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사기사와 후미카 SS. 《사기사와씨 앞머리는 흐린 뒤 맑음》

댓글: 18 / 조회: 1687 / 추천: 9


관련링크


본문 - 07-11, 2016 22:11에 작성됨.

후미카 SS

 

 

 

"... 장마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게 틀려진 라디오의 소리가 책방에 울려퍼집니다.

 

바깥을 보니 열려진 창문사이로 세차게 내리는 비가 창틀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어느새인가 비가 내리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비가 오는 날은, 책을 읽기에는 좋은날입니다. 

 

토독토독 내리는 빗소리. 창문과 유리에 닿아 만들어내는 그 조화로운 소리는, 저를 매우 침착하게 만듭니다.

 

또한 어렸을 적은, 항상 비가 올때마다 숙부님께서 책을 읽어주셨답니다. 어쩌면 저는 그 후 비온 날은 책을 읽는다는 것에 익숙해진 것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작 책들은 습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듯 합니다.

 

 

"... 창문을 닫지않으면."

 

 

읽고있던 책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몸을 일으켜세웁니다.

 

그제서야 저는 제 주위가 책으로 둘러쌓여 발디딜 곳이 없음을 알아챕니다.

 

다시 쪼그려 앉아 책으로 만들어진 빌딩들을 조심스럽게 한 쪽으로 치웁니다.

 

그리고 치워진 빌딩들 사이를, 빌딩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창가에 다가오자, 흙내음이 물씬 풍겨오는걸 느낍니다.

 

... 탁

 

창문은 우선 닫은 후, 근처에 비에 젖은 책은 없는가 확인합니다.

 

 

" ... ... 아 "

 

 

창문에서 튄 비로 인해, 창문가 바닥에는 물웅덩이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어딘가 닦을 물건을 가져오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뒤로 돌리던 순간

 

 

< 탁! 와르르르

 

 

옆에 있었던 책무더기가 물웅덩이로 넘어져 버렸습니다. 

 

아아, 빨리 줍지 않으면...!

 

쪼그려 앉아 재빨리 책들을 웅덩이로 부터 건져냅니다. 

 

한 권, 두 권 ... 

 

하나씩 집어가면서 물에 젖은 부분을 확인합니다. 젖은 책들은 냉장고에 넣고 말린다면, 깔끔히 마른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젖어있는 한 권의 책이 눈에 띄게 됩니다. 

 

 

"... 이건... "

 

 

뒷 표지가 거의 젖어있는 책,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알고 있습니다. 분명, 이 책의 제목은 ㅡ 

 

 

"Cinderella."

 

 

파란 하드커버에 은박으로 쓰여진 글씨, 그리고 중앙에는 조그마한 은박의 호박마차가 그려져 있는 책입니다. 

 

 

"아직도 있었군요, 이 책... "

 

 

들고있던 젖은 책들을 잠시 옆에다 내려 놓습니다.

 

본능적으로 책을 휘리리 넘겨 확인합니다. 이미 안의 페이지는,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바래져 있었습니다.

 

그 바래진 몇 페이지중, 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신데렐라, 내 아가. 이 말을 잘 기억해두렴》

 

《네게 지금 가장 필요한건 멋들어진 호박마차도, 아름다운 드레스도, 반짝이는 보석도 아니란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네가 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걸음의 용기란다》

 

 

어렸을 적, 처음 이 고서당에 왔었을 적 이야기 입니다. 주위에는 책 밖에 없었던 가게에서, 숙부님은 제게 매일 동화를 읽어 주셨습니다

 

그 중, 이 신데렐라는 제가 맨 처음으로 읽어달라고 졸랐던 책이었습니다.

 

 

"한걸음의 용기, 입니까..."

 

 

어느샌가 저도 모르게 , 책을 읽고 있는 걸 눈치챕니다.

하지만 곧, 자신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기억해 냅니다.

 

 

"이런, 빨리 책들을 말려두지 않으면...!"

 

 

잠시동안 추억에 젖어있었군요. 재빨리 옆에 있던 젖은 책더미를 들고, 다시 책의 빌딩들 사이로 사라져갑니다.

 

 

 어째선가, 그 "Cinderella" 만은 계속 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오늘도 여김없이 비가 내립니다.

 

 

역시 저 또한, 여김없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넘겨가면서, 책에 집중합니다. 

 

이렇게 집중하면 어느새인가 제 자신은, 이미 책 속의 주인공이 된 듯 한 기분이 듭니다. 

 

 

어떤 책에서, 저는 괴물을 무찌르는 용사가 됩니다. 

 

어떤 책에서는, 저는 세상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 됩니다.

 

또 어떤 책에서, 저는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는 비극의 여주인공이 됩니다.

 

그렇게 책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저는 여러곳을 여행합니다.

 

... 하지만, 언젠가 그 이야기도 끝이 오기 마련입니다.

 

 

"벌써 끝나버렸군요... "

 

 

오늘도 한 명의 저는 이야기의 끝을 맞이 했습니다. 역시ㅡ 좋든 나쁘든 이야기가 끝나버린다는 것은, 무척 아쉽고 쓸쓸한 법 입니다.

 

 

"... ... ... ..." 

 

 

다 읽은 책을 덮고 약간의 쓸쓸한 기분을 맛보던 저는, 어느새 시야의 반 쯤을 가리며 자란 앞머리를 눈치챕니다.

 

 

"벌써 이만큼 길어져 버렸네요"

 

"... 이제 곧 자를 때가 되었을까요."

 

 

사실은 이미 자를 때를 놓친 것이겠지요.

 

항상 책방의 일을 돕거나, 여가시간이라도 책을 읽는 저는 머리카락의 길이에는 차가울정도로 무관심 했습니다.

 

분명 어렸을 때는 저도 나가서 뛰어 놀았던 적이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숙부님 집에서 신세를 지게되면서, 제 유일한 놀이터는 이 책방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한 권, 두 권 씩 읽어 나갈때마다, 제 머리카락의 길이도 차츰차츰 길어진게 아닐까 합니다.

 

 

"... ... ... ..."

 

 

길어진 앞머리를 ,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립니다.

 

 

'사기사와는 머리카락에 신경안 써?' 

 

'후미카는 앞머리를 자르는 편이 좋을텐데'

 

 

주위에서는 항상 앞머리를 자르라, 좀 더 자신을 꾸미고 다녀라, 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하지만 책방에서 지내왔던 저에게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꽤나 서투르답니다. 

 

사람과 사람들이 대화하기 위해서는, 눈 과 눈의 대면이 필요한 법입니다.

 

 

... 제게는 그 눈이, 꽤나 부담스럽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대화를 할 때 눈 앞에 머리카락이란 커튼이 있어야만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상대방을 볼 수 있지만, 상대방은 제 두 눈을 볼 수 없겠지요ㅡ

 

분명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혹시 상대가 내 눈을 보고있다는걸 느끼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 치사하군요. 정말.

 

이렇게 저는 다른사람과의 대화를 줄곧 피해왔을지도 모릅니다.

 

 

"... ... ... ..."

 

 

앞머리를 살짝 들추고, 제가 앉은 책방을 둘러 봅니다. 

 

하지만 역시, 아직은 이른것 같습니다.

 

 

아직 조금정도는 더 괜찮지 않을까요, 하는 생각이 듭니다

 

 

"후우 ㅡ "

 

 

다 읽은 책을 옆에 정리한후, 새로운 책을 꺼내듭니다.

 

책을 펼치자, 다시 제 눈 앞에 커튼이 펼쳐집니다. 

 

조금 쓸쓸한 기분을 뒤로한 채, 저 사기사와 후미카는 다음 책을 계속 읽어나갑니다.

 

 

ㅡ 

 

 

 

오늘도 비가 옵니다.

 

 

비가 신기하게도 빗줄기가 점점 그칠 듯 하다가고, 다시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이러기를 수차례를 반복, 비는 그칠 듯 하면서도 계속 내립니다. 

 

날씨 때문인 걸까요, 오늘은 독서에 집중이 되지 않는군요.

 

 

... 

 

 

사실은 날씨 탓이 아닌 것을 알고 있습니다. 

 

 

책을 들고 아무리 글자에 집중하려고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눈으로 글자를 훑고는 있지만 머릿속에는 들어오지 않습니다. 페이지를 넘겨도, 어떤 내용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분명 며칠 전부터 찾아온, 그 사람 때문이겠지요.

 

 

《... 346 프로덕션?》

 

《네,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습니다》

 

《사기사와 후미카씨, 아이돌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 아이돌이라니,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 신데렐라 프로젝트는, 여러분의 주위에 있는 아이돌의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고, 아이돌로써 성장시켜주는 프로젝트 입니다.》

 

《그 인원 중 한 명으로써, 사기사와양이 뽑히게 되었습니다》

 

《부디 이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되어주지 않겠습니까》

 

 

제게 아이돌이라니, 너무 과분한 위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돌이란,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직업. 

 

...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조차 버거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탁

 

 

읽혀지지 않는 책을 덮어 버렸습니다.

 

어째서 저는 이렇게 부끄럼쟁이 인 걸까요.

 

앞머리로 상대방에게서 숨지 못하면 제대로 대화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이렇게 소극적인 제가 아니었다면, 저는 과연 그 제안을 수락했을까요?

 

저는, 한 명의 아이돌이 되었을까요?

 

문뜩 얼마 전 다시 읽었던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ㅡ 가여운 신데렐라는, 왕자님이 계시는 무도회장에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무도회장에서 춤출 드레스도, 아름다운 보석도 없습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계모와 언니들의 질투로 인해 찢어져버린 드레스조각 뿐.

 

그나마 남는 천을 모아서 만든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장에 참석해 왕자님을 보고싶다는 소망은,

 

산산히 부서져 버렸습니다.

 

그 후 신데렐라는 절망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거듭된 언니와 계모의 괴롭힘은,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용기마저 짓밟아 버렸습니다.

 

ㅡ 그런 그녀의 앞에 대모요정이 나타납니다

 

대모요정은, 신데렐라가 무도회장으로 가기위한 마차, 드레스, 보석들을 준비해 주었으나, 

 

신데렐라는 무도회장에 자신이 가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대모요정은 그런 신데렐라에게, 한 마디 말을 건넵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네가 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 걸음의 용기란다》

 

 

 

"... 한 걸음의 용기... "

 

 

저도 모르게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냅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생각합니다.

 

 

그렇겠죠. 역시.

 

 

소녀가 공주가 되기위해서는, 스스로가 변화 해야겠지요.

 

그 것이 얼마나 작고, 미세한 변화라 할지라도,

 

그 작은 변화부터가 바로 한걸음이 되는 것이겠지요.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세워, 제 방에있는 

거울로 향합니다.

 

거울을 보며 찬찬히, 제 모습을 들여다 봅니다.

 

거울 속에 비친모습에서, 저의 눈은 역시 보이지 않았습니다.

 

살며시 제 앞 머리를 들어 눈동자를 보이게 합니다.

 

 

ㅡ 파란 눈.

 

 

어렸을 때 부터, 남들과는 달랐던 파란 눈동자.

 

저의 작은 커텐으로 감춰왔었던 그 파란 눈동자는,

 

마치 하늘과도 같은 파란빛을 띄며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 후우우"

 

 

작게 숨을 들이킵니다. 

 

이 작은 변화가 과연, 저를 바꾸어 줄 수 있을까요? 

 

누군가 이 작은 발걸음을 눈치채주실까요?

 

 

"내일 또 오신다고 하셨었죠, 그 분..."

 

 

며칠 전 찾아왔던 프로듀서라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지고 온, 어쩌면 혹시, 제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기회.

 

 

거울 속에 비친 제 파란 눈동자를 응시합니다. 

 

그런 제 손엔, 선물로 받았었던 자그마한 미용가위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바꾸기 위한 조그마한 용기.

 

 

 

저는 지금, 지금까지 읽어왔던 책들보다 조금 더 긴,

 

어쩌면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프롤로그에 서 있는 것 일지도 모릅니다.

 

 

"내일은..."

 

 

거울에 비친 저를 보면서, 저는 앞머리칼을 천천히 내립니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ㅡ 그렇게 말하며, 저, 사기사와 후미카는

 

 

 

 

 

 

오른손에 들린 작은 미용가위를 앞머리에 가져다 대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프로듀서인 LOVPEACE입니다.

 

이번 팬픽의 주인공은 "사기사와 후미카" 입니다.

후미카는 독서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문학소녀' 인 아이돌입니다. 특징은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는 긴 앞머리카락이 되겠네요. 그런데 무려! 특훈을 할 경우 후미카는 자신의 긴머리카락을 걷어내고 초롱초롱한 두 눈을 보이게 된답니다! 이번글은 이런 후미카의 특훈 전/후 모습의 달라짐에 착안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대충 이 글의 키워드로는 "장마" "앞머리" "신데렐라" 정도가 되겠네요.

 

사실 이번 글은 쓰면서 조금 난관이었습니다... 후미카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담고싶은데, 대충 어떤 흐름이 될지는 구상했다고 해도, 양을 불리는게 가장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어쩌다가 "신데렐라 프로젝트" 니까 동화 "신데렐라" 의 이야기 한 부분을 떼오면 어떨까... 하고 대모요정의 부분을 추가하였습니다. 이 부분을 넣기위해 "신데렐라" 의 원작이나 디즈니사의 "신데렐라" 도 보았네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이야기는 우선 끝나게 되고... 간단히 정리하자면

 

"장마" = "후미카의 긴 머리카락"

          = "변화하지못하고 정체된 자신" 

이 되겠네요. 

 

후미카가 스스로가 바뀌게되는 계기를 적은 글이지만, 역시 큰 스토리가 없는 글이라 살짝 지루할 수 도 있겠네요.

 

그래도 여기까지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다음엔 더 좋은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