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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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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7, 2012 16:24에 작성됨.

갈색 머리가 아무렇지 않게 흐트러지려는 것을 뒤에서 P가 조심스럽게 빗질해주고 있었다. 두 사람은 침대 위에 사이좋게 앉아 있었다.


“난 손재주가 별로 없는데.”


P가 뒤에서 곤란해 하며 말하자 리카는 눈을 감고 그 손길을 느끼며 웃었다.


“괜찮아. 중요한 건 마음이야 마음.”


그 말에 P는 웃으며 손가락에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어떤 본능에 이끌리 듯 머리카락들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천천히 위로 올려 코를 가져갔다. 머리카락에는 샴푸향과 미세한 땀냄새가 섞여나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리카가 앞을 보다가 이상함을 느끼고 웃자 P는 장난스럽게 킁킁 거리는 소리를 크게 냈다. 그 소리에 리카가 기겁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것을 P가 웃으며 한 쪽 손으로 어깨를 잡아 제지했다.


“그냥. 좋은 향이 날 것 같아서. 그리고 생각대로 리카의 머리카락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
“그거 고맙다고 해야하려나. 그래도 왠지 부끄러우니깐 그만둬줘.”
“쓰읍!”
“히익! 아니, 여러 가지로 부끄럽고 뭔가 이상한 기분 드니깐 정말 그만둬줘!”


리카가 평소와 다르게 당황하며 말하자 P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씨익 웃고서 머리카락을 들고 거기에 입을 맞추었다.


“쪽.”


일부러 소리를 내자 리카가 귀엽게 몸을 떨었다. 


“어차피 머리카락에 그리 느낌도 없잖아?”
“없어도 이상해! 에이, 우와!?”


그러면서 일어나려는 리카를 한손으로 누르는데 그러다가 중심을 잃고 리카가 앞으로 넘어졌고, 그 등 뒤로 P도 같이 넘어졌다. 다행히 침대 위라 아프거나 다친 곳은 없었다.


“괜찮아 리카?”
“괜찮아…….”


리카는 그리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P의 눈 앞에는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그 사이로 흰 목덜미가 보였다. 무언가 가학심이 일어남을 느끼면서 P는 웃으며 그 흰목덜미에 입을 가져갔다.
할짝


“하아, 이제 그만 비켜……. 히익!”   


혀로 핥자 리카는 말을 하다가 흠칫 몸을 떨었다. 그리고 부들부들 거리다가 얼굴을 살짝 틀어 뒤의 P에게 소리쳤다.


“정말, 아까부터 이게 무슨 짓이야! 당신 변태야?”
“아니, 리카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니깐 왠지 주체할 수 없는 가학심에 눈뜬 것 같아.”
“감아, 그딴 거에 눈 뜨지 말고 감아!”


리카가 불평하며 소리치지만 P는 싱글싱글 웃기만 할 뿐이다.


“우- 이제 그만 내려와줘.”


리카가 그리 부탁하지만 P는 여전히 리카의 등 뒤에 올라타 이번에는 목덜미에 키스를 하였다.
쪽하는 소리와 함께 목덜미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히익! 제, 제발 이제 그만해!”


리카가 버둥거리며 벗어나려 하지만 남자의 무게와 힘에는 버틸 수가 없었다. P는 장난꾸러기의 웃음을 지으며 뒤에서 리카의 배를 어루만졌다. 


“그, 당신 적당히 해! 농담이 아니라고……. 히엑!”


리카가 이제는 울먹이며 요구했지만 P는 적당히를 넘어 점점 스킨쉽의 농도를 올려갔다.
가학적인 미소뒤, P는 리카의 하얀 목덜미에 흔적을 남기려는 듯 입을 맞추고, 그대로 살짝 핥았다. 그 때마다 리카가 소리치며 움찔 거리는 것이 재밌는 지 몇 번을 반복하다 이내 한 부분을 깨물더니 그대로 살짝 빨아들였다.


“히엑-!”



 

“변명이 있음 해보시지.”


리카가 침대 위에서 팔짱을 끼고서 다리를 꼬고 아래를 노려보며 물었다. P는 밑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바닥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저기 미안. 나도 모르게 폭주했어.”
“당신, 프로듀서로서 자각은 있는 거야?”


차갑게 내려다보며 리카가 물어보자 P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다가 짧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한 줄은…….“


리카는 싱긋 웃으며 옆에 있던 베개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그걸 그대로 P의 머리에 내리쳤다.


“알아?”


팡팡 연속으로 P의 머리를 그대로 내리쳤다.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리카가 베개를 내리치며 묻자 P는 웃으며 그 베개를 맞으면서 대답했다.

“아니, 리카가 스킨십이 부족해 아쉬워하는 것 같길래.”
“우리 둘만의 시간이 없는 게 안타까웠던 것뿐이야! 그 보다 어쩔 거야, 이제 곧 영화감독과미팅인데!”


 둘은 촬영 장소에 가기 전 잠시 시간이 남아 P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것이다. 원래 그냥 편하게 쉬려고 온 것인데 P가 폭주해 일을 저지른 것이다.

“목에 키, 키스마크 같은 거나 남기고!”


리카가 때리는 걸 멈추고 얼굴이 빨개졌다. 리카의 머리카악에 가려졌지만 목 뒤에는 빨갛게 흔적이 남아있었다.


“큰 모기에 물렸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잘도 믿겠다!”


소리치며 다시 한 번 베개로 내리쳤다.


“그래놓고는 내일 잘도 잠만 자겠다!”


리카가 팔짱을 끼고 노려보며 말하자 P는 뒷통수를 긁다가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그 이야기 진짜였구나.”
“당연하지.”
“그럼 콘돔 준비할까? 푸악!”


직설적인 그 질문에 잔뜩 빨개진 얼굴로 P의 얼굴에 베개를 투척해버렸다.


“당신은 둔할 뿐 아니라 섬세함도 없어!”
“이야기는 리카가 먼저 꺼냈잖아.”


P가 베개를 들고 불만이라는 듯 말하자 그 베개를 빼앗고 다시 한 번 P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래도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야! 그보다 이제 방송인데 정말 이거 어쩔거야!”
“딱히 화보 촬영도 아니니깐 들키지는 않을 거야.” 


P가 태평하게 답하자 리카는 한 번 더 P를 노려보더니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대로 향했다.


“에이, 몰라. 갈 준비나 해둬!”


쾅하는 큰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은 다음 리카는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한 후 거울에 가까이 갔다. 머리카락을 들어 올려 몸을 살짝 틀어 목덜미 뒤쪽에 빨갛게 살짝 부어오른 곳을 보았다. 그곳을 손끝으로 살짝 매만지고서는 웃으며 얼굴을 물들였다.


“정말, 무드 없기는.” 


생각 같아서는 당당하게 내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P의 팔짱을 끼고 연인이라고 마음껏 자랑하고 싶었다. 


“은퇴까지 참자.”


올해 은퇴만 하면 마음 놓고 그럴 수 있었다. 당당하게 이런 모습도 보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도 할 수 있다.  
만일 계획이 성공한다면 P와 같이 웨딩드레스를 구경하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빨리 올해 말이 왔으면.”


상상만으로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이번 스케줄은 영화 촬영이었다. 정확히는 그날 촬영은 안 하고 리카랑 같이 직접 감독과 관계자들을 만나고서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미팅이라 표현하는 쪽이 적절할 것이다.


“근데 놀랐습니다. 설마 리카씨가 이런 배역을 원하실 줄은…….”


리카가 이번에 맡기로 자처한 배역은 악역. 욕도 많이 먹지만 연기력에 자신 없으면 더더욱 욕을 먹게 되는 배역이다. 악역은 영화를 돋보이게는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예를 들어 배트맨-다크나이트가 있다. 악역인 조커를 맡은 히트레져에 의해 감독조차 스토리의 중점을 조커에 맞추고, 그 조커에 의해 영화는 히어로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을 일으켰을 정도다. 
즉, 악역은 영화에서 주인공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이다. 이것을 맡는 배우는 베테랑 실력자들, 아니면 이름 있는 배우. 그도 아니면 거의 이 분야의 천재 정도다. 요즘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아이돌을 자주 쓰지만, 이 악역만큼은 감독들이 아이돌을 쓰지 않으려 한다.
아이돌이 아무리 인기를 끌어 모아줘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영화의 완성도와 배우의 연기력으로 끌어모으는 매력이었다.
그럼에도 리카가 이 영화의 악역을 맡을 수 있던 것은 본인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리카는 이미 미국에 가기 전에 배우로도 활동했다. 재능과 노력으로 연기에 몰두했고, 그렇게 2편의 드라마와 1편의 영화를 찍은 후 아이돌로서는 드물게 실력파란 명성을 얻게 되었다. 
물론 스케일이 작은, 인기를 끌기 힘든 영화라면 아이돌을 중요배역에 위치하게 되어 그 아이돌의 인기를 이용하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리카가 찍으려는 영화는 예산이 어마어마한 큰 프로젝트의 영화였다. 결코 배역을 배우의 명성으로 정할 수준의 규모가 아니었다.

“정말 매력적인 배역이었거든요. 처음 이 배역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아, 이것은 꼭 해야 된다!’하고 느낌이 오더라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통 이미지가 중요한 아이돌들은 이미지에 타격이 갈 악역은 피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리카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 악역을 자처해 함으로서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들을 떨쳐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악역은 전문 배우가 아니면 처리하기 힘든 배역이었다.  
물론 리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성공한 톱 아이돌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아이돌로서다. 미국 헐리우드에 갔다 온 연기자가 아닌지라 다른 내놓으라 하는 톱 배우들과 같이 오디션을 봤고, 그리고 당당하게 실력으로 감독과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 이렇게 배역을 맡게 된 것이다.
이것만 보면 정말 아이돌로서의 리카의 역량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P는 리카의 옆에서 영화에 대해 들으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내 저었는지 모른다. 765프로에서 이정도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즈사정도일까? 
P는 다시 한 번 리카가 맡기로한 배역을 살펴보았다.
복수심에 불타는 여인이었다. 고아였던 여성은 남자에게 버림 받고 누명을 쓰게 된 후, 사회로부터도 버림 받는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문제는 다음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바꾼다. 같은 얼굴로 뻔뻔하게 다른 신분증을 고해 철저하게 다른 여성으로서 행동한다. 누군가 알아보는 듯 하면 ‘어머, 그런 사람도 있나요?’하고 뻔뻔하게,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에게는 소름이 끼치게 행동한다. 그리고 서서히 한명 한명 복수를 해나간다. 근데 문제는 자신을 버린 남자도, 관계자도 아닌 전혀 다른 사람에게 복수를 자행한다. 아니, 복수라 하기도 이상하다. 이 여성은 복수란 이름의 허울 아래 그 동안 숨겨왔던 본성을 표출하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그것은 본인의 손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한다. 그 때문에 증거도 없고 잡아 갈 수 없다. 
여기까지 살펴봤을 때 P는 이 배역이 왜 어려운 지 알 것 같았다. 제대로 소화만 한다면 틀림없이 영화를 몰입하게 해줄 훌륭한 악역이다. 하지만 이런 역할은 정말 스스로 이 배역의 인물이 되지 않으면 결코 소화할 수 없었다. 거기다 이중인격에 가까운 배역을 또 연기해야한다. 내가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것을 이중인격으로 연기해야하다니. 
그것은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리카는 이 배역을 원했고, 도전했다. 이것만 제대로 해내면 배우의 분야에서도 톱에 오를 발판을 마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녀로서는 앞으로 얼마 안 남은 비밀에 붙여진 은퇴 전에 마지막 분야까지 톱이 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근데 정말 괜찮겠어요? 영화촬영하시면서 다른 활동도 하시는 걸로 아는데. 이거 위험한 장면도 많다고요. 예를 들어 머리에 맥주병을 내리친다거나. 아니면 높은 곳에서 떨어진 다거나. 물론 그런 장면은 대역을 쓸 수 있지만…….”
“직접 할 거예요. 그런 대역을 쓸 배우라면 애초에 뽑지도 않았을 거잖아요?”

리카가 의지가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P는 그 모습에 프로듀서로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돌에게 얼굴은 말 그대로 재산이다. 팬들에게 제일 먼저 내걸 수 있는 상품이자 포장지인 얼굴. 그 때문에 이런 위험한 배역에는 대역을 쓰는 아이돌도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직접 해줄 전문 배우를 원했다. 물론 이것은 사전에 미리 이야기가 된 것이다. 그래도 리카의 위치도 있어 감독은 다시 한 번 물어 본 것이다. 지금이라도 리카가 못하겠다고 한다면 당장 다른 배역을 찾기 위해 오디션을 열 것이다.
하지만 리카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촬영은 일주일 후에 하는 걸로 알아두세요. 추후 위치는 리카씨의 프로듀서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야 말로.”

그날의 미팅은 제법 긴 시간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 후 이렇게 끝났다.
리카가 약속장소였던 영화제작소의 건물에서 나오면 기지개를 켰다.

“후아! 지친다! 미팅만으로 지치는 영화는 처음이야.”
“그만큼 대작이란 소리겠지.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P의 말에 리카는 P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장난스레 웃으며 노려보았다.

“내 프로듀서로서 할 말이 아닌걸. 이 리카님이 선택한 영화라고. 당연히 일본 역사상 손에 꼽힐 성공을 거둘 거야.”
“그리고 넌 그 영화의 성공을 이끈 배우가 되고?”
“그렇지! 잘 아네!”

리카는 기분 좋게 웃으며 휙휙 팔을 휘저으며 걸었다. 그런 리카의 뒤를 따라 걸으며 P는 리카의 자존심에 웃었다. 저렇게 당당해서야 결코 실패할 것 같지 않았다.

“아, 허니와 리카씨다!”

그 때 누군가 리카와 P를 알아보고 그 쪽으로 달려왔다. 

“어, 누구?”

리카는 고개를 갸웃하며 못 알아봤고, P는 어디서 본 듯한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 아니, 예상되는 여자는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아이는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벌꿀 같은 노란 머리에 긴 머리스타일을 자랑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눈앞의 아이는 그 아이의 머리에 절반도 안 되는 단발이었다. 거기다 머리색도 갈색이었다.

“아우, 얼마 전 봤는데 못 알아보는 거예요? 리카씨는 그렇다치고 허니까지 못 알아보다니, 미키 충격 받았어!”

그 말에 그제야 두 사람은 눈 앞의 여성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다.

“어머, 미키씨!”
“미키 그 머리 어떻게 된 거야?”

두 사람이 놀라 반응하자 미키는 웃으며 V자를 그렸다.

“마음이 변해서 말이야! 두 사람은 여기 무슨 일이야?”
“우리는 이번 영화 출연 때문에 미팅 왔어. 미키는?”
“와, 미키도야! 미키 이번 영화에 캐스팅 된거야!”

미키가 자랑스럽게 말하자 옆에서 리카가 혹시나 하면서 물었다.

“설마, 미키씨도 ‘마리오네트’에?”
“맞아요! 어떻게 아세요?”

미키가 신기해하며 묻자 리카는 웃으며 말했다.

“저도 그 영화에 출연하거든요. ‘시미코’란 역할로.”
“그럼 미키랑은 적인 거네!”

그러면서 미키는 짐 짓 견제하듯 두 손을 올려 싸울 자세를 취해 보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 영화에 출연하다니, 미키도 정말 대단하구나. 난 765프로에서 온다면 아즈사씨가 올 줄 알았는데.” 
“아즈사씨도 오는 거야. 그보다 리카씨도 오면 허니를 자주 볼 수 있는 거네!”

미키의 말에 리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 미키씨 제가 저번에 말하지 않았나요? 제 프로듀서에게…….”
“싫은 거야. 허니는 허니인거야! 미키 다음에는 꼭 리카씨를 이겨 허니를 되찾아올 거야! 그러니 적인 리카씨의 말 같은 건 듣지 않는 거야!” 

그러면서 자신의 프로듀서의 팔에 매달려 자신에게 웃으며 혀를 내미는 귀여운 여고생의 모습에 리카는 잠시 벙찌고 말았다.

“저기, 되찾아오다니 무슨?”
“맞아 미키. 그게 무슨 말이야?”

리카와 프로듀서가 묻자 미키는 웃으며 한 손으로 자신의 짧아진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말 그대로야. 다음에는 꼭 리카씨를 이겨 최고의 톱 아이돌이 돼서 최고의 프로듀서인 허니를 되찾아올 거야!”

겉으로는 웃으며 말하고 있지만 그 짧아진 머리카락이 무엇을 나타내는 지 리카는 알 것 같았다. 처음에는 미키의 마음을 어린 아이의 마음쯤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진심인 듯 했다. 
자신에게 져 울고 있던 미키를 위로해주고 응원해주었다는 말은 P에게서 들었었다. 아마 그걸로 이 아이는 더욱더 목표를 확고히 하고 노력하게 된 것일 거다. 자신과 대결시켜 패배를 겪게 해 미키를 성장시키겠다는 P의 계획은 맞아들였다. 단, 그 방식은 P의 방향과는 약간 엉뚱하게 흘러가고 만 것이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리카는 어딘가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서 P의 팔을 확 끌어 당겨 미키에게서 찾아오고서 그런 P의 팔을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그건 안 돼요 미키씨. 왜냐하면 P는 현재 저의 연인이거든요.”
“리카!”

리카의 폭탄발언에 P는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정작 그 소리를 들은 미키는 역시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고 있었다.

“역시 그랬구나. 그럼 미키는 진심으로 두 사람을 축하해줄게요.”
“어머, 그래도 되요?”
“괜찮아요. 왜냐하면 그 연인 자리도 미키가 이겨 되찾아올테니깐!”

미키의 당당한 선언에 리카는 쿡쿡 웃었다.

“후후, 무서운 경쟁자가 나타난 거네요 전.”
“그런 거야! 그러니 그 전까지는 미키는 진심으로 두 사람을 축복해 줄 거야. 그러니 리카씨도 나중에 미키가 이겨서 허니를 데려가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길 바래요!”
“그럴게요 미키씨.”

그러면서 리카는 더욱더 P의 팔을 끌어안았다. 그런 모습을 미키는 웃으며 보다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이만 미키는 가볼게. 아직 스케줄이 있어서!”
“네, 다음에 촬영할 때 뵈요.”
“다음에 봐 미키.”

두 사람도 같이 손을 흔들어주자 미키는 웃으며 두 사람에게서 떠나갔다.

“좋겠네- 저런 미인에게까지 사랑 받고.”
“아야야야! 왜 꼬집는 거야!”
“글쎄요- 그 이유는 바람둥이 프로듀서가 잘 알지 않을까요?”
“바람둥이라니…….”

P는 한숨을 내쉬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설마 미키가 저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
“그러게. 저렇게까지 강한 아이라면 정말 나도 질지 몰라.”
“그래도 되는 거야? 날 뺏길지 모르는데.”
“후후, 괜찮아. 난 은퇴까지만 방어전을 잘 해내면 되니깐.”
“와, 치사해.”
“미키씨 같은 애들과 달리 어른은 원래 치사한거니깐.”

그러고 웃는 리카와 같이 차에 타며 웃다가 P는 물었다.

“근데 미키에게 왜 말한 거야?”
“우리가 사귀고 있다는 거?”
“응.”

P가 궁금해하며 뒤돌아보자 리카는 손을 입으로 가리며 웃다가 설명해 주었다.


“그 아이라면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
“여자이자 톱 아이돌의 직감?”
“그것도 있지만, 그 아이의 눈, 굉장히 올바른 눈이었어. 진심으로 나를 실력으로 이기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게, 설사 밝혀도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우리를 봐줄 것 같았어. 거기다 실력으로 이기고 싶으니 결코 나에게 피해가 갈 소문도 내지 않을 거야. 보기와 다르게 입도 무겁겠지.”

리카의 후한 평가에 프로듀서는 앞을 보며 운전대를 잡았다. 

“리카가 이렇게까지 평가할 정도로 미키는 성장한거구나.”
“원래 자식들은 부모들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크는 법이니깐. 그러니 아버지께서는 얼른 하루 빨리 딸들을 잊어버리시고 새어머니 후보인 이 리카씨에게만 잘하세요.”

리카가 턱을 들고 당당히 말하자 P도 같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럼 내 본부인은 누군데?”
“음- 저번에 본 코토리씨일까나? 둘이 같이 잔업도 많이 했었다며.”
“하하, 그럼 본부인과 다시 합가하면 안 될까?”

P의 농담에 뒤에서 리카가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위자료가 많으시면 그러시던가요.”
“위자료가 얼만데?”
“당신의 모든 인생-”

그리고 웃으며 P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한차례 키스를 하고서 둘이 떨어졌을 때 P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야 하인! 왜 나에게만 안 찾아오는 거야!

그 갑작스런 목소리에 P는 놀라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엑, 이오리?”
-맞아! 뭐야 대체! 하루카도, 치하야도, 아즈사도, 미키도. 하다못해 코토리까지 만났으면서 왜 나만 아직 만나러 안 오는 거야!
“아니, 그 사람들은 우연히 만난 건데…….”
-거짓말! 코토리는 니가 직접 불렀잖아!
“그건 그렇기는 하지만…….”
-뭐야……. 설마 나는 안 보고 싶었던거야?

어딘가 실망한 듯 축 늘어지는 목소리에 프로듀서가 급히 변명을 했다.

“아, 아니야! 단지 리카의 스케줄이 바빠서 시간이 안 났던 것뿐이야! 기회만 되면 모두 만나러 가고 싶었어.”
-……정말이야? 
“정말이야!”

P가 땀을 흘리며 변명하고 있을 때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리카는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그럼 내일 바빠?
“내일은 10시면 스케줄이 끝나.”
-그럼 내일 그때 765프로에 와. 환영파티 해줄게! 모두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에, 내일?”
-……안 되는 거야?


조심스럽게 묻는 그 말에 프로듀서는 오히려 당황하고 말았다. 예전의 이오리라면 강압적으로 소리치며 오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오리는 어딘가 겁을 먹으면서 조심스럽게 자신을 대하고 있었다.
내일은 스케줄이 끝나고서 리카랑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런 약속 때문에 곤란해 하고 있을 때 리카가 웃으며 그 전화를 뺏더니 자신이 받았다.


“안녕하세요 이오리양. 저 리카라 해요.”
-에, 리카씨? 왜 리카씨가……. 
“죄송해요. 옆에서 같이 듣고 있었거든요. 아직 제 스케줄이 끝나지 않아서요. 저기, 뻔뻔하지만 그 파티에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리카씨도요?
“네. 그럼 제 프로듀서도 확실히 갈 거예요.”
-……환영 할게요 리카씨! 꼭 제 하인을 끌고 오세요!
“하인이라니……. 일단 제 프로듀서인데.”


리카가 쓰게 웃으며 답하자 이오리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약속 시간을 잡았다.


-내일 11시까지! 765프로듀서에 오시면 되요! 꼭 와주세요!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는 끊겼다. 옆에서 프로듀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리카. 그래도 되는 거야? 내일 모레까지 여유가 있다는 걸 알면 내일은 밤샐지도 몰라.”
“괜찮아. 당신이 신세졌던 사람들이잖아. 그럼 당신의 여자친구로서 인사하고 싶어.”
리카가 그리 말하자 P로서는 웃으며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내일은 마실 수 밖에 없네.”
“후후. 거기다 내일 만나면 거기의 사람들에게만은 밝히고 싶어. 우리 둘이 연인이라는 걸 말이야.”
“저기 그건 좀…….”
“숨기기만 하는 건 싫어. 그리고 미키씨를 만나고서 확신했어. 당신과 같이했던 765프로의 아이들이라면 틀림없이 우리를 축복해주며 축하해 줄 거야. 아이돌 때는 모두에게 알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알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알리고 싶어.”
“리카.”


P는 그런 리카의 마음에 가만히 상대를 끌어안아주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럼 내일 내 환영파티 때 모두에게 알려주지. 난 리카랑 사귀고 있다고 말이야. 그럼 모두 놀라거야. ‘에, P씨가 여자친구를?’라면서 말이야. 아니면 ‘오빠도 참, 리카씨랑 짜고서 서프라이즈란거구나!’라며 믿지 않거나.”
“쿡, 그러면 그 때는 내가 확실히 모두가 믿을 수 있도록 할게.”
“어떻게?”


P가 묻자 리카는 옆에서 운전대를 잡던 P의 목을 끌어안고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늘 하던대로 말이야.” 


그리고 그대로 요즘 들어 자주 하게 된 키스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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