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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미유 씨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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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6, 2016 11:01에 작성됨.

 

안녕하신가요? P씨. 편지라니,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저는 전에 편지를 아주 많이 썼답니다? 지금도 옛날 편지를 꺼내 읽으면서 추억에 잠기고는 해요. 그런 식으로 추억에 잠겨있다보면 다른 추억도 떠오르기 마련이에요.

 

P씨를 생각하면서 편지를 쓰다보니까, P씨와의 추억도 떠오르네요.

 

P씨와의 첫만남은 참 독특했죠. 제가 절 스카웃 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분명히 말하셨죠? '제가 매력을 느꼈으니까요.' 사람을 설득하는 말치고는 비범하잖아요. 아마도 언제 어디서도 생각날 것 같아요.

 

그래도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기억이에요. 그날 제가 그냥 나와버렸다면 전 아직도 과거에 잠겨있는 사람이었을 거에요.

 

P씨는 한 걸음을 내딛기로 결정한 제가 제 삶을 바꿔놓았지 P씨가 바꾼게 아니라고 하셨지만, 전 그래도 P씨가 제 잠긴 삶을 열어주셨다고 생각해요.

 

전 아이돌이 되고나서도 늘 어딘가 막막했었거든요 누군가를 만나면서도 언제나 다른 곳이 보였어요. 집중하지 못하고 떠도는 느낌. 전 그런 느낌에 원인조차 모르고 답답함만 느끼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P씨가 저와 단 둘이 만났잖아요. 전 그 때 아무런 예상을 못 했었어요. 제 상태를 파악하셨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죠.

 

'과거는 과거로 끝내는 게 어떻습니까'

 

그때는 분명히 화가 났어요. 얼굴을 굳히고 밖으로 나가려 그랬죠.

 

P씨, 어른이란 참 힘들지않나요? 어른들은 늘 언제나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건 저도 다르지않죠. 저도 과거에 붙잡히거나한 사람은 아니었다고믿었어요. 하지만 P씨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아니, 그런 심미안을 가지고계시니 프로듀서란 직업을 가지신 것이겠죠.

 

그런 P씨는 저를 붙잡고 계속말하셨죠.

 

'미유 씨, 과거를 잊으라는 게 아닙니다. 단지 과거는 과거로 미루라는 것입니다. 전 미유 씨의 과거나 상처는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라면 미유 씨의 그런 모습은 원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계속 화를 내면서 거부했어요. 아마도 그건 두려웠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제가 인정하고싶지 않은 사실을 P씨는 이미 꿰뚫어보고있다는 게 무서웠던 거에요.

 

'미유 씨, 중경삼림이라는 영화를 아십니까? 그곳의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의 방에 들어가 여러가지 물건을 바꿔 놓거나 합니다. 하지만 남주는 그런 걸 알아채지 못하죠. 그의 시간은 몇 년 전 여자친구와의 실연에서 멈춰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거죠. 당연히 볼 능력도 없고.'

 

그래도 당신은 포기하지 않았죠. 일어나서 절 붙잡았어요.

 

'여주는 미래에서 살고있습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주의 방에 들어가 멋대로 정리를 합니다. 언제나 몽유병에 걸린 것 같은 언행을 하고 나중에는 남주와 약속을 잡은 후에도 캘리포니아로 떠나버립니다.'

 

그 말이 듣기 싫었어요. 잠든 아이가 일어나기 싫어하는 것처럼 절 깨우는 소리가 듣기 싫었겠죠. 그래도 P씨는 제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하셨어요.

 

'미유 씨는 어디에 계십니까?'

 

그 말엔 답할 수 없었어요. 전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느냐는 질문을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그동안 제 눈에 어른거리던 것, 제가 그동안 막막함을 느끼게 하던 것은 지난 날의 기억이었으니까요. 이미 알고있었는데 외면해 왔을지도 모르죠. 지난 날의 기억을 잊는다는 것도, 제가 지난 날의 기억에 빠져있기만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전부 제가 거부하고 싶은 사실일 뿐이었으니까.

 

P씨는 절박하게 말하셨죠. 지금 떠올려보자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심정의 눈빛이었던 것 같아요. 그럴지도 모르죠. 전 정말 그때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전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렸죠. 하지만 P씨의 말이 맴돌았어요. 그러고는 보이더군요. 제 집이, 제 동료가, 제 팬이.

 

집은 아직도 주인없는 옷가지랑 사진으로 널부러져있었어요.

 

팬들과 동료들이 걱정하고 말을 건네는 것은 무시하고 저는 그런 추억의 흔적에만 말을 걸고 있었어요.

 

전 언제나 잃어버린 이들을 찾아 헤메고있었던 거에요. 과거를 찾아 헤메면서 살았던 거죠. 분명 P씨의 말은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말이었지만 그 말은 결국 절 제대로 잡아놓았네요.

 

그렇게 차츰차츰 새롭게 아니 제대로 보기 시작한 이후로 서서히 바꾸어나갔어요.

 

언제나 걸려 있던 옷과 사진을 간소하게 정리하고 고민이 생기면 무덤이 아니라 동료분들께 말해보았어요.

 

다른 사람과 제 과거를 비교하는 것도 그만두어가고 있어요.

 

그래도 기일이나 생일에는 빠짐없이 보러간답니다?

 

이런게 P씨가 말씀하신 과거는 과거로 미루고 끝낸다는 걸까요?

 

P씨와도 좀 더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직도 그날 도망쳐나와버린게 마음에 걸려요. 절 위해서 해주신 말인데 제가 매몰차게 나와버린 일이 제 마음을 무겁게 눌러서...

 

P씨는 또 아니라고 하시겠지만, 저는 분명히 P씨 덕분에 바뀌었어요.

 

P씨는 아마도 지금 많은 감정이 교차하시겠죠. 저에 대한 결정을 두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으실 거에요.

 

하지만 저는 P씨에게 미안하거나 아쉽지 않아요. 당연히 화나는 마음도 없죠. 오히려 고마워요.

 

삶의 주인이 우리들이어도 그 삶을 모두 우리 뜻대로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거에요. 적어도 저는 조금 이해할 수 있네요. 사람이라는 의도하지 않아도 때때로 떠밀린다는 걸. 그냥, 이번 일로 조금은 덜 괴로워하셨으면 하네요.

 

P씨, 저는 그동안 저 먼 뒤를 바라보며 흐름에 몸을 던져놓은 채 휩쓸려가고 있었어요. 과거에 실패했다고 더이상 뭘해보려고 하지않았던 거죠.

 

하지만 P씨는 저와는 다르시죠. 그 흐름 안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헤엄을 치셨고 휘말린 사람을 꽉 안기도 하시잖아요.

 

저는 그동안 P씨에게 안겨있었어요. P씨가 절 꺼내준 거죠. 그러다 문득 P씨에게서 깨달았어요. 저도 얼마든지 헤엄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이제는 저도 알게 되었어요. 지금 제가 속한 흐름을 바라보는 방법도, 그 흐름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가는 방법도, 전부 알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P씨의 품에 안겨서 이끌려갈 때는 아닌거죠. 이젠 스스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스스로 할 줄 아니까, P씨는 다른 아이를 잡아주세요. 저처럼 헤메이는 아이의 손을 꽉 잡아 올려주세요. 그들이 스스로 헤엄칠 수 있을 때까지 꽉 안아주세요. P씨가 저에게 그랬듯이.

 

P씨, 고마워요. 그리고 걱정말아요. 이제는 저도 어른이니까. 여기 현재를 살아가는.

 

P씨,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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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 씨의 대사 중 비는 나쁜 기억을 흘려보내 준다는 대사가 있었죠. 그러니까 서로의 안좋은 기억이나 감정은 없었으면 한다는 말입니다

 

왜 이 P는 플래그 다 박아놓고 레슨실로 보내지

 

음, 오늘은 별로 못 쓴 것 같다고 자체평가를 내려봅니다. 이상하다 아리스 편은 잘 써졌는데

 

보고싶은 아이돌은 계속 신청받습니다.

 

그러나 지금 작가도 놀랄 정도로 리퀘가 좀 있어서(루미, 나오, 아냐)

 

네놈들은…… 그렇게나…….
그렇게나 이기고 싶으냐?! 그렇게까지 해서 쓰알을 원하는 거냐?! 내가… 단 한 번 품었던 기도조차 짓밟고…. 네놈들은! 아무런 부끄럼도 없는 거냐!?
용서 못 해……. 결단코 네놈들을 용서 못 해! 명리에 홀려서 소녀들의 꿈을 손상시킨 모리배들… 그 꿈을 나의 피로 더럽히리라! 가챠에 저주 있으라! 그 소망에 재앙 있으라! 언젠가 파산의 늪에 떨어지면서 이 노말아이돌의 분노를 떠올려라!

 

기껏 쌓아놓은 감동 작살내기

 

Next mail is from 와쿠이 루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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