?

정확히는 연예계 전반이겠지만 어쨌든 알 수록 그 속을 모를 사람이다 그 사장님.

그러던중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아카바네 씨가 헛기침을 하며 관심을 끈다.

"이야기는 여기까지하고 이외에 더 하실 말씀이 있으면 일이 끝나고 하는게 어떨까요."

"어머, 그럴까요? 그럼 빨리 촬영을 하도록 하죠. 뒷 이야기는 나중에."

시간은 많으니까, 라며 나에게 윙크한 여성은 장비가 있는 장소로 가선 스탭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기 시작한다.

어찌보면 가볍고 유쾌한 첫 인상과는 달리 막상 업무에 들어가자 사뭇 그 모습이 진지하다.

하기야 저정도는 해줘야 디렉터라는 직함을 달 수 있는거겠지.

물끄러미 촬영준비가 한창인 디렉터 씨를 보고 있자니 아카바네 씨가 옆구리를 쿡하고 찔러온다.

"뭘 그렇게 보고 계세요?"

"아뇨, 이번 촬영의 디렉터 씨가 생각보다 젊구나 해서요."

사실 권위있는 디렉터 정도라면 막연히 어느정도 나이를 먹은 중년쯤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패션이 관계되어서 그런가 적어도 외형만으로 판단하기엔 생각보다 훨씬 나이가 어리다.

많이 쳐줘도 아마 내 또래지 않을까 싶은데.

별다른 의미없이 그런 고찰을 하고 있으려니 어쩐지 불쾌한듯한 어투로 툭하고 말을 뱉는다.

"아무리 도와주러 오셨다지만 저희 일하러 온거니까요. 그런데 신경쓰지 마시고 좀 더 집중해주세요."

"어……죄송합니다."

그 영문모를 기분 나쁨을 표출하는 아카바네 씨에게 일단 사과하고 본다.

어쩔수 없지. 이럴땐 괜히 긁어부스럼 만들지 말고 그냥 잠자코 있는게 신상에 좋으니까.

그 사이 촬영 준비가 끝이 난건지 다시 디렉터 씨가 다가와 코디실로 안내한다.

그러고보니 메이크업도 해야 하는구나.

여행가서 찍는 사진같은게 아니니까 제대로 그림을 만들기 위해 평생 얼굴에 닿아본 적 없는 온갖 화장품들이 발라진다.

그렇게 코디네이터의 손길이 지나간 후 거울을 보자 생각보다 많은게 바뀌진 않은걸 느낀다.

그냥 피부색이 좀 밝아지고 윤기 있어진 정도인걸.

"원본이 좋으시니까요. 별로 건드릴것 없이 보정만 조금 했어요."

그렇단다.

그러다보니 자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고 하릴없이 기다리다 한참 후에 끝난 시죠우 씨와 마주한다.

시죠우 씨도 들인 시간에 비해 그다지 바뀐게 없어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답니다."

그렇다네.

촬영을 하는데 보이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으면 어디다 쓰면 좋을까 속으로만 딴지를 걸어보다 이번엔 의상실로 안내하는 디렉터 씨를 따라간다.

이번 촬영의 의상은 계절이 겨울이다보니 주로 코트와 스웨터같은 옷종류 라고 들었다.

나도 예쁜 옷입는건 좋지만 역시 겨울에 옷 갈아입는건 일이네.

추운 날씨에 저항하기 위해 온갖 천으로 뒤덮혀 있던 몸에서 옷가지를 떨어내고 촬영에 쓸 의상으로 갈아입는다.

오오 딱맞네.

마치 맞춤옷처럼 편안한 옷에 감탄한다.

"미리 치수를 전해받았으니까요."

"이제 그 사장님이 공포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심하게 말하는 스탭이 전해준 사실에 소름이 돋아버린다.

사진이야 어떻게 몰래 찍었다고 해도 내 치수는 어떻게 알아낸거야?

돌아가면 꼭 자세하게 그 사장님과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드디어 촬영 세트안으로 들어간다.

사방에서 조명이 비추고 큼직한 카메라의 렌즈가 이쪽을 향하고 있다.

이제야 내가 정말 촬영을 하는구나 라고 실감한다.

긴장감에 한번 입술을 적시고 촬영작가의 요구에 따라 자세를 취한다.

벤치의 팔걸이에 걸터앉고 그 옆에 앞은 시죠우 씨가 나에게 기대온다.

몇 번의 촬영음이 들린 후 자세를 변경, 다시 촬영.

옷도 중간에 몇번이나 다른것으로 갈아입으며 그 과정이 수도 없이 반복된다.

이번엔 서로 마주보는 자세다.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시죠우 씨의 얼굴에 괜히 민망한 기분이 들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데 시죠우 씨가 나지막히 말한다.

"이렇게 가까이서보니 과연 저도 조금은 설레게 되는군요."

"으응…?"

"남성분을 이처럼 가까이 해본 경험이 없다보니 일이라곤 해도 의식하게 되어버리옵니다."

"저기 시죠우 씨. 지금 이 상황에 담담하게 그런말 하는건 어떨까 싶은데."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 하지만 어째 약간 붉어진듯한 얼굴로 말하는 시죠우 씨의 모습에 문득 일을 부탁받을 때 스튜디오 사장님이 한 말이 생각나버린다.


"이것봐라? 관심없는 척 하더니 조카 뻘의 아이한테 작업을 걸어놔?"


무,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지금!

순간 촬영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고개를 세차게 저으려는걸 간신히 참아내고 애써 촬영에 집중하며 표정연기를 한다.

전혀 그런 생각 없었는데 괜히 사장님의 말 때문에 기분만 이상해졌다.

그러다 다시 자세를 바꿀것이 요청되고 난 서둘러 시죠우 씨와 떨어진다.

한발 멀어지자 전체적인 시죠우 씨의 분위기가 보인다.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시죠우 씨지만 같은 나이의 평균적인 아이들과 달리 성숙하고 고아한 이미지가 다가온다.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취향은 전혀 없지만 저쯤되면 반칙이잖아.

그러다 다시 뭘 또 진지하게 그런 고민을 하는거냐 라며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고 다시 촬영에 들어간다.

다시 많은 촬영이 이어지고, 이제 좀 지친다 싶을때 쯤 디렉터 씨가 손을 들어올린다.

"좋아요. 우선 이정도만 하고 잠시 쉬도록하죠."

그 말에 크게 숨을 몰아쉬고 긴장되있던 몸을 이완시킨다.

모델이라는거 만만치 않네.

처음이라 특히 그런걸 수도 있지만 역시 일상적인 사진이 아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을 촬영한다는건 절로 몸에 힘이들어가게 한다.

"그에 반해 시죠우 씨는 여유롭네요."

"여유랄 것도 없습니다. 최선을 다할 뿐 이옵다."

나보다 한참 어린 시죠우 씨는 마치 프로처럼 언제나의 평온한 모습 그대로다.

하긴 연예와 관련된 일에 대해선 프로라면 프로이려나? 아이돌이니까.

그러다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자 아카바네 씨가 음료수를 들고 있는것이 보인다.

"둘다 수고했어요.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끝나는 모양이니까 조금만 더 힘내줘요."

"이거 영 정신이 없어서 제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아카바네 씨가 건넨 음료수를 받아들며 말하자 아카바네 씨는 웃으며 말한다.

"반응은 아주 좋아요. 모두들 굉장한 작품이 나올것 같다며 좋아했는걸요."

그러곤 '디렉터 씨의 관심도 올라가고 있지만요' 라며 눈가를 잠깐 찡그린 아카바네 씨는 바로 기색을 지운 뒤 다시한번 응원하고 자리로 돌아간다.

다시 촬영이 재개된다.

그런데 몇번 찍지 않아 갑자기 디렉터 씨가 흐름을 끊어온다.

"잠깐 기획에 변경이 있습니다. 먼저 시죠우 씨만 세트에 남아 주시겠어요?"

그 말에 내가 세트에서 내려오자 새로 갈아입은 옷으로 홀로 세트에 선 시죠우 씨 만을 대상으로한 촬영이 시작된다.

"둘이 함께 있을때의 그림도 좋지만 두분 모두 각자의 개성이 좋으니까요. 원래는 계획에 없었지만 단독 촬영도 해두려고요."

그 말은 나도 단독 촬영이 있을거란 뜻인데.

아니나 다를까 시죠우 씨의 촬영이 끝나자마자 이번엔 내가 올라가 혼자 카메라를 받아낸다.

으아~ 부담된다.

같이 있을때랑 혼자 있을때랑 또 다르네.

그 적지않은 긴장감을 감내하고 내 단독 촬영이 끝나는것을 마지막으로 마침내 모든 촬영이 끝이난다.

디렉터 씨가 화사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두분 모두 수고 많으셨어요. 정말 제 기획중에 최고의 물건이 나올것 같아요. 모두 두분 덕분이에요."

과찬이라며 말하는 시죠우 씨에게 다시 한번 칭찬의 말을 건넨 디렉터 씨가 이번엔 나에게 다가온다.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부탁이요?"

촬영에 관계된 요구와 다른 부탁이라는 말에 의아해하자 디렉터 씨는 곧바로 본론을 이야기한다.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엣?"

"자, 잠깐만요! 그게 무슨소리죠?"

내가 당황하는것과 거의 동시에 옆에 있던 아카바네 씨가 화들짝 놀라 말한다.

"아까 말했잖아요? 마음에 들었다고. 내로라하는 패션계 모델 중에서도 이분만한 인재는 많지 않아요. 게다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는데도 이만큼의 연기력과 비쥬얼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스카우트 하는거에요."

그 말에 난 난처함을 표한다.

"본업이 있어서 그건 힘들겠는데요."

"사람일이라는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니까요. 언제라도 지금 하는 일이 힘들어진다거나 마음이 바뀌면 연락해요."

내 완곡한 거절에도 디렉터 씨는 쿨하게 넘어가곤 명함을 준다.

"물론 사적으로 연락하는것도 좋아요. 오히려 그 편이 기대되는걸요?"

"저, 저기요! 실례잖아요?"

갑자기 아카바네 씨가 발끈한다.

"어떤 점이 말이죠?"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런식으로 말씀하시는건 좋지않아요."

"정말 그런가요?"

"아니, 뭐…."

갑자기 나에게 묻는 바람에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디렉터 씨가 여유롭게 웃으며 말을 잇는다.

"저 꽤나 능력있어요? 이정도 나이에 이만한 일을 책임지게 되는건 흔치 않으니까요. 파릇파릇한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쓸만하고, 꼭 저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외모가 어디가서 꿀리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제가 매달릴만큼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어필하는게 잘못된건가요?"

"그, 그건…!"

아카바네 씨가 주춤한다.

그리곤 마치 승리자가 된 것 같은 당당함으로 디렉터 씨는 재차 나에게 말한다.

"그러니까 연락처를 알려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받아든 디렉터 씨의 명함을 얼마간 지켜보다 결심한다.

다시 명함을 디렉터 씨에게 돌려주자 눈을 가늘게 감은 디렉터 씨가 무슨 의미냐고 눈빛으로 물어온다.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힘들겠네요. 그 부탁."

"그렇게 싫으신가요?"

"싫다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말하셨다시피 디렉터 씨 씩이나 되는 사람이 저에게 그런 제안 하신것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전혀 그럴 마음이 없는데 억지로 해봐야 서로에게 좋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사람이고 일이고 겪어보면서 정을 붙이는거죠."

"글쎄요. 적어도 저만큼은 그게 아니라서요."

난 처음부터 내가 하고싶은게 아니면 정말 어지간해선 하지 않으니까.

이번 일처럼 어쩔수 없는 일이라면 모를까 계속 그 일을 할 생각이 없으니 이런건 확실하게 거절하는게 좋다.

물론 일도 그렇지만 사적인 만남에 관해서도.

이제껏 그래왔다시피 난 아직 누군가와 연인이 될 만큼 여러모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

때문에 스스로 허락할만큼이 되기 전엔 연애를 할 생각이 없다.

차분히 이유를 설명하자 아쉽지만 납득 했다는듯 디렉터 씨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쩔 수 없네요. 원하는걸 얻으려 하는건 좋지만 너무 집착하면 추할 뿐이니까요."

라며 다시 빙긋 웃는 그 모습에 역시 대단하구나 라고 감탄한다.

성별을 떠나서 멋있네 저 사람.

좋은 인상을 남긴 디렉터 씨에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오라며 포장마차 위치를 알려주고 작별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오후 끝 무렵에 촬영장을 나와 건물 바깥에 나와보니 어느새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다.

아카바네 씨의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

집이 가까운 시죠우 씨가 먼저 내리고 이후 나와 아카바네 씨가 단 둘이 남았다.

어색한 침묵에 평소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것 처럼 느껴진다.

묵묵히 운전만 하는 아카바네 씨의 얼굴을 힐끔 본다.

"화 나셨습니까?"

실례일지도 모를 질문을 던져보자 잠깐의 시간 후 아카바네 씨가 어렵사리 입을 연다.

"조금요."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많은 것에서 제가 진 기분이에요."

그리고 입을 닫는 아카바네 씨의 모습에 이 이야기는 그만 두는게 좋겠다 싶어 더이상의 대화를 그만두고 멍하니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평소보다 길게 느껴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끝이 나고 내가 살고 있는 주택에 도착한다.

"바래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카바네 씨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저기 점주 씨."

인사하고 문을 닫으려는 찰나 날 부르는 아카바네 씨의 소리에 손을 멈춘다.

"오늘 감사했어요. 그리고 죄송해요. 괜히 제 기분이 나쁘다고 기껏 도와주러 오신 분에게 안좋은 기분만 내비치고."

"아아~ 괜찮아요 괜찮아. 전혀 신경안쓰니까. 살다보면 사람이 기분 나쁘고 그럴때도 있는거죠 뭐. 전에도 말했지만 힘들 때 혼자 끌어안고 괴로워하는것 보단 다른사람이 알아 줄수 있게끔 표현하는것이 좋으니까요."

언제한번 사무소의 사람들이랑 같이 포장마차에 오세요. 좋은 술이랑 요리 준비해 놓을게요, 라며 위로하듯 아카바네 씨에게 미소짓자 아카바네 씨도 여지껏 굳어있던 얼굴을 풀고 마주 웃어보인다.

떠나가는 아카바네 씨의 차를 배웅하며 안도의 하숨을 쉰다.

어찌어찌 마지막에 잘 해결된거 같아 다행이네.

피곤하기도하고 이만 들어가서 저녁먹고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내일부턴 다시 포장마차를 해야하니까.

길게 하품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적한 선술집의 한 자리.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성 둘이 조용히 술잔을 넘기고 있다.

"일은 잘 해결된것 같더군."

"어어. 그녀석 정에 약하니까."

한 남성에 말을 반대편에 앉은 남성이 받는다.

"이걸로 발걸음은 뗀거겠지."

"그래. 하지만 서두르면 안돼. 워낙에 눈치빠른 놈이니까 조금만 방심해도 곧바로 눈치챌꺼야."

단단히 다짐하듯 말하는 남성, 한 스튜디오의 사장인 그는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그렇지 나정도 되는 인물이 이렇게 애걸복걸하는데 누가 잘난놈 아니랄까봐 튕기긴 무지하게 튕기네. 지가 제갈공명이야 뭐야? 적어도 제갈 씨는 세번 찾아가면 등용이라도 됬지 하여간 이놈의 자식은 몇번을 찾아가도 문전박대니 속이 탄다 속이 타."

"그래서 이렇게 둘이 협조해서 작전을 실행하고 있는거 아니겠나."

잔을 함께 넘기는 남성, 765 사무소의 사장의 말에 스튜디오 사장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게 또 하늘이 도운거지. 어떻게 된 일인지 요즘들어 그 녀석이 너희 사무소의 아이들이랑 친하게 지내게 됬으니까. 그것도 전부. 이제 자연스럽게 그 아이들과 엮어서 조금씩 연예계 쪽 일을 하게 만들어선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그 한가운데 있도록 만든다 이거지."

발만 담궜다 생각할 땐 이미 온몸이 빠진 후라고나 할까 라며 유쾌하게 웃는 스튜디오 사장에게 765 사무소 사장은 말한다.

"자네도 어지간하구만.

"당연하잖아. 그녀석은 난놈이야. 어떻게든 이쪽 일을 하게 만든다면 향후 연예계에 큰 발전을 가져올거라구. 솔직히 너도 끌리잖아?"

"하기야 될 수 있다면 우리 사무소 소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지만."

"그건 안될말씀. 무조건 내 스튜디오 직속 엔터테이너로 만들거다."

그리고 나선 서로 찌릿 노려보던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눈의 힘을 푼다.

"그것도 일단 녀석을 연예계로 끌어들인 이후 이야기지."

"음. 우선 그때까지 계속 협력하도록 할까."

대화를 일단락 짓고 둘은 안주를 입 안으로 넣는다.

어그적어그적 무기하게 씹던 스튜디오 사장이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그녀석 음식에 입이 길들여져서 몇 젓가락 못먹겠네."

"동감일세."

"그 놈은 있든 없든 말썽이야. 망할 것."

둘은 주문한 요리대신 점주를 몹쓸놈이라고 안주삼아 씹으며 남은 술잔을 비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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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 입니다. 그간 시험 및 종강 레포트 준비 때문에 정말 바빠서요. 사실 시험은 다음주부터 시작이긴한데 공부하다 손에 잡히지 않아 한편 써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쓴 글인데다 여전히 퇴고따윈 하지 않다보니 여기저기 허점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글도 아마 시험이 끝나고서야 쓸 수 있을 것 같아 오래 걸릴것 같네요.

ps. 링크는 점주의 사진의 모델로 삼은 원 빈씨의 사진입니다. 어우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생겼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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