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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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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5, 2013 01:15에 작성됨.

나는 그녀의 소꿉친구다.


- 소꿉친구. (1).


" 저기, 신. "


" 왜? "


같은 집, 같은 침대, 같은 이불에 누워 같은 베개를 벤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능 사람과 함께 있다는 안심과 몸과 몸이 가까이 맴돌아 포근함을 느낀다.

그녀가 몸을 살짝 일으키자, 가리개 하나 없는 그녀의 새하얀 몸 위로 비단결같은 머리카락이 사르르, 흩어진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옛부터 예뻤고, 난 그것을 좋아해왔었다.


" 오늘, 거리에서 캐스팅을 받았어. "


" 무언가 있었구나. "


" ...응. "


자랑으로 들릴지도, 아니 실제로도 자랑이지만 나의 소꿉친구이자 여자친구이기도 한 그녀는, 정말이지 아름답다.

아이돌의 전성시대라고 불리우는 지금 시대의 아이돌과 비교해도 꿀리는 것 하나 없고, 외모만으로 아이돌의 랭크를 매긴다면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최소 A는 가볍게 넘길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단지 얼굴만 아름다운, 그런 여자라는 사실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품행과 외모에 걸맞게 그녀는 지금까지 몇번이나 아이돌의 프로듀서나, 헤드헌터들에게 아이돌이 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아왔다.

심지어는 내가 그녀의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걸을때도 말이다.

자세한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 아마 나, 혹은 학교일에 집중하고 싶은 의미일 것이다 - 그녀는 항상 한 줌의 망설임 없이 그들의 제의를 거절해왔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지금 나의 옆에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길거리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 처음엔, 단지 길을 잃은 사람이었어. 길을 가르쳐준 것 뿐이야. "


" 그래. "


" 그도, 나를 노리고 말을 걸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애초애 말을 먼저 건 것은 나였거든. "


" 그를 데려다 주는 동안에 짧지만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어. 그것으로 그의 직업이 아이돌 프로듀서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 "


" 나쁜 사람은 아니었나 보네. "


" 나쁘기보다는 착하게 말하면 친절한, 나쁘게 말하면 살짝 푼수끼가 있는 사람이었어. 그와의 대화는 나름 즐거웠어.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로 웃은건 얼마만인지. 그리고, 그의 직장에 다다르자 그는 나에게 아이돌이 되지 않겠냐고 물었어. "


그녀는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침대에 기대어 앉았다.

나 또한 그녀를 따라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그 녀를 감싸안았다.

그녀는 따스한 몸을 나에게 기대었다.


" 그런 눈빛은 처음이었어. 지금까지 나를 노리던 프로듀서나 헤드 헌터들의 야릇하거나, 이기적인 시선이 아닌 따스함과 친절함이 담긴 시선. 아직까지는 모르지만 이번 일로 아이돌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건 확실해. "


" 고민되는 거구나. "


" 응, 아니.... 응. 아마. 그럴지도 몰라. "


내 말에 고개를 젓던 그녀는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흔들다가, 곧바로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리고는 그 아름다운 비취빛 눈동자를 나에게 향했다.

서서히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에 눈을 감아 답한 나는 그녀를 껴안았다.


" 말리지 않을게. 난 아이돌을 하는 너도 사랑할 뿐이야. "


" 응... 고마워, 신. "


다시 한 번 짧은 키스를 나누고 서로를 쳐다본다.


" 사랑해, 신... "


" 나도 사랑해, 린. "


나는 그녀, 시부야 린의 소꿉친구이자 연인이다.


#


딩- 동- 댕- 동-


지루한 수업이 끝이 나고, 나는 몸을 일으켰다.

한국의 고등학교에 비교하자면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지만, 지루하다는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 어이, 신! "


" 뭐. "


슬리퍼를 - 교칙 위반이다. - 서랍장에 숨기며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에 응답했다.

이치로놈, 같은 반의 녀석들중에서는 나와 친한편이라 할 수 있는 녀석이다.


" 마치고 축구 콜? "


" 싫은데. 갈데가 있어서. "


나는 이치로의 머리를 툭, 치며 동아리에나 가라고 말하며 반을 나섰다.

그리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갈아신을 때, 뒤에서 또다른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 신. "


" 린, 오늘은 어땠어? "


" 항상 그런대로. 신은? "


" 나도. 같은 반이 아닌게 너무 아쉬운데. "


뒤를 돌아보자, 이미 목소리에서 예측하다 시피 그곳에는 린이 교복 가디건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은 채로 나를 반겼다.

나는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고 잠시간 린을 기다렸다.


" 오늘도 가게일 도와주는거야? 그럴 필요는 없는데. "


" 딱히 할 일도 없고. 너를 도와주면 너와 지내는 시간도 늘어나고, 너와 함께 보낼 자유시간도 늘어나잖아? 이건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되는거지. "


" 신도 참... 주말엔 항상 같이 지내면서 그걸로 부족해? "


" 알잖아? 넌? "


그녀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고 팔짱을 끼며 물어보자, 그녀는 볼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알면서... 물어보지마. "


" 정말이지, 린은 귀엽다니까 . "


우리는 그렇게 떠들며 린의 집으로 향했다.

이런 일상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


" 월! 월! "


" 아, 하나코. "


린의 꽃집 가까이 다가가자, 하나코가 나와 린을 반겼다.

나는 반사적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 그래그래, 잘있었어? "


" 하, 하나코네. 항상 건강하구나, 그 녀석은. "


" 너도 여전하구나, 그 성격은. "


" 성격개찬이 쉬운일은 아니지... "


어째선지 나는 옛날부터 동물에게 미움받는 일이 잦았다.

순하기로 소문난 쿠죠 할머니네 고양이도, 마찬가지로 낯을 안가리는 린네 개인 하나코에게도 말이다.

나이가 지난 지금에서야 솔직히 하나코같은 작은 동물이 그렇게 무서울 리는 없지만, 트라우마라는 녀석이 그렇게 쉽게 없어지는 녀석은 아니다.

린은 하나코를 껴안은채 쓴웃음을 지었다.


" 어쩔 수 없잖아? 나와 사귀는 동안은 최소한 익숙해져 줘. "


" 그 기간도 꽤나 길지만... 항상 그렇듯 노력은 해볼께. "


나는 어색하게 볼을 긁으며 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린은 여자 치고는 상당히 큰 키인 165센치이지만, 남자중에서도 큰 키인 내 185의 앞에서는 머리를 쓰다듬기 좋은 키 정도가 한계다.

하지만 린도 어느정도 익숙해져 싫지는 않은 듯, 눈을 감으며 감촉을 즐겼다.

스륵스륵, 하고 부드러운 머리결을 넘기며 린을 쳐다보았다.

어깨를 넘어 등까지 오는 갈색 머리카락, 그녀의 장점 중 하나인 아름다운 비취색 눈동자는 그녀가 눈을 감고있기에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귀에 걸린, 내가 그녀의 생일선물날에 준 귀걸이를 보며 나 또한 나의 생일날 선물받은 반지를 느꼈다.

아마 린에게 고양이 꼬리가 달려있다면 지금쯤 흔들리고 있지 않을까.

나는 린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멈췄다.


" 아... "


린은 아쉽다는 듯이 내 손을 쳐다보았고, 그새 달아난 하나코를 쳐다보았다.

나는 린을 껴안으며 말했다.


" 린, 사랑스러운 린, 이제 일해야지. "


" 읏... 껴안으면 움직일 수가 없잖아. "


" 에너지 충전중. 내 안의 배터리는 에너자이저가 아니라서 말이지, 시간마다 한번씩 에너지를 보급해야해. "


" 정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잖아. "


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들어 나를 껴안았다.

린 진짜 천사.


#


" 끝났네. 오늘도 손님 많았구나아. "


" 항상 있던 일이잖아. 저녘 먹고 갈거지? "


" 응. 부탁해, 린. "


어머니에게 말하고 올게,  라고 말하며 꽃집의 안, 거주공간에 들어간 린을 쳐다보며 카운터에 엎드리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 으하아아.... "


린의 꽃집에는 손님이 많다.

오랜시간 꽃집을 운영해오신 린네 부모님의 단골 손님이라던가, 이 동네 대표 미소녀인 린을 보러오는 남자 손님이라던가, 나를 보러오는 여자 손님이라던가, 등등 말이다.

린을 보러오는 남자 손님을 보며 질투심을 느낄때도 있지만 나를 보러오는 여자 손님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매한가지인지 일 도중에 손님을 대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서로 인정하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얼마 안되게 아는 로즈마리 꽃을 집어들었다.

린네 집에서 저녘을 먹고 린과의 시간을 가지다 집에 돌아가면 저녘 9시 즈음이 될까.

사실은 아무도 없는 집에는 돌아가기 싫지만 말이다.

어렸을 적, 한국에서 일때문에 일본까지 오신 내 부모님들은 정확히 1년 전,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에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한국에서 보낸 것은 유치원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하기에는 어려울거라 생각하신 모양인지 한국으로 갈것인가, 일본에 남을것인가를 나에게 물으셨고 린을 버리고 한국으로 가기 싫었던 나는 일본에 남아 고등학교 과정을 치르고 오게 되는 것이 되었다.

이렇게 린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앞으로는 길어야 2년이고 한극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다면 일본에는 방학에나 올 수 있으니 상당시간 이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 신, 밥 차려졌어. 가자. "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 집에서 나온 린이 나를 보며 말했다.

내가 꽃집 일을마친 시각은 6시 가량일 터인데, 어느새인가 삼십분이 지났다.

나는 린을 따라 주방까지 가 린의 부모님들과 합석했다.


" 신켄 군, 어서오게. "


" 신켄 쨩, 어서와요. "


" 안녕하세요, 아버님, 어머님. "


나를 반기는 린네 부모님에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린과 소꿉친구이기도 한 탓에 어렸을 적 부터 나를 잘 알고계신 덕분에 지금 나와 린의 관계는 공인된 관계이다.

부모님이 집에 없으시느라 식사가 위험해진 나를 저녘이나마 이 집에서 먹게 해 주는 것을 허락해주신 분들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 집에서 밥을 먹은지도 벌써 일년하고도 몇개월이 되어간다.

최대한 빨리, 그러나 급한 티를 내지 않고 밥을 먹은 후 가게의 앞에 배치된 의자에 앉았다.

맘같아서는 담배를 피고 싶은 참 이지만 금연은 이번해 들어서의 린과의 약속이기도 해 주머니속에서 딸기맛 사탕을 꺼내 입에 넣었다.

달콤함이 입에 퍼지고, 곧 내 눈이 가려졌다.


" 린. 벌써 다 먹은거야? "


" 응. 나도, 신과 조금이라도 함께이고 싶으니까. "


린은 기본적으로 쿨한 부끄럼쟁이이지만 오랜시간을 같이 보낸 나의 앞에서는 이렇게 본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없잖아 있다.

나를 뒤에서 껴안은 린의 손을 풀어 벤치 옆자리로 유도하고 린의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었다.

린은 냄새를 맡은 것인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 달콤한 냄새... 사탕? "


" 응, 딸기맛. 너도 먹을래? "


" 응. "


린은 기대었던 머리를 일으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탕을 받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나는 씨익 웃으며 린의 손을 잡았다.


" 응? 무슨... 웃! "


츄웁,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입안의 사탕이 린의 입으로 넘어갔다.

나는 입술을 살짝 핥으며 말했다.


" 어때, 맛있어? "


" ...정말, 신은... "


린은 붉어진 얼굴로 사탕을 잠시 빨더니 곧바로 나에게 입을 맞추었다.

츄릅, 하는 소리가 사이에서 몇번 들리고 린은 살짝 거칠어진 숨으로 입을 떼었다.


" 먹다 남긴건... 됐어. "


" 부끄러워 하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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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의 수위를 지향하는, 린 소꿉친구물입니다.

장편이라고는 해도 10화 이전에 엔딩을 낼 생각입니다.

지금은 단지 염장물일 뿐이지만, 어떻게 될지? 저는 새드 앤딩도 좋아하는 인간이라.

딱히 댓글을 위해서 글을 쓰지는 않지만 글에 달린 댓글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이번 글을 쓰며 들은 노래는 One Direction - What makes you beautiful. 밝은 분위기의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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