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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마스터 - Project Wonder Walk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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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4, 2016 01:41에 작성됨.

여성은 조용히 손에 들린 명함을 내려다봤다. 346프로덕션, 아이돌 부문 원더 워커 프로젝트 프로듀서. 이상하게도 이름이 적혀있질 않았다. 수상쩍기 그지없는 명함, 그렇지만 그녀는 기억해낸 것이다. 이 명함을 받았던 날 있었던 기적적인 일을. 아무 기막히고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이야기를.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때는 마침 봄기운이 살랑이는 시기.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잡으면서 책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그녀의 외숙부의 헌책방에 있노라면 늘 마음이 부드럽고 온화해져서, 그리고 조금은 그녀 자신의 못난 부분을 숨길 수 있어서 좋아하는 장소였다.
끼이익- 살짝 거슬리는, 옛날식 문이 열리는 소리가 공기를 타고 그녀에게 알려줬다. 손님이 왔다고. 책으로만 읽었지만 문을 삐걱거리게 놔둬서 손님이 왔음을 알리는 장치는 옛날부터 제법 있었다고 한다. 그걸 이 도심에 준비해놓은 것은, 어찌 보면 외숙부의 자그마한 취미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어서 오……세요.”
원래 말투가 조금 나긋나긋하고 느린 편이라고 자각은 하고 있었지만 방금 건 정말로 웃긴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이건 당연한 반응이라고 그녀는 열심히 머릿속으로 주장했다. 흔히 말하는 신사-라는 차림새가 있지 않은가. 정장 차림에 중절모를 쓰고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는 외눈안경을 낀 아주 정형적인 신사라는 차림새가 있지 않은가.
거기서 딱 지팡이만 없을 뿐이지. 남자는 정말로 평범하지 않은 모습으로 들어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허어, 이런 곳에 헌책방이 있었나? 냄새는 좋네.”
헌책 특유의 냄새를 남자가 음미하는 사이 그녀는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안심했다. 다행히 그 반응을 이상하게 여기진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저렇게 입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직도 머리가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는 분명 현대 일본일 터.
“저……. ……혹시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가요?”
그래도 일단, 할 일은 해야지 않겠는가. 겨우겨우 골라서 한 말은 일단 손님에게 의례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보통은 이런 질문을 하면 그냥 좀 둘러보겠다고 하고 끝이었지만, 이 남자는 어쩐지-
“허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줬다.
“저, 저기…… 뭔가 잘못……했나요?”
표정을 봤을 때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지만, 혹시 그녀가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던 걸까?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워낙에 어두침침한 곳이다 보니, 그리고 그녀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스타일이었으니까. 목소리가 작아서 인사가 안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도 남자는 온갖 생각을 가볍게 뛰어넘어서 생각지도 못한 답변을 돌려줬다.
“아가씨는, 여기 있는 책들을 다 기억하는 겁니까?”
“네? 아……. 그, 일단 대강은…… 기억하고 있어서요.”
“대단하네요. 호오. 흐음. 그럼, [호밀밭의 파수꾼]은 있습니까? 이왕이면 원서로.”
호밀밭의 파수꾼. 그녀도 읽어본 적은 있었다. 내용 자체는 꽤나 난해해서 어렵지만, 청소년기에 한 번 읽고 많은 생각을 했던 책이었다. 물론, 그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려운 책이라는 점이 문제지. 덕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건 어려웠었다. 그리고 일단은 그녀는 그것보다 더 좋아하는 책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호밀밭의 파수꾼……. 원서는…… 조금 찾아봐야겠지만, 일단 번역본은 있는데요.”
“그러면 그걸로- 아니 잠시 실례. 잠시만 그대로 있어줄 수 있을까요?”
책을 부탁하려던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남자는 그녀에게 움직임을 멈춰달라고 요청했고 워낙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굳이 그 남자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더라도 멈출 수밖에 없었고-
“나오라, 거대한 벽. 세 형제 울분을 담을 고고한 벽.”
책을 꺼낸 남자의 뭔지 모를 말과 함께-
콰아아아아앙!!!
“꺄악!?”
가게가 날아갔다.
정확히는 두 사람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생겨난 벽의 뒤를 제외하고는 전부 날려졌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이게 무슨 일인가 놀라서 전부 멈춰 서서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하아, 진짜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니까.”
“저, 저기…….”
“아, 미안합니다. 건물은 잠시 후에 되돌려놓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나저나 오늘은 운이 좋은지 나쁜지 도통 모르겠군요.”
폭풍이 멈추고 나서야 남자는 책을 덮었다. 동시에 벽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한 마리의 거대한 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매끄럽게 뻗은 검은빛 선이 그려낸 한 마리의 늑대, 털로 덮였다고 생각하면 연기처럼 흩어지고- 연기라고 생각하면 다시 한 가닥의 털로 뭉쳐버리는 괴물이 거기에 있었다.
그르르르르르르-
어쩐지. 매우 화난 것 같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괴물은 가만히 두 사람을 쳐다봤다. 그저 이 상황에서 후미카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눈앞에 거대한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모를 늑대가 전력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관련있어보이는 사람에게 현장을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고, 이 상황에 관련이 있으리라 보이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뿐.
“저기, 이제 어쩌면 좋을까요?”
“아, 좀만 더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계산중이라.”
“계산……이요?”
“네. 뭐……. 오늘 운수가 좋았는지 나빴는지에 대해서.”
그게 뭐람. 이 와중에 잘도 츳코미 걸고 있었다. 전력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사이 남자는 결론을 내렸는지 책을 펼쳤다.
“음, 좋은 편이네요. 오늘은.”
“좋은 편인가요.”
“예. 사진 촬영을 해야하는데 도망친 녀석을 쫓느라 한 고생에서 마이너스. 그래도 생각보다 금방 붙잡았으니 플러스, 그런데 하필 거기서 텐션을 높이는 바람에 그림자가 탄생했으니 마이너스.”
그리고 남자는 책을 펼치면서 그녀에게 가볍지만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그리고 이렇게 기막힌 인연을 얻게 되었으니 두 배 플러스.”
“…….”
정말로- 정말로 이 상황에서 뭐라 말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고 이해력조차 따라와주질 못하는 와중에도 그녀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일단 인사를 받았으니 인사를 돌려줘야지 않겠는가. 그러나 대체 뭐라고? 괴물이 두 사람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이 상황에서 평범하게 ‘그거 다행이네요.’ 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그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목례로만 답했다.
“자, 그런데 슬슬 정리하지 않으면 상사한테 혼나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까부터 계속 기다리고 있지만요.”
무심코, 실례가 되는 말투로 쏘아붙여버렸다. 깜짝 놀라 상대의 표정을 살폈지만 손톱만큼도 개의치않고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거기에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이군요.’ 그렇게 덧붙이면서.
“으깨라, 무자비하게, 강물에 흐를 모래 한 알조차 못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티끌만도 못하게 으깨라.”
만일 그녀가 시간을 초 이하의 단위로 인식할 수 있었다면, 그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좀 놀랐을 것이다. 그렇게 많이 놀랄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놀랄 일이었으니까. 그 안에서 그의 입에서 으라는 발음이 나오자마자 늑대의 몸이 으깨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튼 중요한 부분은 늑대가 그가 말하는 대로 으깨졌다는 것이다. 무엇인가에게 압박당하고 두들겨 맞으면서 허공에서 기묘한 춤을 추다가 그대로 한 손으로 꽉 잡을 수 있는 구슬의 모양이 되어서야 그 현상이 멈췄다.
“그리고, 고요히 잠들어라. 빛은 내리고, 그림자는 지탱하라.”
순간, 그림자 안쪽에는 새까만 구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표면에 금이 가면서 안쪽에서 빛이 새어나온 덕에 그 형태가 똑바로 보였다. 그것도 잠시 이내 새어나오는 빛 때문에 다시 눈을 돌리게끔 만들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 빛이 터져 나오고 동시에 산산조각난 그림자 조각들은 이내 자연스럽게 땅 속으로 녹아들었다는 것. 이후 빛도 잠잠해지고 나서 그녀는 생각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했다.
외숙부의 가게까지. 전부.
“일단 그림자는 잡았고. 이제 뒤처리만 남았군.”
“뒤, 뒤처리……. 가게는…….”
“아, 물론 그걸 포함해서 복구하기 전에- 기억소거부터.”
“기억-”
“어제에 이어지는 오늘과 오늘에 이어지는 내일조차 똑바로 보지 못하는 그대여. 만상의 구슬로 꿰어진 삼라의 구멍을 하나하나 세어볼 것인가. 오늘이 어제 되고 내일이 오늘 되는 날이 되면 어제조차 구분하지 못할 것을.”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의 분위기가 변했다. 계속 이쪽을 보면서 수군거리던 사람들이 조용해지고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렸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들고 있던 그것들이 일제히 기괴한 효과음을 낼 때, 여성은 순간적으로 자기가 호러 영화 촬영장에 와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방금 전의 남자의 말과 현 상황을 연결해서 겨우 이게 기억을 지우는 과정이라고 추측만 할 수 있었다.
“자, 그리고 다음은- 그 때, 가지 않았던 수많은 여로에 단 하나의 가능성조차 그대는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인가. 원하는 답을 한 번 내주는 것조차 그대는 거절하겠는가.”
어디선가- 우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걸 어디선가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분명 소리는 들리지만 그게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전혀 알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다시 진실인지 아닌지 모를 추측으로만 말해보자면 이 공간 자체에서 나는 소리라고밖에.
그리고 잠시 후 어느새인가 헌책방은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와있었다. 책 한권의 차이도 없이. 그녀가 내려놓았던 책조차 멀쩡히 그 자리에 남은 채.
“……. 너무 많은 걸 본 기분이네요.”
“그렇죠. 보여준 이유도 있고.”
“네?”
“그 순간, 모든 마법은 풀렸다. 그러나 마법사는 약속하지 않았다. 마법이 풀렸을 때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겠노라 약속하지 않았다.”
“윽-”
갑자기, 몸이 무거워졌다. 이번에는 상당히 알기 쉬웠다. 이미 대놓고 그가 말하는 주문에 ‘기억’이란 단어가 들어가있지 않은가. 그렇다 그는 지금 기억을 지우려 하고 있었다.
“굳이……. 왜…….”
“간단한 테스트라고 해두죠. 자, 마침 좋은 서랍이 있군요. 걱정마세요. 기억을 잊기 전까지 필요한 얘기는 다 해줄 테니. 테스트 내용이 뭔지 예상되나요?”
그녀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점차 몸이 무거워지고 감각이 둔해지는 와중에 사고회로만큼은 그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 해줬다. 그리고 금방 단어를 연결시켰다. 기억, 별도 제거, 그리고 지금 서랍에 채우는 자물쇠.
“기억-하는 건가요.”
“네. 이 자물쇠의 비밀번호는 87371이랍니다.”
안에 한 장의 종이, 명함이 팔락이며 떨어졌다. 드르륵 닫힌 서랍이 철컥하고 자물쇠로 잠기는 순간 잠들었고 깨어났을 때 남자는 사라졌었다. 물론, 기억이 지워진 그녀는 그의 존재를 염두에 둘 수 없었지만. 깨어나서 잠시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생각나질 않아서 그냥 평소대로 헌책방의 일을 하루하루 하던 어느 날, 문득 이 책상에 이런 자물쇠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리면서 비밀번호가 뭐였는지 떠올리려 애썼다.
외숙부의 가게에서 일한 것도 꽤 시간이 지났는데 그녀가 이걸 모를 리가 없었다. 외숙부의 개인 책상이라면 모를까. 이건 헌책방의 유일한 책상. 물건을 사고팔기 위한 공적인 책상에 외숙부는 이런 장치를 해놓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리고 문제는 그녀 자신도 이것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 애초에 외숙부가 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할리도 없었다.
“글쎄요. 그렇지만 뭐, 중요한 건 아니겠지요. 후미카가 하지 않았다면 누군가가 장난이라도 친 걸까요. 책의 재고가 맞지 않는 것도 아니고, 장부가 어긋나지도 않았으니 크게 중요한 물건은 안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
이라는 외숙부의 의견에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계속 눈이 갔다. 왠지 이걸 열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우리 같이 책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이 그런 감각을 느낀다면 그건 어떤 특별한 운명이나 사명감- 혹은 그렇게 포장된 허구일 수 있죠. 하지만 열어봐서 나쁠 건 없겠네요. 공구라도 가져올까요?”
그리고 기적적이게도 외숙부가 이 자물쇠에 신경을 쓰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외숙부가 비록 글에 빠져 살고 책을 읽느라 운동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지만 간간히 수십 권의 책이 담긴 박스를 거뜬히 옮기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절단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물쇠에는 흠집 하나 나질 않았던 것이다. 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판도라에게 선물 된 호기심의 상자가 판도라의 상자라면, 이건 후미카의 서랍이라 불려도 괜찮겠네요. 판도라의 상자 안에 남은 것이 희망이었다면, 후미카의 서랍에는 대체 뭐가 있을까요?”
가끔, 외숙부의 센스를 이해할 수 없는 그녀였다.
그리고도 제법시간이 지났다. 겨울의 발악은 더 이상 봄의 영역에 다가오지 못했고, 마침내 완연하게 봄기운으로 덮인 4월의 중순이 다가왔다. 여전히 답은 떠오르지 않았고 간간히 00000부터 99999까지 차례대로 돌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나름대로 꾸준히 한 덕인지 어느새인가 22582까지 돌리고 있었다.
‘이거, 엄청 무식한 짓이겠죠. 10만가지의 경우의 수가 있다고요. 그렇지만 전혀 감이 잡히질 않으니까……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는 것도 웃기네요.’
“요즘 들어서, 후미카가 그 자물쇠에만 신경을 쓰느라 저와 대화하지 않아서 조금 슬프네요.”
“……죄송합니다.”
“아, 아뇨, 농담이었는데, 그렇게 정색해서 사과하면 제가 더 미안한데요.”
“농담이라 해도…….”
“오히려, 후미카가 책 이외에 그렇게 집중할 물건을 찾아서 조금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책 이외에…… 그렇네요.”
“후미카는 좀 더 넓게 세계를 보면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때론 책속의 이야기보다 직접 쳐다보고서야 느끼는 것도 있으니까요.”
“…….”
“이런, 또 생각에 빠져버렸나요. 이래서야 차라리 말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문득- 어떤 일련의 번호가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왔다. 87371. 정확하게 다섯 자리의 숫자가,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들어버렸다. 말하지 않아(하나사나이) 혹은…….
철컥.
“아.”
“아.”
거의 동시에 두 사람 다 감탄했다. 자물쇠는 그 숫자에 열린 것이다. 그 탓에 좀 전의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더 비중을 차지해버렸다. 말하지 않아. 대체 무엇을?
“후미카, 안을 확인해봐야죠?”
“아, 그렇네요.”
너무 집중한 탓에 서랍을 열어보는 것도 잊어버렸다. 조심스럽게 열어본 거기에는 정말로 그 넓은 공간에게 실례가 될 정도로 자그마한 종이 한 장만이 들어있었다.
“그건- 명함이군요.”
“그렇네요……. 미시로 프로덕션……. 아이돌 부문 원더 워커 프로젝트 담당 프로듀서……. 이름이 없는 수상한 명함이네요.”
“하하. 평가가 신랄하네요. 후미카답지 않게.”
그랬던가. 확실히 그녀가 생각해봐도 그냥 디자인 때문에 이름을 뺐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딱 보는 순간 ‘수상하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렇다는 건- 이것과 관련된 뭔가를 알고 있다는 건 아닐까?
“응? 뒷면에 뭔가가 빽빽하게 써져있는데요?”
“뒷면……인가요.”
명함을 뒤집자 거기에는 확실히 상당히 작은 글씨로 여러 가지 사항이 써져있었다. 있어야 할 전화번호도 없고-
“이 명함은……초대장입니다.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디딜 분들은…… 이 초대장을 가지고 미시로 프로덕션…… 프런트에 확인을 받으시면 직원이 안내해줄 겁니다…….”
“미시로 프로덕션이라. 지금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덕션이네요. 여러 방송 부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고, 최근에 만든 아이돌 부문도 잘 나간다고 하더군요.”
“……왜 그런 회사의 명함이 이 서랍에 있었을까요.”
“글쎄요. 적어도 저를 초대한 것 같진 않으니까. 이건 후미카에게 온 거겠죠.”
농담이었겠지만 아주 잠깐 외숙부가 아이돌을 한다는 생각에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버렸다. 웃기게도, 그게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잠깐이나마 생각해버렸다. 나이에 비해서는 젊은 얼굴이고 말이다. 어딘가의 만화에 나오는 파○전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후미카나 제가 모르는 사이에 여기에 넣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죠. 그야말로 기적을 일으켰네요. 이 정도면 믿어봐도 좋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오히려 수상쩍기 그지없는데 어째서 이 외숙부란 사람은……. 어쩌면 좀전에 얘기하던 더 넓은 세계와 관련된 이야기일수도 있다고 후미카는 생각했다. 더 넓은 세계……. 넓은 시야와 말하지 않더라도 알게 되는 신비한 것들…….
신비한 것들?
“아-”
“후미카?”
“……. 한 번 들러보기는 할까 생각하는데요.”
“좋죠. 미시로 프로덕션 같은 대기업이니까 수상한 짓을 하진 않겠죠. 아니. 오히려 대기업이니까 수상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소시민에게 무슨 이익이 있어서 그러겠나요. 그쵸?”
그 점에는 확실히 동의할 수 있었다. 어쨌든 정한 이상 서둘러야지 않겠는가. 일단 신비한 것들이라는 생각덕분인지 모든 일이 기억나버렸으니까. 물어봐야겠다고 그녀의 호기심이 팔을 잡아당겼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지만…….
뭐, 그녀는 고양이가 아니니 괜찮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금.
사기사와 후미카는 미시로 프로덕션의 정문 앞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한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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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리메이크입니다. 완전히 갈아엎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언제까지고 그 긴 제목을 쓸 수도 없고.

게다가 슬슬 1인칭으로 쓰는 것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원래 3인칭으로 글을 쓰는지라...

그리고 좀 더- 음. 이런저런 이야기를 중간에 놓치고 지나갔다- 라는 것도 있습니다.

고로 리메이크해버렸습니다. 하핫.

게다가 어쩌다보니 일이 생겨버려서. 앞으로 연재속도가 느려질 것 같습니다만...

부족한 글.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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