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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P 시리즈] 카렌 「우리!」, 치히로 「동네!!」 - 상 -

댓글: 19 / 조회: 2025 /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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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4, 2016 20:08에 작성됨.

[작가의 말]

P 「죄송하지만 사직하겠습니다.」 미시로 「......」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카렌P 시리즈이므로 P 「죄송하지만 사직하겠습니다.」 미시로 「......」 시리즈를 꼭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이하 연재된 카렌P 시리즈 -

[카렌P 시리즈] P 「예비군 통지서가 왔다고요?」 

[카렌P 시리즈] 카렌 「이 사진은 뭐야?!」

[카렌P 시리즈] P 「사이온지 그룹?」 - 상 - 

[카렌P 시리즈] P 「사이온지 그룹?」 - 하 -

 

위의 카렌P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어주셔야 내용이 이해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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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5시.

P는 일요일에 녹음하게 될 카렌의 앨범 준비로 외근을 마치고 346 프로덕션 신관(3층정도의 고풍스런 저택 바로 옆에 위치한 37층짜리 빌딩) 로비로 들어온 참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한창 녹음을 위해 보컬 레슨을 받고있는 카렌에게 주기위한 아이스크림이 담긴 비닐봉투들이 들려있었다.

 

접수원 「외근, 수고하셨습니다.」 꾸벅

P 「아, 오늘도 고생하십니다.」 꾸벅

접수원 「여기, ID 카드입니다.」

 

로비 내에 들어온 그는 맡겨둔 자신의 사내 ID카드를 접수대의 초록색 계열의 유니폼을 입은 여성에게 받아들었다.

 

보통 사원들은 외근을 하더라도 접수대에 자신의 ID 카드를 맡기지는 않지만, 고위급 임원들은 자신의 ID 카드로 프로덕션 내의 각종 구역에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기에 시설보안상의 이유로 임원들은 퇴근 및 외근 시에 자신의 ID 카드를 접수대에 맡겨야했다.

 

따라서 과장답지 않게 외근이 잦은 P는 하루에도 몇 번씩 카드를 접수대에 맡겼다가 찾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접수원 「여기 반환대장에 사인해주세요.」

P 「네. 근데 저때문에 귀찮으시죠?」

접수원 「네?」

 

사무적인 대화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은 그녀는 순간 당황했다.

 

P 「하하, 오늘부터 접수대에서 일하시게 된 신입이시죠? 제가 하루에도 몇 번씩 ID 카드를 맡기는 사람이거든요.」

접수원 「아, 아뇨. 괜찮...습니다.」

P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거 받으세요.」

 

그는 한손에 들고있던 비닐봉투들 중 하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접수원 「이건...?」

P 「담당 아이돌에게 주려고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2+1 상품'이지 뭐에요. 이걸 다 먹을 순 없어서 그런거니까 신경쓰지말고 접수처 사람들하고 나눠드세요.」

 

그렇게 그는 비닐봉투를 접수대 위에 올려놓고, 공손하게 '수고하세요'라고 한 후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접수원 「아......」

 

그녀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다는걸 깨달았지만, 그는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서 시야에 없어진 후였다.

접수대 위에 올려져있는 비닐봉투 안에 손을 넣어보니 기분 좋은 차가움을 전해주는 아이스크림 여럿이 들어가있었다.

 

선배 접수원 「어머, 미후네 씨. 그건 뭐야?」

 

그 때, 다른 접수원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미유 「아, 아뇨. 그... 어떤 남성 분께서 저희들 드시라고 아이스크림을 사오셔서요.」

선배 접수원 「아아, 그 분? 아마 P 씨일걸?」

 

미후네라고 불린 접수원은 아까 P가 싸인했던 반환대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선배 접수원 「미후네 씨는 오늘 처음 일하니까 잘 모르지?」

미유 「네, 네에......」

선배 접수원 「가끔씩 이렇게 간식도 주시는 좋은 분이셔.」

미유 「그런가요......」

선배 접수원 「게다가 아까 그 사람, 20대 후반인데 벌써 과장 직책을 달았다고 하더라고. 게다가 무서운게 뭔지 알아?」

미유 「뭐, 뭔가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는 미유에게 일부러 뜸을 들이면서 '후후, 알고싶어?'라는 눈빛을 보낸 접수원 선배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서는 입을 열었다.

 

선배 접수원 「무려 한국인이야.」

미유 「하... 한국인이요?」

선배 접수원 「응. 그것도 25살인가? 그 정도에 일본을 건너와서 여기 과장을 단거야. 인품도 좋은데 실력도 좋은거지. 비록 3과가 막 신생한 과라서 담당 아이돌이 없긴 하지만 말야.」

미유 「네에.」

선배 접수원 「어쨌든 그 무서운 눈매를 가진 전무가 직접 인정한 사람이라고오?」

미시로 「그 눈매 이야기, 자세히 듣고싶다만.」

선배 접수원 「에?」

 

한창 재밌게 얘기를 하던 접수원 선배는 자신의 바로 앞에 미시로 전무가 와있다는걸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선배 접수원 「저... 전무님!」

 

그야말로 소스라치게 놀라며 차렷 자세를 취하는 선배를 보고, 옆에 있던 미유도 그제서야 눈 앞에 있는 이 '무서운 눈매'의 사람이 아까 선배가 말한 전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미시로 「왜 그러나? 그 이야기, 자세히 듣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선배 접수원 「아, 아아아아닙니다!!」

미시로 「접수원은 우리 프로덕션의 얼굴이다. 그런 잡담은 휴식시간에 하도록.」

선배 접수원 「시, 시정하겠습니다!!」

미유 「아... 알겠습니다......」

 

미시로는 접수원들을 한번 흘깃 보고서는 몇몇 수행원들을 대동한 채로 로비를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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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편, 신관 15층에 도착한 P는 곧장 탕비실의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넣은 후, 3과 사무실에 들어가 에어컨을 켜서 바람을 쑀다.

 

P 「보자... 이제 5시 15분인가?」

 

그는 시계를 보고 텅빈 사무실을 조용히 둘러보았다.

 

책상 다섯개, 회의용 테이블 하나, 응접용 5인 쇼파 하나.

빈말로도 크다고는 하지 못할 3과 사무실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P 「이번에 카렌 솔로 앨범이 잘 되어야할텐데......」

 

크로네 시절, 트라이어드 프리무스로 첫 아이돌 생활을 시작한 카렌은 3과에서 유일하게 데뷔한 아이돌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P를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보며 프로듀싱을 따라오지 않아 당시 크로네 담당 프로듀서들 중 한 명이었던 P는 크로네 프로젝트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애를 먹었었다.

 

하지만 몇 개월 전, 765 프로덕션과의 합동 행사를 한 이후에는 무슨 이유에선지 P를 잘 따라주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는 차근차근 그녀의 체력을 고려하여 레슨을 진행할 수 있었고, 비교적 빠른 시기에 솔로 라이브 콘서트에서 세트 리스트를 소화해낼 정도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녹음하게 될 솔로앨범인 '박하'는 카렌에게 있어서도, P에게 있어서도, 3과에 있어서도 매우 큰 프로젝트임에는 틀림 없었다.

 

이게 성공한다면 3과에 소속된 사람들이 어깨를 좀 펴고 다닐 수 있을 것이고, 지원도 좀 더 받을 수 있을테니까.

 

물론 3과의 연습생이자 346 프로덕션의 대주주가 되어버린 코토카는 '그럼 3과에 지원해달라고 주주총회에서 얘기해볼까요?'라고 말했었지만, 역시 실력으로 승부를 보자는게 그의 생각이었기에 깔끔하게 거절했었다.

 

참고로 346 프로덕션의 대주주이자 사이온지 그룹의 영애인 사이온지 코토카가 3과에 들어와도, 1과 사람들이 3과를 무시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코토카가 대주주가 된 이후에, 1과에 가끔씩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이 들락거린다는 소문이 있긴 하지만 그게 상관이 있는지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다.

 

잠시 뒤, '찰칵'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3명의 여성이 들어왔다.

 

P 「다들 수고하셨어요~」

토키코 「과장님,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꾸벅

코토카 「수고하셨사와요.」 꾸벅

카렌 「수고했어, P 씨!」

P 「아, 맞다. 자이젠 씨.」

토키코 「네?」

P 「탕비실에 있는 냉장고에 제가 사온 아이스크림이 있으니까 드시면 되요.」

토키코 「그럼 제가 가지고 올게요.」

코토카 「앗! 제 담당 프로듀서님이 가시니 저도 따라갈게요!」

 

토키코는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코토카는 토키코의 팔짱을 끼면서 그녀를 사무실 밖으로 끌어냈다.

그렇게 두 명이 나가자, 사무실에는 P와 카렌만이 조용히 서로를 쳐다보게 되었다.

 

P 「아, 그래. 저기... 음...... 몸은 괜찮아?」

 

어색함을 느낀 그는 자기나름대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주제로 그녀의 체력관리를 꺼냈다.

 

카렌 「응. 괜찮아. 이제 나 혼자의 몸이 아니라, 3과를 책임지는 몸이잖아? 그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구.」

P 「다행이네. 첫 앨범 녹음이니까 긴장하지말고.」

카렌 「아하하! 나, 이래뵈도 트라이어드 프리무스 앨범도 녹음했다고?」

P 「아, 그랬었지. 자꾸 까먹네.」

카렌 「미안해. 그 때는 내가 일부러 P 씨를 멀리하던 때라서...... 그래서 기억에 남지 않은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카렌은 사무용 의자에 앉아있는 그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그녀가 다가올수록, 레슨을 마치고 방금 막 샤워하고 왔다는 듯이 희미한 후르츠 바디워시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P는 깨달았다.

 

P 「자꾸 그런식으로 사과 안 해도 된다니까...... 벌써 몇번째인거야.」

카렌 「그래도 자꾸 과거의 자신이 P 씨에게 어떻게 상처를 줬는지 떠올리게 되니까......」

 

그리고 카렌은 P의 머리를 꼬옥 안았다.

사무용 의자에 앉은 P는 잠시 그녀의 몸에서 나는 달콤한 소녀의 향을 한 모금 맡았지만, 곧 카렌의 가슴팍에 자신의 얼굴이 묻혀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깜짝 놀랐다.

 

P 「뭐, 뭐하는거야?!」

카렌 「있잖아... P 씨... 이대로 있어줘. 부탁이야.」

P 「아니, 조금 있으면 자이젠 씨랑 코토카도 올텐데......」

카렌 「알았어......」

 

그녀는 약간 아쉽다는 듯이 그의 머리를 끌어안던 팔을 풀고서는 그를 바라보았다.

 

P 「근데 왜 갑자기 껴안은거야?」

카렌 「내 나름대로의 사과방식이랄까? 아하하......」

 

사실 매일 그에 대한 연심이 부풀어오르는 것을 참지못하고, '사귀어주세요'라고 말하려던 것을 꾹 참았다는걸 그에게 말할 수 없는 카렌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카렌 「여고생의 향기는 어땠어?」

P 「뭐, 뭐어?!」

카렌 「현역 여고생이 직접 머리를 끌어안아주는거면 되게 좋은거잖아?」

P 「어른 놀리는거야?」

카렌 「아, 미안. 너무 놀리는게 티났지? 그래도 P 씨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야.」

 

'그래야 자신이 마음의 짐을 덜고 P에게 고백할 수 있으니까'라고 생각한 그녀였다.

 

얼마후, 토키코와 코토카가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들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퇴근 시간을 앞두고 약간의 잡담을 나누기로 했다.

 

P 「그러고보니까 코토카는 레슨이 잘 되가니?」

코토카 「음... 사교댄스만 추다가 이렇게 격렬한 댄스를 추려니까 조금 힘들어요.」

토키코 「확실히 기초체력이 약간 부분이 있어서, 일단은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P 「아직은 연습생 신분이니까 천천히 가보도록 하죠.」

토키코 「네, P 씨.」

 

그 때, 카렌이 약간 볼을 빵빵하게 불리면서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카렌 「P 씨 얘기도 좀 했으면 좋겠는데?」

P 「응?」

카렌 「매번 잡담을 해도 우리들의 얘기만 하고, 정작 본인의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는걸.」

 

그 말을 듣자 토키코는 사무용 의자를 빙글 돌려서 카렌과 코토카가 앉아있던 쇼파를 향하였다.

 

토키코 「생각해보니 그러네... 사이온지 양이 오기 전엔 제 얘기나 카렌 얘기만 했지, 정작 P 씨의 얘기는 못 들었네요.」

P 「아하하......」

코토카 「그럼 이참에 P 씨의 얘기를 들어봐요!」

카렌 「예를 들면?」

코토카 「저, 그... 항상 트레이너님께서 말씀하시던 'P 씨의 군대경력'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어요!」

P 「......」

 

저번에 예비군 이야기로 프로덕션이 한바탕 뒤집어진적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는 아직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모양이었다.

꽤나 곤란했었던 적이 있었고, 그런 허황된 소문이 퍼지게 한 원인 중의 하나가 카렌이었기에, 그녀는 곧바로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카렌 「그, 그러고보니 P 씨는 이제 집을 새로 구해야한다고 하지 않았어?」

P 「아, 그렇지.」

코토카 「집...이요?」

P 「응. 월셋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너무 오래되서 건물 철거한다고 해서......」

토키코 「언제까지 방을 비워줘야하는건가요?」

P 「다음주 주말에는 비워야하니까...... 일주일 남았네요.」

코토카 「집은 구하셨나요?」

P 「아직은 시간이 없어서...... 내일은 내가 쉬는 날이니까 대충 알아보려고.」

토키코 「저도 도와드리고 싶은데 사이온지 양의 레슨에 집중해야해서......」

P 「괜찮습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죠.」

카렌 「흐으응......」

 

그렇게 잡담을 하던 중, 오후 6시가 되자 오늘은 일찍 퇴근하자고 하는 P에 의해 간만에 정시 퇴근을 하는 3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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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10시.

이제 해는 완전히 떠올라서 온 세상에 빛을 뿌려댔지만, 간만의 휴일을 맞이한 P는 이부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그의 머리맡에는 문자가 온 듯 스마트폰이 몇 번씩 진동했지만, 너무나 달콤하게 잠을 자는터라 P는 그를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조용하면서도 평화로운 휴일의 풍경이 이어지던 찰나.

 

[딩동~♪]

 

원룸 안에 울려퍼지는 초인종 소리가 그 풍경을 깨뜨리려고 하고 있었다.

허나 P는 꿋꿋하게도 코를 골면서 꿈 속 세계를 방황 중이었다.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

 

P 「......」

 

엄청나게 눌러댄 초인종 소리에 눈을 껌뻑이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속으로 '안전 미확보로 건물 철거해야하니 어서 나가라'고 말할 건물주인을 또 다시 봐야하나라고 생각하며, 주변에 던져두었던 츄리닝을 대충 걸쳐입었다.

 

P 「안전은 무슨... 그냥 새 건물 올릴려고 하는거잖아......」 긁적긁적

 

머리를 긁적이며 눈도 덜 뜬 채 현관으로 나간 그는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P 「네, 어서 방 뺄게요. 어르신.」

 

비몽사몽인채로 대충 고개를 숙인 후, 문을 닫고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그러자 갑자기 문을 쿵쿵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치히로 「P 씨! 저에요!! 치히로라구요?!」

P 「......어?」

 

깜짝 놀란 P는 곧장 현관으로 다시 나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프로덕션에서 흔히보던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치히로가 서있었다.

 

치히로 「짜잔! 당신의 어시스턴트~ 센카와 치히로 등장!」 에헤헤

P 「여.. 여긴 무슨 일로...」

치히로 「무슨 일이긴요. 제가 그렇게 문자를 보내드렸는데!」

 

그녀는 한 손에 들고있던 비닐봉투를 내밀었다.

 

P 「이건...」

치히로 「같이 아침식사해요.」 방긋

 

그는 치히로가 손으로 들고 있던 도시락 봉투를 받고 그녀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P 「조금... 지저분하죠?」

치히로 「아뇨. 괜찮은걸요.」

P 「이 도시락은 직접 싸오신건가요?」

 

접이식 탁자를 펼쳐서 그 위에 도시락을 놓은 후에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치히로 「제가 요리도 못 하는 여자로 보이시나요?」

P 「아, 아뇨. 그런건 아니구요.」

치히로 「?」

P 「단지 갑자기 저한테 찾아오신게 궁금해서요.」

치히로 「글쎄요? 그냥 P 씨랑 같이 먹고 싶었다고 해두면 안될까요? 주말이라서 심심하기도 했구.」

P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치히로 「그럼 제가 간단하게 준비하고 있을테니까 씻고 오시겠어요?」

P 「그래도 괜찮을까요?」

치히로 「물론이죠!」

 

P는 연신 죄송하다고 숙이면서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것을 확인한 치히로는 봉투 안에서 자신이 따뜻하게 만들어온 미소된장국과 쇠고기 덮밥을 접이식탁자에 올리면서 원룸을 살펴보았다.

 

치히로 「정말... 똑같네요.」

 

카렌과 치히로가 꾼 꿈.

거기서 P가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날에 치히로가 찾아갔었던 그의 원룸.

분명 그것은 꿈이었을테지만, 꿈 속에서 본 P의 원룸과 지금 치히로가 바라보고 있는 P의 원룸은 전혀 다른 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치히로 「그래... 꿈이 아니였다면 더욱 질 순 없겠죠.」

 

그 꿈을 통해서 자신이 P를 좋아했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P에게 호감을 쌓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끝은 P와의 결혼이라는 건 혼기가 찬 그녀의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치히로 「우후후... 호죠 양. 미안하지만 P 씨는-」

카렌 「왜 저한테 미안하세요?」

치히로 「......엣?」

 

들리지 않아야할 카렌의 목소리가 들리자, 치히로는 깜짝 놀라 현관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평상시의 롤머리가 아닌, 긴 머리에 약간 웨이브를 하고 하얀 와이셔츠에 연파랑색 여성 정장을 입고 검은 스타킹을 신은 카렌이 서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이제 곧 사회생활을 시작한 앳된 OL로 볼만했지만.

 

치히로 「호죠 양, 여긴 어떻게 알았죠?」

카렌 「담당 프로듀서의 집 주소는 쉽게 알 수 있잖아요? 게다가 보시다시피 현관문은 살짝 열려있었고.」

치히로 「아차......」

 

치히로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현관문을 제대로 잠그지 못한 P였지만, 그것보다도 치히로에게 훨씬 신경 쓰인 것은 OL 복장을 하고 있는 카렌이었다.

 

치히로 「그 복장은 뭔가요?」

카렌 「P 씨 취향이 정장이라고 들었거든요.」

치히로 「......」 꿀꺽

 

그녀가 토요일, P의 집에 일부러 유니폼을 입고온 이유와 같았기에 점점 긴장감을 가지는 치히로.

 

치히로 「그럼 오늘은 어째서 여기에 오신건가요?」

카렌 「헤에... 치히로 씨가 여기 있는거랑 같은 이유이려나?」

 

7평 남짓한 원룸에 두 명의 여성들이 강렬한 눈싸움을 하고 있을 찰나.

 

P 「어라? 카렌은 여기에 무슨 일로......?」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의 문이 열렸고, 그는 치히로뿐만이 아니라 카렌도 자신의 방에 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카렌 「P 씨!」

P 「응? 그러고보니 카렌은 왜 복장이 정장이야?」

카렌 「이거 어때? 어울려?」

P 「어우... 내가 정장취향이긴 하지만... 잘 어울리네. 그래서 정장은 왜 입은거야?」

카렌 「음... 그냥 보여주고 싶어서?」

치히로 「호죠 양도 일단 여기 앉아서 같이 아침식사해요.」 찌릿

P 「허어... 일단 식사하면서 왜 여기에 왔는지......」

 

그렇게 얘기하며 그가 접이식 탁자에 앉으려는 순간,

 

카렌 「우리 동네로 이사와!」 /  치히로 「저희 동네로 오세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그녀들의 사랑 싸움이 부동산으로 치환되어 개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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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가의 말.

'도넛' 님의 자유게시판 글을 읽고,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글 속의 세계를 위해서 어떻게든 썼습니다.

못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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