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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타치바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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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3, 2016 21:14에 작성됨.

안녕하세요. 타치바나입니다.
편지...라는 건 익숙하지 않지만 한 번 노력해서 써보았어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보려고해요.

 

P씨와는 사이가 좋지않았었죠. 언제나 듣는 말이 '타치바나'였던 것 같아요. ....제가 딱히 대화하려고 하지않았지만요. 저는 어른이 되고싶었는데.

 

P씨, 저는 처음에 P씨가 엄청 싫었어요. P씨는 저를 '타치바나'라고 불러주어도 결국은 저를 애로 보셨으니까요.

 

언제는 저에게 말했죠. 진지한 얼굴로

 

'그런 건 어른이 아니란다.'

 

그날은 정말 P씨가 싫었어요. 절 부정하시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래서 처음부터 삐걱거렸어요. 그리고 결국 바뀌었으면서도 그때까지 쌓아올린 관계에 떠밀려 제 마음을 전달하지도 못하고 결국은 끝까지 저와 P씨를 망가트렸네요. 마지막에서 이런 소리 싫어할 지도 모르지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언제나 집에서도 혼자였으니까, 누군가가 껴안아 주지않았으니까. 그래서 어른이 되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어른이라면 이런 것에 아파하지도 않을 거라고 기대했어요. 그리고 그런 부모님이 싫었어요, 저는. 그래서 더 빨리 벗어나려고 그렇게 발버둥치듯이 그랬을지도 몰라요.

 

P씨는 이런 저를 알았나요?

 

그래서 그렇게 말하셨나요?

 

울음도 웃음도 전부 삼키고만있다고.

 

그때는 왜 그 말을 그렇게 넘겼을까요?

 

만약 제가 처음부터 P씨에게 아이로서 있었다면 이런 이별은 하지않았을까요? 조금 더 빨리 솔직해졌다면 ....이제는 별 의미가 없겠지만요.

 

P씨는 결국 저를 바꿔놓으셨죠. '아이'로.

 

언젠가 제가 처음으로 밤에 남았던 기억이 나네요. 솔직히 조금은 무서웠어요. 이유가 어찌되었던 저는 통금시간을 어겼으니까요. 아이돌 그만두라고 하는 것 아닐까 싶었어요. 그런데 P씨가 같이 집까지 바래다 주셨죠.

 

그리고는 계속 옆에 있어주셨어요. 집까지 같이 들어가셨죠.

 

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내며 달려들 때도, P씨는 저와 함께 있다가 앞으로 살짝 나서서 말하셨죠.

 

'아이를 걱정하십니까?'

 

'아이를 위하신다면 적어도 저녁식사는 같이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제가 설명하기에는 아버님도 타치바나 양도 너무 오랫동안 비켜나가있었네요.'

 

그리고는 전 깜짝놀랐어요. 아버지가 P씨를 어떻게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P씨는 절 불렀죠.

 

'아이와 대화는 해보셨나요?'

 

저는 솔직히 그때만큼은 무서웠어요. 부모님은....그런 분이셨으니까요. 라이브 공연이나 데뷔 무대도 그때보다는 덜 떨렸던 것 같아요.

 

그 때 순간, P씨가 제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말하셨어요.

 

'이제 어른이 될 시간이구나. 기죽지말고 네가 하고싶은 말을 하고 오렴.'

 

그 말에도 떨리고 있었는데, 다음 말이 절 바꾸어놓았어요.

 

'괜찮아.'

 

그 말이 그렇게 사람을 괜찮게 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그리고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도. 부드럽게 미소지으면서 힘있는 목소리와 눈으로 절 안심시켜주었어요. 용기를 낼 수 있게.

 

그리고는....잘 기억이 나지않아요.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제 목소리를 높여보고 대들어보아서 그런지 뭔가....

 

그저 P씨가 제 옆에 있어준다는 사실이 절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때부터 서서히 깨달았던 것 같아요. 저는 '어른을 동경하는 아이'란 걸. 아직도 기대야할 사람이 필요한 아이라는 걸. 그래서 나중에는 제가 P씨의 손을 잡았는데 알고계시나요?

 

지금도 문득 용기가 필요하면 제 손을 바라보면서 몇 번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해요. 그 날이 잘 떠오르게

 

P씨, P씨는 저와 함께하면서 무슨 기분이셨나요?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엄청 행복했어요. 단지 아이돌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행복을 알아갔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혼자 밥을 차려먹지도 않고, 누군가와 마주보면서 식사를 해본 건...아마 처음일지도 몰라요. 적어도 제 기억 속에서는 말이지요. 식탁에서의 담화는 따뜻한 기분이었어요.

 

거리에서 간식을 사먹어본 것도 처음이었어요. 그때는 뭔가 억울하기도 할 정도였어요. 아, 집 밖은 이렇게나 활기차고 빛나는 곳이구나....라는 느낌이었네요.

 

P씨를 만나서 더 많은 사람을 알았어요. 저와 다른 사람들, 저와 같이 웃어주고 걸어가주는 사람들 그리고 동경하고 싶은 언니도...진짜 어른들도.

 

아마도 P씨를 만나지않았다면 전 아직도 '어른'인 척 하는 고집쟁이였을지도 몰라요.

 

P씨가 늘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늘 제 성을 불러주셨죠.

 

P씨, 혹시 제 웨딩 촬영 기억하시나요? 아마도 기억하실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정말 많이 날카롭게 굴었죠. 왜냐면 그냥....싫었던 것 같아요. 제 처음 웨딩드레스를 그런 식으로 남에게 보여주는 게.

 

그냥 P씨만 봐주셨으면 좋았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P씨는 아무런 느낌없이 계셔서 섭섭했던 것 같아요. 눈치가 너무 없었다고 하시면 아시겠죠.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아니라 조용한 곳에서 둘이 있었다면 기분이 좋았을지도 몰라요.

 

편지를 이렇게 쓰면서도 P씨가 저에게 해주신 많은 것들이 마구 떠오르네요.

 

제 요리를 웃으면서 맛있게 드셔주시기도 하고, 초콜릿을 받아주시기도 하고, 저녁은 언제나 같이 먹었네요.

 

P씨가 바래다주는 귀가길이 길었으면, 아주 길었으면 했을 정도였는데 말이죠.

 

그런데 제 마음은 이랬는데 P씨에게 대할 때는...왜 늘 마음과 다르게 나왔을까요?

 

P씨....저는 P씨라면 절 아리스라고 불러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P씨는 절 끝까지 존중해주셨고 저는 용기를 내지못했지만요. 그래서 이렇게 제 가슴 속에만 품은 채로 가버리네요. ....벌일까요?

 

P씨, 저는 정말로 아이였나봐요. 처음부터 저를 감추려고만 했고, 많은 기회를 스스로 날려보냈으니까요. 그리고 결국에는 마지막까지 결국 용기내지도 못하고 한 발 짝 다가가는 일도 하지 못했네요. 이렇게 답장도 못 받을 편지를 쓰면서 후회할 줄 알았을까요.

 

그저 한 마디만 했으면 P씨는 들어주셨을텐데.

 

그동안 P씨가 기다려주신 시간 동안, 멍청하게 아무것도 하지않고 기대하기만하고... 그리고 이제서야 용기를 낼 수 있네요.

 

P씨, 그 동안 저를 프로듀스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럼 안녕히...

 

그렇게 아리스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레슨실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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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리스를 레슨으로 갈아버리다니

 

으오오오 이건 왜 이렇게 분량이 안 나올까요.

 

쓰면서 이게 아리스인가 아닌가 매우 의심했습니다.

 

토키코 님은 써지지가 않습니다 ㅠㅠ 저같은 녀석이 함부로 손 댈 분이 아닌가봐요.

 

근데 이 시리즈 생각해보면 죄다 이별사 아니면 유언...흠흠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애정으로 봐주세요.

 

미치루에게 후고후고 당하고싶다 냠냠 

 

보고싶은 아이돌은 계속 주문(?)받습니다

 

Next mail is from 미후네 미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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