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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왕자님은 아닐지라도』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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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2, 2016 00:03에 작성됨.

"그래서, 그 둘만의 장소라는 게 여기였나요?"

 

마코토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자기와 마주 앉아있는 프로듀서를 쳐다보고는 양 볼을 부우 부풀렸다. 그도 그럴게, 자기가 상상하고 만 것과 달리 크고 두터운 손에 이끌려 도착하고 만 곳은 그저 인근의 공원이었던 것이다.

 

"기대했구나?"

"으엑, 아니에요!"

 

프로듀서가 웃으며 던진 농담에, 마코토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프로듀서는 그 모습을 유쾌하다는 듯이 바라보다가도,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일단, 둘만의 장소이긴 하잖아. 정말로 우리 둘밖에 없으니까."

"미안하지만, 농담 같은 거 별로 받아주고 싶은 기분은 아니에요."

 

마코토는 자기 앞에 보이는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바닥에 시선을 두었다. 프로듀서는 자세를 조금 낮춰 가려진 표정을 살폈다. 대놓고 나 불만있다, 라고 주장하는 듯 한쪽 방향으로 삐뚤어진 입술. 조금 주름이 간 미간. 뺨에는 아직 붉은 빛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는 뭔가요 프로듀서."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말소리마저 불편한 심기가 뚝뚝 묻어나왔다.

 

"언제까지고 질질 끌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 안 그래?"

 

더 이상 농담 같은 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프로듀서는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에- 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마코토는 필사적으로 딴청을 피웠지만, 조금이라도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까 그녀의 행동을 봤을 때 충분히 어떤 말이 오고갔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하루카에게는 말할 수 있고, 자기한테는 죽어도 말할 수 없단 말인가.

 

대체 왜?

 

지금까지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쌓아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이 쪽의 일방적인 착각이었던 걸까. 지금까지 그를 향한 호감 대신으로 날아오는 칼날과도 같은 거절, 거부. 프로듀서는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을 경련과도 같은 미소로 감췄다.

 

"담당 아이돌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도 프로듀서로서 해야할 일이야. 아니, 사실은 굳이 일이라는 말도 필요 없어.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로서 들어주고 싶어."

"프, 프로듀, 서."

 

마코토는 울 것만 같아졌다. 지금 당장이라도,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고민을 풀어 발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된다면. 지금 눈 앞의 웃는 얼굴을 무너트리게 된다.

 

"괜찮아. 말해줘."

 

미안, 네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워버렸구나.

 

프로듀서의 상심한 목소리가 저절로 상상이 되었다. 그는 분명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릴 게 분명했다. 부탁받은 걸 제대로 해내지 못한 이 쪽이 나쁜 건데 말이지. 그 모습을 보기 싫었던 마코토는 턱 끝까지 차오르는 외침을 억지로 꿀꺽 삼켰다.

 

"......"

 

한동안 두 사람을 둘러싸는 무거운 침묵. 프로듀서는 미소가 사라진 얼굴로 조용히 매고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했다. 그래도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있잖아, 마코토."

 

속상함도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진 기분이다. 프로듀서는 여전히 시선을 맞추려들지 않는 마코토를 향해 그 일부를 풀었다.

 

"네게 있어서 나는, 고민 하나 맡겨주지 못할 정도로 의지가 안되는 사람이었던 걸까?

"그, 그렇지 않아요! 저는 프로듀서를 다른 누구보다도 가장....."

"그러면 왜 나한테만은 꽁꽁 숨겨버리기만 하는 거야? 하루카에게는 말했던 것 같던데."

 

뜨끔. 정곡을 찔린 마코토는 양 어깨를 들썩이더니 그대로 바짝 굳어버렸다. 프로듀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가를 살짝 느슨하게 했다.

 

"솔직히 아까 그건,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구나- 한다고."

"하, 하하. 그, 그런가요."

"네게 어떤 고민이 있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상담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그리고, 그걸로도 아직 네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도."

 

프로듀서가 손을 뻗어 탁자에 올라가 있던 마코토의 손을 꼭 감싸쥐었다. 마코토는 화들짝 놀라 손을 빼려고 들다가, 그만두었다. 자기를 똑바로 바라보는 프로듀서의 눈빛은 그야말로 진검이었다.

 

"부탁이야. 나한테도 그 고민, 말해주지 않겠어? 내가 꼭 해결해줄 수 있다는 보장은 없겠지만.....그래도 최선을 다해볼테니까."

"저는, 저는......"

 

말, 할 수 있을까. 해도 되는 걸까. 해야만 하는 걸까. 그렇지만, 하게 된다면. 마코토는 소리나는 말을 하지 못하고 계속 뻐끔거렸다. 키쿠치 마코토는 프로듀서를 좋아하니까, 실망시킬 수 없으니까.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았으니까.

 

그러니까- 말할 수 없어. 말할 용기가 없어.

 

프로듀서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나는 왕자님이 될 수 없었습니다.

될 수 있었던 건 그저 가짜. 그뿐이었습니다.

그런 건 사람들의 버팀목이 될 리가 없지요, 라고.

 

그렇지만 이렇게 계속 숨겨두기만 하는 것도 할 수 없어. 지금도 프로듀서에게 반쯤은 들킨 거나 마찬가지. 언젠가 분명, 나머지 전부도 알아버리고 말 것이다. 마코토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지금 말하거나 끝까지 잡아떼거나 결국 돌아오는 결과는 똑같다. 닥쳐오는 때가 언제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아니, 어쩌면 후자의 경우가 더 프로듀서를 괴롭게 만들 지도 모른다.

 

"프....."

".....미안했다."

 

망설이던 마코토가 겨우 모든 것을 털어놓으려고 한 순간이었다. 프로듀서가 사죄의 말을 내뱉고는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무 강요만 한 것 같구나. 말하고 말하지 않고는 네 자유인데 말이지."

"아니요, 프로듀서가 잘못한 건 절대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제가....."

 

마코토 역시 당황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눈 앞에서 떠나가려는 사람을 붙잡으려고 들었다. 프로듀서는 진정하라는 듯 그 손을 잡아탁자에 살포시 내렸다.

 

"아- 잔뜩 말했더니 목이 마르다. 마코토도 그렇지?"

"......넵."

 

마코토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듀서는 열이 잔뜩 오른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의미의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자판기를 찾았다. 그러나 이 근처에는 마땅한 게 보이지 않았다.

 

"저기, 있잖아요....."

"잠깐만 기다려줘. 금방 사가지고 올테니까. 마코토는 뭐 마실래?"

"아, 그, 그러니까......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오, 그래? 그럼 녹즙으로 해볼까."

"부디 소다로 해주세요."

"예입, 원하시는 대로."

 

주문을 받은 프로듀서는 이 공원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자판기를 찾으러 갔다. 그 덕분에 마코토 혼자만이 남고 말았다. 그녀는 프로듀서가 사라진 방향 쪽을 선 체로 계속해서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하아, 프로듀서도 참."

 

이제 겨우 용기를 낸 참인데, 이런 식이 될 줄은. 대화의 타이밍이 좋지 않게 엇갈리고 말았다. 이왕 마음 먹은 김에 단번에 해치웠어야했는데. 이래서야 쓸데없이 마음만 더 무겁게 되잖아. 마코토는 한숨을 푹푹 쉬고는 도로 자리에 앉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때.

 

"어쭈, 좋게 좋게 권유해주니까 우스운 줄 아나보지?"

"콱 뒤질려고!"

"그, 그만두세요!"

"닥쳐!"

 

돌연 그녀의 귓가에 꽂혀드는 두 남성의 위협과, 울음 섞인 어떤 소녀의 목소리. 생각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마코토는 그 쪽으로 달려나갔다.

 

"꼴에 튕기고 그러면 재미없어. 얌전히 따라와!"

 

딱 봐도 행실이 좋지 않아보이는 두 녀석이 양 옆에 서서 여자애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마코토의 강직한 성품 상 이런 건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턱, 마코토는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그들의 주의를 끌었다.

 

"어, 뭐야."

"그만둬. 싫어하고 있잖아."

"응?"

"뭐야 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고민과 약한 마음을 지워버린 마코토가 날카로운 시선을 이인조에게 보냈다. 그들은 갑자기 들어온 방해에 이미 잔뜩 찌그러져있었던 인상을 더더욱 구겼다. 그 뒤로 이어지는, 난입자를 위 아래로 훑어보는 더러운 시선들.

 

"아이씨, 어디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녀석이 끼어들고 지랄이야."

 

보는 눈이 아파 올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패션을 자랑하는 그들과 달리, 난입자의 외모는 단정하고 멋있는, 여자들이 흔히 좋아할 만한 미소년 스타일. 지나가던 여학생을 상대로 이상한 작업이나 걸다가 거절당해 가뜩이나 기분이 상해있었던 그들에게 있어서, 마코토는 그 존재만으로도 열등감을 자극할 수 있었다.

 

두 놈 중 한 녀석이 싸구려 금발 머리를 흔들며 건들건들 마코토의 앞으로 걸어나오며 주먹을 흔들었다. 냉큼 꺼지지 않으면 아픈 꼴을 보여주겠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마코토는 두려워하지도 않고, 양 주먹을 굳게 말아 쥐며 천천히 자세를 낮췄다.

 

"뭐야, 해보겠다는 거?"

 

금발 남자가 킥킥 웃음소리를 흘렸다. 딱 봐도 둘 사이에는 꽤나 큰 체격 차가 존재했다. 어디서 무술이라도 배웠다는 듯 폼을 잡고 있지만 고작 그런 정도로는 자기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얼굴 좀 잘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도 잘난 척이 하고 싶었나 본데.....잘 됐어. 저 년이 보는 앞에서 묵사발을 내주마."

 

남자의 걸걸한 도발에도 마코토는 침착하게 자세를 유지했다. 저 사람, 하는 행동만 봐도 참을성이 없어보이니 먼저 달려와주길 기다리기만 해도 이길 수 있다. 머릿 속으로는 이미 공격이 들어올 만한 예상 경로의 계산이 끝난 상황. 너무 세게 때리지는 말고, 적당히 제압만 한 뒤 여자애를 구출하면 된다. 마음만 같아서는 저런 녀석들 같은 건 흠씬 두들겨패주고 싶었지만 아이돌의 입장 상 그건 어쩔 수 없다.

 

어찌되었든, 자, 와라!

 

마코토는 두 눈을 빛내며 선공을 기다렸다.

 

"자, 잠깐......당신은 혹시 마, 마코토님이신가요!?"

"어, 으, 으응. 그렇긴 한데....."

"꺄아아!!!!"

 

그러나 마코토가 원했던 것과 달리, 돌연 여자애가 비명과도 같은 환성을 지르며 곁에 있던 남자를 밀치고는 그 쪽 달려들었다. 마코토는 두 눈으르 동그랗게 뜨며 자기에게 달라붙어오는 이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자, 잠깐만. 진정해."

"설마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정말 왕자님처럼 구해주러 오셨어!"

"그, 그게.....기뻐해주는 건 좋지만, 지금은 정말 위험한 상황, 이니까. 우, 우선 뒤로 물러나 있어!"

 

마코토는 조심스럽게 여자애를 뒤로 보내면서, 서둘러 남자의 행방을 쫒으며 금방이라도 반격할 준비를 갖췄다. 방금 그 틈을 타 이 쪽으로 달려들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 뭐야. 누군가 했더니 그 키쿠치 마코토였어?"

 

그러나 마코토의 예상과 다르게, 그 사람은 가만히 서 있었다. 좀 전만 해도 진심으로 한 대 때릴 기색이 역력했건만. 어째서인지 얼굴에는 분노 대신에 잔뜩 비틀려있는 조소가 걸려있었다.

 

"진짜야? 우와,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구만. 유명하신 왕자님을 직접 만나보게 되다니 말이야."

 

같은 일행인 삭발남도 킥킥거리면서 금발의 뒤를 따랐다. 마코토는 갑자기 돌변한 그들의 태도에 두 눈을 깜빡이면서도, 경계를 거두지 않았다. 언제 또 주먹을 휘두를지 알 수 없는 탓도 있었지만, 지금 하는 짓거리가 무척 기분 나빴기 때문이었다.

 

"이야- 이것 참 영광입니다? 기념으로 어디 한 번 악수라도 해주시죠, 네?"

"......"

 

삭발남이 일행을 제치고는 마코토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마코토가 주춤하는 사이, 다른 남자가 대놓고 마코토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만둬. 고귀하신 왕자님은 우리같은 천민들과는 다르다구?"

"아, 맞다. 그랬었지. 이것 참 미안합니다그려."

 

악수를 청했던 남자는 보라는 듯이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손을 흔들다 거두고는 킥킥 웃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걸까. 먼저 때린 게 아닌 이상 이 쪽에서 먼저 손을 댈 수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간 바로 폭력 사건으로 떠올라 온갖 동네에서 떠들어댈 게 틀림없을테니까. 순정만화나 드라마와는 천지차이로 다른, 답답하기 그지 없는 상황. 마코토는 잔뜩 굳은 얼굴로 그들의 수작질을 보고만 있다가, 일단 뒤에 숨어있는 여자애부터 도망보내기로 했다.

 

"마, 마코토 님....."

"괜찮아."

 

그러나, 평소에 흠모하던 사람을 두고 어떻게 혼자 가버릴 수 있겠는가. 그녀는 도망치라는 신호에 고개를 도리도리저었다. 이럴 때는 잠자코 가주는 게 도움이 되는데. 마코토는 머리를 감싸쥐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면서도, 계속해서 위험하니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을 권유했다.

 

"나는 괜찮으니까, 저기 가 있어. 혹시라도 말려들면 위험해. 다칠 지도 몰라."

"그, 그렇지만....."

"고작 저런 여자애에게도 쩔쩔매는 거야? 왕자님 체면이 말이 아닌데 그래?"

"맞아맞아!"

그게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이인조는 한참 그 실랑이를 구경하고 있다가 조롱의 수위를 높여만 갔다.

"아니, 잠깐. 그 꼴을 보니 넌.....왕자님도 아니겠는데."

"그러게. 여자잖아. 여자 주제에 왕자님이라고? 크하핫! 이것 참 웃기는 소리 아냐?"

"윽......!"

 

그 소리를 들은 순간, 마코토는 한 순간 숨이 멎어버린 것만 같았다.

 

"뭐해? 어서 활약해야지. 왕자님이라며?"

 

그들의 속내는 뻔히 보였다. 어떻게든 마코토가 먼저 폭력을 쓰게 만든 뒤, 온갖 엄살을 부리며 안좋은 소문을 부풀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마코토는 전신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걸 멈출 수 없었다.

 

"가짜 주제에 아까부터 멋진 척하려고 안간힘 쓰는 것좀 보소."

"캬하하! 이것 참 안쓰럽네, 안쓰러워."

 

자신이 왕자님이 될 수 없었다는 건 자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남에게 직접 그 소리를 들어버리니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 땅땅 찍혀버린 것만 같았다.

 

키쿠치 마코토는 그저 허울뿐인 왕자, 가짜 왕자.

 

"애초에 왕자님은 무슨 왕자야. 그딴 게 실제로 있을 리가 없잖아. 안 그래? 키쿠치 왕자님?"

"여자애들 생각은 참 알 수 없다니까. 이런 애도 좋다고 꺅꺅거린다니."

 

그리고, 그 제대로 흉내내지도 못하는 왕자라는 것도 실제로는 없는 존재.

 

"그만해....."

 

마코토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응? 뭐라고?"

"웅얼웅얼거리지 말고 제대로 말해주시죠, 키쿠치 왕자님?"

"그만두라고!"

"얘 갑자기 왜 이러냐?"

"생리하나 보지."

"아아, 그랬어? 그건 몰랐네. 미안해요~"

 

그들은 마코토의 울음 섞인 외침에도 꿈쩍하지 않고, 일부러 그런 쪽까지 건드려가며 집요하게 조롱했다. 그들은 마코토가 먼저 공격할 때까지 신경을 벅벅 긁어놓을 생각이었다.

 

"그만두라고 말했잖아!"

"싫다면?"

 

마코토는 이를 꽉 악물며, 떨리는 주먹을 들었다. 눈물이 고인 두 눈이 눈 앞의 상대의 빈틈을 확인했다. 한 대만. 정말, 딱 한 대만이라도. 이것이 그들이 원하는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이익!"

 

마코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먼저 행동에 나섰다. 금발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히죽 웃으면서 반격에 나섰다. 서로를 노리는 두 주먹.

 

하지만.

 

퍽!

 

"우욱!"

 

정작 노리는 대상과는 다른 사람의 얼굴이, 양 주먹을 받아주고 있었다. 덜컹, 하고 힘없이 바닥을 구르는 캔 두 개. 그와 거의 동시에 찌그러진 안경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마코토의 얼굴과, 바보 같을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는 경박한 남자의 얼굴을 한 번 비추고는 저 멀리 튕겨졌다.

 

"프,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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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은 질질 끄는 맛이로구나! 간만의 속편 갱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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