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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6.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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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7, 2012 16:29에 작성됨.

-미나세 이오리-
오늘은 스케줄이 일찍 끝나 집에서 프로듀서의 방에 설치한 카메라를 확인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스케줄 중간에 잠시 쉬러 들어온 듯 한 내 하인과 리카의 모습이 나왔다. 둘은 침대 위에 있었는데, 리카의 긴 머리를 프로듀서가 상냥하게 다듬어주고 있었다.


“나도 해줬으면 좋을텐데…….”


화면 속에 기분 좋아 보이는 리카의 표정을 보니 부러움과 질투심이 마구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 머리도 틀림없이 부드럽고 멋지다. 


-뭐 하는 거야?
-그냥. 좋은 향이 날 것 같아서. 그리고 생각대로 리카의 머리카락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 
“정말 바보 같이! 저런 여자의 머리카락이나 좋아하고! 그리고 당신은 또 뭐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좋아하는 거야!”


리카의 머리카락의 냄새를 맞는 프로듀서의 행동에 결국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폭발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리카도 싫지 않은 듯 부끄러워하면서도 웃고 있었다.


“내 머리도 부드럽고 향이 좋단 말이야! 정말 멍청한 하인이! 네가 만져야 할 머리는 내 머리 뿐이라고!”


실컷 소리치다가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소파에 앉았다. 이를 악물며 화면을 응시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화면을 보면서 내 입에서는 쉬지 않고 이 말들이 반복되었다. 그냥 일을 벌려버리고 싶었다. 프로듀서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일을 벌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프로듀서가 눈치 채게 일을 벌이면 미움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는 의미가 없다.
화면 안에서는 둘이 같이 넘어져 침대 위로 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힘이 들어갔다. 


“뭐야, 일어서! 일어서란 말이야!”


같이 포개어 침대에 누워있는 둘의 모습을 보고 초조해져 그렇게 소리치고 말았다. 내 눈에는 리카의 목덜미를 핥는 프로듀서의 눈이 비쳤다.
할짝


-하아, 이제 그만 비켜……. 히익!
“아아악!”


소리치면서 옆에 잡힌 베개를 그대로 벽걸이TV에 던져버렸다. 가벼운 베개라 부서진다거나 하는 건 없었다.


“후- 후-”


심호흡을 하면 텔레비전을 계속 주시했다. 고문이었다. 프로듀서가 다른 여자, 그것도 나에게서 프로듀서를 뺏어간 여자와 애정행각을 벌이는 모습은 정말 고역이었다.


-……목에 키, 키스마크 같은 거나 남기고!


까득
결국 이를 갈고 말았다. 저 순진한 남자가 멍청한 여자에게 속아 저리 홀딱 빠진 것을 보자니 속이 안 좋았다.
키스마크. 
난 내 목덜미에 손을 가져갔다. 거기에는 부드러운 내 피부만이 만져질 뿐이었다. 뭐야. 왜 저 여자야.


“정말!”


화가나 리모컨을 TV모니터에 던져버렸다. 이번에는 충격이 있었는지 화면이 바로 꺼져버렸다.


“하아- 하아-”


거칠어진 숨소리를 조절하지 않고 이번에는 다른 리모컨으로 프로듀서의 차안에 설치한 카메라를 기동시켰다. 


-위자료가 얼만데?
-당신의 모든 인생


그러자 고장 나지는 않았는지 꺼졌던 벽걸이의 텔레비전이 바로 켜지면서 서로 이런 대화를 나누며 키스를 나누는 둘의 모습이 보였다.


“이익, 으아아아아악!”


집어 던졌다.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모두 집어던졌다. 화분도, 베개도 액자도 컵도. 깨지는 거든 부서지는 거든 뭐든 신경치 않고 던져버렸다. 


“용서 못해, 절대, 절대로 용서 못해!”


꼭 되찾아 올 것이다. 
저런 여자에게 흘린 내 하인도 절대 용서 못한다. 
평생 내 밑에서 나만을 위해 봉사하게 할 것이다.
다른 여자들을 만날 수 없도록 섬 같은데에 가둬놓고 평생 나만 바라보게 할 것이다.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들어 하인에게 전화했다. 하인의 전화번호 같은 건 이미 입수해 놓은 상태였다.
신호음이 가고 프로듀서가 받았다.


-여보세요.
“야 하인! 왜 나에게만 안 찾아오는 거야!”
-엑, 이오리? 


화면에는 놀라는 프로듀서의 모습이 나왔다. 화면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핸드폰의 목소리가 이중으로 울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맞아! 뭐야 대체! 하루카도, 치하야도, 아즈사도, 미키도. 하다못해 코토리까지 만났으면서 왜 나만 아직 만나러 안 오는 거야!”


생각해보니 나만 정작 내 하인을 만나지 못했다. 히비키와 야요이도 멀리서라도 프로듀서를 직접 봤는데, 나만 보지를 못했다. 화면으로 이렇게 매일 보고는 있지만 이런 걸로 만족될 리가 없다. 그래서 진심으로 화가나 짜증을 내었다.


-아니, 그 사람들은 우연히 만난 건데…….
“거짓말! 코토리는 니가 직접 불렀잖아!”


저번에 기쁜 얼굴로 프로듀서를 만나러 갔던 코토리의 얼굴이 기억났다. 코토리는 ‘전 프로듀서가 불러서 가요.’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나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그렇기는 하지만…….
“뭐야……. 설마 나는 안 보고 싶었던 거야?”


부정하지 않는 프로듀서의 모습에 왠지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열내는 것은 나뿐이었다. 어쩌면 녀석은 정말 나 따위는 신경도 안 쓰고 리카랑 단 둘이 있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래 어쩌면 지금 내 전화도 방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좋은 분위기를 내가 방해한 것이니깐.


-아, 아니야! 단지 리카의 스케줄이 바빠서 시간이 안 났던 것뿐이야! 기회만 되면 모두 만나러 가고 싶었어.


화면 안에서 당황하는 프로듀서의 모습이 보였다.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니 저 말은 사실일 것이다.


“……정말이야”
-정말이야!


그 말에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럼 내일 바빠?”
-내일은 10시면 스케줄이 끝나.
“그럼 내일 그때 765프로에 와. 환영파티 해줄게! 모두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사실 이건 갑작스럽게 정한 일이었지만, 만일하게 된다면 내일 밖에 시간이 없었다. 내일은 나만이 아닌 다른 아이들도 일이 비는 날이기 때문이다. 즉 내일 밖에 시간이 없는 것이다.


-에, 내일?
“……안 되는 거야?”


예전처럼 강요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지금은 내 프로듀서가 아니니깐. 이것을 자각하는 순간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의 관계는 이렇게 벌어져 버렸구나.
화면 안에는 어떻게 하지하고 당황하며 리카를 바라보는 프로듀서의 모습이 보였다. 그 이유를 안다. 내일 스케줄이 끝나면 저 리카란 망할 여자와 약속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저 여자가 유혹한 약속. 난 어리단 이유로 무기로 삼을 수 없는 성인 여성의 몸을 무기로 삼은 저질 같은 약속. 
저 망할 창녀!
그때 리카란 여자가 프로듀서의 핸드폰을 빼앗아버렸다. 


-안녕하세요 이오리양. 저 리카라 해요.
“에, 리카씨? 왜 리카씨가…….”


젠장, 오랜 만에 녀석과 직접 대화하는 거였는데. 이런 시간까지 뺏어야 속이 시원한 건가?
정말 구제불능의 여자였다. 어차피 용서 같은 건 안할거지만 말이다.


-죄송해요. 옆에서 같이 듣고 있었거든요. 아직 제 스케줄이 끝나지 않아서요. 저기, 뻔뻔하지만 그 파티에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주제파악을 해!하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래도 옆에 프로듀서가 있으니 화를 삭이며 다소곳하게 대답했다.


“리카씨도요?”
-네. 그럼 제 프로듀서도 확실히 갈 거예요.”


젠장. 그래야만 프로듀서가 온다는 것을 알고 난 결국 허락할 수 밖에 없었다.


“……환영 할게요 리카씨! 꼭 제 하인을 끌고 오세요!”
-하인이라니……. 일단 제 프로듀서인데.


망할 여자가! 그렇게 자신의 것이라고 강조를 하고 싶은 걸까? 좋아, 잘 된 일이다. 내일 직접 이 여자와 대면해 어떤 여자인지 제대로 평가해주겠어. 
당장은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그 첫 단계로서 직접 그 얼굴을 봐주고, 최대한 경고는 해주겠어. 
이게 내 마지막 자비였다.


“내일 11시까지! 765프로듀서에 오시면 되요! 꼭 와주세요!”


그리고 통화를 내 쪽에서 껐다. 이 이상은 역겨워서 저 여자와 더 이상 대화를 해나갈 자신이 없었다. 자치 잘못하면 저속한 말들을 쏟아낼 지도 모른다. 
아직은 안 된다. 저 여자 옆에 내 바보 같은 하인이 있는 동안은 참아내야 한다. 
화면 안에는 나와 통화를 끝낸 후에 대화를 나누는 둘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후후. 거기다 내일 만나면 거기의 사람들에게만은 밝히고 싶어. 우리 둘이 연인이라는 걸 말이야.


뭐라고? 
저말을 듣고 난 벙찌고 말았다. 대체 저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설마 저렇게까지 머리가 나쁘다는 건가? 나보다 더 유명하다는 톱 아이돌이?  


-저기 그건 좀…….
-숨기기만 하는 건 싫어. 그리고 미키씨를 만나고서 확신했어. 당신과 같이했던 765프로의 아이들이라면 틀림없이 우리를 축복해주며 축하해 줄 거야. 아이돌 때는 모두에게 알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알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알리고 싶어.


“풋, 후후, 니히히히히힛!”


난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당신 최고야, 정말 최고야. 당신 처음으로 날 웃겼어.”


뭐라고, 축복해달라고?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당신과 내 하인의 사이를 인정해주고, 축복해서 순순히 마음을 접고 물러나라고?


“후하하하하- 뭔 헛소릴 지껄이는 거야!”


정말 뚫린 입이라고 마음껏 지껄인다. 그리고 망상도 코토리보다 더 했다. 어떤 마약을 해야 저런 망상을 할 수 있는 거지?
설마 주제에 자신이 진정 저 남자와 어울리는 여자라 생각하는 건가?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럼 내일 내 환영파티 때 모두에게 알려주지. 난 리카랑 사귀고 있다고 말이야. 그럼 모두 놀라거야. ‘에, P씨가 여자친구를?’라면서 말이야. 아니면 ‘오빠도 참, 리카씨랑 짜고서 서프라이즈란거구나!’라며 믿지 않거나.


그렇다. 믿을 리가 없다. 저런 멍청한 여자를 프로듀서가 선택했다고 말이다. 내 하인이 저런 여자를 선택했다고? 누가 믿을 까. 아무도 안 믿을 것이다.


-쿡, 그러면 그 때는 내가 확실히 모두가 믿을 수 있도록 할게.
-어떻게?
-늘 하던 방식대로 이렇게 말이야. 
“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힛! 그래 좋아, 내일 꼭 와. 꼭 오세요.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꼭.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힛!”


둘의 키스하는 모습을 보며 광분하는 대신 광소하며 난 내일 있을 리카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어떤 모습으로, 어떤 얼굴로 만나게 될까.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타카츠키 야요이-
이오리한테서 내일 프로듀서랑 리카씨가 온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내 멋대로 잡아버려서 미안해! 다른 프로듀서와 리츠코,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내가 연락할게. 근데 내일 가능할까? 식사는 역시 출장요리사를 불러서…….
“그건 안 돼 이오리! 요리는 내가 할게! 나 혼자서 충분히 모두가 먹을 음식을 만들 수 있어! 오랜만에 만나는 프로듀서니깐 직접 한 음식을 드리고 싶어!” 


제가 그리 말하며 완강히 반대하자 이오리는 바로 수긍해주었어요.


-알았어, 야요이. 그럼 요리는 야요이에게 맡길게. 아마 하루카나 유키호도 도와준다고 할 거야.
“응. 그럼 내일 요리는 나에게 맡겨! 내일은 시간도 많으니깐!”
-니히힛! 알았어. 그럼 내일 봐 야요이!


그리 말하고 전화가 끊겼어요. 


“내일 프로듀서를 만나는 구나! 이번에는 전화번호 물어봐야지. 아, 이오리짱도 알고 있던 것 같은데 물어볼 걸…….”


그러고보니 이오리는 어떻게 프로듀서의 번호를 알고 있는 걸까요? 누구에게 물어본 걸까요?


“우웃!, 내일 힘내자! 그리고 프로듀서를 다음에 집에 초대해야지!”


다시 숙주나물 축제를 할 거예요. 프로듀서가 오면 동생들도 기뻐할 거구요. 정말 내일이 기대되요!


“리카씨도 오신다고 했지. 프로듀서씨랑 리카씨는 서로 사귀는 건가?”


저번에 둘이 키스하는 걸 봤을 때는 놀랐어요. 그 때 리카씨는 프로듀서보고 자기가 프로듀서의 마지막 아이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프로듀서는 그 이야기를 받아들였을까요? 이것도 물어봐야겠어요.
그리고 둘이 키스했다는 건 둘이서 사귀고 있다는 거겠죠? 이것도 내일 둘이 오면 물어봐야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걸까요? 
두 사람을 생각하니 미키씨가 걱정이에요. 미키씨는 그렇게 프로듀서씨를 따랐는데…….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프로듀서를 좋아하니깐 두 사람이 연인이 되었다면 자기 일처럼 좋아해줄지도 몰라요!
물론 저도 두 사람을 축하해줄 거고요!
 



 

-아마미 하루카-
내일 프로듀서가 온다고 이오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미안해 하루카!
“하하, 아니야 이오리. 오히려 잘했어! 이렇게라도 아니면 언제 프로듀서를 보겠어. 리카씨 때문에 바쁜데.”


그래, 그 어리석은 여자 때문에 프로듀서는 일본에 돌아오고서도 우리를 만날 시간이 없었다.


“그럼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전달해둘게! 치하야랑 아즈사씨, 타카네, 미키, 아미마미한테만 전하면 되는 거 맞지?근데 요리는 어떻게 할거야?”
-야요이가 직접 한다고 했어.
“좋아, 그럼 내일은 일찍 끝나니깐 나도 솜씨를 보여줘야지! 후후. 그럼 내일 봐 이오리!”
-응. 내일 봐 하루카.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즐겁게 통화를 한 후 전화를 끊다가 프로듀서를 직접 만날 일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때는 방송 때문에 제대로 못 만났는데. 내일은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어.”


일단 달콤한 과자와 케이크를 구워야겠지. 프로듀서를 환영하는 파티니깐. 내 과자를 늘 맛있게 드셨으니깐, 좀 많이 만들어도 괜찮겠지? 남으면 프로듀서씨에게 싸가라고 하자!


“근데 리카씨도 온다고?”


그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
정말 어리석은 여자다. 분위기와, 주제파악을 그리 못하다니. 왜 자기도 오려하는 거지? 설마 자기를 반갑게 마지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자기가 보내준 프로듀서로 우리가 이렇게 성공했으니 반겨 줄 거란 망상에 젖어 있는 걸까?
어쩌면 순수한 의도로 온 것일지도 모른다.


“일단 둘이 사귀고 있는 건 비밀로 하는 것 같고.”


일단 둘의 교제는 대외적으로는 비밀인 듯 하다. 나도 이오리가 갖고 있던 사진을 안 봤다면 몰랐을 테니 말이다. 우리 프로덕션에는 둘이 사귀고 있단 걸 몇 명이나 알까?
일단 이오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사진을 갖고 있었으니깐. 미키도 알지 않을까? 맨날 그렇게 허니허니 하면서 따르고 있었는데. 아니, 비밀로 만나는 거니 미키에게는 더욱더 숨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부분에서는 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대놓고 우리 사겨요~ 하고 광고를 했다면 난 지금처럼 참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서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간 사람이다. 우리에게서 소중한 프로듀서를 빼앗아간 사람이다. 그 사람이 우리에게 해준 것은 단순한 겉치레나 마찬 가지였다.
평생을 프로듀서를 책임지며 살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이 프로듀서와 친하게 지내도 결국 마지막에 프로듀서랑 이어지는 사람은 나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서 프로듀서를 뺏어간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 은퇴하면 프로듀서에게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했지. 후후”


가장 바보 같은 행동을 계획한 것에 그것을 비웃었다. 프로듀서랑 결혼한다고? 그게 가능할 거라 진심으로 믿고 있는 걸까. 지금은 연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하는 걸까? 
지금은 잠시 동안 프로듀서를 나에게 빌려간 것에 불가하다. 평생 대여 같은게, 가능 할 리가 없다. 이제 곧 돌려받아야 한다.
그보다 궁금하긴 하다.


“내일 우리들 앞에서 둘의 관계가 어떻게 숨길 생각이지?”


그것을 보고 비웃어 주는 것도 좋을 일이다. 답답하겠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들 사이에 끼어서 그 호의를 받는 모습을 구경하는 건. 
그 여자를 괴롭히기 위해서도 더더욱 프로듀서에게 어리광을 피울 생각이다. 그 여자는 어떻게 할까? 
둘의 관계를 숨겨야만 하니 속으로 기분이 나빠도 참아야만 할 것이다. 프로듀서도 당황하면서 어떻게 변명도 못하고 나의 호의를 받아들일 것이다.
내일이 기대된다. 어떻게 놀려주게 될지.



 

-키사라기 치하야-
내 방에서 멍하니 쪼그리고 앉아 벽에 기대고 있었다.
내일 프로듀서가 우리 프로덕션에 놀러온다고 하루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프로듀서를 만나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여자도 만나게 되는 것은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 때 리카씨의 노래를 들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욱신거린다. 그리고 다시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프로듀서의 옆을 뺏겼다.
다음에는 프로듀서와의 시간을 뺏겼다.
그 다음에는 나에게 왔어야할 프로듀서의 노력을 뺏겼다.
그리고 프로듀서와 함께 갔어야할 미국에서의 성공을 뺏겼다.
마지막으로 노래까지 뺏겨버렸다.
모두 뺏겨버렸다. 내가 가졌어야 할 걸 리카씨는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뺏어갔다. 본인은 몰랐을 것이다. 본인에게 온 것들이 사실은 나에게 향했어야 함을. 
하지만 몰랐다고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천천히 내것을 찾을 생각이다.
모두 뺏겼다. 모두. 
…….
…정말 모두 뺏긴 걸까?
이 가슴의 욱신거리는 아픔은 모두 다 뺏겼다는 절망감에 생기는 고통인 걸까?
멍하니 벽에 기대어 내 책상에 있는 프로듀서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았다. 동생 유우의 옆에 있는 사진. 나와 프로듀서는 사진 안에서 같이 웃고 있었다.
프로듀서를 빼앗긴게 왜이리 가슴이 아플까.
왜 프로듀서를 생각하면 이렇게 가슴이 욱신거리는 걸까.
그리고 왜 프로듀서를 만날 수 있단 걸 생각하면 이렇게 기쁜 걸까.
왜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걸까. 
아니, 이유는 알고 있었다. 단지,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는 나의 프로듀서니깐. 그와의 관계를 망칠지도 모를 이런 감정을 숨겨야만 했으니깐. 그래서 무의식중에 이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더 이상 나의 프로듀서가 아니니깐.
그러니, 더 이상 참고 숨길 필요 없다.
프로듀서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아직 모든 걸 뺏긴게 아니야.”


설사 리카씨가 프로듀서의 옆에 있다고 해서, 그의 연인인 건 아니다. 물론 그렇게 가까이 있으면 언젠가 그리 될지도 모른다.
내 얼굴에는 서서히 미소가 떠올랐다.


“일단 프로듀서의 마음부터 되찾아 오겠어.”


둘은 단순한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일 것이다. 톱 아이돌인 리카씨가 프로듀서를 사랑할리는 없다. 자신의 성공에 프로듀서가 필요해 그를 가져간 것 뿐이지. 그럴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빨리 실행해야 한다.


“내일 프로듀서에게 고백 하겠어.”


내일 밖에 시간이 없으니깐. 둘이 연인이 되기 전에 내 쪽에서 먼저 프로듀서의 마음을 뺏어올 것이다.
갑작스런 일이지만, 프로듀서는 순진하니깐 단순히 고백을 받은 것만으로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 아니, 받아 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나를 떠나기 전 그와 나 사이에 쌓아둔 신뢰는 깊은 것이었다.
리카씨가 끼어들 수 없을 만큼.


“프로듀서씨, 사랑해요.”


말하고서 내 스스로 부끄러워 얼굴을 다리 사이에 파묻고 말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간단한 연습만으로 부끄러워서 어떻게 하려고.
상상만으로 첫 라이브 공연을 할 때보다도 더 떨렸다.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나는 실전에 강하니깐. 아, 그러고보니 더 이상 프로듀서가 아니잖아?


“후후, P씨 사랑해요.”


꼭 받아줄 것이다. 그에게 연인만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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