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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어둠을 밝히는 자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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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2, 2016 01:15에 작성됨.

어둠 속에 있기에, 그들은 절대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들을 직접 보더라도, 짧은 세월 속에서 모두 잊혀진다.

만일 오랜 세월 속에서도 그들을 기억하는 이가 있다면.

어둠이 퍼져나가 모두 뒤덮어 지워버리리라.

이것은, 모든 어둠을 걷는 이들과 그 인연의 숙명.

 

 

.

.

.

.

.

 

 

 

 

" 병장님. 그런식으로 늦어지면 한세월걸리지 말입니다. "

" 으, 응... 조금만요...! 으랏...차 ! 끙! "

" 에휴... "

 

 

철투구를 깊게 눌러쓴 병사가 어느 방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그의 시선의 끝에는 작은 몸체가 다른 작은 몸뚱이를 붙잡고 질질 끌고가고있었다. 회백색.... 굳이 빗대자면 은괴의 빛깔에 가까운 머릿결을 습기에 절인 채로 붉은 눈동자 속으로 스며들려는 땀을 털어내면서, 익숙하지 않은 건틀렛을 끼고있다. 아무래 봐도 병사로서는 지극히 위화감이 느껴진다. 

 

여성, 란코의 철장갑에 쥐어서 끌려가고있는 몸뚱이는 그늘 하나없는 황야의 뙈약볕의 영향인지 심한 악취를 내고있었다. 나이는 어림잡아 14~15세. 란코와 비슷한 나잇대로 보이는 그것은 이미 눈동자에 초점은 커녕 눈동자 자체도 온전치 못하다. 몸뚱아리로부터 나오는 극식함 구린내때문에 당장이라도 토가 쏠려나왔어야 정상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침을 거르고 곧바로 현장에 온 탓에 토해낼것 조차 없이 헛구역질만 계속된다.

란코의 얼굴에 눈물과 땀방울이 뒤섞이면서도, 당장 한 손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고 멀리 도망치고싶은 심정이었지만, 꿋꿋이 양 손으로 힙껏 잡아당기며 끌고간다. 란코가 뒷걸음치는 진로의 끝에는 병사를 넘어 무수히 쌓인 구더기 먹잇감들의 산이 쌓여있었다.

 

" 저딴게 병사라고... "

" 심지어 아이돌도 아니라면서 ? 무슨 수로 병장까지 된거야 ? "

" 아이리님하고 어떻게 가까워진지 모르겠지만, 그분이 없으면 제대로 할 줄 아는것도 없어. "

" 으휴, 신경꺼. 어차피 머잖아 떨어져 나가겠지. 저런 낙하산. "

 

 

" 우, 우우.. "

 

자기들 딴에는 뒷담화지만, 사실상 들으라고 통보하듯 큰 소리다. 소리를 가리는 벽도 나무도 없는 황량한 벌판이기때문에 그들의 입모양과 목소리 모두 란코에게 뚜렷이 세겨진다. 헛구역질의 고통과 더불어, 또다른 눈물이 란코의 얼굴을 뒤덮는다. 다행히 뺨에서 흘러내리는 무수한 땀방울들이 그것을 다소 가려준다.

 

그녀는 출세나 욕망의 충족을 위해 군에 자원한것이 아니다. 그저, '란코' 라는 이름밖에 기억하고있지 못하던 자신을 거둬들여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은혜를 베풀어준 우상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다가 택한 길이었다. 허나, 병사가 되고서 어연 10개월이 되어감에도 그녀의 진도는 전혀 향상되지 않았다. 오히려 동경하는 이와 함께 동행하며 쌓여버린 공적때문에 병장으로 진급하고나서 무능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구역질과 악취와 비난의 오물속에서 란코의 발뒤꿈치에 마침내 종착역이 닿았다.

그제서야 그녀는 끌어놓은 몸뚱이에서 손을 놓고 고개를 든다. 하지만, 자신의 노고를 지켜보고있던 이는 아무도 없다. 항상 이렇다. 그녀가 병장이 되고서, 아니.. 병사로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부터 주변의 모두가 란코로부터 거리를 두고있었다. 파리가 윙윙거리는 소음에 뒤돌아보면, 뾰족한 귀와 몸뚱이의 산더미 뿐이었다.

 

흘러내린 액체들이 강렬한 햇빛에 얼굴표면에 말라붙는다. 이제 그녀의 눈물샘에서 더 나올것도 없었다.

 

" . . . 더워. "

 

살아있는게 없는 벌판에서, 그녀가 허공을 향해 내뱉은 한마디였다.

 

 

해가 완전히 저물 무렵.

미시로 왕국, 궁성.

병사들의 숙소 앞.

 

최근에 인간과 아이돌의 위대한 인도자 미시로 영주는 민중의 뜻에 따라 왕의 자리에 오르는걸 승낙하고 과거 공화국의 땅 위에 세운 그 도시를 미시로 왕국이라 국호를 정하였다. 그의 아래에서 스스로를 단련한 노련한 아이돌들이 영토 전역에서 전해져온 소식은, 엘프의 종말이었다. 그들은 이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확신이 아이돌들로부터 절멸완료 보고를 받을 때 마다 차오르고 차오른 결과, 그는 왕이 된것이다.

 

하지만 엘프들을 모두 없앴다고 하여 모두 끝난게 아녔다. 이제 하나의 국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이 더욱 많이 늘어나고 있었다.

우선 일선의 최전방에서 활약하던 전쟁영웅 아이리는 곧바로 수도로 불려들여져 명예직이자 왕국의 영웅인 '신데렐라 걸' 이라는 칭호를 하사받았다. 미시로 영주가 아이돌들을 칭할 때 성의 공주님 이라고 하던 것과 연관이 있는 단어인 듯 했으나, 진정한 의미는 아마 본인만이 알고있었으리라.

 

" 어이구 병장님. 이제오셧습니까 ? "

" 으, 응... "

 

먼지와 모래로 가득한 갑주차림으로 힘겹게 숙소 앞으로 온 그녀에게 바로 아래 병사가 건네는 첫 마디였다.

 

"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

" 으응. 아니야... "

" 그래요? 그러면 고생 조금만 더 해주실래요 ? "

" 아, 우.... 그건... 좀... "

" 뭡니까. 엄살부리시는건가요 ? 실망이네요. "

" 아냐...! 아, 아니야...할게... "

 

 

이런 자잘한 것은 기본적으로 란코 본인에게도 문제가 있었지만, 기강의 문제도 명백했다. 나라가 안정화 될 무렵, 전시 때 보다 병량이.. 즉, 병사의 수를 줄이게 되면서 병사로서의 봉급으로 먹고살던 이들의 생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병영 내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미시로 왕국에서 내건 병량축소의 기준은, 개인 능력의 출중함의 여부였다. 우수한 사람이나 아이돌만이 병영에 남는다. 긴 복무기간은 오히려 세월로 커버할 수 있다고 믿고있던 이들에게 독이 되어 다가오고있던것이다.

거기서, 란코는 나태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이가 보기에도 병사로서는 지극히 무능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은의의 보답을 위해, 그나마 할 수 있는 수단을 택하여 온 비실한 소녀일 뿐이다.

 

" 그럼 고생하십쇼 병장님. "

" ... 응. "

 

' 아이리님 없인 암것도 못하는구만. '

 

분명 그런 소리를 마음속으로 하고있으리라, 허나 개의치않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가 대충 손을 흔들며 란코로부터 시선을 치워 숙소문을 열고 도로 들어간다. 란코의 손에는 낡고 녹슨 열쇠가 쥐어져있었다. 창고의 열쇠. 오늘 배식할 식량을 가져오는것은 그녀의 몫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라고 란코의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감상만이 가득하다.

이렇게 굳은 일을 다하고, 핍박이란 핍박은 받아가며 꿋꿋이 해쳐나가는게 과연 옳은일인가 라고 의문을 가진다. 그러나 이것 이외에 현재 그녀의 사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다. 하지만 동경하고 소중히 여기는 인연은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은 절망감이 가득 든다. 열쇠를 꾹 쥐고 고개를 숙인 채 흐느낀다.

 

아이리 언니가 없이 자신은 한없이 무력하고, 무능하다는게 너무나도 가슴아프면서 한편으론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처지를 당해야하는가.

 

어째서 아이리 언니와 비교되어야 하는가.

 

 

" 아, 아니야...아니야. 언니는 은인인걸... "

 

란코는 더 나쁜 생각이 들까봐 혼잣말로 중얼이며 고개를 힘껏 가로저었다. 흐느끼던 눈물도 모두 날려버린다.

감히 자신에게 구원을 손길을 내밀어준 영웅에게 손찌검을 할 뻔했다고 스스로를 야단친다.

 

 

뒤이어, 그녀의 발걸음은 창고로 향하려는 찰나, 뭔가 찢어지는 소리가 귀를 스쳐지나간다.

정확히는 뭔가가 지직거리는, 노이즈의 소리.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온 몸의 피부가 강한 정전기가 지나가듯 순간적으로 따끔이는 감각에, 저도 모르게 소스라친다. 놀라면서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비명은 숙소주변에 충분히 울려퍼질만큼 컷기에,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기에는 충분했다.

 

" 뭡니까 ? 병장... "

 

아까 란코를 내려다보던 병사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것 뿐이었다. 그는 그 이상으로 행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문 사이로 내민 머리가, 중력에 이끌려 코부터 바닥으로 처박히는 순간이 두 눈에 똑똑히 새겨들어간다. 무슨 상황이 일어난건지 그녀의 머리는 따라가지 못한다. 바닥에 처박힌 머리의 행방을 알지도 못한 채 문열고 빼꼼 내밀던 몸뚱이가, 힘없이 머리를 따라 바닥에 거꾸러지는 모습을 보고서야, 뭔가 잘못됬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까마득하게 뒤덮는다.

 

" 히이.... "

"... "

 

아까와 같은 노이즈의 지직거리는 소리. 이번에는 자기 몸이 아니었다.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바로 코 앞. 란코가 고개를 돌리는 곳에는, 어둠을 망토처럼 감싸고 있는 인간의 형상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자길 응시하고 있는 모습에, 차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몸에서 부자연스런 노이즈를 튀기고있는 형상은 란코의 붉은 두 눈에 공명하는 듯 자주빛으로 빛나는 눈동자로 응시하며 입을 연다.

 

" 맞는 것 같군. "

" ....에 ? "

" 네 이름이, '란코' 인가 ? "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머릿속이 새까매져서 냉정해질 수 없다. 뇌가 마비된것처럼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눈앞에서 자신에게 이름의 여부를 물어보는 형상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다. 입고있던 갑주는 아무짝에 쓸모가 되지 않는다는걸 몸이 깨닫고있다.

란코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가로젓는 순간 머리가 가로로 잘려나갈 것만 같은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그래서 끄덕였다.

그렇게 물음에 대답하면 살 수 있으리라.. 살 가능성이 생기리라 여기는 찰나에...

 

" 그래.  '란코' 라는 이름이 맞지. "

" 흐, 흐으으으... "

" 그거 알아? '란코'. "

" 우우... ? "

" 인과율이라는 거 말이야. 세계의 사건들이 모두 일련의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필연이라는 법칙이지. 이러한 일이 일어나면 반드시 이런일이 일어나게 된다. 라고 정해져있는거야. 물론 거기 사이에 일어나는 자잘한 이레귤러나 희귀요소에 의해 조금 변경될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 큰 흐름은 유지되지. "

 

" 그런데 거기에 흐름 자체를 틀어버릴만한 커다란 장해요소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 "

" ??? "

 

란코의 머릿속에는 공포와 의구심만이 가득차있다, 그렇다고 의구심이 구체적으로 뭔가를 물어보고싶다는 그런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기가 모르는 말을 눈앞에서 마구 설명해주니까 이해할 수 없어서 생긴 것이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은 불쌍한 소녀를 내려다보면서, 검은 형상이 노이즈가 낀 자기 모습처럼 잔뜩 변조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읉조린다.

 

" 내가 왜 이런 설명을, 굳이 너에게 했을까 ? "

 

 

" 엣... "

" 아아,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있을 수 없지. "

" ....! 사, 살려주세.... "

 

" 인과율을 어지럽히는 요소는 배제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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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씀하신대로, 강한 공간왜곡이 관측되었습니다. "

 

" 그래요. 드디어 '사냥개' 가 풀려나왔나 보군요. "

 

" 그러면 예정대로 진행할까요 ? "

 

" 네. '다크 일루미네이트'는 여기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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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돌아왔습니다.....는 이틀 전에 돌아왔지만요.

 

자 다시 신데판 그림이랑 글을 써볼까요 ! 제가 활성화하지 않으면 누가 신데렐라 판타지를 활성화하겠습니까 !

 

티끌모아 태산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신데렐라 판타지는 여러분의 참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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