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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연 - 3(未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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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8, 2016 19:18에 작성됨.

오로지 밖을 향해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애원했다.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고 필사적으로 애원하며 꺼내달라고 울부짖었었다.


 ─누군가가 말해줬으면, 하고 간절히 빌었다.

 
「너는 아무 잘못도 없어」라고 누군가가 말해주기를.

 

 

 

 

 

 

 

 

어렸을 때부터 자신에게 부모같은 존재는 없었다.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를 마을 사람들이 보살피며 키웠다. 자신에게 타인과 다른 점이라곤 조금 이상한 힘을 가지고 태어났을 뿐이었다.
그 힘이 뭔지는 모른다. 그저 자신에게는 이런 저런 일들을 편하게 할 수 있는 힘들일 뿐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선 그 힘을 쓸 일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별다른 일 없이 마을에서 평온하게 자라났다. 그 때까지는 그저 평범한 마을의 한 꼬마였을 뿐이었다.

 

문제는 그 자신도 모르게 힘을 써서 한 아이의 기억을 통째로 지워 버린 것에서 시작했다.

 

그 때부터 마을의 아이들은 자신에게서 도망쳤다.
마을 사람들은 혐오스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저주받은 아이라 손가락질했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 누구도 일거리를 주지 않았고 누구의 집에서도 얻어 잘 수 없었고 누구도 자신을 받아 들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 때부터 필사적으로 혼자 먹고 살아가기 위해 행동했다. 마을의 농작물을 몰래 가져다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무서워서 그럴 수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동물이 내려와 농작물을 해쳐놓아도 자신의 탓이라며 자신을 때리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갈 곳이 없어 마을에서 멀어지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을 낳은 부모님이란 사람이 자신을 찾으러 와주길 간절히 빌고 있었다.

 

그리고 17살이 되던 해, 마을엔 큰 흉작이 졌다.
흉작마저 자신의 탓이라 돌릴 것이 무서워 숲속에 숨어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자신을 찾아냈다. 그리고 저주받은 아이라 때리고 욕하다가 자신을 산신님께 제물로 바치겠다고 했다. 배운 것이 없어서 그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끼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수많은 마을 사람들 앞에선 무리였다. 자신은 미움받는게 무서워서 능력조차 쓰지 못하고 그렇게 산에 있는 커다란 바위 동굴 안에 갇혔다.

 

거기서 얼마나 처절하게 외쳤었던가.
자신은 아무 죄도 없다고, 살려달라고.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몇 번이고 손에서 피가 흐를 때까지 바위가 자신의 피에 젖을 때까지 바위를 치며 제발 살려달라고 외쳐댔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을 보냈을까.
아마 그 때 자신은 이미 죽어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동굴의 가장 끝에 자신을 가두고 바위로 통로를 막아 공기조차 통하지 않았으니까. 하여간 얼마나 시간이 흐른 지도 모른 채 처음으로 느낀 것은 배고픔이었다.
그제야 배고픔을 느낀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자각하자마자 그건 심각한 굶주림으로 변해 다가왔다.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지만 주변엔 아무 것도 없었다. 필사적으로 어떻게든 입에 넣을 것을 찾아 몸을 일으켰다.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그 때의 자신은 어떻게 자신이 그 안에서 먹을 것을 찾아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다만 어느샌가 자신의 손엔 작은 쥐가 들려있었고 자신은 망설임없이 그 쥐를 뜯어먹었다. 이미 죽은 영혼이 먹을 수 있는 것은 그 피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포만감도 잠시였다. 자신은 곧 다른 먹을 것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500년이 흘렀다. 500년동안 자신이 죽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산 동물의 피를 빨아먹으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은 자신이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죽은 지 500년이 되는 해의 어느 날, 자신은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그저 평범한 여행객에 불과한 남자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가 자신을 보고 기겁하는 모습에 공포를 느꼈다.
그 공포감에 잠시 정신을 잃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어느새 동굴로 돌아와 있었다. 꿈을 꾼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안도하고 그렇게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 동안 한 번도 품지 않았던 의문이 떠올랐다.
자신이 먹고 있는 이건 어디서 나온거지, 라는 의문이. 그 때 자신이 먹고 있던 것은 쥐도 토끼도 노루도 아닌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며칠째 이 것을 먹고 있었다.
이게 뭐길래.

 

그렇게 느낀 순간 처음으로 자신을 자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자신의 옆에는─

 

처참하게 나뒹굴고 있는 시체 한구가 피 한 점 없이 말끔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자신의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기 자신을 내려다보았고 자신의 온 몸이 피로 젖어있는 것을 확인한 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엔 작은 동물들의 백골이 널려있었다. 어째서 이걸 보지 못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당황해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는 자신이 앉아있는 바닥에 있는 것에 눈이 닿았다.


그건 백골이었다.
두개골은 주변에 떨어져있는 것들보다 훨씬 커다랬다. 몸을 이루고 있었을 뼈들은 움츠리고 있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었다. 그 뼈의 형태는 분명히 사람의 형태였다. 그리고 그 뼈는─ 바위 안 쪽에 있는 검붉은 자욱 앞에 쓰러져 있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뼈의 주인을 알고 있다.

 

 

-이 뼈의 주인은 자신이니까.

 

 

 

 

 

 

 

 

 


"...그제야 내가 죽었다는 걸 깨달았어. 500년만에 깨달았으니, 그 간 먹었던 피만 해도 얼마나 될지 모르겠네..."


쓴웃음을 지으며 하루카는 그렇게 말했다. 치하야는 여전히 하루카의 무릎을 베고 누운 채 시선 하나 흔들리지 않고 하루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 치하야의 똑바른 시선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린 하루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 사람 한 명의 피를 전부 먹었으니 힘이 지나치게 강해져서 자신을 자각할 정도의 힘을 가졌을거야... 그 뒤로 몇 달간은 동굴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어. 자신이 혐오스러웠고, 슬퍼서 견딜 수가 없어서...."
"누군가가 구해줄 거라고, 그래도 믿고 있었는데. 난 이미 죽고 세상은 모두 바뀌어 있다는게 믿을 수 없었어."


죽었다는 걸 깨달았는데도 자신은 성불하지 못했다. 그 미련은 저승에 가기엔 너무나 강했고 자신의 힘은 이미 평범한 사령의 수준을 뛰어넘어 있었다. 그런 자신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쉰 하루카는 말을 계속했다.


"그렇게 몇 달 후에 처음으로 한 주술사가 날 상대하러 왔어."
"주술사가?"
"응. 자신의 의지도 없었던 사령이었고... 근처에 있던 마을의 가축 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죽였으니 어쩔 수 없겠지?"


흐음, 하고 어떤 뜻인지 모를 반응을 보이며 치하야는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마치 이야기를 계속하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난 그 때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제대로 갖추고 사람과 대화를 했는데... 처음 들은 소리는「사라져라」란 말이었지."
"......"
"끔찍할 정도로 싫었어. 날 혐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사라지라고, 부정한 존재라고 하는 말이... 그 때 처음으로 귀기라는 걸 내 의지로 써봤는데, 한 순간에 그 주술사는 죽어 버렸지. 속부터 귀기에 중독되어 죽어가는 그 모습은 끔찍했지만 동시에 쾌감 비슷한 것도 느꼈어... 마치... 날 그렇게 괴롭히던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먹었구나."
"응... 피도 남김없이 마셨고. 아마 그 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날 없애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을거야."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하며 조심스럽게 치하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그 때 몇 명의 주술사가 자신을 찾아왔었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주술사를 고용해왔고 자신은 그 주술사들을 모두 죽였다.


"대화를 하고 싶어서 먼저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엔 모두들 날 없애는 것 외엔 생각하지 않더라구. 그게 너무 슬퍼서...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의 자손인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난 결국 그 마을 전체에 귀기를 뿌려 그 곳에 있는 마을사람들 전부를 죽였어."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이 손으로 몇 명의 피를 받아냈을까.


"짐작이 가? 하루만에 마을의 전부를 죽이고 그 피를 전부 흡수했어!"
"...하루카..."
"그러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인간과 똑같이 보이면 사람들은 날 환영해줄까? 바보같은 생각이지만, 그래도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기 위해 노력했어. 죽기 전의 내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서인가, 인간과 완전히 같은 형태를 띄는 데에는 며칠 걸리지 않았거든. 귀기를 자유자재로 감추고 꺼낼 수도 있게 되었고."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그 어떤 사령도 해본 적 없을 정도로 수많은 피를 마셔셔일까. 그 때 자신의 힘은 이미 오백년을 살아온 사령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과 같은 형태를 하는 것도 처음만 어려웠을 뿐 점점 가면 갈수록 일도 아닌 일이 되어갔다.


"하지만 결국 아무도 날 환영해주지 않아서....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어... 그러면서 몇 명의 살인을 반복했었는지... 그 때부터는 피는 마시지 않았던 것 같아."
"그리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닌거야?"
"응. 누구든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해서, 나하고 친구가 되어줬으면 해서. 그렇게 돌아다니다보니 영의 모습을 하는 것보다도 인간의 모습을 하는 것이 편하고, 내 몸은 점점 더 인간과 닮아가고, 완벽하게 같아졌지."

 
몇 백년을 인간의 몸을 유지하며 돌아다닌 결과는 인간의 몸을 유지하는데에 약간의 힘만 들여도 완벽한 인간과 같은 육체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거였다. 그러나 어떻게 하더라도 사령 특유의 싸늘한 냄새는 속일 수 없었고 그 냄새를 맡은 주술사들은 자신을 없애려고 했다.


"다른 사령의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지만... 이번에 쓴 정도의 능력이 아니라 가벼운 능력이라면 생전의 능력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더라구. 난 어쩌면... 애초부터 다른 사령과 달랐던 걸지도 모르겠네."
"......"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내쉬며 치하야를 바라본 하루카는 그 눈동자의 진지함에 잠시 머뭇거렸다. 어떻게 말을 맺어야할까. 잠시 그것을 고민하다가 똑바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든 감정을 숨김없이 말한다.


"...내가... 추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치하야쨩?"
"응?"
"이렇게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그 피를 마시고... 그렇게 살아온 내가 추악하다고 생각하진 않는거야?"


두렵다.
하지만 물어보지 않으면 그건 그거대로 견딜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그녀가 뒤에서 자신을 싫어하면서 앞에선 웃고 있는게 더 두려웠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진심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치하야는 하루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갚자."
"...?"


치하야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눈을 깜빡인다. 그런 하루카의 뺨에 치하야의 손이 닿았다. 따스하게 감싸주는 듯한 그 손에 하루카는 치하야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루카는 살고 싶었던 것 뿐이잖아. 그러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죽이긴 했지만."
"...치하야쨩..."
"그 누구도 널 이해해주지 않아서 그랬던 것 뿐이니까... 그러니까 하루카가 저질렀던 죄는 나와 함께 갚자."
"갚자...고?"
"그래.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같이 지켜주자. 그걸론 부족할지도 모르겠고 한 사람의 생명을 다른 사람의 생명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 무게만큼 많은 생명을 구하면 용서받는다고 믿자. 그렇게 하자."

 
치하야의 말이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아 단지 치하야를 바라보기만 한다. 그런 하루카의 뺨을 상냥하게 쓰다듬어주며 치하야는 말했다.


"같이 가줄게."


그렇게 치하야가 말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치하야의 손이 뺨에서 떨어지자 곧장 몸을 숙여 치하야를 꽉 끌어안는다. 그런 그녀에게 화를 내지도 않고 치하야는 하루카의 머리를 상냥한 손길로 쓰다듬어주었을 뿐이었다. 눈물이 점점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 사람은 얼마나 자신을 감싸줄 생각일까.
자신의 미련을 이해해주고 그렇게 심한 상황에서 자신을 감싸주고서 지금도 또 자신을 감싸 위로해준다. 의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거란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용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날 낮엔 뜻밖의 동행 요청이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간다고?"
"안되는거야?"


금발의 소녀가 꺼낸 말에 치하야는 당혹해서 그렇게 물었다. 금발의 소녀는 자신의 말을 다시 강조하지도 않은 채 고개를 끄덕여 보이기만 했다. 그 모습에 곤혹한 표정을 지은 치하야는 미키를 바라보고 물었다.


"그냥 정령인 채로는 우리와 같이 갈 수 없어... 알고 있지?"
"물론인거야. 그러니까, 너희들 중 한 명이 나와 계약했으면 하는거야."
"갑자기 왜..."


너무 갑작스런 요청에 자신도 모르게 투덜거린다. 그 모습을 본 미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직 인간을 더 보고 싶으니까."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미키을 바라본다. 지나칠 정도로 깨끗한 그 모습은 과연 이 세상의 다른 존재들과는 격이 다른 정령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치하야는 고개를 내젓곤 말했다.


"하는 수 없네. 마코토, 미키와 계약할 수 있지?"
"...어...음..."
"...뭐야, 그 반응은. 할 수 있지?"


그 할아버지가 정령술사이며 여기있는 미키의 계약자였고 그 아버지는 미키같은 거대한 정령과는 계약할 수 없었지만 정령의 힘을 빌려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치하야는 당연히 마코토가 잘 알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치하야의 예상을 벗어났다.


"정령 관련으론 하나도 모르는데..."
"...뭐? 왜?!"
"기억이 안난달지..아하하.."
"할아버지가 정령술사고 아버지가 정령의 힘을 빌릴 수 있는데 그런 집안에서 태어난 애가 정령술 관련을 모른다니 말이 돼!? 수업 때 뭐했어!!"
"치, 치하야쨩, 진정해, 진정!!"
"그, 그래, 진정해, 치하야!!"


식은땀을 흘리는 마코토의 '모른다'는 말에 치하야가 흥분해 거의 악마의 형상에 근접해가는 것을 보고 하루카와 이오리가 황급히 치하야에게 달라붙어 치하야를 말렸다. 치하야를 잠시 망연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미키는 흠, 하고 표정을 고치곤 말했다.


"파랑머리쨩은 정령에 대해서도 꽤 아는 것 같은데?"
"응? 아, 그거야 ... 스승님... 그러니까... 마코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께 가장 자세하게 배운 부분이니까."
"그래? 그렇다면 네가 계약해도 상관없는거야."


그 말에 치하야는 에, 라고 당황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미키의 말이 처음엔 뭘 의미하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하던 하루카는 당혹한 어투로 이어진 치하야의 대답에 안색이 바뀌었다.


"미안하지만 난 하루카랑 계약 중이라..."
"한낱 사령 때문에 미키랑 계약하지 않겠다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그..."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치하야쨩은 내 거야! 내 계약자라구!! 절대로 넘겨주지 않아!!"


그제야 미키의 말이 치하야에게 자신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자신과 계약하라고 하는 말이라는 걸 깨닫고 하루카는 치하야에게 매달리며 그렇게 외쳤다. 그 말에 치하야는 뒤에서 매달린 하루카의 머리를 한 대 쳤다.


"꺄욱!?"
"누가 네 거야, 누가?!! 하여간, 나도 사정이 있어서 계약 파기는 못 하겠고... 좋은 뜻이니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저 쪽의 양갈래쨩은?"
"에? 아, 전 정령술은 잘 몰라서..."
"야! 너 누구를 넘보는거야!!"
"이, 이오리쨩. 정령께 그러는 거 아냐."


안된다는 말에도 태연한 표정으로 사람을 들쑤시는 미키를 보며 치하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저런 모습은 정령답다.


"...그럼 미키."
"응?"
"좀 도와줄 수 있겠어? 계약을 해봤으니 계약에 대해선 잘 알지?"
"당연한거야."


돌아온 미키의 긍정에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


"마코토, 거기 앉아. 비어있는 것도 너고 정령술에 상성이 가장 높은 것도 너니까, 지금부터 정령술의 기초부터 계약까지 설명할거야."
"......아니 갑자기 그래도.."
"하루카, 미나세씨! 마코토가 도망가지 못하게 옆에서 잡아!"
"어? 아, 알았어!"
"도망이라니!?"
"타카츠키씨도 도와줘. 정령술은 요괴술과 거의 비슷하니까."
"우? 아, 네. 알겠어요!"


그렇게 지시하고 요괴인 이오리의 보통이 아닌 악력에 꽉 눌린 채 자리에 앉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마코토를 바라보며 치하야는 생각했다. 그렇게 태연자약하게 모른다고 한 게 괘씸해서라도 오늘 내로 마스터를 시켜준다고.


하늘엔 태양이 그 손길을 세상에 흩뿌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출발하는 것은 어쩌면 달이 어슴푸레 길을 밝히는 때가 되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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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릴 거 다 뿌려놓고 열린결말의 미완인 것도 대책없긴하지만요<
사실 한...6년..쯤 전에 쓴 글의 재구축인데 거기서부터도 접어둔 상태라(...)
이젠 재구축 할 글도 없고 '~` 직접 쓰면 되기는 하는데!
장편...은..사실 좀 무리라<....단편은 쓸만 하겠지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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