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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단편 - 상처받은 아기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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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6, 2016 15:52에 작성됨.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딱딱하고 무생물적인 어느 공간. 톱니가 작고 무수한 톱니들과 맞물려 굴러가고 톱니들이 일으키는 에너지에서 산출되는 열을 배출하기 위한 구멍으로부터 허연 증기들이 앞다투어 빠져나오기위해 경쟁한다. 수많은 찰칵소리와 그 와중에 한번씩 묵직하게 울려퍼지는 철컹이는 소리와 함께 진동. 톱니들의 바다 위에 수놓인 철제다리가 진동에 굳건히 버티면서도 불안을 고조시키듯 조금씩 흔들린다.

 

이윽고 흔들리던 다리는, 그을림과 얼음의 하모니에 감싸여 형체를 흐려간다.

 

 

" 이제 멈추지 못해. 이 열차는 네 국가가 완전히 멸망하지 않는 한 . . "

 

" . . . 말이 너무 많아, 당신. "

 

 

미려하게 조각된 것 같은 얼음의 갑각을 몸에 두른 금발의 두 푸른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건너편을 노려본다. 맞은편에 불타오르는 푸른 불길은 불의 색과 같이 파랗게 불타는 눈동자가 째려보는 절대영도의 지배자를 향해 느끼는 분노를 대변하듯이 거세게 세기를 키워가며 곧장이라도 맞은편을 불사를 기세다.

 

대제국 오토노키자카의 영원한 지배자 '뮤즈'의 일원이면서 동시에, 제국의 2인자라고 불리우는 '절대영도의 지배자' 아야세 에리의 발길질이 힘껏 들어올려졌다 철제 바닥을 내리찍자, 금속은 그대로 바짝 얼어 빙판으로 변하며 앞으로 그 압도적인 한기를 뻗어나간다. 10여미터는 될법한 길고 넓은 다리가 고작 1~2초만에 하얀 성에를 품으며 얼어붙자마자 푸른 불길을 품은 창염의 검사는 자신의 불을 추진력 삼아 힘껏 뛰어오른다. 얼음을 품은 갑주가, 기다렸다는 듯이 푸른 불길의 비상에 반응해 양 건틀릿을 송곳처럼 이리저리 돌출된 날붙이의 형상으로 변이된다.

 

 

" 흥, 몇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야. "

 

공중으로 뛰어오른 푸른 불길의 검격이 그대로 유성처럼 쏘아내려져 얼음의 조각과 냉기의 향연 속으로 겁없이 덤벼드는 모습을 보며 갑주를 두른 미소가 점점 커져간다. 그와 동시에 팔에밖에 돗아나있지 않던 얼음 가지가 그녀의 양 발 바닥 아래로부터 무수히 많이 뻗어나와 마치 살아있는 생물과 같이 유동적으로 스스로를 비틀며 꿰뚫은 대상을 색적한다. 그리고 곧장 대상은 푸른 불길의 검사로 판별되어 먹이를 덮치는 독사처럼 가지들이 뻗어간다.

 

" 흠 ! "

 

 

강하게 한번 다잡는 숨소리에 이어, 검사는 이번엔 타고 뛰어오른 불길을 발판삼아 허공을 딛고 맹목적이며 불규칙적으로 쏘아들어오는 가지들을 이리저리 피하기 시작하자, 마치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한마리의 반딧불이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다만 나무는 꽁공 얼은채로 쉴새없이 나무잎없이 가지만으로 스스로를 덮어가고, 반딧불이는 푸르게 불타오르며 궁극적으로 나무 아래에 선 어느 목표를 향해가고 있었다.

 

푸른 불꽃의 반딧불이가 추상적인 지그재그 선을 그으며 화려한 얼음나무의 밑둥으로 다가가자 손을 대기만 해도 얼어붙을 것 같이 차가운 증기를 내뿜는 칼날이, 제대로 된 검의 형상으로서 맞이해준다. 이윽고 쇠와 얼음이 산산히 부서져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얼음의 나무가 형체를 잃고 무너지면서, 검사를 감싸고있는 망토를 찢고 갑옷 사이로 꿰뚫어들어온다. 격통에 굳게 다문 입으로부터 피가 터져나오고, 검사는 영도의 지배자 건너편으로 떨어져 나뒹군다. 에리의 웃음이 뒤에 갈갈이 찢겨진 망토를 향하며 다시금 점점 커져가며 확신에 차오른다. 스스로의 승리를.

 

 

" 재능은 대단하지만, 역시 경험의 차이라는건 무시 할 수 없지. 그리고 애초에 '그 힘' 은 . . . "

 

 

에리의 입으로부터 뭔가 말이 더 나오려는 순간, 그녀는 몸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작은 아픔에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정면으로 향한다. 정체모를 아픔이 점점 심해지다가, 어느 한 부분에서 극심한 격통이 전해져오며, 발등에 핏방울이 떨어져 얼어붙는다. 에리의 시선이 경악하며 향해있는 건틀릿은, 갈라지고 쪼개진 얼음 갑주의 안에 안주하던 팔목으로부터 사방으로 핏줄기가 뻗어나가있는 상태였다. 자만의 빙벽이 무너지고, 자기로부터 흘러나오는 피를 보자 그녀가 느낀것은 분노 . . 그리고 놀라움.

 

 

" 이럴 리가 . . 벌써 '그녀' 와 같은 경지로 향하고 있다고 . . ? 어떻게 . . ! "

 

" 크 . . 으 . . "

 

다시금 움찔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검사의 등에는, 무수한 얼음나무의 파편들이 박혀서 어여쁜 조각물같이 보인다. 그 처절한 등을 보며, 에리는 휘둥그레진 두 눈의 동공을 풀 기미 없이 쇼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있었다. 에리의 목에서 아까까지의 여유와 웃음은 사라지고 당황과 . . 셀 수 없이 오랜 세월동안 살아오며 손에 꼽을정도로밖에 느끼지 못했던 그리운 감정이 솟아나왔다.

 

 

" 당장 제거하지 않으면 . . ! "

 

 

그러면서 칼날을 들이밀으려는 순간, 갈라진 갑주 사이로 유출되는 핏줄기를 연료삼아 푸른 불길이 솟아오른다. 얼음 위를 거세게 타오르며 솟아는 불길에 방심한 에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오며 불타는 팔을 붙잡는다. 몸에 박힌 결정들을 푸른 불의 아우라로 싸그리 녹여 없애며 다시금 양 어깨와 고개를 당당히 펴며 맞서는 모습에 그녀, 아야세 에리가 떠올린 그리운 감정이 더욱 격화된다. 초점이 미미하게 떨려오며 목이 텁텁하게 막혀옴과 함께, 팔다리가 섣불리 앞으로 나서지 못한다.

한 문화의 흥망성쇠를 아득히 넘는 세월을 살아온 그녀에게 상기된 공포가 그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 자신을 완전히 휘감고있었다. 팔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도로 얼어붙어 주인을 지키려는 얼음을 계속해져 갈라 흐뜨려놓으며 역으로 감주 안에 감싸여진 쇠와 살점을 불살라갔다. 명백히 아야세 에리는 공포에 사로잡혀있었다.

맞은편의 그녀는 놓치지 않는다. 일생 일대의, 언제 다시 찾아올 지 모르는 호기에 머리보다 본능이 재빨리 반응해 철제바닥을 딛고 검날을 바짝 세운 채, 쏜살같이 뛰어간다. 바짝 선 검신을 따라 세로로 길게 놓인 내천의 흔적처럼 갈라진 금이 . . 애검 '네버 세이버'가 그녀에게 이 이상의 기회가 남아있지 않음을 강조하며 행동을 촉구했다.

 

 

" 하아아아 ! ! "

 

 


" . . . 내가, 내가 질 리 . . 질 리가 없잖아 ! ! ! "

 


오랜 세월 함께해온 동료들이 떠오른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프라이드가 부서진 충격에 대한 반동인지, 핏발을 전신에 가득 세우며 두 눈을 부릅뜬다. 양 다리가 여전히 떨고있었지만, 그것을 넘는 무언가가 에리의 깊은곳으로부터 차오르는 것 같았다.

푸른 불길이 기생하는 것 같은 건틀릿의 위에 더욱 두꺼운 얼음이 뒤덮히고, 그와 같은것이 에리의 전신을 감싼다. 먼 옛날 자신들의 리더이자 제국의 위대한 지배자 호노카 대제와 함께 서서 '신' 이라 불리우는 존재들이 만든 하늘의 고성에 맞설 때 이후로 처음으로 보이는 그녀의 보여주지 않던 전력. 마치 육중한 빙산이라도 된 것 처럼 자신의 피로 미미한 홍색을 띈 얼음을 전신에 감싼 그녀의 모습은 마치 . . '화신' 과도 같았다.

 

 


악에 받친 두 고함이 폭주하는 거대열차의 안에서 맞부딪쳤다.

 

 


그리고 떨어지는것은, 얼음의 조각이었다.

 

 

 

" 어 . . ? 이, 럴리가 . . "

 

자기가 베였다는 사실을, 흉부를 덮던 갑주가 푸른 불의 잔해들을 달고 조각조각 쪼개져 부서져내리면서야 깨달을 때에, 아름답게 빛나던 그녀의 입술이 이미 붉고 끈적한 혈액에 가득 적셔 끔찍하게 변한 무렵이었다.

결합을 잃고 부서지는 영빙의 갑옷과 같이, 다리에 힘을 모두 잃고 . . 그럼에도 어떻게든 두 다리로 서있으려고 발악하며 아주 천천히 몰락해가는 모습을, 창염의 검사는 피가래를 한웅큼 옆으로 벹고서 흘겨본다.

입에 피를 한웅덩이 흘리며 자신이 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휘둥그레진 눈동자는 정면에서 서서이 열차의 천장을 향하며, 이윽고 완전히 쓰러졌다.

 


" 내 . . 가 . . . 질 리가 . . . 없 . . . . . "

 


두 눈에 한이 서렸지만 . . 힘에 부친 채 지긋이 감고서 움직이지 않게 된 절대영도의 지배자를 내려보며 검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곧장 그녀는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자기가 살아온 나라, 모두가 함께 일궈온 터전을 파멸시킬 이 지옥행 열차를 멈추는 것이었다. 그럼과 동시에 새로운 기척에, 그녀의 예민해져있던 신경이 반응해 돌아봤다.

 

 

 

 

 

 

 


" 에리치 ? ! 에리치 ! ! 정신차리그라 ! 니조차도 가버리믄 참말로 안됀다 . . ! 니까제 가버리믄 우덜은 우짜라고 . . ! 퍼뜩 정신차리라 ! ! "

 

 


진한 자주빛의, 다운 트윈테일을 한 . . 다소 풍만한 몸을 전형적인 제국군 관리와는 조금 색다른 장식을 한 제복으로 감싼 여성.

검사의 불길서린 푸른 눈동자와 에리를 벨 때 부러져 반쪽이 된 네버 세이버의 칼날이 이번에는 그녀를 매섭게 노린다.

 

 

" . . . ! 크윽 . . 제발, 에리치 . . ! "

 

" 아직 살아있어. "

 

" . . . ! "

 

" 그리고 마무리를 지을거야. 당신에게서 느껴지는 아이돌과 비슷한 '무언가' . . 당신도 거기 누워있는 당신 동료랑 '같은 종류'지. "

 

 

칼날이 점점 거세게 커가는 불길을 머금는다.

여성은 축 늘어져 꼼짝못하는 죽마고우 대신 앞에 막아서 양 팔을 벌린다.

 

 

" 제발, 안됀다 . . ! 차라리 . . 차라리 날 베라 ! 그러니까 제발 에리치만은 살려도 . . 내 부탁한다 . . ! "


" . . 진심으로 하는말이야 ? 당신들이 우리나라에 저질러놓고있는 이 짓들을 덮어둔 채로 ! 그냥 살려보내달라고 ?! "

 

 

터져나오며 높아지는 언성에 불길도 똑같이 폭발적으로 뿜어진다.

 

 

" 전쟁은 전쟁이다 . . ! 내도 안다. 내가 이래 구걸하는게 말도 안돼는 일임을 . . ! 에리치가 니와 쌈박질 하는 사이에, 에리치가 밀리는걸 지켜보고, 충분히 혼자 탈출하는 것도 생각했다 . . 그치만 우짜노. 낸 에리치 없이는 살 수가 없다. "


" . . . 뭘 하고 싶은거야 ? "


" 정 그러믄 . . 끝장내라. 차피, 결국에 울 황제가 일어나면 느그 왕국은 반드시 끝날기고 . . 내는 에리치랑 나란히 황천길을 걸으면서 황제를 위해 웃을기다. "


" . . . . "

 

 

 

 

 

『 이 때 베어버렸어야지. 안그래 ? 』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렸다. 린은 검을 쥐지않은 손으로 옆머리를 움켜쥐며 격통에 이를 악문다.

 

 

 

『 푸른 불길은 다른 불을 잡아먹고 더 크게 자라나. 그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 . 』

 

 


" 그만 . . 그만 . . ! "

 

 


『 '네'가 강함을 거부한 결과가 어떻게 됬지 ? 너를 지탱해주던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지 ? 네가 저들에게 베푼 자비는 어떻게 돌아왔지 ? 』

 

 

목소리가 점점 메아리치며 파고들고, 울림에 따라 점점 크고 선명하게 그녀의 머릿속을 강타하고 죄어온다.

격통에 반응하는 악에 맞겨 그녀는 소리지른다.

 


" 그만해 ! ! ! "

 

 

 

 


그녀는 질끈 감았던 눈을 뜬다. 날씨는 어둡고, 쇠와 톱니바퀴의 맞물림과, 증기의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보드랍고 푹신한 감촉이 허리 아래를 덮고있었고, 위를 바라보면 수수하게 장식된 푸른 달과 , 분홍색의 해, 오렌지빛 별이 마치 밤아늘을 대신하듯 수놓여있었다.

저 너머의 넓은 테라스창문 건너편으로 보이는 달빛이, 선명하게 비춰질 무렵.

미시로 왕국의 '뉴제네레이션 기사단' 의 현 단장, 시부야 린이 일말의 꿈과 그 끝무렵에 울렸던 끔찍한 속삭임을 상기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 푸른 불은 다른 불을 집어삼키며 살아간다 . . 라니. "

 

라고 중얼인다. 그와 함께 그녀는 다른걸 떠올렸다. '신데렐라 혁명' 당시, 타카가키 카에데는 교만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 그 아까운 재능 . . 정말 아까워요. 」

 

그리고 뒤에 덧붙였었다.

 

「 무한해질 가능성을, 그저 섵부른 두려움탓에 우리 안에 가두어둔 꼴이라니 . . 너무 아까워요. 린 단장님도 저처럼 거리낌없이 '그 힘' 을 휘두를 줄 알았다면 분명 쭈욱 친하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


말의 끝과 함께 카에데의 몸에서도 푸른 불길이 치솟아 감싸올랐던 것을 떠올렸다.

' 푸른 힘 ' . . . 카에데와 자신 그리고 또 한명.

 

" 사기사와 . . 후미카. "

 


「 시부야씨 . . 당신이 가진 힘을 두려워마세요. 그것은 당신이 꺼려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심취해서도 안됩니다. 」

「 만일 스스로의 불길에 취해 주변의 것이 보이지 않게된다면, 소중한 이들을 잡아먹고 그 타카가키 카에데와 같은 괴물이 되어버릴테니. 」

 


"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거야 . . "

 

카에데가 영원의 지배자 뮤즈들의 정보를 얻기위해 일시적으로 석방되어 '앱솔루트 나인' 에 들어오고 첫 날 밤, 홀로 하늘을 보던 린에게 다가왔었다.

왕국을 전복시키고 세계를 집어삼킬 목적으로 암약한 '신' 의 하수인인 그녀였지만, 외견만큼은 인정 할 수 밖에 없을정도로 수려하고 신비함을 자아해냈다.

 

「 시부야 단장님. 이거 오래간만이네요 ? 후훗 . . 」


「 저리 떨어져. 난 당신을 믿지 않아. 만일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 . ! 」


「 지금 당장 불신의 대상은 제가 맞지만, 과연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질 때 단장님은 모두에게 믿음가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 」


「 무슨 소리야 ? 」


「 '푸른 힘'이 가진 '진정한 권리'를 거부하는 지금의 너는, 아무짝에 도움이 안돼. 라는걸 돌려말한건데 - . 둔감하기도 하지. 」


「 . . . 하아 ? 」

 

「 그 반응을 보니, 사기사와양에게 헛소리만 듣고 온게 맞나봐 ? 그 패배자가 하는 조언을 들어봤자, 네 앞에 닥쳐올 미래는 변하지 않아. 」


「 무슨 잣대로,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 당신. . 허튼소리하면 . . 」


「 조금 썰을 풀어놓을까나 ? 뮤즈는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이 왕국에 '푸른 힘'을 가진이가 존재한다는걸 모르지. 그걸 이용하면 분명 왕국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지, 아무렴. 어디까지만 결과만 놓고 따지면 말이야. 」

「 그렇다고 한다면, 과연 그 승리는 얼마나 많은 피를 보고 끝나게 될까 ? 과연 반쪽짜리 불길이, 얼마나 많은 동료의 시체 위에서 승리의 깃발을 펄럭이게 될지 . . 너무 기대되서 참기가 힘드 . . 」

 

시부야 린의 손아귀가, 카에데가 입은 숏스커트 드레스의 멱살을 붙든다. 달조차도 구름에 가려 어두운 밤의 발코니에 선 두 사람의, 두 쌍의 푸른 눈동자만이 그들이 존재함을 알리는 등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를 악문 린의 얼굴을 보며, 카에데의 웃음기 가득한 표정은 도무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 희생 ? 희생이라고 ? 당신만 아니었다면, 애초에 당신만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불리하게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았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거라고 ! 그리고 당신은 머릿속에 가진 그 지식만 아니었으면 . . 」


「 그래애 - . 뭐든지 남 탓으로 돌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 」


「 다시 한번 말해봐 ! 」


「 화내는 모습이 언제나 귀엽네. 그리고 아주, 역겨워. 너의 그 자각없는 멍청함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음과 고통으로 몰고갈런지 기대되. 제발 힘내줘, 린. 짱. 」

 


「 린 ! 그자식 멱살 놔 ! 」

 

뒤이어 들려온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주인은 '괴력난신' 의 무카이 타쿠미. 앱솔루트 나인의 리더였다.

그녀의 고함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에, 린은 칼을 내려놓는다.

 

「 무카이 . . ! . . 알았어. 」


「 후훗, 시간이 됬나 보네요. 」

 

 


그리고 카에데의 말이 저주가 되어 내려온건지, 아니면 정말로 그녀의 말이 옳았던거인지 전쟁중에 일어나는 인명피해와 재난은 끊임이 없었다. 수많은 왕국의 땅이 함락되며 국민들은 호노카 대제의 이름 아래 무참히 도륙되고, 그럼에도 세계의 여론은 왕국 영토에서 잊혀진 연구시설을 찾아내어 마치 아직도 비인도적인 실험이 진행형이라는듯 온 세상에 공표해버린 제국에게 손을 들어줬다. 대대적 국난중인 왕국은 제 때에 대응하지 못했고, 날아오는 비난의 화살을 막을 길 없이 그대로 왕국으로의 원조 거부라는 악수로 꽃히고 말았다. 그로인해 전황은 더욱 왕국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모든것이 불리하게 흘러감에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앱솔루트 나인' 의 맹활약과 뉴제네의 리더인 '혼다 미오' 의 헌신을 비롯한, 많은 희생, 너무나도 많은 수의 죽음의 끝에 . . 왕국은 세계를 흔드는 재앙과 같은 대제를 무찌르고, 승리했다.

그렇다. 승리. 희생 위에 올라간 승리. 린이 들었던 카에데의 말을 상기시켰다.

 

전쟁은 끝났지만, 국제여론은 왕국과의 외교에 비협조적으로 바뀌어갔고 . . 국민들은 전쟁의 상흔속에서 허우적대며 왕실에 구제를 촉구한다. 몰락했던 귀족들은 이때다싶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왕실의 눈에 들기위해 아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추하디 추한 세상에서 자신을 의지하고, 또 자신이 의지하던 '시마무라 우즈키' 는 지금 죽음의 문턱에 서있었다. 자신의 약함때문에, 대제 호노카를 상대할만한 힘을 갖추지 못했기에, 우즈키는 약한 자신을 도와 대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써서는 안될 '검은 태양'의 불결을 휘둘렀다.

'검은 태양'의 댓가로 그녀의 그릇 . . 즉 그녀의 몸과 마음은 점점 '암월의 왕'에게 먹혀들어가고있다.

 


『 모두 다, 너의 약함 때문이야. 』

 

" . . . ! 누구냐 ! "

 

린은 침대 탁상에 놓인 검을 집어들고 곧바로 검집에서 칼을 빼내든다. 아야세 에리와의 싸움에서 역할을 다하고 부러져 반토막이 된 '네버 세이버'에, 푸른 불길이 감겨 횃불처럼 주변을 밝힌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 네가 그 힘이 이끄는 방향에 충실했다면, 타카가키 카에데를 잡아먹고, 아야세 에리를 잡아먹고, 토죠 노조미를 잡아먹고, 사기사와 후미카를 잡아먹었다면 . . 네의 푸른 불길이 지천을 덮을만큼 크고 거셋다면, 훨씬 적은 죽음을 딛고서도 이겼을텐데. 』


『 정말 안타까운건, 네게 일어날 비극이 아직 너무 많다는 거지. 』

 

" . . . ? ! "


커튼에서, 마치 처음부터 커튼과 하나였다는듯이, 테라스의 커튼으로부터 자연스레 흘러나온 사람의 형상을 목격하고 린은 침을 삼킨다.


안에서 나온 사람의 형상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분명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있었지만, 그것으로부터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 마치 속이 텅 비어있는 것 처럼. '그것'은 소녀의 외모로 조용히 웃으며 린에게 다가온다.


푸른 불길을 앞으로 들이밀든 어떻든, 멈추지 않고 다가오는 형상에 린은 이를 악물고, 칼을 쥔 손을 힘껏 내질렀다.

 

" . . . ! ! "

 

『 항상 억세구나. 그 억셈이 잘못된 쪽으로 치우처진 탓에, 네 비극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했지. 』

 

아무렇지 않게 푸른 불길을, 칼날을 붙잡은 맨 손, 그럼에도 불길에 타들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부터 그 불이 자기 것이었다는 것 마냥, 불꽃들을 칼날을 붙든 손아귀로 끌어모으는 지경이었다.

황급히 푸른 불길을 거두지만 . . '그것'과 닿은 불꽃은 마치 주인을 바꾼 것 마냥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그것의 손아귀에 머물렀다.

 


『 하지만 그래서 재미있어. 네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몇번을 봐도 질리지 않으니까. 이번것도 포함해서. 』

 

 


"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말을 하는거야 ? 그보다 당신은 누구지 ? 어떻게 '푸른 힘'을 . . ! "

 


『 나는 조금 달라. 그래. 굳이 말하자면 '푸른 힘' 이라는 명칭의 시초. 』

 

 

소녀의 모습으로부터 전해져오는 목소리는 귀를 거치지 않고 머릿속으로 직접 들어오는 것 같이 강하고 선명하게 울린다. 린은 동공을 축소하며 소녀의 말에 한없이 빠져든다.

 

 


『 일찍이 세상에 '아이돌' 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시작할 무렵에, 나는 그들 사이에 '아이돌'의 이름을 덮어쓴 사도들을 내려보냈다. 하나는 후손을 남겨 현세를 갈라버릴 거대한 검이 되고 또 하나의 사도는 거짓된 복음으로 뒤덮인 나라를 무너뜨리는 철퇴가 되었지. 』


『 허나 그들은 모두 나의 손에서 빋어져 태어난 '피조물' . 하지만, 오직 두 개의 불길만은 달라. 너희들은 특별해. 내가 빚은것이 새의 모습을 흉내낸 인형이라면 너희들은 아직 날 줄 모르는 어린 새. 아, 하나는 이미 야메를 써서 스스로 나는법을 조금 익혔지만. 』

 

 

" 푸른 새 . . ? 내가 . . "

 

 

『 그래, 네가. 내가 만든 인공물들은 자신의 그릇 이상의 것을 담을 수 없도록 되어있지만, 너희들은 특별해. 먹으면 먹을수록, 얻으면 얻을수록 힘과 함께 스스로 담아가는 그릇의 크기를 키워가지. 』

 

『 헌데 너에게 주어진 천부적인 특권을 애써 거부하면서, 스스로의 성장으로 향하는 길을 막고있으니 . . 네 주변이 그 꼴이 나는거야. 』

 


" 아니야 . . 아니야 . . "

 


『 너는 그저 - 도망치고 있을 뿐이야. 네 본능으로부터, 소중한것이 부서진 이유를 무엇보다도 잘 알면서, 그걸 인정하고 받아드리려 하지 않고 회피만 반복해. 』

 


" 그렇지 않아 . . 모두 . . 어쩔 수 . . "

 


『 타카가키 카에데와 맞설 때, 시마무라 우즈키는 어째서 '암월의 왕'과 계약 할 수 밖에 없었을까 ? 』

 

" 그건 . . . ! "

 

『 혼다 미오는 어째서 스스로 헌신해야만 했지 ? 무엇때문에 죽음을 감수해야 했어 ? 』

 


" 그만해 . . ! 그만해 ! 제발 . . "

 


『 이유는 모두 알고있잖아 ? 후후후 . . . 』

 

 

 

 


" 아니야아 - ! ! "

 

 

 


시부야 린이 어린아이처럼 목놓아 소리지른다. 칼을 놓치고 무력함과 눈물이 가득찬 눈을 애써 가리며 흐느끼고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린다. 건너편 소녀의 형상이 배를 부여잡고 신명나게 웃는 모습은 린의 상태와 완전히 대비되어보인다.

 

 

" 아니야 ! 아니야 ! 아니야 ! 그럴리가 ! 그럴리가 ! 아니라고 ! "

 


울음을 멈추고 중얼거리는걸 도로 반복하기 시작하자, 배를 부여잡던 소녀의 손은 도로 등 뒤로 뒷짐지고 소녀의 머리는 고개를 좌우로 휘저어 웃음때문에 흘러나온 눈물을 털어낸다.

 


『 . . .아 ~ 한참 웃었네. 린이 무너지는 모습이 이렇게 보기 재미있다는걸, 과연 몇명이나 알고있을까 ? 』

 


" 나는 . . 나는 . . 으으 . . ! 나, 나느은 . . ! "

 

 


평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연약하고 여려보이는 기사단장의 모습,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약한 모습을 소녀의 형상은 소중한 장난감인 것 마냥 우쭈쭈하며 쓰다듬는다. 등을 한 손으로 천천히 쓸어내리며,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댄다.

 

 


『 명심하렴, 아기새야. '너의 약함'은 비극만을 낳을 뿐이라는걸. 』

 

" 으. . 으으윽. . 크흑. . . "

 

 


그 말을 마친 직후 몸을 확 일으키며 거리를 벌릴 뿐 만 아니라, 한 걸음도 걷지 않음에도 마치 바닥이 저절로 움직이듯 소녀의 형상은 도로 커튼쪽으로 흘러가듯 이동하기 시작한다.

형상이 선명한 푸른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익살스러운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표하는걸, 무력한 소녀는 눈물을 흘기며 허탈한 마음으로 처다 볼 따름이었다.

 

 


『 오늘 이야기 너 - 무 즐거웠어. 나중에 내가 내킬 때 또 보자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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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브랜드 열차거포

 

「 보그래이. 피날레를 알리는 축포인기라. 동시에 이 축포가 왕국의 백기를 보여주는 조명이 되어줄기다. 」

 

오토노키자카 제국 최고의 두뇌들이 호노카 대제의 명 아래에 만든 거대열차와 그 차량에 장착된 길이 30m 에 달하는 거포를 총칭하는 말이다. 

제국은 비공정을 이용한 '공중전'과 '일방적인 화력을 통한 선제공략' 으로 승기를 거의 잡아갈 무렵,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이 죽음의 열차를 시운전할 레일을 자기네와 점령한 왕국영토를 가로지르는 순환선의 형태로 설치했다. 곧바로 노 브랜드 열차는 거체에 어울리지 않는 시속 80킬로미터/h 가 넘는 속력으로 레일을 질주하며, 최대사거리 72 마일 안에 드는 모든 왕국의 땅을 무차별적으로 포격하여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열차거포는 어디까지나 제대로 된 테스트 없이 전쟁중 첫 시동된 병기였던 만큼, 어느정도 결함이 존재했고 . . '앱솔루트 나인' 의 멤버이자 미시로 왕실 수석과학자인 '이치노세 시키' 에게 그것이 간파되어, 특공목적으로 침투한 시부야 린에 의해 운행이 정지되고, 열차의 대포는 푸른 불꽃에 과열되어 자멸했다.

 

사실 노 브랜드 열차의 운전 실패만으로는 제국에 큰 타격이 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열차에서 군의 지휘를 행하던 '뮤즈' 의 일원이자 실질적인 군수통제권자인 '아야세 에리' 와 '토죠 노조미' 가 패퇴하고, 에리 측은 중상을 입고 전선복귀가 힘들어졌다는 사실이 진영에 퍼진탓에, '린 ', '하나요', '마키' 의 이미 세 '뮤즈'의 죽음으로 한번 크게 혼란을 겪었던 제국군이 재기불능정도로 전의를 상실함으로서, 왕국의 대대적 반격에 당하는 결과를 낳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아이올라이트 블루

『 푸른 불꽃의 힘 』

 

세계의 ' 아이돌' 이 지닌 고유의 초능력 중 하나 . . 라고 세간에 알려져있는 것.

그러나 실상은 다르며, '아이돌'이 초능력을 지닌 존재들이라면 이 '푸른 힘' 을 지닌 이들은 그 아이돌의 안티테제의 개념.

이 힘을 지닌 생명들은 극히 소수이며, 기록도 전무하기 때문에 세계의 대부분의 이들이 '푸른 불꽃'을 '시부야 린' 이 지닌 아이돌로서 고유의 능력이라고 여긴다. 허나, 타카가키 카에데는 뉴제네 기사단과 맞설 때 언령의 힘만으로는 린의 불꽃이 지닌 '능력의 부분 무효화'를 상대하기 껄끄럽다는걸 인지하고 의식하여 한평생을 숨겨왔던 '푸른 불길' 을 사용했다.

 

이토록 린만이 가진 고유의 힘조차도 아니고 도무지 근원을 추정 할 수 없는 이 불꽃은 위에서 서술하였듯이 불길에 닿은, 능력으로 생성된 물체를 '지워버린' 다거나, 혹은 능력의 영향을 받은 무언가에서 '능력'을 걷어내는 힘을 지니고있다.  그리고 이 힘은 아마도 사용자의 단련역량이나 뭔가의 계기를 통해 성장 할 수 있는 모양이며, 실제로 린의 불꽃은 세기를 약하게 하는 것 정도였던 우즈키의 신성한 태양의 섬광을 타카가키 카에데는 푸른 불의 벽으로 완전히 차단해버렸었다.

 

이 '푸른 힘' 은 공식적으로는 오로지 '시부야 린' 만이 가지고있다고 알려져있지만, '사기사와 후미카' 나 '타카가키 카에데' 와 같은, 푸른 불길을 숨긴 이들이 더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가끔씩 저 너머 오지로부터 들려오는 '푸른 새' 라는 단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소문도 떠도나, 근거 없는 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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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린입니다. 찡징거리는 시부링 ! 그리고 웃는것은 . . 누구인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설정을 총망라한 한 편을 쓰려고 하는데 넘나 힘든것 ㅠㅠ

 

여기까지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신데렐라 판타지는 여러분의 참여를 적극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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