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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싫은 P와 안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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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8, 2016 04:29에 작성됨.

“아, 일하기 싫다.”
사무소 한 편, 일단 이곳의 규칙인 만큼 정장을 입고 있기는 한 남자는. 취직도 못하고 슬프게 하루하루 눈칫밥과 서러움을 삼키는 사람들에게는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으면서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또 그러신다.”
“아니 그렇지만 말입니다. 안즈 일 시키는 것도 진짜 큰일이라구요. 아시잖아요.”
남자는 자신과는 정 반대편에서 분홍색 거대 토끼 쿠션에 몸을 파묻은 타칭 아이돌 자칭 니트 소녀를 가리키며 한숨을 푹 쉬었다. 부럽다. 그런 생각이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애초에 왜 제가 저 아이를 맡게 된 겁니까?”
“일개 신입 프로듀서한테 문제아를 맡기는 심정으로 던져드렸다-가 맞는 말이겠죠? 설마 그게 그렇게 신의 한 수였을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만요.”
“신랄하시구만요. 치히로씨. 하긴 하루에 수십 개의 사무실을 오가면서 잡무를 하다 보면 그럴 법도 하죠. 음음.”
“어머나? 제 나름대로의 칭찬이었는데요?”
“아무리 되씹어봐도 문제아와 신입주제에 나대지 말고 일 좀 해라라는 말로 들리는 건 제 착각일까요?”
“음. 다음 미시로 정기검진 때 청력검사는 패스해도 괜찮겠네요.”
한창 그렇게 신랄하게 말을 주고받았음에도, 그 문제의 문제아께서는 미동도 하질 않으신다. 일이 있었다면 흔들던 물에 담그던 해서 깨웠겠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오프였다. 처음에 그렇게 만났고 그렇게 약속을 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넌 어쩌다 그런 꼬라지가 됐냐?”
“그러는 그쪽도 변변치 않아 보이는 걸.”
“오오 그럼, 간만에 일 좀 해보자고 사회에 뛰어들었더니 일하기 싫다는 녀석의 담당이 되면 누구든 변변치 않아지지.”
애 상대로 이 무슨 유치한 말싸움인지.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당시에는 그냥 되는 대로 뱉은 말이었지만, 안즈나 그에게 있어서 그건 꽤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그날 작은 소녀에게서 비친 묘한 그림자에 남자는 입술을 깨물었고,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소녀는 어딘지 불안함을 느꼈던 것에.
“이봐.”
“응~ 듣곤 있어.”
“일이다.”
“에엑? 안즈는 오늘 오프라구? 갑자기 예정 외의 일이라니? 약속이랑 다르다구~”
“그렇지?”
“하?”
당황한 소녀는 몸을 살짝 일으켜서 그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이건 처음 일을 하고 난 뒤의 이야기다. 그 방송 당시에 소녀가 보여준 모습은 남자의 심장을 거세게 잡아뜯었고, 더불어 제법 많은 사람들의 심장박동을 거세게 만든 모양이었다. 본래 둘의 약속은 주 4회의 휴식과 최대한 간단한 일을 하기로 했던 것이었지만, 폭풍처럼 몰려드는 요청에 남자는 별 수 없이 일단 일을 고르고 골랐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생겨나는 일은 생기는 법이다.
“됐다. 푹 쉬어라.”
“어어? 잠깐만 프로듀서, 무슨 일인지 정도는 얘기해줘.”
“들으면 그만둘 수 없을 텐데?”
“뭐야. 갑자기 뭔데 그러냐구.”
“전무님의 특별요청.”
“겍.”
둘 다 침묵했다. 남자는 쓰게 웃으면서, 소녀는 인상을 팍 구기면서. 전무가 싫은 건 아니었다. 그저 전무가 주는 일을 거절하고 나면 폭풍이 반동으로 돌아오기에 가능하면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싶었을 뿐이다. 다만-
“그러면-“
“그러면 보고서 제출하고 온다.”
“아, 잠깐만-“
“넌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내가 거절하기로 한 거다. 넌 전혀 상관 없어. 일 하지 않는 아이돌 후타바 안즈. 그거면 된 거잖아.”
남자는, 어느 정도 소녀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이 겹쳤다. 흔히 말하는 성격적인 문제가 크다면 큰 부류. 안즈는 다행히 성격이 나쁘진 않았다. 적어도, 자신처럼 모나가지고 사람들과 싸우려 들진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 남자도, 움직이는 걸 싫어했고,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안즈와 같은 부분이 있다면 지극히 머리가 좋다는 것 정도일까. 그리고 보통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만 움직였다. 안즈는 그것이 없어서 아직 움직이지 않다가- 더 움직이지 않기 위해서 아이돌이 되려 했다. 인세를 받게만 된다면 굳이 크게 움직일 필요도 없으니까.
반면에 남자는 하나 알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그것 하나를 위해서 남자는 움직였다. 필요한 만큼만 출석하고, 성적도 필요한 만큼만 맞췄다. 본래라면 원래 하던 일을 계속 하려고 했으나 정말- 정말로 우연찮은 계기로 이쪽 업계에 뛰어들어버렸다.
그리고 소녀를 만났다.
“있잖아. 프로듀서.”
이건 또, 아마 소녀가 나름대로 인기를 확립해서 하고 싶은 일을 제법 고를 수 있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이 때는 소녀도, 남자도 제법 괜찮게 일하는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어쨌든 이제 아쉬운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으니까.
이쯤에서 안즈는 인세계산을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시작했고, 남자도 그에 맞춰서 계획을 움직였다.
“뭐야.”
“왜 안즈한테 맞춰주는 거야?”
“허?”
“보통이라면 안즈가 일 안 하겠다고 하면 억지로 시킨다고? 물론 안즈가 곱게 하진 않겠지만.”
덕분에 이리저리 숨어있다가 잡히는 걸 반복, 문제아로 낙인이 찍혀버려서, 마침 쫓겨나려던 찰나였다. 마침 그 때 이 남자가 와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인세작전은 실패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서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을 것이다.
“별 쓸데없는 걸 다 물어보네.”
“아니, 꽤 중요하거든. 게다가 안 한다고 하면 욕먹는 건 프로듀서지 내가 아니라구?”
“너도 제법 먹었잖아.”
“안즈야, 안즈가 한 일이니까 안즈가 욕먹고 그러는 건 당연해. 문제는 거기서 왜 그걸 프로듀서가 대신 받아주냐는 거지.”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한 건데? 여유가 넘치나 보지? 아- 그야 언제나 넘치긴 했지.”
“안즈는 지금 진지하게 묻고 있는데.”
살짝- 토라졌다. 설마 이 소녀가 이런 표정을 지을 줄이야. 전혀 생각도 못했기에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토끼 쿠션에서 상반신을 일으킨 소녀의 머리는 그가 쭈그리고 앉아야 닿을 정도로 낮았다.
“너와 나는 제법 비슷하다고 생각해.”
“어떤 점에서?”
“나도, 일하기 싫고, 너도 일하기 싫잖아.”
“최악의 콤비네 그거.”
“그렇지 않냐? 그래서 치히로씨가 고생하고.”
“아, 그건 거짓말이잖아. 치히로씨한테 폐 안 끼치려고 필요한 일만큼은 딱딱 해두면서.”
“뭐냐. 거기까지 알고 있었냐?”
“안즈를 무시하면 곤란한데? 안즈 이래보여도 엄청 똑똑하다고?”
네네. 그러시겠죠. 그렇게 웃으면서 남자는 다시 소녀의 이마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밀면서 일어났다. 의외로 힘이 센 탓에 그대로 토끼 쿠션에 파묻힌 소녀는 불만 살짝에 포근함을 더하며 투덜거렸다.
“네가 17살이니까. 라고 해둘까.”
“어?”
“한창 제멋대로 하고 싶을 나이라고 난 생각하는데.”
“뭐야 그게.”
하려면 결혼도 할 수 있는 나이지만, 적어도 남자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그거다.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누군가가 대신 해줬으면 했을 뿐이다.
“나도 머리는 좋은 편이었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었지. 근데- 그게 제법 어렵더라고.”
“그래서?”
“그걸 네가 대신 해준다면, 그건 그것대로 기쁠 것 같아서.”
그녀가 해낸다면- 적어도 그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는 뜻이니까. 그렇기에 남자는 소녀를 아꼈다. 삐뚤어진 감정이라 해도 변명할 말이 없긴 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남이 이루길 바라고 그 등을 떠민다면 그건 지극히 커다란 죄악이다.
“그러니까 안즈, 뭐냐.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그거다.”
이까짓 세상, 어차피 그나 안즈에게는 결국 정보의 덩어리일 뿐. 하고자 한다면 그 둘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다. 좀만 머리를 쓴다면 유행을 파악하고 주식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일어날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앞서는 법이다.
다만, 그 방법은 그 둘에게 있어서 정말 최후의 방법이기도 했다. 어쨌든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조사를 해야하고 그렇다는 건 결국 머리를 써야한다는 뜻이니까.
일하고 싶지 않은 두 사람에게 그런 일은 사절이었다.
“이놈의 세상, 멋대로 살아. 하고 싶은 대로 살아. 맘껏. 난 최선을 다해서 그걸 돕지.”
“그건-“
“그게, 나의 프로듀스다.”
그냥 하고 싶은 일을 이뤄주자 그것뿐. 어딘가 잘못되었을지 모르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녀 후타바 안즈는 거기서 여태까지 해오던 인세계산을 조금 고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다시 지금의 이야기지만, 여전히 후타바 안즈는 아이돌로 일하고 있고 –물론,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남자는 일하지 않는 안즈를 위해서 열심히 프로듀스를 하고 있다. 그건 정말로 웃기면서도,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예를 들자면 지금 거기 보고할 서류를 받으면서 웃고 있는 사무원씨라던가.
“두 사람, 언제 은퇴할 계획이에요?”
“안즈가 조금 더 하겠다고 해서요.”
“아직 이거로는 조금 모자랄까 싶어서.”
뭐, 제법 그럴싸한 한 쌍으로는 보이는 모양이다.
확실히 괜찮지 않은가. 일하기 싫어하는 프로듀서와, 일하기 싫어하는 아이돌. 그렇지만 서로를 위해서라면 무엇 하나 아끼지 않고 다 내던질 사람들. 아주 가끔씩만 -본심-을 내비치는 그런 사람들.
“아, 프로듀서-“
“응?”
“이번 주말에 안즈는 오프야?”
“어- 일단은.”
“그날 프로듀서도 오프였으면 좋겠는데.”
“흐음. 어디보자. 아. 괜찮네.”
달력과 가득 쌓인 계획서들을 가볍게 훑어보고 낸 빠른 결론이지만, 누구도 그 행동에 태클을 못 걸 것이다. 그만큼 정확하고 완벽한 판단은 없을 테니까.
“저기- 일단 말해두지만 조심해둬요?”
“아, 괜찮아요. 어차피 방에 틀어박혀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할 거니까.”
“하루 종일-“
“아- 맞다. 이거 말하면 혼날 것 같은데.”
“응?”
“저번 게임 데이터 지워버렸어. 실수로.”
“진짜냐.”
“응. 진짜로. 무심코.”
“아- 갑자기 일하기 싫어진다.”
“원래 안 하고 있었잖아욧!!”
“아 참. 생각하기 귀찮아서 안 했다가 깜빡했습니다.”
“P씨. 그 영역은 위험하다구요? 일하지 않는데 일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면 위험하다구요?”
“에에- 그런가요?”
“하아. 뭐, 늘 일은 제대로 해주시니까 상관없지만. 적당히 해주세요.”
“예이.”
그렇지만- 역시 게임 데이터가 날아갔단 소리는 아무래도 데미지가 컸다. 게다가 겨우 장비도 다 맞췄는데, 물욕센서를 이겨내고 겨우 맞춘 장비였는데.
“하아, 안즈, 게임이나 할래?”
“오- 그럴까?”
“그러니까 둘 다 일해주세요!”
“쳇.”
“쳇.”
뭐어- 아무튼간 그거다.
일하기 싫어하는 어느 아이돌과, 어떤 일하기 싫어하는 프로듀서의 사무실은 오늘도 평화롭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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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음...

담당 아이돌과 성격이 똑같은 P가 같이 일하면 어떻게 될까 라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 첫 타자인 안즈는- 뭐라고할까.

본인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싶어하는 아이돌과

그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커버린 어른의 이야기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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